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mission 5-0 : 2


  한편, 카리나는 나에티아나와 함께 조용히 해안길을 거닐고 있었다. 도중에 마주하게 되었는지, 미냐와도 다시 만나고 있었으며,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아무래도 우연히 다시 마주하게 된 모양. 다른 한 곳에서는 몇 소녀들이 모래밭에서 배구 놀이를 하고 있었다. 샤르기아와 달리 그 시기는 한창 더워질 때이기는 해도, 아직 여름 시기라 하기는 이른 감이 있었음에도, 배구를 하는 이들이 한결 같이 수영복 차림이었다.
  '세나에게 수영복 가지고 와 달라고 했어야 했나.'
  여름 시기가 이르다고는 해도, 해변에 왔다면 한 번 정도는 수영복 차림으로 지내보고 싶기는 했다, 물론 그 소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지만 이미 때가 저녁을 향하고 있는 그 시점에서 그런 부탁을 하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어차피, 다음에 갈 지역은 더욱 더운 지역은 가브릴리아인 만큼, 가브릴리아로 갈 즈음에 세나에게 부탁을 하면 된다고 여기기도 했기에,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모래밭 안으로 들어가서 계속 발걸음을 안으로 옮겨, 배구를 하는 소녀들을 지나, 해안에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카리나와 나에티아나, 그리고 미냐의 곁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렇게 내가 발걸음을 파도가 밀려오는 쪽으로 나아가는 동안 나의 귓가로 그들이 대화를 이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이렇게 조용히 바닷가만 걸어 다니는 취향은 아닌데."
  "하지만 한 번 정도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나요?"
  아닌 것이 아니라, 카리나는 활발한 성향이라 어디를 가든, 뭔가 활동을 하고는 했다. 도구가 없다면 어딘가에 가서 빌려오거나 가져오기도 하며, 그렇게 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놀 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티아나는 본래 성향이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서인지 여가 활동은 대체로 주변 일대를 거닐거나, 꽃을 감상하는 등으로 대체로 정적이었다. - 이는 프라에미엘(Praemiel) 역시 마찬가지라서 그의 취미 역시 독서나 글 쓰기 등의 정적인 것이었다.
  "그래, 나한테는 지루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일도 때로는 나쁘지 않지."
  그리고서 카리나는 나에티아나에게 천상 세계는 참 지루한 곳일 것 같다고 말하고서, 천사들은 늘 정적인 취미를 갖고 있지 않느냐고 그 이유를 말하였다. 나에티아나와 프라에미엘 모두 취미나 기본 성격이 정적이다보니, 그렇게 여길만도 했다. 이러한 말에 나에티아나는 딱히 답을 하지 못했다. 그 때, 미냐가 천사들 중에도 활발한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으며, 나에티아나가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일행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그들이 하미르에 오자마자 머물렀던 찻집 근처에 이를 무렵, 그들에게 다가가서 다른 곳으로 가 보자고 일행에게 청하려 하였다.
  "내티! 카리나! 곧 저녁 시간이야, 다른 곳으로 가 보자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그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카리나가 놀라면서 바다 뒤편의 높은 곳-하나야스 산의 산정으로 탑이 자리잡고 있다-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빛이 낮 때와 조금은 달라진 탑의 빛을 보면서 곧 저녁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후, 내가 카리나 등의 곁으로 오자마자 미냐가 나를 보더니,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하고서 나는 어디에 있느냐고 카리나에게 물은 적이 있음을 밝혔다.
  "그 때, 내가 저 아이에게 시가지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어."
  "그랬었어?"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선뜻 놀랐었던 것이, 누구를 만나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곁에 없는 동안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었는지를 프레드 노인이 했던 말-나와 독대를 했으면 좋겠다-을 상기하면서 그를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말하거나 하지는 않으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실제로 누군가 만나게 됐는데, 잘 예상을 했었네."
  이후, 나에티아나는 미냐에게 계속 해안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냐고 물은 이후에 아직 어린 나이라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느냐고 묻자, 미냐는 그런 나에티아나 앞에서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내밀며 말했다.
  "헛된 걱정 말아요, 저도 알만한 것은 알고, 그렇게 어리지도 않아요!"
  "그런가요?" 이에 나에티아나는 그저 멋쩍게 웃을 따름이었다. 아무튼, 나는 카리나 그리고 나에티아나를 이끌고 다시 시가지로 돌아갔다. 저녁은 먹지 않았는데, 저녁은 기차에서 제공해주는 식사가 있어서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후, 일찍이 알아본 곳인 중앙 대로 남서쪽의 기차 모형이 자리잡고 있다는 그 찻집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본 적이 없는 특이한 광경을 보면서 저녁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늦게 다시 시내로 나와 여기저기 둘러보기로 한 것.

  장소는 아침 일찍부터 알아보았지만, 이래저래 저녁 시간 즈음 되어서야 들르게 된 곳으로 상가 2 층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큰 장소였다. 해당 공간의 테두리에 걸쳐 거대한 모형 선로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선로 위에 모형 기차가 자리잡고 있었다. 모형 기차라고 했지만 그 크기는 상당히 커서, 아기 정도는 앉을 수 있어 보였다. 이 모형 기차는 실제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속도는 당연하겠지만 느리게 움직이게 되어 있었으니, 이 열차가 빠르게 움직였다가는 그 움직임에 사람이 부딪치는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입구 왼편에는 창가가 자리잡고 있어서 창가를 통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던 곳. 이 찻집은 치즈 케이크(Gudïjeshkek) 와 치즈(Gudïjesh) 가 포함된 각종 카페 및 온음료 류를 취급하는 곳으로 가끔씩 움직이는 열차와 공간 우측의 한 곳에 놓여 있는 타자기를 사용해 보는 재미로 이용했던 것 같다. 언제나 그렇지만, 문자가 돋을 새겨진 버튼을 눌러 글자를 인쇄하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시간은 창가 너머로 보이는 하늘과 그 하늘 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거리의 모습을 구경하며 보냈었다. 케이크가 유난히 맛있는 것도 아니었고, 차가 좋았던 것도 아니었으나, 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된 시간이었다는 것. 이외에는 케이크와 차맛처럼 별로 특이할만한 일이 없었던 시간이었다, 근처의 탁상에 특이하게 생긴 자판이 탑재된 기기로 타자를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그 자판은 "속기 자판(Stenopan)" 이라 칭해지며, 해당 자판에 대해서는 이전에 세니아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다. 두 개의 부분으로 구분된 판으로 각 부분은 15, 18 개의 버튼들이 3 열을 이루며 배치되고, 그 아래에는 3 개씩 버튼이 자리잡고 있는 특이하게 생긴 자판. 이 자판을 잘 활용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글을 쓸 수 있어서 녹취록 작성 등에 유용하다고 세니아가 밝힌 바 있다. 그가 보았던 속기 자판의 글자 배치는 이러했다고 :
1 2 3 4 5 6 7 8 9 0 - S T P H * * F P L T D S K W R x x R B G S Z A O E U - x 는 공백을 의미한다.

