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mission 4.


  빛이 사라지면서 다시 여관의 1 층 내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계산대에는 아무도 없어서 다급히 계산대 앞으로 다가가 그 건너편으로 다가가보니, 여관 주인은 마치 큰 충격을 받기라도 한 듯이 뒤로 넘어져 있었다, 의식은 없었다, 그 당시의 일로 인해 의식을 잃었던 것 같다. 여관 내부는 여관 주인만이 쓰러져 있을 뿐으로 이외에는 달리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 당시, 일행은 여관 주인에게 빙의한 존재에 의해 아공간에 전이되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난 이후, 여관의 정문이 열리면서 다시 잔느 공주가 뛰쳐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면서 그로 인해 놀라며, 건물 안에 있던 일행이 무척 걱정되었던 것 같았다.
  "Y+r+bun, kwäncan'seyo? (여러분, 쾐차느세요)"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무래도 일행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었던 것 같았다. 이에 카리나가 브리태나 어로 괜찮다고 즉답을 하였다. 이후, 잔느 공주가 다급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남자-여관 주인-가 괜찮은지 여부를 물었다.   "What was going on? Is he okay now? (Wat wəz gowing on? Is hi okey nau?, 무슨 일이에요, 그 분께서는 괜찮으신 거예요)"
  그리고서, 잔느 공주는 계산대 근처로 나아가, 이전에 자신이 보았던 그 남자의 모습을 보려 하였고, 바닥에 쓰러진 채로 의식을 잃은 그의 모습을 보고난 이후에 바로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였으나, 자신만의 말로 말을 하였고, 당시에는 소르나와의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기에 그가 했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Ah, +t+kaci…… sarakyescin gənga…… (아, 어터카치…… 사라켸신 건가……)"
  나중에 무슨 말이었는지를 소르나에게 물어보니, 그 뜻은 '어떻게 하지, 살아있는 것인가(-Am' na asi, G' saryij ihan?, 아므 나:시, 그 사리지한)' 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라도 했었는지, 잔느 공주는 계산대 위로 뛰어오르려 하였으니, 아무래도 그 안으로 건너갈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 때, 세니아가 그의 오른팔을 잡으며 그를 말리려 하였다.
  "Stop it, princess! I will call city officers to help him! (Stap it, prinses, Ai wil col siti ofisəhz tə help -im!, 그만해요, 공주님! 제가 시청 관계자 분들을 불러서 돕도록 할게요!)"
  다급히 말을 한 탓인지, 모국말이 아닌 말을 하면서 잔느 공주가 알아듣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다행히도 잔느 공주는 세니아의 다급한 외침을 어떻게든 알아들었는지, 계산대에서 내려갔다.

  그 무렵, 계산대 너머에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통해 여관 주인이 살아있음을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이후, 여관 주인이 마치 바닥에 잠들었다가 일어나는 듯이 일어서는 모습이 보이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여관 주인에게서 나를 비롯한 자신의 바로 앞에 자리잡은 일행에게서 기운을 간신히 차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 여기는…… 아차, 여관 내부로군. 지금 몇 시인가……."
  그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그간 있었던 일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간 추측한 대로 '수현 파크' 라는 존재와 관련이 있었을 악령이 빙의하고, 의식을 가로채기까지 하면서 그로 인해 자신의 의식은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후, 그는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계산대 앞에 쟈리잡은 3 사람을 보더니, 바로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아, 아니! 이런 늦은 시간 대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밤 늦은 시간대라 그러하다기보다는 깨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운이 없는 상태였으면서도 밤늦게 찾아온 이들을 보자마자 바로 반갑다는 듯이 인사말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세니아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여관 주인의 이상 행동에 대한 진상을 알아보려 하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이전에 여관 주인에게서 사악한 발언들이 나왔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사악한 말이라…… 대체 무슨 말인 것입니까."
  그러자 여관 주인은 당황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 물었고, 이에 세니아가 자신의 장치를 이용해 그간 여관 주인이 했던 말들을 들려주기 시작하자, 바로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제가 이런 말을 했던 것입니까!?"
  예상했던 대로, 여관 주인은 자신이 그러한 말을 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라테나 어를 구사했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학교에서도 라테나 어 문구 하나도 보지 못했는데, 자신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겠느냐고 되묻기도. 이후, 여관 주인은 누군가가 자신을 행세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세니아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옛 시대의 악령이었어요."
  이에 세니아는 우선 이렇게 답을 하고서, 그 악령이 여관 주인에게서 빠져나오며 자신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다른 공간으로 끌어들이며 본 모습을 드러냈었음을 밝히기도 했었다. 이후, 그는 그 악령에 대해 세샹의 중앙에 쟈리잡은 '검은 섬' 과 관련되어 있을 고대의 악령이었을 것이라 밝혔으니, 처음에는 어떤 존재였는지를 밝히려 하였으나, 여관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였기에, 이후에 대략적으로 그렇게 밝힌 것.
  "…… 그랬군요,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찌하여 저 같은 누추한 이에게 빙의하려 한 것이었을까요."
  "자신들을 해칠 수 있는 이들이 여관을 이용할 것임을 확신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우선 세니아가 여관 주인의 말에 그렇게 답을 하였고, 이후에 카리나가 여관 주인에게 고대의 존재들, 특히 타락하여 사악해진 존재들이 내리는 판단은 나를 비롯한 이들과 같은 상식에 기반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만은 없어서 그 의도에 대해 바로 알아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의 본 모습은 고대의 기계 병기였어요,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가면서 본 모습을 드러내고서 파괴되면서 죽었으니, 그를 굳이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후, 카리나는 그 존재는 이미 죽었으므로 그에 대해 굳이 원한 같은 것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 말한 이후에 그의 사정이나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염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바람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아무튼,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감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주신 것에 대해서는 마땅히 답례를 드려야 함이 옳겠으나, 어떻게 답례를 드려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잠시 동안이나마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겠군요, 그 때까지 기다려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리고서 여관 주인은 아침이 되면 답을 주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일행의 자유에 맡기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다만, 아침이 되면 다시 여관을 찾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후, 일행은 여관을 떠나, 근방에 자리잡은 찻집 '베르쉬카(Vershka)' 에 이르러 내부 공간의 좌측에 자리잡은 탁상 중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새벽 늦은 시간이었던 관계로 찻집 내부에는 여관 내부의 찻집과 마찬가지로 머무르는 이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우측 공간에 몇 명의 사람들이 머무르는 모습을 본 정도.
  계산대 내부에는 여관 1 층의 찻집과 마찬가지로 여러 소리판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소리판들을 구동할 수 있는 기계가 있어서 그 기계를 통해 소리판에서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본격적인 찻집이었고, 새벽 시간대여서 그러한지 고요한 분위기의 음악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찻집 내부에서 각자 원하는 음료를 주문하였다, 나는 순수한 카페 한 잔, 세니아는 우유 카페 한 잔, 그리고 카리나는 오란지(Oranj) 즙 한 잔을 주문하였다.
  잔느 공주는 행성계 일대의 고유어-그리고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해 잔느 공주가 알려주면 내가 그의 몫까지 주문해 주기로 하였다. 우선 차림표에 쓰여진 말부터 고유어와 브리태나, 에스페란타(Esperanta) 였으니, 무엇이 무엇인지는 누군가가 알려줘야만 했다, 카리나가 그 역할을 맡았으며, 모르는 것은 알려주지 못했다. - 그 중에는 나도 잘 모르는 것이 있기도 했다-.
  잔느 공주는 한참 생각을 거듭하다가 우유 카페(Jeshin Kafe) 를 선택했고, 그리하여 4 사람 모두 각자의 음료를 선택하게 되었다.

  "The place like here is first to you, isn't it? (Dhə pleis laik hiəh is fəhst tə yu, iznit?, 이런 곳은 당신께는 처음일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이에 잔느 공주는 이렇게 답을 하였다 :
  "I had been the place like here several times in past days. (Ay hæd bihn dhə pleis laik hiər sevərəl taymz in pæst deiz. 과거에는 이러한 곳을 몇 번 가 본 적이 있어요)"
  "Then, how was the mood? Was it similar to here? (Dhen, hau wəz the muhd? Wəz it simələh tə hiəh?, 그렇다면, 그 분위기는 어떠하였나요? 이 곳과 비슷했어요?)"
  "Almost. (Olmoust, 거의 그랬어요)"
  정말 거의 그랬던 것일지, 아니면 그런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던 정도일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느 정도 비슷한 분위기였던 것은 틀림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후, 잔느 공주는 케이크(cake(keyk), khumipang) 같은 것도 취급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물었고, 이 물음에 냐는 그러하지는 않는다고 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과거 시대의 찻집에서는 케이크도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과거 시대에는 생일 케이크를 찻집에서도 살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렇지 않을까?"
  "그러할지도?" 그 무렵, 카리나가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그 물음에 나를 대신해서 세니아가 그러할 수도 있겠다는 답을 그에게 건네려 하였다.



  이윽고, 화제는 이번 일로 구조된 잔느 공주, 그리고 앞으로의 일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우선 세니아가 잔느 공주에게 졸립지 않느냐고 물음을 건네려 하였으나, 잔느 공주는 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Speak honestly, though you say that you are sleepy, nobody can react badly. (Spihk -onestly, thou yu sey thæt yu ah slihpi, nobadi kən reækt bædli, 솔직하게 말해 봐요, 졸립다고 누가 나쁘게 반응하나요?)"
  그러자 잔느 공주는 다소 피곤하다고 답을 하였다. 그간 잠들어 있었던 데다가, 깨어난 시기가 밤이었고, 그 밤중에 이런저런 힘든 일들이 있었던 탓에 다소 피곤했을 것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는 일행 역시 졸립기는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잠들고 싶기는 하였으나, 마땅히 잠들 곳이 없어서-알고 있는 휴식처가 시청 부근의 여관 한 곳일 따름이었으니-, 찻집에서 잠드는 것 이외에 딱히 할 일이 없었고, 일행이 보호하는 잔느 공주 역시 찻집을 휴식처로 정하도록 해야만 했다.
  "Sleep a bit, perhaps, you cannot be comfortly tomorrow. (Slihp a bit, pə-hæps yu kənnot bi kəmfəhtly tumorou, 조금 자요, 내일은 그렇게 편히 있지는 못할 거예요)"
  이에 잔느 공주가 어째서냐고 묻자, 세니아가 답하기를, 이후로는 시청에서 조사를 계속 받게 될 것이라고 앞으로 그가 겪을 일에 대한 전망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관련된 사항들이 많은 관계로 많은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 오랜 기간 동안 시청에 머무르며 조사를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이어 전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You are actually only surviver about the ancient civilization of Shargis, so Shargisan people will ask you as many things as they can. (Yu ah æktyuəli onli s+hvaivəh əbaut dhi einshənt sivilaizeyshn əv Shahgis, so Shahgisan pihpl wil æsk yu æs mæni things æs dhei kæn. 당신께서 사실상 샤르기스 유적의 유일한 생존자이신 만큼, 샤르기스의 사람들은 당신께 가능한 많은 것들을 알아내려 할 거예요)"
  "And they will teach you the language of this land. (Ænd dhei wil tihc yu dhə længgwij əv dhis lænd, 그리고 당신께 이 땅의 말을 가르치려 할 것이기도 하고)"
  이후, 카리나가 세니아의 말에 덧붙이는 말로써 늘 브리태나 어로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은 자신들에게도 참 피곤한 일임을 밝히고서, 얼마나 오래 머무를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동안 오래 머무르려면 행성계에서 사용되는 말을 기본 정도는 익힐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은 브리태나 어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면서.
  그 무렵, 내 왼팔의 팔찌가 다시 빛을 받으면서 그와 동시에 소르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일이 잘 해결된 것 같다고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의사 소통을 하면서 많이 피곤한 것 같다고 말한 이후에 그간 여러모로 피로할 텐데, 의사 소통을 하면서 더 피곤하지 않느냐고 이어 묻기도 하였다. 그 이후로 소르나의 목소리는 자신이 통역을 해 주겠다고 말하고서, 잔느 공주에게 그의 말로 같은 말을 건네어, 자신이 그의 말과 일행의 말을 통역해 주는 역할을 맡겠음을 모두 알 수 있도록 하였다.
  피곤하다고 말은 했지만, 잔느 공주는 실제로는 그렇게 피로하지는 않았는지, 바로 잠들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말을 건넬 일이 없었는지, 그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카리나는 탁자에 엎드려 잠들고 있었으며, 세니아는 의자에 기댄 채로 잠들고 있었다. 깨어난 이는 나 혼자로 이 무렵, 이상하게도 나는 별로 피곤하지는 않았다.
  "얼른 자요, 앞으로 피곤할 일 많을 텐데. (Jim' ghot jamdahla, no jiscein yrdr'l mananila -yoy je g'du. 지므 곳 잠달라 노 지셰인 이르드를 마나릴라 요이 제 그두)"
  그러자 잔느 공주는 알았디고 답을 하면서도 딱히 다른 행동을 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나에게 시청 사람들이 언제 올 것 같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아침 시간이 되면 바로 오지 않겠느냐고 답을 하고서, 혹시 당장에 힘든 사항이 있느냐고 묻고서, 브리태나 어로 소통하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고 이어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Tangscinges+n'n himdrlzci anayo? (탕신게서는 힘들지 아나요)"
  나는 해당 말로 소통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느냐는 물음, 이 물음에 나는 브리태나 말 역시 나름 일상이라 큰 문제는 아니라고 답을 하고서, 조용히 미소를 띠며 실제로는 많이 힘든 것 같다고 물었다. 그러자 잔느 공주가 답했다. :
  "Mahni +ry+pneyo, hazciman, +ts+rlsu +psni……. (마니 어렵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업스니)"
  많이 어렵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서, 잔느 공주는 나에게 샤르기스라 칭해진 도시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고 묻고서, 무서운 사람들인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샤르기스 일대를 자주 둘러본 것은 아니라서 그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할 수 있지는 않았으나, 행성계가 큰 것도 아니고, 주로 머무르며 살았던 슈라일, 샤하르와 무나일과 붉은 바위의 산, 그리고 샤하르와 샤르기스 일대의 사람들의 경향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샤르기스 사람들 역시 대체로 순박하게 그를 대해줄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적으로 만났을 때이며, 공적인 일인 조사 작업을 위한 만남인 이상, 잔느 공주에 대한 싸늘한 혹은 냉정한 시선은 어느 정도는 존재할 것임이 틀림 없었다. 나도, 공적인 일을 하거나 하면, 그런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또한, 잔느 공주는 고대인이고, 일대의 행성계에서 고대인들은 경계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내가 잔느 공주에게 바랐던 것은 공적인 일을 하면서, 또한 고대인들에 대한 경계 심리에서 오는 사람들의 싸늘함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당장에 겪을 일이었던 만큼, 바로 그러한 바람을 그에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하지만, 결국에는 잠깐 뿐일 것이고, 모든 일이 끝나고, 악독한 면이 없음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공주님을 좋게 받아줄 거예요. (Gnatho, mec'mly  -ət shakhan doay yr is, moz'n yr maham g'du fta, es no toxje -ənis almdya, saramidr imje-al cakyi yero vac'irihla, 그나소, 메츰리 엇 샤한 도아이 이리스, 모즌 이르 마함 그두 프타, 에스 노 톡스제 어니스 알름댜, 사라미드르 임제알 차키 예로 바츠이릴라)"
  라고 이어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하루만 견디어 달라고 부탁을 이어가기도. 다행히도 잔느 공주는 이러한 나의 말을 좋게 받아들여 주었다.

  뭔가 덮어줄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찻집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게다가 나도 옷을 얇게 입고 있었다보니-윗옷과 짤막한 치마, 신발이 전부였다-, 옷을 벗어주려 해도, 그렇게 할만한 것이 없었다. 이러한 탓에 잠들어 있던 카리나, 세니아가 깨어나서 뭔가라도 해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혹시 덮고 싶은 것이 있나요? (No s'zral myotn gacye jerpol wonæra ihan? 노 스즈랄 묘튼 가체 제르폴 워내라 이한?)"
  하지만 잔느 공주는 딱히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그는 나에게 이러한 찻집에 이불이 될 만한 것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고 답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 주려는 마음만큼은 받아 주겠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잠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깨어나니, 어느덧 새벽 시간이 되었고, 주변 일대가 조금씩 밝아지려 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진작에 깨어나 있었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르사나, 날이 밝아오고 있어, 이제 일어나야지~."
  "그래, 일어나야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일행은 찻집을 떠나 시청 인근의 거리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런데, 막상 찻집을 떠나고 나니, 마땅히 갈 곳이 생각나지 않아서 마냥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던 그 때 마침, 시청 쪽에서 어떤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기 계신 분, 세니아 씨 아니신가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돌아서려 하였다, 그 방향은 다름 아닌 시청사 쪽으로 시청사 입구에서 길을 지나, 어떤 여인이 일행이 있는 쪽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정돈된 검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으로, 하얀 셔츠와 푸른색을 띠는 짤막한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갖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오른팔에 여러 종이들을 끼고 있었으니, 그간의 일에 관한 작업 문서들이었던 모양.
  "무사하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가오면서 반가이 맞이하는 말을 건네는 여성. 그러면서 그가 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 말이 나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밤새도록 일행의 귀환을 기다렸다' 라는 말을 세니아에게 건네었던 것이었다.
  "정말 밤새 저희들을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
  "이래봬도, 제가 이번 일의 책임자이니까요."

