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4-1. Frozen Realms : 3


  프레도가 사전에 익힌 지식을 풀어놓은 바에 의하면 다른 통로를 통해서는 시설 내부의 경비를 위한 병기 및 병기가 사용할 수 있는 탄약 및 동력원을 수납하기 위한 창고와 중요 자료 보관소 및 인쇄물을 비롯한 기록물 보관소가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지하 2 층 구역에는 여러 보관소 및 창고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 역할을 하지 않아 비어있는 곳도 있다고.
- 과거 탐사대원 중 일부가 이런 보관고를 발견했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으니 열어둔 것을 발견해 들어간 것이라고, 쓰여있는 말에 의하면 본래는 '금서 보관고' 였다고 한다. 하지만 금서라 칭해질만한 문서가 거의 없다시피했고, 용도 변경을 하기도 미묘해 방치해 둔 것 같다는 추측이 있었다.

  일행이 들어서려 했던 곳은 지하 2 층 공간의 중앙 부분에서부터 이어지는 시설 중심부(System Nucleus, Systemay Haonïkhazm : 시스테마이 하오늬하즘) 로서, 시설의 제어를 담당하는 장치들이 중앙 구역에 배치되어 있는 거대한 통로와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각 장치들은 그 굵기가 몇 아름-아마도 다섯 아름 정도였을 것이다-만할 정도로 거대한 기둥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으니, 이러한 장치들이 위치한 구역을 중심으로 4 개 통로가 십자 방향으로 뻗어 있으며, 십자 통로들 역시 각자의 중앙 구역이 있어서 각 구역마다 비슷한 형태를 가지는 장치들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였다.
  통로의 바닥부터 재질이라 할 수 있는 유리가 자체적으로 파랗게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그 위로 세워진 기둥 모양 장치들 역시 표면에서부터 하늘색 빛을 발하며, 통로 일대의 풍경을 꾸미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통로 곳곳에도 지하 층간의 통로에서처럼 여러 장치들 및 구조물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구조물의 모양새 역시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통로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꾸며주고 있었다.
  통로 아래 쪽에도 통로 위의 장치들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는 기둥형 장치-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대개 다각 뿔대 위로 다각 기둥이 자리잡고 있는 것, 위 야래로 다각 판들이 자리잡은 기둥처럼 생긴 것을 비롯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들이 감색을 띠는 듯한 공간을 바탕삼아 각자의 몸체에서부터 하늘색, 파란색 빛으로 그림을 그려내니, 통로 위보다 통로 아래 쪽 장치들이 모인 풍경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구조물이나 장치들이 대체로 파란색을 띠는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이는 전반적으로 푸른색을 띠는 유리질 공간 내부와 푸른 등에 의해 이루어지는 푸른 공간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바탕과 그 색을 맞추기 위함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저 앞의 굵은 기둥이 유적 내부의 제어 장치 역할을 하는 거야, 그렇지?"
  "당연하지." 내가 앞장서서 거대한 기둥처럼 생긴 거대한 장치를 향해 통로를 따라 걸어 나아가려 할 즈음, 뒤따라 나아가던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의 문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카리나가 묻고, 세니아가 답을 하였다. 이어서 카리나가 유적에서 출몰한 병기들이 있었음을 언급하고서, 그들이 유적 내부의 병기들이 그들이라면 유적 내부의 중추 시설이 아닌 유적 내부에 숨은 마력을 가진 자에 의해 소환되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하겠지, 저 너머에는 분명 있을 거야, 아니면……."
  "언젠가는 잡아야지, 어떻게든." 세니아가 답을 하다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을 끝내려 하자, 곁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내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에 목소리가 다소 격해진 감이 있었으니, 그 존재가 이전에 만났던 아디르(Adir) 나 아니면 카즈라(Kaz'ra) 에서 마주했던 케레브 족 여성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내심 화기가 솟구친 탓이었다.
  "아르사나 씨, 무언가 떠오른 바가 있으셨나 보네요."
  그 무렵, 일행에게서 다시 소르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으며,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왼팔의 팔찌를 보니, 그 팔찌가 다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때마침 소르나가 나의 목소리를 통신을 시도했을 즈음에 우연히 듣기라도 했던 모양.
  "…… 아니야, 너무 신경쓸 것은 없어."
  이 물음에 나는 바로 별 것 없었다고 답을 하였고, 이에 소르나는 알았다고 간단히 답을 할 뿐, 그 이후로 내가 생각한 바에 대해 더 언급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세니아는 당장에 이야기할 거리는 아닐 것이라 여기었을 것이라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소르나가 내가 그렇게 대답한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할 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병기들의 습격은 이어졌다, 푸른색 광경만 보이는 공간 곳곳에서부터 하얀 빛으로 원형 마법진들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각각의 마법진에서부터 병기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 병기들은 주로 비행형 병기들이었으며, 비행기처럼 생긴 것도 있고, 새처럼 생긴 것도 있었다. 새처럼 생긴 것들이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의 상공을 맴도는 동안 비행형 병기들이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를 에워싸면서 포격을 개시하려 하였다.
  "역시나, 이들이 나타날 줄 알았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으나,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예상하지 못할 수가 없었기에, 바로 대비 태세에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주변 일대를 맴도는 기계 새들을 캬리나가 다트 그리고 단검을 빛의 기운으로 생성해 던지는 것으로써 격추시키려 하였다. 아무래도 카리나는 상대를 정확히 맞히는 것은 잘하거나 하지는 못하여 투척이 바로 격추로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가능한 빠르게 단검, 다트를 던졌고, 이를 통해 2, 3 번마다 하나씩 새를 격추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시야를 방해하는 새들이 하나씩 제거되는 동안 나는 불덩어리 그리고 얼음 칼날을 던지며 이들 근방에 머무르며 포격을 이어가던 비행기들을 맞히려 하였고, 그렇게 하나씩 비행기들이 폭파되면서 사라져 가는 모습이 보였다.

