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100 명의 생명을 맡길 수 있었지, 옛 사람들은!?"
수현 파크라는 사람이 탑의 14 층 내벽에 새겨넣었다는 라테나 어로 구성된 낙서 문구에 대한 해석을 들으면서 카리나는 그 말을 직접 들었으면 잔느 공주의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이라 말하고서,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세니아가 그런 카리나에게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서, 이어서 그것에 대한 말을 물음을 건네듯이 건네었다 :
"젊은이들, 그리고 세상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기 자신을 포장한 거지, 사람들을 속이려고, 그렇지 않아?"
"…… 그랬겠지."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능력을 보여주고, 언변으로 자기 자신을 실상과는 전혀 다르게 보여줄 수 있었으니, 능력을 원하였을 이 이끌리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심성이 뒤틀린 이라는 사실이 인지되었으면 인류, 그리고 세계의 미래를 책임지는 계획의 총괄을 맡길 수 없었겠으나, 그런 실상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었을는지. 그렇게 계획을 추진하면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착실히 진행하는 듯해 보이면서 사람들의 믿음을 사고 나면 그 틈에 본색을 드러내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본색을 머나먼 미래를 대비하는 계획에서 드러냈음이 문제라면 문제였으리라.
이어서 잔느 공주 역시 이전의 문구들을 보면서 저주 그리고 온갖 악한 감정을 드러내는 단어들이 보였다고 말한 이후에 그런 사람에게 자신을 비롯한 학생들의 운명이 맡겨진 것 아니냐고 말하고서, 그렇다면 자신을 제외한 동면에 들어섰던 모든 이들의 운명 역시 가늠하지 못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우울하게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에요, 잔느 공주님처럼 운 좋게 깨어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이미 깨어나야 할 연도를 아득히 지나쳐 간 이상, 희망의 가능성은 희박함을 모두 알고는 있었으나, 잔느 공주는 그것에 대해 아직까지는 들어보지를 못했고, 이제서야 수현 파크의 라테나 어 낙서를 보며, 충격을 받고,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가는 충격에 사로잡힌 심정을 어찌하지 못할 수 있고, 부정적인 전망이 딱히 정답일 이유가 없기도 해서 그를 진정시킬 겸,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이는 발언을 그에게 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잔느 공주는 그러한 일행의 생각을 드러내는 발언들을 믿어주면서 그간 생겨난 불안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 모두 온전히 깨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나에게 건네려 하였다.
"그 100 명, 모두 좋은 사람이었나요?"
이 때, 카리나가 그런 그에게 100 명 모두가 좋은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그는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였다. 이후, 그는 늘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 모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고, 사람이지 않았을까, 라고 말을 건네고서 확실한 것이 있음을 밝히고서, 그들은 알 수 없는 미래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몸을 맡긴 이들이라고 말하고서, 그러한 이상, 그들의 남은 삶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이어갔다. 이후, 잔느 공주는 그들 모두 각자 미래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 말하고서, 그들이 깨어나서 미래 세상의 모습을 보며, 그 세상에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바람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창공에서는 익룡처럼 생긴 병기들이 상공 일대를 맴돌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그들의 입에 해당되는 부분에 장착된 총구에서부터 불덩어리들이 발사되기 시작하니, 이 불덩어리들은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의 바닥에 떨어지며 폭발하고 있었다. 폭발의 크기는 그렇게 크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는 하였으나, 병기들의 발사 간격이 짧았고, 한 번에 다수를 발사하였던지라 상당히 자주 폭발 지점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위험이 뒤따랐으니, 결코 무난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에 이어 날개를 장착하며 날아오는 인간형 병기들의 모습도 보였다. 등에서부터 미사일을 발사하고 두 손으로 든 총포에서는 빛 줄기를 발사하며 위협을 가했다. 미사일은 견제용으로, 이들을 피하는 동안에 빛 줄기로 상대를 쏘아 맞히려 하였던 모양. 인간형 병기들은 날개 그리고 등에 장착된 비행 장치를 쏘아 맞히는 것으로 폭파시킨 후에 추락시키는 것으로써 대응하였으며, 익룡형 병기들은 흉부를 맞혀 폭파시키면서 개체 수를 줄이려 하였다. 등장한 개체 수는 익룡형 병기 20 여에 인간형 병기 10 여로 격추시키는 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15 층의 내벽면에도 여러 낙서들이 새겨져 있었으며, 필체는 모두 14 층에 새겨진 그대로였다. 아마도 수현 파크라 칭해지는 그 사악한 남자가 벽면에 새겨놓은 문구였을 것이다.
SVO IVSTITIA SVI EST.
(Suo yustitia sui est)
모두에게는 각자의 정의가 있지.
ET PERVENIT VIS.
(Et perwenit wis)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것은 힘이다.
IN MVNDVS VITAE DAMNABILIS, VIS IVSTITIAM EST.
(In mundus damnabilis, wis yustitiam est)
이 저주받을 생명의 세상에서는 힘이 곧 정의다.
PERVENIAT, MAXIME POTENTEM EGET.
(Et perweniat, maxime potentem eget)
그것을 이루려면, 가장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NVNC, IURA DAMNATA PERDAM.
(nunk, yura damnata perdam)
이제, 그 저주받을 법칙을 부숴 버릴 것이니,
QVI CONTRA ME SVNT, TRVCIBADO C AVT M.
(Kwi kontra me sunt, trukibado kentum aut millenium)
나와 맞서는 놈들은 몇이든 쳐 죽여주마.
AD IVS IVSTITIAE VITAE.
(Ad yus yustitiay witay)
생명의 정의, 그 법칙을 따라.
'생명에게 있어서 정의는 곧 힘이며, 힘 있는 자가 곧 정의' 인만큼, 자신은 이제 그 '법칙' 에 따라 자신에 맞서는 이들은 몇이라도 살육해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자신의 정의' 를 위해서라면 세상 모든 이들을 죽이더라도 상관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던 것으로서, 수현 파크라는 이의 비틀린 심성이 드러내는 광기를 나타내는 문구라 할 수 있었다.
"Yi mungudrl mus'n tthingayo? (이 문구들, 무슨 트신가요?)"
"-Yoy …… (요이)" 그렇게 부탁을 하니, 이 낙서들의 뜻을 해석한 대로 바로 알려주었다, 숨길 이유도 없고, 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음이 그 이유였다. 이 쪽의 말로 내가 말하고, 그것을 소르나의 목소리가 잔느 공주의 말로 해석을 해 주면서 그 문구의 의미를 잔느 공주 역시 알게 되었다.
"Täce wägrân jis'rl irân gose…… (테체 웨그런 지슬 이런 고세)"
아연이라기보다는 당혹스러움을 어찌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탑 위의 내벽에 올라 벽에 글자를 새기는 일련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모양. 나도 살짝 이해가 가지 않기는 했다, 물론 드러내놓고 표출할 것은 아니었다만 이렇게 어린아이 낙서처럼 자신의 본심을 굳이 그렇게 드러낼 이유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이에 세니아가 그런 나와 카리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그래, 이렇게 높은 곳에 자신의 낙서를 새겨두는 것으로서, 그는 남기고 싶었던 거야, 자신의 의지, 그리고 자신이 뜻하고자 한 바를. 그러니까, 이래서 세상의 사람들은 멸망했고, 멸망해야 마땅하며, 탑 아래에 잠든 이들 역시 죽어 마땅한 이들임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지."
그리고서, 라테나 어로 적은 것은 더 말할 것 없이, 통상의 말로는 행여 동 시대 사람들이 문구를 발견하면 알아볼 수 있겠지만, 라테나 어는 옛 문명 중의 옛 문명의 말로서,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이는 옛 문명 시대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음을 밝혔으니, 그러한 말이라면 제대로 알아볼 이가 없는 만큼, 거침없이 사용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었으리라.
"저 따위 문구를 후세 사람들이 알아본다면 이것을 좋아할 리는 없을 텐데……."
"악마의 저주로 여기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세니티아 일대를 중심으로 확장된 세상은 옛 문명의 유산, 문물부터 풍습, 그리고 언어와 문자까지 상당 수준으로 이어 받았고, 그래서 그 지식을 바탕으로 과거 문명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는 갖출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러한 지식도 없이 문화를 갖출 수 있었다면, 이러한 글자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 있었을는지, 어쩌면 문자에서 느껴지는 사악한 기운 때문에 이러한 문자들이 '저주의 주문을 품은 악마의 문자' 취급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이런 것들이 먼저 발견되었다면,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사람들이."
이후, 카리나가 나의 생각을 드러낸 말에 대해 그렇게 말하고서, 과거의 지식이 어느 정도는 전수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을 이어가기도 하였다. 그러는 사이, 세니아는 이러한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찾았다고 한다, 그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
Kie estas homojn, la memoroj povas esti redonita.
(사람들이 있는 한, 기억은 반드시 보전되리라)
과거에 은하계 성계 일대에서 공용어로 활용되었던 말로 쓰여져 있으며, 이 말은 은하계 사람들의 일반적인 말과는 달랐지만, 익히기가 어렵지 않아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급된 바 있었다. 타락한 수현 파크가 쉽게 해석되지 않는 라테나 어로 저주의 말을 벽 곳곳에 새겨놓은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무튼, 그 어렵지 않은 말로 후세의 사람들을 위해 글쓴이는 사람이 있으면 희망도 있다는 말을 전하려 한 것이었다.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그 수현 파크라는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거야, 그렇게 생각해."
그 문구를 보면서 카리나도 바로 그렇게 말을 건넬 정도였다. 이 무렵, 세니아가 나와 카리나에게 종이 하나를 더 가져오면서 이러한 종이도 찾았음을 알리며 나를 불렀고, 이어서 내가 그 곁으로 다가오자마자 바로 그 종이를 건네었다. 이번에는 글이 상당히 길었다.
Se tio estos vidita, tiu, kiun mi scias nuliĝos. Eble, en la mondo, eĉ tiaj skriboj ne plu povos esti interpretita. Sed, estos postvivantojn, kaj povos savi niajn sciojn, la mondo povos ŝpari ilin, etendos al ĉiaj idaroj, kaj en la fundamento, per la oldaj kaj novaj homoj, la nova civilizacio prosperos denove.
Esperas, almenaŭ ci povos fari la rolon. Kvankam la mondo nuliĝos, mi estos kun ĝin, mi fidas, ke ci povos konscii min, kaj per la oldaj homaj esperoj, aptertos la novan eraon kun la novaj homoj.
- Kun amo, cia patro, al tiun, kiun nomita Ĵanno.
이것이 발견된다면, 나를 아는 이들은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은 더 이상 이 글을 알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있는 이들이 있어, 우리들의 지식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들은 보전되고, 후세에 전파되어, 이를 바탕으로 오랜, 그리고 새 사람들이 더불어 새로운 문명을 다시 일구어낼 것이다.
네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세상과 함께 나는 사라지겠지만, 이런 나를 이해하고, 오래된 사람들의 바람을 따라, 새로운 시대를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열 수 있을 것이다.
- 언제나 사랑한다, 너의 아버지가, 이제 '잔느' 로 칭해진 이에게.
해석은 금방 되었다, 카리나가 해석을 할 수 있을 정도. 그 모습을 보며, 라테나 어 강의 시간에 늘 졸기만 하던 카리나의 모습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세니아는 열심히 수업을 했지만 '에르(R)' 의 발음이 잘 되지 않아 쓸데없이 야단 맞은 적도 있었다. 사실, 이 행성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낯설 수밖에 없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골칫거리이기는 했었다, 세니아는 그래서 '에르' 가 들어가는 단어들을 일일이 뒤져 보기도-그러면서 그 언어를 사용했다는 옛 사람들을 '변태들' 이라고 욕했었다, 정말로 많기는 했다-.
