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mission 5-0 : 2


  그리하여 일행을 놓아두고, 나 혼자서만 강가 쪽을 향하고 있을 법한 검은 옷차림을 한 무리를 따라 나아가 보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따라 움직이기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으나-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려 하였으나, 그들은 주변에서 뭐라 말하든 상관 없이, 자기들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 발각에 주의할 필요가 없었다-, 문화의 거리 남쪽 길목의 한 곳에서 폐 건물을 발견한 이후, 그 폐 건물의 창가를 통해 내부로 들어갔다, 지붕과 옥상들을 따라 나아가며, 그들을 높은 곳에서 따라가기 위함이었다. - 실은, 사람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높은 곳에도 그들 무리가 혹시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을 잡아들이는 것도 생각했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폐 건물의 특성을 이용해 케레브 족 무리가 숨어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들 역시 그 존재를 잘 몰랐는지, 폐 건물 내부는 어두침침하기만 했을 뿐, 내부에 적대적 존재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아니, 박쥐 무리가 날아드는 일은 있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건물의 옥상을 통해 지붕 위로 올라선 이후, 나는 지붕과 옥상을 따라 움직이면서 거리를 따라 강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 가는 검은 옷차림의 무리를 관찰하면서 그와 더불어 케레브 족이 숨겨 놓은 이들이 지붕 위에 있는지 역시 살펴보려 하였다.
  문화의 거리 일대는 건물들이 나란히 붙어 있었기에 지붕들 사이를 오가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나, 건물들이 모인 구역들은 언제나 끝날 것임이 분명했기에 내려갈 필요가 있었고, 그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였다. 지붕 위쪽은 내가 우려한 바와 달리, 케레브 족과 관련된 이들은 없었다. 다만, 길을 지나는 도중에 다소 특이한 혹은 우스운 광경을 하나 볼 수는 있었다.
  건너편 지붕 위에서 한 무리의 소녀들이 커다란 고양이 무리들과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그 고양이들은 크기도 컸고, 사람처럼 일어서서 팔을 휘두르거나 손톱으로 할퀼 수도 있었던 모양으로 여러모로 위험한 이들이었을 것임은 분명했고, 그래서 소녀들 역시 나름 무기를 하나씩 가지고 이들과 대치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뒤쪽에 있는 고양이 무리의 수장으로 추정되는 이는 풍성한 하얀 털을 가진 커다란 고양이로서, 본래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일 것임이 틀림 없어 보였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떠돌이 고양이들을 부하로 거느리고 있었다.
  '몰래 외출이라도 하고 있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집 주인이 모르는 사이에 고양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떠돌이 고양이들을 부하로 포섭하고 다녔던 모양으로 떠돌이 고양이들이 대체로 집의 고양이들보다 훨씬 거칠고 싸움도 잘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보통 집 고양이는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 고양이는 털이 많고,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인상도 다소 날카로워서 힘만 받쳐 준다면 어지간한 고양이들은 겁을 먹을 수 있어 보이기는 했다.
  소녀들이 고양이 무리와 대치하는 광경을 잠깐 보고 있다가, 그들이 이미 멀리 나아간 것으로 여기고, 다급히 지붕 위를 뛰어가려 하였으나, 이러한 나의 우려와 달리, 그 무리는 거리 어느 골목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무리와 만나서는 서로 잡담이나 하고 있을 뿐으로, 내가 고양이들과 소녀들의 대치를 구경하고 있기 전에 비해 그리 멀리 나아간 것도 아니었다.
  '대체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가던 길도 멈추고 있었던 거야, 그것도 꽤 오랫 동안……'
  이야기를 하면서 굉장히 신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무엇 때문인지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지붕 아래로 내려가려 하였다. 이번에는 감빛 기운을 일으킨 다음에 지표면으로 내려가려 하였으며, 근방에 지상과 이어지는 기둥 하나가 있어서 그 기둥을 타고 내려올 수 있었다.

  몸을 투명하게 하고 있으면서 나는 그들이 주변의 풍경에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음을 이용해서 그 검은 망토와 검은 옷을 차려 입고, 신나게 떠들고 있는 그 바로 뒤쪽 근처에 이르러서 그들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듣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대략 이러하였다 :

너희들, 여기서 무엇을 꾸미고 있었던 거지?"
아니, 저희들은 그저…… 포레 느와흐 님의 명령을 받아……"
명령? 누구의 명령이라고? 어디서 감히 그 이름을 언급하나!?
죄송합니다, 나으리…… 저희들은 포레 느와흐 님의 명령이라고 이번 일에 대해 들었을 뿐……!?

  이후, 상급자로 보이는 검은 망토를 쓴 여자가 이전부터 거리를 따라 나아가던 두 사람의 뺨을 한 번씩 치면서 닥치라고 외쳤다. 그리고서 포레 느와흐란 이름을 함부로 언급하는 행위는 사형으로 다스리는 것을 잊었느냐고 외치기도 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하는 말이라면, 뺨을 때리는 정도로 해 둘 것이며, 단순히, 자비심이 생긴 것이 아닌, 그들과 같은 '철 없는' 아이들의 떼 쓰는 짓거리로 피를 보고 싶지는 않다는 개인적인 이유가 진짜 원인이었던 모양.

  아무튼, '그 분' 의 명령이 내려졌으니, 내가 대독하겠다. 지금 하나야스에 머무르는 모든 케레브 족 전사들은 하미시 산에 자리잡은 '라리포욜리(Larifoyoli)' 유적지로 모이라, 이 명령을 거역하는 자들은 영혼의 고문으로 다스려지게 될 것이다.
- 본래는 'Larifoyli(라리포일리)' 이며, Larifoyoli 는 옛 표기이다. 아무래도 케레브 족 사람들은 그 사실까지는 전혀 몰랐던 모양으로, 포레 느와흐(Foret Noire - Foghe Nwakh) 의 표기 사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모양.

  이 명령 역시 '그 분' 이란 존재가 직접 내린 것은 아닌 듯해 보였으나, 아무튼 그 '지시 사항' 이 전달된 이후, 줄곧 길을 따라 나서고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상급자로 보이는 바로 앞의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 :
  "그렇다면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강가에 독을 타는 일을 말함인가?" 그러자 그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고, 이어서 현재 진행중이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그들은 아직은 아니라고 답을 하였고, 이에 그는 직접 가서 확인해 보겠음을 밝히고서 자신을 따라 나서고 있던 두 사람과 함께 강가 쪽으로 나아가면서 강가로 본래 나아가던 이들로 멍하니 그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에게 잠시 고개를 돌리며 "따라와!" 라고 거친 목소리로 외치니, 두 사람 역시 그런 그 무리를 따라 나섰다.
  그들이 나와 상당한 거리를 두게 되자, 나는 곧바로 마법의 사용을 그만두고서, 곧바로 근방에 있던 가게-파스타 식당이었다- 내부로 뛰어가서는 점원에게 곧바로 근방의 경비대 초소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후, 나는 점원으로부터 이러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
  "거리의 중앙 구역으로 가시면 돼요, 분수대 있는 곳, 아시지요?"
  그러고 보니, 분수대가 위치한, 그 북동쪽 근방에 경비대가 이용하고 있을 법한 건물이 하나 있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 건물을 따라 나아가면 되었다. 다만, 이미 그 일당은 강가에 근접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경비대 초소를 향해 뛰어가려 하였다.

  경비대 초소에 이르자마자 나는 바로 정문을 박차듯이 열고 들어와 창구에 근무하는 근무자들을 향해 케레브 족 무리가 강가에 암흑 물질을 섞어 사람들을 중독시키려 하고 있음을 알리려 하였다. 워낙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다고는 하지만, 경비대 사람들은 그렇게 크게 당황하지는 않고 있었다. 수상한 무리가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신고가 이미 들어온 상태라고 하며, 그래서 감시 중에 있었음을 밝히고서, 강가에 경비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그들은 눈에 확 띄는 복장을 하고 있다니, 금방 제압될 것이라 밝혔다.
  "아마 그런 짓거리를 벌이면 주변 사람들도 바로 알아보겠지요, 신고가 이미 들어와서 그들의 행선지를 예측해서 길가로 사람들을 보냈어요, 아마도 잠복 수사를 이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도 눈치는 있어서 경비대일 것 같은 사람들이 보이면 흩어져서 도망 다니거든요."
  그리고서, 혹시라도 그들을 추격할 생각이 있다면 능력을 갖추되, 능력을 갖추더라도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을 전하니, 무턱대고 덤비면 흩어져 도망다녀 오히려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서 강가로 갈 것임을 예상했다면 빨리 그 쪽으로 가 볼 것을 청하기도. 그리하여 나는 그 말대로 곧바로 경비대의 초소를 떠나-이번에는 문을 제대로 닫았다,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때에는 문을 제대로 닫아줄 것을 경비대 측에서 전했다-, 곧바로 강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중에 일행이 들렀던 그 찻집도 지나쳐 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찻집을 들를 여유가 없었다.
  "아르사나, 갑자기 무슨 일이야!?"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신경을 쓸 여유 역시 당연하게도 없었다.
  한참을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지 않는 채로 다급히 뛰어간 끝에 아침에 이르렀던 강가에 다시 들렀다. 한창 사람들이 오가고 있을 때에 강가 구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지만, 이런 식으로 방문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문화의 거리 중심지 일대에 자리잡은 경비대 초소를 오가면서 소요된 시간이 있어서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검은 옷 무리가 한 곳에 모여 있어서 그들이 뭔가 일을 꾸미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경비대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숨을 만한 곳은 어디에라도 있었으니, 누가 보아도 수상해 보이는 그들의 인상을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으로, 자신들이 수상하게 여기어지든 말든, 그 무리는 참으로 어리석게도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경비대원들에게 붙잡히게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그런 그들 사이에 끼어서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려 하였다.

다행히도 멍청한 짓거리는 없었군, 아무리 그래도 명령 위반 행위는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모르나?
……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그 분' 과 그 대행자인 우리들의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이도록, 알겠나?

