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5-1. Secret of the Lost World : 3


  옷의 본래 주인이 숨어 있을 건물 부근에 머무르며 거주민들의 상황을 가만히 관찰해 보고 있을 그 때, 신전을 향하는 방향으로 길을 따라 검은 로브 차림을 한 누군가가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이전에 나에게 교주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를 전해주었던 그 존재, 자신의 이름을 '시구르드' 라 밝힌 자였을 것으로, 그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신전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위치한 그 부근에 이르렀을 때, 잠시 내가 위치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기는 하였으나, 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내가 위치한 곳을 지나치려 하였는지, 아니면 내 모습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아-아마도 자신의 동료일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 모양- 나의 존재를 무시하고 지나치려 하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시구르드가 내가 위치한 일대를 지나칠 무렵,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추적해 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케레브 경비대 전사들에 의해 신전 출입이 저지되고 있었다. 이미 교주는 대 집회의 거행을 결단하였으며, 그 준비 작업에 들어갔으므로 외부 용병들을 비롯한 사제들과 신전 경비대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 중에서 신전 구역 내부에 있는 이들은 모두 교주의 명령에 의해 떠났으며, 신전 구역 바깥의 사람들은 더 이상 출입할 수 없게 되었음을 밝혔다.
  "너무 늦었다는 말이지. 쳇, 할 수 없군. 좋다, 교주님께는 이렇게 전하도록, 용병대 소속 정보 요원인 시구르드가 감히 교주님을 만나 뵈려 하였으며, 내가 집회 이후에 교주님과 직접 대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노라고,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러자 경비대 소속 전사는 바로 알겠다고 답하였고, 이후, 시구르드는 조용히 신전 입구를 등지는 방향으로 돌아서서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 움직임을 보자마자 나는 다시 길의 왼편으로 다급히 돌아가서 다시 상황을 지켜보는 자세로 돌아갔다.

  이후, 시구르드는 길의 우측에 서 있던 나를 발견하더니, 바로 나를 향해 다가갔고, 그 모습을 보면서 다소 긴장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으로는 시구르드와 대면한 적은 없었고, 그래서 자칫 실수해서 정체가 탄로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나와 만났던 그 케레브 녀석이 보이지 않아, 어떻게 된 거지?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나?"
  그러자 나는 바로 능청스럽게 그 자는 바로 아르사나였으며, 내가 그를 제압해 문이 열린 그 건물 내부에 가두었음을 밝혔다. 그러자 시구르드는 정말이냐고 묻고서 바로 나에게 그 자와 대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하였으나, 나는 바로 거절하였다.
  "곤란한 제안이야, 자칫하면 기습 당할 수 있어!"
  그리고서 나는 시구르드에게 집회가 끝나면 그 때 신전 경비대이든, 도시의 전사들이든 누구나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그 때에 가능한 많은 능력자들을 불러들여 같이 포획하도록 하자고 청한 이후에 그에게 덧붙여 말했다.
  "다시 말하겠다만, 그는 혼자서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아니, 우리 둘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모자라지! 하지만 그렇다고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 암만 그가 능력자라고 해도, 그 좁은 곳에서 수많은 전사들을 감내할 수는 없어! 그러니, 집회가 끝날 때까지 우선 기다리고 있어야 해."
  이후, 나는 시구르드에게 집회가 끝나면 그 때, 통보할 테니, 그 때에 신전 경비대 전사들 그리고 사제들과 더불어 그를 붙잡도록 하자고 청했고, 그리하여 시구르드는 알겠다고 답하며, 대화를 마쳤다.
  "궁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다시 중앙 대로로 돌아가서는 남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로브 안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궁전' 이라 일컬은 피라미드를 향해 나아가며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그렇게 시구르드가 눈 앞에서 사라졌을 그 때, 신전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신전 구역에서 마주했던 사제들 중 한 명의 목소리로서, 집회의 시작을 알리는 말을 크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며, 사람들에게 집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이후, 그 다음으로 교주라 칭해진 케레브의 수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어찌나 크게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는지, 그 목소리의 울림으로 공기마저 떨릴 지경에 이를 지경이었다.

룩스 인!!!! 테네브리스 루쳇!!!!!
베네디카무스!!!! 솔렘!!!!!

  영원한 어둠의 도래를 찬양하는 목소리로 시구르드가 민중의 마음을 조작하기 위해 교주가 왼다는 주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외침과 함께 신전 구역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찬송가로 칭하기에는 너무도 기괴하기 이를데 없는 음악 소리, 마치 저주의 음악 소리와도 같은 그 음험한 음악 소리와 함께 주변 일대의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붉은색으로 물들고 그와 함께 검은 파동이 신전에서부터 도시 구역의 상공을 향해 거대한 동심원들을 그려가며 퍼져가기 시작하였다 그 동심원들은 상당히 먼 곳까지 퍼져 나아가고 있어서 5 층 피라미드를 지나 일행이 지나친 성벽 구역에도 이를 지경이었다.
  그 당시, 거리에는 여러 케레브 전사들과 사제들을 비롯한 도시 거주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유적 일대의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핏빛처럼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검은 동심원들이 신전에서부터 상공 일대를 향해 퍼져 나아가기 시작하자, 케레브 족 사람들을 검은 회오리가 휘감는 모습들이 보이고, 그와 동시에 그들의 행동이 일제히 멈추기 시작하였다. 이후, 그들의 눈이 붉게 빛을 발하면서 케레브 족 사람들은 전사와 일반인 가릴 것 없이 모두 신전 쪽을 향해 돌아서서 신전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자의식 없이, 마치 살아있는 시체들과도 같이 신전을 향해 모여드는 사람들, 반복되는 음울하고 기괴하기 이를데 없는 음악 소리, 그리고 그 가락에 맞춰 울려 퍼지는 남성의 음험한 노래 소리에 이끌리는 듯이 사람들이 마치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신전으로 모이고 있었다. 강한 주술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모두 최면에 빠진 듯, 의식을 잃은 채로 교주의 의지에 조종되고 있었지만 나는 예외였으니, 나는 주술의 대상인 케레브 족이 아니었음이 그 이유였다.
  사람들은 근방 뿐만이 아니라 먼 곳에서도 몰려 들고 있었으며, 노래 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사람들이 계속 모여드니, 노래 소리가 끝날 무렵, 거리에는 사람들은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시가지의 사람들은 물론, 시가지에서 경비를 담당하고 있었을 전사들마저도! 역시 주술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을 시구르드는 '궁전' 이라 칭해진 5 층 피라미드에 있었고, 나에게 옷을 건넨 자는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었으니, 신전 근방에는 사실상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신전에서 집회가 거행되고, 신전의 경비대를 제외한 모두가 교주의 영향 하에 있게 되어 거리에 케레브 족이 남지 않게 되니, 더 이상 변장에는 의미가 없었다. 바로 건물 근처로 나아가서는 그간 갖추고 있던 가면과 로브를 벗고, 로브와 가면 모두 바닥에 내려 놓았다. 케레브 족 사람들 앞에서 케레브 족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위장 주술 역시 해제하고, 어둠의 기운 대신 빛의 기운을 불러오니, 내가 온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게 되었다. 어둠의 기운에 의한 변장에 로브, 가면까지 가해진 분장을 그렇게 해제하고 나니, 변장 중의 답답한 느낌이 해소되고, 바로 일대에 불어 얼굴이 맞닿는 바람이 유난히 시원했다.