  첫 위협은 중추에 접근한 일행을 향한 위협치고는 주변 일대를 맴돌며 시야만 방해했던 새들도 있었던 탓인지, 그렇게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포격으로 인해 자주 뛰면서 포탄을 피해가야만 한 점은 있었다만-. 하지만 그 대신으로 그 위협이 끝이 아니었으니, 이전의 무리가 온전히 사라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에서부터 한 무리의 병기들이 공중에서부터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하얀색을 띠는 병기들이 앞서 나아가고, 그 뒤를 검푸른색을 띠는 비행기들이 뒤따라 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 모두 일행을 구성하는 이들에 비해 2 ~ 3 배 정도 커 보였으며, 앞서 오는 것들은 기수 부분에 거포를 장착하고 있었고, 뒤따라 오는 이들은 동체의 양 옆에 포를 한 문씩 장착하고 있어서 앞서 오는 이들과 뒤따르는 이들의 역할 차와 그들의 공격 형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바로 알 수 있어 보였다.
  포격을 가하기 시작한 이들은 앞서 오던 하얀 비행체들이었으니, 이들이 기수 아래의 포에서부터 푸른 광탄들을 발사하는 것이 무리가 가하는 공격의 시작이었다. 그 당시, 그들과 일행 사이의 거리는 대략 200 여 메타르(Metar) 정도. 나름 거리가 있는 지점에서부터 가하는 포격이 바로 일행의 발밑까지 닿고 있었던 것. 앞서 나아가는 이들의 포격이 그 정도라면 뒤따르는 이들 역시 곧바로 타격을 개시할 수 있었기에 대비가 필요했다.
  "내가 전적으로 그들을 막아볼게!" 그렇게 나서면서도 카리나는 오래 견딜 수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하고서, 가능한 해 보기는 하겠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탁하기를,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동안 가능한 많은 수의 병기들을 제거해 줄 것이었다.
  나도 그렇고, 세니아 역시 해 보겠다고 답을 하였고, 그러면서 세니아는 검에 다시 붉은 기운을 일으키고서 그 붉은 기운으로 불꽃을 일으켜 앞서 오는 하얀 비행체들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니, 내가 그런 그의 움직임에 바로 응하여, 앞서 오는 병기들부터 집중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포격이 이어지는 동안 예상대로 뒤쪽의 검푸른 비행기에 장착된 한 쌍의 포문이 일제히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니, 그렇게 발사된 수십여 쌍의 푸른 빛 줄기들이 카리나가 일으키는 푸른 기운이 감도는 하얀 장막에 집중 격돌, 그 폭발하는 빛으로 카리나가 일으키는 방패, 그 너머의 시야가 순식간에 빛에 휩싸이면서 그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수많은 빛들이 한데 모이고 폭발하면서 그로 인해 눈이 부시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눈을 온전히 뜰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포기는 할 수 없었고, 어떻게든 목표를 추측해 그들을 향해 공격을 시도하려 하였다. 세니아 역시 그렇게 붉은 화염들을 계속 분출하려 하기는 하였으나, 그 역시 이러한 공격이 적들에게 닿았을지 여부는 모르는 상태였던 모양.
  포격 집중에 의한 폭발은 한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첫 포격 이후로 잇달아 계속 포격이 이루어진 탓이었다-첫 폭발 이후로 계속 카리나가 일으키는 방패에서부터 격한 진동이 한 번씩 이어지고는 했다-. 그러다가 폭발에 의한 빛이 사라지면서 시야가 보이기 무섭게 곧바로 방호막을 향해 한 무리의 비행체들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기수 바로 아래에 파랗게 빛나는 칼날이 장착된 모습을 보이는 하얀 비행체로서, 그 칼날로 방호막을 찢어버리겠다는 판단을 하며, 돌진을 해 오는 듯해 보였으니, 포격의 중단도 그것과 연관되어 있는 듯해 보였다.   뒤쪽에서의 포격도 잇따라 이어지고는 하였으나, 그 포격은 이전 때처럼 이전처럼 한 번에 집중 포격을 가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으니, 집중 포격은 돌격해 오는 비행체들에 피해를 가할 수 있었음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전방에서 포격을 가하던 하얀 비행체들 역시 움직임과 더불어 포격 역시 잠시 멈추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거대한 칼날을 앞세워 돌격해 오는 그 비행체들을 방호막에 닿기 전에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을 내리고서, 방호막 앞에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그에 이어, 곧바로 방호막을 지나쳐서 돌격해 오는 비행체들을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세니아는 나서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돌격해 오는 적들은 모든 기운을 칼날에 집중시키고 있었던 탓인지 보조 포격조차 하지 않는 채로 돌격만 이어가고 있었으니, 그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바로 격파해낼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그런 판단을 하는 와중에 앞서 돌격해 오는 비행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칼날에서부터 푸른 기운이 불꽃처럼 분출하고 있어서 돌격해 오는 그 가까이에만 있어도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이러한 돌격의 기세를 제압하려면 우선 그 움직임을 멈출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냉기를 통해 얼리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내가 분출할 수 있는 냉기로서 그 열기를 막아낼 수 있을지 여부는 분명치 않았고,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기로 하였다, 어둠의 기운을 통해 개체를 하나씩 끌어낸 이후에 얼어붙게 하거나 얼음 혹은 화염탄으로 공격해 제거하는 것이었다.
  우선 감빛의 기운을 일으켜서 두 손에서부터 바람의 실을 생성해 비행체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고, 바람에 휘감긴 비행체는 돌격을 멈추고 묶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비행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고, 그래서 그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두 손에 힘을 들여야만 했다. 그런 비행체를 나의 바로 앞쪽 근처까지 끌어들이고 나서는 바람의 실을 풀자마자 바로 두 손으로 냉기를 퍼뜨렸다, 바로 화염탄을 분출할 수도 있었지만 냉기로써 멈춘 비행체를 동결시켜 놓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판단을 내렸음이 그 이유였다. 그 이후, 나는 다시 빛의 기운을 일으키고서 하얀 화염구를 생성해 그 화염구를 폭파시키고, 그 이후로 흩뿌려지는 작은 화염탄들을 생성하는 것으로써 비행체에게 타격을 가하려 하였던 것.
  화염구가 얼어붙은 비행체의 바로 앞에 폭발하며 피해를 주고, 그에 이어 흩뿌려지는 화염이 잇달아 폭발하면서 다시 비행체에 타격을 가하면서 돌격해 오던 비행체는 몸체에 수없이 많은 구멍이 뚫린 모습을 보인 이후에 폭발하여 사라졌다. 그 이후로 나는 같은 방식으로 비행체들이 다가올 때마다 하나씩 그 비행체들을 격추시키면서 위협을 줄여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뒤쪽의 비행체들이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라서 검푸른빛 비행체들의 포격이 간간히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비행체들을 제압하면서 이들의 공세를 피해내야 할 필요도 있었으며, 비행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에 놓여 바람의 실을 풀어 포격을 피하고, 뒤이어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비행체를 피한 이후에 다시 제압에 들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그와 더불어 2 ~ 3 개체들이 동시에 몰려오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격렬히 감빛 소모를 이어가야만 했고, 동시에 끌려와 제압된 비행체들을 폭파시키기 위해 빛의 기운 역시 더 많이 소모해야만 했으니, 돌격해 오는 수십 여 비행체들이 모두 제압되었을 무렵에는 빛의 기운 그리고 감빛 기운 모두 온전히 끌어내기 힘들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그래서 돌격해 오는 개체들의 제압 이후에는 다가오는 하얀 비행체들의 포격과 뒤쪽의 검푸른 비행체들의 포격을 피해가며, 다시 카리나의 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편, 세니아는 일행이 향하는 그간 향해온 방향의 뒤쪽이 아닌 앞쪽의 거대한 기둥형 장치가 자리잡고 있는 구역 부근에 있었으니, 그 쪽에서도 적들이 몰려들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인간형 적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돌진해 오고, 뒤쪽의 적들이 포격으로 위협을 가하기도 하였다. 이에 세니아는 그 포격을 자신의 붉은 기운을 일으킨 붉은 검으로 막아내고, 돌진해 오는 병기들을 검으로 베거나 검에서부터 생성된 붉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화염구를 발사하거나, 화염 포탄들을 연사하면서 제압해 가고 있었다. 당시에 길의 전방 쪽으로 몰려오던 병기들의 수는 20 여 정도로 이들의 제압은 빨리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전방의 인간형 병기들을 제압하고 나서, 세니아는 카리나와 함께 후방에 남아 포격을 이어가는 비행체들의 제압을 맡았으니, 세니아가 화염탄 그리고 초승달 모양의 붉은 기운을 생성하여 이들로써 남은 비행체들을 격추시키고 있었으며, 카리나가 그러는 동안 후방에서부터 가해지는 포격을 방호막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한편, 기운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난 이후, 나는 병기들이 몰려들었던 전방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프레도가 앞서 나아가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그간의 싸움으로 인해 지치지 않았느냐고 물은 이후에 자신이 앞장서 나아갈 테니, 뒤따라 와 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의 방패를 앞세워가며 앞장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괜찮겠어요, 그 동안 나타났던 병기들의 상태를 보아하건대……."
  "그래도 말야……." 이후, 우려의 생각을 드러내며 내가 건네는 물음에 프레도는 늘 자신은 일행을 따르기만 하지 않았느냐고 묻고서, 곧바로 이제 그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한 이후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활약을 해 보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기둥 주변에서 다시 한 번 한 무리의 인간형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그런 그들과 정면 대치를 개시하면서 프레도가 말했다.
  "이래뵈도 말야, 내가 한 때는 탐험대로서, 용병으로서 여기저기 나서고는 했었다고. 만만하게 볼 이유가 없단 말이지."
  그러면서 그는 방패를 앞세우며, 자신보다 먼저 공격하기 시작한 병기들에서부터 발사된 포탄들을 그 방패로 막아내려 하였다. 탐험대 시절 이후부터 사용해 온 방패는 포탄들을 무난히 잘 막아내고 있었으며, 그래서 그렇게 포탄 공격을 막아내고서, 프레도는 바로 검을 들어 그 검으로 병기들을 베어내려 하였으나, 병기들의 신체를 구성하는 재질이 그 정도의 도검으로는 잘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이었다보니, 한계는 명백했다.
  프레도는 방패로는 공격을 잘 막아내는 모습을 보이고는 하였으나, 막상 공격에 들어서니, 무기 재질의 한계 등으로 인해 바로 괴롭게 싸움을 이어가게 되니, 그대로 있다가는 바로 위험해질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고, 그래서 그가 고전하기 시작한다고 여길 즈음 때부터 내가 나서기 시작하여 곡선을 그리는 광선으로 앞서 오던 병기를 먼저 제거하고, 뒤따르는 병기들은 프레도가 위치한 일대를 지나, 그들을 향해 돌격해 나아가서, 하얀 빛으로 결정 칼날을 생성해서 발사해 그들을 관통하도록 하는 방식으로써 제압해 나아갔다. 칼날이 깨지면서 병기들은 흉부가 뚫린 모습을 보이면서 쓰러지거나 팔과 다리가 부서져 흩어져 갔다.
  "벌써 기력이 회복되었나 보군."
  내가 앞장서서 병기들을 파괴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프레도는 그런 나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어느 정도 회복되었음을 밝히자, 프레도는 그래도 이번 만큼은 자신이 계속 앞장서 나아가겠음을 밝히고서, 이전에도 상황만 잘 견디면 처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하고서, 이번에는 자신이 스스로 처치해 보이겠다고 말한 이후에 나에게 당부를 하였다.
  "이번만큼은 나를 도와주지 말고, 그저 나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 주게."
  그리고서 그는 바로 다시 앞장서 나아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길의 기둥 부근에서부터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병기들과 맞설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 역시 그와 더불어 나서야만 했던 것이, 좌우측의 상공에서부터 삼각뿔처럼 생긴 몸체에 삼각 날개가 장착된 형태를 갖춘 비행체들이 날아오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 공중의 병기들은 프레도가 직접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 판단을 내렸던 것.
  '검의 재질 상, 어려울 텐데, 괜찮을 까.'
  이전에도 그러하였지만 프레도가 들고 있는 검의 재질은 일반적인 공구상에서 제작하는 철제 도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물건이었다-그래 보였다-. 병기들을 외장 재질은 못해도 도검의 재질보다는 더 좋아 보였다, 이전에도 그러하였으나, 도검이 부러지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었다, 이런 지경에서 혼자 나서는 것은 언제나 위험할 수밖에 없을 노릇이었다, 방패로 병기들의 공격을 잘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한계가 올 것임은 분명했다.
  그렇게 우려를 하면서도 프레도가 부탁한 바가 있는 만큼, 공중의 병기들을 먼저 타격하기로 하고, 마법진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공중의 병기들을 곡선을 그리는 하얀 빛 줄기들로 쏘아 맞혀서 격추시키는 동안 프레도는 지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을 든 병기들과 맞서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뒤쪽에서는 병기들이 폭파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고, 이를 통해 뒤쪽에서 병기들이 격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세니아, 뒤쪽은 어때, 병기는 얼마나 남았어?"
  뒤쪽에서의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세니아에게 뒤쪽의 상황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세니아는 전방의 하얀 비행기는 격멸되었고, 검푸른 비행기는 10 여 개체 정도 남았음을 밝히고서, 그 이후로 검푸른 비행기들을 격추시키는 중임을 밝히고서 개체 수가 줄어 포격 피하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카리나도 공격에 참여하고 있음을 이어 알렸다.
  검은 비행체들을 격추시킨 이후, 프레도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모습을 그가 말한 대로 지켜보려 하였으나, 그가 처한 상황을 보자하면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병기들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할 따름은 아니었고, 막아내는 상황을 지나, 반격에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도검과 방패로 무장한 이 병기들은 장갑의 내구력 면에서 훨씬 우수했을 것이었고, 프레도의 도검은 그 정도는 되지 못했을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방패도 그렇고, 도검 역시 공들여 제작된 것이라서 그러한지, 병기들의 공세를 예상 외로 잘 막아주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 상황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아서 바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 하얀 광선을 발사해 프레도를 둘러싸는 병기들을 쏘아 맞혀 그들을 쓰러뜨리려 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병기가 방패로 가한 일격에 그가 무심결에 공격을 막는 데에 활용했던 검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아니 산산조각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이후, 프레도는 부러진 도검을 버리고, 방패만을 든 채로 병기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상대의 칼날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기세가 올랐는지 이전보다 더욱 맹렬한 공세를 가하기 시작, 잇달아 가하는 강타에 신체 균형이 무너지며 프레도는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검이 부러지고, 주저 앉아버린 프레도의 모습을 보며 달려드는 병기들을 빛으로 생성한 결정 칼날들로 맞혀서 파괴시켰고, 그것이 위험에 처했던 프레도를 구해낼 수 있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병기들이 폭파되어 사라진 이후, 나는 검이 깨어진 후, 주저앉았다가 간신히 일어난 프레도를 향해 다급히 다가갔고다. 그러는 동안 프레도는 바닥에 던져놓은 칼의 자루, 그리고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 나버린 칼날을 망연자실히 바라보고 있을 뿐, 그런 나에게 시선을 향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를 부르자, 그제서야 왼쪽 바로 옆에 온 나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었다.
  "아아, 아르사나로구나. 일단, 나는 괜찮다, 괜찮아."
  나의 부름에 호응하면서 프레도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돌아서서 괜찮다고 답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답을 하면서도 그의 표정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방패만큼 돈을 들여 구매했을 물품이었을 텐데, 몇 번의 싸움으로 허무하게 잃고 말았으니-그렇게 산산조각이 나면 어떤 방법으로든 온전한 복구는 붉가능하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나는 그의 심기를 풀기 전까지는 함부로 말을 건네거나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뒤쪽에서는 잇따라 병기들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이를 통해 뒤쪽에서 병기들이 계속 격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뒤쪽을 향해 돌아서니, 과연 그간 많았던 비행기들의 개수가 검푸른 비행기 몇 대 정도로 줄어 있었다. 포격을 가하는 비행기들의 공세를 피해가며,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가 잇따라 비행기들을 격추시킨 그 결과였다.
  그 와중에도 포격은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 포격을 피해가며 카리나가 앞장서서 빛의 화살, 칼날들을 잇따라 발사해 그 날들이 몸체에 박히도록 하고 있었다. 고슴도치를 연상케 할 정도로 박아놓은 결과로 결국 안쪽에서부터 폭파되어 파괴되고 있었따. 그러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세니아가 비행체를 향해 불덩이, 불 줄기를 잇따라 발사하면서 비행기를 폭파시켜, 그 수를 줄여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개체들이 사라지고, 하나 남은 비행체 역시 카리나가 유도의 성질을 가지는 빛의 칼날로 비행체를 격추시켜 사라지도록 하면서 뒤쪽의 상황도 거의 정리되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앞에 있는 몇 아름 굵기되는 기둥 모양의 장치를 향해 다가가서 그 장치 주변 일대를 둘러보려 하였다. 다행히도 병기들의 모습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중요 시설 내로 진입하려 하는 만큼, 그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병기들의 공세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라 마음 놓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병기의 공세가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물론, 감빛 기운을 일으키면서 그 감빛 기운으로 바닥 일대를 살피려 하였다, 바닥에 지뢰가 숨어 있을 수 있었음이 그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뢰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다리 위이다보니- 깊이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만, 아니나 다를까, 다리의 난간 기둥 곳곳에 폭탄 비스무리한 개체가 숨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폭탄들은 보나마나 닿으면 폭발을 일으키는 물건이겠지.'
  그 모습을 보면서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발이 닿으면 폭파하는 지뢰처럼, 기둥에 손을 올리거나 하면 폭파하는 성질을 갖고 있을 것처럼 보였으니, 이는 그간 길을 나아가며, 난간의 기둥들에 한 번씩 손을 짚고는 했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바닥에는 이러한 폭탄이 없었으니, 잘못 폭발하면 다리 자체가 끊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었다-난간의 기둥만 폭파된다고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 보장은 없을 텐데-. 그 짤막하게 이어지는 길 너머로는 유리 문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 문이 중추 구역의 입구 역할을 했을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을 테니,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후, 문에 도달할 때까지는 난간을 조심해야 하겠다고 알려야 하겠다.'
  다만,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폭탄이 숨겨진 기둥들은 거대한 기둥 뒤편에 있는 난간에만 있다는 것으로, 그 일대를 지나갈 때에만 조심하면 될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다리의 모습을 관찰하고 나서는 바로 기둥 일대로 다가가고 있을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를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뭔가 심상치 않은 징조 같은 것이라도 발견했어?"
  오자마자 카리나가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아직은 그렇지는 않다고 답을 하고서, 그럼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서, 그 이후에 바로 난간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를 하였다.
  "난간은 왜?" 이에 당연하게도, 카리나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는 식으로 물었고, 이에 나는 난간 기둥에 폭탄이 숨겨져 있음과 더불어 난간을 건드리면 폭발할 것임을 이어 알렸다.
  "바닥에 설치하지는 못하니까, 난간에 설치하는 나름의 꼼수를 보인 것이네."
  이상한 추측이라 여길만도 하건만, 카리나도 그렇고, 세니아 역시 이러한 나의 말에 대해 딱히 이상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꼼수를 선보인 것 같다고 카리나가 말하고서는 조심해서 가도록 하자고 세니아 그리고 나에게 말하기도. 그리고서 카리나는 이전의 일로 인해 다소 시무룩해진 프레도를 불러서 같이 가도록 할 것을 청했다.
  "아저씨, 같이 가요, 이후부터는 무리하게 싸우려 하지 않아도 돼요."
  "괜찮다." 그러자 프레도는 괜찮다고 답을 하고서, 검이 없어진 것은 어찌할 수는 없다는 말에 이어, 검이 없으면 방패, 그리고 주먹으로라도 싸움을 할 수 있으면 하겠노라는 자신의 생각을 이어 드러내었다.