  이후, 상급자로 추정되는 케레브 족 남자는 예정대로 하미시 '라리포욜리' (다시 말하겠지만, 현재의 공식 명칭은 '라리포일리' 이다) 유적지 일대에서 모이도록 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오가면서 자신이 신호를 보낼 테니, 신호가 오면 그 때 동시에 달려들어 그 무리를 덮칠 것을 요청했고, 이에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하기를 바라기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알겠다고 답을 하고 있었으니, 그간 기회를 찾지 못해서 그렇지,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 작정하고 있기는 했었던 모양.
  그러는 동안에도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우선은 라리포욜리의 산악 지대에 집결해라, 이후의 일은 대원들이 집결하면 그 때 통보하겠다.
여기서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나도 '그 분' 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입장이다, 내가 독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대장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희들은 도대체……

  그 때, '대장' 이라 칭한 이의 수행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그 분' 의 명령에 의한 일임을 밝히고서, 그렇다면 그러한 줄 알라고 말한 이후에 다시 한 번 불평을 하면 그 때에는 두 사람을 놓아두고, 그들이 어떻게 되든 간에, 아는 척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즉, 명령대로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버리겠다는 것을 의미한 것. 그래서 두 사람은 혹시 그들이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다급히 사정을 하면서 뭐라도 하겠다고 말했고, 세 사람은 엎드리기까지 하는 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이 주변의 사람들 시선은 계속 안중에 없을 것이라 여길 수 있었고-매 순간마다 주변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 듯이 행동해 왔음이 그 이유-, 그래서 바로 신호를 보내기로 하였으니, 그 신호는 바로 이것이었다 :
  그 동안 그 무리의 바로 근처에 서 있던 나는 상황을 보자마자 이전에 미리 주워 놓고 있던 돌 조각을 주머니에서 꺼내, 무리 중에서 서 있던 3 명 중 한 가운데에 있었던 '대장' 의 이마를 바라보며 오른손으로 돌 조각을 힘껏 던졌다. 그 돌 조각은 빠르게 날아가서 '대장' 의 이마에 제대로 부딪쳤고, 그 충격으로 인해 '대장' 이라 칭해진 이는 단말마와 같은 비명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그 주변의 두 사람과 그들 앞에 앉아있다가 일어서는 두 사람이 당황하는 틈을 노려, 쓰러진 대장을 향해 달려들어 그를 덮쳤고, 그것을 신호 삼았는지, 사람들이 일제히 검은 옷을 입은 무리에게 달려들기 시작하니, 꽃병을 들고 있던 좌측의 보라색 앞치마에 연두색 상의와 청바지 차림을 하고 있던 검은 긴 머리카락의 소녀는 왼편에 있던 사람의 머리를 꽃병으로 내리쳤고-그로 인해 꽃병이 깨졌지만, 상관 없었던 모양-, 그 이후에 엉거주춤 서 있었던 남자를 걷어차서 쓰러뜨렸고, 어린 아이 둘이 우측의 남자를 향해 달려들어서, 앞서 나가던 소녀가 그 남자의 뒤쪽으로 뛰어들어 망토를 붙잡아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이후에 뒤따라 오던 소녀와 함께 남자를 밟았다.
  그리고 엎드리다가 겨우 일어섰던 두 사람은 나의 바로 뒤에 있던 4 명의 하얀 블라우스와 짤막한 청록색 치마 차림을 한 소녀들이 달려들어 밟아 버렸다. 두 사람씩 하나를 맡아 좌측의 한 사람은 앞뒤 방향에서 그 사람을 차고 쳤으며, 우측의 사람은 한 소녀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이어서 다른 소녀가 두 사람의 팔을 붙잡아 그 사람을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
  "너희들~!!! 이렇게 하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대장' 이라 칭해진 남자는 돌에 맞은 이후에도-병에 맞은 사람보다야 낫기는 했다, 그 사람은 그 이후로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 나에게 무사하리라 생각하느냐고 외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에 전혀 상관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빛을 일으켜, 뒤로 향하게 한 그 남자의 말에 빛의 기운을 올리려 하였다, 그 기운으로 우선 남자의 두 손을 속박하였으며-강한 열이 가해졌기에, 남자의 고통스러워하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후, 나는 빛의 기운을 또 하나 생성해서 그 빛으로 실을 자아내 사람들에게 주려 하였으니, 사람들이 그 실로 케레브 족 사람들의 손과 발을 묶어 완전히 제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는 그 때, 나에게 다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앞으로 뭔가 날아와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다급히 앞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뿔싸! 내 우측 전방, 그 방향으로 거대한 불덩어리 하나가 날아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핏빛을 연상케하는 검붉은 빛을 띠는 그 덩어리로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어서 멍하니 있으면 그 동선에 있는 이가 위험했다. 그런데, 그 방향에 있는 이들이 -자매로 추정되는- 어린 소녀들인데, 고의적으로 노렸을 것임이 분명해 보여서 어떻게든 이를 막아낼 필요가 있었다.
  워낙 위급한 상황이라 몸을 날려서라도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바로 몸을 날려 실을 자아내던 하얀 기운을 오른손으로 펼쳐, 우산 모양의 방패를 만들어 내어, 그 방패로써 불덩어리를 막아내려 하였다. 얇은 방패라 불덩어리의 폭발을 최대한 마력을 들여 막아내려 하더라도, 무리에 가까웠지만, 한계가 오는 시간 내로 아이들을 비롯한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다.
  "모두 일단 뒤로 물러나세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불덩어리가 내가 만들어 낸 우산 모양의 방패에 격돌, 이후에 폭발하여 우산이 위치한 그 일대에 불길을 폭발하는 듯이 분출하기 시작하였다. 불길이 워낙 거세었던 데다가, 폭풍도 발생하고 있었으며, 그 힘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뒤로 물러날 정도에 이르고 있어서 뒤를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제압당했던 이들이 뒤에서 습격해 오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지라, 물러났던 사람들이 붙잡아 둔 케레브 족 무리를 계속 잡아두기를 바라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뒤쪽을 신경쓰지 못하면서도 전력으로 방패를 펼쳐 불길을 막아내려 했지만, 원래 지속 방어가 목적이 아니었던 방패로 전력으로 폭발을 막아내면서 힘이 부쳐, 더 마력을 들이기 어려웠음에도 불덩어리는 잇달아 계속 날아들고 있었다. 방패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마력을 더 들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시점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없는 한,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즈음,
  "그렇게는 안 되지!" 라는 외침과 함께 뒤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뒤쪽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후, 우측에서 카리나가 불덩어리들을 향해 다가간 이후에 왼손에서 하얀 빛으로 방패를 생성하며 불덩어리와 그 폭발을 막아내려 하였다.
  "아르사나, 막고 있을 테니까, 그 너머로 가!"
  이후, 카리나는 오른손에서 무언가를 빛의 기운으로 생성해서 집어던졌고, 던져진 빛의 덩어리들은 이윽고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불덩어리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으니, 불덩어리들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끌려서 나아가고 있어서 이러한 움직임이 내가 그 너머로 나아갈 수 있는 틈을 만들고 있었다.
  그 뒤쪽의 상황이 궁금하기는 하였으나, 다급히 문제의 근원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던 만큼, 그 일은 그 근원을 제거하고 나서 보기로 하고, 바로 앞으로 뛰어 나아갔다.

  사건의 현장과 그 현장을 보호하려 생성된 방패를 향해 날아가는 불덩어리들을 피해가며, 사건의 현장으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불덩어리들이 처음에는 현장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기에 도중에 충돌하지만 않으면 되었지만, 어느 순간 이후로는 케레브 족 무리가 자신에게 누군가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라도 했는지, 이 불덩어리들을 나를 향해 집중적으로 발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불덩어리가 발사되는 저편에는 마법사로 추정되는 이가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며, 그 자가 지팡이를 이용해 불덩어리들을 생성하고 있었을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이외에도 이런저런 케레브 족 무리가 있어서 마법사를 제거하려면 주변의 사람들과도 전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법사 이외에는 방패를 들고 갑옷을 갖춰 입은 전사도 있었고, 창을 든 전사도 있었으며, 가장 뒤에는 지팡이를 들고 사제복 차림을 한 자도 있어서 이러한 자들이 마법사와 함께 하면서 그를 도와줄 것임이 분명했다. 인원의 숫자는 모두 6 명이었지만, 한 명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처음에는 5 명인 줄 알고 있었다.
  3 명, 2 명의 동태를 살펴보기 위해 포레 느와흐의 명령을 받고 파견된 이였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내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어느새 현장에 있는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오직 나만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있었다. 마법사가 발사하는 불덩어리가 대표적인 예로 나를 노려 날아간 불덩어리들은 내가 이 공격을 회피하고 나면, 나를 지나친 이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했다.
  마법사에게 접근하였지만, 처음부터 마법사에게 접근할 수는 없었고, 처음에는 갑주를 갖춰 입고, 검과 방패로 무장한 케레브 족 전사, 창을 든 전사와 마주해야만 했다. 흉악한 외모를 드러내고 있는 이들로서, 날이 검게 물든 검과 창을 앞세워 나를 향해 돌격해 오고 있었다. 먼저 다가온 이는 창을 든 이였으니, 그 길이로 자신을 비롯한 일행을 향해 다가오려 한 나를 위협해 오려 하였던 것 같았다.
  "분명, 잘 해 보라고 하지 않았어? 씨발 것들…… 나중에 가서 보자."
  다가오는 전사들 중 한 명에게서 나온 목소리였다. 갑주란 갑주는 제대로 갖추고 있는 이들이었음에도 뒤쪽에 있다가 불덩어리를 발사하는 마법사가 눈앞의 위협과 마주하게 되니, 마지 못한 듯이 앞장서려 하는 모습, 그 모습이 가증스러워 보이기는 했지만, 일단 그들부터 상대하기로 하였다, 그들이 있는 한, 마법사를 노리는 것을 어떻게든 그들이 막아내려 할 것임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들과 마주하면서 마법을 통해 그들의 공세와 맞서려 하였다. 마법사들로 보이는 3 명의 능력이 전부 밝혀진 것도 아니고, 그들 중에는 치유술사가 있어 보임이 틀림 없었지만, 정말 그러한지 확인해 보기 위해 우선 전사들에게 맹공을 가하려 하였던 것. 이후의 반응에 따라 뒤쪽에 있게 된 3 명의 능력이 어떠한지를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빛의 기운을 일으켜서 두 사람을 향해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를 잇달아 발사해서 그들에게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각 빛 줄기들이 전사들의 몸에 부딪쳐 타격을 가하면서 그들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잇달아 타격을 받고 있었고, 그로 인해 계속 그들이 상처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물러나려 하지 않았으니, 그들의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았음을 생각해 보면, 배후에 누군가 있음이 틀림 없어 보였다.
  빛 줄기에 의해 어둠의 기운에 물든 몸에 잇달아 화상이 발생하고 몸이 뚫리기에 이르고 있었지만, 뒤쪽에서 전달되는 어둠의-검붉은 빛을 띠는- 기운에 의해 그들의 몸은 치유되고 있었으며, 화상은 물론, 구멍이 뚫린 부분까지 수복되어가고 있었으니, 치유 능력만큼은 뛰어난 자가 뒤쪽에 있었음이 틀림 없었고, 이대로라면 얼마나 힘을 들이더라도 일행이 가할 수는 없었고, 기세는 그대로 그들의 편으로 기울어질 것임이 틀림 없었다.
  '어째서 그런 자가 일행을 이끌지 않는 것이지……?'
  치유가 거듭되고 내가 가하는 실질적인 피해가 없으며, 뒤쪽에 그 많은 피해를 감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음이 그 기인임을 알아차린 이후, 나는 감빛의 능력을 이용해 뒤쪽의 술사들을 향해 잠입하기로 하고, 카리나에게 전방의 방어를 맡아줄 것을 부탁하였다.
- 이런 부탁을 하기 위해 고개를 잠시 뒤쪽으로 돌려본 순간, 어느새 뒤쪽의 사람들 틈에서 나온 나에티아나까지 나서서 뒤쪽의 사람들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감빛의 기운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이 속을 수 있는 그럴 듯한 수단을 마련해 보기로 했다. 빛의 기운을 계속 사용하면서 어쩌면 무의미할 피해를 계속 가하고 있다가 빛의 기운이 소모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실제로 빛의 기운이 완전히 소모되었고, 그래서 빛의 발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당황하면서 뒤로 물러나려다가 돌에 걸려서 넘어진 듯이 앞으로 넘어졌다. - 이것만큼은 연기였다.