  일부 자판에 없는 글자들은 특정한 순서대로 글자 버튼을 눌러야 종이에 찍힌다고 하는데, 그 순서는 아래와 같다고 했다 :


  "속기 자판이잖아." 자판을 보자마자 카리나가 그 자판에 대해 말했고, 나는 이에 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볼 때마다 무척 신기한 자판이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딱히 그렇다고 답을 하지는 못했다.
  "자판 사용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인쇄 후, 오자가 발견될 때의 심란함은 어찌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손으로 글 쓰는 것보다는 많이 편하다는 말을 건네기도. 지금도 나는 휴대 자판을 이용해 글을 쓰고, 자판 기계가 기억하고 있는 글을 인쇄하고 있다.




  찻집에서 나갈 무렵-18 시 20 분 즈음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으며, 바닷가 서쪽의 등대가 밤 시간에 맞춰 하얗게 빛을 내기 시작하고, 그와 더불어 길가의 가로등들 역시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야경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였다. 집집마다 하얗게 빛을 발하는 풍경이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만들어 가고 있었으니, 그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광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공원에서는 길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으며, 그와 더불어 악사들이 공원 곳곳에 악기 연주를 하고,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나야스나 가브릴리아, 미카엘리스(Mikaelis) 등의 동부 지역들은 각종 공연들이 활성화되어 있고, 야경이 무척 화려해서 매력적인 곳들이 참 많았기에, 한 때는 해당 지역들에서 사는 사람들을 무척 부러워 한 적도 있었다, 특히나 샤하리아(Shaharia) 는 대체로 분위기가 어두워서 샤하리아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야경이 밝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무척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한 동안 이러한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돌아다니다가, 해안가 서부의 등대에 이르자마자 등대 부근의 길목에 자리잡은 난간 부근에 여타 사람들처럼 서 있으면서 머무르려 하였다, 남은 시간은 그래봬도 대략 3 시간 반 정도였다. - 당시에는 내가 왼편, 카리나가 그 오른쪽, 그리고 나에티아나가 카리나의 우측이었다. 쉽게 말해, 카리나를 중심으로 나와 나에티아나가 좌우에 서 있었던 것.

  "샤하리아도 나름 야경을 잘 꾸미면 괜찮은 곳이 될 텐데……"
  "대체로 사람들이 엄숙한 편이야, 요란하게 뭔가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
  이후, 나에티아나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아쉬움을 느끼며 건네는 물음에 내가 그렇게 답을 하였다. 감빛 기운의 사람들-민족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케레브 족의 타락한 전사들이 행성인들을 분열 시킬 목적으로 해당 용어를 사용한 탓-은 대체로 빛으로 요란하게 뭔가를 꾸미며 살아가지 않으며, 대체로 조용하게 삶을 이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밤이 되면 정말 거리가 적막함이 느껴질 정도로 고요해지며, 그래서 수도원이 마을 주변에 있으면 수도사들의 성가 소리가 창가 너머로 들려오기도 한다.
  "샤하르 근처에 수도원이 있었다고 했지?"
  "그랬지, 그렇게 큰 곳은 아니지만, 훌륭히 단장되어 있는 곳이라 근방의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곳이야. 내가 일한 곳이 바로 그 수도원이었지, 수도원 이름이 '샤멜카(Shamelka)' 인 것으로 알고 있어."

  샤멜카(Shamelka), 옛 이름은 샤멜하(Shamelkha) 로 할머니이신 '아르샤(Arsya)' 는 해당 이름으로 아시고 계셨다고 한다. 내가 아는 바로 과거의 어떤 세상에 있던 수도원의 이름에서 유래된 이름이 부여된 곳으로 샤하리아에서 가장 큰 수도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규모가 큰 수도원으로서 샤하르 근방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샤하르를 가로지르는 샤하리아 강(Shahariay Galam)의 북측에 있는 바위 위에 자리잡고 있다.
  근방에는 수도원과 같은 이름을 가지는 작은 도시가 있으며-이름의 변천 역시 수도원 이름의 변천을 잘 따라갔다-, 건물과 지붕의 색을 통일해서-지붕의 색은 하늘색, 몸체의 색은 하얀색- 통일성의 아름다움을 주고 있음이 그 특징으로 길목마다 하늘색 빛을 발하는 가로등이 놓여 있어서 어두울 때에 그 빛이 거리의 모습을 은은하게 비쳐주어 어둠을 비추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은 물론, 거리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보일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예배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선형을 이루고 있으며, 사람들에 따라 그 화려한 형상이 장미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수도원의 장미(Abeyayrosa)' 라 칭해지기도 하며, 그 내부가 무척 화려하게 치장되어 실내 모습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곳이라 한다.

  여타 세상의 수도원들과 마찬가지로 이 수도원 역시 장서관을 갖고 있었으며, 장서관을 가진 수도원이 행하는 중요한 일은 행하는 일은 구 문명이 남긴 책들을 수집해서 보관하고, 책의 내용을 베끼거나 번역해서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었으나, 인쇄술이 발견되어 통용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 역할이 보다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다만, 세상에 함부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정보들을 선별하는 것은 여전히 수도사들의 몫으로 남아 있으며, 수도원들에는 그 어떤 곳들보다도 많은 금서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 이러한 금서들은 수도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금서 보관고(Makhazita Biblidrï Larisagos)' 라는 곳에서 소장하게 된다고.
- 금서들 중에는 그렇게 위험한 내용들은 극히 적으나, 진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사람들을 저주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 등, 서술적인 문제가 많은 것들이라 금서로 지정된 것도 있는 모양.

  "샤하리아에서 가장 큰 수도원은 어디에 있는데?"
  "샤하르 동쪽의 강가 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 한 때는 수백명의 수도사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해당 수도원은 현재 폐쇄되고, 수도사들은 환속하거나, 다른 수도원으로 흩어져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을 밝혔다. 상당히 오래 전의 일이고, 현재는 여행지가 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수도원의 장서관은 샤하르에서 온 관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수많은 금서들을 관리할 필요가 있어서 장서관까지는 문을 닫지는 않았다고.
  "그러고 보니, 금서라고 돌아다닌 두루마리에 이런 끔찍한 문장을 본 적이 있어."
  그러다가 문득 수도원에서 유출된 두루마리를 본 기억이 떠올랐음을 밝히고서, 이어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끔찍한 말이 라티나(Latina = Latena) 어로 적혀 있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대체 무슨 말이었길래?"
  "그게 말야…… 'Peius canibus? Quae quidem est! Homines omnes improba sunt qui plane peius canibus et felibus sunt! (*1) (Peius kanibus? Kway kwidẽ sunt! Homines omnes improba est kwi est plane peius kanibus et felibus sunt)' 라는 문장이었어."
  "…… 누가 쓴 글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카리나와 나에티아나 모두 표정이 싹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카리나는 심각해졌고, 나에티아나는 충격을 받은 듯, 정신이 멍해지고 있었다. 이 물음에 나는 모르겠다고 답을 하고서, 찢겨진 종이 조각에서 본 문구였는데, 아마도 해당 글을 보면서 수도사 역시 크게 충격을 받아 해당 부분을 찢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을 한 바 있음을 밝혔다.