  다리의 한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거대한 기둥처럼 생긴 기계 장치. 푸른 수정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표면 얀에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서로 얽힌 듯이 배열되어 있는 모습이 보이는 그 장치의 일행이 지나간 문을 향하고 있는 쪽에는 하나의 자그마한 검은 장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장치에 다가오자마자 내 눈 아에 보이는 것은 하나의 기호였다. 십자가의 한 가운데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듯한 기호. 마치, 과녁의 모습을 보는 듯한 그 기호는 잠깐 내 눈 앞에 모습을 보이다가 사라졌다.
  '기억해야 하나 보다, 저 기호의 모습을.'
  그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 모습을 일단 기억해 놓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고서, 바로 왼편으로 나아가며 그 쪽에도 장치가 있다면 그 장치에 다가가자마자 기호가 그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가 나의 우측에서 다가와서는 그 앞에 위치한 장치가 보이는 기호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겠느냐고 물었다.
  "알 것 같아, 당장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야."
  그 당시, 좌측 방향에 자리잡은 검은 장치는 이전에 보았던 것과 다른 기호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그 기호는 삼각형과 원이 겹친 형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때, 이미 건너편으로 넘어간 세니아 역시 기호를 발견했으며, 그 기호는 사각형과 원이 겹친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기둥 주변을 돌며, 검은 장치의 표면에 잠깐 보였다가 사라진 기호들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려보니, 뭔가 공통점이 하나씩은 있었다.
  "한결 같이, 모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지 않았어?"
  "맞아." 그 무렵, 카리나가 물음을 건네자, 내가 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고서, 오른쪽 부분도 이어 살펴 보자고 청했다. 확인은 카리나가 나서서 했고, 과연 남은 방향에 위치한 장치는 카리나가 눈앞에 오자마자 장치의 모습을 목격하계 되었다. 그 당시 나타난 기호의 형태는 X 자의 한 가운데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모습이었으며,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은 같았다.
  "바로 앞에 문제가 있다면 그 답은 동그라미겠네, 그렇지 않아?"
  "굳이 말이 필요해?"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가 바로 당연한 사항이라는 듯이 답을 하였고, 바로 문제를 풀어 버리자고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가 앞장서 나아가려 하는 그 순간, 다시 병기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다리가 달린 기계 장치처럼 생긴 비행체 다수가 전방에서부터 날아오기 시작한 것. 그와 더불어 뭉툭한 화살촉처럼 생긴 비행체들이 좌우 방향에서부터 날아오기 시작해 위협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위협은 이미 위협이라고 할 수도 없었던 것이, 그 이상의 위협은 그 이전에도 이미 겪어온 바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이것저것 발사해가며, 바로 그들의 위협을 제거해낼 수 있었으며, 기둥 너머의 가장자리에 있는 난간을 짚는 것만 조심하면 그만이었다. 그 이후로 비슷한 유형의 병기들이 잇따라 등장하기는 하였으나, 이전의 위협에 비하면 역시 가벼운 수준이었다.

  그리하여 다리 건너편의 끝에 모든 일행이 도착한 이후, 내가 앞장서서 그 끝에 이르러 문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 때, 그 문을 살펴보는 나의 뒤에서부터 지금껏 뒤따라오던 프레도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
  "이 문, 이전에 보았던 그 유리문이 아니던가, 그렇지 않나."
  "맞아요, 틀림 없어요." 그러자 나는 바로 그렇게 답을 하고 있었다. 정말로 눈앞에는 중앙에 금이 그어져 있어, 양 옆으로 열릴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유리문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문의 표면에서부터 글자, 그리고 문자를 쓰기 위한 도형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상단에 새하얀 빛으로 쓰여진 문자들은 하나의 문구를 이루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당최 읽을 수 없어서 일단은 그 문구의 형태를 적지 아니한다.
  "무슨 글자야?"
  "잘 모르겠어." 확실한 것은 그래도 읽을 수 있었던 브리태나(Britaena)-정확히는 철자법이 조악했던 고전 브리태나(Anciengtaen Britaena : 앙치엥탠 브리태나)-와는 확연히 다른 문장들로서, 이계의 문자 같은 느낌을 주는 문자들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 문장들은 문제 해결이 없어도 근처에 있지만 않으면 사라지지 않았으며, 사라졌어도 다시 문의 근처에 이르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어를 맞히는 것인만큼, 누군가 문장을 읽어준다면 그 도움을 통해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는 있어 보였다. -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왼팔의 팔찌가 빛을 발하며, 소르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시군요, 그렇지 않나요?"
  유리문의 표면에 쓰여진 그 문구들, 그리고 문장들을 구성하고 있는 각인들, 여태까지 보아왔던 기호들에 비해 훨씬 복잡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고, 그래서 그 모습을 처음 보면서 그 복잡함에 당황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 모습을 관찰해 보면서 그것이 마치 몇 개의 기호들이 특정한 규칙에 의해 조립되어 하나의 각인을 구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만, 각인을 구성하는 기호들이 문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기에 그것에 대해 딱히 어떻게 말하거나 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각인이 모종의 기호들을 조립해 만든 것이라 여기어도 읽는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이 문자들……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 때, 소르나의 목소리가 나에게 그 각인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일종의 문장들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알려주려 하였다. 그가 말해준 바에 의하면 그 문장들은 아래와 같은 문구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

4 həy hodr sayüj dabren ßïl cahat'a ß'kiala. Noe n'nï aliye jal ß'kiasihn pan -üs.
(녜 허이 호드르 사이위즈 다브렌 씔 차하트아 쓰키알라. 노에 느늬 알리예 잘 쓰키아신 판 위스)
- 4 개의 기호들이 가지는 공통의 모양을 찾아서 쓰세요, 당신의 눈 아래에 글자를 쓸 수 있는 자판이 있습니다.

  예상 대로, 4 개의 기호들이 가지는 공통의 기호를 찾아서 그 기호가 무엇인지를 '단어' 를 통해 밝히라는 것이 그 의미로, '그려라(griala - 그리알라)' 가 아닌, '써라(ß'kiala - 쓰키알라)' 라는 말이 쓰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바. 당연히, 그 기호들을 이용해 '동그라미(dongli - 동글리)' 에 해당되는 단어를 구성해야 했던 것. 기호 읽는 법부터 낯선 일행에게는 풀이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음은 분명해 보였으니, 소르나의 목소리에게든, 누구에게든 일단 도움을 받아야 문제를 풀 수 있어 보였다.
  "아르사나, 여기에 동그라미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을 눌러 답으로 쓰면 되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글자판들의 모임, 그 왼편의 한 곳에 정말로 동그라미처럼 생긴 기호가 하나 있었으니, 카리나는 그 기호를 두고 나에게 말한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도 살짝 혹하기는 하였으나, 곧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라 바로 여길 수는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그라미 모양을 단어로 활용하는 말이 원시 문명 이후로 있었겠어?"
  다만, 힌트가 있기는 있었던 것이, 각각의 글자 혹은 각인을 구성하는 기호들이 누를 수 있는 도형 안에 하나씩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기호 조합을 어떻게 활용하면 글자를 구성할 수는 있어 보였고, 그래서 하나씩 기호들을 찾아서 조합해 보기로 하였다. 그 무렵, 소르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며, 답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으나, 나는 기호들을 찾아내는 데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에 답을 해 줄 수 없었고, 그 대신으로 나의 우측 곁에 서 있던 카리나가 대신 답을 해 주었다.
  "아르사나가 각인들을 구성하는 기호들을 도형들마다 하나씩 품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기호들을 문 아래 쪽의 도형들을 통해 찾아보고 있으니까, 우선은 그에게 맡겨 봐, 그러다가, 그가 못하면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어."
  "알았어요." 카리나의 부탁에 소르나는 웃음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일단은 나와 세니아가 각인(문자)들을 구성하는 기호들을 찾아내어 첫 번째에셔부터 세 번째까지 각인들을 구성하는 기호들을 모두 찾아내는 데에는 성공하기는 하였으나, 문제는 기호 찾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호들을 조합하려고 해도, 빨리 기호들을 찾아내어 기호가 품은 도형을 누르거나 하지 못하면 쓰여진 기호들이 조합되지 않고, 따로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었다.
  "특정 기호들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다가 가능한 빨리 기호가 그려진 도형을 눌러줘야 한다는 거지?"
  "그렇지." 이후, 캬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달리 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소르나가 자신이 답을 구성하는 기호들이 자리잡은 그 위치를 가르쳐 주는 것으로써, 가능한 답을 빨리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기분 나쁘다고 여길 이유가 없었으니, 누구의 도움도 마다할 수 있는 그러한 처지가 아니었음이 그 이유였다.