아무튼, 마지막의 이름은 '잔느' 를 의미하며, 그는 필경 잔느 공주를 의미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푸투로(Futuro) 라 칭해진 계획에 잔느 공주의 아버지였다는 사람도 있었던 것. 어쩌면 여느 사람들과 함께 다른 캅쉴라에 잠들기로 되어 있었을 잔느 공주가 특별한 캅쉴라에 잠들게 된 것도 수현 파크라는 인물의 사악한 계획을 간파하고, 적어도 그라도 살아남아 선대의 지식과 기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는 그의 생각에 의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이들을 구제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 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었겠지만, 해당 계획을 주도한 이는 수현 파크였고, 그 남자는 관계만 할 수 있었으며, 그를 어찌할 수는 없었을지도 모르는 입장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정도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잔느 공주가 그렇게 유별난 사람은 아니었을 텐데……."
"유별난 능력자라고 일단 그를 속여 넘길 수는 있었겠지, 의외로 그런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어차피 이상한 쪽에나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었다면서, 그렇다면 참가 인원의 잠재 능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었겠지."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가 바로 답을 하였다. 이후, 세니아는 종이 조각을 더 찾아보려 하였으나, 더 이상의 종이 조각은 찾을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종이 찾는 일을 그만두고서 종이를 들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하면서 종이를 뒤집다가 종이의 뒷장에도 글씨가 쓰여진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다급히 그 문장을 읽어보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Mi ne estas planiston, kaj ruliston, do mi ne povis fari ion krom savi cin sole. Sed, mi ne volas, ke ci sole vivos, kvankam mi ne povas partpreni en la plano, estos bona, ke ĉuij povos esti savitan por sorto.
Kara mia dio, eble vi povus vere fari mian volon.
나는 계획의 입안자도 실행자도 아니라, 너 하나만 살리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너 혼자 살기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비록 나는 계획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모든 이들에 행운이 있어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느님, 저의 이런 뜻을 굽어 살피시길.
이후에는 용처럼 생긴 병기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 이후로 인간형 병기들에 심지어는 큰 비행정, 아니 작은 비행선의 모양을 갖춘 비행체들 역시 습격을 감행해 왔다. 특히 작은 요새와도 같았던 비행선, 거대한 비행체의 중층 부분이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던 그 초록색 비행선들은 하단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포구들에서부터 여러 방향으로 빛 줄기를 방출하고 있었던지라 여러 곳에서 위협이 되었다. 이러한 포격은 앞장서서 돌격을 이어가는 비행체들을 지원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앞장서 나아가는 비행체들은 물론, 포격을 이어가는 비행선들 역시 동시에 공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비행을 이어갈 수 있는 이들이 없었던지라 뒤쪽에 자리잡고 있는 비행선들에 대한 공세는 누군가가 앞장서서 위험을 무릅쓰고 할 필요가 있었다. 카리나의 동행을 이어가면서 내가 그 공세를 맡기로 하고, 그런 두 사람을 둘러싸게 될 이들의 공세 저지를 세니아가 맡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간형 병기들이 비행을 이어가면서 일행을 포위해 갔고, 이동성의 우위를 이용해 광선탄 폭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세를 이어가니, 전 방위에서 다가오는 폭격에 카리나가 방어해 줄 여력도 없어 나와 카리나 모두 각자 폭격을 피해갈 생각을 이어가야만 했다. 나도 비행체를 격추시키고, 카리나도 다트를 하나씩 던져가며, 이들의 공세에 대한 반격을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다만, 행동 범위의 제한으로 인해 여러모로 불리했던 것은 여전했으니, 물론, 이전에도 적들은 공중에서부터 공세를 이어가고 있기는 했지만, 적은 무리들이 돌격해 오는 위주로 공세를 이어갔던 이전 시기에서는 그 불리함을 쉽게 체감할 수 없었지만, 이전과 달리, 그 무렵에는 그들의 공세가 포격 위주-그것도 급강하 후 상승을 이어가는 형태의 포격-에 워낙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지라 그 불리함이 크게 다가왔다.
병기들은 주로 광선포(용 형태의 병기들은 입에서부터 불덩어리를 뿜어내는 포격을 주로 행하였다)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가끔 인간형 병기들은 주로 들고 있는 총포를 대신해 대형 포신을 꺼내어-그 동안 총포는 왼쪽 허리에 꽂아둔다, 평상시에 포신은 등에 격납하거나 오른쪽 허리에 꽂아두는 것으로써 보관하며, 탄이 소진되면 버린다- 해당 포신에서부터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고, 비행정들과 비행기 형태의 병기들이 대량의 유도형 병기들이 잇달아 발사하여 그로 인한 폭격이 가해져 바닥에 잇달아 폭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도 여러 비행체들을 어떻게든 마법을 이용해 격추하려 하면서 여러 비행체들이 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머지 않은 시기에 세니아가 먼 거리에서 화염구, 화염 광선 그리고 추적형 불덩어리를 잇달아 발사해가며, 이들의 제압에 도움을 주었던 터라, 비행선들을 공격할 여유가 생겼다. 이후에도 근방의 비행체들이 잇달아 포격을 가하면서 위협을 가하기도 하였으나, 3 사람이 적극 공세에 나서면서 이전과 같은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봐도 된다.
상황이 역전되고 병기들이 격추되면서 일행이 본격적으로 비행선들의 본체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할 무렵, 비행선들은 내 키보다도 한참 작은 비행정들을 내보내기도 하면서 대응을 이어갔으나, 작은 크기만큼이나 이들의 능력은 약해서 출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모두 격추되었다. 다만, 격추되기 전에 광선포를 잇달아 발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했었다만, 이들의 포격은 허공과 탑의 벽면을 향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비행선에서도 미사일들이 대거 발사되고 있었다. 본래는 비행선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움직임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비행형 병기들이 잇달아 격추되면서 비행선 본체가 타격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되자, 대응으로써 미사일 사격을 하게 된 것. 미사일들의 움직임은 그리 빠르지 않아 금방 격추시키는 것으로써 막아낼 수 있었으며, 그 이후로 바로 반격 개시, 비행선 1 대의 본체를 집중 타격하기 시작해, 해당 본체의 중심 부분을 폭파시키니, 그 이후로 충격파가 하얀 빛과 함께 방출되면서 그 몸체가 갈라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써, 해당 비행선이 격침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갈라진 몸체가 부서지고 폭파된 이후, 일행은 남은 비행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집중 타격하여 격침시키려 하였다. 그 당시 내려온 비행선은 2 대였고, 그 2 대의 격침 이후로는 더 이상의 비행형 병기들에 의한 위협은 없었다. 그 비행선이 병기들의 제어를 담당하고 있었던 모양.
2 번째 비행선의 격침 이후로 일행은 마지막, 지상 16 번째 층을 향하는 계단 바로 앞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중요한 구역이라 비행선들까지 보내면서 병기들의 '괴수' 가 지키려 하였던 것 같았으나, 의외로 마지막 16 번째 층 위로는 무언가 있어 보이지는 않야서 그 광경에 대해 무척 수상하게 여기게 되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눈앞의 광경을 앞장서 나아가며 보던 카리나가 이렇게 말했을 정도였다 :
"대체 어디에 숨어서 무엇을 꾸미고 있는 거야, 아무도 없는 광경을 보고 사람들이 안심하는 사이에 기습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러할 수 있겠지만, 일단 올라가 보자고." 다소 짜증스럽게 말하는 카리나에게 내가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 하면서 카리나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카리나는 왼손에 빛의 기운으로 방패를 생성하고서 그 방패를 앞세워 계단을 거쳐 마지막 층에 이르렀다.
지상 16 층, 18 번째 층은 거대한 굴뚝의 꼭대기와 같은 공간으로서, 그 너머로 다리를 통해 서로 이어진 원기둥처럼 생긴 거대한 탑이 자리잡고 있었다, 북쪽 방향으로서, 본래는 서로 이어지지 않았을 공간을 후대에 설치된 다리를 통해 이어놓지 않았나 싶었다. 그 아래는 깊은 골짜기였고, 그러한 탓에 다리는 흔들다리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쇠 발판을 사슬로 이어 맞춰 만든 다리로서, 바람에 간간히 흔들리고 있어서 무척 불안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특히 잔느 공주는 다리의 모습을 보며, 무척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Jâ tariga hoxirado……. (저 타리가 혹시라도)"
"걱정 말아요. (-ëni kaktseala, 어니 칵쩨알라)" 이에 카리나가 방패 생성까지 그만두면서 걱정에 가득차 있던 잔느 공주를 안아들려 하였으나, 그 때, 그런 뒤에서 세니아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내가 할게. (Naye madahiahla. 나예 마다히알라)" 자기가 나서서 하겠다면서 세니아는 카리나의 좌측 곁으로 다가와 그에게 두 팔을 내밀고서 그를 조용히 그 두 손으로 안으려 하였다, 한 번 주저 앉았다가 바로 힘을 들여 일어섰다. 어느 정도 무게는 있을 것이라 예감을 하였지만, 그 예감과는 다른 무게였는지 잔느 공주를 들어올리며 다소 놀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었다.
"왜 그리 놀라?" 이에 카리나가 그의 모습을 잠시 돌아 보면서 왜 그렇게 놀라느냐고 물었고, 이에 세니아가 답하기를, 생각 외로 가벼웠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세니아가 잔느 공주를 들어 올리며, 뒤따라 나아가기로 하였으니, 그 상황에서만큼은 앞장서는 역할을 맡아야 할 카리나가 함부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음이 그 이유였다고.
흔들거리는 다리를 난간을 잡으며 나아가면서 불안히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탑의 아래쪽이 보이기도 하였다. 그 아래쪽으로 유리로 이루어졌을 탑 표면의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구 세계의 멸망과 그 이후로 이어져 간 세월의 여파 때문인지 탑의 표면에 붙은 유리들이 깨진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아니, 반 이상이 깨져 있으면서 그 내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표면은 매끈한 하얀 돌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 위로는 원형 마법진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지만 바닥의 본래 모습 같지는 않았다. 탑의 정상과 그 이전 층은 이전 층의 겉면에서부터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다, 본래는 다른 방식으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었지만 탑의 구조를 다소 변경하면서 계단을 새로이 가설했던 모양으로 누가 가설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자세한 탐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여기어진다.
"이 행성계 사람들이 여기까지 관심을 가진 적은 없지?"
"아마도, 지상으로 가려면 산길 자체가 워낙 험난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 유적을 이용하는 것이 그래도 편한데, 층계가 보통 많은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유적 자체가 위험 구역으로 지정되기까지 했으니……."
"지난 사건 때문이겠지?"
카리나의 질문으로 시작된 대화. 우선 카리나가 건넨 물음에 대해 내가 답을 하였다. 그리고 사건이 온전히 해결되면 그 이후로 탐사가 다시 활발해지고 그렇게 되면 일대의 유적들이 가지는 비밀들이 더 많이 밝혀질 것이라는 전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러한 기대를 가진 것은 아니고, 탑의 정상에 오르면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되니, 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고, 이를 통해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낼 수 있었뎐 것.
"탐사 작업이 시작되면 너도 관여해 볼 거야?"