  "이후의 글은 기억나지 않아?" 몇 문장이 사실 더 있기는 했지만, 대충 둘러보기만 해서 자세하게 기억하지는 않았다. 다만, 몇 가지 단어는 기억할 수 있었는데, regunt(지배하다), pestibus(전염병들에게) 정도. - 워낙 인상적인 단어라 기억하고 있었다.
  "옛 세상에서는 라티나가 그렇게 많이 통용되고 있었어?"
  "그러할 리가, 라티나를 유창하게 잘 하는 사람이 쓴 글이었던 것 같아. 아마도, 유난한 사람으로 여기어졌겠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금서로 간주되어 봉인되는 서책들에 쓰이는 글은 대략 그 정도임을 밝히고서, 고개를 돌려 나에티아나를 향해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왜 이러한 글들이 금서로 지정되는지 알겠지?"
  "잘 알겠어요." 그리고서 나에티아나가 그 물음에 바로 알겠다고 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금서의 예시를 보여주는 예임을 밝힌 이후에 나에티아나는 물론, 카리나에게도 일련의 내용들은 사람들에게 발설하거나 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해 주었다.
  "그 정도야, 기본이지, 나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러한 물음에 카리나가 바로 답했다.

  어둠이 내리면서 빛나는 등을 달고 있는 배가 등대가 설치된 방향에서 길이 이어지는 방향을 따라 나아가면서 물보라를 길게 일으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기잡이배들로서 한 번씩 크고 작은 고기잡이 배들이 바닷가를 따라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따금씩 커다란 배들이 동쪽 방향에서부터 느릿느릿하게 서쪽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각 배들마다 달아놓은 등들이 다양하게 색을 내고 있어서 특히 큰 배일 수록 더욱 화사한 풍경을 만들어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고 있었다.
  "저런 배 타고 싶은 생각 있지 않아?"
  "대개 비싸, 저런 배의 입장권."
  이후, 내가 카리나에게 물음을 건네자, 카리나가 바로 답하였다. 그러면서도 누구라도 입장권을 그냥 준다면 한 번 정도는 바로 탈 수 있다고 말을 건네기는 했다, 분명 보통 경험은 아닐 것이라 하면서.
  "그런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이 물음에 카리나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밤을 맞이한 거리에는 건물들과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길마다 하나씩 수레가 자리잡고 있어서 각 수레마다 음식을 한 종류씩 취급하고 있었다. 그 당시 일행은 등대 부근에 있었으며, 등대 부근에 자리잡은 수레에서는 빵 조각을 튀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빵 조각들을 튀겨서는 그 사이에 잼을 바르고 있었던 것으로 과일 잼, 초코 잼 등 다양한 종류의 잼이 있었다.
  "저녁 식사는 기차에서 할 수 있다고 했지?"
  "예." 마차 앞에 서 있던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뒤쪽에 있던 나에티아나가 바로 답했다-당시, 나와 카리나는 좌우로 나란히 있었고, 나에티아나는 약간 떨어져 있었다-. 그러자 카리나는 그냥 마차에서 먹는 음식으로 대신하고, 기차 식사는 그냥 하지 않는 것으로 하면 안 될까, 라고 제안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나 나에티아나는 바로 카리나에게 튀김 요리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당시 수레에 명시되어 있던 요리들의 가격표는 가장 저렴했던-딸기잼 빵 튀김(Thalijam adbi paytüdy) - 요리가 4 개에 250G 였다, 그 4 개가 1 인분 분량으로 기차 저녁 식사는 500G 였다.
  "1 개 반 정도 먹으면 식사 1 인 분이겠지만……"
  그러면서도 본래 저녁은 조금 먹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 750G 주고, 세 사람이 1 개씩 먹기로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이에 나에티아나는 알았다고 하고서, 자신이 나서서 수레로 나아가서 카리나가 요청한 대로, 1 인 분의 빵 튀김이 포함된 봉지 3 개를 기다리고 있던 일행을 향해 가져왔다. 더 나아가, 나에티아나는 일행이 이용할 수 있는 음료-과일즙-도 하나씩 마련해서 나름의 식사 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서, 일행은 시간이 될 때까지 밤거리 구경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다가 시각이 21 시를 넘겨 21 시 10 분 즈음이 되자, 이제 때가 됐다고 여기면서 카리나에게 이제 갈 시간이 됐음을 밝혔다. 출발 시각이 22 시이고, 걸어서 가야 했던 만큼, 가급적이면 그 시간 대에는 서둘러 갈 필요가 있었다.
  "아침에 경찰서에서 나올 즈음에 차표로 시각 확인할 즈음에 몇 시간 남았다고 했지?"
  이후, 카리나가 건넨 물음에 내가 12 ~ 13 시간 남았다고 답했음을 밝혔고, 이에 카리나가 그런 나에게 그 시점에서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음을 이어 밝인 이후에 그리고서 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 시간이 그 때의 생각대로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
  이러한 물음에 나는 조용히 동의의 뜻을 드러내었다, 그 말대로, 막연하게 길기만 했던 시간이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어느새 지나가, 일행이 타야 할 열차가 출발할 때에 이르렀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저것 먹은 것 덕분에 저녁 식사는 그냥 지나치기로 했지만, 나에티아나의 제안에 따라 식사가 제공되는 상황에 따라 달리 결정을 내려보기도 해 보자고 청했고, 이에 나는 그러한 그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그냥, 내일 아침 식사를 안 하면 되지 않겠어?"
  "그 대신, 거리 일대를 돌아다닌다던지?"
  이후, 카리나에게 되묻자, 카리나는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는 동안 일행은 문화의 거리 끝자락의 강가를 지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서 강 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기차역에 도달했다. 기차역 주변 일대로 갈라마 지구(Galamaeri) 로 칭해지는 지역에는 작은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 작은 마을은 그간 보아왔던 하미르 시가지와는 건물 모습이나 분위기 등에서 차이가 많았다, 도시에 속한 작은 지역의 성격을 띠고 있었던 모양.
  갈라마 지구 일대의 마을에는 여러 상점들과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밤 시간대라서 그러한지, 고요했으며, 이는 밤 시간대가 되어도 화려함이 그치지 않았던-오히려 더욱 화려했던- 하미르의 해안가와는 대비되는 일면이 있었다.