  각인을 구성하는 기호의 개수는 첫 글자부터 시작해 3, 2, 2, 2. 세 번째까지 각인을 구성하는 기호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였다. 여기에 소르나가 기호의 위치를 빠르게 알려주니, 바로 답이 된다는 각인들을 구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문자들을 구성하자마자 답으로 쓴 각인들의 조합이 파랗게 깜박이기 시작하더니, 글자들이 사라지면서 문이 좌우로 열리기 시작하였다, 중심부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열렸던 것.
  "됐어요, 이제 들어가기만 하면 돼요!"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바로 뒤쪽에서 관망하고 있다가 문제 풀이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방향에 관심을 두고 있던 프레도에게 문이 열렸음을 알렸고, 그래서 프레도 역시 바로 문이 열렸음을 알아차리고 나와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의 뒤를 따라 나서며, 안쪽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문 너머로 펼쳐진 거대한 공간. 거대한 팔각형과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는 그 거대한 네모난-육면체- 공간에 이르면서 우선 천장을 둘러보기 시작하였으나, 천장 쪽은 텅 비어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그렇고, 세니아 역시 그 위로 통로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으리라고 모두 확신하고 있었다.
  "그 위쪽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는 것 아니야?"
  문 너머의 그 넓은 공간을 나와 세니아를 따라 들어오던 카리나가 말했고, 말을 마치면서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분명 그러할 것이라 답을 하였다. 그리고, 중요 구역에 침입자가 들어왔는데, 그것을 내부 시설의 장치들이 가만히 두려 하겠느냐고 말하는 것으로써 앞으로 이런저런 싸움들이 있을 것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말하고 있었다.
  그 무렵, 나는 공간의 중앙 쪽으로 들어와서 그 너머의 문을 향하고 있었다. 다른 잠금 장치가 있어 보이지도 않아, 문에 도달하면 바로 그 너머로 들어갈 수 있어 보였다. 좌우측의 문은 다른 중대한 목적을 가지는 공간을 향한 통로일 것으로 보였고, 그래서 나 그리고 프레도가 찾으려 하는 '공주' 는 바로 앞의 문 너머에 있을 공간에 자리잡고 있어 보였다.
  공간의 변두리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둥근 기둥들이 세워져 있었으며, 워통을 이어붙인 것처럼 생긴 각 기둥마다 하나씩 초록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네모난 부분이 하나씩 가운데 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 빛은 장식 이외의 다른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 듯해 보였다.
  세니아에 의하면 벽의 문과 가까운 좌우 부분에는 하얀 빛들이 글자를 쓰고 있었으니, 이 글자들이 중요 시설로서, 접근을 금지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접근을 시도하려 할 시에는 이유를 막론하고, 무차별 사살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No trespass allowed. Significant system facility. Go away or indiscriminated attack will be occured.
- No trespaß ollouhd. Signifikənt systəm fasility. Go əwei oə indiskrimineitid ətæk wil bi əkəhd.
- Kuzcina əni ashajdya. wukhain systemay facileca üs. Waryahla alu segrehonasin tæri yrjeily.
(쿠지나 어니 아샤즈댜 우하인 시스테마이 파칠레차 위스. 와랼라 알루 세그레호나신 턔리 이르제일리)

  "그러니까, 진입하면 안 된다는 말이지?"
  "그런 것이지, 바로 알 수 있지 않겠어?"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그러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답을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중요 구역 내부에 적혀 있는 말들은 일행이 충분히 알 수 있는 말들이었으며, 이전의 관문에서 보았던 그 여러 기호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각인들로 이루어진 문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시설 내부의 공용 문자는 아니었고, 일종의 암호 역할을 했었던 모양.
  "그렇다면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 볼까."
  그 무렵, 카리나로부터 이러한 질문이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바로 무시, 그 이후로 나는 세니아에게 바로 앞의 문 역시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세니아는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답을 하고서, 한 번 확인해 보라고 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방향에도 같은 내용의 경고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경고문이 나타내는대로라면, 그 문에 접근하는 시도 역시 크나큰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카리나, 방금 전에 뭐라 했지?"
  그 광경을 보고나서, 나는 바로 카리나를 향해 돌아서서 그에게 물었고, 이에 카리나는 어디라도 들어가 보자고 말했음을 밝히고서, 어디든 들어가려 하면 바로 전투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당연할 거야. 우리가 갈 곳은 이 너머일 것이고, 우리는 어찌됐든 전투를 피하기 힘들 거야."
  이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게 답을 하고서,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에게 요청하고서, 나만 문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서 이전에 했던 말을 이렇게 이어가려 하였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해 보자고."
  그 이후, 나는 문으로의 접근을 시도하여, 문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 순간,

Intruding activities occured. Defensive system will be on operation.
- Intruding æktivətiz əkəhd. Difensiv systəm wil bi ən əpəreishn.
- Invasiain jis yrjedyaəta. Makhï systema operatiaye üsila.
(인바시아인 지스 이르제댜어타. 마희 시스테마 오페라티아예 위실라)

  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그에 이어, 생각보다도 더욱 요란한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경고음이 앞으로 있을 일이 무엇인지를 나를 비롯한 공간 내부에 있는 일행에게 알리고 있었던 것.
  "카리나, 이제 때가 왔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세니아가 우측 곁에 있던 카리나에게 당부하였고, 그러는 동안 무슨 상황인지를 이미 의식하고 있던 카리나는 맡겨 두라고 바로 옆에 있는 세니야에게 말하기도 하였다.
  그 순간, 아무것도 없을 줄만 알았던 공간의 바닥의 변두리 부분에 자리잡고 있던 기둥들, 녹색 사각형이 박힌 기둥들에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녹색을 띠는 부분이 유리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 공간의 중앙 부분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단순한 조명 장식인 줄만 알았던 녹색 사각형이 실은 기둥에게 있어서 '눈' 역할을 하는 장치였던 것.
  이후, 그 '눈' 들이 녹색 빛을 발하고, 그 앞에 녹색 마법진들이 생성되더니, 각 마법진에서부터 하나씩 기계 장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정면과 후면이 팔각면을 이루고, 위아래가 다소 긴 모양을 가지는 개체들로서, 정면의 한 가운데에는 녹색 '눈' 과 같은 색을 띠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 보석에서부터 무언가 발사되는 식으로 그 보석이 발사 장치 역할을 할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기계 장치들이 나타나서 '눈' 역할을 하는 보석-그래서 이후로는 눈이라 칭한다-을 빛나게 할 뿐, 공중에 떠 있을 뿐으로 달리 위협을 취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위협을 가하기 전에 준비 상태에 있을 것이라 바로 여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 위협을 가하기 전에 바로 격파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좌측-입구 방향 기준으로-에 자리잡은 장치 대열로 접근해서 그 대열의 장치들을 빛의 기운으로 공격하려 하는 순간,
  "아르사나! 보고 있어? 위에서 무언가 내려오고 있어!"
  라고 카리나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바로 천장 쪽을 살펴보니, 금속 관에 매달린 채로 거대한 병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서슬 색을 띠는 거대한 전투 비행정의 외관을 갖고 있으며, 정면의 좌우측에 한 문씩 포가 장착된 거대 병기의 모습을 연상케하는 외견을 갖고 있었지만 하단에 어떻게 봐도 다리가 접힌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의 모습이 보인지라, 착지하고 나면 그 다리가 펼쳐져서 그 다리로 일어서서 걸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다만, 그 비행정 급 몸체를 어떻게 두 다리가 지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기는 하였다.
  병기가 지면에서 대략 10 메테르 정도 거리를 두고 있을 즈음, 금속 관들이 병기를 놓으면서 병기가 바닥에 착지, 유리 바닥에 쇳덩어리가 부딪치면서 마치 유리 깨지는 듯한 날카롭고 격한 소리가 잠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잠시 보았던 바대로, 접혔던 다리가 쇳소리를 내면서 펼쳐지면서 본체를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일어났으며, 그와 동시에 몸체 좌우에 위치한 두 팔 역시 펼쳐졌다. 그 이후로 병기는 정면의 눈 부분을 파랗게 빛을 발하게 하는 것으로써 자신의 활동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바로 앞이나 주변에 있는 개체들을 향해 위협성으로 울음 소리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외관은 괴물이었지만 괴물은 아니었기에- 신호 소리 같은 것을 내고는 있었다, 그 신호 소리에도 의미가 있어 보였으나, 신호가 가지는 의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Intruder elimination begins.
- Intrudə elimineishn bigins.
- Invasia-i eliminat cav.
(인바시아이 엘리미낫 차브)

  그리고 기계적인 목소리가 이러한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병기가 자신의 바로 앞-카리나, 세니아 그리고 프레도-에 있는 이들에게 포를 겨누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가하는 포격으로 포에 설치된 포신-한 쌍이 장착되어 있었다-들에서부터 푸른 빛 기둥들을 전방의 여러 방향으로 발사하고 있었다, 그 쪽에 있는 세니아와 카리나 그리고 프레도의 모습만 보았던 모양. 카리나는 빛의 방패로 뒤쪽에 있는 프레도를 포격으로부터 보호하려 하였으며, 세니아는 포격을 피해가며, 검에서부터 불 줄기를 방출해 그 불 줄기로 병기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뒤쪽에 있던 나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병기 주변에 있으면서 병기를 좌우 방향에서 둘러싸는 팔각 상자 모양의 기계 장치들로서, 이들 역시 병기가 출현하고, 병기와 일행이 대치를 개시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였으니, 공중에 떠 있는 이 장치들이 초록색 빛을 번쩍이기 시작하더니, 내가 위치한 그 주변 일대의 바닥을 향해 빛 줄기를 발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빛 줄기가 지면에 닿으면서 폭발을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착탄점 일대에 빛을 남기는 것은 물론, 그 일대에서 연기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위협을 가하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병기가 오로지 전방을 향하고만 있어서 후방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을 줄 알았지만 그런 후방의 장치들이 개방되더니, 나를 향해 한 무더기의 구체들을 사출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러면서 다급히 움직여야만 했다.
  흩뿌려지는 것으로서, 물리적 피해를 가하고, 그 이후로 일제히 혹은 연속으로 폭파되어, 추가 피해를 가하는 것. 사출된 구체들의 역할이란 대략 그러한 것이었음이 틀림 없었고, 이후의 상황은 그런 나의 예상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사출된 구체들이 일제히 폭파되면서 그 일대에 불꽃 폭풍이 거세게 일어났으며, 그 이후로도 작은 비행체들을 잇따라 내보내며, 나의 행동을 저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들을 격추시키며, 그들을 제거하고서, 흔들거리는 후신에 장착된 부속 장치들을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로 일제히 타격을 가해 폭파시키는 것으로써 이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에 집중하려 하였다. 앞쪽의 상황이 궁금하기는 하였으나, 후방에서의 공세도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던지라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보면 앞쪽에 신경을 쓰거나 할 여유란 없었다. 그러는 그 때에 들리는 카리나의 목소리,
  "아르사나, 뒤쪽은 어때? 뒤쪽에서 폭발음이 계속 울린다는 이야기가 들어왔어!"
  "괜찮아, 아직은!"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계속 공세는 이어지고 있었기에 대화를 더 이어갈 수는 없었다.