"시간이 되면."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답을 하였다. 다리가 무척 흔들거리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나름 튼튼해서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흔들거리는 다리의 모양 때문에 불안했는지, 잔느 공주가 안겼을 뒤쪽에서 한 번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두려움은 어찌할 수는 없었던 모양으로 그 때문에 세니아가 불쌍해 보이기도 하였지만, 정작 세니아는 이미 그러할 것 같다고 여기었는지 담담했다. 다행히도 그 이후로는 세니아가 열심히 위로 및 격려를 해 주어서 그러한지,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세니아는 참 요령 있는 애 같아, 그렇지 않아?"
이후, 그러한 세니아의 모습에 대해 카리나가 한 번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바로 동의의 뜻을 드러내었으니, 그러한 그의 심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는 본래 그런 사람이었다.
다리를 통해 또 다른 탑에 도달했다. 거대한 마법진으로 표면이 채워진 탑의 정상부. 그 위에 오른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났어도 탑의 표면은 그저 고요하기만 할 뿐, 다른 움직임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이전의 그 탑에 오를 때부터 이미 하늘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으니, 여전히 어둠 속에 잠긴 감빛 하늘 위로 수많은 별들이 자리잡으며, 거대한 푸른 바탕을 꾸며주는 그 아래로 여러 산등성이를 뒤덮으며, 거대한 구름의 무리가 오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 위로 한 마리씩 큰 날개를 가지는 새들이 허공을 날아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칼새들이었다.
'저 새들은 이 밤중에 어디로 가려나…….'
하얀 구름이 간간히 오가는 하늘 사이를 날아가는 새들을 잠시 올려다 보기도 하였으나, 곧, 그렇게 여유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바로 눈앞의 일에 집중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로부터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즈음이면 몇 시 되었으려나."
"우리가 전날의 22 시 즈음에 들어갔었지."
바로 답이 나왔다. 그 무렵, 세니아는 잔느 공주를 내리고서, 그를 모시며 함께 나아가고 있었는데, 그 무렵에 카리나의 질문을 받은 것이었다. 우선 그렇게 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세니아가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
"지금 즈음이면 3 시 즈음일 거야."
3 시면, 이른 새벽으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동이 틀 무렵이었으니, 그간 일행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적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는지를 그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15 시부터 10 시까지, 무려 5 시간 넘게 있었던 것.
이후, 세니아는 공간을 둘러보며 거대한 마법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법진은 원반에 닿을 정도로 커다란 4 각형 2 개가 엇갈려 겹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로써 8 개의 꼭지점을 가지는 8 각 마법진이었다. 각 마법진의 꼭지점에는 하나씩 기둥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내 다리 길이 정도되는 그 작은 기둥마다 하나씩 그 머리 위로 글자가 쓰여 있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고대 문명의 글자들로 쓰여져 있었던 단어들은 하나 같이 무언가의 이름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그 이름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까지는 알 수 없었다.
기둥들의 이름은 가장 북쪽에 있는 것부터 시계 방향으로 둘러가며 보니, 이러한 글자들로 쓰여 있었다 :
ΡΟΜΑΙΝΟϹ | ΕΦΕϹΟϹ | ϹΜΙΡΝΗ | ΠΕΡΓΑΜΟΝ | ΘΥΑΤΕΙΡΑ | ϹΑΡΔΙϹ | ΦΙΛΑΔΕΛΦΕΙΑ | ΛΑΟΔΙΚΕΙΑ
"뭐라 적혀 있는 거야?"
"로메노스(Romenos), 에페소스(Efesos), 스미르니(Smirni), 페르가몬(Pergamon), 샤티라(Thyatira), 사르디스(Sardhis), 필라델피아(Filadhelfia), 그리고 라오디키아(Laodhikia)."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나지막히 내가 답했다. 카리나도 그 정도 글자는 대략 읽을 수 있었던 모양으로 다만, 'Ϲ' 를 읽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가 그것을 s 로 읽으면 된다는 말에 대략 알겠다고 생각했던 모양. 이후, 그는 무언가 알겠다는 듯이 감탄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이 주문은 나도 알아, 세간에서 '아포칼립티코 고이티아(Apokalyptiko Ghoitia, Αποκαλυπτικο Γοητεια = 묵시의 주문)' 로 알려진 주문에서 이러한 이름들이 나와, 이런 이름들을 외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알고 있어. 아마도 본래는 에페소스로 시작해서, 로메노스로 끝날 거야."
안타깝게도 카리나는 거기까지만 알고 있었던 모양으로 본래는 이후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거기까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다만, 한 가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면, 이러한 이름들에 대응되는 이름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래와 같았다 :
"셀축(Selcuk), 이스미르(Ysmir), 베르감(Bergam), 악히사르(Akhisar), 사르트(Sart), 알라셰히르(Alashehir), 에스키히사르(Eskihisar)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탄불(Stanbul)"
이 이름들은 셀추카(Selcuka), 이스미라(Ysmira), 베르가마(Bergama), 악히사라(Akhisara), 사르타(Sarta), 알라셰히라(Alashehira), 에스키히사라(Eskihisara), 스탄불라(Stanbula) 로 칭하는 이들도 있어서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히고서, 누군가가 '묵시의 주문' 을 욀 때, 8 개 이름에 대응되는 이름들을 외면 주문의 효과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였다-그러니까 에페소스를 말할 때, 때를 같이 하여 셀축(혹은 셀추카)을 말하는 식으로-.
그렇게 카리나가 주문에 관한 이야기를 할 즈음,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
Intervenientia deprehendit. Aggrediar statim.
(침입 발견, 즉시 공격에 들어간다)
싸늘한 여성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하늘의 동북쪽에서부터 하나의 형상이 빠른 속도로 날아서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를 지나갔다. 특히, 일행이 위치한 그 일대를 지나갈 즈음에는 일행이 머무르고 있던 그 일대 근방을 바로 스치듯이 지나갔고, 그로 인해 한 차례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며, 일대에 머무르고 있던 나를 비롯한 4 명을 덮치는 순간이 닥쳐오기도 하였다.
거대한 그림자와 함께 한 차례 바람이 휘몰아친 이후, '로메노스(Romenos)' 라 쓰여진 기둥 바로 앞에 거대한 형샹이 자리잡았다. 대략 15 내지는 17 메테르(Meter) 정도-내 키의 10 배 정도는 되어 보였다- 되어 보이는 거대한 몸체를 가지는 인간형 병기로서, 기사의 갑주 형상을 형상화한 것 같은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굵지 않은 팔과 다리에 가는 몸체를 가지는 병기는 푸른색을 띠는 갑주에 하얀색을 띠는 흉갑, 완갑 그리고 정강이 갑주를 덧붙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병기의 겉면은 얼음에 감싸여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몸을 감싸는 얼음에서 하얀 기운을 맹렬히 뿜어내고 있었기에, 이전에는 얼음 덩어리 속에 있었을 것, 그리고 얼음에 관한 병기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그 모습을 보며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병기의 팔에는 손을 대신해 포구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포구에서는 파랗게 빛을 발하며, 하얀 기운을 뿜어내는 칼날이 생성되어 있었으니, 실제로는 칼날 발생 장치였던 것 같았다-칼날에 하얀 기운을 뿜고 있었으니, 그것은 냉기의 일종인 것 같았다- 이러한 병기의 등에는 날개가 장착되어 있었으니, 그 날개 그리고 날개를 장착한 등의 장치를 통해 비행을 이어갔음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일대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을 거예요."
이후, 나는 전투 능력을 가지지 않았을 법한 잔느 공주의 신상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공간 전체가 전장이 될 수 있을만큼, 어딘가에 피신할 곳이 필요했다, 아래로 내려가면 좋다고 여기어질 수도 있겠지만, 아래도 아직은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언제 병기가 습격해 올지 모르는데, 그 습격이 가해지면 대책이 없어질 것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방호막을 통해 안전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구역은 카리나가 만들었으니, 이러한 구역 생성을 통한 안전 확보 사례가 몇 있었던 카리나라서 그의 방호막을 믿어 보기로 한 것이었다. 입구 근처에 잔느 공주가 앉은 자리를 마련하자, 카리나가 빛의 기운에 유리까지 생성해가며 구체로 감싸, 그 일대를 보호해 보고, 틈마다 누군가 한 명씩은 다가가서 그 상태를 점검해 보기로 하였다.
착지하면서 병기는 양팔의 칼날을 모두 생성한 채로 허리를 숙이고, 무릎 앉아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고서,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형상들을 자신의 투구 사이로 드러나는 검은 안경에서부터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공격을 개시함을 의미하고 있음을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과연 그 눈에서부터 붉은 광선이 발사되기 시작하였다.
우선 카리나가 하얀 빛의 기운으로 방패를 왼팔에 생성해, 그 방패로 붉은 광선을 막아내려 하였다. 다행히도 광선의 위력은 빛의 방패에 막힐 수 있는 수준 정도였으니, 빛의 방패가 광선을 막아내면서 주변 일대로 피처럼 새빨간 불꽃이 튀어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좌측에, 그리고 세니아는 우측에 위치하며, 공격을 개시하였댜. 특히, 이 병기는 얼음에 감싸이고 있으면서 하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기에, 세니아의 불꽃이 병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있기도 하였다.
카리나가 위치한 방향 뿐만이 아닌, 나 그리고 세니아가 위치한 방향으로도 병기는 광선을 발사하며 나 그리고 세니아에게 타격을 가하려 하였으나, 보이는 즉시, 반응을 하며 피해낼 수 있었다. 이후, 병기는 눈에서의 광선 공격을 멈추고, 오른팔, 그리고 왼팔의 칼날을 한 번씩 세게 휘두르니, 칼날을 휘두르자마자 세찬 바람이 그 앞으로 분출되어 나아갔다, 몸을 밀어낼 정도로 강한 바람이었지만 그래도 견딜 수는 있었다. 방패를 앞세우고 있던 카리나는 거의 조금 밖에 밀려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그 이후로 병기는 왼팔과 오른팔의 칼날이 교대로 바닥을 내리치게끔 하니, 그로 인한 진동 이후로 얼음의 기운이 분출되어 병기의 전방 일대로 한 줄기씩 세찬 기세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중에는 나를 스쳐 지나간 것도 있었는데, 말이 스친 것이지, 실상 거의 직격 당할 뻔했으며, 그래서 몸을 우측으로 날려야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더욱이 그 무렵에는 병기가 어깨에서부터 포격을 가해 얼음 덩어리를 떨어뜨리고 있어서 그것까지 피해야 했던 것, 당시 엎어져 있던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기에 다급히 일어나서 피해야 했다.
양 어깨의 포격 이후로 병기는 등에서부터 다수의 유도성 미사일을 발사-그 이후로는 탄약이 떨어졌는지, 발사하지 않았다-하고서 허벅지에서 얼음 조각들을 사출해 미사일들을 피해내는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하였으나, 다행히도 어떻게든 잘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나는 빛의 기운으로 잇달아 타격을 가하기를 시도하였으니, 가까이에 있을 경우에는 무릎과 정강이를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화염으로 포격을 가해 타격하였으며, 멀리 있을 때에는 어깨와 흉부, 그리고 팔을 곡선을 그리는 광선을 발사해 가며, 계속 공격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헌 번씩 화염 분출, 그리고 빛 기둥으로 정강이, 흉부 등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려 하기도 하였다.