  갈라마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갈라마 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고, 그러면서 입구의 좌측에 자리잡은 작은 시계탑의 꼭대기에 자리잡은 시계로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시계탑이 가리키는 시각은 21 시 35 분 즈음으로 열차 출발 시각까지 25 분 남았다.
  "생각 외로 많이 남지 않았어?"
  "그렇기는 하네." 가자는 제안은 내가 했다. 서부 해안에서 문화의 거리 끝 너머에 자리잡은 기차역까지 나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기차를 타기 전에 정비를 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여기어서 시간을 상당히 넉넉하게 잡은 편. 그런데 막상 역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 소요는 그렇게 길지 않았고, 상당히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할 필요가 생겼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문화의 거리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
  "그래, 그렇게 하기에는 모호한 시간이기는 하지."
  카리나가 건네는 아쉬움의 말에 내가 그렇게 답을 하였다. 카리나도 그렇지만, 나 역시 아쉬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15 분만 더 오래 머물렀다면, 10 분 정도 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기차를 타면 그만이었는데, 라고 생각하니, 이른 시기에 시가지를 떠나 역으로 온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느껴진 것. 그렇다고 시가지로 돌아갈 수도 없었으니, 승강장으로 가서 기차나 기다리자고 말했다.

  승강장은 입구 바로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건너편에는 선로가 자리잡고 있었다. 승강장 가장자리 쪽으로 나아가서 좌우를 살펴보면서 해당 선로의 동쪽 방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끊기며,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선로 방향을 보고난 이후, 승강장의 벽 한 곳에 지도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지도를 향해 나아가서 해당 지도에 그려진 선로가 이어진 방향을 보았다.
  지도에 그려진 선로에 의하면 갈라마에서 출발한 기차는 한 동안 서쪽 방향으로 나아가다가 서쪽 변경의 수풀 지대-그 방향에서 역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전환, 그 이후에 산길을 따라 하미시 지역까지 나아가도록 되어 있었던 모양. 선로마다 자리잡은 모든 역에서 정차하도록 되어 있었으며, 서쪽에는 역이 1 개, 그리고 남쪽 방향에는 10 여 개의 역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 사이의 간격은 대략 몇 킬로메테르(kilometer) 정도.
  "그렇다면, 중간에 내리는 사람은 마지막 기차를 타면 주의해야 하겠네, 그렇지?"
  "그러하겠지, 잘못 내리면 밤새 그 곳에 있어야 하니까."
  지도를 보면서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바로 답했다.

  일찍 도착했다고 여기고 있기는 했지만, 그 이른 시기에도 마지막 기차라서 그러한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승강장 일대에 모여 있었다. 이전 기차와 이후에 올 기차의 시간 간격이 상당히 긴 것도 한 몫 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시간대를 알아보니, 2 시간의 차이가 있었다-바로 직전의 기차 출발 시각은 20 시였다-.
  "하미시에 도착하면…… 바로 유적지 쪽으로 갈 생각이지?"
  "그래, 그 관광 지역 폐쇄 원인이라는 케레브 전사들을 제압해야 할 테니까."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느냐며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이번 일로 마을 사람들이 일이 잘 안 돼,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인 만큼,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카리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동의를 드러내었다. 이후, 카리나는 남은 시각을 보고 싶어하였고, 그러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얼마나 기다리면 되려나."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 같아, 저기 시계를 봐."
  그리고 그 말에 내가 그렇게 답했다. 역의 승강장에는 좌측과 우측에 하나식 시계대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각 시계대마다 같은 시계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계대의 시계 바늘들이 가리키는 시각은 9(21) 시 40 분 즈음이었다.
  "아직 한참 남았네, 아직도 20 분 씩이나……"
  그리고서, 카리나는 역의 승강대에서 기다리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라 여기면서 뒤쪽의 벽에 붙어 있는 의자로 나아가서 그 의자들 중 한 곳-5 개 의자들 중 가운데-에 앉았고, 내가 바로 그 왼편에 앉았다. 그러는 동안 나에티아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카리나 역시 그의 부재를 이상하게 여기었는지, 그에 대해 나에게 물었다.
  "카리나, 내티는 지금 어디에 있어?"
  "아아, 미처 보지를 못했어…… 어?" 답하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는 도중, 왼편의 역사 내부와 승강장을 잇는 문 근처에서 근방에 자리잡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나에티아나의 출신이 출신이다보니, 자연스레 그러한 행동이 나온 듯해 보이며, 그래서 그를 일단 발견한 이상, 놓아두기로 했다. 한참을 재미있게 놀아 주다가, 시각이 대략 5 분 정도 남자, 나에티아나는 그제서야 아이들과 헤어져서 일행이 위치한 곳으로 나아갔다.
  "암만 그래도 알림 없이 일행과 떨어지려 하지는 말아, 갑자기 없어져서 다들 놀랬어."
  그 때, 카리나가 그런 나에티아나를 보며, 주의를 주는 말을 했고, 그 주의를 듣고, 나에티아나는 주의가 부족했음을 밝히며,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카리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언제 언짢았느냐는 듯이 표정을 풀면서 말했다.
  "5 분 전이야, 곧 기차 오겠다."
  아니나 다를까, 기차 도착 5 분 즈음 전이 되니, 어느새 선로 위로 기차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차를 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를 비롯한 일행 모두 하나씩 기차를 타기 시작했다. 일행이 타기로 한 기차 부분은 5 호차, 5 번째 부분으로 좌석 명칭은 9A, 9B 그리고 9D 였다. - 열차는 통로를 기준으로 좌우에 2 개씩 의자가 위치하고 있었으며, 나아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열의 순서는 A, B, G, D 였다. 9 는 기차의 각 부분에서 나아가는 방향 기준으로 9 번째 행에 위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가 9D 좌석에 앉고, 9A, 9B 는 카리나와 나에티아나가 나란히 앉기로 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견디어 낼 수 있다고 여기었고, 또 외부인이 G 자리에 앉으면 그를 통해 뭔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그 자리를 선택한 것.
  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기차 내에서 일하는 사람이 하나씩 담요를 주었고, 카리나는 담요를 덮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 와중에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이 드는 도중에 기차는 긴 시간 동안의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8 시간 동안의 기차 여행. 그 기차 여행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각 여객석은 2 명이 하나씩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며, 좌석마다 위쪽에 하나씩 선반(Gezhi) 이, 그리고 좌석이 위치한 건너편에는 침대(Jamdapan) 가 하나씩 놓여 있어서 그와 더불어 수건(Aish), 이불(Ybr') 들이 몇 개씩 비치되어 있었다. 열차 중에서 4 호차는 욕실들이 자리잡은 곳으로 간단히 몸을 씻을 수 있기도. 그런 곳이라 한 명씩 수건을 들고 나가서, 4 호차로 나아가 몸을 씻고 나오기도 했다.
  "카리나, 침대에서 잘래?"
  3 명 중에서 마지막으로 욕실에서 나온 카리나를 맞이하며 내가 그의 몫으로 이불을 꺼내주며 말했다. 그러자 카리나는 고맙다고 하면서 바로 건너편 침대에 누웠으니, 돌아다니며 많이 피곤했던 모양. 이불을 꺼내준 후, 나는 앉아야 할 자리였던 우측 자리로 나아가서 창가에 앉았다. 한편, 창가에 앉은 나에티아나는 잠이 오지 않았는지 창가에 있으면서 어둠에 잠긴 창밖 너머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미리 꺼내두었던 이불을 들고 자리에 앉은 다음에 이불을 나 자신에게 덮었다. 그리고 건너편에 앉은 나에티아나 그리고 카리나의 모습을 비롯해 주변 일대를 둘러보면서 혹시 내 곁에 누가 앉는지를 보려 하였다.
  한 동안 아무도 앉지 않다가, 조금 시간이 지날 무렵, 다급히 누군가가 열차 안으로 들어오더니, 바로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간신히 시간을 맞춰서 왔는지, 정신 없는 듯이 뛰어서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바로 짐을 내려놓았다. 초록색 긴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소녀로서, 키가 컸지만-특히 다리 길이가 길었다- 상당히 가녀린 체격의 소유자로서, 연두색 셔츠와 어깨 끈이 달린 새하얀 원피스 드레스 차림을 하고 있었다. 드레스의 허리 부분에는 초록색 띠가 달려 있었으며, 아무래도 장식이었던 모양. 머리에는 사다리꼴 그릇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
  옆에 앉은 이의 초록색 눈동자를 품은 눈을 가진 앳된 외견의 소녀를 보면서 나는 그가 소문으로만 듣던 세니티아(Senitia) 성계의 정령들 중 하나일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초록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으며, 녹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던 만큼, 땅의 정령(Dryad) 이었을 것으로 여길 수 있었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그 땅의 정령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선반에 자리잡은 수건 하나를 들고 어딘가를 향해 나아갔다, 아마도 4 호차였을 것이다.
  "땅의 정령이네, 그렇지 않아?"
  "맞아." 이후, 건너편에 앉은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는 동안 기차 내부가 덜컹거리기 시작하더니, 이후에 기차 내부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다가오면서 창 밖의 풍경이 점차 움직여 가기 시작하였다. 열차가 출발한 것이다.
  차는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평상시 운행도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었다고 하나, 그것보다도 더욱 느렸다고 하니, 빠르지 않을 것임은 그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바. 잔잔하게 흔들리는 열차 내부는 오히려 더욱 편안한 잠을 불러오는 것일는지, 열차가 운행되는 동안 어느새 카리나는 잠들고 있었다.