  눈 앞으로 병기가 방출한 것으로 보이는 비행체들이 내가 위치한 방향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작은 미사일로서, 일반적인 미사일과는 다르게 삼각 뿔대 모양을 이루는 통과 같은 모양새를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모종의 폭발물(들)을 담은 통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미사일들은 공중에서 폭파되면서 작은 구체들을 흩뿌렸으며, 그 구체들 역시 사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폭파하면서 그 주변 일대가 그 폭발로 인해 발생한 불꽃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 폭풍을 지나치며, 모습을 드러내는 미사일 하나가 있었으니, 그 개체는 내 키만해 보여서 잘 하면 올라탈 수 있어 보였다. 어둠의 기운을 일으키고 두 손에서 칼날이 생성되도록 한 이후에 미사일의 몸체를 향해 뛰어올라 두 손으로 몸체를 붙잡았다. 손끝의 칼날을 미사일의 몸체에 박아넣고서, 이를 바탕으로 몸체 위로 올라선 이후에 바로 그 미사일의 동력원이 위치하고 있을 부분-가운데 쪽-의 표면을 칼날로 뚫으려 하였다.
  칼날로 찔러 구멍이 뚫렸음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아래로 뛰어내렸고, 그 이후에 미사일의 가운데 부분이 폭발하는 것에 이어, 몸체 전체가 폭발, 그와 동시에 미사일의 몸체가 품고 있던 폭발물 일체가 흩뿌려지며 주변 일대에서 잇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다행히도 폭발과 그로 인해 발생한 폭풍, 불꽃은 지면에 닿거나 하지는 않아, 당시에 지면에 머무르고 있던 나는 그 폭발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다리 쪽으로 다가가서 그 관절을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딱히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한 쪽 다리가 부서지는 것으로써 병기의 몸체가 균형을 잃으면, 그로 인해 병기가 옆으로 넘어지는 등의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의 대비가 없을 리는 없었고, 한 쪽 다리가 부서지면 차라리 다른 한 쪽 다리도 부서뜨리는 것으로서 움직일 수 없게 될 지언정, 잘못 넘어져서 생기는 피해는 막으려는 행동을 할 수도 있어 보였다-하단에서의 충돌은 충분히 방지가 가능했을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병기 뒷 부분의 장치들을 제거하는 것에 집중하려 하였다. 이외에 뒤쪽에 자리잡고 있는 팔각 상자 모양의 장치들이 가하는 공세도 있었지만 우선적으로 병기의 뒤쪽에 위치한 공격 장치들을 먼저 없애놓아, 본체에서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음이 그 이유.
  병기 이외의 위협은 상자에서 가하는 빛 줄기만이 아니었으니, 병기 뒤쪽의 장치들이 폭파되어 하나씩 기능 작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이를 대신하기 위함인지 공중과 지면 곳곳에서 마법진들이 생성되고, 해당 마법진들에서 하나씩 푸른색, 하얀색 비행체들-이전에도 모습을 드러내어 포격 및 돌격을 가했던 비행기들-과 인간형 병기들이 나에게 공세를 가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다.
  그 위협이 가해질 때마다 상자형 개체 혹은 병기 본체를 향한 타격을 잠시 중지하고서, 병기들의 제거를 우선 행하려 하였다, 우선은 돌격해 오는 병기들을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검으로 하나씩 베어서 쓰러뜨리는 것으로써 제거하고-쓰러진 병기들은 폭파되어 사라졌다-, 그 이후로 그간에 빛 기둥 포격 등으로 위협을 가하는 병기들을 곡선을 그리는 하얀 빛 줄기로 쏘아 맞히며 격추시키는 것으로써 대응해 나아갔으나, 그러는 동안 상자형 장치들이 방출하는 빛 줄기에 의한 위협이 병기와의 대치에 집중하는 나에게 가해져, 그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다만, 뱔사된 초록 빛 줄기를 이용해 병기를 제거하기 위한 시도를 행하기도 하였으니, 인간형 병기를 밀쳐내어 광선에 맞도록 하거나, 비행기에 매달려 비행기의 움직임을 비틀어서 나를 노린 빛 줄기가 비행기를 격추시키도록 하는 시도가 바로 그것-후자 쪽은 결국 실패했다-.
  마법진을 통해 계속 몰려오는 병기들을 제거해 나아가면서 상자 모양 개체들 역시 목표로 삼아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그 시점에서는 방호막은 없었기에 충분히 타격을 가할 수 있었으며, 초록색 빛을 발하는 부분을 빛 줄기로 찌르는 듯이 타격을 가하니, 바로 노란 불꽃을 터뜨리며 폭발하더니, 중앙의 '눈' 이 발하는 빛이 꺼지면서 표면 곳곳이 갈라지면서 지면에 떨어졌다, 표면 곳곳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것으로써 기능이 정지되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음을 바로 나타냈다.