  시청사 내부의 1 층 정문 바로 안쪽에 자리잡은 민원실, 그 좌측과 우측에는 몇 개씩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상이 놓여 있어 대기하는 동안 앉아있을 수 있었다. 일행은 그 직원의 요청으로 그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직원의 이름은 마리아(Maria). 새벽 시간 대임에 시청사에서 뛰쳐나와 일행과 만났던 마리아는 유적 탐사 이전에 세니아가 만난 시청사의 직원으로서, 자신만이라도 남아서 세니아가 유적 탐사를 마치고 돌아올 시기를 기다리려 하면서, 민원실 내부의 업무 창구에서 밤을 새며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언제 그들이 돌아올지는 예상할 수 없었지만 그 날 아침까지는 시내로 와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한다.
  책상에 앉으면서 마리아는 휴대용 타자기까지 가져오고 있었다, 그 타자기로 이후로 일행과 문답을 하고, 일행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될 사항들에 관해 문서를 작성을 행하려 하였던 것 같았다.

  "지하에 출몰한 기계 병기들의 근원에 대해 알아낸 바가 있었나요?"
  "유적 내부와는 직접 관련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우선 마리아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가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세니아는 마리아에게 해당 병기들은 '검은 섬' 이라 칭해지는 고대 유적 내부에서 마법진을 통해 소환되어 온 이들인 것 같다고 말하고서, 이전의 사건에서도 출몰한 병기들의 정체는 그들이었을 것이라 말을 이어갔다.

  "소환이라면, 검은 섬 내부를 아는 사악한 무리가 이들을 소환해서 사람들의 출입을 막으려 했을 것이라는 정황을 추측해 볼 수 있겠네요."
  이후, 마리아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조용히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사악한 무리의 일부가 샤르기스 유적 내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유적 내부를 장악, 그 진실을 홀로 차지하려 하였다는 정황까지 알아냈음을 이어 밝혔다, 일행이 그간 지켜봐 온 사항들 그대로였다.
  이러한 이들이 사악한 무리일 것이라는 추측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었을 테니, 자신의 욕심, 욕망을 위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하는 행위마저 서슴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음은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들에게서는 없을 것임이 분명하였기에.
  "그렇다면, 그 사악한 무리가 어떤 이들인지에 대해 아시고 계신 바가 있나요?"
  이후, 마리아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알고 있다고 우선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 존재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니, 과거 두 차례의 전쟁을 일으켜 행성계에 피해를 가하려 한 포레 느와흐의 수하들임을 바로 밝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리아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그 타락한 마법사가 또 살아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 그로 인해 놀라고 당황하게 된 것이라 여길 수 있었다. 일행도 그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확실한 사항이라고 함부로 먈하기는 곤란한 일면이 있었고, 그래서 내가 세니아를 대신하여 아직은 단언할 수는 없음을 밝혔다.
  "그러할 것임이 확실해 보이지만, 사실이라고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 라는 것이지요?"
  "그러한 것이지요." 이후, 마리아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이후, 마리아는 걱정인 상황이라고 말하고서, 근래 들어 샤르기스 뿐만이 아닌, 하나야스(Khanayas) 를 비롯한 곳곳에서 이런저런 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하나야스에서는 산악 중앙 지대에 자리잡은 고대 유적에서 불온한 기운이 확산되고 그로 인해 관광객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있음을 이어 알리기도 하였다.
  "하나야스에서요!?"
  "그렇다고 하네요, 그 일대의 유적지로 나아가는 것은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것만 알아 주세요."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마리아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 일대를 둘러보는 것은 공식적으로 그 시점에서는 금지라는 것만은 알아 주었으면 한다고 말을 건네었다, 아마도 탐험을 위해서는 공식적인 허가를 세니아가 마리아에게서 받았던 것처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 건은 해당 지역 사람들도 다급하게 여기고 있는지라, 누구라도 나서 주었으면 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요번 건에 대한 이야기만 잘 해 주신다면, 분명 그 쪽 사람들은 흔쾌히 허락해 줄 거예요."

  "그러고보니, 하나야스에 프레드 바야흐(Fred Bayakh) 라는 분께서 거주하신다고 하시지 않았어?"
  "그랬었지." 이후, 카리나가 나에게 작게 목소리를 내어 묻자, 내가 그랬다고 답을 하고서, 그의 거처가 혹시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단은 생각 정도로 그치기로 하고, 이후의 대화를 계속 들어보기로 하였다.

  이후, 세니아는 사악한 무리가 유적 내부를 점거하고, 유적이 본래 상태를 회복하면서 유적 내부에서의 위험은 없어졌음을 알리면서 유적 내부를 깊이 탐사해 나아가면서 몇 가지 더 알아낸 바가 있음을 이어 알렸다.
  "뭔가 불길한 사항이 발견되기라도 한 것 아닌가요."
  "그렇기도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이후에 말씀 드릴게요."

  세니아는 마리아에게 그간 발견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나아가면서 유적의 지하 최심부에 자리잡은 시설과 그 시설의 용도에 대해 알려주려 하였으니, 우선 유리로 이루어진 유적 내부는 본래는 지하에 개설된 상점 구역으로서, 구 문명 시대 말기에 폐쇄된 이후, 행성계의 상황 악화를 대비한 계획에 의해 다른 용도로 활용되게 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후, 세니아는 그 계획은 '푸투로(Futuro)' 혹은 '미래' 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해당 계획에 의해 100 명의 학생들이 선발되어 머나먼 우주 공간을 향해 장기간 여행을 이어간다는 명분 하에 이들을 동면시키고, 지하 공간에 잠들게 되었다고 이어서 마리아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말을 마치며, 그들이 잠든 관이 지하 최심부에 있으니, 최심부에 이르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임을 그에게 알려주기도 하였다.
  "우주 여행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실제로는 지하에 잠들게 했다는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리아가 이야기를 해 주었던 세니아에게 물었다, 그 표정부터 차분함을 이어가기는 했어도, 기가 막힘 혹은 어이 없음이 드러나고 있었으며,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 역시 얼토당토 없는 상황을 마주한 듯한 그런 목소리였다.
  "그런 것이지요." 이에 세니아는 조용히 그러하다고 답을 하였다. 이에 마리아는 아마도 해당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려 한 이들을 향한 비아냥의 목소리를 내면서 세니아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듯이 말을 건네려 하였다 :
  "하기사,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문명이 사라졌다가 다시 태어나는 격변들이 지나간 이후의 시대에 다시 깨어나고 나면 마치 머나먼 행성계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겠다고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지 않나요."
  "뻔하지요." 이후, 그 물음에 세니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을 하였다. 이후, 카리나가 마리아의 모습을 보며, 그 계획에 대해 별로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물었고, 이 물음에 마리아는 세니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그렇다고 생각해 버렸다고 밝혔다.
  "계획에 실제로 참가하는 이들에게 드러내놓고 거짓말부터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제대로 하겠나요, 우주 여행을 명분으로 내세워 놓고는 우주 여행 및 탐사에 흥미를 느낀 이들을 끌어들여 그들을 이용할 생각이나 했겠지요."
  그야말로 그들을 비꼬고 조소하는 듯한 말에 마리아 역시 세니아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따름인데도 불구하고, 푸투로 계획을 구상하고 추진하려 한 이들의 성품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에 카리나가 세니아를 대신해 그 말대로였던 것 같다고 말하고서, 푸투로 계획은 '미래' 를 내세우고 있었다지만, 전적으로 그들의 '미래' 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밝히는 말을 건네었다.
  "…… 어쩐지 그렇게 될 것 같기는 했어요." 이에 마리아는 그렇게 놀라지 않고, 담담히 목소리를 내며 그러할 줄 알았다는 의미의 말을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에게 건네었다. 그리고서 묻기를, 해당 계획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었는지를 알려줄 것을 일행에게 요청하려 하였다.

  세니아는 마리아에게 유적의 탑 부분에서 문서들을 다수 발견했음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브리태나(Britaena) 어로 기록된 해당 문서들은 본래는 기밀 문서로서, 폐기를 목적으로 올려놓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당 문서들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그리고 추측을 이어가기를, 상부 명령에 의해 페기될 예정이었지만, 폐기를 원치 않은 이들이 사람들이 접근하려 하지 않았을 탑의 상층부에 올려놓은 것 같다고.

  해당 문서에 의하면 격변의 시대가 끝나고 찾아올 평화의 시대를 인류가 맞이하도록 하기 위한 '푸투로 계획' 과 더불어 미래 시대를 대비한 도시 보전 계획으로서, 깨어난 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이 될 하나의 도시의 보전이 목적이 된 '아포칼립시스(Apokalpysis)' 계획이 성립되었으며, 푸투로 계획에 의해 잠든 100 명의 인원은 계획대로라면 해당 시대로부터 상당히 먼 미래에 깨어나도록 되어 있었던 모양이나, 계획을 주도한 이인 '수현 파크(Suhy+n Pak)' 박사는 잠든 이들이 깨어날 시간을 사실상 깨어나지 못하도록 놓아두었으며, 아포칼립시스 계획에서 그는 도시를 지키는 무인 기동 병기들의 지능을 설정할 때, 이후에 등장할 이들을 무차별 공격하도록 설정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동면된 이들의 시간 설정은 동면된 인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었던 것이 동면 시설의 가동은 본래 계획에 의거된 깨어나는 시기와 깊은 관련성이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동면된 이들은 동면의 부작용으로 생명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크 박사의 시간 설정은 사실상 동면된 이들을 그대로 동사시키기 위한 행동과 다를 바 없었다.

  "…… 이후, 탑의 벽면에 수많은 라테나 어 낙서가 발견됐어요, 그 내용이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지요, 인류 그리고 생명을 저주하는 내용들로 가득했어요."
  이후, 그렇게 그간 보아왔던 것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 이후, 시청에서 유적 조사를 이어가며, 동면된 이들의 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였으나, 그들 모두가 온전히 깨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잔느 공주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도록 해야 함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잔느 공주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무슨 말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으려 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인 것이, 잔느 공주에게는 너무나 미안할 수밖에 없는 발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이후, 나는 그 당시에 얻었던 물건을 사건의 관계자라 할 수 있는 마리아에게 건네기로 하고서, 치마의 왼쪽 주머니에 넣어둔 물건을 꺼내서 책상의 마리아가 앉은 그 근처에 올려 놓으려 하였다, 그것은 내가 빛의 기운으로 봉합한 소자 장치로서 푸투로 계획과 관련된 소자가 포함된 기판을 품은 장치로서 모든 일이 끝난 직후에 시청에 보내기로 했던 물건이었다.
  "이건 뭔가요?"
  "소자 장치예요, 고대 문명과 관련된 장치로서 시청에 맡겨졌으면 하는 물건이라서......."
  "그렇군요." 이에 마리아는 물건을 받아들고서 조용히 말을 건넨 다음에 그 물건을 오른손에 들었다. 그 이후로 그는 그 물건을 치마의 오른쪽 주머니 안에 넣어둔 모양으로 그 이후에 나의 모습을 보면서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물건은 제가 시청의 관계자 분께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할게요."
  그렇게 해서 그 물건은 일단 일행의 손을 떠나서 시청 직원인 마리아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것이 시청에 잘 전달되었는지 여부까지는 알 수 없었고, 마리아가 시청의 유물 관계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간 일행이 밤새 유적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만큼, 휴식이 필요하다하여 마리아는 나를 비롯한 3 인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원한다면 자신의 거처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음을 밝혔다-세니아에게 요청을 한 이가 자신이었던 만큼-, 그러나 세니아는 그의 요청을 거절하고서, 여관에 머무르도록 하겠음을 밝힌 이후에 시청사를 떠나기로 하였다.
  다만, 마리아는 이어 밝히기를, 잔느 공주만큼은 한 동안 시청사에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하였으니, 이후에 마리아는 무엇보다도 모종의 원인 모를 질병을 품고 있거나 병균에 감염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학 검사가 그에게 필요하다고, 잔느 공주가 한 동안 시청사에 머무를 필요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모종의 병균에 감염되어 있어서 관련된 병을 사람들에게 퍼뜨리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는 말에 이어서. 그렇게 말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잔느 공주를 시청사에 남도록 하는 그의 의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잔느 공주께서는 브리태나 어는 잘 구사하시지요?"
  "예, 그것으로써 어느 정도 이상의 의사 소통은 가능해요."
  그러자 그와 브리태나 어로 의사 소통을 가장 많이 했던 카리나가 바로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마리아에게 모국어는 아닌 만큼, 너무 복잡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하였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 말아요, 저도 사실은 브리태나 어는 잘 하지 못해서, 복잡한 말은 잘 못하니까요."
  이러한 카리나의 당부에 마리아는 다소 당황한 듯이 환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그 점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서, 그에 이어 브리태나 어는 자신도 잘 하지 못하며, 오히려 자신이 잔느 공주의 브리태나 어를 잘 알아듣지 못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그를 대할 일에 대한 나름의 우려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후, 그는 잔느 공주의 보호자 역할을 내가 했을 것으로 보았는지, 나에게 이렇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
  "잔느 공주님께서 시청사에 계시는 동안, 제가 잘 대해 드릴 테니까, 걱정 말고 기다려 주세요."
  이후, 마리아는 브리태나 어로 잔느 공주에게 입구 기준으로 민원실의 왼편에 위치한 2 층을 향하는 계단이 위치한 곳에 있도록 할 것을 부탁하고서, 더 할 일이 없어진 일행이 떠나려 하자, 나를 향해 다가가서는 나에게 이어 말을 건네었다 :
  "혹시, 이전에 샤르기스로 오신 적 있으시지요?"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바로 그에게 어떻게 알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
  "실은, 어렸을 적에 원정대가 온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중에 당시의 제 나이보다도 어린 어떤 아이가 어른들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어린 아이의 모습과 어쩐지 닮아서 말이지요."
  "그래요……?" 이에 나는 감탄하면서 마리아에게 그렇게 말하였고, 이어 마리아는 그렇다고 화답한 이후에 당시의 원정 탐사대에 있었던 그 소감에 대해 말해줄 것을 부탁하자, 그 당시의 일들에 대한 감정이 많이 사그라진 그 시점이었던지라 나는 그 부탁에 이렇게 답을 하였다 :
  "…… 좋은 분들과 좋은 추억을 가졌었지요, 그 정도예요."
  그리고서 나는 마리아에게 탐험대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 그 행방을 아는 이가 있느냐고 묻자, 마리아는 아는 바가 있었는지, 바로 그 물음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아는 사람은 바로 프레드 바야흐(Fred Bayakh) 라 칭해진 이로서, 하나야스(Khanayas) 에 거주하면서 그 곳에서 나름의 생업에 종사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정도만 알고 있음을 이어 나에게 알렸다. 바야흐는 이전에도 들은 바 있는 이름으로서, 그에 대한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바야흐라 칭해진 이의 행방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리아와 헤어지고, 시청사를 떠난 이후, 나는 그 건너편에 위치한 여관으로 세니아를 따라 카리나와 함께 나아가게 되었다, 세니아가 여관을 향하게 되었던 것은 머무를 곳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같이 지낼 수 있을 정도의 친분이 있는 이들까지는 없었던 샤르기스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만한 곳은 역시 여관이었음이 그 이유라고.