  창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어둠에 잠긴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5 호차 입구로 땅의 정령이 돌아오고 있었다. 자신의 자리, 내 옆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그 땅의 정령은 수건을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조용히 자리에 앉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의문을 품었다, 왜 혼자 앉을 수도 있는데, 서로 친하지도 않은 내 곁에 앉으려 했을 것인지에 대해. 이후, 땅의 정령은 내가 했던 것처럼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바로 곁에 앉은 나를 보면서 물었다.
  "혹시 하미시(Hamisy) 로 가시는 분이신가요?"
  "예, 그래요,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그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자 땅의 정령은 곧바로 다음 물음으로 유적지로 가려 하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도 내가 그렇다고 답을 하자, 땅의 정령은 그렇다면 앞으로 같이 행동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임을 밝히고서.
  그의 이름은 '셀린 스마라즈나 라사일(Selyn Smarajna Rasayl)' 로, 본래는 세니티아의 대륙 동부 지역, 루데스 숲(Ludesï Suv) 출신인 땅의 정령이었다. 타락한 엘베(Elve) 혹은 엘페(Elfe) 무리가 일대에서 모종의 일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해당 사건의 진상 파악 및 원흉 처단을 위해 나서게 되었다는 것. 다만, 고향 행성에서 파견된 이는 아니고, 얼마 전부터 하미시에 거주하다가 사건이 발생하고, 고향 행성에서도 일이 알려지게 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혹시 어떤 분인지,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이후, 나의 이름을 묻는 셀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에게 내가 내 이름을 바로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는 알겠다고 답을 하자마자 바로 수백 년 전에도 이러한 이름을 가진 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서, 혹시 나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내가 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저의 증조모 되신 분이세요, 저는 2 세이고요."
  "역시……" 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셀린은 예상대로라고 생각한 듯이 말했다. 이에 내가 증조모를 아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셀린은 세니티아 행성계에서도 이름이 나름 알려진 인물임을 밝히고서, 은하의 행성계들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업적을 남긴 사람이었음을 밝혔다.
  "주로 억압, 탄압의 여파로 억울하게 고통 받는 소수 민족들의 구원에 앞장서 나서고는 했지요, 무력이 딱히 강한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위험도 자주 겪은 인물이라 되어 있어요."
  해당 이야기는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여기저기 여행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 오신 분들일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실은 증조모의 경우에는 나름의 역사적 인물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가족에 대해 간과한 사항들이 있었음을 인지해야만 했다. - 다만, 그가 능력이 강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어머니나 할머니에게도 들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애초에 선조들은 마력으로 명망이 높은 이들은 아니었다.
  "잘 몰랐어요, 어머니로부터 은하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주 선행을 베푸신 분 정도로만 알아서……."
  "그러셨군요." 이에 셀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거나 하지는 못했음을 밝히고서 이미 800 여년 전의 인물이라 자신도 기록이나 속설 등을 통해 아는 바가 전부임을 밝히기도 했다.
  "하미시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설명 드릴 수 있어요?"
  "물론이지요." 이 물음에 셀린은 환하게 목소리를 내며 답했다. 그리고서 산악 지대에 위치한 도시로서, 과거에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Primacivilizatï Than') 로 알려진 곳이라 소개하고서, 이어서 시가지 곳곳에 옛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는 멋진 명소라고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조명 덕이기는 해도, 밤에도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곳으로 '황금의 도시(Awraney)' 라는 명망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해당 사항에 대한 기대를 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열차에 타고 있는 동안 문답을 통해 셀린으로부터 들은 땅의 정령들의 동향은 이러하였다, 예로부터 주 근거지는 루데스 숲이지만, 점차 숲을 떠나, 다른 지역에 정착한 이들도 있으며, 수풀이나 초지대, 그리고 구 시대의 폐허 등지에 거주하고 있음을 밝혔다-구 시대의 폐허 중에서 탑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바람의 정령(Sylfid) 들도 발견할 수 있다고-. 나무로 만든 오두막집에 거주하는 경향도 갖고 있지만, 예로부터 그들은 행성계의 수풀에 묻힌 폐허를 적당히 개조해서 거처를 만들어 거주하는 풍습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번화가의 흔적이 자리잡은 숲이나 초지대에서는 번화가에 높이 세워진 탑들을 거주 구역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 다만, 바람의 정령들은 이러한 탑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낮은 곳을 선호하는 땅의 정령들에게는 적은 경우라 하였다.