  "임마! 저 녀석은 마력이 이미 다 소진했다고! 마력이 소진된 마법사만큼 별 거 없는 놈들이 어딨냐, 너처럼 말야, 안 그래!?"
  그렇게 넘어지고서, 겨우 기어다니는 듯이 행동을 하자, 그런 나를 검을 든 이가 밟으면서 역시 별 것 없지 않았느냐고 뒤쪽의 마법사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리고서 그는 쓰러진 나를 바라보더니, 한 번 거세게 머리를 걷어차고서는 별 거 없는 녀석이라고 한 번 욕을 내뱉고는 뒤쪽의 마법사들에게 잘 맡아두고 있으라고 말하고서 이렇게 더 말했다 :
  "그 분을 위한 좋은 선물이 될 거야!"
  그러자 마법사는 바로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그렇게 하고 있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 그들 중에서 검을 든 전사가 마법사들을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고서,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의 말을 이런 식으로 하였다, 그런데 말하는 느낌이 마치 욕을 하는 듯해 보였다. :
  "야! 다시 불덩이질 시작해! 귀찮은데 나서느라 피곤했네. 이번에는 확실히 해라, 어!? 다음에 또 이런 일 터지면!? 알아서 해!?"
  그러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을 마법사들보다도 뒤쪽으로 나아갔다. 그 와중에 방패를 든 전사는 방패로 마법사들의 머리를 한 대씩 크게 치면서-그들 중에서 자신의 생명을 몇 번씩이나 되살렸을 술사가 있었음에도!- 똑바로 안 하냐고 욕을 하기도 하였다.
  자신을 밟아 놓고 난 이후, 앞장서야 하는 전사의 자세를 망각한 듯한 행동, 그리고 이후로 뒤로 물러나 편히 있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한결 같은 적들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에 대한 유난한 고까움이 느껴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만큼은 목숨을 확실히 빼앗아 놓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한 동안 세 명의 마법사들이 다시 정면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상대방이 피해를 받고 있는지, 상황 종료가 다가올 일이 있을지 알 수도 없을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마법사들은 타격을 계속 받았고, 그로 인해 생겨난 상처를 치유술사가 치유하는 것으로써 버티고 있는 상황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지하에서 그들을 올려다 보며, 정면에 나서는 3 사람의 모습을 관찰했고, 그러면서 대열에서 우측의 인물이 화염 능력자, 그리고 좌측의 인물이 치유술사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치유술사 쪽은 오른손에 지팡이, 그리고 왼손에 검은 구슬을 들고 있었으며, 왼손의 그 구슬은 케레브 족이 치유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었음을 알고 있어서 그가 치유술사임을 그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가운데의 술사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오른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가 번개에 관한 장식을 달고 있어서 번개 술사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공격 술사이며, 치유술사는 단 한 명이었던 것. 그 한 명이 그 모든 피해를 전부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술사들의 신상을 어느 정도 파악한 이후, 나는 뒤쪽에 있는 검은 수도복 차림을 한 자, 그리고 자신들의 무구들을 내려놓고 그저 놀고만 있었을 뿐이었던 두 전사들의 동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자신들의 언어로 알 수 없는 농담들을 이어가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앞쪽의 술사들 중 한 명이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바로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녀석이 없어졌습니다!!!"
  그러자 바로 뒤쪽의 전사들에게서 "뭐라는 거야, 씨발 것들이!?" 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을 든 자의 목소리였다. 그 이후로 이번에는 검을 든 전사가 세 사람을 다그치려 하면서 소리쳤다.
  "불덩이나 쳐 발사해, 개새끼들아, 그 대가리들 존나 터뜨려서 불덩어리처럼 발사할까 보다."
  "녀석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어, 만약에 정말로 없어졌으면, 씨발 너희들이 제물로 잡혀갈 줄 알어, 알았어!? 뭐, 그 일은 그 때 보기로 하고, 지금은 집중하라고, 집중해!? 너희들 때문에 씨발 불덩이 하나 날아오면, 어!?"
  이후에 창을 든 전사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외쳤다. 그러는 동안 그가 밟고 있던 땅과 그 일대가 변질되면서 감빛 물질이 마치 촉수처럼 그의 왼발을 휘감기 시작했지만, 전사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어서 양 발목을 휘감기 시작해서 그 이후로 온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된 듯해 보였으나, 전사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자기 자신이 움직일 일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 경의 몸 상태가……!"
  그 때, 치유 술사가 잠시 뒤를 돌아보며 그 전사에게 위험을 알렸지만, 전사는 그럼에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헛소리 말라고 큰 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러면서 마법사들이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맹공을 버티는 것을 그저 가만히 즐기는 듯이 바라보고 있을 즈음, 검을 든 전사가 자신이 서 있던 바닥을 내려다 보더니,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어이! 발밑…… 아니, 온 몸이 온통 검푸른데!? 무슨 일이야!?"
  "뭐라고……!?" 그러자 그는 그제서야 두 손을 들며 그 두 손을 바라보았고, 이들이 감빛으로 물들었음을 알아차렸던 모양. 그가 경악과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와중에도 감빛 물질은 그의 갑주와 신체까지 물들이고 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서 있는 바닥이 감빛 웅덩이처럼 변했음을 알아차리고 도망가려 하였지만, 이미 감빛 물질이 그의 다리를 붙잡아 놓은 뒤였다, 액상 물질처럼 두 다리를 감싸고 있던 물질은 그대로 굳어버려 그의 다리를 고정시켜 버렸던 것이었다.
  "도와줘!!!"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전사가 외치자 검을 든 전사가 검과 방패까지 놓아두며 그대로 뛰어가려 하는데, 그 때, 또 다른 전사의 몸을 물들인 감빛 물질에서 젤리 상 물질이 튀어나와 마치 실처럼 그 전사 역시 결박해 버리고서는 곧바로 급속히 창을 들었던 전사 쪽으로 그를 끌어 당겨 서로 맞부딪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전사들은 서로 뒤엉킨 채로 감빛 웅덩이 위에 감빛 물질로 뒤덮힌 채로 쓰러지게 되었다.
  한편, 마법사들은 어느새 총기와 마법 도구를 들고 나온 주민들과 교전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뒤쪽에서 단말마와 같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 중 한 명이 상황 파악을 위해 나섰다. 그러나 이미 그 무렵, 감빛 물질을 대신해 감빛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의 상반신이 웅덩이에서 솟아나 오른손의 끝에 돋아난 칼날들-손톱이었겠지만, 거의 칼날이나 다를 바 없었다-로 쓰러진 전사들의 흉부를 찌르고, 사지를 찢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법사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눈을 파랗게 번뜩였고, 이에 마법사는 공포에 질린 채 물러난 이후에 전방의 마법사들에게 뭐라뭐라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공포에 질린 채로 주민들, 그리고 일행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으니, 그들에게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
그 이후로, 감빛 물질로 이루어진 괴물의 상반신이 웅덩이와 함께 마법사들을 추격하기 시작했지만, 주민들의 총격에 의해 마법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치유 술사는 어찌할 바 모르다가 나에게 다가가서 항복하겠음을 밝히고서 괴물을 처단해 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였고, 검을 들고, 괴물과 마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그를 지나치는 동안 나는 그 마법사가 품에 총기를 숨기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그러면서 도와달라 해 놓고, 돌아서는 순간, 총격을 가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예상을 하면서 그 예상대로 총격을 가하려 한다면 괴물 이전에 그를 먼저 처단하기로 하였다.
  괴물과 대면하는 순간, 감빛 물질로 이루어진 웅덩이가 사라지면서 괴물의 하반신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외형을 보고 나서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아르사나였다. 아르사나가 오른손에 거대한 칼날을 달고 있는 채로 감빛 물질의 형상으로서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 그러면서 나에게 도와달라 하였던 그 마법사를 향해 다시 돌아서니, 어느새 치유 술사가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총의 방아쇠를 막 당기려 하다가 들킨 모양으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예상대로 살려두면 위험하겠다고 판단을 내리고, 그를 처단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빛 물질이 벗겨지면서 아르사나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그런데, 옷까지까지 전부 녹여버렸는지, 그 당시의 아르사나는 완전히 나신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잠행을 위해 옷까지 버린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한심하다고 여기었으나, 다행히도 기운이 한 번 다시 벗겨지면서 이전까지의 옷차림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져 가는 이들의 시신을 가만히 살펴 보았다. 특히, 갑주를 입은 전사들의 시신은 팔, 다리 혹은 허리가 찢겨 나가는 등, 그야말로 '찢어 발겨진' 상태라서 그들만큼은 아르사나가 작정하고 파멸시키려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악당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어떻게 말해 왔는지, 그리고 그간 그들이 보인 행동을 생각해 보면 그에게는 용서가 되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굳이 시신들을 정리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모두 보라색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거나, 연기로 변해 사라져 가고 있었으니. 이제는 모두 알만한 상황들이라 주민들 중 누구도 그들의 시신에 눈을 돌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전사들이 서 있던 그 근방에 자리잡고 있던 두건을 눌러쓰고, 가면까지 착용해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던 수도복 차림을 하고 있던 이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카리나의 발언에 의하면 그와 동행하던 케레브 족 5 명들 중에서 후방에서 놀고 있던 전사들이 아르사나의 감빛 기운에 사로잡혔을 때, 위험을 감지하고 후방 쪽으로 달아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당시에는 당연하게도 직접 공세를 가하는 5 명에게 집중하고 있었으며, 그가 남아서 더 위협을 가할 것 같지도 않았기에 그를 그대로 놓아두었다고.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나는 포로로 잡힌 5 명의 케레브 족 사람들을 주민들과 함께 다시 하미르(Hamir) 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민들에 의해 포박당한 채로 그들은 문화의 거리 중심가 부근의 경찰서까지 끌려가서 경찰들과 대면하게 되었다.
  완전히 무력화된 채로 경찰서로 끌려간 5 명의 케레브 족 사람들은 경찰서에서 심문을 받게 되었다, 경찰서의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서는 저녁 중에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으며, 그래서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그 정도로 마무리 되었다.
  무리의 체포에는 일행이 크게 관여했고, 나에티아나가 그 점을 강하게 주장하였지만, 그렇다고 관청에서 보상금을 줄 것도 아니고, 그래서 카리나가 나에티아나에게 경찰서는 '심부름하는 곳' 이 아니라고 다그치는 선에서 끝냈다.

  "저녁 중이라면…… 열차 마지막 차 출발 시각이 어떻게 됐더라?"
  "22 시이지 않았어?"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동행하면서 나오면서 내가 그 질문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차표를 다시 꺼내 출발 시각을 확인하면서 그렇게 화답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나도 차표를 주머니 안에 넣어둔 이후로 출발 시각을 잊고 있었던지라 차표를 꺼내, 명시된 시각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차표 시각까지 확인안 이후, 카리나가 아침부터 무슨 난리냐고 한 숨을 쉬는 듯이 말하다가 내가 프레드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그는 일행의 곁을 떠나면서 성당 일대에 가 보겠음을 알렸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하미시(Hamisy) 에 이르면 자신의 거처에 와 줄 것을 부탁하고서, 주소도 알려 주었음을 밝혔다.
  "가급적이면 아르사나 혼자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여자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있는데, 자신이 혼자 있으면 부담스럽다고 하시면서."
  "그러셨구나." 카리나가 나를 지목하면서 건네는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혼자 돌아다닐 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후에 그러한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하기도 하였다.