  "어서 오십쇼!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간만에 다시 들어보는 여관 주인인 중년 남성의 목소리, 확실히 그 목소리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느낌이 있었다, 확실히 그의 목소리는 이전에 비해 더욱 밝았고, 순수한 목소리였다. 그의 마음에 깃들었던 어둠의 사념이 걷히면서 그 본연의 감정만이 그의 목소리에 실린 것이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본성은 유쾌하고 낙천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또 오셨군요." 일행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일행을 알아보고서는 여관 주인은 유난한 반가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일행을 맞이하려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
  "지난 때에 구원 받은 것에 대해서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요,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돈이 참 소중하다고 합니다만,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죠, 살지 못하면 돈을 얼마나 벌든 간에 그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이번 일이 없었다면, 돈을 암만 많이 벌든 간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게요, 이번 일에 대해 저는 여러분께 무척 큰 빚을 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서 여관 주인은 이번 만큼은 뜻하는 하나의 방에 그리고 하루에 한정하여 무료로 숙박할 수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방을 하나 일행에게 배정해 주며, 열쇠를 주었다, 그 열쇠의 앞면에는 201 이라는 글자가 돋을새김되어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이전에 세니아가 머물렀던 방이 어디였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카리나가 말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에 세니아가 머물렀던 방은 어느 곳이었지?"
  "204 라 쓰여진 방이었잖아, 204 호 실."
  당시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가 머물렀던 방에 관해 내가 건네었던 물음에 카리나가 바로 답을 하였다. 이후, 카리나는 세니아에게 잔느 공주가 시청사를 나오면 그 방으로 오도록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세니아는 그래야 할 것이라고 화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일행이 201 이라 쓰여진 방문 앞에 이를 무렵, 카리나가 문을 열려 하던 세니아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이번 이후로 잔느 공주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야?"
  "당장에는 내가 모시고 있을 생각이야."
  이 물음에 문을 열면서 세니아는 문을 열었다, 이후, 이어서 말한 바에 의하면 자신은 이번 일 이후로 샤르기스 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무나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하였으니, 그의 거처가 될 만한 곳을 찾기 위함이 그 이유라 하였다.
  "세나의 집을 들를 생각이겠지?"
  그렇게 물음을 건네고서, 세니아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카리나는 이전에 언급했던 세나에 대해 그라면 잔느 공주를 편안히 잘 보살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말했다.
  "세나라면 확실히 그러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나는 그간 그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바탕으로 그렇게 화답을 하였다, 일행 중에서도 다정하기로는 그만한 이가 없었음은 그와 함께 있으면서 잘 알고 있었던지라 카리나가 하는 말에 대해 그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가마일 산 천문대에 갈 생각이야."
  하지만 방으로 먼저 들어서면서 세니아가 했던 말은 그것이었다, 레테사(Retesa) 로 하여금, 천문대에서 잔느 공주와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그리고서 세나가 인품이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잔느 공주를 대하면서 필요한 사항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바로 소통으로서, 처음부터 잔느 공주는 일행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한 때는 소르나의 목소리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했을 정도였다, 그 때야 일행에게 필요했던 상황이었고, 오래 갈 일은 아니었기에 능히 도움을 줄 수 있었겠지만, 늘 소르나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결국에는 스스로 소통 농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세나에게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테사라고 해서,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라든가, 나, 세나 등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세니아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을 것이었다.

  "앞으로 갈 곳은 어디야, 하나야스?"
  "그렇지." 현관의 침대에 카리나가 앉는 동안 그 근방에 나와 세니아가 서로 마주보며 머무르고 있는 동안 세니아가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이에 세니아는 잠시 헤어지게 될 것 같다고 말하고서, 잔느 공주를 레테사에게 맡기게 되면, 그 때에 일행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알리고서, 자신이 하나야스에 올 때까지는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하기도 하였다.
  침대 왼편에 자리잡은 탁상 근처의 의자에 내가 앉는 동안 세니아가 그런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고, 이에 내가 세니아를 향해 물었다.
  "잔느 공주가 앞으로 일행의 일에 관여할 필요가 있을까."
  "잘 모르겠어." 이에 대해서는 세니아도 뭐라 말하기 난걈할 것임이 틀림 없었다. 다만, 이어 말한 바에 의하면 그가 또 다른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기는 하였다.
  "그의 아버지일 이가 자신이 남긴 문서를 통해 그러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고."
  그리고서 세니아는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보이지만, 시대는 다르더라도 결국에는 이 세상의 사람이라고 말하고서, 푸투로(Futuro) 계획의 의도처럼 현 시대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도 과거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그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곧, 침울해지면서 그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잔느 공주는 여기서 삶을 이어갈 운명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공주라 칭해졌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야?"
  그러자 침대에 앉아 있던 카리나가 말을 이어간 세니아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고, 이 물음에 세니아가 그를 향해 돌아서서는 그러한 감이 있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검은 섬' 이라는 고대의 흔적이 '수현 파크' 라는 인물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가 적대하던 이의 자손인 잔느 공주가 고대의 흔적에 관한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음은 기정 사실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있을 일에 잔느 공주가 가능한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바야."
  그럼에도 세니아는 가능한 잔느 공주가 지나간 시대의 일에 가능한 관여하지 않도록 할 생각이 있음을 밝히고서, 이를 위해 레테사가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피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가능한 피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 라는 것이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답을 하였다. 이후, 카리나는 세니아에게 잔느 공주가 일행에게 돌아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세니아는 바로 이렇게 답을 하였다.
  "하루 동안은 이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할 거야, 아무리 그래도 바로 어디 가겠다고 그러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하겠지……." 이에 카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말하였고, 이어서 잔느 공주에 대해 피곤할 것 같다고 말하고서, 어떻게 쉬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것에 대해서는 그의 의사를 따르도록 하겠다고 세니아가 바로 답을 하였다. 이어서 세니아는 카리나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미소를 띠며, 말을 건네니, 샤르기스를 비롯한 샤르기아 일대를 돌아다녀 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었다, 모처럼 샤르기스에 왔는데, 일만 하다가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고 하면서.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도, 샤르기스를 일 때문에 갔다 오기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
  "언제 즈음 끝날 것 같아?"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질문, 아마도 잔느 공주에 관한 이런저런 조사를 의미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금방 끝날 것 같다는 마리아의 전망이 있기도 했고, 고대 유적 탐사와 직접 관련을 가질 수 없다면 딱히 조사할 거리도 많이 없을 것이기에 오래 지나지 않아, 적어도 9 시나 10 시 즈음이면 끝날 것으로 나름 전망을 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전망한대로 일이 전개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대화를 이어간 이후, 카리나와 세니아 모두 피곤하다면서 자야 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였다, 그려면서 침대를 차지하려는 카리나를 보며 놀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건네기는 하였다 :
  "그렇게 아침에 자고, 저녁에 일어나면 부엉이처럼 된다~."
  하지만 다들 피곤했는지 나의 발언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 자고 있는데,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1 층으로 내려간 이후에 바로 밖으로 나와, 시청 주변 일대의 거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새벽을 맞이한 거리는 다시 빛이 돌아와 어두웠던 하늘이 다시 밝아지고 있었으며, 그 하늘 한 곳을 한 무리의 새들이 하나의 대열을 이루어가며,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 아래로는 빛을 통해 거리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으며, 거리 일대를 하얀 토끼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일대의 풀이 맛이 좋아서 오는 것이었으려나.
  샤르기스에서 가장 번화한 일대라면 시청이 위치한 그 북쪽인 시가지의 북동부 일대-시청은 동부에 치우쳐 있다-와 샤르기스 역이 위치한 서부 구역일 것이다. 시역이 크다고 하지만, 과거 문명의 대도시에 비하면 가히 마을 수준이었기에 샤르기스 역이든, 북쪽 시가지 구역이든 간에 걸어서도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우선 나아간 곳은 시청의 서쪽, 시역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샤르기스 역이었다. 역사를 둘러보는 것은 처음 샤르기스를 기차를 통해 들른 이후로는 정말 처음이었다. 새하얀 눈에 덮혀 선로를 제외한 일대의 모든 것이 새하얗게 꾸며진 역사와 그 주변의 모든 것이 새하얀 거리를 둘러보면서 그 일대가 이렇게 로망적인 곳임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는 그 때, 어딘가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르사나 씨, 다시 뵙게 되네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찾으려 하였다, 사람이 없는 고요한 시기였던지라 어떤 방향이었는지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역 건너편에 자리잡은 피제리아(Pizzeria) 전문 식당이었다.
  아직 열지도 않은 가게 바로 앞에 새하얀 셔츠와 짧은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연두색 짤막한 머리카락을 가진 엘베 족 자매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길다란 뭔가가 들어있는 가방을 왼쪽 어깨에 끈을 통해 매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가방을 매지 않은 이가 에오르 린, 그리고 가방을 맨 이는 에오르 리아였다.
  "그간 샤하리아에서 이것저것 조사를 이어가고 있었어요."
  우선, 에오르 린이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샤하르의 북부에 위치한 '생명 박물관(MVSEVM VITAE : Museum Witay)' 에 소장된 은색, 흑색 기록판들을 열람하면서, 그리고 샤하르의 시립 도서관에 소장된 기록판들을 통해 샤하리아의 유적 그리고 옛 시대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접해볼 수 있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 기록판들 대다수는 파손되지 않았나요, 해석을 위해서는 기록된 신호를 봐야 할 텐데."
  "맞아요, 그런 식으로 기록을 해석하려 했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 대다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 혹은 기계 명령 부호들의 집합이라 해독이 가능하지 않았으나, 일부는 문자 및 숫자에 대응되고 있었고, 이러한 문자 및 숫자군은 하나의 글을 이루고 있었기에 이를 통해 하나의 해석된 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기록판에 기록된 글자들은 브리태나 어로 기록되어 있어서 바로 해석이 가능했다고.
  "유적의 소재라든지, 유적의 특성에 관한 글이었나 보네요."
  이에 리아가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멸망해 가는 인류 세계의 종말을 대비한 계획에 의거, 행성 표면의 야래에 있는 하나의 거대한 구역에 새로운 세상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특별히 젊은이 100 명을 엄선해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시대까지 그들이 동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에 관한 문구였다, 해당 계획의 이름도 글에 있었으니, 그 이름은 내가 아는 대로, '푸투로' 였다. 소재지도 글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해당 주소는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는 곳이었다-물론, 지금의 샤르기스 일대였을 것이겠지만-.
  "해당 계획의 이름은 이미 알고 계셨나 봐요."
  "예, 유적지에 있으면서 해당 계획에 관한 문서를 보았으니까요."
  내가 그 이름을 알고 있음을 알아차리며, 린이 물음을 건네자, 내가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알고 있었음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린이 답하기를, 그 이름을 듣고 있는 모습에서 낯설음이라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아서 내가 해당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나는 린과 리아에게 유적의 소재지는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리아가 답을 하였다 :
  "시청 관계자로부터 들었어요, 과거에 유적지 일대를 탐사한 무리가 있었다고."
  그리고서, 해당 유적지가 샤르기스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 샤르기스에서 해당 유적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해당 유적지를 자신들도 둘러볼 예정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샤르기스 시청에 허가를 받으려 했다가, 시청 측에서 공식 유적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소식을 들어볼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음을 나에게 알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 탐사를 이어가면서 유적 내부를 탐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적 내부에 대한 진실이 알려질 수 있을 것이라 했어요, 또, 탐사를 마치면 그간 유적 내부에서 사람들을 위협했던 이들이 없어지면서 안전한 탐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고."
  리아는 어떤 사람들이 탐사를 이어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 중에는 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며, 내가 해당 일을 주도한 것 같다고 여기고 있음을 드러내고서, 나에게 사실이냐고 묻고 있었다. 이 물음에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답을 하고서, 해당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리아는 그런 나에게,   "그러할 줄 알았어요." 라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서 나에게 그 이후로 언제 공식 조사가 있게 될 것이냐고 묻자, 나는 그 답으로 조만간 있겠지만, 다음 날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을 밝혔다. 그러자 리아가 다시 묻기를, 며칠 즈음 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일정에 따라 하나야스(Khanayas) 로 갈 것인지, 샤르기아에 머무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함이 그 이유라고.
  "일주일 즈음이 아닐까……."
  이에 내가 이렇게 답을 하자, 리아는 린에게 속삭이는 듯이 말하기를, 샤르기스에 계속 머무르고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린이 나에게 다가와서 묻기를, 행성계의 열차는 어디까지 이어지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대륙 최동단, 가브릴리아(Gabrilia) 의 중심 도시인 가브리스(Gabriys) 이며, 가브리스 항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곳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하야(Mikhaya) 는 배를 통해 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요." 이후, 린이 건네는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미하야(Mikhaya) 는 여러 화산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심 도시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화산섬에 있고, 중심에 자리잡은 미카엘리스(Mikaelis) 는 여전히 화산이 폭발하는 곳이라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이어 밝혔다-실제로 미카엘리스는 여행 관련으로 '주의해야 하는 곳' 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유는 활화산-.
  "알았어요." 이후, 린은 알았다는 말을 건네고서, 시청 사람들과 함께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청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시청 쪽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여관으로 가기 위함이 그 이유였다.