  그렇게, 후방의 상자들, 그리고 병기 뒤쪽의 포대들을 비롯한 장치들이 제거되면서 병기 뒤쪽으로 접근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시점에서 나는 병기 위로 올라탄 이후에 그 몸체를 넘어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가 위치한 앞쪽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위험하기는 하였으나, 병기 뒷 부분의 부속 장치들이 폭파되어 거의 사라진 이래로 더욱 자주, 많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병기들이 가하는 포격을 이용하기에는 좋아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시점에서 왼쪽 팔찌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빛의 열기를 느끼며, 나는 다시 소르나가 통신을 시도하고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나의 귓가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당시의 나에게는 전혀 낯선 목소리로서, 소르나의 목소리는 당연히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를 당장에 알아들을 수는 없었어도, 목소리를 통해 그 목소리가 누군가를 향한 호소를 하고 있다는 느낌 정도는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보니, 무엇을 위한 호소였는지는 알 수 없어 보였고, 그래서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그 소리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
  내가 생각한 대로 병기 위로 올라타서는-감빛 기운을 일으켜서 칼날을 몸체에 박아가며 올라갔다- 뒷부분의 남은 포대 및 장치들을 제거하고서, 더 나아가서는 병기 뒷 부분의 상부 갑판을 뜯어내려 하였다, 올라온 김에 갑판을 뜯고, 내부를 표출시켜, 바로 약점을 노출시키고는 떠나가려 했던 것, 올라가되, 그냥 올라가는 것으로 끝내지는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 앞 부분의 장치들은 거의 부서져 있었으며, 불길과 연기가 그 자리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앞 부분 중앙의 대형 장치는 아직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 내가 올라탄 이후로 나의 바로 앞에서 마법진들이 생성되면서 해당 마법진에서부터 유리 상자들이 잇달아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모종의 힘으로 비행하며 오는 것은 아니었고, 그 육면체의 뒷면에 추진체 같은 것이 장착되어 있어서, 그 추진체가 불꽃을 내뿜으며 상자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 그 중 몇은 지면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피하기 곤란했고, 그래서 맞서 오는 상자를 향해 뛰어올라서 그 상자에 매달렸다가 내려오는 방식으로 피하기도 하였다-올라서 있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그 이후로 한 번씩 상자가 날아오거나, 비행체들이 습격해 오는 등의 일들이 이어졌고, 포대들을 격추시키는 동안 표면이 흔들리는 것과 더불어 나에게 있어서 큰 위협이 되었다. 다만, 흔들림이 심한 경우에는 이 상자들을 이용해 흔들림을 잠시나마 피하려 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날아오는 상자들은 내가 지면에 착지, 병기의 앞 부분에 이를 무렵에는 잠시나마 중지되었다-그 말인 즉, 다시 나오게 되었다는 것-.
  병기가 서 있는 그 앞으로 착지하기 전, 나에게 다가오는 한 무리의 상자들과 마주하고서, 그 상자들 중 앞서던 것에 올라섰고, 그 이후에 가장 높은 상자를 향해 뛰어올라, 그 위에 선 이후에 뒤쪽의 상자로 뛰어내려 착지한 이후에 그 시점에서 날아오는 병기들과 미사일들을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로 격추시키면서 지면을 향해 뛰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지면과의 거리를 생각지 않았기에 착지하면서 발목과 다리에 심한 충격을 입었다.
  "아르사나, 그 높이에서 뛰어내려서 괜찮아!?"
  이 때, 다리와 발에 충격을 받고 주저앉아 버린 나를 보자마자 다급히 나에게 다가와서는 카리나가 내 바로 뒤쪽에 앉아서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발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저림을 견디면서 일어나며 괜찮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면서 주변을 잠시 둘러보니, 그간 보였던 상자 모양의 기계 장치들은 거의 부서져 있었다.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가 병기와 맞서면서 그 장치들을 파괴하고 있는 동안에 이들 역시 모두 격추시켜 놓았던 모양.
  하지만 아직 남은 대형 장치가 있어서 그 장치에서부터 대형 미사일을 사출하였고, 그 사출된 미사일은 이전에 냬가 보았던 바대로 폭파하면서 자기 주변의 곳곳으로 작은 구체들을 잇달아 흩뿌렸고, 이들 역시 폭파되면서 주변 일대를 화염 폭풍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앞쪽에서도 이러한 공세가 잇달아 벌어졌었는지, 세니아와 카리나 모두 능히 대처를 하고 있었으니, 세니아는 폭풍의 작은 틈새로 피해 들어갔고, 카리나는 방호막으로 그 폭풍을 막아내는 것으로써 대응을 마치고 있었다. 그 때, 프레도는 입구 부근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그간의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공격의 목표는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였고, 그 여파도 공간 입구 부근까지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기에 입구 부근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프레도는 그것만으로 무사할 수 있었다.
  양 옆의 포대들 역시 아직 남아 있어서 한 쌍의 포구에서부터 푸른 빛 기둥들을 연속으로 쏘아 보내고, 빛 기둥이 바닥에 격돌할 때마다 주변 일대에서 폭발과 동시에 파동이 퍼져 나가며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 도중에 여기저기서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어서 그 소리를 들어가며 폭발을 피해가야 했다.
  세니아가 포대를 향해 불 줄기들을 잇달아 발사해 그 폭발로써 포대에 타격을 가하는 동안 나는 그간 몸체를 지나오면서 목격했던 몸체 뒤쪽의 남은 부분, 그리고 아직 남은 앞 부분의 장치를 목표로 정해, 그 목표들을 향해 하얀 빛 줄기들을 쏘아 보내는 것으로써 반격을 행하려 하였으나, 그 와중에 계속 인간형 병기들과 비행기들이 나타나서 세니아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자, 그들을 격추시키고, 파괴하는 것을 우선하려 하였다, 세니아를 공격의 주역으로 두고, 그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전에 나타났던 유리 육면체들 역시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에는 상자 모양 장치들이 자리잡고 있던 좌, 우측 방향의 마법진에서부터 나타났으며, 서로 엇갈리는 방향으로 돌진해 나아가며, 병기 앞에 있던 나를 비롯한 일행을 위협하려 하였다. 나는 이전에 경험해 본 적이 있었기에 이러한 상황에 바로 대응해 나아갈 수 있었지만 카리나와 세니아는 이러한 상황이 없었기에 다소 걱정이 들기는 하였으나, 다행히도 세니아도 그렇고, 카리나 역시 이러한 상자들의 움직임에 나름의 방식대로 대응해 나아가고 있었다.
  지면을 움직이기만 해서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세니아는 상자에 올라가면서 반격을 가하려 하고 있었으며, 카리나는 처음에는 상자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으나, 이후에는 나와 세니아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려 하였는지, 움직이는 상자들 위로 올라가기를 반복하면서 상당히 높은 곳에 이르기도 하였다.
  그 동안 나는 상자 위로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가장 높이 떠 있으면서 우측 방향으로 이동해 나아가는 상자 위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빛의 기운으로 검을 생성해서는 그 칼날을 앞세워 뛰어내리려 하였으니,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통상의 찌르기보다 더욱 강한 찌르기를 시도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 세니아는 세 번째로 높이 떠오른 상자 위에 있으면서 화염구, 불꽃 줄기를 병기의 상부 부분들을 목표 삼아 발사하니, 이 중에서 반 정도가 병기의 표면에 닿아 폭발하면서 병기의 상부에 피해를 주고 있었다-화염구는 거의 다 맞힌 것 같았다, 적어도 화염구 발사에는 나름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는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비행을 이어가며 포탄들을 흩뿌리는 비행기들이 있었으니, 이들은 카리나가 처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빛으로 작살, 칼날, 미사일 형상 등을 만들어 가며 비행체들을 계속 격추시키고 있었던 것. 그 와중에는 폭발하자마자 탄을 흩뿌리는 것도 있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어떻게 되든 이들은 폭발해서 탄을 흩뿌릴 것임이 분명하였기에 나도 그렇고, 세니아 역시 카리나가 이러한 개체들을 격추시키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으려 하기는 하였다.
  상자형 개체들의 돌진으로 인해 오히려 병기의 상부 부분이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병기 혹은 내부 시설은 계속 상자를 보내는 것으로써 일행을 위협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한 번 더 반복될 시점에서 병기 상부의 모든 부분이 수차례 폭발하며 큰 피해를 입었고, 뒤쪽의 장치가 폭발하면서 그로 인해 동력원-붉은 구체처럼 생겼다, 색깔만 보면 심장이 연상될 정도-이 모습을 드러내어 그 부분을 찔러 폭파시키면 끝일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이후, 내가 상자 위에셔 뛰어내려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칼날을 수차례 찔렀고, 이후, 폭발이 이어지기 시작할 즈음에 병기의 몸체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 무렵, 세니아도 병기 위에 올라타고 있었으나, 병기의 몸체가 잇달아 폭발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뛰어내렸다. 다만, 착지가 불안하여 세니아는 넘어졌다, 바닥이 유리이다보니 꽤나 아팠던 모양.
  잇달아 폭발을 일으키더니, 몸체 전체가 불꽃을 흩뿌리면서 폭파, 파동과 폭음을 격렬히 일으켰고, 그 파동이 몸체 전체를 부수었다. 그러나 병기의 몸체가 그 폭발로 인해 온전히 부서진 것은 아니었고, 일부분은 남았다. 병기의 하단 부분이 내부의 기계 장치 그리고 그 폭발 와중에도 아직 부서지지 않은 붉은 구체와 같은 동력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병기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으면서 몸체에서부터 폭탄들을 잇달아 발사하고 있었으며, 그 폭탄들이 일정 거리 이상 움직인 이후, 폭발하고 있었다. 연속으로 일렬 방향으로 발사되고 있었기에 폭발의 대형 역시 하나의 길다란 선을 이루고 있으면서 일행의 합류를 방해하기도 하였으나, 폭발이 확산되지 않고 있었기에 피하는 것 정도는 그렇게 어려울 리 없었다. 이들을 피해 가기를 반복하면서 빛 줄기, 불꽃 줄기로 동력원을 향해 타격을 가하기를 반복해 나아갔고, 그로 인해 동력원은 점차 피해를 입으며 점차 갈라지고 깨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다시 한 번 불꽃을 터뜨리기를 반복하다가 폭발하기 시작하였다.
  동력원의 폭발과 함께 주변 일대로 힘이 가해지면서 그 힘으로 인해 앞으로 밀쳐진 몸체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유리 바닥과 쇳덩어리들이 부딪치는 날카롭고 요란한 충격음을 일으켰다. 소리가 그치고, 불꽃과 연기가 사라지는 순간, 앞으로 쓰러진 병기의 망가진 몸체가 드러나기 시작, 앞으로 쓰러진 몸체가 으깨진 듯이 부서져 내부 부품들과 액체 연료를 마치 내장과 피처럼 쏟아내고 있었으며, 두 팔이 양 옆으로 떨어져 몸체 못지 않게 망가지고 갈라진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저, 병기의 두 다리였던 한 쌍의 개체들만이 절단면을 열기로 붉게 빛나게 하며, 폭발과 열기로 인해 그 몸체가 부서졌음을 알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 그나마도 결국에는 절단면이 포함된 관절 윗 부분이 부러져 뒤쪽으로 떨어졌다.
  일련의 전투로 인해 대형 병기가 파괴되었으며, 그와 더불어 수많은-도합 50 여 정도로 추정된다- 인간형, 비행형 병기들이 파괴되거나 격추되었다고는 하나, 비상 상황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으며, 공간 내부로 들어올 때 이용했던 출입문은 물론, 다른 공간과 인접한 문들 역시 열리지 않았다. 당연하겠으나, 여러 병기들이 파괴되었다고 해서 경비 체계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으며, 그간 파괴된 병기들이 내부 시설 전력의 전부가 아닐 것임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유적 내부의 빛이 사라지면서 일대가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내부 시설의 중추 작동이 중단되면서 그로 인해 내부 시설을 비추는 장치들 역시 빛을 잃어, 지하 내부 공간의 어두운 본 모습이 드러나 버린 것. 그렇게 갑자기 내부가 어두워지자 내가 빛의 기운을 일으키고, 빛을 환하게 발하도록 함으로써 주변 일대를 비추려 하였으며, 그래서 빛의 기운이 환하게 빛나는 그 주변의 작은 일대나마 시야가 확보될 수 있었고, 그 일대로 일행이 모이게 되었다. - 이후에는 세니아 역시 불의 기운을 일으켜서 그것을 횃불 삼아 주변 일대를 비추려 하기도 하였다.
  "이것 봐! 출입문의 잠금이 풀렸어!"
  다급히 알리는 목소리에-그 당시 카리나는 방패로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그 현장으로 뛰어갔고, 그러면서 카리나가 말한 대로, 그가 문을 양 옆으로 잡아당겨 열어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부 시설의 작동 중지로 인해 잠금 장치의 작동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 손으로 바로 열어낼 수 있었던 것. 그렇게 해셔 만약의 경우에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그렇게 카리나가 문을 억지로 열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나의 귓가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르나의 목소리였고, 그와 더불어 팔찌에서부터 하얀 빛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 내부 시설의 작동이 곧 재개될 거예요."
  소르나의 발언에 의하면 내부 시설의 작동을 강제로 중지시킨 것은 자신으로서, 모종의 이유로 인해 외부 침입자를 무차별적으로 배제하도록 내부 시설의 경비 체계가 작동되고 있었으며, 일행이 내부로 진입하면서 해당 경비 체계에 의거해 내부 시설 전체가 진입자들을 격멸하도록 되어 있었다고 한다. 내부 경비 전력이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경비 체계는 유효하였고, 그로 인해 공간에 갇히게 된 일행을 돕고자 마력을 통해 내부 시설의 모든 장치를 강제로 중단, 재개함으로써 내부 시설의 체계를 초기화하려 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내부 시설이 다시 작동하면, 외부 침입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배격하는 체계도 없어지게 되는 가봐?"
  "그렇지요, 이러한 체계는 외부의 누군가에 의해 발생한 것이니까요."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소르나의 목소리가 바로 밝게 목소리를 내며 답을 하였고, 그 이후로 그는 계속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유지하며, 이제 시설이 작동되면 정상적으로 시설이 작동되며, 문은 일행이 접근하면 바로 열릴 것임을 알렸다, 편법을 이용한 것도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인 만큼, 경비 체계가 본래대로 작동된다면 행동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누가 경비 체계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은 거야?"
  "적어도, 아르사나 씨께서는 잘 아시는 분이실 거예요."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소르나의 목소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법한 이일 것이라고 답을 하였고, 그 이후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소르나의 통신이 끝나며, 팔찌의 빛도 사라졌다.
  그렇게 소르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이후로, 그가 말한 대로, 다시 장치는 작동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전 때처럼 냬부 시설이 비상 상태에 놓여, 그로 인해 일행이 공간 내부에 갇히게 되는 일은 없었고, 어떤 문도 그가 말한 대로, 접근하자마자 열리며, 그 너머의 공간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였다, 소르나가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언급한 바, 그대로였다.
  '그래, 그가 말한 바, 그대로네.'
  이후, 나는 소르나가 말한 바대로였음을 출입문의 앞쪽 좌측에 자리잡은 문이 열리는 모습을 보며, 소르나가 말한 대로 모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 그 때, 갑자기 팔찌가 붉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팔찌를 통해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목소리를 전하려 하였던 것이었다.
  "너희들이라면 이 정도까지 나아갈 줄 알았어,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그대로네."
  경박하기 이를데 없는 여성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이전에도 만난 바 있던 아디르(Adir) 의 목소리였다. 아버지라면, 아마도 포헤 느와흐, 바로 그 자였을 것이다.
  "이 곳에 대해 소문이 퍼져 있다면, 분명 모험가들 중에서 흥미를 가지는 이들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그것이 너희들이었을 줄은……."
  "이 목소리는, 소르나의 목소리가 아닌데?"
  이 무렵, 카리나가 난데 없이 들리는 다른 여인의 목소리에 놀라면서 나에게 물었고, 이에 나는 그렇다고 바로 답을 하고서, 그 여인은 오직 나와 대면했을 뿐이라고 그에 대해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여기 있는 다른 동료들은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모양인가 본데."
  이후, 아디르의 목소리가 나에게 소개가 필요할 것 같지 않냐고 말하였으나, 그런 말에 대해 나는 그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서, 일개 하수인에 대해 거창하게 말을 풀어나갈 필요가 굳이 있겠느냐고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나는 아디르에게 소개는 알아서 잘 할 테니, 필요한 말만 전하라고 말했고, 이에 아디르의 목소리는 바로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버린 철없는 느낌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그 말에 대해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 대신으로 할 말이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후, 한 동안 팔찌만 반짝일 뿐, 아무 말이 없다가 겨우 그에게서 말이 나왔다.
  "…… 이번에 들어오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던 모양인가 본데."
  "그랬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러자 공간 한 가운데에 이르면서 세니아가 나를 대신해서 답을 하였다-그 동안 나 역시 그런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를 따라 공간의 한 가운데에 이르러, 가만히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의 모습을 관망하고 있었다.
  이후, 세니아는 그의 짓이었느냐고 물었으나, 아디르의 목소리는 대답을 대신하여 재미난 경험이었기를 바란다고 말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러자 세니아는 바로 언성을 높이고서는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외쳤으나, 아디르의 목소리는 정말 재미난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놀리는 듯이 한 마디 말을 덧붙였을 따름이었다. 그리고서 그는 이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

  아버지께서는 이 유적의 심연에 있는 것들을 '선택을 받은 고귀한 일족' 이 차지하기를 원하고 계셨어, 이 행성계의 비천한 일족이 유적의 심연에 들어가서 무엇을 알겠느냐는 것이지. 특히, 너희 '마녀 일족' 들 말야,

  선택 받은 고귀한 일족이라면 여떤 이들인지 바로 짐작할 수 있어 보였다, 포헤 느와흐 일족을 비롯한 케레브 족이었을 것이었으니, 포헤 느와흐를 아버지 삼는 인물인 만큼, 당연한 추측이었다.
  이렇게 추측을 이어가는 동안 아디르의 도발적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었다.

  너희들은 그저, 이 곳을 흥미 거리들이 모인 곳 정도로만 여기고 있잖아, 그리고 그 흥미 거리들을 가지고, 야만적인 행위를 구상할 뿐이지, 그렇지 않아? 맞아, 너희 '마녀 일족' 들 뿐만이 아니야, 정령들과 그 계파들 모두가 그런 야만적인 존재들이지, 이 문명은 너희들 같은 야만족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가 이루어져 온 나를 비롯한 마녀 일족들과 더불어 행성의 거주인들이 고대의 유물이나 유적들의 발견은 오로지 호기심 그리고 흥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고, 아디르는 다른 의미 없는 흥미, 재미를 위한 행동은 그저 장난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간 역사에서 이루어진 옛 문명의 발견에서 흥미가 관여하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그 따위 주장을 펼치는 아디르에게 되묻고 싶었다.
  흥미나 호기심이 옛 문명의 발견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굳이 말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나 전설을 좇아가려는 마음이 있거나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과거의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스럽다고 말하고 싶었고, 또, 세상 모든 발견이 반드시 목적을 가질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었다.
  포헤 느와흐의 마법 역시 그렇게 발전을 이어갔을 것이었다, 그간의 발견 등을 흥미와 재미를 위한 장난으로만 여기는 것은 포헤 느와흐라 칭해지는 자의 기만적인, 오만한 발상에서 나온 행동에 불과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내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 역시 그의 발언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자신들을 비롯한 행성계의 거주민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오만함에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아무튼, 아버지께서는 너희들의 개입을 목도하시고 나서는 방비책을 더욱 강화하셨어. 하지만 그 결과가 이러하다면, 나도 어찌할 도리는 없을 것 같아. 생각 같아서는 너희들과 직접 대면해 보고 싶다만, 아버지의 뜻이 있기도 해서 이 곳에서의 일은 정리하기로 하겠어. 그래, 다음에 언젠가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우리는 늘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어, 그것만은 알고 있었으면 해.