  "내티(Naeti), 카리나, 들려? 케레브 인들 모두 신전 안으로 들어갔어!"
  이후, 나는 벗어 던진 옷에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불꽃을 내려 놓으려 하면서 통신을 개시, 카리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에게 케레브 인들 모두가 신전 안으로 들어갔음을 알렸고, 이에 나에티아나가 상공에서 지켜 보았다고 말하고서, 대항하던 케레브 전사들 모두가 갑자기 전투 행동을 멈추고 중앙 거리 쪽으로 나아갔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카리나가 나에티아나의 통보에 이어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나에게 이어 밝히려 하였다 :
  "갑자기 전투 행동을 멈추고, 신전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뒤에서 그들을 향해 타격을 가해 동료들이 쓰러지든 말든, 자신이 총격을 받게 되든 말든, 신전 쪽으로 걸어가려 하고 있었어. 심지어 고통 하나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어느 전설의 좀비(Zomby) 들 같았어!"
  그들의 행동을 가만 살펴 보면 외관만 험악하지 않았을 뿐으로 어딘가에 아무런 의식 없이, 고통도 느끼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영락 없는 전설 속의 존재인 좀비(Zomby) 들 같았다고 한다. 등 뒤에서 공격을 받아도 의식 없이 걸어가려 하였다고.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볼 여유는 없었다고 하니, 이후 이어진 이야기에 의하면 :
  "하지만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볼 여유는 없었어, 같이 있던 병기들, 그러니까, 건물 위 포대들이라든가 전투기 등은 케레브 족이 아니라 그 주술의 영향을 받지 않거든. 그들을 상대하느라고 정작 그 '좀비' 들을 바라볼 여유는 없었던 거야."
  당시 길을 나아가면서 맞닥 뜨린 병기들의 개체 수는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구간마다 10 여 개체씩, 그리고 틈만 나면 글라이더들이 3 ~ 5 개체씩 날아와 폭격을 가했다고 하니, 이러한 공세에 '좀비' 화한 케레브 족 사람들을 습격할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았음을 그 이야기만 듣고도 바로 알 수 있었다-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린, 리아 자매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그렇게 도시 동부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은 이후, 다시 나에게 질문이 다가왔다.
  "그래서, 지금은 뭐하시고 계신가요?"
  "변장에 썼던 옷을 태우고 있...... 어!?" 이전까지는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듣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무나일(Munayl) 의 집에 머무르고만 있을 줄 알았던 세나(Sena) 의 것으로 그는 유적에 들어섰을 때에는 곁에 없었던 인물이었다.
  "오랜만이에요, 아르사나 씨. 적진 한복판에서 무사했다고 들었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세나, 이름은 '세나 엘 테린(Sena El Terin)' 으로 나와 함께 천문대에서 짧은 치마를 즐겨 입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점은 확실히 기억에 있는 인물이었다. 청순하고 때로는 지적인 것처럼 보이는 외관을 보며 처음에는 온화하고 책을 좋아하는 소녀인 줄만 알았으나, 보기 보다 활동적이면서도 은근 어설픈 일면이 있어서 바보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하지만 그도 무시할 만한 인물은 못 됐던 것이 그는 일단 환수의 소환이 특기라고 했지만, 카리나, 세니아와 마찬가지로 검사이며, 특히 격투에도 상당한 재능을 가진 이였다.  외모만 보고 허투루 써움을 걸면 위험하다고 여기어질 정도. 그런 점을 알게 되면서 나와 카리나 등은 바보 같아도 그렇다면 괜찮다고 서로 말하기도 했었다.
  "어떻게 여기로 온 거야, 너는?"
  "글라이더 타고 날아서 왔어요, 프레도라는 할아버지께서 먼저 유적지로 간 사람이 있을 것이라 말씀 하시면서 글라이더를 빌려 주셨지요, 그래서 이렇게 오게 된 거예요."
  그리고서 글라이더는 조작을 통해 다시 돌려 놓았음을 밝히고서, 아무튼 자신도 합류하게 되었음을 밝히고서 다른 동료로 누가 있느냐고 나에게 묻자, 내가 그 답으로써 린, 리아 자매가 있다고 말했다. 그 때, 통신을 통해 카리나의 목소리가 놀람을 표현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아르사나, 케레브 족의 근거지에서 그렇게 크게 목소리를 내도 되는 거야, 변장 중이었다며!?"
  "변장은 없앴고, 어차피 아무도 없어, 남은 이들은 지금 성벽을 지키고 있고, 다들 집회에 집중하는 상황이야, 여기서는 뭘 떠들든 간에 괜찮으니까, 어서 신전 정문 쪽으로 오기나 해!"
  그러자 바로 내가 다그치는 듯이 세나에게 말을 건네고서 바로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다들 오고 있다고 말하고서,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올 것이라고 말하고서 연락을 마쳤다.
  "웬일이야, 세나가 여기로 올 줄은 예상을 못했는데."
  그리고 마저 옷을 태우면서 세나가 왔음에 대한 혼잣말을 하였다. 그가 갑자기 온 것에 대해서는 그저 당황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연락을 한 일은 나에게는 무척 반갑고 기쁜 일이었다. 특히, 세나는 그간 근황이든 뭐든 어떤 소식도 없었던 이였던지라 더욱 반가웠었다. 그래서 그들이 오면 누구보다도 정말 반갑게 환대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르사나 님, 정말 큰 일 하나 해내셨다고 들었어요!"
  "덕분에 여기로 들어오는 수고를 덜 수 있었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라고 말하는 목소리와 함께 왼편에서 두 사람이 다가왔다. 앞장서 오는 이는 길다란 하얀 포를 어깨에 매고 있는 이이며, 그 뒤를 따라 다소 긴 하얀 총포를 두 손으로 들며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금색을 띠는 짤막한 머리카락과 긴 귀, 그리고 연두색을 띠는 짤막한 소매를 가진 상의와 짧은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들, 그들은 다름 아닌 린, 리아 자매였다. 리아가 앞장서 오고, 린이 그 뒤를 따라 온 것이 아닌가 했다.
  "이제는 성문 앞에서 정면 대결만 하면 되겠지요?"
  "그렇지요, 케레브의 수장과 신전 경비대 그리고 사제들이 나설 텐데,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아서 금방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여기에는 남은 병기들의 수가 관건이겠지만."
  바로 세나가 나타날 것만 같았지만, 린, 리아 자매가 먼저 다가온 관계로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특별한 환영은 모든 상황이 끝나고 난 이후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성벽으로 나아가 케레브의 수장 그리고 그 수하들과 정면 대결을 이어가는 것에 마음을 두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변장을 그만두신 데에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여기까지여서 그랬어요. 본래는 변장은 케레브 민중의 형태로 이루어졌고, 그래서 그 수장에게 접근해서 그에게 전할 바를 전해주는 것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거예요. 여기에 정보 요원으로 있는 용병의 옷을 구할 수 있어서 더 쉽게 수장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린이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을 하고, 이어서 옷은 태워 버렸다고 답한 이후에 더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음이 그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후, 나는 본래 요원이 갖고 있던 옷이었지만 더 이상 그가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이어 말하자, 바로 리아가 그 이유를 물었고, 이에 내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저희와 협력하고 있으며, 본래 케레브 족의 편이 아니며, 그것을 확인시켜 주신 이상, 케레브 족의 품에 더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이에 나는 옷을 태우는 그 의도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그에 이어 열린 건물의 문을 가리키며 그 자는 건물 안의 어느 방 안에 있음을 알렸다, 본래 어두운 방이지만 조명 장치를 통해 어둠을 밝히고 있을 것이라 그에 대해 말하면서. 그러자 리아가 바로 들어가 보겠다고 나서서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린을 향해 뛰어가서는 그에게 뭐라 속삭이는 말을 건네었지만, 그 말이 들리지는 않았고,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이후, 세나부터 카리나, 나에티아나의 순으로 차례로 우측에서 내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반가움의 표출은 여유가 생기면 하기로 한 이상, 바로 굳게 닫혔을 성벽의 성문 쪽으로 나아가기로 하면서 정면 대결 시의 행동 방안에 대한 논의를 잠시 이어가려 하였다.



  내가 케레브의 수장을 만나러 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개방되어 있던 성문은 집회가 한창 이어지고 있을 그 당시에는 처음으로 마주한 성벽의 성문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모든 케레브 인들이 참여하는 집회가 거행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모든 케레브 인들이 신전 구역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서 집회를 이어가는 사제들은 이제 밖에는 집회 도중에 바깥에서 방해를 감행할 이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 여기고 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성문 바로 위의 초소에는 사제 두 명이 서 있으면서 앞으로 뻗은 두 팔에서 방출하는 붉은 빛 줄기를 방출해 붉은 결계를 만들어 문을 감싸도록 하고 있었고, 포탑 바로 근처에도 사제들이 한 명씩 서 있으면서 붉은 빛 줄기를 하나씩 방출하고 있어서 붉은 결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성문 부근의 포탑은 도시 구역의 성벽과 비슷한 외견을 갖추고 있었지만 포탑은 한쪽 면에만 포신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대신인지 상당히 큰 구경의 포신이 하나도 아닌 한 쌍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좌우에는 미사일 발사대로 추정되는 장치가 자리잡고 있었다.
  성벽에는 3 개씩 거점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리잡고 있었으며, 각 거점마다 하나씩 포대가 비치되어 있었다. 한 쌍의 포신이 포탑 부분에 장착된 포대는 신전 경비대 소속 전사 한 명이 운용하고 있는 듯해 보였으며, 그 좌우로 전사 2 명과 사제 한 명이 위치하고 있었으니, 포대에서 포격을 하는 전사를 지원하기 위해 있었을 것이다.
  성벽 위 포대들은 이전에 신전 구역을 오갈 즈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로서, 집회가 개시될 때, 혹은 전시 상황에서 신전 구역이 위험에 처했다고 여기어졌다는 판단 하에 모처에서 마련해 놓은 포대를 급히 설치해 놓은 것으로 보였다. 신전의 성문 앞 공터에는 아직 아무도 없기는 했지만, 적들이 접근해 오면 케레브 인들이 남겨 놓은 기계 병기들의 습격이 이어질 것도 분명해 보였다.