세니아는 폭발하는 불덩어리들과 화염 줄기를 발사하면서 대응에 나섰고, 한 번씩은 접근해서 무릎, 정강이 그리고 등 뒤의 발사 장치 위로도 뛰어올라 착탄 후에는 액체처럼 스며들어 체내에서 불길이 피어오르도록 하는 화염액을 발사하기도 하였으며, 그것이 몸체 곳곳에 불길을 일으키는 나름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붙은 불길이 병기의 동력을 건드려 폭발을 일으키기도 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적극적으로 뛰어올라 병기 위를 올라타기라도 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그 무렵, 병기가 다시 무릎 앉아 자세를 취하더니 뛰어오르기 시작, 그 이후로 비행기로 변형을 하더니, 그에 이어 푸른 빛을 발하는 덩어리들을 바닥 곳곳에 떨어뜨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바닥에 떨어진 푸른 덩어리는 이후, 바닥 아래로 스며들었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정도의 피해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카리나, 조심 해! 착탄된 자리에서 얼음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어!!!"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주변 일대를 둘러보니, 과연 언제부터인가 얼음 기둥들이 마치 가느다란 빙산처럼 솟아오른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무렵에도 빙판 곳곳에서 얼음 기둥들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 날카로운 얼음 칼날 같은 기둥들은 어지간한 나무 높이만큼 솟아나고 있었으니, 이러한 기둥들이 곳곳에서 솟아난 바닥은 그야말로 기둥들로 둘러싸인 계곡 같은 곳이 되었다.
이러한 얼음 기둥들은 그 표면이 가파르고, 미끄럽기는 하였으나, 높이가 그 정도라면 꼭대기까지 올라설 수 있다, 라는 전제 하에 병기의 머리 위로도 올라갈 수는 있을 정도에도 이르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이 얼음 기둥을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이러한 기둥들의 모습을 보면서 카리나가 당시에 자신의 왼편에 있던 나와 세니아에게 제안을 하고서,
"나부터 올라갈게!" 라고 외쳤다. 그리고서 그는 우선 자신이 생성하고 있던 검을 사라지게 하고서는 빛의 기운으로 대갈못을 만들고, 빛의 기운으로 발을 감싸, 그 끝이 칼날이 되도록 하였다, 그 칼날들로 올라가려는 생각이었던 모양. 과연 그는 그런 식으로 얼음 기둥을 기어오르기 시작해, 마침내 그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이 뾰족한 모양새를 갖추었기에 빛의 기운으로 유리를 생성해, 그 덩어리로 모양새를 다듬어 발판을 만들기까지 했다.
"아르사나! 세니아!!! 어서 올라와!!!"
오른쪽 근방의 기둥들 중 하나의 위로 올라선 카리나가 나와 세니아를 내려다 보며 외치는 말에 나는 "못할 것 없지!" 라 응답한 이후에 왼편 근방의 기둥들 중 하나의 위로 올라서기로 하고, 그와 비슷하게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나는 그가 했던 방식과 다르게, 빛의 기운으로 유리 조각들을 생성해, 그 유리 덩어리로 계댠과 발판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둥을 변형시켜서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계단은 워낙 불안정하게 만들어져서 내가 올라서자마자 부서졌지만 그래도 일단 올라설 수는 있었다. 한편, 세니아는 기둥 위로 올라가는 것에 의지하지 않기로 하고 있었다.
이후, 나는 빛으로 얼음을 생성해 그것으로써 모든 기둥들 위에 발판들을 만들려 하였으나, 그렇게 생각하려 할 즈음에 병기가 하강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둥 위로 올라선 나를 비롯한 일행을 보더니, 흉부를 개방, 얼음의 기운을 품은 원형 파동을 생성해, 기둥들을 궤뚫고 지나가도록 하였다.
그러는 사이, 세니아는 기둥의 몸체를 밟아가며, 병기의 몸체 바로 앞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둥으로 병기가 파동을 발사할 즈음에는 마지막 기둥 바로 앞에 이르러 검의 날을 면에 꽂은 채로 몸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 그는 병기가 파동을 발사할 즈음에 병기의 몸체로 뛰어들었다.
이후, 기둥들이 일제히 깨어지기 시작했고, 이에 다급히 아직 떨어지지 않은 얼음 조각들을 타고 병기를 향해 뛰어들기 시작했으며, 카리나도 그렇게 하려 하였다. 카리나는 빛의 기운으로 갈고리 줄을 생성해서 그 갈고리를 이용해 얼음 조각들을 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카리나는 병기의 왼쪽 어깨 정면에 갈고리 날을 박아서 그 부근에 매달리고, 세니아는 흉부를 거쳐 오른쪽 어깨 위로 올라갔다. 그 동안 나 역시 병기의 오른 허리에 칼날을 찔러서 그 위에 간신히 매달려 있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병기가 방출한 파동이 지나간 지표면에는 기둥을 이루고 있다가, 기둥들이 일제히 깨어지고 부서진 이후에 남았을 여러 얼음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놓인 광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기는 부서져 가는 얼음 조각들을 바라보며 흉부를 개방, 그렇게 드러난 파랗게 빛나는 구슬과 같은 형상의 중심부를 빛내기 시작하면서 그 부분에서부터 푸른색을 띠는 빛의 기둥을 방출하였다. 큰 힘을 들여 기둥을 방출하려 하였는지, 격렬히 빛이 방출되고 있었으며, 그 여파인지 주변 일대가 등불을 크게 밝힌 듯이 아주 환해지기도 하였다. 빛 기둥의 기운이 가진 힘은 지표면에 남은 얼음 조각들이 증발될 지경이었으나, 그간 방출되고 폭발한 빛과 열기에도 온전하였던 바닥과 유리 기둥들은 그 이후에 발생한 빛의 기둥의 기운에도 온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아직까지 병기는 일행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그 틈을 노려 기습을 감행하기로 하였다. 세니아는 이전에 보였던 그 파고드는 불꽃을 이용하려 하였고, 나는 빛으로 생성하는 유리 조각으로 병기의 갑주 안쪽을 찔러 그 안쪽으로 빛의 기운으로 생성하는 불꽃, 빛 줄기가 파고들도록 함으로써 병기의 내부에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이를 통해 병기의 몸 곳곳에 폭발이 이어지면서 그로 인한 충격이 가해지자,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인지한 병기는 몸체를 크게 뒤흔들었으며, 그 흔들림은 버티는 것으로는 어찌할 수 없어 결국 일행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세니아는 칼을 왼쪽 허벅지에 박으면서 잠시 추락을 막기도 하였으나-그 와중에도 불의 기운을 몸 안으로 파고들게 하고 있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떨어졌다.
그렇게 세 사람 모두 바닥에 떨어졌으나, 다행히도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는 않았기에. 등이 충격을 받아 통증을 느끼기도 하였으나, 그 정도였다. 이후, 내가 입구 근처에 머무르고 있을 잔느 공주의 상태를 알아보기로 하고, 다급히 그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잔느 공주의 방호막은 다행히도 건재한 상태였다, 그 쪽으로는 아직 공격이 닿지 않았고, 더 나아가, 공격의 목표가 잔느 공주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집중되었기에 위험에 휘말릴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방호막이 굳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병기는 어느새, 다시 착지해서 이전처럼 칼을 휘두르며, 파동을 지면, 공중에서 파동을 생성해 위협을 가하고 있었던 만큼, 바로 그 쪽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가 있는 곳으로 가려 하는 그 순간, 잔느 공주가 나에게 요청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당시, 소르나의 목소리가 그 말을 통역해 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무언가 받아갈 것을 권하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잠시 유리막을 제거하고, 그가 막을 뚫어 나에게 손을 내밀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후, 방호막을 뚫고 나온 잔느 공주의 오른손과 더불어 그 손 위에 있는 물품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굵은 쇠 팔찌였다.
"Igësrl bad'seyo, pand'sci towmi dœrlgâyeyo. (이거슬 바드세요, 판드시 토우미 될거예요)"
팔찌를 건네면서 잔느 공주가 말했고, 그 팔찌를 받자마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한 이후에 바로 유리막으로 그 일대를 다시 덮었다, 언제 습격이 가해질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은색 팔찌는 한 부분에 검은 유리판이 장착되어 있어서 그것이 화면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도움이 될 것이라 했으니, 적어도 잔느 공주에게는 유용했을 기능을 팔찌가 갖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물건을 넘긴 것은 어쩌면, 혹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넘겨주려 하기 위한 행동의 일환이었던 것일까. 어쨌든, 우선은 팔찌를 왼팔, 내가 통신을 위해 사용하는 팔찌의 뒤쪽에 걸어 두기로 했다.
그렇게 잔느 공주로부터 팔찌를 건네 받자마자 나는 곧바로 남은 이들이 있을 곳으로 다시 나아갔다.
그 무렵, 병기는 칼날을 잇달아 휘두르면서 얼음 기운을 잇달아 방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접근해 올 무렵, 두 팔의 끝에 생성된 칼날을 깨뜨리더니, 이어서 칼날의 끝에서부터 파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그 빛에서부터 푸른 빛을 발하는 기운을 물처럼 분출하기 시작하였다. 분출된 기운은 한 곳에 집중되었고, 그래서 나를 비롯해,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 역시 그 일대만큼은 피했다.
이렇게 기운이 하나의 냉기를 생성할 무렵, 주변 일대의 공중에서도 공세가 이어지기 시작하니, 익룡처럼 생긴 비행형 병기들이 입에서부터 파랗게 빛나는 광탄들을 발사하기 시작하였다. 빛의 기운처럼 보였으나,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크고 작은 얼음 결정들을 생성하니, 이들 모두 얼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냉기들이 잇달아 분출되면서 일대가 다시 얼음밭이 되고 있었다.
그 때, 병기가 분출한 얼음 기운이 생성한 거대한 냉기가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되고, 이어서 기운이 구름을 일으키면서 그 힘으로 얼음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얼음의 윗면은 평평해서 발판이 될 수 있었지만, 계속 떠오르고 있었기에-그것도 눈에 확 보일 정도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그 위로 올라서려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 당시 나는 나름 거리를 두고 있어서 뛰어가야 얼음 바로 앞에 이를 수 있었다.
칼날을 윗면 바로 아래쪽에 박아서 간신히 매달렸다. 그러는 동안 이미 준비하고 있던 세니아는 윗면의 좌측 부분에 올라타고 있었으며, 카리나 역시 얼음의 우측 부분을 통해 기어올라 얼음 덩어리 위에 도달하고 있었다. 나 역시 다리를 뒤로 젖히면서 발부터 바닥에 닿도록 하였고, 그에 이어 얼음 벽면에서 칼을 빼내면서 몸을 일으켜서 얼음 위로 착지하였다.
"알고 있겠지만, 이런 얼음은 금방 깨질 거야, 깨지기 전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어."
지극히 당연한 사항으로, 이러한 얼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며, 높이 오르면 떨어져서 그 충격으로 다칠 수 있었기에, 그것에 대한 대비도 해야할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높이 올라 병기의 정면 앞에 도달하니, 병기를 마주하며 집중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고, 나는 세니아처럼 위험에 대한 대비를 염두하기보다는 잠시나마 그 기회를 이용하는 것에 전념하려 하였다.
얼음 덩어리 위로 착지한 나의 앞으로 어깨에서부터 얼음 덩어리들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병기의 본체보다 지면에 있을 때보다 더욱 가깝고, 더욱이 얼음 덩어리들이 발사되는 어깨 부분의 바로 앞에 있다보니, 그 위협이 바로바로 닥쳐왔기에 나의 앞으로 무언가 날아온다 싶으면 바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또, 이들 중에서 나를 지나쳐 간 덩어리들은 공중에서 깨어져 냉기로 변하니, 이들이 응결해 하나의 결정 조각들을 만들고, 결정 조각들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이니, 그것에 대한 대비도 할 필요가 있었다, 날아오는 결정 조각들은 그 속도가 빨라서 나를 향해 날아온다 싶으면 바로 피해야 했다.
