갑작스레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예전의 탐험을 다시 하기 위해 프레도는 그 당시의 사람들에 대해 수소문을 하기도 하였고, 그와 더불어 사람들을 설득해 보려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의 대원들 중 대다수는 근황은 고사하고, 소문조차 알 수 없었으며, 사람들을 설득하려 해도, 돌아오는 것은 외면일 따름이었기에, 결국 혼자서라도 탐험에 나서기로 한 것이었다.
당시의 사람들 중에 우연히 만난 이들이 몇 있었다고 한다. 다만,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으니, 그 사정을 마다하고 그들을 데려갈 수는 없었다고 하였다. 그리고서, 과거 같았으면 어떻게든 그들을 데려가려 하였겠지만 이제 와서는 그렇게 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고 프레도가 말을 이어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야."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깊어진 것이지요."
그리고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가는 데에, 세니아가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더 말을 이어가니, 생각이 깊어져 가면서 타인의 사정에 대한 생각 역시 깊어지고, 그래서 자기 생각만을 마냥 고집하지만은 않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서, 프레도는 적어도 자신은 그 말대로 되어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힐 따름이었다.
프레도가 자리잡은 길목 너머로는 또 다른 길들이 미궁처럼 펼쳐져 있었으며, 그 끝을 그 지점에서 가늠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 미로를 둘러보는 것이 선뜻 내키지도 않았을 뿐더러, 원래 일행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도 아니어서, 본래 나아가려 하였던 분수대가 자리잡은 공간, 그 북쪽 방향의 길목 너머를 향해 나아가기로 하면서 프레도를 분수대가 자리잡은 공간으로 이끌려 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저희들은 이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하자꾸나." 이 말에 프레도는 조용히 동의하는 말로써 화답을 이어가고, 그 이후로 그는 일행을 따라 분수대가 위치한 그 일대로 나아가게 되었다.
이후, 분수대의 북쪽 길목을 향해 일행을 따라 나아가며, 프레도가 그간 있었던 일을 밝히니, 그 길목에서 분수대가 위치한 방향을 따라 나아가려 하는 도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는 도중에 통로의 벽면에서부터 분출되는 냉기를 뒤집어쓰고, 그러면서 점차 얼어가면서도 길을 나아가다가 결국 완전히 얼어붙어 그 지경에 이르렀던 것. 다만, 벽면의 어디에서 냉기가 분출되는 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벽면을 따라 나아가면 위험한가 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카리나는 벽면을 함부로 따라 나서면 위험하다고 바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며, 그러면서 벽면의 가장자리에 냉기가 분출되는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다가, 바로 이렇게 의문을 표출하고 있었다.
"본래는 이런 비정상적인 냉기 발산 장치가 작동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지, 그러하지 않았으면 분명 그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있었을 테니. 이전에 지하 유적에 대한 수소문을 할 때에도 벽면이라든가, 유적 내부의 냉기 발산 장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을 뿐더러, 그 존재를 아는 이들조차 없었어."
그렇게 제기된 의문에 대해 세니아가 바로 화답을 하고서, 그간 수소문을 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그 이야기에 카리나는 바로 옆에서 동행하고 있던 세니아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렇다면, 지하 깊은 곳의 그 존재는 침입자의 도래를 알아차리고 냉기 장치까지 비정상적으로 작동시키고 있다는 것이지, 사람이 얼어붙을 수 있을 정도로."
"아마도……." 그 질문에 세니아는 그러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답을 할 따름으로, 그 이외에는 달리 답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일행이 프레도를 얼어붙게 하였다는 그 냉기와 마주하게 되었던 것은 길 도중의 어느 지점에서의 일이었다. 벽면 높은 지점에서부터 냉기가 하얀 기운처럼 바로 아래의 지면을 향해 분출되어 가는 모습이 벽면의 좌측에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냉기가 일정한 주기로 하얀 기운의 형상을 띠며, 길을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분출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다.
"프레도 아저씨께서 마주하신 그 냉기가 저 너머의 그 냉기인가요."
"맞아, 그랬었지." 그 물음에 프레도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당시에는 어떻게든 지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음을 밝히고서, 막상 지나가 보니, 견딜 수 없을 정도, 너무나 고통스러울 정도로 차가웠음을 바로 밝혔다. 장치를 파괴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으나, 이미 관광지가 된 유적 내부를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어서 적당히 냉기 분출을 피해가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였다.
마냥, 상황이 순탄하거나 하지만은 않아서 프레도가 분출되어 길을 가로막는 냉기에 노출될 뻔한 일이 있었다, 그 와중에 아무 생각 없이 프레도가 길을 나아가려 하자, 그 모습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며 세니아가 만류하는 목소리가 한 번씩 들려왔다.
"정신 차리세요! 또 얼어붙고 싶으신 거예요!?"
갑작스레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프레도가 무척 놀라기는 하였으나, 일행에게는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세니아가 그렇게 갑작스레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언제나 있어 왔음이 그 이유. 다만, 이러한 상황이 프레도에게는 그렇게 익숙치 않을 것임을 세니아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었고, 그러면서 그에게 주의를 할 것을 당부하기도 하였다 :
"아저씨께 이런 상황은 당혹스러울 거야, 목소리를 갑자기 높이거나 하지는 마."
이렇게.
냉기가 분출되는 구간들이 곳곳에 자리잡은 통로를 거쳐, 그 너머에 자리잡은 공간에 이르렀다. 한 가운데에 네모난 못이, 그 주변 일대로 작은 기둥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각 기둥 위로 하나씩 푸른 유리로 만들어졌을 조각상이 하나씩 위치하고 있었다. 조각상들은 각자 다른 형태로서,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을 묘사하고 있었으니, 그 형상의 아름다움에 카리나와 프레도가 이끌려 가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을 유혹하기 위한 장치는 아니겠지?"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세니아가 바로 우측 곁에 있던 나에게 묻자, 그 물음에 그것은 과한 생각 아니냐고 반박했다. 자신도 심하다고 여기었는지, 세니아 역시 나의 말에 대해 달리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가까이서 하나씩 형상들을 바라보니, 지나왔던 통로의 가까운 쪽에는 수영을 위한 것인 듯한 얇은 옷을 갖춘 여인과 얇은 드레스 차림을 한 여인이, 뒤편에는 화려한 드레스 차림을 한 여인과 나신의 여인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각자 다른 머리카락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외형의 모든 것들이 한결 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자연히 그 모습들에 이끌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 이름이 어찌 되나."
잠시 동안 서쪽 방향에서 여인들의 형상을 지켜보고 있던 프레도가 자신의 우측 근방으로 다가온 나를 보더니, 문득 생각이 떠올랐는지, 나를 보면서 이름이 어찌 되는지를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아르사나 베르티라고 해요."
이러한 물음에 바로 내 이름을 밝히는 대답을 하자, 프레도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뭔가 알아차린 듯이 놀라는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마치 잊고 있던 것을 다시 기억해낸 듯이.
"아르사나라면, 그 때의 그 어린 녀석이 아니던가. 그 때의 꼬마가 지금의 너란 말이냐, 그렇다면!?"
그 이름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던 모양으로, 그 이후로 프레도는 격하지는 않더라도, 바로 반가움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간 나를 처음 보는 사람으로 대해 왔던 만큼, 이름을 듣기 전까지는 내가 그 당시의 모험가 중 한 명이었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당시의 외견은 다시 만났을 때와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으니.
"그 당시에 네 외견이 어떠하였기에……."
"그 당시에는 머리카락이 짧았어, 남자아이들처럼, 그래서 남자처럼 행세하고 다니는 아이라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었지. 그랬는데, 이렇게 머리카락이 길어졌으니,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만도 해."
처음에는 나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내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프레도의 모습을 못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카리나가 어렸을 적, 샤르기스 유적의 탐사 당시 내 모습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그 당시의 외모에 대해 내가 기억나는 바에 대해 알리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고, 이어서 내가 프레도였어도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며, 프레도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주변 일대에는 상점 영역이었을 공간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가장자리 한 곳에 구역 일대의 지도가 그려진 안내판과 유리판을 통해 이것저것을 보여주는 기계 장치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안내판은 공간의 왼편 가장자리 한 곳에 있었으며, 그 반대편에 기계 장치들의 대열이 자리잡고 있었다. 세니아는 기계 장치에 더 끌린 듯해 보였으나, 나는 그것보다도 우선 안내판의 표면에 그려진 지도의 모습에 더 눈길이 가서, 그 안내판을 향해 먼저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아르사나는 안내판에 더 눈길이 가는 듯해 보이우이."
"그 구역 일대의 길목이 어떤 모습을 가지는지를 보고 싶어서요."
이후, 나를 따르면서 프레도가 건네는 물음에 그렇게 그 이유를 밝히고서, 그에 이어, 안내판에 그려진 지도의 모습을 잠시 보았다.
지도에 그려진 바에 의하면 그 일대의 구역들은 몇 가지의 큰 길을 중심으로 여러 방향으로 작은 길들의 갈래가 펼쳐져 있었으니, 큰 길을 중심으로 길을 찾다 보면 목적지로 나아가기 수월해 보였다. 주요 경로는 서쪽과 동쪽을 향하고 있었으며, 각각의 경로에서 남서, 남동을 향하는 대각선 상의 큰 길의 모습도 보였다. 북쪽 방향으로도 길이 펼쳐져 있었으나, 그 길 너머는 막혀 있었다, 아니, 막혀 있다기보다는 무언가 금지된 곳과 이어져 있음을 알리는 듯해 보였다, 길이 막혀 있음을 나타내는 경로의 끝 바로 위쪽에 무언가 쓰여져 있었던 것.
고대 문자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못 알아볼 것은 아니었다, 해당되는 문구는 대략 이러하였다 :
LAA. No Pass to Unauthorized.
LAA (El a-a, 엘아아) 는 Limited Access Authorization (Limitid Æßəs Othərizeishn, 리미티드 액써스 오서리제이션) 이라는 말로써, '접근 권한에 제한 있음' 을 의미하는 말이다. 말 그대로, 특별한 자격을 갖춘 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말로써, 현재에도 그 구역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출입 제한이 가해져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시간에까지 이러한 단속이 이루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인 만큼, 해당 시간 내에 특별 허가 하에 유적 내로 출입할 수 있었던 일행은 그 내부로 바로 들어가 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너머에 유적의 중심부가 자리잡고 있지 않겠나."
그 모습을 보며, 프레도가 그 길 너머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프레도의 물음에 대해 답을 하고서, 물음을 건네었던 프레도에게 이렇게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
"평상시에는 출입 허가가 금지되어 있는 그 너머에서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 안쪽으로 들어가 봐야 할 이유인 것이지요."
"대개 그렇지 않아? 이야기 책에서도 대개는 금지된 구역이라는 곳에서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래서 주인공들이 금지된 구역이라는 것을 찾아다니잖아,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고."
그 무렵, 나와 프레도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는지, 카리나가 나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전하였고, 그 이야기를 듣자마는 나는 우측에서 나의 곁으로 다가오는 카리나의 모습을 보며,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그에게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카리나는 물론, 곁에 없기는 하였으나, 세니아 역시 공감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의 모습을 본 이후로, 나는 세니아가 머무르고 있던 그 일대에 자리잡은 기계 장치들을 향해 다가가 보았다, 그 기계 장치가 무엇을 보여주고 있었는지를 알아보려 하였던 것.