  이러한 폐허나 유적은 초지대 뿐만이 아니라 숲에서도 발견되며, 다르시스 숲(Darsisï Suv) 이라 칭해지는 거대한 밀림 지대-동으로는 아르나이(Arnay) 서로는 몬다스(Mondas) 북부 지역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숲이다-의 중심부, 나무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개울가의 수풀 지대에서는 개울가 주변 일대의 수풀 속에서 각종 고문명의 잔해들이 발견되더니, 이후에 다르시스의 해당 수풀 지대가 번화가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을 정도. - 실은 수풀 지대는 물론, 개울이 가로질러 가는 숲의 일부분까지 번화가의 일부분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오래 전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

Quando homines vanescat, civitas silvae reveniat.
=uman saraj jeye, ney suvye dorira.
(사람이 사라지는 때에, 도시는 숲이 되리라)

  땅의 정령들은 초지대와 숲을 가꾸는 일에 주로 종사하며, 동물들을 위협할 수 있는 문명의 잔해를 제거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문명의 산물에 대한 연구에 적극적이어서, 고문명이 남긴 사물들을 재현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고 한다. 다만, 기반 기술은 거의 전무하며, 그래서 유사하게 재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그럼에도 마법 지팡이나 창의 변종으로서 총기를 개발하는 등, 불의 정령들(Salamandra) 들과 더불어 문명의 선구자라 칭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들려온 이야기에 의하면, 세니티아의 정령들은 계약에 의해 오래 전부터 행성계에 심각한 병이 전파되어 갈 경우에는 요청이 있을 시에 해당 병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으며, 성계에서는 대가 없는 봉사를 하고 있다지만, 온전한 무료 봉사는 아닌 것이, 계약에 의한 대가는 계약을 맺은 측에게 확실히 요구하며, 요구에 불응하면 무력 행사를 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꽤 수익이 많으며, 세니티아 성계의 수입원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래도 정령들은 생체들의 병과는 연관이 없으니까, 안전하게 질병 등의 재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러하지요." 해당 일에 대해서는 셀린은 근래에 자신도 나선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법에 의지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각종 시약들을 만드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신도 해당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약들을 받아왔었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곳들에서 나타나는 약들의 제조 방법까지는 파악하지 못해서 약은 제한적이라 해도, 가능한 많은 양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나서 셀린은 해당 사항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였으니, 그 일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차에서 가볍게 이야기하기에는 무겁고 심각한 주제일 수도 있음이 그 이유였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마치고 난 이후, 셀린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채로 옆 좌석의 사람들에 대해 혹시 동료들인지에 대해 물었다, 인상만 보면 알 수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동료로서 동행하는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음이 물음을 건넨 그 이유라고.
  "맞아요, 오래 전에는 동료로서 일터에 동거하기도 했었고……"
  "그렇다면, 지금은……"
  이후, 셀린이 건네는 물음에 나는 몇몇 동료들과는 헤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거처에서 같이 지내고 있음을 밝히고서, 다만,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서 일이 있거나 하면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을 이어 밝혔다. 이번 일도 본래는 나 혼자 요청을 받아서 하게 된 일이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옛 동료들과 한 번씩 만남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들과의 만남이 반갑지 않거나 하지는 않았지요?"
  "물론이지요, 덕분에 여럿이서 하나의 일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후, 그 물음에 나는 당연한 일로서 답을 하였다. 이후, 나는 왼편으로 고개를 돌려 셀린이 앉은 그 건너편, 카리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나에티아나는 이미 잠들고 있었으며, 카리나 역시 담요를 무릎에 덮은 채로 고개를 숙인 채 잠들고 있었다, 밤 때이기도 했고, 또, 오래 돌아다니면서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모양. 그렇게 그들이 잠들고 있었으니, 그들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는 없었다.
  "아르사나 씨께서는 잠드시지 않으시는가 봐요."
  "아직 자거나 할 때는 아니라서……"
  천문대에 있을 때에도 그러하였지만, 늘 밤 늦게 자는 편이었고, 잠이 잘 없는 편이라 사람들이 말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식사가 지급되고 있었지만 한참 잠에 빠져 있던 카리나와 나에티아나는 식사를 받을 수 없었고, 그간 이것저것 먹었던 나 역시 식사를 받는 것은 마다했다. 셀린은 이전에 먹은 것이 없었는지, 바로 식사를 받아 들었으니, 그 구성은 아래와 같았다 :