얼음 덩어리가 날아올 때마다 광선으로 격추시켰고, 흉부의 중심부에서 냉기를 분출하면 빛의 기운에서부터 하얀 불꽃을 일으켜, 그 냉기를 막고, 불꽃이 냉기를 뚫고, 중심부 쪽으로 파고들도록 하였다.
이외에 주변 일대에서 비행체들이 좌우 방향에서부터 날아들어 얼음 덩어리 위에 있던 나에게 광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나에게 피해를 가하려 하기도 하였다. 이런 부차적인 위협은 대형 병기의 바로 앞에서 병기의 공세에 집중해야 하는 나에게 있어 집중력을 흐릴 수 있어 위험했고, 그래서 이러한 부차적인 위협을 먼저 제거하려 하였기에 그 무리의 모습이 보이는 동안에는 그들의 격추에 집중하고 있었다.
도중에 한 번씩 병기가 자신의 왼팔 혹은 오른팔을 높이 들었으며, 자신의 팔끝에서 생성된 얼음 칼날로 얼음 덩어리를 내리쳤다. 그 타격으로 얼음 덩어리가 깨어지지는 않았으나, 충격이 가해졌음은 분명했으며, 그로 인해 얼음 덩어리가 잠시 좌우로 한 번씩 기울어질 정도로 급격히 흔들렸다. 그렇게 흔들릴 때마다 나를 비롯한 세 사람이 그 흔들림으로 잠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었으며, 내 곁에 머무르고 있던 카리나는 얼음 덩어리가 우측으로 기울었을 때, 그로 인해 뒤쪽 가장자리로 밀려나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가, 오른손으로 잡은 검의 날을 얼음 덩어리에 박아가면서 매달려서 간신히 위험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병기의 공세가 거듭되는 그 도중에도 계속 병기를 향한 타격을 이어가려 하였으며, 이를 통해 공격의 근원인 양 어깨와 두부 그리고 흉부에 수백 회 이상의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격을 가하고 있음에도 그 표시가 나고 있지 않았기에 이러한 타격들이 얼마나 병기에게 영향을 주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세니아는 검 그리고 자신의 왼팔에서부터 화염을 생성해 병기의 오른 어깨와 머리 그리고 등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오른 어깨와 머리를 향해서는 왼손에서부터 발사되는 불덩어리와 불기둥을, 그리고 등의 장치를 향해서는 검에서부터 분출되는 곡선을 그리는 불덩어리들을 발사하며 피해를 가하고 있었다.
카리나는 빛의 방패로 공세를 막아내면서도 흉부를 향해 다트를 손에서부터 집중적으로 발사하고 있었다. 간혹, 얼음 덩어리 위로 인간형 병기들이 다가오면 그 무리를 향해 다트를 발사하거나 검으로 베어내 파괴하기도 하였다.
병기의 오른쪽 어깨의 관절 부분이 세니아 그리고 나의 타격을 가하면서 가장 심하게 부서지고 있었고, 그 기세를 알아차린 세니아는 다른 부분의 공격을 대신해 오른쪽 어깨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 조짐이 심상치 않게 여기어졌는지, 세니아를 향해 병기는 오른 어깨, 그리고 손에서부터 냉기와 얼음 덩어리를 집중 발사하며, 그 근원인 세니아를 없애려 하였다.
그 당시, 나는 그 공세 와중에 병기의 일부라도 파괴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내에 공격을 해 봐야 병기의 영향을 줄 정도의 큰 피해는 나오지 않을 것임은 자명해 보였기에.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불덩어리와 불기둥 그리고 화염 줄기의 집중 타격이 이어지며, 연기가 오른 어깨 부근에서 일어나더니, 마침내 그 관절 부분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고, 그것이 위험이라 여기어졌는지, 병기는 그 오른팔을 포기하기로 하고, 오른팔을 폭파시켜, 떨어뜨려 버린 것.
"거기 어디야, 팔 떨어진 데!"
그렇게 팔이 떨어질 즈음, 나는 그렇게 외치며, 잠시 얼음 덩어리의 왼편 가장자리로 다가가서 팔이 떨어진 지점을 살피려 하였다. 다행히도 그 지점은 입구 부근-잔느 공주가 자리잡은 그 일대-과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 무렵, 얼음 덩어리가 깨어지기 시작하였고, 그 때, 세니아가 나와 카리나에게 다급히 외쳤다 : "낙하 수단을 마련해, 빨리!!!"
내가 밟고 있는 부분도 깨어지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얼음 덩어리는 깨어지면서 점차 그 형상이 증발되어 사라지고 있었기에 잠시 매달릴 수도 없었고, 그래서 낙하하는 형체에 의존하며 안전하게 착지하는 방법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뭔가 방법이 필요했다.
"아르사나, 내가 발판을 마련해 줄게!"
그 때, 카리나가 빛으로 지면에 거대한 원반을 마련했으며, 그 원반은 내가 떨어지는 바로 아래에 있었다, 그 원반이 안전히 낙하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해 주고 있었던 것. 과연, 그 일대에 떨어지자마자 발판이 마치 침대의 표면처럼 충격을 흡수해, 그로 인해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충격이 보통 큰 것이 아니라, 나 역시 크게 튕겼으며, 그래서 주변 일대의 바닥에 낙하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 높이면 크게 위험하지도 않았다.
다시 일어나자마자 나는 병기의 왼팔에서부터 검을 휘두르는 공격에 대처해야만 했다. 뛰어올라 그 팔을 피해내자마자 바로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팔을 향해 낙하하려 하였다, 팔에 매달리려 하였던 것이었다. 병기는 팔을 바로 치우려 하였으나, 내가 생성한 검의 날이 그 팔의 팔꿈치 부근에 닿았고, 억지로 날을 뻗어 그 날을 팔꿈치에 박을 수 있었으니, 그렇게 칼날을 팔꿈치에 박자마자 그것을 깊숙히 꽂아 넣으려 하면서 어떻게든 그 팔에 매달리려 하였다.
- 그 이후로 카리나와 세니아는 몸체 앞에서 흉부를 비롯한 몸체를 집중 공략하게 되었으니, 그 이후로 내가 팔을 비롯한 몸체에 매달리며 그 몸체에 직접 타격을 가하려 하는 동안 카리나는 세니아와 더불어 몸체를 공격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던 모양.
왼팔의 팔꿈치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느꼈는지, 병기의 팔이 격렬히 움직이려 하였고, 그 때마다 나는 왼손에서부터 얼음 칼날을 생성해 그 칼날로 팔목을 잇달아 찌르려 하였다. 그러는 사이, 병기의 그 움직임을 목도한 세니아와 카리나가 화염 줄기, 그리고 빛 다트로 왼쪽 어깨, 그리고 흉부를 집중 타격하려 하였고, 그것이 더욱 위협적으로 여기어졌는지, 병기가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에게 공세를 집중하려 하면서 그로 인해 나의 공세에 대한 병기의 저지가 줄었기에 그 팔꿈치에 제대로 매달릴 수 있게 되었다.
병기가 흉부, 그리고 어깨의 관절 부분에 장착된 장치에서부터 얼음 덩어리 그리고 냉기를 발사해 가며,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를 공격하려 하고, 세니아가 이에 불꽃 줄기와 불덩어리를 발사해 가며 맞서려 하는 동안 나는 팔의 뒤쪽으로 나아가서 어깨를 향해 오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해당 병기를 비롯한 병기 무리도 마냥 어리석지는 않아서 이러한 나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서는 사격으로 나를 쏘아 맞히려 하고 있었다. 사격이 이어질 조짐을 보자마자 나는 감빛의 기운을 일으켰다, 그 어둠의 기운이 발사된 포탄 및 광선의 착탄 지점을 보여줄 것이었다.
팔의 곳곳에 하얀 문양을 띠기 시작하였고, 그 문양이 위치한 지점마다 광탄과 광선이 격돌해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감지되는 착탄 지점을 피해가며, 나는 감빛의 기운으로 손끝에서부터 칼날을 생성해서 그 칼날로 팔의 몸체를 찔러가며 위로 오르기 시작, 그 어깨 위에 오르게 되었다.
어깨의 관절 부분에 올라타고서 나는 다시 빛의 기운을 일으켰다, 그 빛의 기운으로써 관절에 타격을 가해 그것으로써 남은 왼팔마저 분리시켜 버리려 하였던 것. 이번에는 화염을 일으켜서 관절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하였으니, 이를 통해 불길을 일으켜, 병기가 팔을 분리시키는 것을 유도하려 하였던 것이었다.
뒤쪽에서 간간히 날아오는 비행체들을 격추시켜가며 이어가는 공격에 마침내 병기의 왼팔 역시 연기를 일으키다가 불길을 뿜어내기 시작하였고, 그것 역시 위험으로 여기었을 병기는 그 왼팔 역시 폭발과 함께 분리시켜 버렸다. 분리된 왼팔은 오른팔처럼 지면으로 낙하, 그리고 지면에 격돌하자마자 잇달아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 형체가 파괴되었다.
그 당시 나는 병기의 왼쪽 목덜미 부근에 매달려 있었다. 이대로 떨어져 일행의 곁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 무렵, 나는 한 번 더 욕심을 내려 하고 있었다. 그 목 역시 타격을 가해 부러뜨리려 하였던 것. 그러면서 나는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칼날을 그 몸체에 박아가며, 병기의 목덜이 한 가운데 즈음에 이르렀다.
병기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음을 병기들이 알게 되었는지, 뒤쪽에서 수많은 전투 비행기들이 몰려오며,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고, 감빛의 기운을 일으키자마자 목덜미와 등 곳곳에 하얀 착탄 지점들이 발견되었다. 다행히도 내가 파고들만한 틈이 있었고, 그 틈을 통해 간신히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손끝에 생성된 감빛 칼날로 다시 목덜미의 한 가운데 즈음에 이르렀고, 그 목 뒤의 지점을 그대로 오른손의 감빛 칼날로 맹렬히 찌르기 시작하였다, 목덜미에 상처를 내고, 그 틈에 불덩어리를 파고들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해도 여유가 없었던 것이, 잠시 있다가 폭격이 이어지는 것이 반복되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앞쪽에서는 세니아가 공중으로 오르는 얼음 덩어리에 올라타서 머리와 흉부에 집중 타격을 가하고 있었으며, 카리나 역시 그 앞에 있으면서 방패로 흉부 그리고 머리에서부터 가해지는 포격 그리고 붉은 광선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들이 가하는 타격 역시 맹렬햐였기에 흉부에도 많은 상처가 가해져 그로 인해 연기가 분출되고, 그것이 뒤쪽에 있던 나에게도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그 동안에도 뒤쪽의 병기들에 의한 타격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거대 병기에게만 피해를 가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등과 어깨 부분이 계속 파괴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전투 비행기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틈나는대로 병기의 뒤쪽을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장갑은 점차 깨져가고, 내부의 부품이 드러났으며, 부품 역시 부서져서 그 잔해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아무래도 거대 병기는 상관 없고, 그저 나를 격추힐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병기들의 사고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있었던 모양.