기계 장치들은 각자가 갖고 있는 유리판을 통해 각자 다른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하 공간의 옛 모습으로 추정되는 건물 내부의 모습도 있었지만, 그러하지 않은 다른 건물 내부도 있었으며, 번화한 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리판도 있었다. 이전에 모습을 드러내었던 그 유리판이 보여주던 풍경들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샤르기스 일대가 되었을 바깥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행성계의 다른 지대 역시 보여주고 있겠지."
"분명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당연한 말일 것이라는 의미로써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였다. 지상 일대의 기계 장치들이 보여주는 것들은 대개 이러한 것들이 전부였으며, 대단히 중요한 정보 같은 것은 없어 보였으며, 그러한 기계 장치들의 모습을 보며, 지하의 중요 시설로 들어서지 않는 한, 기계 장치를 통해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라 여기기에 이르렀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러한 기계 장치들의 정보를 수록하기 위한 장치의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깊숙한 부분에 모종의 자료들을 숨겨놓고, 기계 장치를 조작해 그 깊숙한 부분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만이 그 정보들을 이용하기도 했었다는 이야기가 있더구나,"
기계 장치들의 모습을 보며, 기계 장치들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려 하는 그 때, 프레도가 기계 장치들을 열람하며 시무룩해하고 있었을 나를 비롯한 3 사람에게 기계 장치에 대해 자신이 들은 바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고, 그러면서 기계 장치들의 수록 장치들을 전부 떼어내어 장치 내부를 전부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었음을 기억하고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이 곳의 기계 장치들이 한 둘이 아니었고, 한결 같이 쉽게 내부 장치들을 찾아낼 수 있을만한 장치들이 아니었을 텐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카리나가 놀라면서 프레도가 말한 바에 대해 말을 건네었고, 이에 프레도는 주변에서 들려온 이야기였으며, 자신은 그저 이전에 들었던 바를 기억나는 대로 전해주려 하는 것일 따름임을 밝히고 있었다-처음에는 그대로라고 하였다가,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하였는지, 기억나는 대로라고 자신의 주장을 바꿔 말하고 있었다-. 다만, 그 주장을 펼친 사람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을 하지는 못하는 듯해 보였다-말을 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정말 기억하지 못했을 따름이었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것만큼은 확실했어, 유적 내부로 들어온 이들 중 일부의 목적이 그러한 것이었지, 물론 어디까지나 목표였을 따름으로, 들어온 이들 모두 실천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막연히 추측하고 있을 따름이었어."
이야기를 이어간 이후, 프레도는 그들 모두 유적에서 하고픈 일에 대해 막연한 추측만 이어가고 있을 따름이었음을 밝히고 있었다.
그렇게 기계 장치들을 둘러본 이후, 나는 서둘러 지하의 '금지된 구역' 을 향하는 문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고, 이어 세니아와 카리나 역시 그러한 나를 따라 나섰다, 프레도는 일행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이후에도 움직이지 않다가, 세니아가 다급히 부르자, 그런 세니아를 향해 뛰쳐 나아가며, 3 사람의 곁으로 오게 되었다.
이후, 그 당시에 가만히 있었음에 대해 밝히니, 3 사람의 행동에 대해, 잠시 그 앞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다시 큰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세니아가 프레도에게 유적 지하의 내부를 탐사하면서 찾고픈 것으로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과거의 탐사에서 하지 못했다가, 혼자 탐사를 해 가면서 무엇을 찾으려 하였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으로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세니아 뿐만이 아니라 나를 비롯한 3 사람 역시 정도는 달라도 궁금하기는 했었다.
"너희들은 이런 소문 들어본 적이 있어? 샤르기스의 지하에 자리잡은 옛 문명의 흔적이 숨기고 있는 '보물' 에 대한 것들이지."
어딘가에서 들었다며, 전하는 소문. 그 소문에 의하면 지하 유적의 내부에는 보물이 있을 리 없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고대 문명의 흔적인 지하의 세상에는 '보물' 이 존재하며, 다만, 지난 탐사의 여파로 인해 일대가 '금지된 영역' 으로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게 되었으며, '위험한 영역' 에 닿을 수 없는 세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포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보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다만, 그 '보물' 이라는 것의 실체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던 모양.
뭔가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이 소문을 프레도는 마냥 받아들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서, 프레도는 그 '보물' 의 실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애당초 탐사의 목적은 지하 문명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지, 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고, 그 정도는 탐험의 당사자로서, 기억하고 있었던 것. 다만, 그 '보물' 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고 싶었던 모양.
"그리고, 또 하나의 소문이 있어,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러면서 프레도는 다른 곳에서 들은 소문이라며, 그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니, 그 소문에 의하면, 지하 유적의 금지된 영역에는 고대인들이 사라지면서 잊혀진 '고대의 존재들' 이 잠들어 있다는 것임을 밝혔다, 이전에 슈라일 호수가에서 만났던 그 늙은 마녀에게서 들은 바와 거의 비슷한 이야기였다. 다만, 늙은 마녀는 '공주' 에 대한 이야기만 했을 따름이었으나, 프레도는 '공주' 이외에 또 다른 고대인들 역시 잠들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음에서 달랐다.
"그 고대의 존재들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지요?"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프레도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러하다는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을 따름임을 밝히고 있었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일행의 발걸음은 통로 의 끝에 자리잡은 문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 무렵, 지하 깊숙한 곳의 존재가 위험을 느꼈는지, 뒤쪽에서부터 마법진이 나타났다는 카리나의 통보가 들려왔다.
"아르사나! 뒤를 조심해, 마법진이 나타났어!"
"그 병기를 부르는 마법진이!?" 이에 놀라면서 뒤쪽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 나는 바닥의 곳곳에 생성된 마법진에서부터 튀어나오는 병기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 나타난 병기들의 대다수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4 족 보행형의 병기들로서, 굽힌 긴 다리를 통해 커다란 벌레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본체의 등에 장착된 포대에서부터 포격을 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였다고는 하나, 나타난 이들로는 그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인간형 병기들과 전차형 병기들도 뒤쪽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전차형 병기들은 그대로 머무르고 있었으나, 인간형 병기들은 각자의 총포를 든 채, 돌격하면서 새로 모습을 드러낸 병기들을 앞서 나아가, 다급히 자신들을 향해 돌아선 일행을 향해 먼저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우선 카리나가 돌격해 오는 인간형 병기들을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이미 그들은 각자의 오른팔을 변형시켜, 각 팔에 장치된 포대를 드러내 포격을 개시하였으나, 카리나의 방패가 그 포탄을 계속 막아내고 있었다. 포탄을 막아내어 가면서 병기들에게 다가가며, 그는 하나씩 병기들을 빛을 발하는 칼날로 베어내려 하였고, 그렇게 하나씩 병기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커다란 벌레 혹은 거미와도 같은 병기들이 각자의 포대에서부터 포탄 그리고 광선을 발사하기 시작하며, 뒤쪽의 나와 세니아 그리고 프레도를 위협하고 있었고, 이에 세니아가 프레도를 다급히 밀쳐내며 그를 위협에서 구출하려 하였고, 그러는 동안 나는 그 공세를 피해내며, 그 병기들을 향해 다가가서는 그들의 다리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며 그 다리를 베어내려 하였다.
다리가 끊어진 병기들은 쓰러지면서도 포격을 가하려 하였고, 이에 나는 포격을 가하는 병기마다 하나씩 검으로 포대를 부수어 가면서 그 공세를 없애기를 반복해 갔다. 여기에 세니아 역시 이러한 나의 공세에 가담하면서 그렇게 벌레 형상의 병기들이 하나씩 파괴되어 사라지게 되었다.
이어서 카리나가 앞서 나아가면서 본격적인 포격 공세를 가하기 시작한 전차형 병기들을 향해 맞서 서려 하면서 자신이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방패를 빛의 기운을 더욱 일으키는 것으로써 더욱 크게 만들어내려 하였다. 반구의 표면과도 같은 형상을 이루어 가면서 방패는 새하얗게 빛나며, 병기들이 발사하는 포탄 그리고 광선을 계속 막아내려 하고 있었다.
전차형 병기들이 본격적인 포격 공세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병기들이 발사하는 포탄의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어진 것은 전차들의 포탄 발사들만이 아니었으니, 전차들 사이로 인간형 병기들이 뛰쳐나와서는 오른팔의 손 대신 장착된 포격 병기에서부터 3 방향으로 포탄들을 발사하는 공세를 가하려 하였으니, 그 포탄들 역시 하나의 거대한 화망을 이루면서 카리나가 방출하는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반구형 방패에 박히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형 병기들은 금방 포탄이 다하여 전차형 병기들이 구성하는 화망 사이로 뛰어들려 하였으니, 빛을 발하는 형상을 찢어버리려 하였을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인지 포대를 대신하여 오른팔에 송곳처럼 생긴 날을 앞세우려 하였다.
일행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으니, 카리나가 방패로 공세를 막아내는 동안 나와 세니아가 각자의 방법으로써 빛의 기운 그리고 화염으로 빛 줄기와 불 덩어리를 잇달아 발사하며, 전방의 병기들에 그들이 나아가도록 하고 있었으니, 이러한 포격 공세에 맞서 발사하는 빛 줄기, 불 덩어리는 본래 전차형 병기들을 향하도록 하였으나, 먼저 맞은 이들은 앞서 돌격해 오는 인간형 병기들이었다. 마치 자신들이 일시적인 방패라도 된 듯이, 병기들은 광선 그리고 화염탄에 타격을 받으면서 불길에 휩싸이며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전차형 병기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의 일로서, 하나씩 병기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피해를 입고, 폭파되어 사라져 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카리나의 방패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으니, 방패의 빛이 점차 약해져 가면서 포탄들이 방패 너머로 도달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었다.
"카리나, 물러나 있어!"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카리나의 마력이 한계에 도달하기 시작했으며,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가는 카리나의 몸 상태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리며 방패의 생성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요구를 들어주지 못할 지경이라면 그에게 다가가 직접 그를 뒤쪽으로 데리고 갈 생각도 갖고 있었으나, 다행히도 카리나는 그러한 나의 요청을 들어줄 수는 있었고, 잠시 포격이 중단된 틈을 노려, 방패가 사라지도록 한 후에 내가 말한 대로 다급히 세니아의 뒤쪽으로 물러날 수 있었다.
카리나가 빛의 방패로 포탄을 막아내는 동안 수많은 전차들이 파괴되어 있었고, 그래서 집중 공세도 확실히 이전에 비해 약해져 있어서 방패 없이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카리나가 앞장서 포격들을 막아내는 수세 위주에서 공세 위주로 상황을 전환, 세니아가 붉게 빛을 발하는 검을 앞세우며 돌진을 개시, 백병 전투 수단을 전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 것임을 노리려 하였다.
하지만 녹록치만은 않았던 것이, 그 전차들에도 접근해 오는 적 혹은 병기들에 대한 나름의 대비 수단 정도는 갖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몸체의 하단 부분에 포대들이 장착되어 있어서 각 포대에서부터 초록색 빛 줄기들이 일정 주기로 발사되어 위협을 가하려 하니, 그들을 피해가며, 전차의 몸체를 파괴해 나아가려 하였다. 접근해 온 이후로 나는 불덩어리 그리고 수정 칼날을 하얀 빛의 기운으로써 생성하여 갑판에 타격을 가해 하나씩 이들을 파괴해 나아갔다.