  시간은 10 시 33 분 즈음이었다, 점심 식사까지는 아직도 먼 시간이었고, 그래서 13 시 30 분까지 시장에서 모이기로 하고, 각자 다른 곳을 여행하기로 하였다. 카리나는 시장 일대는 자신이 인도하겠음을 밝히면서 자신이 시장을 답사하겠음을 밝혔으며, 나에티아나는 시가지 일대에 있겠음을 밝혔다. 그리하여 나는 혼자 강가를 둘러보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강가의 동쪽까지 나아갔다가 서쪽으로 돌아오는 길을 나아가려 한 것이었다.
  강가에서 만난 소녀의 말에 의하면 1 시간 정도면 충분히 왕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시내 거리 자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강가의 공원 일대도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그리고서 시장은 문화의 거리 북부 끝자락에 있으며, 거리의 서부와 중부에 걸쳐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혼자 길을 가면 심심할 것 같아서 소녀도 동행하게 하였다.
  연두색 기운이 있는 노란색(Fulficasræn Lora) 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로, 소매 없이 어깨 끈이 달린, 하단에 프릴이 달린 무릎 높이까지 내려가는 하얀 옷차림을 하였던 그 어린 소녀의 이름은 '미냐(Minya, Migna)', 이전부터 자주 강가의 길을 오가고는 했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명소이며, 그래서 사람들이 길가를 화려하게 꾸며놓아 낮이든, 밤이든, 보기 좋은 풍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밤이 되면 한 번 정도는 구경해 보고 갈 것을 권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동행하면서 길을 걷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강가에서 낚시를 하는 여인과 그 곁에서 무언가를 잡으러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엇을 잡으러 다니냐고 물었더니, 바로 물고기, 가재 등을 잡는다고 답했다. 재미삼아 잡았다가 다시 놓아준다고 하였고, 강가의 물고기들은 대개 작아서 잡아서 먹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자 내가 미냐에게 농담삼아 이렇게 물었다.
  "괴물 같은 것이 나타날 때도 있지 않아?"
  "못 봤어요." 그러자 미냐는 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이후, 나는 미냐에게 강가의 동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미냐는 수많은 폐허들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답으로써 말하고서, 그 폐허 거리는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좁다란 길목들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음을 밝힌 이후에 옛 시대에 해당 장소는 빈민가였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음을 밝혔다. '유적의 계곡(Wruynï Kholzay)' 이라 칭해지는 그 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빈민가는 아니라고 말하고서, 유적지의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사람들이 벽화를 그리기도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머물 곳으로서 찻집이나 식당을 차린 사람들도 있으며, 개인 공방을 일대에 마련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조용히 거주하고픈 사람들이 간혹 유적지에 거처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없으면 적막한 곳이라서 그렇게 선호되지는 않아요."
  "그러하겠지." 나는 한 때는 인적이 드문 적막한 곳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와 더불어 틈만 나면 슈라일 일대로 놀러가려 했던 과거도 있었던지라, 그런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조용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은 얼핏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대신으로 외로움이나 적막함을 감내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고, 이를 감당할 수 없으면 그런 곳은 별로 좋은 곳이 아님을 이미 깨달은 바 있었다.
  "거기까지 한 번 가 보실 것이지요?"
  "그럼." 이후, 미냐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이후, 미냐는 시간 내로 어디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충분해서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이어 나의 상황에 대해 그렇게 말하기도.
  "그렇다면, 같이 가 봐요." 그 말에 같이 가 보자고 청하는 미냐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미냐와 함께 강가의 동쪽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미냐는 동쪽에 자리잡은 유적의 계곡에 들러본 적이 있기는 했다고 했으나, 깊이 들어가 본 적은 없다고 하였다, 길을 잃을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 어른들 역시 함부로 유적의 계곡을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늘 주의를 주고는 하였기에, 그 영향으로 유적 안쪽 깊숙히 들어간 적은 없었다고. 유적의 계곡 안쪽에 위험한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밤이 되면 어두운 곳이 되어버리며, 어린 나이에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홀로 헤매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는 것을 사람들이 우려했기 때문이었던 모양.
  그렇게 길을 나아가다가 그 도중에 먼 앞에 배 한 척이 자리잡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배는 고문명 시대의 기록에서나 보일 법한 싸움배로서, 선수 부분의 포대-배의 특성상, 선수의 배들이 주포 역할을 했을 것이다-들을 비롯한 배의 형태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다. 이 배는 실제로 들어갈 수 있었으며, 배 안에서 지낼 수도 있었던 모양으로 배 자체가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미냐의 말에 의하면, 그 배는 옛 시대의 전투선을 발굴해서 형태를 복원한 것으로, 배와 더불어 배 주변 일대가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공원 이름은 '브루게르타 함 공원(Brugerta ßamvey Gilmaru)' 으로 배 부근에 간판이 공용어 문자, 라테나 문자 등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그 곳이 공원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배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음은 알고 계시겠지요?"
  "그렇지." 배를 가리키며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

  기본적으로 나는 내륙 일대에서 지냈고, 그래서 바다를 오가는 배를 탄 적은 없었다. 배의 외형이나 배의 내부 시설을 각종 기록 서적 등을 통해 본 적이 있었고, 이를 통해 선내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바 있기는 했으나, 딱 그 정도였다. 처음 기록을 통해 본 선실 내부의 통로는 처음 보았을 때에는 답답하고 어두워 보였던 옛 시대의 나뭇배들에 비하면 답답함도 없었고, 분위기도 밝아 보여서 한 번 정도는 거주해 볼 수는 있어 보였다, 물론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오가기에는 좁은 곳이었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차례대로 빨리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연습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거야."
  그 당시의 기억을 상기하면서 나는 배의 내부에 대해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미냐는 배의 하단에 자리잡은 철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미냐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어서 들어오라고 외치고 있었다.
  선실 내부는 언젠가 본 기록대로 그렇게 좁지도 답답하지도 않았고, 나름 밝은 분위기였다. 내부에는 통로가 하나 자리잡고 있었으며, 통로를 통해 선실을 비롯한 여러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선실 내부는 넓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좁지도 않았고, 해먹들이 침대 대신 자리잡고 있었지만 해먹들은 일단 보기에는 튼튼해 보였고, 그래서 다소 불안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미냐는 위층 해먹 위로 잠시 올라가 있었다. 체중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는지, 올라 앉은 이후에도 크게 불안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언니 정도면 올라 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나는……" 한 번 정도 올라 앉아 볼 것을 미냐가 권하기도 하였으나, 나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해먹 위에 올라타거나 하지는 않았다.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미냐는 바로 뛰어서 내려왔고, 이후, 앞장서서 갑판 그리고 함교 구경을 가 보자고 청했다. 그리하여 나는 미냐의 뒤를 따라 선실, 그리고 배의 내부를 나서서 갑판 위로 올라갔다.

  갑판 위의 포대는 가까이에서 보니, 멀리서 보았을 때보다 더욱 커 보였다. 포대의 몸체 자체는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 포대가 위치한 그 반대편에는 선교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선교에는 조종간이 있어서 이를 통해 배를 조종할 수 있어 보였다. 이외에 선교에는 선장 전용의 방이 있으며, 선장 전용의 방은 제법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포대에서 포를 조종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아."
  "그랬어요, 실제로 안으로 들어가서 조종간을 잡아본 적도 있어요."
  이후, 내가 대답을 들을 무렵, 포대에서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에오르 린, 리아 자매였다. 아무래도 그 포대 안에서 포를 조종하고 있다가 밖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나와 마주하게 된 모양.
  "아아, 아르사나 씨 아니예요,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네요."
  그렇게 자매와 마주하게 되자마자 먼저 밖으로 나오는 리아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어깨에 길다란 짐이 매여 있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물음에 나는 잠시 배를 구경하기 위해 나왔음을 밝히고서, 바로 리아에게 이 곳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물으니, 뒤따라 나오던 린이 리아를 대신해서 답을 하였다.
  "유적의 계곡 일대를 조사하고 있었어요, 강가에 케레브 족들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과 무력 충돌을 일으켰고, 그래서 케레브 족 전사들이 있을만한 장소를 조사하다가 유적의 계곡과 같이 좁은 길이 많고, 복잡한 일대에 그들이 숨어 있을 것이라 판단을 내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서, 유적의 계곡이 아닌, 근방의 산악 지대에서 실제로 케레브 족 전사들과 마주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소수의 무리들이 산의 수풀 지대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을 하나씩 찾아서 괴멸시키는 일을 반복해 나아갔다고. 그러면서 강가에 내려온 이들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내가 답으로써 이미 그들은 제압되어 경찰서로 끌려 갔고, 후발 무리들은 전부 괴멸되었음을 밝혔다.
  "꽤 자세히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그 현장에 계셨나 보네요."
  무엇이든 간에, 직접 겪어보는 것보다 해당 일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 물음에 나는 조용히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주민들이 참여하기도 해서 제법 큰 싸움이 있었음을 밝혔다.
  "유적의 계곡 일대라면, 그 곳에도 케레브 족 전사들이 있던가요!?"
  유적의 계곡 일대를 조사했다는 린, 리아 자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곁에 서 있던 미냐는 놀라면서 정말로 케레브 족 전사들이 그 곳에 숨어 있었느냐고 물었고, 이에 리아가 답으로써 그러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면서 곳곳을 둘러 보았음을 밝히고서, 다행히도 계곡 일대에서는 케레브 족을 발견한 적이 없음을 밝혔다.
  "다행이네요, 이 곳에도 케레브 족 사람들이 출현했고, 조사가 있었다고 해서, 정말 그 일대에도 케레브 족 사람들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이에 린은 케레브 족이 어떻게 도시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하고서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 이후에 시나리오는 2 개 정도만 있으며, 과정도 간단함이 그 이유라고-열차를 통한 이동, 강가를 통한 이동으로 후자는 가능성이 보다 낮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간 이후, 린은 나에게 하나야스에는 하나의 스포츠(Sport) 가 유행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행글라이더(Jafarinal-i, Jafain Rinal-i) 로 날아다니는 기술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하나야스에서는 이 기술이 상당히 유행하고 있으며, 고산 지대인 하미시(Hamisy) 에서 저지대의 중심 도시인 하미르(Hamir) 를 오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린과 리아 자매는 이러한 행글라이더 기술에 흥미를 느껴서 해당 기술로 유명하다는 하미시로 가려 했던 것.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하미시에서 하미르로 행글라이더를 타고 날아왔던 알프레드를 상기하고서, 이러한 일이 하미시에는 흔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나도 하미시에 이르면 한 번 정도는 행글라이더를 타고 하늘 위를 오가는 일을 해 보자고 생각하기도 했다.
  배 내부를 미냐와 함께 둘러보다가 선장실 안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다른 시설들에 비해 보다 잘 꾸며진, 마치 응접실과도 같은 선장실 내부로 들어섰다. 그리고 직각 배열로 배치된 소파들에 미냐와 함께 하나씩 자리를 잡아 그 자리에 앉아 보았다.
  "어때요? 선장이 된 기분이 들고 있어요?"
  "이 배의 선장은 이런 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이구나."
  나는 배의 선장은 보다 화려하게 산다고 하더라도, 생활 공간의 분위기는 선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배의 선장실은 일반적인 집의 방과도 같아서 다른 공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었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것 같은 느낌. 근처에는 업무용 책상도 있었으며, 일반적으로는 해당 책상에 자주 앉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이 응접 탁상에 앉아서 선장을 비롯한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선원들 간 면담이 있었을 거야, 아니면 선장과 배의 관계자들이 모여 배에 관한 이런저런 회의를 이 책상들에 모여 앉아서 했겠지."
  이어서 미냐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간 보아왔던 바다 항해 및 해전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그렇게 답을 하였고, 그러면서 특별한 손님이 배에 들어오는 일이 있었다면, 그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선장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 말을 이어가기도 했다.