  린과 리아 자매가 떠나간 이후에도 나는 계속 샤르기스 역 주변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일대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새벽을 맞이한 시가지의 조용한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샤르기스 역 일대로 나아간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사 건너편에 있는 피제리아 전문점을 비롯해 역사의 길 건너편에는 수많은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러한 길목들이 상가를 이루고 있었다. 상가를 구성하는 상점들 중에는 찻집도 있었으며, 그 찻집은 제법 규모가 있었다, 샤르기스 역에서 기차가 올 때를 기다리는 이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여길 수 있어 보였다. 겉으로만 보면 번화가처럼 보이기는 했으나, 실제로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현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역사 근방의 찻집은 피제리아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개방되지는 않았으며, 가게의 문이 열려 있는 시각은 9 시부터 23 시였는데, 당시의 시각은 대략 7 시 30 분 정도였던 만큼, 그 당시에 찻집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꽤 오래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다만, 외벽이 다소 불투명하기는 해도, 유리로 이루어져 있였기에 내부를 어느 정도는 들여다 볼 수는 있었고, 이를 통해 내부가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는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다.
  내벽은 나무들을 짜맞춘 형태였으며, 바닥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입구 근방은 덩굴 식물 모양의 무늬를 그릴 수 있도록 돌들이 서로 맞춰 모여 있였다. 나무로 이루어진 내벽과 탁자 그리고 입구에서 대략 먼 곳에 자리잡은 계산대 부근의 등까지 따뜻한 색을 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문이 열린다면 따스한 분위기를 잘 보여줄 수 있어 보였지만, 그런 분위기를 이후에도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 근방에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찻집의 외벽 너머를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인 이상, 더 머무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바로 다른 곳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상가의 남쪽 근방은 냇물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둔치를 따라 상점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 상점들 중 하나는 문구점이었고, 또 하나는 서점이었으며, 상점들이 자리잡은 그 길 건너의 서쪽에 작은 학교가 자리잡고 있어서, 학교와 관련되어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학교 부근에서 어린 소녀들이 가방을 끈으로 어꺠에 메고 있으면서 학교를 향해 나아가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으며, 그 모습을 보며, 그 이른 시기에도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구나, 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하였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이른 시기에 학교에 간 적은 없었음이 그 이유.
  '아침 청소 때문이려나.'
  샤하르에서 다니던 학교에서는 늘 저녁에 청소를 하고는 했으며, 저녁 늦게까지 청소가 이어지기도 했었지만, 아침 일찍부터 청소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학교 근방에서 지내서 첫 수업 시간 직전에 등교해도 괜찮았고, 그래서 샤하르의 학생 시절에는 일찍 일어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 난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학교 부근을 길 위의 표석 위에 앉아 있으면서 바라보고 있을 즈음, 강가와 그 건너편을 가로지르는 길 위를 어떤 수레 하나가 서에서 동 방향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그 수레를 어떤 노인이 앞에서 두 손을 뒤로 향하며 당기면서 끌고 있었으며, 그 수레 안에는 이런저런 물품들이 들어 있었다. 그들 중 다수는 기계 물품들, 고문명의 유물들로 추정되는 물건들이었으며, 보석처럼 반짝이는 원반도 있었다, 옛 문명에서 기록을 위한 물품으로 활용했던 그 원반들로 추정되는 물품들로서, 수레를 끌고 있는 노인은 그 용도를 잘 모르는 듯해 보였다.
  처음부터 샤르기스에서 살고 있었던 인물은 아닌 듯해 보였다, 아마도 어떤 사연으로 인해 샤르기스에 와서 정착하게 되었을 것임이 분명했고, 그래서 외지인이라고 하더라도, 샤르기스에 대해서는 아는 바는 많을 것이라고 그에 대해 추정해 보기도 하였다. 이후, 노인은 길 위에 조용히 앉은 나를 발견한 듯이, 나를 향해 고개를 잠시 돌려 보고 있었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노인이 나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나와 대화를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정말로 뜻밖으로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거기, 앉아있는 사람, 혹시 방문객인가."
  노인이 부르는 소리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노인이 위치한 곳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리고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내가 노인의 바로 앞에 이르렀을 무렵, 노인은 자신에게 접근해 온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신기한 모습이라도 본 듯이 다소 놀란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아르셀이라는 여인을 알고 있나."
  노인은 내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어머니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 이름을 알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노인에게 어머니의 이름임을 밝히는 답을 건네었다. 그러자 노인은 나의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조용히 목소리를 내어,
  "그렇구먼." 이라고 간단하게 한 마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나에게 아르셀과 묘하게 닮은 인상을 가진 이가 오는 것 같아서 혹시나 싶었는데, 과연 그와 관련된 사람이었다고 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지금 어디에 있나."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이후, 그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러자 노인은 바로 표정이 굳어지더니, 믿겨지지 않는 일이라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말을 건넨 이후에 어떻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어느 날, 마을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제가 집에 막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장례식을 하고 있었지요. 그 때에는 무슨 일인지 몰라서 어머니가 어디 갔다가 돌아오실 줄만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무덤은 지금도 남아있겠지?"
  이후, 이어지는 질문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해요." 라고, 그렇다는 의미를 가지는 답을 하였고, 이어서 과거의 일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에 노인은 그러한 나의 이야기에 그저, "그랬었군……." 라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는 듯한 말을 건넬 뿐으로, 이외에 다른 반응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 받는 동안, 나의 마음 속에서부터 하나의 의문이 밀려오기 시작했으니, 내 앞에 있는 노인이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일, 그리고 그 당시의 어렸을 적, 나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 듯하다고 여기었으며, 그러면서 노인이 왜 나에게 '어두운 과거' 에 대해 물어보려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자꾸 나 그리고 어머니에 대해, 그것도 좋지 않은 과거에 대해 물어보려 하느냐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었다.
  "잠깐만요, 할아버지."
  결국, 또 질문을 하는 노인에게 그 감정이 폭발, 그 이후에 노인에게 왜 자꾸 어머니에 대해 계속 물어보기를 반복하느냐고 그에게 되물었다, 그리고서 내가 생각했던 대로, 대체 무슨 이유로 좋지 않은 일에 대해 자꾸 물어보려 하느냐고 말을 걸기도 하였다.
  "결국에는 터졌구먼, 미안허이."
  그러자 그는 미안하다고 답을 하고서, 이어서 자신에 대해 오지랖이 심해 보였다고 자신에 대해 말하기도 하였다. 이후, 그는 내 어머니의 생애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사람들로부터 들었고, 그래서 과거의 일에 대해 그의 일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더 이상은 나에 대해 물음을 건네지는 않겠음을 말하고서, 조용히 내가 서 있던 곳을 지나가려 하였다.
  "때로는 세상의 진실은 믿음을 배신하기도 하지, 자네도 필경 알 수 있을 게야."
  이후, 노인은 나에게 그간의 대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을 말을 마지막으로 나를 지나쳐, 동쪽 길을 따라 수레를 끌며 나아갔고, 이후, 그의 모습은 나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다만, 그렇게 노인이 말없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던 것은 아닌가.'
  처음에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계속 물음을 건네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별로 좋게 보이지는 않았고, 그래서 그에 대해 화를 냈었지만, 막상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 그러면서 이러한 오해로 인해 그 당시에 어머니의 죽음과 그 당시의 나에 대해 계속 물음을 건네려 했던 노인에게 화를 낸 일이 후회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러하셨을지도 몰라, 할아버지께서는, 그저, 그 일이 궁금하셨을 텐데…….'
  그리고서, 어쩌면, 그 일에 대해서는 어머니도 별로 좋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잠시 마음에 착잡함이라는 감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새벽의 풍경은 필시 보기 좋았으나, 착잡한 감정으로 인해 그것이 잘 와닿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하릴 없이, 나는 거처로 돌아가기로 하였고, 이를 위해 달리 할 일이 없었던 역 주변을 지나, 다시 시청이 위치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로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건너편의 여관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여관으로 돌아오자마자 현관 부근에 머무르고 있던 세니아가 나를 반겼다, 일어났을 무렵에 내가 보이지 않았음을 밝히고서, 그간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샤르기스 역 부근에 있었음을 밝히고서, 바로 역 부근에서 이전에 만났던 모험가들, 그리고 어머니를 어느 정도는 아는 듯해 보이는 어떤 노인을 만났었다고 밝혔다.
  "어머니라면, 당대의 용사이셨으니까, 아는 사람들은 많기는 할 거야."
  그러자 세니아는 어머니에 대해 알만한 사람들은 알지 않았겠느냐고 묻고서, 이어서 그가 무슨 말을 건네었기에, 그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표정이 어둡냐고 이어서 물음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별로 인연도 없었을 사람이 계속해서 나의 좋지 않았던 일에 대해 캐물으려 하니, 슬슬 짜증이 나기도 했었음을 밝혔고, 이에 세니아는 그 노인이 혹시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묻자, 나는 바로 그러할 것 같지는 않았다고 화답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너에게 다가와서 아는 척을 하고, 자꾸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일에 대해 물어보려 하셨던 거야……."
  이후, 나는 그 당시의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하고서, 같이 여관의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앞서 나아가던 세니아에게 카리나는 잠에서 깨어났느냐고 물었다.
  "아직이야, 그간 많이 피곤했나 봐, 정말로."
  그러자 세니아로부터 아직 카리나는 깨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이후, 나는 탁자에 세니아와 마주보며 앉아서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는 세니아가 샤르기스 역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써 시작되었다."
  "수레를 끌고 일하시는 분이셨어, 그 때 처음 본 사람이야."
  이후,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어머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 자신을 소개한 바 있음을 밝혔다. 그 이후, 나는 그 노인이 어머니의 죽음과 그 당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 그랬구나. 그러니까, 어머니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이셨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분이셨단 말이지?"
  "그랬겠지." 이후,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처음에는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 듯한 모습에 어두운 과거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지만, 그로 인해 노인이 떠난 이후에는 노인에 대해 그저 그 일에 대해 알고 싶었을 뿐이었을 텐데, 오해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하기도 했음을 이어 드러냈고, 이에 세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화답을 하였다. 다만, 그는 이러한 의문을 나에게 드러내기는 하였다 :
  "그런데, 정말, 그 할아버지께서 정말 순수하게 그 일이 궁금해서 질문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리고서,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너무 집요하게 특정 사람의 안 좋은 과거에 대해 캐물으려 하는 모습 자체는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고 나에 대해 말하기도 하였다.
  "나 같았어도 한 번 즈음은 화를 냈을 것 같기는 해."

  이후, 세니아는 나에게 그 당시의 일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줄 것을 당부하였고, 이에 나는 그에게는 그 일화에 대해 자세햔 이야기를 전하려 하였다,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정말 친한 사이가 된 이상, 그에게는 터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그 당시,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무렵의 일에 대해 들은 바를 자세히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장례식 이후로 사람들로부터 어머니의 무덤에 대해 호수 부근의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무덤은 직접 찾아가 보지도 못했고,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당시의 나는 너무도 어려서 장례식 이후, 영구를 옮기어 무덤에 안치하는 일에는 참여할 수 없었고, 그래서 어머니의 영구가 떠나간 이후에도 집에 계속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장례식에는 참여하지 못한 것이네?"
  "그랬었지, 어지간한 사람들은 알 수 없을 곳, 심지어는 나마저 알지 못하는 곳에 묻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어머니의 장례를 맡았던 사람들 중 대다수는 그 일을 여전히 잘 기억하고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 소재지에 대해서는 거의 잊어버린 상태야."
  "어떠한 표식 하나 남기지 않았지?"
  "그랬었대." 이후,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어머니의 죽음이나 무덤을 일부러 숨기려 한 이들은 없었지만, 무덤이 세워진 이후, 장례에 참여한 이들이 무덤을 찾으려 하였지만, 이미 그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어머니의 무덤 위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지?"
  그러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장례식 이후, 나는 샤하르로 이주하였고, 그러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보려 하였지만, 성과는 없었고, 결국 포기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에는 무덤을 대신해 어머니와 함께 나아갔던 슈라일 일대를 둘러보고는 한 적도 있음을 밝혔다-지금은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액자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보고는 한다-.
  "…… 가끔, 그런 네가 부러울 때가 있어."
  그렇게 대화가 이어진 이후, 세니아는 가끔씩 내가 부러울 때가 있었음을 밝히고서, 이어서 그러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음에 대한 것이라고 자신이 부러워하는 사항에 대해 알렸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잖아, 네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그리고서 그는 나에게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바란 적이 있었느냐고 묻기도 하였다. 이에 나는 그 답으로써 늘 그러하였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샤하르로 이주한 이후로는 만남도 자주 가지고, 여기저기 활동도 자주 가졌으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의한 괴로움을 잊기 위한 면도 없지는 않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어머니가 없는 것이 더 이상 괴롭거나 하지는 않더라, 그 이후로는 즐거운 일에 집착하는 일도 많이 줄었어."
  세나, 카리나 등을 만나게 된 것은 그 무렵 이후의 일이었고, 그들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사무치는 것을 잊기 위해 일부러라도 적극적으로 행동한 적이 있었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고 있는 편이다.
  "그 무렵의 너는 어떠하였으려나."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 편이 좋아, 너를 엄청나게 피곤하게 할 테니 말야."
  이 물음에 나는 굳이 알려 하지는 않는 편이 좋다는 의미의 답을 그에게 전하였다.

  그 무렵, 그간 잠들어 있던 카리나가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탁상을 둘러싸는 의자에 앉아있던 나와 세니아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서는 세니아에게 잘 잤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는 그간 잠들고 있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몰랐던 모양.
  "무슨 일이야, 아르사나, 표정이 영 밝지 않네."
  그러다가 한 동안 나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기만 하고 있더니, 나에게 표정이 어둡다고 말하더니,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느냐고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한창 대화를 이어가고 난 직후에 그가 깨어났던지라, 그간의 어두운 감정을 감출 여유가 없었던지라,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었다.
  "나가 있는 도중에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어."
  그 이후로, 나는 카리나에게도 그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나름 상세히 설명을 해 주었고, 그 설명을 들으며, 카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알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였다. 그리고서, 한 동안 보이지 않던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앉은 듯한-어찌 보면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난데 없이 어머니를 잃는 일을 겪었으니까, 그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의 삶에 적응해 갔다고 하지만, 자신의 곁에 있던 사람의 죽음을 어쨌든, 처음으로 목도한 일 아니겠어, 그런 괴로운 일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은 심정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어. 그런 사람에게 그 일에 대해 계속 질문하는 것은 분명 예의는 아니지."
  그리고서 그는 바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
  "하지만, 너도 깨달았을 거야, 그 분께서 나쁜 의도로 질문하신 것은 아닐 것 아니겠니, 물론 예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이 있으신 분이신데, 그런 분께 함부로 화내는 것 역시 좋은 것은 아니겠지."
  그리고서 카리나는 늘 느끼던 바이지만, 나는 어머니의 일에 대해서는 너무 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고 말하고서, 어머니의 뒤를 따른다는 것에 대해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그러한 감정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고 자신의 생각을 이어 밝혔다.
  "어머니와 닮은 길을 나아간다는 것이 뭐가 나쁜 일이야, 물론 어머니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그런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
  그리고서, 그런 집착을 조금이나마 내려놓는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볼 것을 권하기도 하였다.

  평상시에는 늘 외모와 달리, 다소 어린 면을 보이는 카리나였지만, 어떨 때에는 평소 때와는 다른 일면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늘 진지하고 일을 주도하는 느낌이 있는 세니아에게는 그러한 면이 없어서 이러한 그의 면모는 확실히 특징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일면을 제대로 알고 있는 나를 비롯한 이들은 그런 연유로 그에 대해 함부로 어린 아이 같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더 자고 싶지 않아?" 이렇게 대화가 끝난 이후, 세니아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물었고, 이 물음에 카리나는 이제 깨어났고, 더 잘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다가와서는 물었다.
  "아르사나, 시청에 가 봐야지."
  그리고서 내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카리나가 왼손을 허리에 올린 자세를 취하면서 그런 나를 계속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잔느 공주님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너라면 누구보다도 가장 보고 싶어할 텐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 언제 이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는지 모르게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리나를 보며, 나는 멋쩍은 감정을 목소리로 드러냈다. 그리고서 나는 그렇게 말을 한다면 가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답을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하여 나는 카리나와 함께 시청으로 가고, 그 대신으로 세니아는 여관에 머무르기로 하였다.




  다시 찾아온 시청-가는 데에 5 분도 걸리지 않았다-, 1 층의 민원실로 들어가서 그 왼편 한 곳에 있는 탁상에 자리를 잡는 그 때, 일행의 모습을 보기라도 했는지, 마리아가 두 손에 기계 하나를 들고 있으면서 일행이 앉은 탁자로 다가왔다.
  "다시 오셨군요, 반가워요, 마침 부르려 했었는데."
  이후, 장치를 탁자에 올려놓고, 나와 카리나가 앉은 그 건너편 의자에 자리를 잡더니, 그 이후에 바로 궁금하지 않았느냐면서 시청에 남았던 잔느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많이 궁금하셨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후, 마리아는 잔느 공주라는 통칭을 가지는 이에 대한 신체 능력 및 건강 상태 검사 및 신상 조사가 새벽 시간 내에 진행되었음을 밝히고서, 피로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어서 그에 대해 고마웠음을 밝혔다. 신체 능력 조사는 신체 구성 요소를 피부부터 근육, 골격, 혈액까지 이어갔으며, 이는 현 시대 사람들과의 신체 특성 차이를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고. 건강 상태는 양호했으며, 특별한 신체 이상이나 전염 기질은 없었다고 한다.
  신체 특성은 기록을 통해 남은 구 인류의 특성과 거의 비슷했으며, 특이한 기질이 없는 일반적인 10 ~ 20 대 여성의 신체 특성을 갖고 있었다고 하였다, 근육이나 골격 등에 마력이 스며드는 특성은 당연히 없었을 것-이러한 것이 정령과 빛의 생명체들이 가지는 물리적 힘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아마도 위험한 곳을 자주 오가는 여러분과 동행하시면 위험할 수 있어요, 그러니, 동행을 이어가신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하시고, 위험한 곳에서는 근방의 도시에 머무르실 수 있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서 마리아는 잔느 공주는 당분간 시청에 머무르면서 샤르기스 지하 유적 내부 조사에 동행하게 될 것임을 밝히고서, 지하 유적에 안치된 동면 장치에 잠든 이들의 신상 파악에 참고인으로서 참여할 예정임을 밝혔다.
  "저를 비롯한 현 시대의 사람들보다는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을 그가 그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들은 그 분의 도움을 원하고 있는 것이지요."
  "조만간 나서야 하겠지요?"
  "그 때에 알리게 되겠지만, 길어도 3 일 후에 있을 예정이에요, 잔느 공주님에 대한 조사 전후에 시에서 본격적으로 조사 작업을 진행할 것임을 확정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그 때까지 시청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한 것이었지요."
  이후, 마리아는 잠시 일처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이 들고 온 장치에 달린 글자판들을 누르기 시작하였다, 그와 더불어 손가락으로 작은 판자들을 누르는 소리가 잇달아 들려오면서 장치 위쪽에 생성된 보라색 빛으로 이루어진 판 위로 글자들이 새겨지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학교에 있을 무렵, 본 적이 있으며, 기기 내부의 장치가 글자판에 대응되는 글자들을 기억해 가는 과정이 수행된다고 하였다. 이후에 특수 기능을 통해 기억된 글을 종이에 쓰인 글로서 볼 수 있다고.
  그렇게 장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무렵, 옆에서 그런 나를 보고 있던 카리나가 물었다, 이런 장치 구경은 처음 해 보는 것이냐고. 이에 나는 흠칫 놀라면서 듣고 있었느냐고 물은 이후에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거나 한 적은 없었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카리나에게 실제로 사용해 보거나 한 적은 있었느냐고 물어 보았을 때,<
  "일거리 때문에 해 본 적은 있어."
  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서 다량의 문서 작업이 필요했기에, 기기를 자주 다루었음을 밝히고서, 그는 자주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일면이 있는 기기임을 밝히면서, 그와 더불어 종이로 글을 내놓을 때, 오타가 발견되면 종이 출력 과정을 다시 수행해야 할 수도 있어서 종이 출력을 하기 전에 오자가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이어 말하기도 하였다. 긴장되는 일이지 않느냐는 물음에 카리나는 그럼에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작업을 마쳤는지, 기기에서 손을 떼고서, 마리아는 이 날의 조사는 모두 끝났음을 밝히고서, 곧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잔느 공주에 대한 전망을 드러내었다.
  "신상에 대해 알아낸 바는 있나요?"
  "잔느 공주에 대한 사항들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마리아는 그 질문이 잔느 공주에 대한 것임을 바로 알아차리고서, 그에게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 이후에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잔느 공주라는 이름이 본명은 아니라는 것은 짐작하시고 계셨을 것이라 믿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잔느라는 이름은 가칭이고, 본명은 따로 있었을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정황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잔느는 계속 잔느가 자신의 본명이라 말해서 그의 진짜 이름은 끝내 알 수 없었다, 다만, 현수 장(Hyânsu Jang) 의 자식이었으므로, 성은 당연히 장이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는 있었다.
  이후, 마리아는 또 하나의 의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 잔느 공주에게는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푸투로 계획에 참여한 100 명의 인원 중 하나였으며, 조사 도중에 그의 신상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카리나가 바로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
  "그렇다면 그의 이름은 무엇이었나요? 알고는 있어요?"
  그러자 마리아는 잔느 공주가 알고 있음을 밝혔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 이름을 말해 주었다, '루이즈(Louise, Luiz)' 였다고 한다. 물론 그것 역시 본명은 아니었겠지만 그의 본명 역시 잔느 공주가 말해 주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고, 당사자 역시 자신을 '루이즈' 라 칭할 것임이 분명했기에 그의 이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으려 하였다. 이후, 내가 알았다고 화답을 할 무렵, 마리아는 잔느 공주로부터 혹시라도 루이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발견한다면, 그일 것으로 여기어 달라는 부탁을 했음을 밝혔다. 그러자 카리나는 그런 나에게 놀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물었다.
  "루이즈라는 이가 이 세상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고 계셨다는 거예요?"
  그 표정도 그렇고, 눈도 커져 있어서 진심으로 놀라고 당황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자 마리아는 그랬었다고 화답을 하고서, 나에게 오해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서, 그가 깨어난 이후, 행여 그가 어딘가에서 발견되어 그 이름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음을 의미한다고 이어서 건너편에 앉은 나와 카리나에게 당부를 하였다.
  "이외에도 깨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이후, 카리나가 환하게 웃으면서 마리아에게 말을 건네었다. 이미 푸투로 계획과 그 계획을 주도했던 수현 파크라는 인물의 실체에 대해 알고난 이후로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하고 있었음은 분명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있었을 테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100 명의 청년들이 깨어나는 시간을 일부러 이상하게 조정해서 그들을 얼어죽게 만들려 하는 시도가 엇나가기를, 잔느 공주와 같이 있으면서, 그를 기다리면서,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이후에 마리아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것이 더욱 확고해진 것 같다.
  "예, 그랬지요,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계셨던 것 같고요."
  그리고서 그 바람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참 좋겠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 때, 카리나가 마리아에게 질문을 하기를, 그 100 여명의 사람들 중에 남자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을 건네고서, 마리아에게 혹시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마리아는 딱히 관심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답을 하고서, 그들이 깨어나는 것에 더욱 관심이 있음을 밝혔다.
  "그들이 깨어나면 우선 남을 사람들은 남으려 하겠지만, 떠날 사람들은 어떻게 하실 거에요?"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 행성계 사람들과 논의를 이어가야 하겠지요, 갑자기 새로운 인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때로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자의적인 판단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이어질 수도 있고……."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마리아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들은 대체로 평화로운 사람들일 테니, 심려할 일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잔느 공주가 그들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고.