그 공세 와중에도 틈을 노려 계속 목을 찔러 틈을 내려 하였고, 그러면서 하나의 기나긴 틈을 생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틈 안으로 빛으로 광탄을 생성해 밀어 넣은 이후에 파고든 광탄들을 안쪽에서 폭파시키는 방식으로 목 안쪽에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그 때, 앞쪽에서 잇달아 폭음이 터져 나오고, 그에 이어 폭풍이 앞쪽에서 분출되며, 그 충격으로 병기의 몸체가 뒤로 기울려 하고 있었으며, 그에 이어 절단된 부분에서도 불꽃이 터져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몸체 내부가 폭발하는 불꽃에 휩싸였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몸체 앞 부분이 불길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병기는 잠시 몸이 뒤로 기울었을 뿐, 그대로 버티고 서 있으려 하다가 발에서부터 불꽃을 뿜어내려 하였다, 그 추진력으로써 비행을 시도하며, 마지막 가능성을 만들어 내려 하였음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그런 병기의 움직임 이후에도 나는 계속 등에 매달려 있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목덜미 안쪽에 계속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장갑을 깨뜨려 가면서 마침내 목덜미에 생성된 틈을 크게 벌어트리는 데에 성공했고, 그러면서 그 안으로 빛의 기운으로 생성된 유리 칼날들을 연속으로 파고들게 하였다. 유리 조각들이 병기의 내부로 파고들면서 그로 인해 전기와 연기 그리고 불꽃까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불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폭발이 잇달아 발생하더니, 마지막의 큰 폭음과 동시에 불꽃이 목 부분에서 화염과 폭풍이 터져 나가며, 그 충격으로 목이 병기의 몸체에서 분리되어 앞쪽의 바닥을 향해 추락해 가기 시작하였다.
병기의 머리는 유리 바닥에 격돌하자마자 그 형체가 깨어지며 불꽃을 주변 일대로 퍼트렸으며, 그와 동시에 충격파가 일어나고, 일대가 격렬히 진동하는 광경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그 머리 부분에도 나름의 동력원이 있었던 모양이다. 세니아, 카리나는 머리가 떨어지려 할 즈음에 병기가 위치한 그 좌우로 피신해 있으며, 위험을 면하고 있었다.
이미 양팔은 분리되었으며, 병기의 흉부가 파손되어 불길에 휩싸이고, 머리가 절단되면서 병기가 온전히 가동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남지 않게 되었다. 몸체의 뒤쪽을 제외하면 모든 부분이 불길에 휩싸인 병기는 그럼에도 아직 가동할 수는 있어 보였던 모양으로 등에 장착된 비행 장치를 겸한 공격 장치에서부터 미사일들을 발사하기 시작, 그 미사일들은 하얀 증기로 궤적을 그리며 공중 높은 곳으로 날았다가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지면 일대를 향해 낙하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일행과의 합류를 위해 불길에 휩싸인 병기의 몸체에서 뛰어내리고서, 바로 그 다리 사이를 지나 카리나의 모습이 보이는 병기의 좌측 근방으로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는 왼팔에 생성한 방패를 앞세우고 있으면서 파괴되어 불길에 휩싸여 있는 병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카리나와 대면을 하고 있는 도중에 미사일들이 등의 장치에서부터 발사되는 광경을 보게 된 것.
워낙 많은 개체들이 맹렬히 속도를 내어 날아오고 있다보니, 정신 없이 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미사일들의 격돌과 폭발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폭풍과 충격파 사이에 있으면서 간신히 피해를 면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날아오고 있는 미사일들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미사일들을 빛의 기운이 공격 목표로 정하도록 하면서 그 빛의 기운들이 하얀 빛으로 곡선을 그리며 이들이 미사일들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하얀 곡선들이 미사일에 부딪쳐 폭발하면서 그로 인해 생성되는 붉은 화염이 공중에서 다홍빛 꽃을 하늘 곳곳에 그려내고 있었다.
빛의 기운을 크게 들여 왼손에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투명 방패를 생성한 카리나는 그 방패를 통해 공중에서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막아내고 있으면서 오른손으로 다트를 발사해 불길을 일으키며 타오르고 있는 흉부를 타격하고 있었다. 나와 카리나는 피하면서 간간히 타격을 가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피하면서 타격을 가하려 하니,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미사일들의 공세가 잠시 주춤할 때가 되었고, 그 때를 노려 나와 세니아 모두 다시 병기의 등쪽을 향해 다가갔다. 그 이후, 그 등쪽의 장치를 광선 그리고 화염 줄기 그리고 불덩어리로 모두 집중 타격을 가해, 등의 장치에 균열을 내고, 불길을 일으켜서 끝내 장치에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이 일어나려 하자, 세니아는 나에게 어서 대피하라고 말했고, 그 말에 나는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가며 미끄러져 나아가듯이 여전히 병기의 앞에 있던 카리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 무렵, 병기의 좌측 근방을 통해 카리나의 곁으로 돌아가는 세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굳이 그렇게 다리 사이로 파고 들어가고 있잖아, 아르사나."
내가 그렇게 미끄러지듯이 일행의 곁으로 나올 무렵, 흉부와 다리 부분이 잇달아 폭발과 함께 불꽃을 터뜨리면서 그 충격으로 기어이 뒤로 쓰러졌고, 그 충격으로 인해 형상 전체가 폭발, 그로 인해 다시 한 번 폭음과 불꽃을 주변 일대로 터뜨렸다. 그 폭발이 컸기에 공간 일대의 가장자리까지 물러나야 간신히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다.
폭발이 끝난 이후에도 병기의 잔해 일대는 한 동안 불길에 휩싸여 있었으며, 그 위로 불기둥과 연기가 맹렬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놀라웠던 것은 그렇게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유리 바닥의 문양을 비롯한 구조물들은 그 형상이 온전했다는 것이었다.
병기가 쓰러지고 그로 인해 공간 일대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일대가 잠시 불길과 빛에 휩싸인 이후, 폭풍과 열기는 이제 사라졌으나, 공간의 한 가운데, 그 뒤쪽-입구 계단 기준으로-의 바닥에 뒤로 쓰러져버린 병기의 잔해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으면서 남은 잔해들을 먹어치우려 하고 있으면서 그 연기를 하늘 위로 띄워 올리고 있었다. 그 파괴된 잔해를 가만히 지켜보는 순간, 잔해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
Defensio deficit. Ex imperium. Ratio stetit.
(Defensio defikit. Ex imperiung. Ratio stetit)
"침입 저지 실패, 기능 부작용, 시스템 중단."
이런 뜻을 가지는 말이었다. 이전보다 확실히 약해진 목소리는 처음 병기가 진입해 왔을 무렵의 그것과 같았고, 병기와 관련이 있었으며, 이번에는 병기가 위치한 그 근방에서 들려온 만큼, 그 목소리가 병기와 관련되어 있었음을 그 목소리를 들으며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미 부서져 버린 두 팔은 이미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폭발이 일어난 이후에 잔해마저 사라져 버린 모양. 세니아에 의하면 양 팔이 추락하고, 폭발과 함께 불길이 그 일대에서 일어난 이후에도, 불길 속에서 잇달아 폭발이 일어났다고 하며, 그렇게 폭발을 이어가던 불길이 꺼졌을 때에는 바람에 흩날려 가버린 검은 재 이외에는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몸체는 개체 자체가 크고, 더 이상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러한지 불길이 맹렬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그렇게 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불길이 꺼지면 그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무렵, 왼편에서 나의 앞으로 나온 카리나가 불타고 있는 개체를 바라보며 그렇게 전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잊고 있었다고 말하고서, 입구 근처의 방호막이 있었다고 말하고서, 잔느 공주를 감싸고 있던 방호막을 해제시켜 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리나는 그 와중에 방호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하며, 뒤늦게 걱정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기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카리나는 방호막을 바로 해제하고 있었다. 이후, 잔느 공주가 일어날 무렵, 카리나가 그에게 뭐라 말하더니-아무래도 다 끝났음을 알리고 있었던 모양-, 그를 이끌고 나 그리고 세니아가 위치한 불타는 잔해 근처에 이르고 있었다.
"불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
"그것은 네가 해야 하지 않아?"
그러는 동안 나의 우측에서 오른손에 검을 든 채로 팔짱을 끼며 지켜보고 있던 세니아가 나에게 물음을 건네자, 내가 바로 답을 하였다, 화염술사라면 불을 끄는 것도 자기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함이 덕목임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물론 세니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자신이 일으킨 불꽃도 아닌데, 그 거대한 불길을 자기 능력으로 진화함에 무리가 있었음은 사실.
이후, 세니아는 그간 발사하는 칼날들은 얼음 칼날 아니냐고 물었으나, 그것은 유리의 성질을 가지지, 얼음의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아니라고 답을 하였다. 그러자 세니아는 "그래?" 라고 답을 하며, 아쉽다는 듯이 "그렇구나." 라고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싶은 생각에 물어보았던 모양.
"잠깐, 아르사나, 왼팔의 그 팔찌는 뭐야?"
이후, 세니아는 잠깐 나의 모습을 보더니, 왼팔에 그간 잘 보지 못했던-전투 중에는 적의 모습에 시선을 두느라 잘 보지 못했을 테니- 팔찌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 그 팔찌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바로 세니아를 향해 돌아서서는 왼팔에 걸고 있던 팔찌를 오른손으로 빼내 그 오른손을 세니아에게 내밀면서 팔찌에 대해 알려주려 하였다.
"이 팔찌, 잔느 공주님께 받은 거야, 이전까지 잔느 공주님께서 유용하게 활용하신 물건 같은데......."
잔느 공주는 자신의 팔찌를 건네면서 유용하게 사용할 때가 있을 것이라 말했었다. 물론 정작 전투 중에는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일이 있을 것이고, 죽을 수 있는 위험을 각오하고 자신이 유용하게 사용했던 물건을 나에게 건네려 하였음을 감안해 보면 전투 중에는 기능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고 푸념할 것도 없었다. 이런 물건을 그간 내가 받아놓고 있었지만 전투는 끝나고 잔느 공주는 무사했던 만큼, 내가 계속 받아놓고 있을 필요는 없었고, 그래서 세니아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 잔느 공주님께 돌려 드릴까?"
"...... 그렇다면 내가 너를 대신해 잔느 공주님께 이 팔찌를 돌려 드릴게."
"이런 일을 굳이 네가 할 필요가 있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가 바로 의문을 품으며 물었고, 이에 세니아는 웬지 이후에도 자신이 잔느 공주와 같이 있을 시간이 많아질 것 같아서 그랬다고 답했는데, 당시에는 그 요청을 들어주면서도 터무니 없는 소리한다고 핀잔을 놓았었다. 하지만 직감으로도 그러할 것 같다고 여기어서 그 말 대로 해 주었는데, 이후의 일을 고려해 보면 그 직감이라든가 세니아의 예감이 옳기는 옳았던 모양이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가 잔느 공주를 데리고 병기의 잔해 근방으로 오고 있었다. 세니아의 우측으로 오고 있던 그에게 세니아가 다가가서 불을 끌 수 있는 수단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자신이 한 번 해 보겠다고 말하고서, 왼손에서부터 빛의 기운을 품은 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그 증기가 열기를 흡수해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카리나가 검을 칼집에 꽂아 넣고, 두 손으로 뿜어내는 증기는 생각 외로 짙게 일어나고 있었으며, 냉기까지 품고 있었다. 그 증기가 불을 덮으면서 처음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듯해 보이면서도 열이 사그라드는 특유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불이 꺼지기 시작하고, 불 대신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경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것은 세나가 잘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세나는 물이나 번개의 힘도 직접 다룰 수는 있으니까."