  배를 조금 더 둘러보고 싶기는 했으나, 점심 식사 때까지 시장 일대까지 돌아갈 필요가 있었기에 대충 마무리하고, 미냐와 함께 배를 나와 길을 걸어 나아갔다. 어느새 때는 점심 때와 가까워졌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 일대를 오가고, 뛰어놀고 있었다.
  "줄넘기 같은 것도 잘 하는데, 언니는 줄넘기 같은 것도 잘 해요?"
  "기본 아니겠니." 이에 나는 자랑스럽게 웃으면서 답을 하였다. 아닌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활동에서 줄넘기는 체력, 민첩성 등의 기본 자질이었기 때문에, 천문대에 있을 시절에도 틈만 나면 줄넘기 등의 체력 연습을 하고는 했었고, 그래서 그런 면에서는 다른 누구와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했었다. - 그러는 동안 언덕 왼편 아래에는 어떤 여자아이가 줄넘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 검은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땋은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노란 바탕에 녹색, 파란색 십자 줄무늬들이 그려진 반 소매 상의와 갈색을 띠는 멜빵 치마(Belbaceim) 차림을 하고 있는 이로서 당시에 정말 열심히 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일대를 지나가려 하면서 대화는 대략 그 정도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미냐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가서는 언덕 아래에 있는 소녀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미냐는 바로 그 여자아이를 이끌고 언덕길로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한 번 보여달라고 하네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어떤 실력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어요."
  줄넘기를 하고 있던 아이는 미냐를 따라 언덕 위를 뛰어 올라오더니, 바로 나에게 줄넘기를 건네었다. 미냐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고 말하고서, 한 번 보여달라고 나에게 요청을 하였던 것.
  여자아이가 건네주는 줄넘기를 받고서-체격이 나와 조금 작은 정도였다- 바로 줄넘기를 개시하였다. 나름 줄넘기에는 자신이 있었던지라, 시작은 무척 가벼웠다. 나는 줄넘기를 기본적인 것만 계속 하고 있었으니, 기본적인 줄넘기 방법으로 여러 번 할 수 있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나 자신이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면서 제자리 걸음하며 줄넘기 하는 정도는 보여주었다.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는 없었고, 그래서 적당히 줄넘기를 이어가다가 대략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서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이에 미냐와 여자아이 모두 박수를 쳐 주었다. 그런데, 박수를 치는 모습이 그렇게 신나하지는 않는 듯해 보였다.
  "혹시 두 번 연속 뛰기 같은 것은 없나요?"
  "두 번 연속 뛰기?" 카리나, 세나는 그 정도는 기본으로 했던 것으로 기억 난다. 못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 번 연속으로 뛴다는 개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해서 샤하르의 학교에서 줄넘기를 배울 때,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요청이 있어서 나는 처음에는 두 번 연속 뛰기를 10 번 정도 보여주고, 이어서 손 위치를 바꿔가며 줄넘기 뛰기를 이어갔고, 그제서야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당시, 여자아이가 외쳤던 말이었다. 아무튼 만족을 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여자아이는 줄넘기를 쉬는 날마다 늘 하고는 했던 이라서 그러한지, 줄넘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질이 있었다. 다중 연속 뛰기는 물론, 각종 줄넘기 재능에 능한 일면이 있어서 이것저것 시켜봐도 정말 잘했다, 이전에 내가 줄넘기 하는 모습을 대략 보여주었더니, 그렇게 신나지 않았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

  여자아이는 미냐와 잘 아는 사이였는지, 미냐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미냐는 그 답으로써, 유적의 계곡으로 간다고 말하고서, 대략 둘러보기만 하려 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여자아이는 최근에 위험한 검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었는데, 괜찮다고 답을 하고서, 실제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그 근거를 언급하기도.
  "숨어 있는 이들도 없었다고 하던가요?"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여자아이는 선뜻 믿지 못했던 모양으로 나와 함께 유적의 계곡을 향하는 길에 동행을 하게 되었다. 미냐와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베야(Beya, Bella)' 로 미냐와 이웃 사이였다고 한다.
  "미냐를 따라 일대를 돌아다니거나 한 적이 있었어?"
  "아니오." 이후, 나는 베야에게 미냐와 동행하면서 곳곳을 돌아다니거나 한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베야는 그렇지는 않다고 답을 하였다.

  그렇게 두 사람과 동행하고 있으면서 길을 나아가다가 어느덧 시가지의 동부에 이르게 되었다. 강의 폭이 넓어지면서 갈대밭이 자라난 곳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동부 일대는 주택 지구였던 모양으로 수많은 집들의 모습이 길을 따라 나열되어 있으면서 특유의 풍경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또한 집들 사이마다 나무들이 무성한 공원들이 놓여 있어서 도시의 풍경에 초록색을 더해주는 기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 일대에 좋은 식당하고 가게들이 자리잡은 길거리도 있다고 해요."
  강가의 길목을 걸으면서 좌측에 보이는 거리를 가리키며, 미냐가 이렇게 말한 이후에 딱히 갈 곳이 없다면, 그 일대를 둘러보는 것도 좋음을 밝혔다, 그 중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도 있고, 동부 주택가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배움의 광장(Vayaplaza)" 라는 곳은 평상시에는 고요한 길목이지만, 날이 어두워지면 야시장이 형성되고,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나름의 명소가 된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베야는 배움의 광장에 가 본 적이 있어?"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혹시 미냐가 베야를 데리고 그 일대를 가 본 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고 여기었고, 그러면서 이렇게 묻자, 베야는 같이 가 본 적은 없다고 하였다. 다만, 가족들끼리 같이 가거나, 친구들끼리 함께 놀러간 적이 있었으며, 그 때마다 시장 거리에 있으면서 무척 재미난 것들을 많이 본 기억이 있음을 밝혔다. 친구들과 같이 놀러갔을 무렵에는 친구들 중 하나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고양이가 이용할 수 있는 상자 하나를 마련해 간 적도 있다고. 겉면과 테두리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의외로 무거운 상자였다고 한다.
  하나야스, 그리고 하나야스와 가브릴리아(Gabrilia) 사이에 자리잡은 산악 지대와 하나야스의 초원과 산악 지대 곳곳에 유적들이 자리잡고 있고, 이러한 유적들이 있는 곳과 그 근방은 물론, 초지대 심지어는 시가지 내부에서도 유물들이 매장되어 있어서 유물 매장처에서 적지 않은 수의 유물들이 발굴되어 간다고 하였다. 대다수는 폐기물 수준이라 재가공 처리되지만, 일부는 원형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어서 장식품이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를 위해 구매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고.
  샤하리아에 있을 시절에 유적이나 유물에 대한 이야기가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샤하르(Shahar), 그리고 인근 도시인 슈라키아(Shurakia) 서부의 산악 지대에 옛 도시 등의 유적이 존재하고 있으며, 유적들이 슈라키아나 슈라일(Shurail) 마을 인근에서 발굴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샤하르의 중앙로 동쪽 인근에 자리잡은 문화 회관(Shaharï Haonkulturanyeri) 동쪽 인근의 거리에도 이러한 골동품들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벼룩 시장 사이에 몇 있었다만,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배움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동쪽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 옮기려 하였다. 시가지를 근처에 두고 있는 강가의 모습은 초록빛이 가득한 그 사이로 파란 빛깔을 띠는 물이 조용히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 근방의 길 사이로 다른 세상이 펼쳐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나고 있는 길 근방에 주황색 꽃들이 무리지어 활짝 피어 있어서 길 가는 사람들의 눈을 붙잡으려 하고 있었으니, 나도 그 풍경을 보면서 꽃들이 환하게 피어난 풍경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따뜻한 음악이 선뜻 떠오르기도 하네, 그 음악이 들려올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온화한 색감을 가지는 고요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찻집에 있을 때마다 들었던 음악이 떠오르기도 했고, 또, 배를 타고 강가를 나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위기를 보니, 이제 교외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먼 앞을 내다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건물 무리들이 자그마하게나마 보이고 있었으니, 그 일대가 유적의 계곡이라 칭해지는 유적 사이로 펼쳐진 길목일 것 같아 보였다.
  "유적의 계곡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보고 계시지요?"
  "보고 있어." 그 유적지를 보고 있는 동안 미냐가 유적지로부터 멀지 않았음을 밝히고서, 자신이 앞장서서 뛰어가면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따라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답하면서 계속 동행하고 있던 베야와 함께 그를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다른 일은 없었다, 사람들도 뜸하게 오가는 곳이었던지라 케레브 족 사람들이 오가면서 무언가 일을 꾸미거나 하지 않는 한, 뭔가 일이 일어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계곡의 입구까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그래서 미냐가 자리잡은 입구까지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입구는 강가의 길목 쪽 뿐만이 아니라, 시가지 쪽에서도 있으며, 유적의 계곡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주로 시가지 쪽에서 간다고 하였다. 다만, 시가지 쪽에서 가기 위해서는 언덕길을 조금은 걸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유적의 계곡은 버려진 건물들 사이로 바위 길로 구성되어 있으며, 길목이 좁아서 두 사람 정도가 나란히 길을 갈 수 있어 보였다. 길목이 복잡해서 모든 곳들을 둘러 보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복잡한 길목을 따라 나아가면서 여러 곳으로 갈 수 있어 보였는데, 실제로 미냐가 한 말에 의하면 유적의 계곡을 통해 산악 지대 아래의 계곡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하며, 계곡의 물길을 따라 나아가다 보면 가브릴리아로 갈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래?" 미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곡의 물길이 큰 길로 이어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서 흥미로운 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히미시에서의 일을 끝내고 나면, 그렇게 길을 떠나 보기로 하였다. 기차로 가는 길이 있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런 위험한 길을 나아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물론, 그렇게 하면 차비를 아낄 수 있어서 이를 통해 가브릴리아 등에서 보다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계곡의 물길은 급류가 흘러 나아가기도 하고, 도중에 폭포를 지나칠 수도 있어서 위험해요."
  "그 정도야, 지금까지 한 번, 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라서, 별 것 아닐 수도 있어."
  이에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유적의 계곡에서도 물길을 만나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미냐는 "그렇지요." 라고 화답을 하였다. 계곡의 끝자락 즈음에 나루가 있어서 해당 나루가 물길이 된다고 한다. 배를 탈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배를 타고 갈 것을 권했다.
  "만약에 배를 타게 된다면, 저도 같이 갈 수 있게 해 줘요, 한 번이라도 가브릴리아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가브릴리아에 가고 싶다고?" 이에 내가 그렇게 묻자, 미냐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이어서 소문에 의하면 가브릴리아에 화려한 해양 도시가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도시에 직접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책이나 화집을 통해 가브릴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했지만, 나도 알고 있듯이, 그림으로만 보는 것과 실제로 그 땅을 밟는 것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고, 미냐는 그러한 차이를 감안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알았어, 다시 이 곳으로 오면 너와 함께 가자. 그 때에는 나 혼자 너와 함께 가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서 나에게는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와 미냐 그리고 베야는 유적의 계곡 입구를 지나, 계곡의 첫 갈림길에 이르고 있었으며, 내가 그 갈림길에서 입구 방향으로 선 채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미냐는 물론, 나와 동행하고 있던 베야 역시 나의 앞에 이르고서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베야가 어떤 목적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같이 가도록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자, 내가 이렇게 답을 하였다.
  "순례 여행이야, 8 개의 나무, 탑을 오르면서 빛을 모으는 일을 하고 있어."
  그리고서 그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던 작은 상자를 꺼내고, 이어서 작은 상자가 품고 있던 은화를 보여주었다. 8 개의 작은 문양이 새겨진 은화는 이미 4 개의 문양이 빛으로 채워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베야는 빛을 가만히 보더니, 그 빛이 8 개 지역에 빛을 가져다 주는 나무 그리고 탑의 빛임이 확실하다고 말하고서, 빛을 모으면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까지 답을 해 줄 수는 없었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자,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인 베야도 그런 나를 보면서 나에게 무언가 있음을 바로 눈치채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임무에 관한 것인가 봐요, 그렇지요?"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자 베야도, 미냐도 은화, 그리고 빛을 모으는 일에 대해 더 이상 말을 건네거나 하지 않았다. 그 때, 하늘 위로 금색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는 이가 있었고, 그 때 마침, 대화가 끝나고, 하늘을 바라보던 베야가 날개를 펼친 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날개를 펼치며 나에게 다가오는 이의 모습, 그는 다름 아닌 나에티아나였다. 베야는 그 나에티아나를 알아봤는지, 손가락으로 그의 모습을 가리키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언니들! 저기 봐요! 나에티아나 님께서 날아오시고 계세요!"
  이후, 나를 비롯한 3 명이 모인 근방에 이르자마자 날갯짓을 하면서 둥근 궤적을 그리며 내가 위치한 그 근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고 나서, 나에티아나가 나의 바로 뒤쪽에 착지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착지하자마자 나에티아나는 나에게 다가와서 카리나가 나에게 와 달라고 부탁했음을 밝히고서, 그는 시장의 동쪽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나는 현재 시각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이에 나에티아나가 지금 13 시 30 분임을 밝혔다, 일행이 다시 모이기로 약속했던 시각으로 시간이 참 잘 가지 않는다고 여기어졌건만, 유적의 계곡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동행하고 있는 동안 시간이 참 많이 지나갔던 것.
  "시간이 벌써 거기에 이르렀던 거야?"
  이에 나는 나에티아나에게 이렇게 묻는 듯이 말하고서, 이어서 시장의 동쪽 입구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나에티아나가 이에 그렇다고 답하고서, 자신이 나를 붙잡아서 공중으로 시가지를 건너가겠다고 말하자, 내가 그런 그의 제안에 이렇게 화답하였다.
  "시가지를 걸어서 건너 오려고 해, 어차피 그렇게 시간이 촉박하지도 않잖아, 그 대신으로 카리나에게 곧 시가지를 거쳐 시장 부근으로 올 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전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 대답 이후, 나에티아나는 말한 바대로 바로 전하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다시 날갯짓을 하면서 날아오르기 시작하면서 북쪽 거리를 향해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난 이후, 미냐가 나에게 물었다.
  "저 분과 잘 아는 사이이셨나 봐요."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이어서 내가 그에게 이전에 본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미냐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이전에 일대에 머무른 적이 있었으며, 그 무렵에 그 모습을 본 바 있음을 이어 밝혔다. 이후, 나는 다시 유적의 계곡을 떠나, 시내 중부 부근까지 나아가려 하였다. 집 근처에서 놀고 있던 베야와는 헤어지게 되었지만, 미냐는 계속 나 그리고 나에티아나를 따라 나서려 하였다.
  카리나를 다시 만난 때는 시장의 동쪽 입구에 이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시장 입구에서 나오자마자 카리나가 나와 나에티아나의 모습을 바로 알아보고서는 다가온 것.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가 좌측에서 데리고 있던 소녀인 미냐의 모습을 보면서 그를 보호할 일이 생겨서 늦은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동행하고 있기는 했지만, 보호의 이유는 아니었음을 밝히고서, 강가의 동쪽에 자리잡은 유적의 계곡을 향하는 길을 지나가는 도중에 우연한 계기를 통해 동행하게 되었음을 밝히고서, 이어서 이름 소개도 하였다. 이름에 대해 카리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지, 그저 좋은 이름이라고 말을 해 주고 있었다.