  "분명 접근해 오면 병기들을 성벽 아래로 보내려 할 거야, 그러하겠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그 때, 카리나가 앞에서 성벽 일대를 바라보고 있던 나의 좌측 곁으로 다가가면서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했다. 이후, 카리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나의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일단, 내가 앞장서서 그들의 포격을 막아보도록 할게, 전부 막아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위험에 처한 이들이 잠시 머무를 곳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까."
  "카린, 나도 같이 앞장서 볼게." 그 때, 카리나의 뒤쪽에 서 있던 세나가 그의 곁으로 가면서 말했고, 이에 카리나가 그런 세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세나, 이런 전투는 정말 오랜만에 해 보는 것이잖아."
  세나는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연락이 없었던 이였다. 집이 있는 무나일 일대에 머무를 때도 그렇고, 이전의 연락이 없었던 동안 그는 전투와는 관련이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라 여기어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가 전투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대해 카리나는 우려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물며 그가 자원한 바가 자신처럼 적의 공세를 막아주는 역할이었으니.
  그렇게 걱정스럽게 목소리를 내며 건네는 물음에 세나는 바로 밝게 목소리를 내며 "걱정 마~." 라고 말한 이후에 바로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빛의 기운이 자신의 팔을 휘감다가 자신의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 기운은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갑주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투구와 갑주를 걸쳐 입은 사람의 형상으로 키만 하더라도 세나의 키를 넘어서는 상당히 큰 개체였다. 그 개체를 소환하고서 세나는 바로 오른 다리를 잠시 자신의 전방 위쪽으로 뻗으려 하였고, 그와 동시에 그 개체 역시 세나를 따라 오른 다리를 잠시 동안 앞쪽 위로 뻗는 자세를 취했다가 다시 내리고 있었다.
  "아직은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그리고서 믿어주는 대로 잘 해 볼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여전하구나.' 라고 한 마디 말을 건네었다.
  그리하여 앞장서는 역할은 카리나 그리고 세나가 맡게 되고, 나는 린, 리아 자매와 함께 그 뒤를 따라 나서고 있었으며, 나에티아나는 이러한 5 명의 일행 근처의 우측 상공에서 일행을 따라 나서려 하였다. 일행이 위치한 곳 일대가 신전 앞 성문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었기에, 금방 신전의 앞에 이르게 되었다.

  신전의 앞에 이르는 그 순간, 상공에서 3 기의 비행체들이 일행이 위치한 쪽으로 날아오더니, 일행의 앞에 이르자마자 자신들이 들어 올렸을 병기들을 강하시키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5 기의 소형 전투기들이 일행의 앞으로 날아와 뒷 부분을 다리처럼 변형시켜, 착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행체들이 강하시킨 병기들은 작은 함선의 형태를 갖춘 검은 비행체들로서 5 기의 소형 전투기들이 다리를 갖추며 착지하고 있을 그 때, 그들의 바로 위쪽 상공에 머무르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계 병기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카리나가 왼손에 빛의 기운으로 방패를 소환해 그 방패가 머무르는 왼팔이 앞으로 나오도록 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세나 역시 양 팔에 빛의 기운을 일으켜, 이전의 그 갑주형 환수를 대신해 양팔과 다리를 완갑, 정강이 받이로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환수의 일부를 자신의 몸, 그 일부로 삼는 마법으로 환수 소환의 변형으로 알려져 있는 기법이다-.
  그렇게 앞장선 이들이 전투 태세에 들어서면서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 역시 준비를 행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3 척의 작은 함선들 중에서 앞장서 오는 개체가 함수를 통해 포격을 행하여, 여러 방향으로 붉은색, 보라색 광선들을 발사하고, 이에 맞서 우측에 머무르던 리아가 자신이 들고 있던 거포의 포구에서 연두색 광선을 방출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함선들이 일제히 방출하는 광선들 그리고 소형 개체들이 각자의 기수에서 흩뿌리는 빛들을 카리나의 방패 그리고 세나의 두 손을 감싸는 완갑을 이루는 환수의 보호막으로 이들을 전부 막아내는 것은 당연하게도 불가능했고, 하지만 그들이 기합까지 만들어 내며 생성한 방호막은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거점 정도는 되어 주었고, 특히, 함선들의 광선 공격은 피하려 했다가는 바로 위험해질 수 있었던 만큼, 안전을 위해서는 그들의 보호는 필수였다.
  하지만 그들 역시 기합과 마력을 방패 및 방호막 생성에만 온전히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래서 함선들이 빛 줄기를 흩뿌릴 때에만 이러한 능력을 활용했다. 함선이 함수의 포구에서 빛을 흩뿌릴 조짐이 보일 때마다 세나가 보호막을 생성하면서 나를 비롯한 이들에게 보호막 뒤로 올 것을 요청했다.
  여러 방향으로 빛 줄기들을 흩뿌릴 수 있는 검은 개체들이 가장 큰 위협이 된 만큼, 그들을 먼저 제거하기로 하였으며, 하나씩 집중적으로 개체를 타격해 개체 수를 우선 줄이려 하고, 이를 위해 린, 리아 자매 그리고 나에티아나에게 내가 공격하는 개체를 같이 공격해 파괴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함수의 포구에서 빛 줄기들을 흩뿌리지 않을 때에는 배의 몸체 뒷 부분에서부터 자주색 빛 덩어리들을 발사, 곡선을 그리는 빛 덩어리들이 일행을 추적하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표는 하나만 설정이 되고 있었기에, 그 특성을 이용해 공격의 영향에 쉽게 벗어날 수 있었으며, 그래서 내가 개체를 도발해 공격 목표가 되어 쫓기는 동안 린, 리아 자매 그리고 나에티아나가 바로 영향에서 벗어나도록 하기도 했다.
  이러한 집중 공세, 거포의 포격까지 가해진 집중 타격에 검은 비행체는 금방 영향을 받았다. 장갑이 부서지고, 중심 부분에서 폭발이 발생하면서 붉은 불꽃이 터져 나오면서 비행체는 추락해 가고, 바닥에 격돌하자마자 다시 폭발하면서 함수와 몸체 부분이 그 충격으로 분리되었다.
  그 무렵, 그 다음으로 소형 개체들이 좌우 방향에서 2 개체씩 지면을 따라 움직이며 돌격하면서 날개 사이에 위치한 발사 장치에서 붉은 빛 줄기들을 흩뿌리려 하고 있었고, 이에 좌측의 개체들은 카리나가, 우측의 개체는 세나가 맡아 처치를 하려 하였으니, 카리나는 방호를 위해 마련한 방패로 공격을 막아내면서 그 방패로 개체를 밀어 치는 방식으로 개체를 공격해 나아갔으며, 세나는 공격을 피하면서 접근한 이후에 완갑의 주먹으로 개체를 치면서 개체를 부수어 나아가려 하였다.
  그에 이어 뒤따라 오던 개체들이 하나씩 앞장서며 같은 공세를 취하기 시작하고, 카리나와 세나는 다시 방어 태세에 들어가며, 나를 비롯한 4 사람에게 공격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나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보다 앞에 있는 개체들을 먼저 타격해 폭파하도록 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좌우의 개체를 차례로 격추시키려 하면서 처음 기계 병기 공세를 끝냈다. - 좌측 뒤쪽에 있던 개체는 공중에서 폭파되었으며, 우측 뒤쪽의 개체는 격추되자마자 함수와 몸체가 분리되어 추락하다가 지면 부근에서 분리된 부분들이 다시 일어난 폭발에 의해 그 형체가 부서졌다.