  이외에도 잔느 공주는 이런저런 질문을 받았으니, 옛 문명의 특성과 언어 그리고 생활 습관 등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자 카리나가 검사라든가, 조사는 끝나고, 곧 자유가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마리아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그 순간, 1 층 왼편에서 문이 열리고 검푸른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 나와 카리나를 향해 다가왔다.
  "기다리고 계셨지요, 여러분 모두."
  그 당시의 그 은색 옷을 입은 채로 잔느 공주가 이전보다는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나와 카리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나에게 마리아가 요청이 있음을 밝히고서 바로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잠시 저와 밖으로 나와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밖으로 나온 마리아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그간 잔느 공주와 동행하고 있으면서 불만이 참 많았었던 모양으로, 해당 불만을 나에게 토로하려 하고 있었다.
  "아르사나 씨께서는 그 분에 대해 불만 같은 것 없으시나요?"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자 나는 바로 당황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이전의 잔느 공주에 대해 너무나 호의적이었던 그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음이 그 이유였다. 그러자 마리아는 바로 한숨을 내쉬더니, 신세 한탄을 하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 옷을 계속 입고 다니기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서, 옷을 새로 구입해 드리려고 했는데……."
  그리고서, 그는 흉부와 힙 크기를 알아보고 난 이후, 경악했었다고 말했다, 옷가게에서 그런 흉부와 힙 크기를 본 적이 없었고, 옷가게 아무 옷이나 입었다가는 가슴 부분 때문에 단추를 닫을 수 없거나, 온전히 입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는 그래서 아무래도 특별 주문 제작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체 왜 가슴 부분에 무슨 문제가……."
  다소 당혹스러운 이야기에 내가 놀라면서 물음을 건네자, 마리아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서 놀랍지만 사실이라고 화답을 하고서, 그 외견을 보면서 알아차리지 않았느냐고 말하고서, 이어서 나에게 물었다.
  "무나일이나 샤하르 등에서는 흉부나 힙이 85 를 초과하는 옷 크기가 있던가요."
  나도 이런저런 옷을 구매해 본 적이 있었지만, 80 이상은 자주 보았어도 흉부 크기가 86 ~ 90 까지 되는 경우를 본 기억은 거의 없었다. 어머니의 경우에도 입고 있는 옷의 흉부 크기가 83 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 정도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해서, 옷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는 됐던 것으로 기억난다. 잔느 공주의 모습을 보면서 그 쪽이 크다는 생각을 해 보기는 했었지만, 그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옷을 맞추는 일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돈은 제가 이미 옷가게에 냈어요."
  이후, 마리아는 자신을 대신하여 내가 옷을 맞춰주는 일을 해 줄 것을 부탁하고서, 옷을 그냥 사는 것이라면 자신이 해도 되겠지만, 옷을 맞추는 일은 자신이 없기도 하거니와, 행여 자신이 잔느 공주에게 부담이 될까봐 그렇다고 말하고서, 공직자가 아닌 나를 비롯한 일행이라면 잔느 공주가 부담을 덜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가 대신 나서도록 부탁을 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하였다.
  옷을 맞추는 경험이 없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부탁하는 바이기도 하였고, 그 부탁이 나와 함께 하는 이에 대한 것이라면 어떻게든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여기었다. 그러면서 그 부탁을 들어주겠음을 밝혔다.
  "저도 경험이 없기는 하지만…… 잘 해 볼 수 있도록 할게요."
  그리고서 나는 어느 옷가게인지만 말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이에 마리아는 여관 바로 동쪽 부근의 옷가게인 '라무나(Ramuna)' 임을 밝히고서, "마리아 로이나(Maria Royna)' 라는 사람이 부탁을 했다." 라고 가게 주인에게 청하면 그 이후로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해 줄 것임을 이어 밝혔다. 그리고서 일이 끝나고 난 이후에는 자신에게 돌아올 필요는 없음을 이어 알리기도 하였다.



  그 무렵, 뒤쪽에서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잔느 공주의 목소리였다. 내가 마리아와 함께 밖에 나와 있다고 하여,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밖으로 나오게 되었던 모양으로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돌아설 무렵, 잔느 공주가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옷을 마련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서, 내가 마리아를 대신해서 옷가게로 가서 옷을 맞추는 일에 관여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마리아는 경험이 없기도 하고, 또 나를 비롯한 일행은 공직자가 아닌 만큼, 같이 있으면서 잔느 공주가 느끼는 부담도 덜할 것이라 여기어져 나에게 일을 맡기게 되었다고 마리아가 나에게 일을 맡긴 경위에 대한 이야기를 한 다음에 옷가게는 여관 동쪽 옆에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바로 여관 동쪽의 그 가게로 가면 되는 것이지요?"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카리나가 나가면 바로 가자고 청하였다.

  이후의 목적지는 시청 건너편의 여관, 그 동쪽 부근에 있는 옷 가게인 라무나로서, 바로 옆에 있는 가게였던 만큼, 금방 찾을 수 있었다-현관문 옆에 Ramuna 라 쓰여진 간판이 붙어있기도 하였고-, 그리하여 그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우선 계산대 앞으로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사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그러자마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비롯한 일행을 반겨주는 이의 모습이 보였다. 하얀 털옷과 검은 긴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여성으로 검푸른색 긴 머리카락의 목 아래를 리본으로 묶어 내리고 있는 외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인상은 어른스러워 보였고, 다소 밝고 순수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아름다운 이였다.
  "마리아 로이나(Maria Royna) 라는 분의 부탁을 받고 왔어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가 그렇게 온 이유를 밝히자, 여성은 바로 알겠다고 말하고서, 대신 오게 된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 이후, 여성은 계산대 밖으로 나와서 나를 비롯한 일행을 보더니, 마리아가 잔느 공주라는 이의 옷을 맞춰 달라 청했음을 밝히고서, 혹시 잔느 공주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이 분이세요." 그러자 내가 그 무렵, 나의 좌측에 있던 잔느 공주를 지목했고, 이에 여성은 잔느 공주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그의 모습을 보더니, "그렇군요." 라고 답을 하였다. 이후, 여인은 잔느 공주의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마리아가 잔느 공주의 모습을 보며, 옷을 고르는 데에 많이 난감했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곧 옷을 맞춰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가 입게 될 옷은 정해졌으니, 그대로 옷을 입으면 될 것 같다는 말을 일행에게 전하기도.
  입게 될 옷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일행에게 말을 딱히 전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정해진 것이 있어서 만들어 보고 한 번씩 잔느 공주에게 입혀볼 생각이 있음을 밝히고서, 그 때가 되면 남은 일행 모두 옷을 입은 모습을 지켜봐 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후, 잔느 공주는 여인과 함께 계산대 안쪽의 작업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니, 신체에 관한 대략적인 측정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 이후로 한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채로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계산대와 옷장 안쪽의 문만 바라보고 있던 카리나가 무슨 옷을 만들고 있기에 그렇게 오래 시간이 걸리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했을 정도.
  "그런데, 가슴 86 이면…… 그런 크기를 본 적이 있어?"
  그 때, 카리나가 나에게 물었고, 나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 때, 가게 문이 열리면서 뒤쪽에서 어떤 낯설지 않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간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모양.
  "체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86 정도이면, 일반적인 급이 아닌 것은 맞아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와 카리나 모두 문 쪽을 향해 돌아서서 그 모습을 보았다. 말을 건 이들은 다름 아닌 린과 리아 자매로서, 가게 안쪽의 상황이 무척 궁금하기는 했었던 모양.
  "아르데이스(Ardeis) 에서 오신 분들 아닌가요?"
  그 때, 그 모습을 보자마자 카리나가 그들을 보면서 물었고, 이에 린이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샤하리아에서 만난 이래로 다시 보게 되어서 정말 반갑다고 그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려 하였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해지셨나요?"
  "그렇다기보다는……." 그러자 리아가 답을 하니, 이번에 나를 비롯한 일행이 구출하였다는 '잔느 공주' 라는 인물의 모습이 궁금하기는 했음을 밝히고서, 그 모습을 그 곳에서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모르기는 해도,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일 것임은 틀림 없어 보이네요."
  "모르기는 해도, 가슴은 큰 사람이겠지요."
  이후, 린과 리아가 차례로 내가 유적에서 데려온 잔느 공주라는 인물에 대한 나름의 예상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런 옷은 나도 처음이지만, 이런 몸매를 가진 분께는 더없이 어울릴 것 같아요."
  잔느 공주의 체격에 맞는 옷을 만들면서 그의 외견에 무척 감탄을 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런 그의 체격을 부각시키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기다림은 이어지고 있었으니, 옷을 만드는 데에 꽤 시간이 걸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옷 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으니, 처음 하는 일이라 어렵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한 동안은 가게 안에 계속 머무르려 하였으나, 잔느 공주가 방 밖으로 나갈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서 기다리고 있기만 하기에는 지루해서 밖으로 나가 있으려 하였다. 내가 밖으로 나가자, 카리나가 그런 나를 따라 나섰다, 그 역시 심심한 것은 잘 견디지 못하는 심정이었고, 나의 행동을 보면서 잘 됐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갔던 모양.

  "옷을 잘 갖춰 입으면 볼 만할 것 같아, 그 분께서는."
  "그러하겠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분명 그러할 것이라 답을 하였고, 이어서 나도 그 모습은 무척 기대된다고 말을 건네었으며, 그러는 동안 나의 표정이 무척 밝아지고 있었다.
  "린, 리아라는 두 분께서는 더 기대하시고 계신 것 같은데."
  "그 두 분께서는 많은 것을 바라고 계실 거야, 공주님에 대해."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 답을 하였고, 그 이유로써 무엇보다도 잔느 공주는 아르데이스를 비롯한 여러 행성계를 아우른 고대 문명의 사실상 마지막 생존자일 수도 있음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이어서 그 대답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려 하였다.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잖아, 생존자가 더 있을 수 있을 텐데……."
  그러자 카리나는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하였으나, 그것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없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 안쪽에서는 옷 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이런 옷, 길가에서 계속 입고 있어도 괜찮으려나요."
  이어서 이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대체 무슨 옷이기에……." 리아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대체 무슨 옷이기에 옷 가게 주인에게서 걱정 어린 말이 나오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새로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고 있었다.
  "무척 기대가 되고 있나 보네."
  이후, 리아의 목소리가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말하였고, 이에 린이 평소에 만들지 못한 옷을 만들다보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옷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어서 리아가 돈은 누가 내는지에 대해 묻자, 린이 답으로써 이미 옷을 주문한 사람이 미리 냈을 것 같다고 답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황에 대한 추측이었겠으나, 맞는 추측이었다.
  "옷을 입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모르는데, 돈을 미리 내도 괜찮은 거야?"
  이후, 리아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유적에서 구출될 사람을 위한 적절한 옷을 마련해 달라고 미리 부탁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답을 하는 린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사이, 문이 열리면서 린이 나와 카리나를 불렀다, 잔느 공주가 옷을 다 입었으니, 들어와서 그 모습을 봐 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알림이 오자마자 내가 바로 반응해서 문 안쪽으로 뛰어갔고, 이어서 카리나가 그런 나를 따라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하얀 털옷과 긴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여인과 잔느 공주가 밖으로 나온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잔느 공주의 새 옷 차림은 소매가 긴 하얀 셔츠와 보라색을 띠는 의상, 그리고 앞쪽이 트인 보라색 치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보라색을 띠는 옷은 바지가 아니라 소매 없이 흉부와 허리 부분만 갖춘 상의와 바지를 결합한 형태로서, 셔츠는 그 위에 입은 것이라고. 하반신의 앞 부분을 가능한 크게 노출하고 있어서 제대로 옷을 갖추어 입은 상반신, 그리고 하반신의 뒷 부분과도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왼쪽 다리의 허벅지 위쪽에 보라색 띠를 두르고 있었으며, 옷 가게 주인에 의하면 잔느 공주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셔츠와 바지가 없으면 수영복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흉부에서부터 시작되는 수영복처럼 보이는 의상이라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의상인지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거리에서 함부로 보일 수 있는 그런 옷차림은 아닌 듯해 보였으며, 동행하면서 가늠해 본 잔느 공주의 성격과도 다소 맞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옷을 입어 보며, 잔느 공주님께서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그런 느낌 가지시지 않으셨나요?"
  새롭게 옷을 입은 잔느 공주의 모습을 보며, 내가 옷 가게 주인에게 물었고, 이에 옷 가게 주인이 답하기를, 속옷이 아니라면 괜찮다고 답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옷을 입어보면서 실제로 상당히 만족하는 듯해 보이기도 했다고.
  옷 가게 주인에 의하면 그렇게 가슴이 크고, 허리도 잘록하고, 허리에서 골반까지 큰 굴곡을 그리는 체형을 본 적이 없어서 상의와 하의까지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한다, 아르셀이라든가, 가슴이 큰 여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어서 가슴이 큰 것까지는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었지만, 감안해야 할 것이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그러면서도 그는 그 체형에 어울리는 옷을 잔느 공주가 입을 수 있다면, 어떤 왕국의 공주들 이상의 부러움과 감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음을 이어 밝혔다.
  이후, 옷 가게 주인은 조금 더 평범한 옷 한 벌도 추가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얀 셔츠와 짧은 바지로 구성된 것으로, 급하게 만드느라 옷 자체는 그냥 평범할 것이라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이후, 내가 받은 옷은 가슴 부분이 큰 하얀 셔츠와 골반과 그 바로 아래에만 닿는 짤막한 길이의 바지였으며, 바지는 유적에서 발굴된 찢어진 바지를 다듬어서 만들었다고. 이 옷은 맞을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나는 옷을 안고 돌아가면서 밖으로 나가면서 옷 가게 주인의 이름을 물었고, 이후, 그로부터 이름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리니아 크라스니아 세프테티아 (Irinia Krasnia Septetia)' 가 그 이름이었다.

  세프테티아(Septetia) 의 가게를 떠난 이후, 나는 옷을 안고 근처에 있는 여관으로 돌아가기 시작, 그러는 동안 카리나와 잔느 공주, 그리고 린과 리아가 그런 나를 뒤따라 나서고 있었다. 여관과 옷 가게는 사실상 바로 이웃이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여관의 거처에 혼자 남아있었을 세니아를 바로 찾아가려 하였다. 그 때,
  "아르사나, 돌아왔구나, 아아, 봤어, 공주님께서 새 옷을 입으신 거니?"
  "그래,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뒤따라 오는 잔느 공주의 모습을 보며, 그가 옷을 갈아입었음을 확인하고서 세니아는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전의 옷차림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일상과는 어울리지 않았다면, 이 옷차림은 보다 일상에 어울린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옷도 한 벌 더 받았어, 보다 가벼운 것으로,"
  그리고서 나는 세니아에게 그 옷을 보여주었고, 세니아로부터 너무 간단하고 짧은 옷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옷은 잘 갖고 있다가 자신이 잔느 공주와 동행할 때, 잘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겠음을 이어 밝혔다.




  옷을 마련할 때까지 꽤 시간이 지났기에, 이미 날은 밝아, 시각은 9 시 즈음에 이르렀고, 하나둘씩 가게 문이 열리기 시작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면서 잔느 공주에게 보여주고픈 광경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있었지만, 우선은 중심가 혹은 번화가를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 린, 리아 자매는 따로 방을 마련했으며, 이들은 따로 행동하기로 했음을 밝힌 바 있었다.