  하미르의 사람들에게는 '해안가 벼룩 시장(Sunciey Byarïkshoja)' 라 칭해지는 시장가의 정식 명칭은 하미르 해안 시장가(Hamirï Suncishojagil) 이며, 하미르에서 가장 큰 시장 거리이다. 하미르 중앙 동부 구역에도 하미르 전통 시장(Hamirï Traditishoja) 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일대 역시 상당히 크고, 나름 유명한 시장 거리이지만, 지명도나 규모 면에서는 확실히 해안 시장가가 가장 유명하고, 널리 이용되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낮 시간이라 그러한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가족 단위로 오는 듯한 무리의 모습도 있었다. 시장 거리의 동쪽 입구는 상의, 하의 류를 비롯한 각종 의상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으며, 군데군데 장신구(momilamiki, akeseria) 류를 취급하는 좌판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좌판들 중 하나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탕에 형형색색의 보석이 하나씩 박힌 반지, 목걸이들이 진열된 모습을 보며, 욕심이 생기기도 했으며, 그래서 마력이 있는 보석이 박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나름 구매 욕구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은 그냥 보석이 박힌 반지가 갖고 싶을 뿐이지 않나요?"
  이에 나에티아나가 그런 나에게 핀잔을 하는 듯이 물었고, 이러한 물음에 나는 그저 멋쩍게 웃으면서 그렇다고 솔직하게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는 나에티아나의 그러한 행동에 동조하지는 않고 있었으니, 사실은 반지를 살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것이, 남은 돈을 무리해서 소모해가며 반지를 살 수는 없었음이 그 이유였다, 앞으로 며칠을 더 여행을 이어가야 할 텐데, 돈을 그렇게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그럴 줄 알았어, 아르사나가 산다고 해서, 정말 사려고 했었을 리가."
  좌판을 지나치는 동안 카리나가 나를 보면서 그러한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갖고 싶지만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련이 있어서 계속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비슷하게 생긴 것을 세나에게 사 주게 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농담삼아 건넨 듯한 그 물음에 나는 그저 가볍게 '내가 무슨 어린 아이인 줄 알아.' 라고 답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서로 말싸움 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아니야, 서로 너무 친하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것일 뿐이야……"
  걱정 어린 미냐의 물음에 나는 당황하면서 그런 미냐에게 그렇게 화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고 하며, 그것에 대해 나에티아나도 카리나도 한 마디씩 하고 있었으니, 곁에 있으면서 잘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그렇게 서로 장난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길을 나아가다보니, 어느새 일행의 서쪽을 향하는 발걸음은 시장 거리의 중앙 십자로에 이르고 있었다. 사실, 이전에도 십자로는 곳곳에 있었으나, 옆길들의 폭이 좁아서 중앙의 길목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골목들에 그럴 듯한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마침 점심 시간대이기도 해서 식당들을 자리잡고 있는 길목들을 지나치는 동안 배가 고파지기도 했다.
  중앙 십자로의 곳곳에 빵집, 젤리, 과자 류를 취급하는 가게들의 모습이 보였으며, 이외에 튀김 류, 각종 식재료들을 취급하는 가게들의 모습도 길 곳곳에 보이고 있어서 배가 고픈 일행을 혹하고 있었다. 이 일대가 점심 시간 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그러한지, 이전에 지나친 곳들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십자로 일대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길을 지나다니며 볼 수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서쪽 거리에 자리잡은 야채 가게의 한 부분에 과일즙을 연상케 하는 붉은 액체로 채워진 병들의 모습이 보였으며, 이들은 사실 과일즙이 아니라 야채 수프이며, 토마토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재료들을 섞어서 만든 것이라 하였다. 수프인 만큼, 토마토 과육과 즙, 우유 그리고 각종 향신료를 포함해 끓인 것으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음료수처럼 먹을 수 있도록 식힌 것이었던 모양.
  토마토 수프는 학교 식사를 통해서도 자주 먹어봐서 그 맛을 대략 알고 있기는 하였으나, 차게 식힌 것을 먹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배가 고팠을 카리나와 나에티아나 그리고 미냐에게 함부로 먹게 할 것은 아니었고, 그 맛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나만 주문해서 먹어 보았으니, 토마토(Tomato) 와 마늘(Manal), 고추(Ghoc) 그리고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한 우유 크림(Jeshkrema) 과 당(Sacer) 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토마토의 시큼한 맛과 고추의 매운 맛이 동시에 느껴지고 있기는 했으나, 신 맛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아서 나름 먹을만 했다, 잘 데워서 먹을 수 있었다면, 아마도 학교 식사에서 먹은 토마토 수프보다도 맛있었을지도. 당연하게도 식은 것 그대로 먹었기에 그 맛은 나에게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카리나에게 권해 보기도 했지만, 카리나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 다행히도 가격은 나름 저렴해서 금전 부담은 그래도 크지는 않았다.