  그렇게 기계 병기들이 격추되어 사라진 이후, 성벽의 전사들이 행동을 가하기 시작, 한 쌍의 포신이 가진 포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카리나는 다시 빛의 기운으로써 방패를 생성, 마력을 크게 들여 생성한 커다란 빛의 방패를 앞세우려 하였다. 상당히 많은 빛의 기운을 들여 생성한 것으로 자신의 키, 그 2 배 이상은 되어 보였던 그 거대 방패를 생성하고서, 카리나는 다급히 자신의 뒤쪽에 있는 나, 그리고 좌측에 있던 세나를 불러 모으려 하였다.
  "아르사나! 세나! 내 뒤로 와!!!"
  자신의 방패 뒤로 모두 모이도록 함으로써 그 방패를 파괴하지 않는 한, 다른 이들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의 바로 뒤쪽에 있었기에, 다급히 뛰어온 세나보다는 여유로울 수 있었다. 린과 리아 자매는 이를 위해 특별히 부르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다른 이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나의 뒤쪽 좌우에 붙어서 성벽 쪽의 전사, 사제들을 향한 포격을 준비하려 하였다.
  일행이 한 자리에 모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을 발하는 거대 방패를 향해 집중하고 있었던 포대들을 구성하는 각 포구가 빛을 뿜어내고, 이어서 붉은 빛 줄기들이 차례로 방패에 격돌해 나아갔다. 빛 줄기가 방패에 격돌할 때마다 방패 쪽에서부터 폭음이 울리고 빛과 함께 파동이 흩어져 가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빛 줄기가 방패와 격돌할 때마다 상당한 충격이 가해지고, 그것이 카리나의 팔에도 전해지고 있는 듯해 보였지만, 견딜만은 했던 것 같았다. 다만, 성문 근처의 포탑들에 장착된 한 쌍의 포신에서 가하는 포격은 그 충격으로 인해 카리나가 뒤로 밀려날 정도에 이르고 있었으며, 방패의 내구력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러한 포격에 직격 당하면 위험하다니 뭐니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카리나가 전방에서의 공세를 막아내려 할 동안, 성벽 좌측과 우측에서부터 소형 전투기 10 여 개체들로 구성된 비행체들의 대열이 하나씩 카리나의 좌측과 우측을 습격하려 하니, 나와 세나가 좌측과 우측을 맡아 나는 수정 칼날과 불길을 방출하며, 세나는 여전히 자신의 팔을 감싸는 완갑으로 돌진해 오는 비행체들을 격파해 가는 방식으로 이러한 습격을 저지해 나아가고 있었다. 세나의 경우에는 위력과 적의 내구성에 관계 없이 하나의 적만 격파할 수 있었을 주먹을 필사적으로 빠르게 휘두르며 비행체들을 격파하고 있어서 그간의 우려를 그 광경을 잠깐 보면서 확실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한편, 카리나가 적의 포격을 막아내기 시작할 시점에서부터 포격을 시작했던 린, 리아 자매는 공방 속에서도 차분히 뒤쪽에서 포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린은 성벽 좌측에 서 있던 전사들과 사제들을 한 발씩 가하는 포격으로써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리아는 빛 줄기를 발사해 거점의 핵심인 포대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이들의 포격은 상당히 정확히 명중하여 전사, 사제들을 하나씩 성벽 아래로 떨어뜨리고, 포대에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성벽 위 포대는 포격 한 발에 큰 피해를 입고 있었던 것 같았으나, 성문 근처 포대의 내구력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으며, 전사, 사제가 포격에 의해 사라질 때마다 성벽 아래에서 사다리를 통해 전사들, 그리고 사제들이 그만큼 다시 올라오고 있어서 당장에는 거점에서의 상황 변화가 크지는 않아 보였다.
  나에티아나는 일행이 머무르는 상공 일대를 오가며, 포대들을 향해 계속 빛의 화살을 쏘고 있었지만 포대들 역시 대공 포격 능력을 갖고 있어서-각도 조절을 통해 포신이 공중을 향하도록 할 수 있었다- 포격을 계속 피해 가며, 움직여야만 했기에 마냥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카리나는 마력과 빛의 기운을 들여서 점차 내구력이 감소해 가는 빛의 방패를 유지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린, 리아 자매는 물론, 이전의 습격 이후, 공세에 가담한 나, 그리고 공중에서 전사, 사제 그리고 포탑들을 계속 공격해 나아가던 나에티아나를 믿고 있었던 것으로 그들에 의한 상황 변화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세나는 그러한 카리나를 보면서 너무 무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고서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말한 다음에 포격이 잠시 멈춘 틈을 이용해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서는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이후, 자신의 팔과 다리를 감싸고 있던 완갑, 정강이 받이들이 빛으로 변하면서 그의 바로 앞으로 모이더니 갑주 형태의 환수로서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 이후, 환수는 세나의 명령에 의해 두 팔과 두 다리를 뻗으면서 케레브 전사들의 포격을 막아내려 하였다.
  그 이후로도 전방에 집중되는 포격과 좌우에서 가해지는 병기들의 습격, 그리고 성벽 근처의 포대, 좌우 부분에서부터 발사되는 미사일 공세들을 막아내 가면서 이러한 상황에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벽 위 포대는 리아의 포격 첫 발에도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으며, 두 번째에는 거의 부서지고,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파괴되고 있었으니, 이러한 포격이 반복되면서 하나씩 포대들이 제거되고 있었다. 포대가 파괴될 때마다 폭발이 크게 발생했고, 그 충격으로 성벽 위 전사들과 사제들은 물론, 사다리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뒤쪽의 전사들과 사제들 역시 영향을 받은 듯해 보였지만, 성벽은 (다행스럽게도) 그 정도로는 쉽게 부서지지 않고 있었다. 포대가 파괴된 자리에서는 더 이상 사제, 전사들이 올라가지 않았다.
  여섯 포대들이 차례로 격파된 이후에는 린, 리아 자매 그리고 나에티아나는 성문 근처의 포대들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그 광경을 본 성벽 위의 남은 사제들-좌측에 1 명, 우측에 2 명 남아 있었다-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 한 번씩 환수 뒤쪽에서 붉은 번개 줄기들이 방출되어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제들은 번개 뿐만이 아니라 포물선을 그리며 환수 뒤로 날아가는 불덩어리까지 발사하니, 세나가 소환한 환수-그리고 카리나의 방패- 뒤쪽이 그로 인해 더 이상 안전 지대는 아니게 되었다. 그 공격들을 피해 가면서 진작에 그렇게 대응을 이어갔으면 어떠하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러한 공세도 얼마 가지 못했다, 린이 총포의 포격을 통해 이들을 제거해 갔기 때문이었다.
  세나의 환수은 잘 버티고 있었지만, 성문 근처의 포대들이 가하는 포격의 위력이 워낙 강했고, 금방 한계가 찾아와 세나는 이러한 환수가 빛으로 돌아가게 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간 검으로 환수의 뒤쪽을 습격해 오는 소형 병기들과 전투기들, 인간형 병기들을 공격해 파괴시켜 가던 카리나가 앞장 서며, 빛의 기운으로 대형 방패를 소환하며 그 빈 틈을 메꾸려 했다.
  그러는 그 때, 유일하게 성벽에 남은 경비 장치인 성문 근처의 포대들에서 포격이 멈추고 다시 삼각 날개를 가진 비행체들이 대형 병기들을 하나씩 매달고 있으면서 성문 바로 앞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이후, 그들은 성문 바로 앞에 자신들이 매달고 있던 소형 전차를 떨어뜨리며 다시 뒤쪽으로 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성벽 너머에서부터 수십 여 체의 소형 팔면체 상 병기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소형 전차들의 공세를 지원하기 위해 온 이들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소형이라고 해도 전차는 전차고 쇳덩어리는 쇳덩어리이다, 높은 곳에서 투하된 쇳덩어리가 차례로 지면에 격돌하면서 그 충격이 지면에 전달되어, 잠시 지면을 격동시켰고, 그로 인해 방어를 맡고 있던 카리나가 잠시 주저 앉으면서 그가 들고 있던 방패의 위치가 잠시 동안 낮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병기들의 추가 행동이 더 있거나 하지는 않아 카리나가 다시 일어서는 동안 특별히 위험한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형 병기들은 방패를 넘어설 수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었기에, 그들은 가능한 빠르게 제거할 필요가 있어서 병기의 제거에는 린, 리아 자매는 물론, 나까지 나섰다. 개체 수는 많았지만, 사격 한 발에 격추되었던 만큼, 금방 제압되었다.
  비행체들이 투하한 대로 삼각 대형을 이루며 자리잡은 검은 전차들, 포탑 부분의 각 우측면에 하나씩 케레브 족 특유의 붉은 문장이 그려진 전차들로서, 그 중에서 앞장선 개체는 7 개의 포신이 묶인 포탑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뒤쪽의 개체들은 거대한 구경을 가진 포신 하나를 장착한 포탑을 장착하고 있었다. 부가 무장은 더 없는 듯했으며, 전차의 외견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움직이는 포 이상의 용도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방어를 맡을 이는 2 명인데, 포격을 하는 이들은 3 개체라는 것이었다.
  전차는 아직 공격 직전 상태로서, 포신들을 예열시키고 있는 듯해 보였다. 맨 앞의 전차는 포격을 하지 않고 있기는 했지만, 계속 포신이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포격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를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이들에게 바로 알리고 있었다. 아직은 돌아가는 속도가 느려서 본격적인 포격까지는 그래도 조금의 시간은 남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 동안 어떻게 방어 대책을 마련할지 생각해 볼게."
  3 개 방향에서의 공격을 2 명이 막아야 하는 상황으로 주어진 시간이 짧은 만큼-예상 외로 전차의 포신이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시간이 짧았다- 해당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한 번 결정을 내리면 그 이후로는 그 결정을 번복할 수 없을 것임이 분명했고, 그래서 가능한 시간 내에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계속 방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패 내구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서 방패를 생성하기만 하고, 달리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있었다. 세나는 자신이 소환했던 환수를 거두고, 카리나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르사나,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빨리 결정해야 해!"
  포신의 예열이 거의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여기며 세나가 아직 말을 꺼내지 않은 나에게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서 결정을 내리고 나면, 자신이 그 결정에 맞는 후속 사항들을 마련해 두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이전에 구상한 사항이 하나 있기는 있었으니, 세나의 환수와 카리나의 방패가 3 개 전차가 위치한 사이에 있도록 하면서 3 개 전차의 포격을 나누어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로 전차들을 하나씩 집중 타격해서 하나씩 파괴해 나아가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막 소형 병기들의 제압을 마친 린, 리아 자매가 각자의 총포를 들고 있으면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러한 결정에 변화를 가하려 하였고, 그러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세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나, 결정했어, 앞으로 이렇게만 하면 될 거야."
  이후, 나는 우선 세나에게 그렇게 말을 건네고서 이어서 내가 구상한 바에 대해 그에게 말해주고서 카리나에게도 전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내가 구상했던 바는 아래와 같았다 :