  "상당히 간소한 식사네요."
  나도 식사를 보면서 예상 외의 단출함에 다소 놀랐고, 그러면서 저녁에 이것저것 얻어먹기를 잘 하지 않았나,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식사를 지급 받지 않는 모습을 보고, 셀린은 내가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바로 나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저녁에 뭐 드신 것 있으세요?"
  그러자 나는 바로 이전에 하미르의 포장마차에서 튀김 빵을 먹었다고 말했고, 이에 셀린은 맛있게 잘 드신 것 같다고 말했다. 셀린이 나에게 했던 말에 의하면 그는 하미르에 있는 동안, 거리 곳곳에 있는 찻집에 들러서 카페만 마셨고, 저녁에도 카페 한 잔과 빵 한 조각만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소박하기 이를데 없는 열차의 식사도 나름 풍성하게 느껴졌다고.
  "그렇다면, 평상시에는 어떻게 식사를 하세요?"
  "…… 그냥 남들처럼 먹어요."
  이후에 땅의 정령들이 하는 식사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고 한다면, 빵과 채소, 그리고 나물 위주이며, 과일들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열차에서 먹은 식사는 양만 그리 많지 않았을 뿐, 그가 평소에 했던 식사와 크게 차이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늘 일러도 자정 즈음이 되어서야 잠이 들고는 해서, 밤이 되고, 잠이 오지 않으면 평소대로라면 아무 책이나 들고 책장을 펼치고는 하지만 사실상 무작정 여행을 떠난 탓에, 책을 들고 다닐 수는 없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전투를 위해 여행을 나서는 이상, 책을 들고 나갈 수 없기도 했다. 그래서 그저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는 했다. 차창 너머로 밤을 맞이해 어둠 속에 잠긴 나무들의 모습 사이로 무지개색을 띠는 빛들이 조용히 자리잡고 때로는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도 했다. 그 중에는 무지개색 빛을 발하는 새들이 있어서 나뭇가지를 떠나 기차를 따라 날아가기도 했다.
  '아무래도 기차 소리에 신경이 쓰일 테니까.'
  기차를 따라 날아가려 하는 새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하나의 대형을 이루며 날아가는 새들의 움직임은 기차의 움직임에 결코 뒤쳐지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열차의 통상 속도가 일반 열차에 비해서 느린 것에 야행 열차라 운행 속도가 통상 속도에 비해 더욱 느린 것-6 시간 소요될 거리를 8 시간 내외에 간다고 하니, 그 속도는 통상 속도의 75% 였을 것이다-도 있어서 새들도 능히 따라잡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한 동안 숲과 산 사이의 철로를 따라 나아가던 기차는 어느덧, 작은 역 앞에서 나아감을 멈추었다. 몇 개의 가로등이 빛을 비추는 작은 역으로 승강장 너머로 작은 집처럼 생긴 역사가 등불에 의지해 어둠을 밝히며 자리잡고 있었다. 역의 이름은 '하마르트(Hamart)' 로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마을의 이름이 하마르트이며, 역 이름은 마을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 하였다. 당시 시각은 21 시 30 분으로 이전 열차는 5 시간 전에 왔었다고 한다.
  "하마르트 마을 사람들은 타지에서 돌아올 때, 하마르트 행 열차가 출발하는 시각에 맞춘다고 해요, 해당 시각을 사실상 마지막 열차 시각으로 보는 것이지요."
  내 앞 자리에 탄 하미시 마을 사람의 증언이었다. 그래서인지, 하마르트 역은 야간 열차도 머물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드물게 해당 시각에 맞춰 열차에 타서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고.
  "하마르트 마을에 가 보신 적 있으세요?"
  열차가 역에 머무르고 있을 무렵, 내가 셀린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셀린은 가 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일이 있다면 작은 마을에라도 들르고는 하지만, 그렇게 들를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으며, 이에 앞 자리에 앉은 하미시 마을 사람도 별 것 없는 곳이라고 그 곳에 대해 언급했었다. 다만, 이 역 자체는 하미르 - 하미시 일대를 자주 오가는 사람들은 잘 기억하고 있으니, 해당 역을 기점으로 열차가 서쪽 방향에서 남쪽으로 선회하여 움직이며, 이후로 계속 산행을 이어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열차 여행의 두 번째 시기라고 칭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요?"
  이후, 내가 그렇게 묻자, 하미시 마을 사람에게서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답이 나왔다. 그러는 동안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열차의 선회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열차가 남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그러는 동안 사람들에게 잠을 유발하기 위함인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함인지 어딘가에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열차의 천장 구석에 자리잡은 발성기가 축음기에서 연주되는 음악 소리를 울리게 하고 있었던 것.
  "세니티아의 열차에도 이런 음악을 연주하나요?"
  "전에는 없었어요. 다만, 음악단이 역을 들러 음악을 연주해 주는 일은 있었지요. 요즘에는 음악판들과 축음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축음기와 발성기를 통해 음악을 들려주고 있지요."
  이후, 앞 자리에 탄 사람이 셀린에게 묻자, 셀린이 바로 답했다. 한 번씩 앞 자리의 사람이 고개를 내밀며 나 그리고 셀린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으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었다. 그러면서 셀린에게 자리를 떠나려 한다고 말하자, 셀린은 바로 앞의 침대로 옮겨 앉는 것으로써 내 길을 비켜주었다. 이에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앞 자리의 사람들을 보려 하였고, 그러면서 앞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감빛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과 머리카락의 뒤쪽을 묶어 나머지를 내린 여성이 앉아 있었다. 왼쪽에 앉은 이는 하얀 셔츠와 감색을 띠는 멜빵 치마 차림이었고, 오른쪽에 앉은 이는 하얀 셔츠, 감색을 띠는 겉옷, 그리고 짧은 바지-허벅지가 다 드러날 정도였다- 차림을 하고 있었다. 한결 같이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인 것처럼 보였다.
  "유적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시 보신 적 있어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 자리에 앉을 무렵, 셀린이 이들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그 여성들은 괴 사건 이후로 유적지로의 출입은 공식적으로 금지되었고, 특히 밤에는 경계 활동까지 이어져서 더욱 위험했지만, 그럼에도 밤중에 몰래 마을 밖으로 나가, 유적지의 동태를 살펴본 적은 있었음을 밝혔다. 그들의 증언에 의하면 검은 옷을 입은 무리가 유적지로 몰려들고 있지만 그들이 유적지 안으로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유적지 내부에서 모종의 일이 일어나고, 그것이 모종의 힘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데, 그 검은 옷의 무리가 그 힘을 노리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무래도 힘을 얻기 위해 유적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고 여기었던 것 같아요."
  "모든 인원들이 유적지로 들어가려 하고 있고, 그래서 마을의 침략은 아직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네요."
  이후, 셀린이 건네는 물음에 여성들은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들은 그 무리에 대해 계획이 성공하면 남은 무리들을 이끌고 마을을 침략할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마을 사람들은 옛 시대의 문명인들과 마찬가지로 사소한 침략에도 공포를 느낄 정도로 무력하기에 침략만 하면 손쉽게 마을을 점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들의 행보에 대해 그저 기막히다고 여기어질 뿐으로, 이전 하미르에서 한 무리의 케레브 무리가 침입해 들어왔을 때, 마을 사람들의 행보나 그들의 몰락을 생각해 보면 그들 역시 하미르에 들어온 그 무리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거나 오히려 역으로 크게 당할 것임이 확실했다.
  "하미르에 그 무리가 사고를 치거나 한 적이 있었나요?"
  그렇게 묻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하미시의 그 여성들은 케레브 무리가 하미르에도 들어와 있었을 것으로 간주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건네는 그들이 가한 사고에 대한 물음에 나는 뭔가 사고를 치려 한 적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왼쪽 좌석에 앉은 여성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별로 뭔가를 일으키지는 못했겠네요."
  그러자 내가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나선 일이기는 하였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그들은 결국 제압될 것임이 분명했다고 여기면서 한 일. 그리고서 나는 하미시 경비대 정도면 케레브 족 전사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현지인이라면 그들의 사정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 이러한 나의 물음에 여성이 바로 답했다.
  "무모하게 침공하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왔어요."
  그러면서 여성이 말하기를, 사람들 간에 선제 공격과 방어전 이후 역공 등의 의견이 있었으며, 이후, 선제 공격을 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다만, 전제 조건이 붙었으니, 충분히 전력이 확보된 환경 하에서 케레브 족 전사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상황이 되면 그 때에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 그들이 점거한 구역에 선제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 그래서 유적지가 위치한 북쪽 경계 지역의 경계 및 관찰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하였다.
  "경비의 현 전력 정도로 케레브 족의 침공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지요?"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여성은 이야기를 들어본 즉,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답했고, 아마 경비대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화답했다, 그러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셀린이 덧붙여 말하기를, 충분히 가능하다고 장담하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외형의 전력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그리고서 지난 감빛 지역, 샤하리아(Shaharia) 에서의 전투가 대표적인 사례임을 밝히고서, 처음에는 케레브 족이 기습적으로 공격당한 샤하리아 인들을 압도하며, 그들을 지배하려 하였지만, 샤하리아 인들이 각성하고, 타 지역 사람들이 전력을 갖추기 시작하자 바로 무너져 내렸음을 밝혔다, 실시간으로 샤하리아의 점거 지역들이 탈환되는-케레브 족이 점거 지역들을 빼앗기는- 소식이 잇달아 호외로서 돌아다녔을 정도라고.
  "거기서 아르셀 베르티(Arsel Berti) 의 활약이 결정타를 가한 것이지요, 수장이 쓰러지면서 세력은 급격히 몰락했고, 구심점이 사라진 집단은 급격히 해체되어 수많은 케레브 족 사람들이 행성을 떠나갔다고 해요."
  그러면서 현재 남은 이들은 떠나가고 죽어간 이들의 잔당일 것이라 밝히고 있었다. 신체 능력은 어두운 마력의 여파로 지속적으로 퇴락하고 있었을 것이며, 그나마 있던 마법 능력도 거의 쇠퇴했으니, 하미르에서는 민간인들에게 제압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인 만큼, 경비대 정도면 무슨 짓을 하든, 능히 그 집단을 제압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다만, 신경 쓰이는 바가 있다면……."
  그러면서도 셀린은 나 그리고 여성들에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바가 있음을 밝히고서, 유적에 자리잡은 가장 큰 건물인 '엘 카스티요(El Castillo)'-성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실제 용도는 신전으로 알려져 있다, 엘 카스티요라는 명칭이 일반화되어 어찌할 수 없었던 것-라 칭해지는 유적 내부로 케레브 족이 들어서려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그 일이 신경 쓰이는 이유에 대해 셀린이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
  "그 어리석은 자들이 행여 자신이 제어하지 못할 것을 건드려 그로 인해 세상이 위험에 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음에 대한 염려겠지요."
  그러면서 엘 카스티요의 지하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한 이후에 그 지하에는 위험한 힘이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음을 밝히고서, 그런 이유로 인해 지하 시설 내부는 굳게 폐쇄되어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그에 이어, 그는 케레브 족 무리에 대해 엘 카스티요 주변 일대를 점거하면서 내부로 들어서서 지하의 힘을 맞이하기 위한 모종의 의식을 진행할 수 있음을 밝혔다.
  "위험한 힘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여길 테니까요."
  그러면서 그 힘을 차지하기 위한 시도를 하기 전에 선제 타격을 가하는 것이 경비대의 목표가 될 필요가 있다고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여기에 내가 중대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임을 기대하고 있음을 밝혔다.
  "아무래도 케레브 세력의 멸망을 불러온 존재, 아르셀 베르티의 딸이 온 것은 마을 사람들과 경비대에게 케레브 전사들을 격퇴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서 내켜하지 않는 듯한 나의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가족의 후광 등을 이용하는 일이 필요할 수 있어요, 그것에 대해 너무 엄격해 하실 필요 없어요."