  "무엇을 먹지?" 이제 식사 시간이고, 금전적 한계가 있음에도 뭔가 괜찮은 것을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는 십자로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십자로 근방의 고기 다리가 걸려 있는 고깃간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여행 온 사람들로 추정되는 몇 여인들이 고깃간 주인으로 일하는 듯한 어떤 남성에게 고깃 조각 비슷한 것을 받아서 먹고 있었는데, 그 시식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쓸데 없는 짓거리 말고, 같이 있으라고 말하려 나에티아나에게 미냐를 맡기고 그런 카리나의 곁으로 가 보려 하는데, 어느새 카리나가 고깃간 주인으로부터 고깃 조각을 받아들고서는 옥색을 띠는 이쑤시개에 꽂힌 고깃 조각을 몇 개 받아서는 한 손에 들며 십자로 방향으로 뛰어오고 있었으니, 그 움직임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면서 우측으로 잠시 비켰다. 5 개를 갖고 왔는데, 아무래도 자신은 2 개 먹을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카리나가 들고 온 것들은 얇은 고기 조각들로 얇은 고기 조각을 굽혀서 멜론(Melon) 조각과 더불어 옥색 이쑤시개에 꽂아 놓은 것이었다. 고기를 얇게 썰어놓은 모습치고는 윤택이 있어서 선명하게 붉은 바탕에 하얀 무늬가 그려진 듯한 모습과 그 아래에 같이 꽂힌 멜론의 연두색이 서로 대비되는 색감을 내 주기도 하였다. 카리나가 가져온 그 고깃 조각을 보며, 빨리 돌아오라는 말이 나오는 대신, 고기의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볼 따름이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고깃 조각을 그 때까지는 전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리나, 이건 뭐야?" 나에티아나, 미냐가 머무르고 있는 십자로 중앙으로 다시 가면서 카리나가 들고 있던 것들을 가리키며 묻자, 카리나가 그 답으로써 그 고깃 조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 이름부터 밝히려 했다.
  "아르사나, 혹시 하몬(Hamon, Jamon) 이라고 알고 있어?"
  "하몬? 그게 뭔데?" 처음 보는 것에 이름도 처음 듣는 것이라 이름을 듣자마자 어리둥절하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보이고 있었던 모양. 이후, 카리나는 나에게 이전에 들른 고깃간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주로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이고 건조시켜서 만든 것으로 정식 명칭은 '훈제 염장 고기(ßæhimisaltegohi)' 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훈제 고기를 하나야스나 가브릴리아 등에서는 하몬(Hamon), 하모나(Hamona), 하모(Hamo), 하마(Hama) 등으로 칭하는 모양이라고.
- 하나야스에서는 하몬(Hamon), 하모나(Hamona) 라 칭하고, 가브릴리아에서는 하모(Hamo), 하마(Hama) 라 칭한다. 함바(Hamba) 라는 말도 있는 모양.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그제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샤하리아, 샤하르에서 '훈제 고기(ßægohi)' 라 칭하였던 육류 제품과 같은 종류인 음식들이었던 것. 샤하리아, 샤하르에서는 소시지(Kolbas) 류가 주로 보였고, '훈제 고기' 라는 이름으로 훈제된 고기들이 시장에 보이기도 하였지만, 하몬(Hamon) 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도 없었고, 모양새가 같지도 않았기에, 같은 종류임을 바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해당 고깃간에서 받아온 것은 시식용으로 훈제 고기 중에서 상급품으로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이고 건조시킨 것이며, 지역에서는 상급품으로 칭하는 것이라 하였다. 흥미를 느끼며, 나중에 사 볼 생각에 가격이나 알아봤는데, 상당히 비쌌다고. 그 가격이 1 조각 묶음에 250G(게) 였다고. 여담으로 차표값은 1 인에 30G. 당시 소지금은 580G 로, 무일푼 처지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샤하르에서 은행에 들러 800G 를 찾았었다, 여기저기서 일하고, 고기잡이, 몬스터 잡이 등을 해 가면서 벌었던 돈의 일부로서, 장기 여행을 대비해 마련한 돈으로 함부로 막 쓸 돈이 아니었고, 그래서 카리나와 함께 돈을 쓰고 있었던 것. 그랬으니, 그 고급품을 함부로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사 보자, 지금은 어림도 없고."
  이에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이쑤시개 하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아직 먹지 않았을 즈음, 카리나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어머니께서는 평소에 어떻게 일하시고 계셨는지 알려 달라고 부탁을 했고, 이 물음에 나는 고기잡이, 과일 농사 등을 하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이외에 작가 일도 하고 있었음을 이어 밝혔다. 작가 일이라고는 자신의 전기록을 쓴 것이 전부이지만, 원체 유명한 이야기였던지라 인세를 꽤 벌었다고 한다.
  "이번 일이 끝나고, 관련된 일을 글로 써 보면 어떠할까, 생각도 드는데."
  "어림도 없지, 터무니 없는 소리라는 말이나 들을 거야, 아마도."
  이후, 십자로 중앙으로 돌아오면서 카리나가 물음을 건네는 듯이, 어머니처럼 전기담을 기록해 보는 것을 권하였으나,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믿겨지지 않은 일로 여기어지기나 할 따름일 것이라고,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였다. 물론, 기록으로 남길 생각은 있지만-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이렇게 내가 그간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세상에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렇게 서로 간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시 십자로의 지점, 나에티아나와 미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와, 나에티아나와 마주할 즈음, 그로부터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 그것은 하몬(hamon) 아니에요, 이따금 몇 조각씩 사 먹고는 했었는데."
  "알고 있었구나."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에티아나는 바로 "그럼요." 라고 화답을 하고서, 자주 얻어먹은 적이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서 그는 나에게 상당히 짠 맛이 나서, 짠 맛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으며, 멜론 특유의 단맛과 잘 어울려서 같이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짠 맛으로 인해 호불호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긴 고깃 조각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직접 먹어보려 하였다.
  상당히 짜기는 했지만, 그래도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본래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자주 먹었던지라, 어지간해서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나름 장담할 수 있었고, 해당 음식은 내가 장담하는 그 영역 내에 당연히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리나, 미냐에게 맛 없다면 나한테 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받은 사람들 모두 그렇게 맛이 없지는 않았는지 다들 자기 몫을 잘 먹었다.

  "그런데, 이런 것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지 않나요."
  이후, 나에티아나는 그 정도로는 배를 채울 수 없지 않냐고 의문을 품었고, 그러면서 뭔가 다른 것도 먹어보자고 청했다. 그러자 카리나는 알겠다고 말하고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려 하다가 북쪽 길목을 향해 나아가면서 나와 나에티아나에게 따라가자고 청했다. 그렇게 나와 나에티아나가 카리나의 뒤를 따라 나서는 동안 미냐 역시 발걸음을 북쪽으로 향하는 일행의 뒤를 따라 나서고 있었다.
  길목의 곳곳에 먹을 것들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좌측의 가게들 중에서 기억나는 것으로는 젤리(Jeli) 가게가 있었으며, 우측의 가게들 중에는 새우(Sævy), 안초비(Ancovi), 대구(Hayf) 등을 밀가루 반죽에 묻혀 튀긴 것들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한 종류의 튀김들을 몇 개씩 묶어서 판매하고 있는데, 가게 자체는 작았지만 직접 튀겨 주는 곳이라 튀김이 무척 맛있는 곳이라 하였다.

뭐든 튀김을 미리 튀겨주는 곳. 가게는 작지만, 그래서 튀김이 언제나 맛있지요.
- 나에티아나

  대구살 튀김-그런 유형의 튀김을 모두 먹고 싶어했다-을 주문해서 한 봉지 분량으로 사고, 이어서 바로 건너편에 있는 젤리 가게로 가는데, 거기서 시장 등지에서 흔하게 보았던 젤리들 이외에 특이하게 생긴 젤리들을 보게 되었다.
  마치 끈을 연상케하는 검고 붉은 젤리들로 '릭비자(Likviza)' 혹은 '리퀴자(Likwiza)' 라 칭해지는 풀을 가공해서 만든 사탕의 일종이었다. 사탕이라 칭했지만, 일반적인 사탕과는 달리 젤리처럼 존득한 젤리의 일종이라 사탕과는 다른 느낌. 이 릭비자 혹은 리퀴자를 갈아서 찬 물에 타서 마시거나(Likvizasharbat) 아니면 이 음료를 차게 얼려서 먹는 경우(Likvizasherbet) 도 있지만 단 맛과 더불어 쓴 맛도 강하게 느껴지고 있어서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 음료도 있었어?"
  "샤하르에서는 샤르밧(Sharbat) 이라는 달달한 차가 있어서 나름 잘 먹었어, 그런데 릭비자 샤르밧은 특유의 맛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참 싫어하고는 했어."
  "가브릴리아의 두리안(Durian, Khaxiki) 이라 해서, 악마의 과일(Damonyerimi) 이라는 별칭을 가진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위치야?"
  그 이야기를 듣고, 카리나가 건네는 질문에는 맛의 영역이 다르다 여기어서 답을 하지는 못했다. 아무튼, 거기서 젤리도 몇 종류 사고, 과일도 사면서 나름 열심히 이것저것 사 가지고 갔다. 들인 돈은 100G-남은 돈 480G-. 돈은 이번에는 내가 다 냈고, 그래서 그 일을 두고 카리나를 참 원망 많이 했었다.

카리나 : 음료도 조금 사면 안 될까?
나 : 물 마셔!!!

  구매한 것들을 먹을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바로 먹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시장의 한 곳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시장의 서쪽 일대에 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의자가 있어서 그 의자에 모여 앉아서 사 온 것들을 하나씩 먹었다. 소박하게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 그 때, 카리나가 나에게 물었다.
  "스스로 돈을 내고 사 먹는 것이라 어때, 맛있지?"
  "…… 닥치지 못 해?" 물론 장난스럽게 답했고, 그것을 카리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 섭섭하기는 했다.

  식사를 마치고, 운동 삼아 거리 일대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기름진 것을 먹고 나니, 그 대신으로 운동을 이어가자고 내가 청한 것. 미냐가 나를 비롯한 일행을 계속 따라 다녔기에, 한 바퀴만 뛰기로 했고, 그 정도는 미냐는 할 수 있다고 여기어서 같이 거리 일대를 뛰었다. 학교에서는 식사를 마치고 나면 운동을 하는 이들이 늘 있었고,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주로 학교의 마당 주변을 몇 바퀴 씩-시간 여유에 따라, 시간 여유가 없는 날에는 한 바퀴만 뛰거나 생략했고, 시간 여유가 많으면 2, 3 바퀴를 뛰어 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나도 선배 학생들을 따라 5 바퀴 뛰어 다닌 적이 있었다, 체력 요건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 뛰지 못해서 혼내거나 했었어, 선배들이?"
  "…… 그랬지, 체력도 안 되면서 뭘 할 거냐고, 선배들이 그렇게 말하더라."
  오해 없기를 바라면서 하는 말이 있다면, 그 당시에는 때리거나 폭언을 한 적은 없었다, 핀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이후에 그들을 만났을 무렵, 그들로부터 자신들을 따라 뛰어가기를 강요한 것에 대해 무척 미안해 하기도 했었고. 그렇게 식사와 운동을 마치고, 딱히 더 갈 곳이 없어서 시장 거리를 벗어난 이후, 미냐의 요청에 따라 하미르(Hamir) 시가지의 중부 길목을 따라 나아가기로 했다.

  미냐가 가자고 요청한 곳은 하미르의 중부 일대에 걸쳐 있는 예술의 거리(Aramyrgil) 로, 서부 문화의 거리와 동부 배움의 광장(Valaplaza) 를 잇는 길목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서부 문화의 거리가 공연이 개최되고, 수많은 가게들이 활성화하고 있는 활발한 골목인 반면, 중부 예술의 거리는 차분하면서 운치 있는 분위기의 장소들이 곳곳에 있어서 하나하나가 온화한 매력이 있었다.
  "이런 곳들 중에는 음악판을 작동시켜 음악을 들려주는 곳도 있어요~."
  거리를 소개하면서 미냐가 한 말이다. 이외에도 미냐는 음악판이나 각종 유물들을 판매하는 곳도 있음을 밝히고서 한 번 둘러보면 좋다고 소개를 했다. 이렇게 소개하는 말에 카리나가 미냐에게 물었다.
  "미냐는 이러한 곳들을 둘러본 적이 있어?"
  "주로 이런저런 곳에서 만나는 언니들과 같이 가고는 해요, 이전에는……"
  이후, 미냐는 그 답으로써 그렇게 답을 하다가 말을 마치면서 나에티아나를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보며, 카리나가 자신의 왼편에서 걷고 있던 나에티아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참 좋은 친구였구나, 내티(Næti)."
  좌측 근방에 자리잡은 지하 가게를 둘러 보면서 음악판들을 하나씩 살펴 보았다. 음악판들은 과거에는 아르데이스(Ardeis) 행성계에서 만들어진 것을 받으며, 제작 기술 역시 아르데이스에서 전수 받은 것이었다. 아르데이스 행성인들의 발언에 의하면 과거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만, 초고대 시절에 만들어진 진품을 기기에 재생하면 물품이 바늘에 긁혀 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바늘을 강도 높은 금속으로 뾰족하게 만드는 것이 원인.
  가게를 적당히 둘러본 이후에는 근방에 있는 찻집에 들렀다. 외관부터 새하얗게 도장되어 있는 모습이 나름 분위기가 좋은 곳 같아 보여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안으로 들어가려 하였고, 이에 카리나와 나에티아나 그리고 미냐도 딱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번의 주문은 카리나가 전담하고, 카리나가 모든 돈을 다 내도록 하였는데, 이전에 카리나가 내가 돈을 전부 내라고 한 것에 대한 보복에 의한 일이었다.
  다만, 차의 가격은 튀김, 젤리 등에 비해 훨씬 비쌌고, 그래서 일부는 내가 부담했다. 80G 를 내가 내 주었고, 그래서 나에게 남은 돈은 400G 가 되었다. 일행이 차지한 자리는 입구 왼편의 벽 근방, 그 한 곳에 위치한 하얀 원탁이었다.