  때마침, 시청에 서쪽 부근에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을 띠는 짧은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이로서,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긴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 소녀와 마주한 이후, 나는 그에게 번화가가 어디인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고, 이어서 나는 그로부터 시청 서쪽 인근의 거리이다라는 대답을 받을 수 있었다.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렇게 해서, 나는 시청 서쪽 부근의 네 거리로 나아가서 가게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카리나, 세니아 그리고 잔느 공주가 네 거리의 교차점 부근의 의자에 앉아있는 동안-, 그리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길 한 곳에 작은 탁상 테니스(Tabla Tenis) 대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탁상과 더불어 자수정 공 하나가 있고, 변두리에는 작은 조작 도구들이 몇 있었는데, 마법을 이용해 조작 도구들로 공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테니스를 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에는 어린 소녀들이 조작 도구들로 공을 움직여가며, 테니스를 하고 있었고, 탁상의 한 가운데에는 보라색 빛을 발하는 장막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양으로 놀이를 즐길 때마다 장막 등이 생겨나기도 하는 모양.
- 그러는 동안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잔느 공주는 주변 일대의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의 세상과는 너무도 달라져 버렸을 세상의 거리들이 낯설고 새롭게 보였을 것이라 여길 수 있었다.

  '저 문물을 잔느 공주는 본 적이 있었을까.'
  이런 탁상 테니스는 탁상 테니스의 실물을 구할 수 없었던 이들이 버려진 탁자와 주걱을 이용해 탁상 테니스를 하려 하면서 마법을 이용해서 탁자에 선을 긋고, 테니스를 구현하려 한 것이 그 시초였으며, 이후, 곳곳에서 탁상을 이용해 마법으로 탁상 테니스를 구현하는 술식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학교에서 이러한 술식을 배울 수 있을 리가 없었기에 술식을 아는 이들은 대개 도서관 등에서 우연히 배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구현되는 술식들은 탁상 테니스 뿐만이 아니라 바카몬(Bakamon) 이라든지, 바가텔(Bagatel) 과 같은 탁상에서 할 수 있는 놀이나 바닥에서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홉스티치(Hopstic) 같이 간단한 선으로 꾸밀 수 있는 놀이판의 구현을 위한 술식도 있기는 했다.
  잔느 공주는 각종 기계 문물들의 구현들이 이루어졌던 옛 도시 문명의 후예였을 것이다. 해당 기계 문물들의 존재는 유적 탐사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진 바 있지만 그와 같이 빛을 내는 술식 같은 것을 이용해 판을 화려한 놀이판으로 재구성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 여담으로 발굴된 유물들 중에는 조종기처럼 생긴 유물들이 다수 있었으며, 그래서 비행기나 차량 조종을 위한 장치를 개별 판매하거나 원격으로 이러한 기기들을 조종할 수 있는 장치들이 유행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설이 진지하게 오가기도 했으며, 그와 더불어 차량이나 비행기의 재현에 이러한 장치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내부 장치는 상해버려 외형만 남은 물품들로서 장치를 이용할 때에는 내부를 비우고, 마법 술식을 이용해 이 장치들이 무언가를 움직이도록 한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이러한 장치 구현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한창 아이들이 탁상 테니스로 재미있게 놀다가 흥미가 떨어졌는지, 놀이를 끝내려 하다가, 내가 놀이를 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후에 소녀들 중 한 명으로 붉은 외투 차림을 한 아이가 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하였다.
  "언니, 이 게임 해 보고 싶으세요?"
  "응, 같이 할 사람도 있어,"
  그러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이어서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조금만 기다려 보면 올 것이라 하는 그 때, 카리나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르사나, 거기서 뭐해~?"
  "언니 이름이 아르사나인가 봐요."
  그 때, 그 아이가 나에게 내 이름에 대해 물었고, 숨길 이유가 없던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이후, 나는 당시에 게임을 즐기던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들어볼 수 있었는데, 먼저 나에게 다가왔던 붉은 외투 차림의 아이로 양 갈래로 머리카락을 묶은 아이의 이름은 '안나(Anna)', 보라색 털옷과 푸른 바지 차림을 한 아이로, 긴 머리카락을 가진 머리 위에 머리띠를 두른 이의 이름은 '레야(Reya)', 그리고 하얀 바탕에 분홍색을 띠는 가로세로 무늬들이 교차되는 모양의 무늬가 그려진 반팔 블라우스, 그리고 하얀색을 띠는 긴 치마 차림을 한 이로 긴 머리카락을 그대로 드러낸 아이는 '바실라(Vasila)' 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이름을 듣는 동안 카리나와 세니아 그리고 호기심에 이끌려서 온 잔느 공주까지 찾아왔고, 그들의 이름을 소개하게 되었다-안나, 레야를 비롯한  아이들이 내 이름뿐만이 아니라, 동행하던 이들의 이름도 무척 궁금해했음이 그 이유.
  "Mi aŭdis, la kurioza ludo estas ĉi tie. Kiel mi povas ludi ĉi tian ludon? (신기한 게임이 여기에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전과 달리, 잔느 공주는 에스페란타(Esperanta) 로 나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이후에 카리나 혹은 세니아로부터 나를 비롯한 일행이 에스페란타로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
  "Unue, vidu kiel mi, kaj Karina ludas ĉi tian ludon. (우선, 저와 카리나가 어떻게 하는지를 잘 보세요)"
  이후, 나는 카리나와 함께 탁상 테니스를 위한 채를 하나씩 잡고, 안나가 정한 술식을 이용해 만든 게임판을 바라보며, 술식에 의해 생성된 보라색 빛을 발하는 공을 이용해 게임을 잠깐 즐겨보려 하였다. 처음에는 몇 번 간단히 즐겨보려 하였으나, 문제는 그것이 어찌하다보니, 정말 승부가 되어버려 점수를 주고 받는 나름의 경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카리나에게 몇 번 점수를 내주게 되니, 나도 악에 받치게 되었던 것. -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그렇게 되어 버린다, 정말로.
  그렇게 점수를 주고 받아가며 경기를 이어가다가 마침내 카리나가 먼저 21 점을 받으며 경기가 끝났다, 본래는 몇 번 하다 그만두려 했지만, 어느새 21 점 승리라는 나름의 정식 규칙대로 경기를 이어가게 되었으며, 당시 나의 점수는 15 점으로, 제법 잘 따라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는 동안 잔느 공주는 나와 카리나가 탁상 테니스를 이어가는 광경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 세니아가 혹시나 싶은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탁상 테니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탁상 테니스는 일반적인 테니스와 달리 일반적인 형태의 점수를 가지며, 대체로 21 점을 누군가가 받으면 게임이 끝나고, 21 점을 받은 사람이 승리한다는 점수 규칙과 더불어 안과 바깥, 경계 등의 주요 판정은 일반 테니스와 같다는 이야기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탁상 테니스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에 물어보기도 했다.
  "Ĉu mi povas ludi ĝin kun vi? (제가 당신과 같이 해도 될까요)"
  "Kompreneble. (물론이지요)"
  그러자 잔느 공주는 좋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도 탁상 테니스에 대해 어느 정도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직접 해 본 경험은 없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한 이후에 자신에게 도움을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 부탁에 세니아는 가능한 도움을 주겠노라고 답을 하고서, 자신도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하지는 않아서 잘 아는 것이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해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로 세니아가 잔느 공주와 함께 경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초보자와 함께 하는만큼, 세니아도 그 점을 감안해 적당히 경기를 이어가려 했지만, 아무래도 실력 차이는 어쩔 수 없어서 잔느 공주가 실수라든지, 다른 이유로 인해 공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모로 난감해하고는 했었다.
  "아무래도 한 번 정도는 이겨야 재미있어 하는데 말이야."
  "…… 그렇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내가 말했고, 이어서 세니아에게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서, 그에게도 그런 습성이 본능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그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세니아도 그렇고, 다들 그렇지 않아?"
  "그렇기는 하지, 그런 사람들끼리 모인 것 아냐?"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말에 수긍의 뜻을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을 하는 것으로써 드러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경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잔느 공주는 세니아를 상대로 나름 잘 해내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기본 요령이 부족하기는 해도, 운동 재능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 금방 적응해서 나름 잘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잔느 공주에게는 무척 신기한 광경이었을 것임이 틀림 없었다, 어떠한 기계 장치도 없이 빛으로 실체가 생성되고, 그 실체를 이용해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통의 광경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터. 그래서 세니아가 대충 경기를 마무리 하려는 그 순간에 레야가 잔느 공주에게 다가가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alma yejha -yoy laon? -ət zami isita, -əninha? (알마 예즈하 요이 라온? 엇 자미시타 어닌하?, 이 게임 어때요, 재미있었지요?)"
  유적에 있을 당시에는 소르나의 목소리가 통역을 해 주기라도 했지, 이러한 통역도 없는 상황에서 소통은 무리였다, 브리태나나 에스페란타라도 익히고 있다면 모를까, 안나나 레야 같은 어린 소녀들에게는 다소 무리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에스페란타는 나를 비롯한 이들은 모두 하고 있으므로 레야 등이 하는 말을 통역을 해 주기로 하였다.
  "Kiel ĉi tia ludo estas? Ĝi estas interesa, ĉu ne?"
  "Jes." 그러자 잔느 공주는 바로 긍정적인 답을 해 주었고, 그러면서 서로 소박하게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즐거웠다고 이어 말하기도 하였다.

  이후, 안나와 레야 그리고 바실라는 판자에서 술식을 지운 이후에 곧바로 북쪽 너머로 나아가려 하였다, 이에 잔느 공주가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뒤에서 앞장서는 두 사람을 따라 나아가던 바실라가 답하기를, 북쪽 교외의 시냇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일대에는 얼어붙은 냇물이 있으니, 그 얼어붙은 냇물에서 썰매도 타고, 고기도 잡으려 한다는 것.
  "언니들도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이외에 달리 갈 곳이 있기도 해서……."
  이어서 바실라가 건네는 물음에 달리 갈 곳이 있다는 이유로 같이 갈 수 없음을 밝혔다. 우선은 시내 일대를 둘러보려 하고 있었음이 그 이유. 그러자 아이들 모두 헤어져서 북쪽 일대로 뛰어 나아갔다, 그 일대에 있는 집으로 가서 썰매와 낚싯대를 구해가려 했던 모양.




  이후, 일행은 거리의 중심가 일대로 나아가서 사거리의 교차점 동북쪽 부근에 찻집이 문을 여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바깥에도 수많은 탁상들이 놓여 있어서 밖에서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정북쪽 일대에 시장 거리, 문화 거리가 있고, 정남쪽에는 주택가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호숫가를 중심 삼은 공원이 있어서 한 번씩 둘러보기로 하였다. 우선은 남쪽의 호숫가 공원으로 가기로 하였다.

  샤르기스의 시냬 남쪽은 주택 지구로서 그 한 가운데에는 호수가 자리잡고 있으며, 호수를 중심으로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새하얀 풀들이 자라난 풀밭의 곳곳에 새하얀 잎이 자라는 나무들이 자라나 있고, 이를 하얀 눈이 덮고 있는 광경이 공원으로 들어서는 나의 눈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공원 일대의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간혹 아이들이 공놀이나 홉스티치를 하러 나와서 뛰어 다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고, 몇몇 사람들이 호수 주변을 거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지만 분주하지는 않고, 이러한 모습이 조용한 공원의 분위기를 이루어내는 듯했다.
  호숫가에 긴 의자가 하나 있어서 그 의자에 앉기로 하였다. 호수의 동쪽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의자로서, 그 의자가 눈에 덮혀 있었기에 일단 눈을 적당히 손으로 치우고, 그 이후에 의자의 왼쪽 가장자리 부분에 앉았다, 의자에 물기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 점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하기로 했다. 이후, 나는 잔느 공주에게 옆에 앉을 것을 권하였으나, 젖은 의자에 앉는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가만히 서 있겠음을 밝히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어 의자에는 나와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가 앉고, 잔느 공주는 호숫가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으려 하였다.

  이후, 잔느 공주가 뭐라 말을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를 나는 혼잣말로 여기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잔느 공주는 나를 비롯한 일행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밝은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였을 것임은 틀림 없었다.
  "본래 잔느 공주께서는 어떤 분이셨으려나."
  "…… 모르기는 해도, 지금 성격이 본래 성격의 전부는 아닌 것 같아."
  이 무렵, 세니아가 잔느 공주의 모습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는 듯한 말을 건네자, 카리나가 잠시 그 뒷 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 때까지 나를 비롯한 일행이 보고 있는, 정숙하기 이를데 없는 잔느 공주의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닐 것 같다고 추측을 하고 있었다, 워낙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곁에 있다보니, 조심스러울 것이며, 새로 맞이하는 세상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면 본래의 온전한 면을 볼 수 있으리라는 것.
  뭐라 말을 걸어보기라도 하자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잔느 공주에게 다가가 보았다. 잔느 공주는 내가 자신에게 다가가는 순간, 기척을 느꼈는지, 다가오자마자 내가 다가온 방향-왼쪽 방향이었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Kiel estas via pasinto? (과거에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Mi estis en la observatorio, kiel la membro de observatorio. (천문대에 있었어요, 천문대원으로서)"
  그리고서 가마일 산이라는 곳에 천문대가 있음을 밝히고서, 나를 비롯한 이들 모두 천문대에서 만나서 인연을 맺은 이들임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현재는 천문대의 관리를 책임지던 이가 떠나가면서 차기 관리자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떠나갔는데, 그 중 나도 포함이 되어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 때의 인연 덕분인지 모두 떠나간 이후에도 천문대원이었던 이들은 모두 가마일 산의 천문대 부근에 위치한 마을인 무나일(Munayl) 에 거주하고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Arsana, kiam estas via hejmurbo? (아르사나 씨, 고향은 어디인가요)"
  이 물음에 나는 샤하리아(Shaharia) 에 위치한 마을인 슈라일(Shurail) 임을 밝히고서 교외에 위치한 호수가의 통나무집이 나의 옛집이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혀름한 집이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에는 행복하게 잘 살았던 곳이라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 이후, 잔느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나는 이렇게 답을 하였다 :
  "Mi sopirus tie, iutage. (언젠가, 그 곳이 그리워지게 되면)"
  이후, 잔느 공주는 가마일 산 천문대에 있을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당시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를 일일이 다 말해주기는 어려운 편이었지만 우선은 그 당시의 일상과 그 당시에 있었던 몇 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 주기로 하였다.
  "Mi laboris cirkaŭ la fenomeno de steloj kaj universo, sed, ĉar mi estas asista membro, mi laboris cirkaŭ asista laboroj kiel raportoj. (별들과 우주의 현상 관측에 대한 일들을 해 오고 있었어요, 저는 보조 요원이었기에 기록과 같은 각종 보조 업무에 관한 일들을 주로 해 오기는 했지만요)"
  "Do, ĉu vi ne faris observanto de steloj? (그렇다면, 별들의 관측을 하지 않으셨나요?)"
  천문대에서 보조 역할만 해 왔다는 대답에 잔느가 놀라면서 물음을 건네자, 나는 천문대에 있으면서 망원경 구경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고 답을 하고서, 주 관측 요원이었던 이들-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나, 소르나(Sorna) 그리고 레테사(Retesa) 였다- 뿐만이 아니라 천문대의 모든 이들이 망원경을 주기적으로 한 번 이상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천문대 활동의 기본 원칙이었고, 그래서 천문대에서 활동하던 당시의 나를 비롯한 8 명의 일원-나, 세나, 카리나, 세니아, 레테사, 소르나 그리고 프라에미엘(Praemiel) 과 내티아나(Naetiana)- 지속적으로 천문 관측을 해 왔다, 물론 주된 관측은 주 요원이 했다지만.
  "Kiel via kutima vivo en observa centro estis? (관측대에서의 평소 생활은 어떠했나요?)"
  "Mia vivo ankaŭ ne estis malsama al kutima personoj. (제 삶 역시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는 않았어요)"
  그리고서 평소에는 운동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부도 하고, 그간의 대화를 주고 받거나, 게임을 즐기기도 하는 등, 이런저런 일상을 보내왔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천문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근방의 마을인 무나일(Munayl) 을 비롯해 여러 지역들을 오가면서 여행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순수한 목적의 여행이라기보다fff는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나서면서 여행을 하는 경우도 많았음을 밝혔다.
  "Estas multaj rakontoj, ke estas grandaj bravuloj en tie, tiel, ĉiaj tempoj por solvo de hazardaĵo, la membroj de observatorio partopenis. (쟁쟁한 용사들이 모인 곳이라는 이야기가 많았고, 그래서 사건의 해결 때마다 천문대의 대원들이 나서왔었어요)"
  이런 요청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게 한다는 문제점을 불러왔지만, 나 개인에게 있어서 세계 여러 지역들을 오가며 답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여행들을 통해 천문대의 대원으로 있었던 이들과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음에 의의가 있어서 나에게 있어서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 이후, 레테사가 천문대를 맡게 되고, 기존 대원들이었던 이들이 떠나면서 이후로는 천문대는 천문 관측의 일만 맡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사건 해결 요청은 받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레테사가 대원들이었던 이들을 모두 내보낸 것 역시 천문 관측에 집중하기 위해 용사들의 기용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였고, 이러한 점에서는 떠나간 이들 모두 수긍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일행은 호숫가의 공원에 머무르고 있었으니, 나는 잔느 공주와 함께 호숫가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건너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 시간이 지나면서 지루함을 느꼈는지, 카리나가 의자에 누워서 잠들려 하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세니아는 그런 카리나의 우측, 의자의 우측 가장자리로 앉는 자리를 옮긴 듯해 보였다.
  한편, 호수 건너편에서는 소녀들이 공을 차며 뛰어놀고 있었다, 의외로 본격적으로 공 차기 놀이를 하고 있는 듯해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 어리고 참여하는 이들의 수도 적어서 본격적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은 분명했다. 세나도, 세니아도 이런 공 차기 놀이에 무척 관심이 많아 보이기는 했지만, 나는 딱히 관심을 가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조용히 호숫가 주변을 거닐려 하였으며, 이에 세니아가 그런 나를 따라 나서려 하였다, 본래는 카리나를 놓아두려 하였으나, 잠들고 있다가 뭔가 느낌이 오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깨어나서는 바로 나와 세니아를 쫓아 뛰어가려 하고 있었고, 잔느 공주가 그런 카리나를 뒤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카리나가 뛰고 있는 와중에도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본래 그렇게 자주 뛰어다니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었을 것임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잔느 공주가 나와 가까이 왔을 무렵, 카리나와 함께 그의 근처에 있으려 하였다-내가 공주의 좌측, 카리나가 우측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후, 내가 아닌 카리나가 잔느 공주를 보기 시작하더니, 그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
  "Do, Ĵanno, kiel pri via olda vivo? (그렇다면, 잔느 공주님의 옛 삶은 어떠하였나요)"
  "Mi ne povas esti certe kie komenci.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정하지 못하겠네요)"
  그리고서 잔느 공주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그 때, 세니아가 바로 옆의 잔느 공주에게 공원을 떠나, 다시 시내로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였고, 이에 잔느 공주는 그런 세니아에게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뜻하는 대로 하라고 답을 하였다.
  "그냥 공원에 있기가 더 지루해서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
  "……." 다시 시내로 돌아가기를 제안하는 세니아를 보며, 자신이 시내로 돌아가고 싶은데, 잔느 공주의 핑계를 대려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여기면서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카리나가 조용히 뒷 이야기를 하니,
  "늘 저래, 자기가 뭘 하고 싶다면서 누구 핑계를 대고는 한다니까, 그 대상이 우리가 아니라서 자주 눈에 띄지 않아 그렇지."
  그리고서 카리나는 그것이 세니아가 지키는 나름의 '한계' 임을 말하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그 뒷 이야기에 세니아가 신경을 쓰지 않기라도 했는지, 세니아로부터 별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Kio vi diris pri? (무슨 이야기를 하셨었지요?)"
  "Nenio speciala. (별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요)"
  그 때,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무슨 이야기였는지 궁금해졌는지, 잔느 공주가 나에게 묻자, 내가 바로 이렇게 답을 하고서, 그냥 사적인 이야기였을 따름으로,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을 이어갔다. 다행히도 잔느 공주는 그 이상 신경을 쓰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다시 시가지로 돌아오고 난 이후, 십자로의 동북쪽에 자리잡은 찻집으로 나아가려 하는 동안 잔느 공주가 세니아의 모습을 보면서 혹시 자신의 옛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고, 이에 세니아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질문을 한 이는 카리나였지만,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일행이 찻집으로 들어서고서, 자리를 잡을 무렵-주문은 카리나가 해 주고 있었다, 물론 원하는 사항은 카리나가 일행으로부터 하나씩 들었다-, 나란히 않은 나와 세니아의 건너편 의자에 앉은 잔느 공주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Pri mia olda vivo, eble, ĝi devus esti pli enuiga ol la via, kium estas en ĉi tie kaj nun.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드리자면, 어쩌면, 지금 이 곳에 계신 여러분들의 일상보다는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그래요? (Ĉu tio pravas?)" 그러자 세니아는 다소 눈이 커진 모습을 보이면서-사뭇 놀란 듯 싶었다- 무슨 이유가 있느냐고 잔느 공주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잔느 공주는 대답으로써 자신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늘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상을 보냈으며, 방과 후에도 방과 후 수업이라 하여 학업을 위해 이런저런 곳을 오가는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일상이 이러한 학생들이 적지 않았지만-그가 다녔던 학교는 특수한 학교로서, 과학 및 공학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러한 경향이 더욱 있었다-, 특히 자신은 학계에서도 널리 인정 받은 과학 박사의 딸이었기에 자신에 대한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었고, 즐거움을 누릴 시간도 없었지만, 그러한 삶에 대해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니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만 했다.