그렇게 병기들이 하나씩 줄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병기들의 마지막 대열 역시 사라지면서 그들에 의한 위협 역시 일단은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된 이후, 세니아와 카리나가 앞장서서 다시 북쪽 너머에 자리잡고 있던 그 문으로 먼저 나아가려 하였고, 나와 프레도가 그러한 그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문 아래가 위험한 구역으로 알려진 탓인지 평상시에 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 문 너머로 지하의 심층 구역이 자리잡고 있어. 이 너머는 위험한 구역으로 알려져 있기에, 개방이 허락되어 있지 않고, 그래서 평상시에는 문을 굳게 닫아놓고 있지. 그러다가 내가 지하 구역에 대한 조사를 허가 받으면서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일단 받아 놓았어."
문 앞에 당도하면서 세니아는 나란히 그를 따르고 있던 카리나에게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마련해 놓았음을 밝히고서 왼쪽 치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무언가를 꺼냈다. 뒤쪽 근처로 다가가서 그가 꺼낸 것을 살펴보니, 은색을 띠는 작은 열쇠가 있었다. 세니아에게 요청을 하였던 이로부터 건네 받았던 모양.
"관리하시는 분께서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탐사대 조사 이후로 만들어진 문을 이용하는 이들은 현재까지는 없었던 모양이야. 그 말에 따르면 내가 이 열쇠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인데……."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는 것이겠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을 할 따름이었다. 그리고서 이번 일로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그에게 건네려 하였다.
"아르사나, 잘 따라오고 있지?"
이후, 세니아는 나에게 잘 따라오고 있는지 여부를 물었고,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던 나는 그렇다고 바로 화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프레도 역시 그러한 나를 따라 와서 세니아가 오른손에 든 열쇠로 문의 잠금을 푸는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그 내부로 들어서게 되는구먼."
이라고 말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앞으로는 여기저기 위험한 시설들이 많을 것이고, 병기 출몰도 이전에 비해 보다 자주 일어나는 만큼, 정말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고서, 이제는 여러모로 주의하도록 해 달라고 당부하는 말을 그에게 건네려 하였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다, 너무 걱정하려 하지는 말아."
그러자, 프레도는 자신에 대해서는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의미의 말로써 그런 나의 당부에 대한 답을 하였다.
"나도 전사이니까 말일세." 당시의 프레도는 경장이나마 제대로 갑주를 갖추고 있었으며, 검과 방패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그 정도만으로도 어지간한 적들과는 맞설 수는 있어 보였다. 다만, 그 당시도 그렇고, 그 이후로도 프레도의 무장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보이는 병기들이 잇달아 출몰하고 있었던 만큼, 그 홀로서는 위험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갑주를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그 갑주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 한계는 금방 찾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할 것임은 명백했다.
문이 열리고 그 너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난간으로 둘러싸인 기나긴 유리 통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두운 내부 공간 속에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비치되어 있으면서 파랗게 빛을 발하는 팔면체들이 비추는 통로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어둠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이는 공간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으니, 그 부분만큼은 층간 통로가 그러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
"아르사나, 네가 내려갔던 통로 역시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어?"
"그랬었지."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통로의 모습에 대한 기억 자체는 시간이 오래 지난 시점에서도 남아 있었으니, 그 구조물 자체가 층간 통로치고는 워낙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간 여러 건물들을 오가고는 했었지만 그렇게 생긴 층간 통로는 없었다. 다만, 그 층간 통로 사이에 여러 구조물들이 있었을 텐데, 그 구조물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들렀던 층간 통로에 비치된 구조물들은 그 당시의 눈앞에 보이는 것들과는 형태도 다르고, 그 구조물들은 작동하지도 않았다, 잘 기억 나지 않음이 어찌하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통로에는 화분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형 개체들과 나무가 자리잡고 있었을 구조물들이 있었고, 어느 한 지점에는 둥근 내벽에 둘러싸인 연못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어떤 구조물들 사이에는 작은 원통형 구조물이 하나씩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구조물의 8 개 방향마다 하나씩 분출구스럽게 생긴 구멍이 뚫려 있었다. 본래는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겠지만 그 시점에서는 좋은 목적을 가진 물건은 아니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저 작은 원통형 물품은 조심해야 할 거야."
구조물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직감적으로 위험한 무언가를 분출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따라서 그 구조물 근처에는 접근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고, 이에 세니아 역시 구조물의 모습을 보며 바로 그러한 나의 요청에 응하였다.
"그런데…… 저 구조물에서 대체 무엇이 방출되기에…….?"
"아무래도 냉기가 주변 일대로 분출되고 있을 거야, 프레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바로 그 냉기가 분출된다는 것이지, 그 누구라도 그 냉기에 접촉한다면 그 때의 프레도처럼 되어버릴 것임이 분명해."
그렇게 답을 하니, 카리나는 비로소 온전히 이해를 한 듯해 보였다. 그리고서 냉기가 분출된다면 자신이 방패로 그 냉기를 막아주겠노라 선언을 하기도. 이러한 그의 말에 프레도는 큰 흥미를 느꼈는지, 그를 잠시 바라보며 웃음에 잠기기도 하였다.
"그래, 그 말대로 카리나 양이 혹시나 그 냉기에 닿을지도 모르는 나를 지켜주었으면 좋겠구먼."
유적 내부의 최하층에 도달하기 위한 길목은 아래까지 굽이치며 이어지고 있었지만 길 자체는 외길로 이어지고 있어서 길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딱히 걱정을 하거나 할 필요는 없어 보였고, 그저 주어진 대로 길을 따라 나아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길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 속 공간의 곳곳에서 하나씩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각각의 마법진에서부터 하나씩 비행형 병기들이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박쥐의 것과 같다고 해야 할는지, 용의 것과 같다고 해야 할는지, 그러한 날개를 양 옆에 장착하고 있는 병기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한 날개들을 몸체 양 옆 부분에 장착하고 있다보니, 그 모양새가 마치 작은 용의 모습과도 같았다.
우선 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은 삼각 날개를 장착한 푸른 비행체들로서, 그 비행체들은 마치 벌레와도 같이 몸체 하단에 다리가 장착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중 일부는 다리로 미사일 등을 잡고 있었다. 우선 미사일 비슷한 것을 다리에 달고 있는 개체들이 접근해 왔으며, 그들이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의 상공에 도달하자마자 자신들이 다리로 붙잡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기 시작하였다.
"위험해!" 일행들은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 떨어지는 물건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그리하여 각자 통로의 여러 곳으로 흩어졌다. 프레도는 내가 나아갔던 좌측의 원통형 장치 바로 앞에 있던 원형 구조물 뒤쪽으로 나아갔으며, 그 때를 같이해 일행이 서 있던 일대로 병기들이 들고 있던 원통형 물체들이 바닥에 부딪쳐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폭발과 함께 붉은 불꽃이 착탄지들의 주변 일대로 퍼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폭발이 잇달아 이어지며 유리 표면에 충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여타 구역에서 있었던 폭발들과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유리 표면을 깨뜨리기는 커녕, 금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폭풍이 발생하고 불꽃이 여기저기 터져 나가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던 만큼, 보통 폭발은 아니었을 것이며, 그 폭발에 휩싸였을 시에는 누구라도 위험했을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비행체들은 주변 일대를 맴돌면서 몸체의 포대에서부터 초록색 빛 줄기를 방출, 그 빛 줄기들이 바닥에 부딪치고 있었다. 다시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빛 줄기들을 피해가며, 반격을 개시, 내가 여기저기 오가는 비행체들을 향해 하얀 광선을 발사하기 시작하였고, 그와 더불어 카리나가 왼손으로 방패를 생성하고 있으면서 오른손으로 빛의 기운으로써 다트를 생성해서는 그 다트로써 상공을 떠도는 비행체들을 격추시키려 하였다. 던지는 것만으로 비행체를 맞힐 수 있을 리는 없어 보였으나, 나름 유도의 특성을 갖고 있기도 했고, 내가 발사한 곡선들이 비행체들을 맞힐 때마다 경직되기도 해서 카리나가 손으로 다트로 직접 던지면서도 이들을 맞힐 수 있었다.
그렇게 비행체들과의 대치를 이어가는 동안 용처럼 생긴 비행체들이 뒤쪽 상공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입에 해당되는 기수의 포구에서부터 불길을 뿜어내기 시작, 붉은 그리고 푸른 불덩어리들이 유리 바닥에 부딪쳐 폭발하고 있었다. 뒤쪽에서부터 이어지는 불덩이 발사에 카리나와 내가 영향을 받고 있었으며, 프레도까지 내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는 틈에 빛 줄기의 폭발에 의해 놀라 여기저기 도망다니고 있는 와중에 세니아가 일행이 위치하고 있던 그 우측 앞의 원통형 구조물 위로 올라가서 자신의 검을 높이 들었다, 그 높이 든 칼의 날이 붉게 빛을 발하며 주변 일대에 그 빛을 퍼뜨리고 있었다.
그 빛에 이끌렸는지, 비행체들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붉은 빛을 퍼뜨리고 있던 세니아를 향해 불덩어리를 발사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세니아는 자신이 높이 들었던 검을 다시 들어, 그 붉게 달아오른 칼날로 자신을 향해 날아가는 불덩어리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내가 우려한 바와 달리, 그 붉게 달아오른 칼날이 불꽃에 효과가 있었는지, 불덩어리들이 칼날에 닿자마자 그 칼날에 흡수되는 듯이 사라지고 있었으며, 불덩어리가 소멸될 때마다 세니아가 들고 있는 칼날의 열기가 퍼져가고 있었다. 정말로 열기를 흡수하면서 그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는 사항으로, 칼날이 불안정하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더 나아가면 세니아도 위험해질 것 같다고 생각하며, 세니아에 공세를 집중하려는 용 모양의 비행체들을 격추하는 일에도 나서려 하였다.
그 순간, 칼날이 강렬한 불길에 휩싸여버린 칼날을 세니아가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전방 위쪽으로 휘두르니, 그와 동시에 그간 있어온 화염의 흡수로 인해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화염에 휩싸였던 그 칼날이 자신이 흡수했던 자신의 불꽃을 해방시키려 하는 듯이 비행체들이 위치한 그 방향을 향해 그 화염을 분출하기 시작하니, 그 불꽃은 수많은 크고 작은 불덩어리의 형태로 분출되니, 그 모습이 세니아를 기점으로 분출되어가는 불덩어리들로 구성된 화망이 그의 바로 앞쪽 상공에 위치한 비행체들을 덮치는 듯했다.