여전히 무나일(Munayl) 마을에 머무르고 있던 세나(Sena). 그는 빛의 기운과 물 그리고 번개를 응용한 술법과 더불어 환수들을 부리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 무나일에 있는 동안 자주 그의 집을 찾아갔고, 그래서 흩어진 가마일 산 천문대 출신의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교류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싸움에는 자주 동행하지 않고는 했었다, 아무래도 집을 오래토록 비워두는 것이 그에게는 부담되었던 모양.
"세나를 대신해 집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무나일 일대를 잘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세니아가 그에게 그를 대신해 집에 있어줄 수 있는 이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의 존재를 어떻게든 찾아보자고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가 일으키고 있던 증기가 하얀 연기를 일으키며 불을 거의 사그라들게 하고 있었다. 이제 불길이 일어나고 있던 일대는 연기만 일어나고 있을 뿐, 불길에 의한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다.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더 이상 불길이 일어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였는지, 증기를 일으키고 있던 카리나 역시 그 분출을 그만두고서 잠시 뒤로 물러서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며 병기의 잔해에서 일어나는 연기를 북쪽 하늘 저편으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열기는 여전히 남아 있었겠지만, 그 찬 바람 속에서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했다.
내가 병기의 흉부 쪽이었을 부분의 부서진 안쪽으로 다가가려 하는 순간, 좌측 곁에서 어떤 이가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잔느 공주였다. 그 부서진 흉부의 안쪽을 그 역시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중심부의 깨어진 겉면 안쪽은 폭발 그리고 그로 인한 불꽃 분출로 인해 거의 불에 타기까지 하면서 거의 파괴되어 버린 상태였다. 동력원이 자리잡고 있었을 중심부는 그 표면이 깨어져 있었으며, 모든 동력을 잃은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흉부에는 동력원 이외에는 별로 남은 것이 없었다, 그저 부서진 부품들과 끊어지고 타다 남은 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을 따름이었다.
그 부서지고 불타다 남은 잔해들을 아무 의미 없을 것이라 판단을 내리면서-두부가 부서지면서 남은 것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였다- 별 생각 없이 안쪽을 들여다 보고 있을 즈음, 나는 빛의 기운이 발하는 빛이 동력원이 자리잡은 그 안쪽에 구슬 하나가 온전히 남아있는 모습을 비추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파괴와 불길 속에서도 해당 기계 장치만큼은 온전히 보전되고 있었던 것.
"틀림 없이 병기가 갖고 있는 정보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을 거야."
인간형 병기가 머리가 없어도 가동할 수 있음에는 이유가 있다. 머리에는 대개 보조 장치들이 장착되어 있으며, 뇌에 해당되는 핵심 장치는 흉부 쪽에 자리잡으면 머리가 없어도 작동에 문제가 없는 것. 다만, 뇌에 해당되는 장치가 파괴되면 기동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생겨날 수 있는 만큼-생명체의 뇌와 마찬가지로- 이런 장치는 대개 내구성 및 내화성이 높은 재질로 이루어진 용기 등에 감싸이게 된다. 아마도 해당 장치 역시 내구성 및 내화성을 갖춰 그 폭발 속에서도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고 있었을 것임이 틀림 없었다.
장치는 사람의 주먹 크기보다 약간은 더 컸다, 병기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아주 작은 크기의 장치가 뇌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 그 장치를 발견하고나서 그 장치의 겉 부분을 깨려 하였지만 바닥에 던져도 금 가는 조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할만도 한 것이, 그간의 충격이나 열기 속에서도 온전했던 물품이 그 정도 충격으로 깨질 리 없었던 것.
"이러한 장치는 대개 개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바닥에 떨어져도 온전하기 이를데 없는 마치 심장처럼 생긴 장치를 다시 왼손으로 주워 들고서 가만히 그 겉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펴보고 있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겉면을 절단하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일단은 빛의 칼날을 일으켜, 그 칼날로 조심스레 그 겉면을 잘라보기로 하였다. 그 때, 그 장치에 대해 카리나가 잔느 공주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장치에 대해 아는 바가 있거나 하지는 않지요? (-Yoë aparta yejha armin gac nas, -ëninha?, 요어 아파르타 예즈하르민 가츠 나스, 어닌하)"
잔느 공주는 해당 장치는 자신도 그 모습을 처음 본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바닥에 앉아 장치를 바닥 위에 올려놓고서 빛의 기운으로 오른손의 검지 손가락 끝에 작은 칼날을 생성해서 그 칼날로 장치의 장갑을 절단하려 하였다. 장갑이 어찌나 튼튼하던지, 어지간한 힘으로는 절단도 쉽지 않았다. 꽤 큰 힘을 작은 칼날에 결집하고 나서야 절단할 수 있었다. 주먹 크기만한 장치의 겉면 가운데 즈음에 금을 내고, 이어서 칼날로 표면을 베어내면서 장치의 표면을 돌려가면서 장치의 표면을 절단하려 하였다. 금을 그으며 장치의 표면을 한 바퀴 돌리자 나는 칼날을 사라지게 하고서 오른손으로 표면의 한 부분을 세게 쥐며 장치의 표면을 떼내려 하였고, 과연 장치의 오른쪽 부분이 떨어지며 그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장치의 내부는 그렇게 유별나지는 않았다. 녹색을 띠는 기판, 그 한 가운데에 회색을 띠는 팔각형을 띠는 은색 작은 판처럼 생긴 장치, 소자 장치가 장착되어 있고, 그 주변에 여려 부품들이 놓여 있었다. 다만, 중앙에 장착된 팔각형을 띠는 장치는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유별난 물건으로서, 외견만 보면 그간 보았던 장치들과는 사뭇 다른 성격을 가진 물품 같아 보였다. 기판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던 만큼, 그것이 '기억 소자' 의 역할을 맡고 있었음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회색 소자 장치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검은색을 띠는 작은 글자들이 쓰여 있었다. 이러한 소자 장치들의 표면에는 작은 글자들이 쓰여 있어서 해당 장치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비롯한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있었으며, 그것이 소자 장치에 대한 판별 기호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 장치의 글자들 역시 같은 성격을 갖고 있을 것이라 여기며, 해당 글자들을 읽어 보려 하였다.
FUTURO
CBS-011A
NIA-118525
FUTURO 라면 이전에도 보았던 '푸투로 계획' 과 관련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을 것이었다. CBS 와 NIA 의 의미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이후로 보이는 번호들은 판별을 위한 번호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소자들을 제작할 때, 서로 다른 번호를 붙이는 것으로써 개발자들은 개발되는 물품들이 서로 다른 개체임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물품은 시청에 가져가 봐야 하겠어, 혹시 아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판과 장치의 겉면은 시청으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시청이나 도시의 어딘가에는 그 실체를 아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면서 분단된 장치의 외장과 내부 장치를 모두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즈음, 카리나가 그런 나의 뒤에서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시청에서도 이 물품에 대해 아는 이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러하려나." 그렇게 기대하지는 않고 있었다고 해도, 혹시라도 아는 이가 있어준다면 좋을 것 같았지만, 그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전망에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되었다면 이제 기대할 수 있는 이는 현재 지속 연락을 취하고 있는 소르나였으니, 그라면 소자에 쓰여진 문구들을 읽어준다면 소자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르나, 알려줄 수 있겠어? 병기의 심장부에서 발견한 것이 있어."
"무엇인가요?" 이후, 소르나가 바로 물음을 건네자, 나는 바로 소자의 표면에 적힌 것들을 그대로 알려주었고, 이에 소르나는 그 외형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나는 하얀색을 띠는 팔각형의 외형을 갖추고 있음을 밝히고서, 일반적인 소자 장치와는 다른 외형임을 이어 알렸다. 그러자 소르나는 그간 들은 '수현 파크' 라는 인물의 행적과 푸투로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짐작할 수 있게된 바가 있음을 밝히고서, 그것에 대해서는 일행이 도시로 돌아올 즈음에 알리도록 하겠음을 밝혔다.
"알았어, 일단은 가능한 안전히 도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게."
이에 나는 소르나의 목소리가 요청하는 바에 대해 알겠다고 답을 하고서 쪼개진 외장 장치 안에 기판을 넣고, 외장 장치를 다시 합친 이후에-절단면은 빛의 기운으로 일시적으로 봉합했다-, 장치를 왼손에 들었다가 치마의 왼쪽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소르나의 목소리는 잠시 있다가 다시 연락하겠음을 밝혔고, 그 이후 통신은 끝났다.
"이로써 상황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된 것 같아, 그렇지?"
이후, 다시 8 개의 기둥으로 둘러싸인 원형 바닥의 한 가운데 근처에 일행이 모일 무렵, 나의 왼편에 있던 카리나가 잠시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의사를 드러내었다. 탑에 남은 병기들도 거의 없어졌고, 유적 내부에서 병기들을 제어하는 장치도 파괴된 이상, 당분간은 큰 위험과 맞닿을 일은 아마 없을 것으로 여기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된 이상, 이제 내가 샤르기아로 오면서 이루어야 했을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샤르기아에는 샤하리아에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의 빛의 나무가 샤르기아의 중심에 위치한 샤르기아 산의 정상에 있었으며, 그 산의 정상에 자리잡은 나무의 꼭대기에 빛이 자리잡아 샤르기아를 비추고 있다. 하지만 샤르기아 산은 상당히 높은 산들로 구성된 샤르기아 산맥의 일부로서,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었고, 산세도 굉장히 험해 평범하게 올라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글라이더 등을 통해 공중에서 샤르기아 산의 정상 일대를 목격한 이들은 있어도, 샤르기아 산의 정상으로 직접 올라간 이들은 없을 정도.
탑의 서쪽으로 나아가 사르디스(Sardis) 그리고 필라델피아(Filadelfia) 라 쓰인 기둥 사이의 난간에 이르러 그 난간 너머로 보이는 샤르기아 산, 그리고 산에 자리잡은 빛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 대에 이르러 빛은 아침을 표현하려 하는 듯이 점차 강해져 가고 있었다.
"아르사나, 무엇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 혹시 샤르기아 산을 보고 있는 거야?"
그 무렵, 나의 왼편에서 카리나의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나는 바로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나의 왼편 옆으로 다가온 카리나의 모습을 보며, 그렇다고 답한 이후에 다시 샤르기아 산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리나는 밝게 목소리를 내며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뭐, 괜찮겠지. 글라이더나 비행기를 통해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고 하니까, 어떻게든 글라이더라든가 공간 전이 등의 방법을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 행성계에서 하늘을 오가는 방법 중 하나로 글라이더(Rinal-i) 라는 것이 있다. 앞으로 가게 될 하나야스(Khanayas) 나 가브릴리아(Gabrilia) 일대에서는 나름 대중화된 물품으로 글라이더를 이용한 경비대가 존재하고 있다고 하지만 샤하리아, 샤르기아 등에서는 아직 남의 일일 따름이었다. 그래서 글라이더를 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하나야스에라도 들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샤르기아에서 해야할 일은 샤르기아에서 다 끝내기를 원했던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그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그나마 공간 전이 술사를 찾는 것이 나에게는 이상적인 방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찾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언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소르나가 도와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임은 분명했다.
그렇게 산으로 나아갈 일에 대해 한창 고민하고 있을 즈음, 왼팔의 팔찌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소르나가 이전에 자신이 밝힌 바대로,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르사나 씨, 무슨 고민되는 사항이라도 있으신 것 같아요."