  셀린이 기대하는 바는 이러하였다, 밤중에 내가 케레브 족의 근거지를 급습해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면, 케레브 족이 동요한 틈을 타서 마을의 경비대가 그들을 공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유적지 외부는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만약의 경우, 케레브 족 사람들이 엘 카스티요라 칭해지는 신전 내부로 들어가 '힘' 을 깨우려 할 때에 이를 막아내는 역할에 관한 것으로, 마을 경비대는 신전 내부의 일까지 어찌하기는 힘들 수 있어서, 케레브 무리가 신전 내부로 들어서는 것, 혹은 지하에 숨어 있다는 '힘' 을 깨워내는 것을 '최악의 상황' 으로 가정하고 있는데, 셀린은 나를 비롯한 모험가들이 이러한 '최악의 상황' 을 최대한 막아내는 데에 중대한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었다.
  "그런데, 왜 케레브 족은 그 '힘' 을 노리고 있는 것인가요?"
  "그 '힘' 을 통해 몰락하고도 몰락해 버린 자신의 종족을 다시 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겠지요."
  그러면서 케레브 무리가 접촉하려는 '힘' 이 자신을 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며, 그들 역시 그 '힘' 이 자신들에게 친화적일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심도 갖고 있지 않음을 이어 밝혔다, 그저 그 '힘' 이 자신들을 강하게 하리라는 굳은 믿음 하나만으로 사건을 자행하려 한다는 것.
  "그렇다면, 그로 인해 케레브 무리는 자멸할 수도 있다는 것이겠군요."
  "그런 것이지요." 이후, 앞 좌석의 여성이 물음을 건네자, 셀린이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최악의 상황' 이 닥쳐 오면, 목표는 케레브 족이 아닌 다른 존재여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서, 그런 사항에 대한 대비 역시 해 둘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케레브 족은 그 상황이 되면 무사하지 못하겠지요?"
  "가능성이 크지요, 자신을 가장 먼저 건드린 이들일 텐데……."

  그러는 동안 기차는 어느덧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어둠에 잠겨 희미하게 보이는 산자락의 풍경 위로 수많은 별들이 떠 있는 하늘의 모습, 그리고 그 너머의 산정에 자리잡은 탑의 모습이 보였다. 그 탑은 유적지 너머의 산길에 자리잡고 있어서 유적지에서의 일을 마친다면, 그 너머의 산길을 올라갈 수도 있을 것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유적지 그리고 그 너머의 탑, 그것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일단은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아껴두기로 했다, 그 이야기들은 일련의 사태가 끝난 이후에 이어갈 수 있어도 충분하다고 여기면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슬슬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졸림을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산길을 오르던 열차가 어느 역에 이르렀을 무렵, 나는 잠을 자기로 하고, 열차가 떠날 즈음에 담요를 덮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깊이 잠들고 있는 동안, 시간이 지나고, 열차는 하나씩 역을 지나쳐 가며,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깜빡 잠든 사이에 열차의 차창 너머로 어느새 산자락이 아닌 시가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이에 나는 바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셀린에게 건너편에 앉은 동료들을 깨워야 함을 밝히면서 일어나려 하는 그 순간, 열차에서부터 종착지인 '하미시(Hamisy)' 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드는 사이, 시간이 계속 지나가면서 일행이 탄 기차는 목표 지점인 하미시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내티! 카리나! 다 왔어, 이제 일어나!!!"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 그들이 앉은 자리로 다가가서 어느새 두 자리를 차지하며 누워 버린 카리나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리나가 서서히 눈을 뜨면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나에게 아직 잠 기운이 남은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
  "아아…… 벌써, 하미시로 온 거야?"
  그러는 동안 나에티아나는 건너편 침대에 앉아서 그런 나와 카리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잠에서 깨어난 모양으로 그가 덮었던 담요는 천장에 놓여 있었다, 이전에 깨어나면서 잠자리를 정리해 두고 있었던 것.
  그렇게 나와 카리나 그리고 나에티아나는 6 시 즈음이라는 시간 대에 맞춰 기차에서 내려 하미시 역사에 들어서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개만도 못해? 당연하지 않은가! 인간은 본래 개와 고양이만도 못한 저질들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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