상공의 비행체들이 그렇게 격멸되어 가면서 다른 일행 역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그 때, 인간형 병기들이 각자의 오른팔 끝에 각자 다른 무기를 장착하면서 앞장서서 나아가려 하였던 나와 카리나를 공격 대상으로 여기고 맹렬히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해 가려 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 그들 중에는 여타 인간과 비슷한 체격을 가진 이들 뿐만이 아니라, 보통 인간보다 큰 체격-2 ~ 3 메타르 급-을 가진 이들도 있었으며, 주행 속도 자체는 보통 체격을 가진 이들보다 느렸는지, 보통 체격을 가진, 총포를 오른팔에 장착한 인간형 병기들에 비해서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에 카리나가 우선 우측의 병기들이 가하는 포격을 자신의 방패로 막아내고, 검으로 공격해 오는 병기를 베어내는 것으로 대응을 개시하였고, 그에 이어 내가 좌측의 병기들이 가하는 포격을 피해가면서 불덩어리 그리고 광선으로 반격을 개시해 공격을 가하는 인간형 병기들을 하나씩 처치하려 하였다.
앞장서 돌진해 오는 보통 체격의 인간형 병기들이 쓰러진 이후에는 거대 인간형 병기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으니, 좌우 양 방향에서부터 병기들이 동시에 몰려들어 각자의 주먹으로 광선 발사를 이어가려 하였던 나, 그리고 방패로 공격을 막을 생각이었던 나를 주먹으로 덮치려 하였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 일대로 바람이 휘몰아치기는 하였으나, 그 이외의 다른 현상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리저리 피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면할 수는 있었으나, 앞서 돌진해 나아가면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피하기만 해서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기에 다른 수를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일행이 모였던 지점 뒤로 물러나게 될 지경에 이르렀을 무렵, 그 기계 병기가 주먹을 휘두르려 할 때에 바로 바닥에 손을 짚고 앞으로 돌면서 그 팔을 두 손으로 잡은 다음에 몸을 젖히면서 두 발이 병기의 등에 닿도록 한 이후에 그대로 바닥에 착지, 그렇게 병기의 뒤쪽으로 오게 되었다.
그 너머로도 병기가 또 있을 것임은 알고 있었으나, 아직 거리를 두고 있었고, 내가 우군을 붙잡고 있기에 나를 함부로 쏘았다가는 분명 그 우군 역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임을 함부로 간과할 수 있지는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여기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 만약 기계 병기들을 지휘하는 존재일 '고대의 존재' 가 병기들을 유형에 상관 없이 그저 소모품으로만 생각한다면……?
그래서 등을 잡자마자 바로 감빛 기운을 일으켜서 오른손에 생성된 칼날로 배갑을 찌르고 할퀴어 내는 것으로써 장갑을 부수고, 동력원을 깨뜨리려 하였다. 한 번 찌르는 것으로 쓰러지지는 않았으나, 몇 번 찔러 장갑을 부수어 내고, 동력원으로 추정되는 주황색 구체를 오른손의 칼날로 부수고 움켜쥐려 하자 그 일대가 폭발하면서 그 충격으로 그 형체가 쓰러지려 하였고, 그 폭발에 의해 뒤로 밀려나 쓰러지게 되었다.
이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세니아가 붉게 달아오르는 검을 들고 쓰러진 거대 병기를 뒤로 한 채, 그 너머에서 몰려오는 또 하나의 거대 병기 그리고 인간형 병기들과 비행형 병기들과 대치하려 하면서 왼손에서부터 불 덩어리들을 잇달아 발사하려 하였다. 인간형 병기들이 폭파시켜 병기들이 불길에 휩싸이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세니아와 대치하는 거대 병기 그리고 그 옆의 병기들을 제압하기로 하고, 우선 바로 앞에서 다가오려 하는 병기를 향해 달려들어 왼손으로 그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고 오른손의 감빛 칼날로 목의 관절 부분을 베어내려 하였다. 그 목의 관절 부분을 베어내 머리를 베어내기로 한 것. 그리하여 왼손에서 칼날을 생성해 그 칼날이 병기의 왼쪽 견갑에 박히도록 하고서, 이어서 오른손의 칼날로 목을 계속 베어내려 하였다.
그 칼날이 결국 목의 관절을 끊어버려 목을 떨어뜨리고, 그로 인해 움직임이 경직된 병기의 배갑을 뜯어내고, 동력원을 움켜쥐어 폭파시키고, 그것으로써 병기를 쓰러뜨렸다. 우측의 병기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압해 쓰러뜨리며 세니아가 다른 병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세니아라면 그 정도 상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여길 수 있었다.
카리나 역시 끼어들어 공중의 병기들을 빛으로 생성한 다트로 격추시키면서 그런 식으로 남은 공중의 병기들 역시 사라지게 하였고, 그렇게 하나의 상황은 일단 일단락될 수 있었다.
"이후로도 비슷한 상황이 몇 번은 더 있겠지?"
"그러하겠지, 아마도." 상황이 정리된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빨리 돌파하자고 말하고서, 우선 뒤쪽에 숨어있던 프레도를 불렀다.
다행히도 프레도는 일행이 통로에서 처음 병기들과 마주했을 당시의 그 지점 뒤쪽 먼 구석에 숨어 있으면서 그간의 상황을 관망하다가 더 이상 병기들이 없음을 알아차렸는지 일행이 서 있던 지점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걸어오고 있었는데,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 소리에 반응한 듯, 뛰어오고 있었던 것. 그렇게 다급히 뛰면서 그는 금세 내 앞에 이르렀다.
"아아, 이제 끝난 모양이로군."
"예, 이제 안심하셔도 괜찮아요."
자신에게 다가오면서 프레도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며,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이렇게 일행이 댜시 모이자마자 일행은 다시 통로를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심상치 않다고 여기었던 원통형 장치에 다가가는 순간, 잠잠하기만 하던 장치가 갑자기 작동 개시, 자신의 주변 일대를 향해 하얀 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니, 그 증기를 향해 빛의 기운을 접근시켜 보려 하였다.
그리고, 빛의 기운이 하얀 증기에 접근하는 순간, 그 형체를 하얀 얼음 조각들이 둘러싸기 시작하니, 그 광경을 목도하자마자 나는 다급히 빛의 기운이 열기를 내도록 하면서 그 열기로써 얼음 조각들을 증발시키도록 하면서 나에게 가능한 빨리 나아가도록 하였다. 하얀 김에 둘러싸이면서 움직임이 둔해져 가기만 하던 빛의 기운이 열기를 녹이면서 다시 나의 곁으로 바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빛의 기운이 적절한 수단을 통해 그 냉기를 막아낼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그 김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난 이후-대상을 닿는 즉시 얼려버릴 수 있는 강한 냉기였다-, 그 냉기에 닿지 않을 수 있도록 빛의 기운이 원통형 장치에서부터 분출되는 냉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려 하였다. 그래서 온기로 달아오른 빛의 기운을 냉기 사이로 보내어, 등처럼 달아오른 그 하얀 빛의 기운이 자신이 품은 열을 자신의 주변 일대로 방출하면서 냉기를 차단하려 하였다. 자신의 바로 앞에 생성된 하얀 빛의 막에 의해 흐름이 막힌 냉기는 자신의 앞이 아닌 좌우 일대로 우회하기 시작했으며, 그리하여 냉기는 장치의 우측으로 집중되어 빛의 막이 자리잡은 좌측 일대가 냉기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지나가야 하겠어."
먼저 빛의 막 사이를 지나치려 하면서 카리나가 뒤따라 가던 나에게 말했고, 이어서 세니아 역시 나에게 다음에는 자신이 나서보도록 하겠다고 말하고서, 자신의 방식이 통하면 교대로 하나의 방식을 취하며 장치의 냉기를 모두 피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가장 뒤쪽에서 지나오던 프레도 역시 냉기가 분출되는 그 일대를 통과해 가니, 그리하여 일행의 모든 구성원이 그 일대를 지나치게 되니, 그리하여 역할을 마친 빛의 기운을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하고서 나의 곁으로 돌아오도록 하였다.
그 너머로는 길을 가로지르는 시냇길 모양의 무늬가 그려져 있었으며, 그 무늬가 그려진 부분에서부터 일정 시간을 주기로 깜박이는 듯이 빛을 뿜어내었다, 그 빛이 제법 강렬하여 그 끝이 내 목 높이에 이를 지경에 이르렀다. 단순한 어둠을 비추는 조명 역할을 하는 그런 장치일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수상하다는 생각에 구체의 형상을 유지하며 빛의 기운이 마침 돌아오자마자 그 빛의 기운을 바닥의 푸른 빛이 자리잡은 그 바닥 일대를 지나가도록 하였다, 일부러 빛의 기운을 주변 일대로 분출하도록 하니, 그 빛을 감지한 모종의 장치가 작동하여 위협을 행사하는지, 그 여부를 알아보도록 한 것이었다.
"별로 위험한 장치 같지는 않아 보여, 그렇지?"
빛을 관찰하는 나의 좌측으로 다가와서는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을 건네었으나, 그것에 대해 나는 달리 답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빛은 파란 빛을 발하는 바닥을 지나, 그 너머로 나아가는데, 그 도중에 난데없이 유난히 강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너머에 무언가 있는 것이 틀림 없어!"
그리고서 다급히 카리나가 검을 든 채로 빛을 발하는 바닥 너머로 나아갔다, 예상한 대로, 그 빛은 단순한 조명 장치였던 것. 그렇게 조명 바닥을 지나치고서 카리나는 내가 보낸 빛의 좌측 곁에 있으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어디에 숨어 있느냐고 외치고 있었다. 그 때, 바로 앞에서부터 4 개의 다리를 가진 전차형 병기들이 마치 벌레처럼 기어오며 차체의 상단에 자리잡은 포탑에서부터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자신들을 향해 쏘아 달라는 듯이 외친 카리나를 향해 집중적으로 가하는 포격을 카리나는 빛을 발하는 방패로써 막아내고서, 이어서 그는 포격이 잠시 멈추었을 때를 노려, 앞서 오는 전차에게 먼저 달려 들었다. 이후, 그는 검으로 포탑의 포를 먼저 공격하기 시작, 칼날로 포를 찌르기를 반복해서 부숴 내고, 이어서 포탑의 장치를 검으로 잇따라 내리쳐 부수어 버렸다.
이후, 그는 몸체를 흔들며 포격을 준비하는 자신의 좌측에 보이는 전차를 바라보며, 그 전차를 향해 건너뛰었고, 몸체에 두 손으로 잡은 칼날을 박아넣는 것으로써 매달려서는 칼날을 빼내면서 몸을 뒤로 젖힌 이후에 발부터 착지하며 올라서려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그 좌측의 전차를 대신해 우측의 전차에 공세를 가하기 시작, 다리부터 부수어 움직임을 봉쇄하고, 포탑을 부수는 것으로써 활동을 제압하는 정도로 그치려 하였다, 나머지는 전차들을 향해 달려들려 하는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에게 맡기면 된다고 여기었기에-이후, 세니아 역시 카리나가 전차들을 공격하는 그 와중에 전차 대열 사이로 파고들어서는 뒤쪽의 전차들을 향해 뛰어들려 하고 있었다-.