  다소 말이 길기는 했지만, 그래도 세나는 잘 알아들었으며, 그러면서 병기가 파괴된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자, 나는 그 때가 되면 알려주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아무튼 세나는 좌측 방향으로 나아가 갑주 형상의 환수를 다시 불러왔고, 이어서 린, 리아 자매에게는 전차의 공세를 알아서 잘 피해가며 대처해 줄 것을 당부하고서, 포격은 전방으로만 하며, 발사 간격이 길기에 금방 대처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전차들이 포격을 개시, 우선 전방의 전차가 포신들을 회전시키면서 포를 연사하기 시작, 그렇게 발사된 붉은 광탄들이 잇달아 방패에 부딪쳤다. 하지만 내가 예상한 대로, 각 탄의 위력 자체는 약해서 카리나의 방패에 큰 충격을 가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좌측과 우측의 전차는 크나큰 포탄을 한 발씩 발사하고 있었지만 후속 발사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전방으로만 포격을 행하였기에 세나의 환수도 어렵지 않게 방어를 이어갈 수 있었고, 린, 리아 자매는 바로 전차의 옆, 뒤로 뛰어가 린은 총포를 어깨에 걸친 이후에 바퀴의 궤도를 허리에 매고 있던 칼을 이용해 끊어내기 시작했으며, 그와 같은 시기에 리아 역시 포를 오른 어깨에 매고서 허리에 차고 있는 칼날로 포탑의 윗 부분에 구멍을 내고, 그 안쪽에 왼손으로 금색을 띠는 구체를 생성해, 포탑 안쪽에 집어 넣었다.
  이후, 린, 리아 자매가 전차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그 전차의 포탑에서부터 노란 불기둥이 터져나오고, 그 이후로 그 자리에서 붉은 불꽃,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그 전차는 이후, 더 이상 기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이 전차를 제압하는 모습을 지켜보고서 나는 바로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이제 그 다음이에요, 성벽 위로 올라가서 성문 근처의 포탑으로 나아가 주세요!"
  "맡겨 주세요." 이에 린은 바로 그렇게 응답을 하였고, 이후, 린과 리아 자매 모두 성벽 우측 부분으로 뛰어갔으며, 이후, 다른 지시가 없었지만 바로 린이 금색 실을 생성해 성벽 끝에 걸고, 이어서 금색 실을 지면에 박아 놓은 이후에 그 실을 타고 성벽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 이어서 리아가 그 뒤를 따라 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 금방 성벽 위에 도달해 가니, 이후, 그들은 우측에 보이는 포탑을 향해 돌진해 나아갔다. 그들은 성벽 위의 통로를 따라 나아가면서 총포를 대신해 이전에 전차의 궤도를 끊고, 갑판을 잘라낸 그 초록색 빛을 발하는 칼날을 가진 단도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후, 그 엘베 족 자매들이 우측에 보이는 포탑의 본체 뒤쪽으로 접근해 나아가는 동안 세나-의 환수-와 카리나는 계속 전차의 포탑에서 발사되는 포격을 막아내고 있었으며, 카리나는 여유로운 상황이었는지, 방패의 강도를 다소 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실 기관포는 탄 한 발의 위력 자체는 비교적 약해서 방패의 내구력 유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좌측의 전차를 집중 타격해 제거하기로 하고, 해당 전차만을 목표로 정해 그 목표가 된 전차를 향해 나 자신과 더불어 빛의 기운이 하얀 빛 줄기들을 잇달아 발사해 나아가는 것으로써 타격을 가하려 하였고, 그러면서 세나, 나에티아나에게도 그 전차를 타격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세나의 환수가 주먹으로 전차의 포탑에 충격을 가하고, 그와 동시에 하얀 곡선들 그리고 금색 화살들이 잇달아 전차의 포탑에 집중되었고,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탑에서부터 붉은 불꽃이 터져 나오며, 그 형체가 급격히 부서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에티아나는 연기가 일어나는 그 안쪽으로 계속 화살을 발사, 이에 나 역시 그 움직임에 호응해 계속 연기 안쪽으로 빛의 곡선들을 계속 그려내어 그 곡선들이 그 동체를 타격하도록 하니,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화염이 터지면서 연기를 일으키던 남은 형체 역시 폭파되어 더욱 큰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다시 한 번 폭발, 그 격렬한 폭발과 동시에 전차의 형상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세나는 환수를 유지하면서 카리나 뒤쪽으로 나아가다가 좌측의 파괴된 전차의 잔해 곁에서 떠나 다시 중앙 전차 쪽으로 나아가는 나에게 다가와서 왜 중앙의 전차를 남기려 하느냐고 물었고, 이 물응메 나는 바로 이렇게 답했다.
  "아무래도 성문 앞 광장에 병기가 있으면 포탑은 공격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이전에도 병기들이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는 성문의 포탑은 물론이고, 성벽의 포대들을 운용하던 전사들 역시 공격을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이 병기를 유지하면서 포탑의 행동을 봉쇄하자는 거야."
  "만약의 경우, 그러니까, 같은 편을 향해 오인 포격을 해 피해를 가하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겠지?"
  이후, 세나가 바로 나에게 그렇게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온전히 기계 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포대는 병기 하나만 있어도 작동을 하지 않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서 그래도 만약의 경우가 있으므로 일단 카리나의 방패 뒤쪽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세나가 나의 요청에 응해 환수와 함께 나의 뒤쪽에 이르고, 그러는 동안에 성벽 위쪽에서 남은 한 쌍의 포대를 가만히 지켜보려 하는 그 때, 성벽 안쪽에서 난데 없이 "베네디카무스! 테네브람!!! (Benedicamus tenebram : 어둠을 찬양하라)" 이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차면서 요란하게 목소리를 낼 사람은 성벽 안쪽에서는 단 한 명이었다, 케레브 족의 수장, '교주' 라 칭해지는 인물이었다.
  "놀랬어! 갑자기 누가 소리를 쳐서......."
  "그 수장의 목소리야, 교주 역할도 하고 있고, 집회에서 대중에게 강한 설교를 한다고 저러는 것 같아."
  이후, 그 소리에 놀란 세나가-얼마나 놀랐는지, 가슴에 손을 얹을 정도였다- 당황하며 건네는 말에 내가 목소리의 실체를 바로 알리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이전에 외쳤던 그 '베네디카무스 솔렘' 을 시작으로 쩌렁쩌렁하게 목소리를 내며 대중을 향한 '설교' (어차피 세뇌되었으니, 의미가 없었고, 시늉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를 개시하였다.

베네디카무스! 솔렘!!! (Benedicamus solem : 태양을 찬양하라)

  아아! 이 얼마나 애석한 일이오!!! 그 누구도 원치 않았고,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은 그 일이 마침내 일어나고야 말았으니! 이제 우리 새 영토는 그들의 손에 떨어지고, 이제 남은 것이란 이 신전 일대만 남게 되었소! 그 동안 저희 신전 경비대 전사들과! 사제들이! 이 신전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소이만! 이제 우리의 운명도 경각에 달하였으며, 비록 성문을 사제들이 지키고 있더라도! 조만간 그 성문은 뚫리고 그들이 이 신전 구역을 장악하게 될 것이오!