"응, 하나 있어." 무언가 고민되는 사항이 있음을 알아차렸을 소르나의 목소리가 건네는 말에 나는 지체 없이 답했다. 그리고 샤르기아 산의 정상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아무래도 전이 마법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바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그러자 소르나는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
"역시 그것에 대해 고민하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금 전에 관련 사항에 대해 말씀드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서 소르나의 목소리가 나를 비롯해 같이 있던 이들인 카리나, 세니아까지 부른 다음에 공간의 한 가운데를 볼 수 있도록 하되, 공간의 한 가운데에 있도록 하지 않을 것을 부탁하였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바닥의 한 가운데가 아닌 진입로를 기준으로 왼편 뒤쪽, 그러니까 샤티라(Thyatira) 와 사르디스(Sardis) 라 쓰인 기둥 사이의 한 지점에 이르려 하였다.
"갑자기 소르나가 우리에게 공간의 가운데를 봐 달라고 한 것이지? 그 곳에서 뭔가 일어나려 하는 것 같아."
그 무렵, 카리나가 잔느 공주와 함께 나의 오른편 곁에 이르려 하면서 나에게 말을 건네려 하였고, 그 때를 같이 해, 세니아는 가운데의 뒤쪽, 페르가몬(Pergamon) 이라 쓰인 기둥 부근에 이르러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공간의 한 가운데를 보려 하였다. 그 때, 나의 왼팔에 자리잡은 팔찌가 다시 빛을 발하면서 소르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려 하고 있었다.
"제가 여러분을 이 곳에 모이도록 한 것은 여기서 할 일을 통해 샤르기아를 비추는 빛이 이 곳으로 오는 모습을 모두 함께 보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어요."
"샤르기아를 비추는 빛이라면, 샤르기아 산의 정상에 있는 그 빛을 말함이겠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세니아가 바로 소르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이에 소르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 목소리는 혹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말하고서, 샤르기아 산의 빛에 대해 이렇게 가르친 바가 있었음을 밝혔다.
"제가 일찍이 가르쳐 드린 바가 있었어요, 빛의 정령이 세계를 수복할 때, 지금의 샤르기아에는 빛을 고대 유적의 가장 높은 탑에 안치했다는 이야기이지요. 그 높은 탑이라면 일대를 비추는 등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어졌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탑을 대신해 산 정상에 자리잡은 나무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지만 그 빛을 다시 탑으로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이야기였지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비로소 떠올릴 수 있었다. 가마일(Gamayl) 산의 천문대에 모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소르나가 8 개 세계에 대한 설명 도중에 샤르기아에 관한 이야기를 할 즈음에 빛의 안치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적, 그것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별로 중요한 사항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고, 워낙 오래된 일이기도 해서 그간 잊고 있었던 사항이었는데, 소르나가 알려주면서 그러한 이야기가 있었음을 비로소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맞아,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 샤르기아의 빛은 본래 어느 탑에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샤르기아의 산 정상에 있게 되었다고."
그리고 또 생각난 바가 있다면, 탑에 있던 빛이 산으로 어떻게 옮겨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없지만 관련된 정황은 있었다는 것이었다, 탑의 정상에는 마법진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마법진은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탑이 빛이 자리잡은 곳으로 존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있는 것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 탑이 만들어진 것은 후대의 일이었고, 이는 탑이 빛이 있을 곳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이야기."
"맞아요, 그런 이야기도 있었지요." 그 이야기가 들리자마자 소르나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리고 그 탑이 어디인지는 이제 그 곳에 있는 이들이라면 알 것이라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세니아가 바로 그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어 밝혔다.
"이제 충분히 알지, 오지 않은 이들이라도 관련된 이야기를 잘 해 주면 분명 충분히 알고도 남을 거야."
이후, 세니아는 그렇다면 자신이 밟고 있는 발판은 마법진으로서 '봉인' 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고서, 그렇다면 봉인의 주문과 봉인을 해제하는 주문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소르나에게 말했고, 이에 소르나의 목소리는 당연히 그러하다고 말했다.
"혹시 기둥에 적힌 이름들을 보셨었나요?"
"그렇지, 로메노스, 에페소스 뭐 그런 것들이잖아."
소르나의 목소리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가 바로 화답했다. 그리고서 그 기둥들 그리고 기둥에 적힌 이름들이 무슨 상관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는 동안 소르나는 카리나의 대답에 "역시 보셨군요." 라는 말을 건네고서 이어서 그 이름들에 대응되는 이름들도 있을 것이라 말한 다음에 이런 말을 일행에게 전하려 하였다.
"우선 로메노스란 이름이 적힌 기둥 앞에 서서 로메노스에 대응되는 이름인 '스탄불(Stanbul)' 란 이름을 말하세요. 그 다음으로 시계 방향으로......."
"그렇구나! 그 다음으로 시계 방향의 순서대로 기둥에 한 번씩 선 다음에 기둥에 적힌 이름에 대응되는 이름들, '셀추크(Selcuk)', '이스미르(Ysmir)' 등을 말하면 되는 것이잖아, 그렇지?"
이에 카리나가 소르나의 목소리가 말하고자 한 바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그에게 그렇게 말을 건네고, 이에 소르나의 목소리는 밝은 어조로 그 말 대로라고 그런 카리나에게 말을 전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말한 대로 주문의 영창을 행하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고서 그 변화는 일행이 직접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어 말했다. 그 이후로 소르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팔찌도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아서 통신이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좋아, 우선 로메노스의 기둥 앞에 서서 스탄불이라 말하고, 시계 방향 순으로 셀추크(Selcuk), 이스미르(Ysmir), 베르감(Bergam) 의 순으로 이름을 말하면 되는 거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그렇다고 답했다. 말해야 하는 이름의 순서는 이러하였다 : 스탄불, 셀추크, 이스미르, 베르감, 사르트(Sart), 알라셰히르(Alashehir), 아키사르(Akkhisar)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스키히사르(Eskihisar) 였다. 주문의 영창은 내가 하기로 하고, 일행에게 내가 하겠음을 밝힌 다음에 내가 직접 로메노스의 기둥 앞에 이르렀다.
"Mus'n yiri ißëttëngësingayo? (무슨 이리 이썻턴거신가요)"
그 때, 잔느 공주가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를 보면서 묻자, 카리나가 그 답으로써 그 일이 무엇인지는 직접 보일 수밖에 없기는 하겠지만, 일단 잔느 공주에게 위험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정중히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공주 앞이라고 평소답지 않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언제 들어도 웃기기는 했다.
"스탄불...... 셀추크...... 이스미르...... 베르감......."
우선 로메노스의 기둥 앞에 서서 스탄불이라는 이름을 말하고, 그 이후로 시계 방향으로 한 번씩 기둥 앞에 서서 기둥에 쓰인 이름에 대응되는 이름을 말하기를 반복해 갔다. 그러는 동안 나는 행여 틀릴까봐 조심하면서 천천히 기둥들 부근을 오가기를 반복해 갔다.
"만약에 틀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처음부터 다시 해야지. 몰라서 묻는 말이야?"
"아니, 다른 뭔가가 있을 줄 알고......." 그러는 동안 카리나와 세니아가 물음과 대답을 이어가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우선 세니아가 묻고, 카리나가 화답한 이후에 되묻는 것에 세니아가 답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후, 마지막으로 내가 라오디키아(Laodikia) 의 기둥 앞에서 그 이름에 대응되는 이름인 에스키히사르(Eskihisar) 라는 이름을 말하고, 다시 로메노스의 기둥 앞에 서자마자 지면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에 나는 다급히 자리에 앉으려 하였고, 그 무렵에 카리나, 세니아도 다급히 자리에 앉으려 하였다. 자리에 앉으려 할 때에 카리나는 다급히 잔느 공주에게 앉아야 한다고 외쳤고, 그 외침에 대응했는지 잔느 공주 역시 황급히 자리에 앉으려 하였다.
그렇게 한 동안 지면이 진동하고 난 이후, 그 진동이 그치면서 이어서 마법진을 그린 무늬가 주변 부분부터 하얀 빛으로 채워지면서 그와 동시에 중심에 모인 빛들이 지면 위로 떠오르면서 하나의 빛을 생성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작았던 빛은 점차 커지면서 마침내 사람의 키 이상의 거대한 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르사나! 저기, 산이 있는 쪽을 봐!"
이후, 카리나의 다급한 외침에 나는 바로 일어나서 카리나가 말한 대로 산이 자리잡은 서쪽을 보기 시작하니, 그간 빛이 자리잡고 있던 산의 꼭대기에서 빛이 사라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주문과 함께 샤르기아 산의 빛이 탑으로 옮겨진 것이었다.
'이렇게 샤르기아 산의 빛이 탑으로 옮겨진 것이로구나.'
이후, 나는 로메노스의 기둥을 지나 에페소스, 스미르니, 페르가몬의 기둥을 지나가면서 눈앞에 나타난 빛, 그리고 샤르기아 산을 한 번씩 바라보기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이어갔다. 이후, 나는 일행의 근처로 돌아가면서 그간 치마의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던 상자, 동전 크기만한 은제 원반을 넣어두고 있던 그 상자를 다시 꺼냈다. 샤르기아 산의 빛이 옮겨져 왔다면 이제 그 빛을 원반에 옮기기만 하면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끝나는 것이었다.
- 잔느 공주를 불러보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3 번째 빛의 나무에서 있었던 일을 계기로 마력과 관계 없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는 않기로 했음을 상기하며 그렇게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시의 일에서 크게 놀랐던 이들은 어린이들이기는 하였으나, 장성한 잔느 공주라도 놀라지 않을 것임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샤르기아 산의 산세가 험한 만큼, 이 주문은 빛의 힘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겠지?"
"그러하겠지." 내가 상자에서 원반을 꺼내려 하는 동안 카리나, 세니아의 문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후, 세니아는 나에 대해 샤르기아 산을 오를 걱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이제 그런 격정을 할 필요는 없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이어 말하기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소르나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전했으면 좋겠어, 나중에 언젠가는."
그리고서 세니아는 내가 언젠가 소르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주기를 바란다고 나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그 대화를 들으며 나는 상자에서 원반을 꺼내 오른손에 들고서 상자는 왼손에 들어서는 치마의 왼쪽 주머니 안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은제 원판을 든 채로 빛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 순간,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 거대한 빛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는 부드러운 빛 줄기들이 나아가서는 소용돌이 형상으로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 이후, 그 빛 줄기들은 다시 나의 앞으로 모여서는 원판에 모여 원판을 하얀 빛으로 물들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원판을 덮고 있던 빛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으로 원판의 4 번째에 자리잡은 눈의 결정과도 같은 무늬가 하얀 빛으로 채워진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렇게 4 번째 무늬도 빛으로 채워졌다, 이제 반이려나."
8 개 무늬 중에서 4 개, 이제 반을 해냈다고 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4 개로 이제 반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4 번은 지금까지의 4 번보다 더욱 힘들 것임이 분명한 만큼, 반에 이르렀다고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었다. 보다 각오를 하고, 앞으로의 일에 전념할 필요가 있었고, 잠시 동안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대비를 하겠노라고 다짐을 해 나아갔다.
그렇게 내가 가진 원판이 4 번째 빛을 얻자마자 모든 소명을 다하기라도 한 듯이 빛은 점차 사그라드는 듯이 그 모습을 감추어 갔다. 그 대신으로 샤르기아 산의 정상에 다시 빛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빛이 다시 평상시에 있는 곳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다 끝난 것이지?"
"응, 이제 다 끝났어." 이후, 다시 일행을 향해 돌아서는 나에게 카리나가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내가 바로 답했다. 이후, 나는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에게 "이제 돌아가자." 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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