세니아는 우선 지표면에서 전차들의 다리를 베어서 부러뜨리려 하였으며, 그렇게 주저앉은 전차들 위로 올라타서는 장치를 카리나와 마찬가지로 검으로 찌르고 내리치는 것으로써 공격해 나아가려 하였다. 더불어서 그는 상공 일대를 맴돌기 시작하는 파리 모양의 기계 병기들-커다란 벌레처럼 생겼으나, 자세히 보니, 벌레의 형상을 가진 기계 병기들이었다-을 불덩어리를 여기저기 쏘아 보내 격추시키는 일도 하고 있었다-불덩이 뿐만이 아니라 화염에 휩싸인 돌덩이 그리고 불줄기도 잇따라 발사하며 그것들이 비행체들을 향해 날아가고, 비행체들을 추적하도록 하고 있기도 했다-.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에 뒤쪽에 있던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전차 몇 대를 타격해서 제압하는 것 이외에는. 이들의 위협은 금방 사라져 갔고, 그리하여 여정은 금방 다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간간히 전차나 벌레처럼 생긴 비행체들이 상공을 떠돌며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그 때마다 세니아가 화염을 그들을 향해 발사하는 것으로써 격추시키는 것으로써 바로 대응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리저리 굽어진 형태를 이루는 길목을 따라 나아가며, 일행은 점차 더욱 깊은 아래로 내려가려 하고 있었다. 박쥐 모양을 이루는 비행체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지표면에서도 인간형 비행체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어 일행에게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그 중에는 뒤따라 오는 프레도의 뒤쪽에서 병기들이 마법진에 의해 소환되어 프레도를 습격하는 상황이 닥쳐오기도 하였다.
물론 프레도 역시 전사였고, 그래서 녹록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잇따라 가하는 공세에 프레도는 방패로 공격을 막는 데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을 따름이었으며, 그나마도 충격탄이 한 번 박히고 그것이 터지면서 뒤로 밀려나면서 더 이상 그 공세를 막을 수 없게 되자, 카리나가 그러한 프레도를 대신해 다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와서 그 공격을 막아내야만 했다.
이후, 잠깐 동안 포격이 멈춘 틈을 노려, 카리나가 프레도에게 반격할 시간이 왔음을 알렸고, 이에 프레도가 카리나의 방패를 지나, 병기들을 향해 다가가도록 하였다. 검을 들고 병기들의 갑주 사이를 검으로 치려 하였고, 이를 통해 포격을 미처 하지 못하는 병기 몇을 제압할 수 있었다. 비록 하급의 인간형 병기들이었다고는 하나, 그 정도라도 제압이 가능했음이 자랑스러웠는지 쓰러진 병기들을 앞에 두고 무척 기뻐하기도 했다.
"나도 전사라고,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그렇지 않나."
달리 마땅한 수단이 없었으면 프레도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을 리가 없고, 평범한 무구로 기계 병기들을 제압한 그의 활약 상에 대해 좋은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후, 세니아가 쓰러진 병기들을 향해 다가가서 손에서 불꽃을 일으켜, 그 불꽃으로 쓰러진 병기들을 불태워 버리는 것으로써 전투 상황을 마무리지으려 하였다, 그 열기 때문에 병기의 동력원이 폭주했는지 병기들이 불타는 그 일대가 폭발, 그렇게 폭발하면서 쓰러져 있던 병기의 형체가 조각나며 해체되는 광경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원통형 장치에서부터 분출되는 냉기와 틈만 나면 습격해 오는 병기들을 지나쳐 가며 길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지만 그 동안 전투 그리고 위협만 목격했던 것은 아니었다, 난간에 일정 간격으로 자리잡고 있는 장식 구조물 위로 하나씩 자리잡은 보석처럼 생긴 장치들을 비롯한 조명 장치들이 발하는 푸른 빛과 그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있던 유리 구조물들의 아름다운 광경들이 눈앞에 항상 아른거리고 있었으며, 투명한 물로 채워진 인공 연못의 모습을 보며, 그 투명한 모습에 이끌리기도 했었다.
통로의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을 무렵에 발견한 자그마한 원형 연못 앞에 이르렀을 무렵, 그 부근에 머무르며 잠시 쉬려 하고 있었는데, 그 도중에 프레도를 제외한 나를 비롯한 세 사람이 연못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연못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세니티아(Senitia) 성계라고 알고 있어?"
"알고 있지, 그런데, 난데 없이 세니티아 성계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야?"
연못을 둘러싸며 세 사람이 서 있는 동안 세니아가 세니티아 성계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카리나가 무슨 이유라도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세니아가 답으로써 이야기 하기를, 그 투명한 물을 보더니, 세니티아 성계 일대에 대한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는 것. 그 성계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닥쳐오면 거주민들이 전부 사라지며, 그래서 침입해 온 이들이 거주민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그 정령들이 물이나 대기 혹은 불에 동화되는 형태로써 숨어 있기에 찾아낼 수 없다는 거야."
그리고서 세니아는 어떤 무리가 침입해 왔을 때, 물의 정령들이 투명한 물에 동화되어 있다가 그 침입자들을 습격하는 상황이 문득 떠올랐음을 밝히고서, 그와 더불어 다소 무서운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음을 이어 밝혔다. 정령들이 소정령을 물이나 공기 중에 스며들게 해, 그 소정령들이 침입자의 몸에 물과 공기 등을 통해 침입하도록 할 수도 있음이 바로 그 이야기였다.
"일종의 기생 생물 같은 것이려나."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다. 그 소정령들은 기생 생물처럼 활용해 숙주의 생기를 빨아들여 소정령이 성장하게 하는 것으로써 대상을 죽게 만들고, 그 육신의 껍질이 벗겨지면 정령이 탄생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비유하기를, 곤충의 우화 과정과도 같다고.
"곤충이라서 망정이지, 우리 같은 이들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 보면 정말……."
이후, 카리나는 상상을 해 보았는지, 꽤나 소름 끼친다는 감정 표현이 그 표정에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리나는 어지간해서는 정령들도 그런 일을 벌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고, 이에 세니아 역시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침입자들이 정도를 넘어섰다고 판단될 때에 그 수단을 활용하려 하는 모양인 것 같다고 그들의 의도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그 일대의 경관이 의외로 괜찮은 편에 속하기는 했으나, 언제까지 층간 공간에 머무를 수는 없었고, 그래서 잠시 머무르고 있다가 다시 그 일대를 지나, 아래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나아가게 되었다.
"고대의 존재들은 분명 저희들의 풍습에 익숙하지는 않겠지, 그렇지 않나?"
"그러하리라 생각해요."
하층과 이어진 출입문과 인접한 구역에 이르는 동안 어느새 프레도가 앞장서서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따라 나서면서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프레도는 벌써부터 고대인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던 모양으로 어떤 고대인들이 자신의 눈앞에 보일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예상을 해 보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기도 했다.
그 무렵, 나는 고대인들에 대해서는 별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었으니, 아직 도달하려면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할 형편이라 고대인들에 대한 기대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 여기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 도중에 어떻게 병기들과 마주할지 알 수 없는 사항이기도 했고. 다만, 슈라일 호수의 마녀가 언급하였던 그 '공주' 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많은 것들이 변해 버린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기대 혹은 걱정만큼은 기억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것이 이번 고대 유적 탐사의 목적, 그 일부이기도 했다.
"그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은 있나?"
"아니오, 딱히 그런 생각까지는……."
사명감까지는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다만, 소문 그리고 전승으로만 들은 고대인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구출해야 한다니 뭐니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대답을 들은 이후, 프레도는 자신은 내가 유적으로 오면서 그러한 사명감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하고서 이상한 욕심 같은 것이 생길 줄 알았는데, 그러하지 않았다면 다행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음이 머쓱해졌는지, 바로 목소리를 바꾸면서 나를 향해 이렇게 덧붙여 말하기도 했었다 :
"그러고 보니, 자네는…… 그 베르티 일가의 종손이라 했던가, 그런 아이에게 실례되는 말을 했구먼, 허허……."
"그렇기는 한데……." 나는 베르티 일가의 종손임을 딱히 의식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 말을 들으면서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멋적께 웃음을 짓기도 했었다. 그 때, 세니아가 프레도에게 말하기를 :
"그 자신도 그렇겠지만, 그와 가까운 모든 이들은 집안 배경이라든가, 그런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 왔어요, 그런 것들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전혀 가까워질 수 없다, 라는 것이 일종의 신조 같은 것이었어요."
"그랬구먼……." 이에 프레도는 조용히 웃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일행은 지하 첫 층과 둘째 층 사이의 통로 끝에 위치하고 있는 출입문을 지나, 그 너머에 위치하고 있는 지하 공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여기가 그 지하의 중심부가 자리잡은 공간, 맞지?"
통로를 통과해 새로운 공간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할 무렵, 카리나가 앞장서 그 공간 앞에 다다르며 물었고, 이 물음에 하층부에 도달한 기억이 있던 내가 그의 좌측 곁에 있으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그 기억을 되짚으며, 조용히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이전에 있었던 일, 소르나의 목소리가 이어갔던 중심부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해 보려 하였다.
8 개의 길목 중에서 북방의 3 개 길목들, 그 중에서 정북 방향인 아르사나 씨께서 선택하신 그 길목이 지하의 중심부와 연관되어 있음은 분명해요. 다만, 그 너머에도 여러 길목들이 있고, 그 중에서는 북서, 북동의 길목을 통해 나아갈 수 있는 곳들과 연관되어 있는 길도 존재하지요.
중심부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본래는 특별한 권한을 가져야만 할 필요가 있지만 그 권한이 없다면, 시설 내부의 장치를 조작하는 것으로써 언제나 문을 열어놓는 상태로 만들 수는 있지요, 이를 위해 특별한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 당시의 대화는 일행이 중심부에 도달했다고 여길 무렵에 이어질 것이라 말하며, 소르나는 잠시 동안 나와의 통신을 중단했었다. 그러다가 이제 중심부에 막 도달하게 되면서, 이렇게 일행이 길을 나아가는 동안 소르나는 나를 비롯한 이들이 어디까지 나아갔을지에 대해 어떻게 예상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발걸음을 더욱 앞으로 옮기어, 지하 공간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바로 위층의 공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바닥과 내벽 그리고 공간 곳곳에 자리잡은 기둥의 표면이 푸른 유리로 구성되어 있음은 이전 층과 크게 다르지 않기는 하였으나, 계기판이나 전산 기계 장치를 비롯한 기계 장치를 연상케하는 모습이 더욱 눈에 띄었고, 벽면 곳곳에 하얀 글자들이 쓰여진 모습이 보였다. 그 하얀 글자들의 모습은 대략 보아서는 어떤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없기는 하였으나, 대략 보아서는 경고문처럼 보였고, 이러한 문구들이 그 공간 일대가 중대하게 여기어지고 있었음을 알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와 더불어 공간 곳곳에는 유리 탁자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으며, 탁자 안에는 자그마한 기계 장치들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큰 원반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부터, 자그마한 막대기와 같은 형태를 갖춘 것까지, 형태는 다양했으며, 그 중 대다수는 금속 상자와 같은 형태를 이루는 것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세니아와 카리나 역시 이러한 장치들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것들, 소위 말하는 '기록의 보관' 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장치의 일종인 것이지?"
"그렇지."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카리나와 세니아 모두 그 장치에 대해 어느 정도 이상은 알고 있었던 모양으로, 카리나는 해당 장치들에 대해 전산 장치들이 해당 정보들을 글이나 그림 등을 작은 전기 신호의 형태로 전환하고, 해당 신호들이 차지하는 영역 자체가 아주 작기에 그 많은 정보를 수록할 수 있음도 알고 있었다.