  "그 자도 슬슬 눈치를 챈 것 같아, 이제 성벽도 곧 함락되리라는 것을."
  "그렇지, 그런데, 그 수장이라는 자는 그 일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으려나."
  이후, 세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어떤 대책도 없는 것 같다고 답하고서, 그저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고 어둠을 깨우는 일에만 집착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세나가 바로 어처구니 없어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 외에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고 말하자, 나는 그 화답으로써 어둠의 힘이라는 절대적인 힘으로 일행을 비롯한 적대자들을 제압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케레브 족을 부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에 대해 언급하였다.
  "물론, 그 어둠의 힘이 정녕 케레브 족을 위한 것인지는 전혀 모르는 채로 말야."

  그러나! 이 경각의 지경에서도 우리는 결코 희망을 잃어서는 아니되오! 우리에게는 우리가 받들어 모시는 절대적인 힘! 그리고 우리의 수호신되시는! 어둠의 태양!!! 혹은 영원한 어둠!!! 이 있소이다! 그 분께서 깨어나시어! 그 지고한 힘을 발휘하실 수만 있다면!!! 그들의 간사한 능력따위는!!! 대적하지 못하고!!! 그 힘에 삼켜질 것이며!!! 더 나아가, 이 세상 모두가!!! 우리가 지향하는!!! 어둠의 세상이 되어!!! 우리 에레브 족을 부흥시킬 것이외다!!!

  한편, 케레브 족의 적수인 엘베 족 자매가 우측 포대의 뒷 부분을 개방하고, 이어서 린이 해당 부분에 손을 넣어 그 안쪽을 후벼파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왼손에 이전에 보았던 것과 비슷한 판을 꺼내 자신의 왼쪽 주머니 안에 넣고, 이어서 왼손에서 금색을 띠는 구체를 소환해 그 안에 밀어넣은 이후에 바로 건너편 포탑을 향해 나아갔다. 그 이후, 엘베 족 자매는 같은 방식으로 칼날로 포대의 뒷 부분을 절단하고 그 안쪽을 오른손으로 후벼 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리아가 맡았다. 리아 역시 린처럼 내부의 장치를 적출하고 왼쪽 주머니 안에 넣은 이후에 금색을 띠는 구체를 포대 안으로 넣어 두었다.

  그러나! 어둠의 태양! 영원한 어둠은! 아직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소, 그 위대한 분께서 꺠어나시기 위한 우리의 정성이!!! 아직은 그 분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이외다! 그 동안 우리는 그 분을 위해 지속적으로 우리의 정성을 전달해 드렸소,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거의 없고, 이전까지의 노력만으로는 그 분을 영원히 깨울 수 없을 것이오!

  그러는 동안에도 사제들은 문을 지키는 데에 여념이 없을 뿐, 린, 리아 자매의 행동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쌍의 포대들이 제어 장치를 잃고 작동 불능 상태가 되자, 린, 리아 자매는 부서진 성벽의 좌측 부분으로 건너갔고, 이어 린이 성벽에서 지면을 향해 금색 선을 생성해 그 선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 이어서 리아 역시 그런 린을 따라 선을 타고 내려가 지면에 당도하고서 바로 나와 세나 등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 전차 파괴시켜 버리세요! 저 위의 포탑들은 이제 작동 불능이 됐어요!!!"
  이후, 린과 리아가 일제히 각자의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사각 판자 형태를 띠는 장치를 꺼내 들었고, 그 장치가 그 포대에 장착된 것과 같은 장치임을 확인하면서 나는 위의 포대들이 무력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서 나는 포격을 막고 있던 카리나에게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세나에게 남은 전차는 파괴해 버리자고 말했다.

  한편, 앞의 전차 역시 카리나가 방패를 밀어붙이고, 뒤쪽에서 환수의 유형을 바꾼 세나가 양손의 불덩어리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불덩어리들을 발사, 그와 동시에 나 역시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로 전차에 집중 타격을 가해, 이전의 전차와 마찬가지로 그 형체를 폭파시키니, 이제 일행은 붉은 원형 장막에 둘러싸인 성문과 직접 대면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린과 리아는 뒤쪽에서 한결 같이 오른손의 둘째 손가락이 각자가 구체를 넣어둔 포대를 가리키니, 이후, 한 쌍의 포대 모두 한 차례 폭발을 일으키고, 그 이후에 다시 폭발을 일으키니, 그 때에는 그 몸체를 집어삼키고, 형체를 궤뚫는 큰 불꽃이 터져 나와 그 형체를 그야말로 터뜨려 버렸다. 그렇게 한 쌍의 포대가 동시에 폭파되면서 그 자리에서 연기가 격렬히 일어나, 마치 봉수대에서 불과 연기 피어오르는 듯한 광경을 보여주었다.
  그 무렵, 공중에 머무르던 나에티아나 역시 나의 곁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일행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여러분! 이제 때가 되었소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정성을!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모두 하나 되어!!! 그 분께 바쳐야만 하오! 다 함께 신전으로 들어가!!! 그 분을 향한 우리의 열망을 보여주도록 해야만 하오!!! 자아! 모두 신전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 몸이 모두를 위한 주문을 영창하고! 더 나아가!!! 모두의 뒤를 따라 신전 안으로 들어갈 것이니1 다 함께 위대한 '영원한 어둠' 의 재림의 그 때를 부르고, 다 함께!!! 어둠의 권능을 즐거이 찬양합시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장막에 마력을 가하도록 하지요, 마력을 과잉 공급해서 터뜨리자는 거예요."
  이후, 세나가 그 광경을 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자, 린이 다른 이들을 대신해서 답했다. 그리고서 성문의 장막에 대해 다가오는 에너지를 마력으로써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지만, 과잉으로 마력을 흡수하면 점차 팽창하다가 결국 터지면서 폭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후, 린과 리아가 광탄을 발사해 장막에 이르도록 하니, 장막은 바로 광탄들을 흡수, 잠시 부풀어오르는 현상을 보였다가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갔다. 그 광경을 보며, 세나는 옳거니 싶다 여기며 말했다.
  "저 장막에 한꺼번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부풀어 오르다 못해 폭주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이후, 세나는 성문의 정면 앞에 이르고서, 곧바로 자신부터 앞장서서 불덩어리를 장막을 향해 집중시키기 시작하고, 이어서 내가 그 우측에 그리고 카리나가 좌측에 이르러 포격을 집중시키려 하였다. 나는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을 대신해 거대한 빛 줄기가 전방을 향해 방출되도록 하였으며, 카리나는 이전의 방패를 대신해 사각의 작은 방패가 왼팔에 머무르도록 하고서, 왼팔을 앞으로 내밀어 다트들이 잇달아 장막에 부딪치도록 하였다. 여기에 나에티아나, 린, 리아 자매까지 가담하니, 한 번에 많은 에너지가 장막에 집중되어 갔다.
  그렇게 장막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급격히 부풀어 오르는 그 때, 성벽 안쪽에서 케레브 수장의 "터리키!!! 아!!! 스트!" 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장막을 향해 빛 줄기들을 집중시키면서도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때가 왔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터리키 아스트!
터리키 아스트! 체넌 누라스트!
사란점 하메 베! 터리키 바르마이 가르단드!
사란점 머 베! 터리키 버즈 화힘 가쉬트!
터리키 보조르과르!!!
베 가저예 쇼머 머 제슴 우 루 호드 러 에러에 화힘 더드!
아크눈 고드랏 호드 러 비더르 코니드!
터 도녀 아즈 고드라 투 에저트 쇼머 베타르사드!!!