  그리고, 그 발언을 들으며 프레도가 일행의 곁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 아디르는 자신을 비롯한 케레브 일족은 일행을 항시 주시하고 있음을 알라는 말을 끝으로 통신을 멋대로 끝내 버렸으니, 세니아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프레도가 그 목소리를 향해 뭐라 그에게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디르는 그야말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 버린 것이었다.

  "확실하겠지? 이번 일에 녀석들이 관여했다는 것."
  더 이상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무렵, 카리나가 물었다. 이 물음에는 아니라고 답할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었다. 아디르가 '아버지' 라 칭한 이가 유적의 심부에 있는 것들을 외부인들, 특히 마녀 일족이 건드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으니, 그것만으로도 과거에 있었던 그 사건, 그리고 이번 사건의 주범 그리고 의도는 분명히 알 수 있어 보였다. 이번에 있었던 일들은 과거에 발생한 사건의 원인이었을 포헤 느와흐의 마력에 의한 장치 조작 이후로 그가 유적을 오가는 일행을 향해 병기들의 기습 출몰을 감행한 것이 그 원인이라 칭할 수 있어 보였다.
  "녀석들이 우리를 지켜본다고 하던데, 그 말, 믿을 수 있겠어?"
  "별로."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별로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답을 하였다. 아닌 것이 아니라, 그들이 늘 지켜보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그 일족의 수장이라는 포헤 느와흐부터 늘 지켜보거나 하는 데에는 벼로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러하니, 그들의 발언은 그저 말 뿐인 위협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그 실상을 알만한 사람들은 누구나 무시할 수 있었다.
  카리나도 그 말을 진심으로 믿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혹시 나 혹은 세니아가 그 말을 진심으로 믿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들었다고.   "그래, 그 저주받은 존재가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유적에 개입을 해서……."
  프레도는 아디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이래로 그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를 통해 사건의 진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기도 했다. 프레도는 아디르의 말투를 믿음직하다 여기고 있지는 않았으나, 포헤 느와흐의 악명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런 자라면 그런 행동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여기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디르라는 여자의 말은 들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그 행적을 들어보자면 모두 납득할만 하기는 하구나."
  그 당시, 프레도의 표정이 유난히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분위기가 험악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나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어떤 마술사의 흉계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농락당해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그간 탐험에 나선 이들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기저기 들은 바 있고, 그 근황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 바 있었으나, 그 실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분노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나 역시 화를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찌할 수 없겠지. 그래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나마 옛 동료들 중 한 명과 함께 옛 유적이 숨긴 것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인 것 같다."
  처음에는 분노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하였으나, 프레도는 이후, 감정을 추스르고서 일행과 동행하면서 입구 정면 너머에 자리잡은 문을 통해 그 너머의 공간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였고, 나는 그러한 그의 바로 옆에 있으면서 발걸음을 옮겨가는 그의 모습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하였다. 처음에는 평온한 듯해 보였으나, 입구로 처음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그 표정이 달라지고 있었으니, 실로오랫동안 이루지 못한 숙원을 이루어냈음에 대한 감격의 표현이었다.



  내부로 접어드는 순간, 나의 눈앞으로 중앙의 길목을 기둥들이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공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좌우 그리고 출입문 건너편에 문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어서 그 문을 통해 고대인들이 잠든 곳으로 들어갈 수 있어 보였다.
  문을 따라 나 있는 십자 형태의 길목의 바로 근처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기둥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각 기둥에는 기계 장치가 하나씩 길목을 바라보는 방향에 장착되어 있었다. 본래, 그 내부는 기계 장치로서 표출된 장치는 기계 장치의 상태를 알리는 일종의 '표시 장치' 이지 않았나 싶었다.
  "모종의 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의 일종 같아 보이는군,"
  "저도 그렇게 보이네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기둥의 장치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그 장치들이 보여주려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당장에 알 수는 없어 보였다, 행여 고대인들이 깨어나서 일행과 동행할 수 있다면 장치의 비밀을 알려줄 수 있을는지.
  그렇게 기둥의 장치들을 살펴보고 있는 동안, 카리나가 좌측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와 프레도 그리고 세니아가 그런 그를 따라 나서려 하였다.
  "녀석들이 물러났다면, 당분간은 병기들의 위협을 의식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겠지, 하지만 아직은 조심해야 해."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이렇게 답을 하였다.

  다른 방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카리나가 들어가려 하였을 방. 그 내부는 앞뒤 방향으로 길다란, 팔각형 상을 이루고 있었으며, 가운데 부분의 좌우로 나란히 유리로 구성된 '캅쉴라(Kapsula)'[1] 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이들은 출입문을 향하고 있었다. 방 내부는 천장과 벽면을 따라 등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서 바로 인접한 방을 비롯한 여타 공간들에 비해 훨씬 밝았다.
-이렇게 칭하는 것은 캅술라들이 출입문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는데,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눕도록 할 때, 경사면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눕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캅쉴라의 표면은 하얗게 칠해져 있어서 그 내부를 들여다 보거나 할 수 없었지만 그 모양새를 통해 그것이 침실로 활용되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마도 고대인들이 이 캅쉴라 안에 잠들어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 개수는 좌측에 4 개, 우측에 4 개로 모두 8 개. 그러하니, 그 방에는 8 명의 고대인들이 잠들어 있다고 볼 수 있어 보였다,
  이전에 있었던 캅쉴라 장치들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법한 사건들, 유적 내부 시설의 작동 중단 및 재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캅쉴라들은 온전한 작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내부 장치를 들여다 볼 수 없다보니, 어떤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고대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바로 가늠할 수는 없어 보였다. 이들을 열 방법도 딱히 생각나지 않아서 계속 머물러도 더 의미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캅쉴라들의 모습을 잠시 둘러보고서는 방을 나섰다.
- 우측의 방 역시 좌측의 방과 모양새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안에 있는 캅술라들의 수가 약간 달랐으니, 그 방 안에는 9 개의 캅술라가 있었다. 우측에 5 개였다.



  마지막으로 들르게 된 가운데의 방. 그 방은 두 방들에 비해 작았으며, 등 역할을 하는 장치들도 많지 않아 이전의 방들에 비해서도 어두웠다. 다만, 방의 끝에 자리잡은 캅쉴라 양 옆의 벽면에 자리잡은 등은 작기는 해도, 밝기만큼은 여타 등에 비해 훨씬 밝았으며-크기가 작았기에 넓게 비추거나 하지는 못했다-, 캅술라의 외견도 여타 것들과 다소 다른 일면이 있었다-달랐다고 해도, 외관의 테두리가 약간 달랐을 따름이기는 했다-.
  "어쩌면, 이 안에 잠든 고대인이 이전부터 줄곧 언급되었던 그 '공주' 일 수도 있겠네, 그렇지?"
  "그러할지도." 이후, 앞장서서 나아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 때, 캅쉴라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프레도가 당시 캅쉴라에 가장 가까이 있던 나와 카리나를 제치고 그 바로 앞으로 나아가서는 그 표면을 손으로 만지면서 말했다.
  "어쩌면 이 관-프레도는 이 캅쉴라를 관으로 칭했다-이 공주가 잠들어 있을 그 관일지도 몰라.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관만큼은 열 수 있었으면 하네, 설령 내가 공주를 데려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진정하세요, 방법은 분명 있어요." 그렇게 관을 손으로 열려 하는 프레도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닥쳐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왼손을 오른손으로 잡아서 그를 말리려 하였고, 다급한 행동에 프레도는 놀라면서 행동을 멈추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열어보는 시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자칫하면 위험해요!" 그러나, 열기를 강하게 발하는 듯한-빛이 날 뿐만이 아니라, 빛에서부터 열기도 상당히 느껴지고 있었다- 캅술라의 표면을 함부로 만졌다가는 화상을 입는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여긴 나는 그의 행동을 저지하려 하였고, 그 기세에 결국 프레도는 캅쉴라를 만지려 하는 시도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프레도는 내가 캅쉴라의 표면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여긴 나의 의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그렇다면, 그 표면을 차갑게 하면 되지 않겠나."
  "장치에서부터 열기가 빛과 함께 발산되고 있을 거예요, 그와 더불어 전기도 흐르고 있을 것이고. 열기라면 손이 뜨거워지는 것으로 끝일 테지만, 전기는 그 정도로 결코 끝나지 않아요."
  이번에는 좌측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세니아가 다소 차가운 어조로 프레도를 다그치려 하였다, 그가 행동을 시도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바로 알리기 위해 그를 다그치려 한 것이라고.
  "기다려 주세요, 프레도 아저씨, 당분간은 저 아이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이후, 세니아는 잠시 물러나 달라고 부탁의 말을 하였고, 세니아와 마찬가지로 카리나 역시 나를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으니, 이번 일에 대해서는 일행 모두 전적으로 나에게 맡기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캅쉴라 주변 일대를 둘러보면서 캅쉴라의 가동을 온전히 중단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아보려 하였다. 동력의 공급을 강제 중단시킬 수도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으로 인해 캅쉴라 내부에 잠든 이의 상태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찾아올 수 있었고, 캅쉴라 내부의 사람이 온전히 깨어나기를 원하는 입장에서 이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캅쉴라의 온전한 가동 중단도, 동력의 강제 차단도, 바로 가능해 보이지는 않았으니, 캅쉴라는 선에 의해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동력 가동 수단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캅쉴라가 안치된 바로 벽면의 위쪽 좌우에 자리잡은 등, 벽에 박힌 보석 같은 모습으로 자그마하게 빛나는 한 쌍의 등 사이로 석판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 석판에 쓰여진 글이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해낼 수 있어 보였다.
  나무의 이파리처럼 생긴 석판, 빛 사이로 보이는 석판에 새겨진 글귀는 이러하였다 :

CVM TVI VERO ANIMO, DICE EI REVIVISCENTEM.