"도시의 유적 관리인 분께 이것들을 가져다 주면 되겠지?"
"그러하겠지, 그들을 비롯해 관심을 가진 이들이야 적지 않겠지만 그 존재를 알거나 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는 않다고 하니……."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가 그렇게 답을 하면서도, 가능하다면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 유적 관리인을 비롯해 유적의 '기록 매체들' 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모든 이들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임을 이어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정보들, 유적에 대해 얼마나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을까."
이러한 기록 매체들의 모습을 잠시 보고 난 이후, 다시 발걸음을 옮길 무렵, 앞장서 나아가는 나의 바로 뒤를 따라 나아가던 세니아로부터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 역시 정보의 중요도에 대한 구분을 하고 있었을 것이며, 정말 중요한 정보라면 사람들이 쉽게 찾지 못하도록 숨겨두거나, 아니면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려 하였으리라는 것이었다.
"…… 예를 들면, 사생활 기록이라든지."
카리나로부터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로 인해 웃음이 나오기도 했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하니, 그러한 정보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기는 했다, 중요한 곳이라고 해서 사생활 기록이 숨겨져 있지 않을 리가 없었을 테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일대에 있는 자료들 중에서도 사소한 정보들을 기록한 자료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 역시 할 수 있었다.
내부의 곳곳에 자리잡은 각종 수납장과 책상의 서랍 내부에는 기록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들 이외에도 유리잔들과 유리로 만들어진 가는 관들, 그리고 유리와 같은 투명한 재질로 이루어진 판들과 끄트머리에 접속구로 추정되는 장치가 장착된 굵은 줄, 옛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된 그림이 그려진 종이 등이 있었으며, 수납장, 책상 위에는 책들 역시 놓여 있었으니, 대개 손으로 가볍게 들기에는 버거운 두께의 책들로서, 대개는 책장에 꽂혀 있었으나, 상 위에 놓인 것도 있어서 그것들만큼은 어떤 내용인지 보기 위해 잠시 펼쳐 보았다.
The Project : Gene Preservation and Succession for the New World.
- Dhə projekt, jihn prisəhveishn ænd səxeshn foh dhə niw wəld.
- Afiyzeh : Shæy lurɨl üha genos laridul glo they-'mi.
(아피제 : 섀이 루릘 위하 게노스 라리둘 글로 세이으미)
"유전자 보전과 승계 계획에 관한 글이로구나."
글의 제어를 보며, 그 기나긴 글이 무엇을 위해 쓰여진 글인지를 알 수 있었으니, 샤하리아에 자리잡은 빛의 나무, 그 밑둥 아래에 자리잡은 비석과 관련이 있을 것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 이후로 브리태나(Britæna) 어로 쓰여진 이 글은 게노스(Genos) 의 보관과 이를 위한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으니, 구 세계에서 관련된 일을 위해 이러한 책들을 참조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르사나, 이 책을 봐봐."
"왜?" 그 무렵, 카리나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무슨 일인가 싶어 가 보니, 카리나가 나의 바로 옆에서 두꺼운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크고 두꺼운 책인데, 어떻게 옛날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핸드북이라 칭하는 거야?"
그러한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이 행성계의 사람들에게 '핸드북(Handbook, Haendbuk, Sonyebibli)' 에 해당되는 말은 존재하지만,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브리태나 어에서는 '안내서' 를 의미하는 말이지만, 이 행성계에서는 사전적이 의미 그대로, '손에 들 수 있는 가벼운 책' 이기에-안내서를 의미하는 단어로는 'Zədribibli' 가 있다-. 그래서 '핸드북' 이라는 말을 처음 보면서 카리나가 당황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 책도 잠시 살펴 보니, 신체의 냉동 보존 기술에 관한 항목이 카리나가 펼친 장에 기록되어 있었다.
"여기 있는 거의 모든 기록이나 논문 등은 브리태나 어로 구성되어 있음이 틀림없어 보여."
그러는 동안 세니아가 책에 쓰여진 문구를 보면서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세니아는 브리태나 어로 기록된 문구 등을 통해, 중요 시설 내부의 모든 인물들은 해당 언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래서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써 의사 소통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내고 있었다.
구 세계에서 브리태나 어의 위상이 어떠한지는 이미 여러 역사의 기록을 통해 충분히 알고는 있었기에, 이 곳에 남아 있을 고대인들 모두가 그것을 모어로 삼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으나, 그럼에도 의사 소통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것은 그렇고,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만 가능하지 않나."
이후, 내가 책을 내려놓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어, 벽 좌측 통로를 지나, 벽 너머에 자리잡은 대문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순간이었다. 그 무렵, 나를 따라 나아가던 프레도가 그간 나를 비롯한 일행이 열람해 왔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한 바에 대해 물으려 하였고, 이 물음에 나를 따라 나아가던 세니아가 나를 대신하여 답을 하니, 구역의 성격 상, 어려운 단어들이 나열된 책들이 놓여 있을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 곳에 있는 '공주' 역시 어쩌면……."
이후, 프레도가 건네는 물음에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일행은 굳게 닫힌 유리문 바로 앞에 이르렀다. 하나의 커다란 판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해 보이는 문, 그 문에는 문고리라든가, 열 수 있는 장치 같은 것이 없어서 문을 열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해 보였다.
"문 앞에 있으면 문을 열기 위한 문제 같은 것이 공간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까."
그 무렵, 카리나가 나에게 그렇게 질문을 건네었고, 이 질문에 나 역시 동의의 뜻을 드러내었다. 그 무렵, 왼팔의 팔찌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그에 이어, 그간 들리지 않았던 소르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모두, 첫 번째 관문에 도달하신 듯해 보이네요."
그리고서, 소르나는 문 앞에 잠시 머무르고 있어 보라고 부탁을 하였고, 이에 일행 모두 유리 문 앞에 잠시만 머물러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과연 그 유리문의 표면, 그 한 가운데 부분에 새하얀 빛이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빛이 유리판 내부의 공간을 떠돌며, 선을 그리기 시작, 그리고 선을 그리다가 이동하기를 반복하며, 가로, 세로 방향으로 5 개씩의 정사각형 모눈이 그려진 하나의 커다란 격자 무늬를 생성하기에 이르렀다, 그 격자 무늬를 생성하고서 빛은 그 위로 이동하더니, 하얀 빛으로 이러한 문구를 생성하고는 사라졌다.
Touch the grid in screen to make right figure, and you'll get permission.
- Təc dhə grid in skrihn tu meik rait figə, ænd yu'l get pəmishn.
- Lascina an tablal gantijyekho barmihn ßɨl üshinala, tum permißial ədeila.
(라시난 타블랄 간티졔호 바르민 씔 뤼시날라, 툼 페르미씨알 어데일라)
"이 25 개의 사각형으로 특정한 하나의 문자를 만들면 된다는 말이지?"
어느새 문 앞에 이른 카리나가 문의 유리 표면에 쓰여진 문구를 보며, 바로 우측에 있었을 나를 향해 물음을 건네려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 물음에 내가 조용히 그렇다고 답을 하자, 카리나가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었다.
"이 25 개 칸으로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로 몇 개가 있으려나."
"…… 차라리 답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을 찾아보는 편이 어때?"
마치 농담처럼 묻는 질문에 나를 대신하여 세니아가 면박을 주는 듯이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자신이 먼저 문을 대신해 그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는 주로 유리판이 장착된 기계 장치들을 살펴보고 있었으니, 기계 장치의 유리판이 문제의 답을 줄 것이라 믿고 있었던 모양.
"작동도 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이에 그런 그를 따라 나서며 그의 동태를 살피다가 카리나가 장치를 작동시켜 놓고서도, 그 장치를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그런 그의 뒤에서 조용히 그를 비웃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기계의 유리판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정답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여기며, 다른 기계 주변의 책상 표면 그리고 책상 안쪽, 서랍장과 옷장에 책까지 뒤져보기 시작하였으나, 정답을 암시할만한 것은 작은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 공간에 놓인 기계 장치들은 4 각형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구석마다 1 대씩으로 전부 4 대였다. 4 대가 한결 같이 같은 모양새를 드러내고 있었고, 근처에 똑같이 생긴 책상과 서랍장 그리고 옷장이 하나씩 비치되어 있었으며, 기계의 상태를 나타내는 유리판에 보이는 것도 한결 같았다-후술하는대로, 암구어를 맞히라는 문구를 보여서 그렇지-. 다만, 책상 위 책장에 놓인 책들의 배치 상태는 각자 달라서 4 대의 기계가 각자 다른 용도로 활용되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기는 했다. - 대다수는 브리태나 어로 기록된 책이었으나,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고,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기록된 것도 있었다. - 그 책들을 뒤져 보면 무언가 나올 수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는 했겠으나, 정답을 암시할만한 것을 찾아보거나 하지는 못했다.
서랍장에는 대개는 종이 더미들이 쌓여 있거나, 상자들이 놓여 있었으며, 글이 적힌 종이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책처럼 무언가 의미 있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는 않아 보였으며, 옷장은 대개 비어 있었지만 옷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있기는 했지만 그 옷가지들에서 문제의 답을 암시할만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아르사나, 뭐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정답을 암시할만한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 하에 나는 여전히 유리판에 그려진 하얀 선들로 구성된 칸들을 토대로 이것저것 그려보기로 하고, 칸들을 하나씩 눌러보았다. 누를 때마다 칸들이 하얗게 빛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 가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칸들에 변화를 주어 가면서 이것저것 문양을 만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창문 모양을 만들기도 했고, 그 이후로 마름모, 삼각형 등의 다양한 도형들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으나, 정답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 카리나가 나의 뒤에서 다가와서는 대체 무슨 쓸모 없는 짓을 하느냐고 물음을 건네고 있었던 것,
"정답을 알만한 무언가가 없다면 이렇게라도 해 봐야 하잖아. 혹시 몰라, 정답이 이렇게해서 나올지."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핀잔만 주지 말고 찾아 달라고 당부의 말을 건네자, 본인도 무안했는지 바로 내 곁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계속 시도를 해 보다가, 결국 포기를 하고, 이번에는 내가 기계 조작을 시도해 보다가 포기한 세니아를 대신해 기계 조작을 시도해 보려 하였으며-나를 대신해 책상과 서랍을 뒤져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유리판이 '암구어를 넣으라' 라는 문구를 보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러면서 세니아가 암구어를 맞히는 데에 실패해서 기계 조작에서 헤매다가 포기했다고 여기고 있었다-그렇게 쉽게 헤맬 이가 아니었을 텐데-. 그렇게 나 역시 그저 암구어를 넣으라고 말하는 유리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 그 때, 왼팔의 팔찌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암구어를 찾지 못하시고 계신 것 맞지요?"
"그래." 소르나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 장치가 정답의 실마리를 품고 있는 것 같지만 장치의 이용을 더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고서, 암구어만 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소르나는 환하게 웃는 소리를 내더니, 나에게 서랍장과 옷장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바로 답을 하였다.
"서랍장에는 대개 상자나 종이들이 쌓여 있었고, 옷장은…… 어…… 옷이 걸린 장이 하나 있기는 했어."