  의식의 개시를 알린다는 주문, 그 주문과 동시에 붉게 물든 구름에서부터 검은 기운들이 '신전' 쪽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모종의 영혼들이 '신전' 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광경이었을 것으로, 아마도 이전의 전투에서 전사했던 케레브 전사, 마법사들 그리고 사제들의 영혼을 케레브 수장이 '신전' 으로 끌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원반형을 이루던 장막은 기운을 분별 없이 흡수하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지만, 부풀었을 때와는 다르게 금방 터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제들이 마력을 조절하면서 장막이 터지는 것을 막고 있었음이 그 기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조절의 한계를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며, 빛의 기운에게 빛 줄기 방출을 맡기고, 뒤를 이어 나는 빛으로 커다란 불덩어리를 생성해 그 불덩어리에서 작은 불덩어리들이 잇달아 발사되어 장막에 부딪치도록 하는 것으로써 장막에 마력을 급격히 가하려 하였다. 당시 나의 우측 곁에 있던 리아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하려 하였는지, 더욱 강한 빛 줄기를 방출하려 하였고, 장막은 이러한 에너지를 계속 흡수하면서 더욱 크게 부풀고 있었다.
  그리고 케레브 수장인 '교주' 의 "터리키 아스트!" 라는 외침과 "터리키 아스트! 체넌 누라스트!!!" 라는 외침이 이어지고, 주문의 셋째 문장을 외려 할 즈음, 문의 장막이 폭주를 견디다 못해, 결국 붉은 불꽃을 터뜨리는 폭발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주변 일대가 잇달아 이어지는 폭발에 휩쓸려 갔다. 이 폭발에 성문은 성벽 바깥 쪽으로 날아갔고, 포탑이 위치하던 부분은 바로 분리되어 성벽 안쪽으로 떨어졌으며, 성문 바로 위와 근처에 머무르며 장막을 유지하고 있던 사제들은 격렬히 터져 나아가는 불에 휩쓸려 그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 육중했던 성문이 성벽 바깥 쪽으로 날아간지라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서 나는 앞장섰던 세나의 좌측 곁으로 다가가서 다급히 그 상태를 보려 하였다, 혹시나 그 성문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우려되었던 것. 다행히도 성문은 무게 떄문인지 멀리 날아가지 못했고, 세나에게 닿지 못했다. 성벽에서 떨어져 나간 성문의 문짝들은 바닥에 부딪치면서 굉음과 함께 한결 같이 둘로 쪼개지는 것으로써 그 역할을 다하고, 성벽의 성문 일대는 불길에 휩싸인 채, 문짝을 잃고 훤히 드러난 통로와 그 너머로 보이는 신전 구역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성문이 뚫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리나와 세나부터 앞장서서 그 무너진 성문의 통로를 따라 성문 안쪽, 신전 구역을 향해 뛰어 나아갔다. 당시, 나는 세 번째로 뛰어 갔으며, 그 뒤를 나에티아나, 린, 리아 자매가 뒤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뛰어 나아가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는 성문 앞과 성벽 너머 신전 구역의 곳곳에 흩어져 간 벽돌들의 모습이 보였다. 성문 일대의 폭발로 인해 흩어져 갔을 그 벽돌들은 바닥에 추락한 이후에도 불길에 휩싸인 채, 주변 일대에 불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붉게 물든 구름 사이로 더 이상 검은 기운이 신전 구역 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그 시간 동안 수장은 자신의 의식을 마쳤음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신전 구역. 처음에는 신분 위장을 하고 들어왔고, 그 다음으로는 신분 위장을 걷어 버리고, 직접 방어 전선을 뚫고 들어왔다. 처음 이후로 다시 들어왔을 때에는 해당 구역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으니, 사악한 자들이 가득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평온하고 분주한 곳이었던 신전 구역은 신전으로 활용되는 7 층 피라미드 주변 일대를 제외하면 아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곳으로 변해 있었으며, 피라미드를 향하는 길목 좌우의 기둥에 갑주 차림을 하고 손에 검을 든 전사들이 서 있고, 피라미드를 향하는 계단에 사제 몇 명이 서 있는 것이 남은 이들의 전부였다. - 당시 피라미드 근방과 피라미드 위에 머무르고 있던 사제들의 수는 피라미드 주변에 8 명, 피라미드 위에 12 명으로 모두 20 명이었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계단 끝에 자리잡은 굳게 닫힌 정문 앞에는 이전에 마주했던 그 검은 로브와 갑주 차림을 하고 뿔 모양의 장식이 양 옆에 달린 투구를 쓴 케레브 수장, '교주' 가 오른손에 지팡이를 든 채로 조용히 서 있었다. 이미 의식은 마쳤을 것이고, 성벽의 함락 역시 예견하고 있었을 것인 만큼, 일행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앞장서 나아가던 카리나 그리고 세나가 기둥들 앞에 이를 무렵, 케레브의 수장으로부터 일행을 향하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의식 때도 그러하였지만, 어찌나 목소리가 쩌렁쩌렁한지, 멀리 있었음에도 그 목소리가 아주 크게 울려 퍼질 정도였다.

  "기다리고 있었노라! 우리 종족 마지막 안식처를 무너뜨린 자들이여."
  처음의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은 먼 앞에서도 크게 울려 퍼질 정도로 엄청난 목소리를 내며 말했지만, 그 이후로는 그 목소리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다소 차분해진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와 세나는 좌우로 나란히 서 있으면서 앞일을 대비하고 있었으며, 카리나는 왼팔에 이전의 사각 방패가 아닌 둥근 방패를 생성해 그 방패를 앞세우고 있었다.
  "이 성벽 안으로 들어오면서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바라고 있을지, 이 몸은 이미 알고 있었노라. 그 바람은 이 세상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를 편안케할 수 있는 것,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바람은 이제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노라, 이제 '영원한 어둠' 을 위한 의식은 종식되었다. 우리 전사들과 백성들의 혼들이 하나 되어 '영원한 어둠' 을 깨우는 큰 힘이 되었노라. 비록 이 몸과 남은 이들이 죽게 되더라도 이미 때는 늦었으니, '영원한 어둠' 의 위대한 힘을 그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앞장서고 있던 카리나와 세나, 그들 모두 그의 말에 어떠한 화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으로 내가 그들의 우측 곁을 지나, 그들 앞에 서 있으면서 '교주' 와 다시 대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마도 '교주' 는 내가 그와 다시 대면하게 되었음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유적에 도달해, 유적의 거대한 피라미드에 이르렀음은 그 '위대한 힘' 의 봉인을 유지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 아니었다."
  이후, '교주' 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허리에 살짝 올리며 서 있던 나의 모습을 가만히 보려 하던 그 때, 말을 이어가면서 근엄함을 유지하려 하던 그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바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아, 아니!? 그대는.......! 분명 그대는 신전 구역 앞에서 요원에 의해 제압됐을 터인데, 어떻게!?"
  진심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듯한 그 목소리에 나는 그의 말에 어떠한 화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물음에 어떠한 호응도 하지 않겠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후, '교주' 에게서 조용히 한 숨을 내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의 수장다운 면모로서 금방 평온을 되찾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그의 행동은 그가 품었을 심란함의 감정을 온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괜찮다, 그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그대가 이끌고 온 자들이 어떤 자들이든, '영원한 어둠' 을 이길 자는 없다, 그런데, 그 영원한 어둠의 봉인을 유지하지 않으려 한다면, 대체 무엇을 추구하려 하느냐!?"
  분노 때문인지,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두 가지 감정이 뒤섞인 심란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떨림에 이어, 한껏 격앙된 그 목소리에 나는 바로 내가 마음먹은 바대로, 그가 말을 마치면서 건넨 물음에 이렇게 답을 하려 하였다 :
  "그 '영원한 어둠' 을 제거하고, '위대한 힘' 이라는 것을 세상에서 흩뿌리는 것, 이를 통해 유적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저변에 자리잡고 있을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을 바라면서 이 신전을 찾아왔다, 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라!? '영원한 어둠' 을 말살한다고!?" 이후, 당치도 않는 말을 건네기라도 한 듯이, '교주' 는 바로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서 "당치도 않을 말 같으니." 이라고 말하더니, 바로 투구 아래에 드러난 입가에서 뒤틀린 표정을 드러내면서 말을 이어갔다.
  "너희 베르티 가문의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개념이 없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들은 바 있다. 하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로 막무가내일 줄이야."
  이후, '교주' 는 "뭐, 좋다." 라고 말하고서, 바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는 이전에 비해 보다 격앙되어 있었다.
  "그대가 영원한 어둠을 말살하겠다는 것을 그대의 적인 내가 굳이 말릴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한 가지만 묻겠노라, 그대는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대가 행하는 그 무모한 결심이 그대를 따르는 동료들마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갈 수 있음을 말이다! 죄 없는 자들을 끌어들여 재앙 속에 뛰어드는 것, 그것은 그대를 따르는 자들, 그리고 그대 자신에게 그대가 가하려 하는 명백한 죄악임을 알아야 할 것이야! 그런 죄악을 저지를 자가 감히 나를, 그리고 영원한 어둠을! 벌할 자격이 있겠느냐!?"
  그러자 나를 대신해 세나가 나의 우측 곁으로 다가와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반응을 바로 드러내었다.
  "적어도, 그토록 많았을 수많은 자신의 백성들을 짐승의 아귀 속으로 들여보낸 죄악보다는 덜하겠지요, 적어도 저희들은 저 아이를, 저 아이의 사명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고 있었으니까. 당신의 사람들 중에는 진심으로 당신을 따랐던 사람은 얼마나 되던가요. 당신이 짐승의 먹이로 삼은 그 많은 백성들 중에 그 아이에게 있어서 저희들과 같은 이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거예요."
  그리고서 그는 평상시에는 드러내지 않던 강하게 비꼬는 어조로 그를 향해 말을 건네기 시작,
  "그래, 당신은 지금, 저희들을 희생자로 간주하면서 저 아이를 저희들을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위해 희생시키려 하는, 자신과 동질인 자로 몰아가시려 하셨지요. 그렇게 하신다고 해서, 당신께서는 틈만 나면 세상을 망칠 기회만 엿보는 케레브 족의 수장이고, 자신을 위하는지도 모르는 미지의 존재를 위해 친숙한 존재들을 이용하고 죽이기까지 서슴지 않았음을 만물에게 숨기실 수 있을 것 같았나요? 그 알량한 마음가짐에 심지어 포레 느와흐마저 코웃음을 칠 것 같아요."
  그리고서 그는 더욱 세게 비꼬는 어조를 드러내며 그를 향한 말을 이어갔다.
  "적어도 포레 느와흐와 다스 에레보사의 사람들에게는 동족을 위하는 일면은 있었어요. 당신도 지금 이후, 세상을 떠나면, 결국 그들과 대면을 하시게 될 텐데, 어디 한 번 동족의 미래를 위해 얼마 남지 않았을 동족 사람들을 희생시켜, 미지의 존재를 깨우려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드려 보시지요!"
  이후, 이번에는 세나 그리고 나 사이를 카리나가 비집고 나오면서 그를 향해 말했다.
  "결국에는 어둠의 마력에 빠져서는 동족의 생명을 지킨다는 양심까지 내다버린 짐승이 짖는 소리만큼은 요란하시네. 너도 그렇고, 옆의 아이도 그렇고, 너 같은 짐승의 짖는 소리에 일일이 대꾸해 줄 필요가 있지는 않았어, 그런데 내가 왜 이러는 줄 알아!?"
  그리고서 격앙된 목소리로 그에게 외쳤다.
  "내 친구의 뜻을 멋대로 왜곡하고 자기 같은 악인으로 몰아붙일 생각이나 하니까, 그것을 내 마음이 견뎌내질 못하니까! 그러니까, 그런 행위를 용서할 수 없었던 거야."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교주' 는 카리나가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 번 광소를 터뜨리더니, "참 뜻 깊은 우애로구나, 잘 지켜 보았노라!" 라고 한 마디 말을 건네더니, 나를 비롯한 일행의 능력이 그 분노와 의기에 부합되기를 기대하고 있겠다고 말하고서, 바로 남은 자신의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전투 상황의 개시를 의미하는 행동으로서, 때마침 나를 비롯한 일행도 더 이상 대화를 원하지 않았기에 바로 행동 개시, 카리나는 자신과 세나가 앞장서 나아가겠다고 말하고서 우선 전사들이 앞장서 돌격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 이후에 그 전사들을 자신과 세나가 상대해 나아가겠음을 밝혔다.