  "Iu de la 100 membroj, kiuj estis elekita por Futura Projekto estis pro la skolo, kie mi kutimis iri al. (푸투로 계획에 선발된 100 명의 인원들 중 일부는 제가 다니던 학교 출신들이었지요)"
  "Ĉiu de la membroj estis studentoj pro ĉie de la mondo, vi diris. (그들의 모두는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근방의 공원에 모이거나, 식당 혹은 찻집에 모여서 그간 있었던 일이나 각자의 관심사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거나, 즐거워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는 했음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일들은 실내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고, 거리나 밖에서는 주로 돌아다니기만 할 따름이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홉스티치나 고무줄 놀이는 대개 아이들만 했음을 이어 밝히기도.

  그러는 동안 카리나는 주문했던 것들을 가져와서는 식탁에 올려놓고, 자신은 나와 세니아가 앉은 그 우측의 의자에 앉았다. 내가 주문했던 것은 우유 카페(Jeshin Kafe), 세니아가 주문한 것은 모하 카페(Mokhain Kafe), 카리나가 주문했던 것은 우유 차(Jeshin Teh), 그리고 잔느 공주가 주문한 것은 순수 카페(Ayain Kafe) 였다-그런 취향인가 싶었는데, 실제로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주문했다고, 자신들을 비롯한 옛 시대 사람들은 검은 카페(Black Coffee, Gamzin Kafe) 라 칭했다고 한다. 그렇게 카리나가 자리에 앉을 무렵, 내가 잔느 공주에게 물었다 :
  "Kiom da homoj estis en viaj aleoj? (거리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나요?)"

  이 질문에 잔느 공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이러한 말에 대해 그런 옷차림이 어울릴 정도의 아름다운 사람이 과연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을 카리나가 드러내는 것은 덤.
  찻집이나 공원 등에서는 학생들을 비롯해 더 많은 인간 군상들을 볼 수 있었으며, 이들이 여유 및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대략은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들처럼 일상의 대화를 이어가거나, 연애를 하기도 했고, 맛있는 것들을 찾아서 먹거나 게임에 열중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은 각자의 삶, 그리고 현재에 충실하였고, 비록 미래가 어두웠어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으며 살아갔다. 잔느 공주 역시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었으며, 학교의 학생들 중에서도 그런 이들이 있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잔느 공주는 미래를 위해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었으며, 아버지의 연구 결과를 지켜보며, 늘 세계 그리고 행성의 운명에 대한 걱정을 멈추지 못했다.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학업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확실했고, 그것은 그의 마음 한 구석에서 떠나지 못하는 불안감으로 남았다고 한다.

  "Ĉu estas malbonaj personoj en tia mondo? (나쁜 사람들도 있었겠지요?)"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잔느 공주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이 행성계 역시 어딘가에는 사악한 무리가 있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어둠이 있으면 밝음도 있듯이,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있다면 나쁜 사람들도 있는 것이 섭리일지도 모르겠다, 그 세상 역시 그러하였을 것임은 그 세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찻집을 방문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각자 가지고 온 책을 읽는 이도 있었고,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토론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어린 소녀들처럼 보이는 이들이라 그 광경을 보면서 잔느 공주는 자신보다도 어려 보이는 이들이 어른처럼 찻집을 들러서 어른처럼 찻집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어려 보여도, 다들 나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일 테니까.'
  그런 잔느 공주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속삭이는 듯이 한 말이라 그러한지 잔느 공주는 물론, 다른 이들도 미처 듣거나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그 무렵, 나의 책상으로 한 소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일행의 모습을 무척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듯해 보였다, 특히 내 모습을. 이후, 소녀는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으면서 말을 건네었다.
  "샤하르에서 오신 분이신가 봐요."
  "그렇지요."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샤하리아 출신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법한 보라색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또, 나 역시 샤하르에 꽤 오랜 시간 동안 거주한 적이 있었으므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 생각했음이 그 이유였다.
  "그렇다면, 혹시 여기는 처음이신가요?"
  "예." 이후, 이어지는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혹시 이 찻집에 숨겨진 흥미거리가 있기라도 한지에 대해 물었고, 이에 소녀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왼편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으며, 지하에는 특이한 공간이 있음을 밝혔다, 해당 공간은 본래 공터처럼 보이지만 특수한 능력을 부여하는 안경을 쓰면 수많은 서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부여된 능력을 통해 책을 비롯한 각종 사물들을 마법으로 끌어올 수도 있고, 또 해당 책을 실제 책처럼 열람해 볼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찻집에서는 지하의 공간에 있다는 책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봐도 괜찮으려나."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니아가 바로 물었고, 이 물음에 어린 소녀는 그런 것 같다고 답을 하고서, 2 층에는 미로처럼 배치된 여러 서재들이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지하의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가상의 서재는 2 층의 서재와는 모양새부터 많이 다르며, 열람 가능한 책과 그 내용 역시 2 층의 그것과 동일하지 않다고 하였다. 이외에 2 층 서재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물품들도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마법으로 투시를 하면 그 형태를 볼 수 있고, 책은 열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어린 소녀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곳인지 궁금해지기는 하였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 때, 카리나갸 그런  세니아 그리고 나의 모습을 보며,
  "잘 됐다, 뭔가 재미 거리를 찾아봤으면 했는데."
  라고 밝게 목소리를 내며 말하고서 지하로 한 번 내려가 볼 것을 청했다. 그러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바로 잔을 비웠다, 말은 특별히 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소녀의 지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와 마찬가지로 관심이 생기기는 했으므로.
  "좋아요, 바로 가 보도록 할게요."
  이후, 나는 어린 소녀에게 가 보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니아, 카리나에게도 가 보자고 제안을 하였다. 그러자 세니아는 잔느 공주에게 같이 가 보지 않겠느냐고 청했고, 이에 잔느 공주는 알았다고 말하면서 그를 따라 일어나려 하였다. 그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는 잔느 공주를 바라보는 몇 시선이 있었으니, 이 행성계에서 이만큼 훤칠한 키의 미인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었다.

  지하로 내려가 보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네모난 탁자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 탁자에는 쓰면 마법으로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그 안경들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동그란 알을 가진 평범한 형태의 안경으로, 알의 색이 투명하지 않고,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해당 물품들을 보자마자 카리나가 바로 그 네모난 탁자로 댜가가서 안경을 써 보았다.
  "정말이네, 어디선가 보니까,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곳에 하나의 작은 세상이 신기루처럼 생겨난 것 같다, 라고 말한 바 있었는데 말야, 그 말 대로야."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그러자 세니아도 그의 곁으로 와서 안경을 써 보았고, 카리나가 말한 대로, 그 이후로 안경을 통해 보고 만질 수 있게 된 것들에 대한 관련된 대화들을 주고 받기도 하였다, 실제로 만질 수 있었는지 손으로 뭔가를 만지는 듯한 동작을 취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탁자 주변에서 여기저기 팔을 뻗어 보는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러한 나의 좌측 곁에 서 있던 잔느 공주가 그런 나를 한 동안 바라보더니,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Arsana, ĉu vi ne provas ĝin? Vi ankaŭ miras pri ĝin. (아르사나 님께서는 이용해 보시지 않아요? 아르사나 님께서도 궁금해 하셨었는데)"
  "Mi havas mian propran solvon. (저만의 방식이 있어요)"
  잔느 공주의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하고서, 이어지는 말로써 그 방법을 사용하면 안경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하였다.
  "Mi petas, atendu nur momenton. (잠시만 기다려 봐요)"
  이후, 나는 감빛 기운을 일으켜서 어둠의 시야를 통해 공간 일대를 보려 하였고, 그와 동시에 탁상 이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공간의 모습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공간에 보라색 빛을 발하는 형체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으니, 이들이 좌우의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서재들을 비롯해 각종 사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탁자의 우측 부근에 세니아 그리고 카리나가 책의 형상들을 잡고 실제 책처럼 열람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나도 여기 있는 책 하나를 찾아볼까.'
  이후,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좌측 서재-의 형상-로 다가가서 이 형상에 자리잡은 책 모양의 형상들 중 하나를 들어보려 하였다, 정말로 실제 책처럼 손으로 이 형상을 잡을 수 있었다.
  책에 쓰인 글자들은 '헌법 읽기' 라는 의미를 가지는 문구로서 알레마나(Allemana) 어로 쓰인 책이었다. 알레마나 어 역시 나름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였으나, 제대로 배우거나 하지는 못했으며-그래도 대충은 알고 있어서 책의 의미는 어느 정도 알 수 있기는 했다-, 더욱이 나 자신에게 있어서 피곤한 분야 그 자체였던 법학에 관한 책이었음이 바로 나타났던지라 실제 법학 서적을 볼 때처럼 바로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말 실제 책과 같을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이 형상의 겉 부분을 펼쳐 책장을 보려 하였고, 책장에 실제 종이에 글자가 쓰여진 것처럼 보라색을 띠는 바탕 위에 하얗게 빛나는 글자들이 책장을 채우는 문구들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문구는 알레마나 어로 구성되어 있었던 데다가 정말로 법학에 관한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었는지 문구들을 보자마자 바로 눈이 피곤해짐을 느꼈고-알레마나 어 특유의 긴 단어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러한 길고 긴 단어들이 눈을 피곤하게 만든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이 책의 형상을 바로 책장의 형상에 되돌려 놓았다.
  이후, 나는 바로 옆 책장의 책들 중 하나를 꺼내어 해당 책의 표지를 보려 하였으며, 그 책의 표지에는 이러한 문구가 쓰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 "MISTERIES IN MODERN HISTORY. (Mistəriz in modən historiy. 현대 역사의 의문 사건들)", 어떤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모양으로 이러한 책은 어떠한 서재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외에도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로 쓰여진 책들도 다수 있었으며, 이러한 책들은 열람이 가능하지 못해 잠깐 훑어보기만 하다가 다시 책장 안에 넣어두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잔느 공주라는 읽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그렇게 한창 책들을 열람하고 있을 무렵, 이미 세니아와 카리나는 책의 열람을 대신해 책장들과 함께 놓인 이런저런 물건들을 들어보고 있었다. 그 때, 잔느 공주가 안경을 쓴 채로 카리나에게 다가가려 하였고, 그러면서 정말 안경만 썼을 뿐인데, 주변 일대의 모습이 달라져 보인다고 말했고, 이에 카리나가 잔느 공주에게 다가가서 신기한 현상이지 않느냐고 밝게 목소리를 내며 묻기도 했다.
  "Sed, mi memoras, ke estis iaj faciloj en mia epoko.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바로 저의 시대에도 이러한 장치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자 카리나는 정말인지에 대해 놀라면서 물었고, 이에 잔느 공주는 그랬었던 기억이 확실히 있음을 밝히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리나에게 이 장치의 이름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세니아는 이러한 형상의 구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음을 밝히고서, 이렇게 칭한다고 말했다 :
  "-əlazin Jim'ssì (가상 현실), En alia lingvo, ĝi estas nomita kiel 'Virtuala Realeco', aŭ 'Virtual Reality', kaj tiel plu. (다른 언어로는 'Virtuala Realeco' 혹은 'Virtual Reality' 라 칭하지요)"
  뒤의 두 어구들을 듣자마자 잔느 공주는 뭔가 알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해당 시대에 환영 혹은 신기루를 이용해 마치 현실처럼 꾸며진 세상을 구현하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잔느 공주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크게 낯설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이전에 보았던 그 탁상 테니스 역시 비슷한 원리로 구현이 가능했을 것으로 여기었음을 밝히고서,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는 그와 같은 현상을 구현하는 사례가 곳곳에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에는 나를 비롯한 일행이 오히려 신기해하고 있었다.