그러자 소르나의 목소리가 그런 나에게 말하기를, 옷에 종이 같은 것을 숨긴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숨겼다고 하더라도, 걀아입을 때마다 늘 꺼내고는 했었다고 말하고서, 그것을 잊거나 한 적이 없었음을 이어 밝혔다.
"맞아요, 아르사나 씨는 그런 면에서는 늘 치밀하시기는 했어요. 하지만, 아르사나 씨께서도 학교에 계시며, 보셨을 거예요, 옷가지 안에 종이 같은 것을 넣어두었다가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그랬었다, 학교 근방의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할 때-아잘리도 그 무렵에 친해지기 시작했다-, 1 주일에 2 번은 세탁 담당을 맡고는 했었는데, 그 때마다 옷가지에 종이라든가 연필 심지어는 지폐까지 미처 꺼내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한 번씩은 있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주머니 안의 모든 것을 꺼내두는 것을 습관화했던 나로서는 웃음칠 일이었지만 그것을 딱히 내색하거나 하지는 않았었는데, 그 때가 떠올랐었다.
- 주머니에서 물건을 발견하고 나면, 나는 그것들을 꺼내지 않고, 다시 제자리에 넣어두고서는 그대로 세탁기에 넣어 버리고는 했으니, 그것에 대해 굳이 변명을 하자면, 옷을 맡기는 학생들이 물건을 세탁하기 전에 꺼내두는 습관을 그 일을 계기로 가져줄 것을 바란다는 생각도 있었음을 밝힌다. 그 일로 인해 관리인 분께서 그런 나를 대신하여 원성을 듣고는 하셨으니, 그것에 대해 관리인 분, 그리고 학생들에게 늦게나마 미안했음을 밝히고 싶다.
또한, 소르나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종이 및 문서에 암구어 같은 것을 적어놓는 경우도 있었음을 밝히고서, 대개는 보안 등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음을 밝힌 이후에 서랍장 안의 문서들도 꼼꼼히 살펴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는 그 때, 북서쪽 방향에서부터 세니아가 나 그리고 카리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사나!!! 카리나!!! 이리 와 봐!!!"
"아르사나 씨, 세니아 씨께서 부르시네요, 그 분을 만나 봐요."
그 무렵, 세니아는 북서쪽 구석에 자리잡은 기계 장치 부근의 옷장 근처에 서 있었으니, 그 옷장의 열린 문 너머로 옷장 안의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세니아가 그간 옷장 안의 옷가지들을 거칠게 뒤지고 다녔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 세니야의 곁에 왔을 때, 카리나 그리고 그간 공간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서 있던 프레도 역시 세니아의 바로 앞으로 오고 있었으니, 세니아에게 무엇을 발견했느냐고 물어본 이도 나나 카리나가 아닌 프레도였다. 이런 그의 물음에 세니아는 문제의 답과 연관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림 같은 것이 그려진 종이가 있었음을 밝혀내고서, 그와 더불어 한 구석에 숫자도 쓰여 있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세니아가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보여주겠음을 밝히고서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접혀진 종이를 펼쳐 그 안의 것들을 보여주었다.
O O O X X
O X O X O
O O O O O
X X O X X
O X O X X
- FAYONJI
"파욘지……?"
"페이언지 (Feyənji) 같아, 브리태나 어로는 그렇게 부르지 않아?"
카리나의 물음에 세니아가 답을 하는 동안, 나는 세니아가 보여준 그 종이의 내용물을 보며, 아래 쪽의 단어는 분명 암구어와 관련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암구어는 숫자로 입력해야 했지만 문자의 순서를 숫자에 대응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두 가지 경우의 수가 떠올랐고, 그 경우의 수를 입력해 보기로 했다. 위쪽의 배치는 아마도 정답 그 자체였을 것이었다.
이후, 나는 북서쪽 기계 장치로 다가가 암구어를 이렇게 써 보았다 : 61251514109, 이렇게 11 자리 숫자를 하나씩 적어 보았지만 틀렸으니, 그 때에 세니아가 12 자리 숫자를 써야 한다고 충고를 해서, 다시 한 번 숫자를 이렇게 입력해 보았다 : 061251514109 - 0 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적었던 것. 그러자 기계 장치가 틀렸다는 문구를 대신해 유리판에 이러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
O O O
O X O
O O O
그렇게 기계의 암구어를 하나 맞힌 이후에, 나는 그 암구어를 모든 기계들이 공유하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시험해 본 결과, 암구어는 같았고, 그래서 모든 기계 장치들이 보여주는 그림을 다 볼 수 있었다 :
O O O O X X O O O O O O
O X O O X O X X O O X X
O O O O O O O X X O X X
그 기호들을 보며, 나는 늦게나마 실마리를 잡은 것에 대한 감탄을 할 수 있었다. 그 기호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정답으로서 만들어야 했던 것. 아마도 문제를 보여주자마자 한결 같이 이런 기호들을 보여주도록 기계 장치들의 역할이 정해져 있었던 모양. 그리고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가 문을 열었음을 알리자마자 기계 장치들이 문구들로 가득한 아마도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때를 같이해 세니아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니, 이러하였댜 :
"아르사나! 문 열었어, 어서 가자!!!"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돌아보니, 어느섀 세니아와 카리나가 문을 열고, 세니아가 열린 문 앞에서 나를 향하며 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오라는 듯이 오른손을 높이 들고 흔들면서 부르는 모습에 바로 그를 향해 뛰어왔다. 그 무렵, 프레도가 카리나가 있는 곳으로 뛰어왔고, 그 모습을 보며, 그들보다 앞장서서 문 너머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첫 관문을 통과하셨군요."
"다소의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이후, 왼팔의 팔찌가 빛을 발하며 팔찌에서 소르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고, 그 목소리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하고서, 몇 개의 관문을 더 통과해야 중심부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소르나의 목소리가 그것에 대한 답을 하였다.
"앞으로 4 번은 더 거쳐야 할 거예요, 중심부에 이르기까지 5 개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는 기록이 있어요."
"그래……?"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용히 한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의 도형 만들기 문제가 중심부 진입을 위한 첫 관문이었을 텐데, 가장 쉽다고 할 만한 첫 관문부터 그 정도였으니, 그 이후의 관문들은 어느 정도라는 것인지가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중심부에 도달하고, 중심부에 있을 일들과 마주하기도 전에 지치는 것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전에는 기계 장치를 이용해야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문제였지요. 이번에는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러하니, 기계를 향한 접근부터 우선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첫 관문 때에 비하면 이전보다는 더욱 빨리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서도 물론 문제를 잘 파악한다는 전제를 갖출 수 있다면, 첫 관문 때에서처럼 헤매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드러내는 소르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두 번째 공간에 들어섰다.
이후, 나는 뒤따라 온 세니아에게 문제의 답이 적혀 있던 그 종이는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세니아는 옷장을 뒤지며 옷걸이에서 빼낸 옷들을 다시 정리하는 동안, 다시 옷 안에 넣어두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여담삼아서 걈빛을 띠는 정장의 겉옷, 그 앞 주머니에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것에 대해 더 밝히기를, 세니아는 옷의 주인들이 앞 주머니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에 꺼내 보다가, 잊어버린 모양이라고.
두 번째 공간은 바닥의 한 가운데에 격자 무늬가 그려져 있었으니, 가로 6 줄, 세로 6 줄이 교차하는 무늬가 25 개의 정사각형을 생성하고 있었다. 선에 둘러싸인 정사각형 바닥은 밟을 때마다 패이고 있었으니, 그 바닥을 눌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임을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일행이 한 명씩 두 번째 방에 이르는 동안 두 개의 문으로 구성된 유리 문, 그 왼쪽 부분의 표면에서 하나의 글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으니, 'P' 였다. 이 글자는 5 초 즈음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고, 그 이후로 오른쪽 부분의 표면에서 'U' 라는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 글자 역시 5 초 즈음 시간이 지나자마자 사라졌다.
좌우 교대로 하나씩 글자가 나타나기를 반복해 4 개의 글자가 차례로 나타나기 시작하니, 글자의 배치는 아래와 같았다 :
P - U - S - H
왼쪽에서부터 P 와 S, 그리고, 오른쪽에서 U 와 H 가 나타난 것.
"페(Pe), 우(U), 에스(Es), 하(Ha). 그렇다면 만들어지는 글자는 'Push', '눌러라' 이려나."
이중적 의미를 가지는 단어일 것임이 분명했다. 하나는 'Push' 라는 단어가 가지는 사전적 의미로서 '발판을 눌러야 한다' 였을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글자 그대로 P, U, S 그리고 H 라는 글자를 차례로 발판을 누르는 것으로서 생성해야 함이었을 것이었다.
이러한 의미는 나 뿐만이 아니라, 카리나를 비롯해 두 번째 방으로 들어온 이들 모두 파악은 하고 있었다. 다만, 프레도는 글자들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눌러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하였으나, 어떻게 발판을 눌러야 하는지는 카리나가 가르쳐주어서 알았다.
"그러니까, P 와 U, S, H 를 순서대로 발판을 눌러 만들어내면 된다는 것이지?"
"그렇겠지." 그러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 이후로 바로 발판을 눌러보자고 말하면서 앞쪽의 좌측 한 구석에 위치한 발판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차례로 발판을 눌러가기 시작했다, P 를 구성하는 하나의 선을 만들어가기 위함이었다. 발판은 한 번 눌러지고 나면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그 흔적이 사라져서 어떤 발판을 눌렀는지, 어떤 발판을 누르지 않았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어야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기억할 수 있어 보였다.
P 를 완성한 이후로 이어서 U 와 S 그리고 H 를 발판을 눌러가며 차례로 완성해 갔으며, 그렇게 H 를 완성하기 위해 문 근처, 우측의 발판을 누른 이후에 격자 무늬가 그리는 발판들을 떠나 나를 지켜보고 있던 일행의 곁으로 돌아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잖아."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카리나-당시, 나의 왼쪽 근처에 있었다-의 말대로, 바로 앞의 문이 보이고 있는 것은 처음 들어왔을 때, 아니, 내가 처음 발판들 중 하나를 눌렀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언제 내가 무엇을 했느냐는 것처럼 문들은 여전히 글자들의 모습을 보일 따름이었다, 마치, 내가 그간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처럼.
'어째서지, 이것이 분명 정답일 텐데…….'
이러한 문의 모습을 보며,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해 난감해하던 그 무렵, 세니아는 그런 나의 오른쪽에서 문이 반복해서 보이는 글자들-PUSH-의 모습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글자의 모습을 바로 바꾸지 않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 생각난 바가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때, 그의 왼쪽 건너편에 있던 카리나가 그런 세니아를 보면서 물었다.
"무엇을 생각한 거야?"
"글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간격이 5 초 정도 되잖아, 그래서 생각난 거야."
그리고서 자신이 생각한 바에 대해 말하기를, 글자가 나타난 5 초 동안 발판으로 글자를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고 자기가 생각한 바를 바로 말했다. 그리고 P 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에 5 초간 글자를 완성해 보자고 말했다.
"발판 누르는 순서는 상관 없지?"
그러자 카리나가 바로 그렇게 물었고, 이에 세니아를 대신해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나는 위쪽부터 완성하려 했으며, 반대로 하더라도 상관은 없어 보인다고 이어 말을 건네었다.
"그런데, 방향이 반대로인 것 아니야?"