  찻집의 내부는 하얗게 칠해진 공간의 내벽 안에 새하얀 탁상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탁상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각자의 일을 하거나,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얀 벽에는 일정하게 간격을 두고 커다란 액자들이 하나씩 걸려 있었으며, 액자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그림을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었다, 찻집에 머무르는 이들 중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림을 감상하는 이도 있었다.
  입구 좌측보다는 우측이 더 넓었으며-건물의 현관문이 건물 좌측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측 방향에는 수많은 탁자들 너머로 계산대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계산대의 우측 건너편에는 하얀 탁자 하나가 놓여 있었으며, 그 탁자 위에 음악판 재생기가 놓여 있어서 재생기를 통해 고요한 분위기의 음악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탁자마다 놓인 잔들을 하나씩 바라보니, 그 찻집에서 사용하는 잔은 유리잔이 아닌 도자기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찻잔으로 마치 동방식 찻집 (Seyßïkafe) 의 찻잔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 이 찻잔은 그러한 외형에 둥근 손잡이가 달린 것이다. 전형적인 서방식 방식의 찻집 (Hanïßïkafe) 의 내부에서 동방식 찻잔이라니, 기묘한 느낌을 그 잔을 보면서 갖고는 했다. 카리나와 나에티아나가 받은 잔 역시 겉 부분이 갈색을 띠는 찻잔이었으며, 내가 받은 것은 하얀 바탕에 푸른 무늬가 그려진 잔이었고, 미냐가 받은 것은 다소 칙칙한 옥색을 띠는 잔이었다.

당시에 주문한 사항 :

  "초록 초코 우유? 괜찮을 것 같아?"
  카리나가 미냐의 선택에 대해 의아함을 느끼며 물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민트라는 것이 포함된 음료의 맛에 어린 미냐는 적응하지 못할 수 있고, 그래서 당황할 수도 있다고 여긴 것. 그러나, 이러한 물음에 미냐는 민트가 들어간 음식은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다고 말하고서, 그것에 대해 너무 걱정하거나 하지는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 때, 내가 나에티아나를 보면서 물었다.
  "저 아이에게 먹이거나 한 적 있지?"
  "없어요." 그러자 나에티아나는 당황하면서 답했다.

  따뜻한 분위기의 음악이 들려오는 동안 찻잔에 담긴 음료를 마시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변 분위기가 우아함을 드러내는 곳인지라 사람들의 복장도 대체로 잘 갖추고 있었으며, 차분한 분위기의 대화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타자기를 갖추고 뭔가를 쓰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작가나 기자인 듯해 보였다.
  "언니들, 궁금한 게 있는데, 저렇게 타자를 하다가 글자를 잘못 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개는 교정 부호를 이용해서 교정을 하지." 이 물음에 카리나가 바로 답을 하였다. 그리고 인쇄는 활자와 찍힘판을 통해서 하는 것이니까, 오자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임을 덧붙이기도 하였다. 이에 미냐가 카리나에게 물었다.
  "카리나 언니는 인쇄하는 광경을 보신 적 있으세요?"
  "봤지, 물론." 이 물음에 카리나는 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어렸을 때, 알던 친구-세나(Sena)-와 함께 학교 견학으로써 인쇄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음을 밝혔고, 그 친구는 인쇄소에서 일한 경험도 있음을 밝혔다. 나도 그 이야기를 어쩌다가 들은 적이 있었다만, 그 인상과는 전혀 다른 일면이 있어서 처음 이야기를 듣고는 많이 놀란 적이 있었다. 더 나아가서, 꽤 힘든 일거리를 많이 가졌었다는 이야기에 더 놀랐었고.
  "그렇게 가녀린 친구가 그런 힘 많이 드는 일을 했었다는 것이 믿겨져? 공사판 일이라든가."
  "마력을 기력, 물리력으로 전환해가면서 일을 한 것이겠지, 실제로 며칠 밤새 일하다가 며칠 잠들고 그렇게 하기를 반복했다는데, 분명 그랬을 거야."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그 친구가 한 번씩 선보인 '기행' 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미냐가 내 '친구' 가 어떤 사람이길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내가 이렇게 되물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 약하고 가냘픈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모종의 이유로 수레를 번쩍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아?"
  그 때 놀랐던 미냐의 모습은 지금도 잘 기억이 난다.

  미냐는 계속 앉아 있자니 심심해진 모양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왼쪽 벽의 그림들을 바라보다가 바로 우측 공간으로 뛰어가서 그 쪽에 자리잡은 음악판 재생기를 향해 다가갔다. 건물 내부 분위기에 맞춰서 하얗게 꾸며진 재생기를 가만히 보다가 계산대로 나아가서 점원에게 뭐라 말을 걸기도 했다, 멀리 있어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없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음악판에 대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음악판을 처음 보면 무척 신기하다고 여길 거야, 소리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그 커다란 원판, 매끄러워 보이는 원판을 바늘로 긁으면 음악이 들려오니까."
  "그렇지요." 이 말에 나에티아나가 바로 동의의 뜻을 드러내었다. 이후, 미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내 곁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나는 미냐 등과 함께 그간 있었던 일, 그리고 무나일, 가마일 산에서의 생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미냐에게 평소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가 고민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의외로 많은 시간이 그 동안 지나갔던 것 같다.
  찻집을 나서자마자 미냐는 집으로 가야 하겠다면서 떠나갔고, 그 이후, 카리나는 나에티아나와 함께 해안길을 가 보겠다고 해서 떠나가서 중부 거리에서 잠깐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잠시 예술의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가 성당 부근에 이르렀을 때,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었으니, 나에게 혼자서 자신과 대면하기를 원했던 노인, 프레드 바야흐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 할아버지, 지금 뭐하시고 계시려나."
  그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나는 그가 있을만한 곳으로 여긴 성당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라면 분명 그 시간 대-16 시 즈음이었다-라면 성당에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고 있었음이 그 근거였다. 저녁 기도 시각은 17 시이고-1 시경이 7 시, 9 시경이 15 시이다-, 그 시각에 맞춰 성당 부근에서 저녁 기도가 있을 것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러면서 성당의 본당을 둘러싸고 있던 성벽 부근을 돌아다니며, 비행복 차림의 노인을 찾아보려 하였다.
  "혹시, 비행복 차림을 하신 할아버지 분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비행복이라……" 한참을 찾다가 성당의 성벽 주변을 돌아다니던 검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하얀 옷차림과 푸른 치마 차림을 한 소녀에게 묻자, 한참을 생각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아, 생각 났어요!" 라고 말한 다음에 성당의 서쪽 부근의 어딘가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하고서 저녁 예배에 참여하려 했다가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간 것 같다고 말을 건네었다.
  "그렇다면 다른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시는 것이지요?"
  이 물음에 소녀는 그렇다고 답을 했고, 이에 나는 그로부터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여기며, 그의 곁을 떠나, 서쪽 거리 일대를 돌아다니며, 갈색 비행복 차림을 한 사람을 찾아보려 하였다. 찻집인지 가게인지는 몰라도 건물 내부에 있을 것임은 분명했고, 그래서 당장에 찾기는 어려워 보였기에 그를 찾는 일은 포기하기로 했다.
  "혼자 있는 동안에 할아버지를 보겠다고 했었는데…… 아쉽다."
  할아버지가 성당에 올 것 같다는 느낌이 있기는 했었지만, 예감만 있었던 것 같았다. 결국 성당에서 그를 만나 보는 것은 포기하고, 달리 갈 곳을 찾아보려 하였다. 그러면서 시가지를 지나쳐서 리베르타스 예술 광장(Libertas Aramyïrplaza) 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그 때, 광장의 가장자리 한 곳에 비행복 차림을 한 노인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옷차림을 한 이는 하미르에서는 한 사람 밖에 없었다, 프레드였다. 그렇게 뜻 밖의 장소에서 그를 마주하자마자 나는 바로 그를 향해 다가갔고, 그 이후에 그의 우측 곁으로 다가가서 그에게 말을 걸어보려 하였다.
  "프레드 할아버지." 그 목소리가 나가자마자 프레드는 놀라면서 "누구냐?" 라고 외치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자신의 우측-으로 돌아섰고, 그러면서 나와 마주하자마자 나를 보면서 반가움의 감정을 드러내며 인사말을 건네었다.
  "아아, 그러고보니 누구였더라…… 아, 아르사나였군. 나이를 먹고 나니,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어. 아, 그건 그렇고, 그 동안 잘 지냈나, 다시 보려면 하미시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프레드는 자신의 바로 앞에 놓인 벽면에 새겨진 낙서를 보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우측의 지워진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지, 그 여부를 물었다. 그러자 나는 어떤 존재의 이름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더 나아가 문구가 전하는 의미를 따라 그 지워진 것은 바로 괴물의 이름일 것으로 여기기도 하였음을 그에게 알리려 하였다. 그러자 프레드는 "그랬구먼." 이라고 나의 말에 대해 답을 하고서,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가브릴리아 바다의 한 구역에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진 전설적인 괴물이 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전설로 이름이나 전해지는 괴물답게 실체를 본 적은 없었다고 하였으며, 다만, 그 실체를 보았다는 이들이 곳곳에 있어서 그들을 통해 괴물의 전설이 지어진 것으로 여기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음을 밝혔다.

  그 괴물은 가브릴리아의 바다, 그 일부분의 깊은 곳에 살고 있다는 전설만 전해지고 있을 뿐으로 그 실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항간에는 바다뱀의 형상을 띠는 괴물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지만, 신빙성은 낮다고. 가브릴리아 바다에서 발생해 바다를 나아가는 배들에게 많은 위협을 가했고, 실제로 배를 침몰시키기도 했다는 거대한 소용돌이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었지만, 실체가 없었기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먼 옛날의 가브릴리아 바다 일대에서는 소용돌이가 발생해 그로 인해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 이 소용돌이는 한 동안 바다 일대에 자리잡으며, 가브릴리아의 뱃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겼지만, 어느 순간에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왜 소용돌이가 생성되고,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소용돌이 소멸 이후, 가브릴리아 일대에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조사를 행하였지만, 마땅한 결과를 내지 못하였다고 하더구나."
  이후, 프레드는 그렇게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소용돌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못하면서 그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 괴물의 전설이 오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더불어 프레드는 소용돌이가 일어난 해저 지점의 한 곳에 하나의 석판이 발견되었는데, 해당 석판에 이러한 어구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

NVNQVAM OBLIVISCERE
(Nunkuã Obliwiskere)

  "결코 잊지 말라, 그런 뜻이네요."
  그 어구를 듣자마자 나는 그 어구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며 말했고, 이에 노인은 "그런 거지." 라고 화답하였다, 이전에 내가 소용돌이 사건이 발생한 그 일대의 심해에서 발견된 그 석판의 문구가 알려진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전설 속 괴물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렇고, 프레드 역시 그 어구가 괴물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후, 프레드는 자신이 그 괴물에 대해 아는 바는 그 정도임을 밝히고서, 벽에 새겨진 어구를 보자마자 그 사건을 문득 떠올리며, 잠시 벽 근처에 서 있었다고 그간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건네었다. 그리고서 노인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
  "이제 동료들을 만나러 가 봐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서 그는 바로 그 광장 일대를 떠나려 하면서 나에게 이제 곧 성당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서, 뭘 하더라도 아침, 저녁 기도는 늘 잊지 않고 살아왔음을 이어 밝히기도 했다. 그 이후에 그는 동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서, 하미시에서 다시 만나자고 청하기도 했다, 저녁 기도 이후에는 다시 글라이더를 불러와서 하미시로 돌아갈 예정이 있었다고. 그렇게 내 곁을 그가 떠나가려 하자, 나는 그런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서, 해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카리나하고 내티는 여전히 해안가에 머무르고 있겠지, 이제 시내로 돌아오라고 해야 하겠다."
  라고,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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