  "Iutage, mi prezentos, kion mi diris pri. (언젠가, 제가 말씀드린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자신이 언급한 바에 대해 놀라워 할 따름이었을 일행에게 잔느 공주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잔느 공주의 말대로라면 그가 살았던 시대의 문명에서는 '가상 현실' 이라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형상을 실체화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던 모양으로 암만 기술이 발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허상을 실체처럼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잠깐, 이것들 무슨 글자들이지, 어디선가 본 글자들인데……?"
  이후, 나는 카리나로부터 생소한 듯한 글자들을 책장에서 보았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카리나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보려 하였으니, 당시에 그는 공간의 우측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책의 형상을 들고 있었다, 그 형상의 책장에 그가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있었던 모양.
  그에게 다가가서 대체 무슨 글자들이 쓰여 있기에, 카리나가 알아보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지를 알아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책장을 보자마자 바로 놀라는 표정을 짓고 말았으니, 샤르기스 동부의 지하 유적에서 보았던 여러 글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듯한 글자들로 이루어진 문장들로 채워진 책장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샤르기스의 유적 이후로는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었는데. 그런 문자들을 보면서 당황했으니, 카리나에게 책장에 어떤 글이 쓰여 있는지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주는 것 자체가 불기능했다. 이러한 글자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세니아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세니아는 애초에 샤르기스의 이 문자들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으니, 당시의 내 곁에는 샤르기스의 유적에 잠들어 있던 이가 있었고, 유적에 있는 유물들 일체가 인류의 옛 문명과 관련이 있다면, 인류의 옛 문명 속에서 잠들었던 잔느 공주는 책장에 기록된 알 수 없는 문자들을 읽어줄 수 있을 것이라 여기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나는 잔느 공주를 불러서 책장의 내용을 읽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Ah, vi diras pri tioj frazoj, kaj mi povas legi tiojn. (이 문장들이라면 저는 읽어볼 수 있어요)"
  그리고서 잔느 공주는 카리나를 대신해서 책의 형상을 들어올리고서는 책장에 쓰여 있는 글자들을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전에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을 때처럼 내가 직접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하였으니, 이전에 보았던 그 글자들이 잔느 공주가 일상에서 하던 말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자들이었던 모양. 그렇게 한참을 자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로 글자들을 읊어가던 잔느 공주는 어느 정도 문장들을 읽어 보았다고 생각했는지, 책을 다시 카리나에게 건네고서는 자신이 보았던 책의 내용이 어떠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알려주려 하였다.
  "Ĉi tia libro…… ĝiaj enhavoj enhavas la rakontojn pri la epokoj de aferoj de tiaj verkistoj. (이 책…… 은 작가들이 살았던 시대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서, 해당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들일 수도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다만, 이야기의 내용을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아니, 말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글 내용을 그대로 알려주려 하더라도, 글을 구성하는 문장들을 기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잔느 공주 뿐만이 아니라 나와 카리나, 세니아 등에게도 해당되었을 것임이 틀림 없었다.
  "실물을 소유할 수 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것이 될 리가 있을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카리나는 그렇게 말을 건네며,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냈지만, 아쉬워한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책의 형상을 다시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고, 그 이후로 안경을 벗어서는 다시 원래 놓여있던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세니아 역시 자신이 쓰고 있던 안경을 다시 원래 위치에 올려놓고서, 카리나와 함께 지상으로 다시 올라가려 하였고, 그러면서 나에게 올라가자고 청했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잔느 공주에게 올라가자고 하여, 그와 함께 계단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뭔가 신기한 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책은 없었던 것 같아."
  "애초에 장서고나 도서관의 책들 중에서 대다수는 중요한 정보에 관한 책은 아닐 텐데."
  세니아가 술식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책들이라 그 중에 신기한 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러한 책은 찾을 수 없었음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이에 세니아가 그러할 것 같았음을 밝히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세니아의 말이 맞았던 것이 특별한 장서고라고 해서 특별한 책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고, 실제로 그런 사례를 지켜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갈라미(Galami) 서점이나 마사(Masa) 장서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이후, 세니아는 무나일의 중앙 구역에 자리잡은 갈라미 서점과 남부 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마사 장서관을 언급하며, 그 곳도 마찬가지일 것임을 이어 밝혔다. 여담으로 밝히자면, 갈라미 서점은 행성계에서 가장 큰 서점이고, 무나일 남부의 마사 장서관은 행성계에서 가장 큰 장서관은 아니지만-가장 큰 장서관은 샤하리아의 중심 도시인 샤하르에 위치하고 있다-, 행성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서관 중 하나이다.
  "Iel, princino Ĵanno, kiom vi konas pri ejo de ekzameno, kio via patro esploris? (그건 그렇고, 잔느 공주님, 혹시 아버지의 연구 계획에 대해 혹시 얼마나 아시고 계세요?)"
  이후, 일행이 본래 앉았던 탁상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고 앉을 무렵, 카리나가 잔느 공주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카리나는 잔느 공주의 아버지가 연구하고 있던 것에 관했을 법한 사항들을 다루고 있는 책들을 찾고 싶었던 것 같았다. 이러한 그의 물음에 잔느 공주가 바로 답을 하였다.
  "Mi ne konas pri ĝin bone, sed, mi diris pro ie, ĝi estas pri ergonomio.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인체 공학에 관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어요)"
  "Ergonomio…… do, li povis esti en parto de la projekto 'Futuro', ĉu ne? (인체 공학이라…… 그래서, 그 분께서 푸투로 계획에 참여하실 수 있으셨던 것이겠군요, 그렇지 않아요?)"
  "Jes, certe. (예, 그래요)"
  이후, 세니아가 자신이 추측한 바에 대해 말한 이후에 건네는 물음에 잔느 공주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해당 분야에서 그 능력을 인정 받았기에 계획에 참여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잔느 공주는 자신은 계획 초창기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아버지가 일하는 연구소에 드나들 수는 있었고, 그래서 아버지가 무엇에 관해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충은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Kio vi povis vidi en tia placo? (거기서 무엇을 볼 수 있었나요)"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잔느 공주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상당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우선 그렇게 답을 하고서, 이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옛 일에 대해 하나씩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꺼내려 하였다 :

  잔느 공주가 자신의 아버지를 그의 직장인 연구소에서는 처음에는 사무소에서 마주하였고, 그러면서 잔느 공주는 자신의 아버지가 푸투로 계획에서 계획의 진행 상황 및 인원 변동 사항에 대한 단순한 사무 업무만 맡고 있을 것으로 여긴 적이 있었다고 한다. '수현 파크' 라는 인물의 존재도 사실은 그 때 처음 보았지만, 그 당시에는 계획에 참가하는 연구 요원 중 한 명일 것이다, 이상의 인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고.
  그러던 어느 날, 잔느 공주는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그의 연구 시설로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연구 시설은 다소 싸늘한 분위기의 공장 내부 같은 곳으로서, 계획에 사용될 예정이라는 여러 기계 장치들과 관처럼 생긴 물품들이 해당 시설에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본 기억을 잔느 공주는 갖고 있었다고 하였다. 관처럼 생긴 것은 사실은 동면 장치로서, 잔느 공주의 아버지는 해당 장치가 수백 년 정도의 시간 동안 동면 중인 생명체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시험하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동면 중인 인원들의 생의 유지 및 관리를 위한 전산 장치의 개발도 이어가고 있었다고 하였다.
  해당 시설에서 그의 아버지가 밝힌 바로는 전 세계 인구의 유전자를 모두 채취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시설에서 보관할 수 있는 유전자의 양에 한계가 있었으며, 그래서 푸투로 계획을 통해 추가 채취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 이후에 푸투로 계획에 의해 건설될 시설에 보관소를 두고 싶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고. 그러나 해당 사항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이행하는 도중에 계획 총 책임자가 '수현 파크' 가 되고, 그가 유전자 채취에 대한 모든 작업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해당 작업은 취소, 작업을 위해 준비해 둔 유전자 역시 폐기해야만 했다고.
  수현 파크는 처음부터 계획 총 책임자였던 것은 아니었으며, 본래 그는 기계 공학자로서 인체 공학과 기계 병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간형 병기들의 개발을 주로 맡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인정 받으며, 단독으로 모든 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기 시작했으며, 그가 계획의 총 책임자가 된 것도 그에 기인한 사항이었던 것이었다. 잔느 공주가 자신의 아버지를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된 것도 그 이후의 일로, 그 때부터는 푸투로 계획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잔느 공주는 계획의 대상자가 되고, 계획 담당자와 대상자는 서로 만날 수 없도록 되어있는 계획 규정 상(이는 파크가 기획한 것은 아니었으며, 처음부터 명시된 바였다), 그 시기 이후로는 아버지와는 온전히 결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잔느 공주는 이후,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알 수 없었음을 밝혔다. 다만, 그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돌기는 했으며, 수현 파크에 의해 소리 소문없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었음을 알리기도 하였다.
  파크가 온전히 계획을 지휘하게 된 이후로 계획에 관한 나쁜 소문들이 오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계획 참여자들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으며, 그저,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교육을 받았고,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계획에 참가하고 있었다. 푸투로 계획이 어떠한 계획인지, 그 실상을 알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본래 잔느 공주의 아버지는 해당 계획이 참가자들에게 푸투로 계획이 세계가 멸망한 이후로 인간이 살 수 없을 지경인 환경 하에 놓이게 될 행성에서 참가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새로 태어난 행성에서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의 진짜 목적을 밝히려 했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발언은 계획이 시행되고 참가 인원들이 동면 시설에 들어간 이후에도 없었다. 그저, 수현 파크가 주장하는 '수백 광년 너머의 우주 여행을 이어가기 위한 계획' 으로서, 동면에 들어간 인원들은 이후, 우주선에 옮겨질 예정이라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며, 세니아는 어느 시점에서 잔느 공주의 아버지는 이미 계획에서 강판되었을 것이라 계획에 대해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예상했을 것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잔느 공주 역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여기고 있기는 했었다고 말했다.

  "Vi ŝajnas, ke vi vere volas vidi vian patron. (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실 것 같아요)"
  이 물음에 잔느 공주는 조용히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에스페란타로 쓰여진 잔느 공주의 아버지가 그에게 남긴 편지를 보면서 그라면 분명 늘 그렇듯 그렇게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Mi povas diri pri mia patro kiel tio, li reale skribus leterojn multfoje, kvankam ili ne povus esti sendita. (저의 아버지라면 분명 여러 번 편지들을 쓰셨을 거예요, 비록 그것들이 전달되지는 못했겠지만요)"
  그가 한 말에 의하면 그 편지는 그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였을 것이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카리나가 다시 물었다, 아버지가 계획의 지휘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않았느냐고. 그러자 잔느 공주가 답을 하였다,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사람이었으며, 자리나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음을 밝히고서, 그런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는 해야만 하더라도 그 자리를 마다했을 것이라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분을 내치고, 수현 파크는 자기 멋대로 일을 꾸몄던 것이네, 그렇지?"
  "그랬겠지, 그렇게 성실하고 인성도 좋은 사람은 정신병자들에게 거슬리게 되어 있거든, 그렇지 않아?"
  잠시 일행들만 밖에 나가 있는 동안-잔느 공주는 그대로 자리에 있었다-, 카리나가 건네는 말에 세니아는 바로 카리나의 추측에 대해 동의한다는 말을 건네고서, 분노의 심정을 담은 듯한 목소리로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밝히려 하였다. '정신병자' 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화가 났던 모양으로, 그간 유적에서 보아왔던 수현 파크의 행적을 보면서 나도 보통의 인물이 아니었음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고, 특정한 대상에 대해 분노를 하면 걷잡기 힘든 세니아의 성격을 알고 있기도 하기에, 그가 수현 파크 같은 인물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그 아버지라는 분의 영혼이 있기도 하겠지?"
  "잘 모르겠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이제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할지……"
  이후, 세니아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가 조용히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세니아에게 영혼으로나마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것 같다고 그에 대해 말하고서, 이어서 그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었다.
  "잔느 공주님의 아버지께서는 어디에 계실 것 같아?"
  "……" 하지만 그것에 대해 세니아는 확실히 알 수 있는 바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뭔가 아는 곳이 있기는 하다고 말하고서, 언젠가 잔느 공주를 그 곳으로 한 번 데려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다고 잔느 공주와 함께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밝히고는 있었다. 그러자 내가 그런 그에게 물었다.
  "어디로 그 분을 모시면서 가고 싶은 거야?"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이에 세니아는 바로 이렇게 답을 하고서, 그 곳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가 언급한 곳은 다름 아닌 "8 번째 지역(-adr'zein Eri, La Octa Areo)" 이라 칭해지는 곳으로서, 이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서 라구나(Raguna), 라지스(Raziys), 어느 이름도 아닌 '8 번째 지역' 이라 칭하는 것. 흔히 사람들에게 '기억의 무덤 (Memoriay Mutommaru, La Tombejo de Memoroj)' 이라 칭해지는 어둠의 지대로서 고대 문명의 잔해들, 그리고 유적들이 어두운 공간의 곳곳에 떠 있는 공간이며, 소문에 의하면 때로 과거의 잔영을 목도할 수도 있는 곳이라 하였다. 세니아는 이러한 소문대로 어쩌면 고대 문명의 잔영 속에서 잔느 공주의 아버지와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앞으로 계속 잔느 공주님의 곁에 있을 것이지, 세니아는."
  이후, 카리나는 바로 세니아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이 물음에 세니아는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적어도 잔느 공주가 시청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는 자신도 같이 샤르기스에 있을 것이라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잔느 공주님이 마음에 들게 된 것은 아니야?"
  "……."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니아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찻집을 나선 이후, 나는 이후로 갈 만한 곳을 찾아보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였다. 그 도중에 이전에 만난 적이 있던 안나(Anna), 레야(Reya) 그리고 바실라(Vasila) 가 일행을 따라다니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시가지 곳곳의 공원들을 세 소녀들을 따라 돌아다니게 되었다. 건물의 폐허 전체를 공원화한 곳도 있었는데, 5 층 건물 옥상에서부터 지상까지 이어지는 미끄럼틀은 거기서 처음 타 보게 되었다, 실제로 타 본 소감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이토록 짜릿한 놀이 시설은 보지 못했다는 것, 그 한 마디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오가며, 시장을 돌아다니며, 또, 같이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잔느 공주는 딱히 당황하거나 어려워하는 일 없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있어 주었고, 그런 잔느 공주를 세니아 그리고 나 역시 고마워하고 있었다. 도중에 잔느 공주는 안나 그리고 바실라 등에게 행성계에서 통용되는 말들을 하나씩 익히기도 하고 있었는데, 어린 아이에게 배우고 있음에도 부끄러움이란 전혀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Ili estas junoj, kiu havas malpli sciojn ol vi, ĉu vi ne estas hontigita pri studi pro ili? (자신보다 아는 것이 적은 어린 아이들일 텐데도, 그런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이 부끄럽지 않나요?)"
  "Ne, por koni kie mi ne konis, mi devas studi pro eĉ infantoj, ĝi estas certe. (아니오, 몰랐던 것을 알기 위해서는 아기들에게서라도 배워야 해요, 당연한 것이지요)"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레야가 무슨 말인지를 물었고, 이에 내가 에스페란타임을 밝히고서, 다행히도 잔느 공주는 그 말은 할 수 있어서 그 말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임을 밝히고 있었다.

  샤르기스는 샤르기아의 중심 도시라고는 해도,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도시 전역을 돌아다니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도시 전역을 돌아다니겠다고 하니, 그것에 대해 나름 걱정을 하기도 했었지만, 괜한 걱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일행과 안나 등은 모두 시청 앞의 여관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여관 내부의 놀거리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고. 또한, 아직 일행은 여관을 떠난 것은 아니었으므로, 일행 모두 어차피 여관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기는 했었다.
  소녀들은 배가 무척 고팠기에 식사 거리를 주문하였고, 나를 비롯한 일행은 차 한 잔씩만 주문을 하였고, 각자 다른 상-입구에서 좌측 방향에 있는 탁자에 소녀들이 식사를 했고, 일행은 우측 부근의 상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식사를 마친 이후, 소녀들이 잔느 공주를 불렀고, 그리하여 잔느 공주는 소녀들과 어울려 같이 탁상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어린 소녀들은 에스페란타를 잘 모르고, 그래서 의사 소통이 어려웠기에 세니아가 통역에 나서 주어서 그런대로 소통이 가능했고, 그래서 서로 잘 어울리며 놀이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소녀들은 밤이 될 즈음에 떠나갔고, 일행은 다음 날 즈음에 샤르기스를 떠나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여관을 떠날 즈음, 레야가 마지막으로 여관의 정문을 나서면서 잔느 공주에게 건넨 물음이 있는데, 순진하게 물음을 건네는 그 목소리가 인상에 남았던 것 같다 :
  "언니, 언니가 공주라면 언젠가는 여왕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이 물음에 잔느 공주는 그저 씁쓸하게 웃음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무튼, 다음 날이 되자, 나와 카리나는 하나야스(Khanayas) 를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샤르기스 역으로 나아갔고, 세니아와 잔느 공주는 샤르기스에 남았다. 이후, 세니아는 잔느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그와 함께 한 동안 시청에 남아 있었다고 하나, 시청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었고, 그래서 때가 되면 다시 오겠음을 약속하며, 무나일(Munayl) 에 있는 세나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음을 이후 소식을 통해 밝혔다, 나와 카리나가 하나야스 행 기차를 한창 타고 있을 무렵의 일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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