이후, 카리나는 문득 생각난 바가 있었는지 내가 구상한 방향이 잘못된 방향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였으나, 세니아는 일단 내가 생각한대로 해 보자고 말하고서, 또 틀리면 그 때에 방향을 반대로 해 보자고 청했다. 그 이후, 다시 P 가 나올 때까지를 기다리다가, H 이후로 5 초 시간이 지나, 우측 문의 H 가 사라지고, 다시 P 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마자 카리나가 세니아에게 알렸다.
"세니아! P 가 나타났어, 빨리!"
"알았어!" 이에 세니아는 바로 공간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발판들의 배열에 도달해서는 왼편의 발판들부터 차레로 누르기 시작하였다. 그 무렵, 나 역시 배열의 우측 부분에 이르러서 우측 구석의 앞쪽, 그리고 가운데까지 발판들을 차례로 누르고, 이어서, 한 가운데까지 발판들을 눌렀다. 그 이후로 내가 뛰어서 발판 배열의 우측에 이르는 순간, 세니아 역시 앞쪽의 가운데에 위치한 발판을 누르고 바로 발판의 근방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세니아, 바로 시작해! 그 다음은 U 야!"
그러자 나와 세니아가 동시에 좌측, 우측 방향에서부터 발판들을 누르기 시작, 세니아는 좌측의 발판들을 누르고서 발판을 빠져나오고 있었지만, 그것을 미처 인지 못한 나는 뒤쪽의 한 가운데까지만 누르고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 때, 카리나가 그런 나를 보며 다급히 외치니,
"아르사나!!! 세니아는 그 두 번째 발판 안 눌렀어, 네가 눌러, 빨리!!!"
그제서야 나는 세니아가 직선상으로만 움직였을 것임을 알아차리고서 남은 옆 발판까지 눌렀다. 주어진 시간은 5 초, 조금만 늦었으면 실패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S.
S 는 한 사람만 나서도 된다는 판단 하에 두 번째 때에 나중에 발판을 누른 내가 나서기로 하였다. 발판 배치를 조심하면서 뛰어 나아가며, S 완성. 마지막 H 는 3 사람이 나서기로 하고, 우선 나와 세니아가 좌측, 우측의 발판들을 일직선상으로 뛰었고, 그 다음으로 카리나가 가운데 배열의 2, 4 번째 발판들을 순서대로 누른 후에 그 앞의 발판을 건너뛰면서 발판 밟기를 끝냈다.
H 가 나타나 있는 동안 H 를 완성하고, 그 때를 맞추어 글자가 사라지고, 이런저런 글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 후에 사라지면서 문이 좌우 방향으로 서로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문이 열린 것. 첫 번째 때처럼 열린 문을 보자마자 내가 앞장서서 그 너머로 나아갔다.
세 번째 문은 그 표면의 한 가운데에 새하얀 빛들이 작은 화살표들로 이루어진 배열을 그려내고 있었으니, 10 개 열과 행이 조합되는 것으로써 그려진 100 개의 화살표들을 보며 문제의 답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화살표들 중에서 하나의 경로, 배열의 끝에서 끝까지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경로를 찾아내어, 화살표들을 손가락으로 눌러, 그 경로가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3 번째 문이 주는 문제의 답이라 여길 수 있었던 것.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는지, 아시겠지요?"
그 무렵, 소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굳이 문제에 대해 말해줄 필요가 없을 것임을 소르나도 알고 있었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다만, 문제 풀이 과정 자체는 녹록치 않아서 경로를 찾아내는 와중의 실수가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문제 풀이 시간 자체가 짧다보니, 그 짧은 시간 동안 수십여 회의 오답이 나왔다.
그 이후로 세니아가 첫 번째 공간-서랍과 옷장들이 있었다-에서 종이 그리고 필기구를 가져와서는 화살표를 보이는 대로 그려내고 길을 찾아내기를 반복하면서 정답을 찾아냈고, 자신이 직접 나서 그 정답을 토대로 문의 화살표 배치에서 직접 길을 찾아내어, 이를 통해 문을 열었다. 그 이후, 이번에는 세니아가 앞장서 나아갔고, 그 뒤를 카리나와 나 그리고 프레도가 따라 나서는 것으로써 4 번째 문 앞에 이르렀다.
네 번째 문에 주어진 문제는 공간 전체에 걸쳐 25 개의 삼각 거울 기둥들이 5 열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으며, 왼편의 구멍에서부터 하얀 빛 줄기가 방출되어 프리즘의 표면에 닿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또 다른 구멍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 구멍으로 빛을 보내야 하는 모양. 그 수단은 거울 기둥을 통한 빛의 반사였을 것이었으며, 시작 지점은 당연히, 왼편 내벽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빛을 방출시키는 구멍, 그 바로 앞의 기둥이었을 것이었다. 거울 기둥들은 손으로 돌려 회전시킬 수 있었으니, 기둥 바로 아래에 그 밑면을 감싸는 듯이 새겨진 이중원은 그것을 의미했을 것이었다. 물론 기둥의 직경부터 한아름 수준이었으니, 두 팔로 기둥을 잡고 돌려야 하기는 했다.
문제 풀이에 있어 방해 요소란 없고, 주어진 것이라고는 오직 돌릴 수 있는 기둥이었으므로, 문제 풀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기둥과 바닥 사이의 마찰이 심해 상당히 거칠게 힘을 주어야 기둥을 돌릴 수 있었던 탓에 그로 인해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하였다.
마지막 문은 문제 풀이를 위한 수단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첫 번째 공간에서 보였던 그 장치들, 그리고 책상, 옷장조차도 없었다. 다만, 문 앞에 접그할 때마다 하얀 빛이 이러한 문구를 쓰는 것이었다 :
Write 7 Letters that The Gate Want :
- Rait sevn letəhs dhæt dhə geit wənt
- Porta wonæj'l ilko jadr'l ss'kiala.
(포르타 워내즈 일코 자드르을 쓰키알라)
그 아래에는 7 개의 칸들이 있었으니, 그 칸들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써야 했었던 것. 문제 자체는 간단했지만, 사전에 그 답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단서조차 없는 그 공간에서 답을 짐작해낼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시피했다.
"이것은 정말 관계자들 아니면 열 수 없겠다, 그렇지?"
"안에서 열지 않는다면."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문 앞의 내 곁에 있던 세니아가 답을 하였다. 그 때, 프레도가 세니아의 바로 우측으로 다가가서는 안에서 열게 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으나, 그 물음에 세니아가 바로 그것을 생각하면서 기다리느니, 차라리 밖에서 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더욱 나을 것 같다고 반박을 하였다.
"아저씨께서 혹시나 해서 말씀하신 것이겠지."
그러자 내가 그런 세니아에게 나쁘게 말한 것은 아니니, 너무 심하게 말하거나 하지는 말아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그 때, 카리나가 나에게 첫 번째 방으로 가 보겠음을 밝히면서 뒤쪽으로 뛰어가려 하였다.
"그 방은 왜……?"
그 때, 나를 대신해 세니아가 카리나에게 묻자, 카리나가 답하기를, 첫 번째 방에 각종 책들이나 종이들이 책장, 서랍장에 많이 있는데, 그 종이들 중 하나에 분명 그 답을 적어놓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고 보니, 가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첫 번째 방의 문제를 풀 때, 발견했던, 정답을 위한 발판 배치를 그려놓았던 그 종이. 종이 아래에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보이는 7 개의 글자들이 적혀 있음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첫 방에 있던 문서들을 뒤져보겠다는 카리나의 모습이 첫 방에 관한 그 기억에 닿았던 것. 그래서 나 역시 그런 카리나를 따라 나서겠음을 밝혔다.
"아르사나도 같이 가는 거야?"
"그래, 카리나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카리나를 따라 3 개의 공간을 지나쳐서 다시 도착한 첫째 공간. 그 공간에 이르자마자 세니아가 답안 종이를 발견했던 옷장을 바로 찾아가서는 세니아가 언급했던 그 감빛 정장을 찾았다, 정장 겉옷은 많았지만 감빛을 띠는 것은 하나였으니,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겉옷을 발견하자마자 세니아가 어디서 종이를 발견했는지를 알고 있던 나는 옷걸이에 걸어둔 채로 옷의 윗 주머니에 손을 넣자마자 무언가 손에 잡혔다, 접혀진 종이 조각으로 세니아가 그런 식으로 넣어둔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이 종이였을 거야, 분명."
어떤 종이인지는 바로 직감이 왔으며, 펼쳐보니, 그 직감대로 세니아가 보였던 그 종이였으니, 이번에는 그 아래에 자리잡은 FAYONJI 라는 글자들을 한 글자씩 외어가며 기억하려 하였다.
"에프(Ef), 아(A), 요트(Yot), 오(O), 엔(En), 자(Ja) 그리고 이(I). 이렇게 기억하면 되려나."
그 이후로 나는 세니아가 했던 대로 다시 종이를 곱게 접어 주머니 안에 다시 넣어두고서 뛰면서 다섯 번째 방으로 돌아갔다. 카리나 역시 내가 발견한 바에 무언가 있다고 여기었는지, 그런 나를 따라 세니아 그리고 프레도가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뛰어갔다.
"무언가 찾아냈어?"
"응, 내가 직접 쓸게." 이후, 세니아가 반갑게 나와 카리나를 맞이하자 내가 확실한 답일 것이라 화답을 하는 것에 이어, 세니아를 대신해 문이 주는 문제에 내가 답을 쓰기로 하고서, 유리의 칸들에 손가락을 대면서 기억하고 있던 글자들을 그대로 적어 내었다.
"나도 이 글자들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그런데, 이 글자들이 맞기는 해?"
그 무렵,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세니아가 나의 우측 뒤에 있으면서 그런 나에게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묻고 있었고, 이러한 그의 물음에 나는 이것 외에는 딱히 떠올릴 수 있을만한 것이 있지는 않아 보였음을 밝히고서, 일단 기다려 보자고 말하는 것으로써, 그의 걱정을 다독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문의 유리 표면에 잇따라 변화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는 순간,
"아르사나! 세니아! 여기를 봐, 문이 열렸어!"
라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카리나의 부름에 응해, 문 쪽을 바라보니, 정말 문이 열려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문이 열리고, 그 너머의 공간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그렇게 마지막 문까지 열리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은 그 열린 문 너머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미지의 공간 내부로 들어서게 되었다.
"다른 방향에도 이런 식으로 여러 문들을 거쳐야 중앙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는 건가."
이후, 열린 문 너머로 지하 공간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구역에 이를 즈음, 일행의 뒤를 따라 나서던 프레도가 우측에서 동행하던 세니아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세니아는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답을 하고서, 일행은 지하 공간의 중심으로 들어서는 만큼, 그만큼 많은 문들을 거칠 필요가 있었으리라고 자신의 추측을 답으로써 그에게 전하였다. 이것은 그의 추측일 따름이기는 하였으나, 나도 대략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기는 하였다.
그렇게 일행이 문 너머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다가 문을 지나 보다 어두운, 거대한 공간 안으로 들어설 즈음, 다시 한 번 왼팔의 팔찌가 빛나면서 소르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제 중심부예요, 아르사나 씨. 그 너머의 문으로 들어서면 고대인들이 잠든 영역에 도달할 수 있어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