- Gdai camin maym hamce, gaye dorsaryl marala.
(그다이 차민 마임 함체, 가예 도르사일 마랄라)

  "그대의 진심을 담아, 그에게 깨어남을 말하라."
  그 뜻은 적혀 있는 말을 얼추 배운 적이 있었던지라 대충 알아볼 수는 있었다. 잠든 여인이 깨어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말을 전하면 이를 통해 캅쉴라를 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장치의 가동을 멈출만한 다른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내부에서 스스로 깨어나지 않던가, 아니면 이 근처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을 외부에서 제어 장치를 건드리지 않으면 장치의 제어 자체가 되지 않았던 모양. 이러한 광경을 보고난 이후, 나는 바로 일행을 향해 돌아서서는 벽에 자리잡은 석판에 새겨진 문구와 그 의미를 알렸다.
  "그렇다면, 일어나 달라고 외치면 되는 것이려나."
  "그 정도 말로는 어림도 없을지도 몰라."
  이번에는 세니아가 먼저 의견을 냈다, 깨어나라고 외치다 보면 언젠가는 일어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리나의 생각은 달랐다, 그냥 잠든 것이 아닌 마당에 일어나라고 말을 전한다고 바로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 '깨어나라는 말' 은 사실, 주문의 일종으로서 장치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 신호' 일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진심을 담으라는 말도 신경이 쓰이는데."
  이후, 카리나는 나에게 진심을 담으라는 말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공주' 가 깨어나기를 바람은 모두가 원하는 사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나의 왼팔에 자리잡은 팔찌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창 대화하는 시점에서부터 빛나고 있었으니, 그 시점에서부터 소르나가 일행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카리나 씨께서 말씀하신 바가 맞을 거에요, 잠든 고대인을 깨우기 위한 일종의 '목소리 신호' 를 통해 장치의 가동을 온전히 멈추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특정한 소리를 내면 저 캅쉴라가 열릴 텐데…… 모종의 말 같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이겠지?"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가 소르나를 대신하여 그러할 것이라 답을 하면서도 어떠한 소리를 내야하는 것인지, 분명 어구일 텐데, 자신이나 일행이 아는 말이 아닐 수도 있음을 밝히고서, 이전에 동그라미를 의미하는 기호들의 집합을 답으로써 나열해야 한 적이 있지 않았느냐고 물은 이후에 그것에 대해 일행에게는 낯선 모종의 언어였을 것이라 언급하기도 하였다.
  "혹시 공주를 깨울 수 있는 어구가 그런 말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겠지?"
  확실한 것은 공주가 알 수 있을만한 것이면서도, 일행이 알 만한 구세계의 말은 아니리라는 것이었다. 하기사, 여러 사람들이 알 수 있을만한 언어가 주문이 되어 뭇사람들이 함부로 공주를 깨우게 해서는 안 될 테니. 그 언어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있는 바가 없기는 하였으나, 만약에 동그라미라는 말을 의미했다는 기호 집합들과 관련되어 있다면 상당히 암담해 보였다, 그 낯선 말로 어떻게든 말을 해야 한다니.
  "그 말이 어떤 말인지에 대해 혹시 아는 바 있어?"
  이후, 세니아가 소르나의 목소리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니, 이에 그 목소리가 바로 답을 하였다, 자신의 스승이 얼어붙은 유적 깊은 곳에 잠든 공주를 깨울 수 있는 어구라하여 그 어구를 알고 있었다는 것, 이후, 소르나가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그 어구가 어떠한지를 밝히려 하니, 목소리가 전하고자 하는 어구는 아래와 같았다, 일단 내가 모르는, 혹은 나에게 생소한 어구는 아니었다:

RESPISCE EX CÆLO SOMNO.
INTRA PORTAM CRISTALLVM RECIPE LVCEM.

  이 정도 말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 그 뜻은 '푸른 꿈에서 깨어나라, 유리 문으로 들어가서 빛을 되찾으라(Parain humiesa khedahla. Kvarin porta an vical dorədeala, 파라인 후미에사 헤달라 크바린 포르타 안 비찰 도러데알라)' 였다. 의미도 알고 있으며, 읽는 것도 당연히 가능했던 만큼, 내가 직접 소리를 내어 말하도록 하겠음을 밝혔다.
  "이대로 주문을 외시면 캅쉴라의 가동이 중단되고, 바로 열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이후, 소르나의 목소리가 그렇게 말을 건네고, 이에 나는 한 번 그렇게 해 보겠음을 밝히고서 지켜보고 있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소르나의 목소리가 말하기를, 자신의 스승은 샤르기스의 깊은 내부에 자리잡은 공주의 처소에서 공주를 깨울 수 있는 유일한 주문이라며, 그 어구를 가르쳤고, 그 어구가 틀렸다면 무엇이 올바른 주문인지, 자시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하였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레스피스케 엑스 카일로 솜노.
인트라 포르탕 크리스탈룽 레키페 루캥.

  소르나가 가르친 대로의 어구를 말하자 그 때를 같이하여 여성의 목소리가 마치 내가 오히는 바에 대한 화답을 하는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중년 여성의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는 아래의 말을 전하려 하고 있었다 :

ANIMA RESPONDIT. GRATIAS AGE DEO.

아니마 레스폰딧. 그라티아스 아게 데오.

  '영혼이 응답하였다. 신께 감사하여라(Anima daimita. -an'ye gamayahla, 아니마 다이미타. 아느예 가마얄라)' 라는 의미를 가지는 어구를 말한 목소리 이후, 바로 앞에 놓인 캅쉴라가 잠시 환하게 빛을 발하더니, 그 빛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옴과 동시에 하얀 증기가 증기가 퍼져나갈 때 특유의 소리와 함께 발산되면서 캅쉴라의 윗면이 약간 열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문이 열리면서 캅쉴라의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그 때를 같이하여 남아있는 증기가 폭발하는 듯이 분출하면서 그 일대로 하얀 구름을 뿜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침상처럼 꾸며진 캅쉴라의 내부. 그 안쪽에는 사람의 형상이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성으로서, 은색 바탕에 몸의 가운데를 따라 감색을 띠는 무늬가 그려진 듯한 모습을 보이며, 다리 부분이 부츠와 같은 형태를 가지는 옷이 그 몸을 감싸고 있었다.
  옷에 어울리는 듯한 길고 긴-허리 아래까지 내려가고 있는 듯해 보였댜- 머리카락을 가지는 아름다운 여성으로서, 옷이 감싸지 않은 살결이 특히 캅쉴라 내부의 빛을 받은 탓인지 옷의 대체로 어두운 색과 대조될 정도로 밝았다. 마을에 머무르는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서, 다소 요염한 느낌도 있어 보이는 그러한 여성이었다.
  이 아름다운 여성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인지를 전혀 하지 못하는 듯이, 캅쉴라가 열리고 이에 반응한 듯이 카리나가 나를 앞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에도 그저 조용히 잠들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 여인이 고대 유적의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다는 그 공주일까……?"
  그 무렵, 프레도가 캅쉴라의 우측 부근으로 다가와서는 그 모습에 대해 말을 건네려 하였고, 이에 그의 좌측 곁에 있던 내가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 모습이 자신이 보기에도 무척 아름다워 보였는지, 계속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 특히, 가슴 쪽에 시선을 바로 두고 있었음이 너무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아름다울 수 있다면, 프레도 같은 이가 이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었기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그런데, 프레도 아저씨, 너무 바라보고 계신 것 아냐?"
  "특별히 문제가 될 것 있겠니."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별 것 아니라고 답을 하였다. 이후, 세니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나는 바로 그 대답으로써 일단은 지켜보자고 화답하였다. 이후, 나는 공주가 잠든 캅쉴라의 왼편으로 다가가서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려 하였다, 깨어날 조짐이 있는지를 보기 위한 행동으로서, 카리나가 그런 나의 곁에 오면서 나와 함께 그의 모습을 관찰하려 하고 있었다.
  캅쉴라의 수면 시설 작동이 온전히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주는 한 동안 깨어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그의 몸이 서서히 떨려오기 시작하였으니, 이를 통해 그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으니, 이러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깨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었다.
  이후, 카리나가 캅쉴라의 왼편 근처에 붙어서 고개를 내밀어 그의 모습을 내려다 보려 하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희미하기는 하였으나,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카리나는 더욱 크게 눈을 뜨면서 그의 모습을 계속 내려다 보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음 소리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나, 그 이후로 서서히 의식을 찾아가고 있었는지 보다 분명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희미했고, 그래서 뭐라 말을 하고 있는지 선뜻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카리나 역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고 말하고서, 분명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한 여인의 희미한 목소리가 몇 차례 이어지고 난 이후, 여인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푸른색을 띠는 눈동자를 드러내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분명한 목소리로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하였다.
  "이제 공주께서 깨어나셨네요." 그 이후, 나의 왼쪽 팔찌가 하얗게 빛을 발하면서 소르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후, 소르나의 목소리는 공주가 하는 말에 대해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뜻 알아듣기는 어려울 것임을 밝히고서, 자신이 최대한 통역을 해 보겠음을 이어 밝혔다. 이에 카리나가 소르나의 목소리에게 공주가 하는 말에 대해 사전에 아는 바가 있었느냐고 묻자, 답을 하니, 그가 했을 법한 말로 짐작되는 것이 하나 있음을 밝히고서, 자신의 추측이 틀리다면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 때, 앞으로의 일에 대해 대화를 주고 받던 일행을 향해 여성의 목소리가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렸다.

……Nugu scingayo?
(누구 신가요?)

  "누구인지 묻고 있네요." 그 때, 소르나의 목소리가 나와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 등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 말대로라면, 일행에게 누구인지를 묻고 있는 것. 이에 나는 우선 행성계의 사람으로 그를 찾아왔음을 밝히려 하였다.
  "이 행성계의 사람이에요, 당신을 찾아 왔어요. (Na -yoy planetï sarami is. Nol cahat üha onæta, 나 요이 플라네틔 사라미 이스. 놀 차하튀하 오내타)"
  행성계의 공용어로 말을 건네 보았고, 그러면서 잘 알아듣거나 하지는 못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공주라 칭해졌던 여성은 행성계의 공용어를 잘 알아듣거나 하지는 못했다. 다만, 행성계의 사람임을 밝히는 동안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를 대략은 알아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Planescirahamy+n'n, yi hengs+ng'i saramiran'n kəscingayo?
(플라네시라하며는, 이 헹성의 사라미라는 커신가요?)

  "이 행성의 사람이냐고 물으시고 계세요." 이후, 소르나의 목소리가 알려주는 바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공주에게 해 주었고, 이에 공주는 '예(Ye)' 라는 목소리에 반응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행성계의 공용어로는 무리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으나, 그래도 몇 가지 말(planet, sarami, ye) 에는 반응을 하고 있어서 공용어와 그가 말하는 고대의 말이 모종의 관련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역시 할 수 있었다.
  "이후로는 옛 공용어로 말해 보는 것은 어때?"
  이후, 공주가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 카리나가 옛 공용어로 말해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나는 카리나의 요청에 바로 응했다, 모르기는 해도, 적어도 행성계의 현 공용어보다는 낫겠다 싶었으니, 공주는 옛 시대의 사람이므로, 옛 시대의 공용어라면 분명 알아들을 수 있을 여지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 사이에 공주가 나에게 요청을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투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Alry+juseyo. Y+gie kyescin pundredehe. j+r'rl heciji an'scikeciyo?
(알려주세요. 여기에 켸신 푼드레데헤 저를 헤치지 아느시케치요?)

  소르나가 말한 바에 의하면 '여기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려달라, 해치지 않겠느냐' 고 묻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나는 바로 옛 공용어(Esperanta) 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당신을 찾기 위해 온 사람들이에요. (Kiel mi diris al vi, ni venis por trovi vin)"
  "…… 그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분명 구 세계와도 접점이 있었을 텐데."
  하지만 카리나의 전망은 어두웠다, 구 공용어는 구 세계의 유산으로서, 당연히 구 세계와의 접점이 있었다지만, 유감스럽게도 공주는 이 말에 익숙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라고. 이후, 이번에는 카리나가 내가 했던 말을 다른 말로 전달하려 하였다 :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당신을 찾기 위해 온 사람들이에요. (As I told to you, we came to find you - Æs ai to'l tu yu, wi keim tu fainju)"


다음 편에 계속
[1] 작은 방 등을 의미. caps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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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ce(Arche), special alphabet of Senitian for mid-open back unrounded vowel /ʌ/.
ə : The 1st formal alphabet of Senitian for mid central vowel /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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