  '교주' 가 오른팔을 들어, 오른손에 든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고, 그것을 지시 삼아 기둥 사이에 나란히 서 있던 전사들이 2 명씩 돌격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우선 카리나가 그들 중에서 앞장서 온 이의 검격을 왼팔의 방패로 검격을 밀어내면서 막아내려 하였고, 그로 인해 몸이 흔들려 빈 틈을 드러낸 그 흉부를 빛을 발하는 검의 날로 찌르려 하였다. 칼날이 품은 빛의 기운에 의해 갑주가 타면서 그와 동시에 검격이 갑주를 파고들었고, 이후, 카리나는 우측 방향으로 그 전사를 베어내는 것으로써 처음 다가온 전사를 쓰러뜨렸다.
  그 무렵, 세나는 두 팔과 두 다리를 빛의 기운으로 감싸고서, 우측의 전사가 행하는 검격을 피해낸 이후에 왼발로 옆차기를 복부(혹은 명치?) 에 가해 그 전사에게 충격을 가하려 하였다, 빛의 기운에 의해 어둠의 기운에 감싸인 몸체에서 하얀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그 이후, 바로 그 왼발로 돌려차기를 가해 그 전사를 쓰러뜨린 후에 몸을 재빨리 회전시켜 전사를 향해 다시 서려 하였다. 전사의 몸에서 다시 불꽃이 터지면서 전사는 쓰러지면서 그와 동시에 불길에 휩싸였다.
  그 이후로 뒤따라 나아가는 전사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검격을 팔을 감싸는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완갑을 두른 두 손으로 잡아 당긴 이후에 오른 무릎으로 그 복부를 수차례 가격하였고, 이어서 앞발 차기로 전사의 복부(명치?) 부분을 강타해 그 전사 역시 쓰러뜨리고 있었다. 다리를 감싼 빛의 기운이 어둠의 기운에 감싸인 몸체에 반응해 이번에도 불꽃을 폭발시키며 전사를 쓰러뜨리고 그 몸체에 불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전사를 쓰러뜨리며 그 손에서 칼을 빼낸 세나는 이후 그 검을 바로 잡고서, 그 칼날을 빛의 기운으로 감싸려 하였으며, 본래 어둠의 기운에 감싸인 물건에 빛의 기운을 생성한 영향인지 칼날이 하얀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하얀 불꽃을 품고 있었지만 날의 강도가 서서히 약해져 가는 만큼, 오래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나의 앞으로 4 명의 전사들, 그리고 한 명의 사제가 달려들고 있었다. 이후, 세나는 앞장 선 전사의 내리치는 검격을 피해내고서 불길에 휩싸인 칼날로 그 갑주를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 방향으로 베어내니, 그로 인해 갑주에 베어낸 대로 불타는 궤적이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사는 그 이후에도 바로 쓰러지지 않았으며, 다시 그를 베어내려 하였으나, 세나는 자신이 든 하얀 불꽃에 휩싸인 검으로 그 검격을 막아낸 이후에 두 손으로 칼자루를 잡고, 있는 힘을 다해 그 칼날을 자신의 검으로 자신의 왼편으로 밀어낸 이후에 재빨리 검을 옮기어 빈 틈을 드러낸 흉부를 바로 찔렀다. 그 검격을 전사는 견디어내지 못했고, 상처를 부여잡은 채, 불길에 휩싸이며 쓰러졌다.
  그 이후로도 전사들이 양 옆에서 몰려들자 검을 든 채로 세나는 왼발의 발차기로 왼편의 전사를 가격해 쓰러뜨리면서 오른손으로 검격을 막아내고서, 그 전사가 다시 검을 내리자, 그 갑주를 향해 내구력이 다해 가는 검을 그 전사를 향해 던졌다. 그 칼날이 전사의 흉부에 박히면서 전사는 불길에 휩싸인 채로 쓰러지게 되었다.
  이후에도 세나는 격투를 이어가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전사와 사제를 가격해 쓰러뜨리려 하였다. 그 때 확실히 본 것으로는 두 번째로 전사를 쓰러뜨릴 무렵에 투구를 주먹으로 계속 가격한 것이었다.

  한편, 카리나는 첫 번째로 쓰러뜨린 전사 너머에 있었을 전사에게 다가가고 있었으니, 그는 검에 부가 무장으로 허리 왼쪽에 손도끼까지 갖고 있기도 했다. 카리나는 몸을 미끄러지게 해 검격을 피해내면서 앞으로 내민 오른발로 그 다리를 걸어 전사를 쓰러뜨렸고, 이어 검을 잠시 칼집에 꽂아 넣은 후에 전사를 제압하고, 그 왼쪽 허리에서 손도끼를 빼앗았다. 이후, 그 손도끼는 뒤따라 다가온 전사의 머리를 향해 나아가, 그 머리에 박혔다.
  자신이 제압한 두 번째 전사를 밟은 채로 카리나는 다시 검을 들고 손도끼가 투구에 박힌 그 전사가 다가오는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으며, 이후, 그는 그 전사가 검격을 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검의 빛나는 날로 갑주를 관통한 이후, 시계 방향으로 전사가 박힌 채로 검을 세게 휘둘러 그 전사가 상처에 불길에 일어난 채로 뒤쪽의 전사를 향해 날아가도록 하였다. 그 이후에 그는 자신이 제압했던 전사의 흉부를 검으로 찔러 그 역시 온전히 쓰러지게 하고 있었다. 이후, 두 명의 전사 모두 빛의 기운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지 모두 하얀 불길에 휩싸인 채 사라져 갔다.
  이후, 카리나 역시 남은 한 명의 전사 그리고 사제와 맞섰으며, 사제의 낙뢰를 피해가며, 우선 전사를 향한 공격을 시도,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전사의 검을 우측으로 밀어낸 이후에 왼쪽 어깨의 방패로 목 부근을 가격하는 것으로써 전사를 쓰러뜨렸으며, 이어서 뒤쪽의 도망가려 하던 사제 역시 전사의 몸에서 가져온 손도끼를 왼손으로 던져서 그 머리에 박히도록 하는 것으로써 처치하였다. 이들 모두 검은 불길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그렇게 세나, 카리나가 차례로 신전 앞 기둥 부근에 모여있던 전사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던 사제들을 쓰러뜨리고, 그렇게 쓰러진 이들이 하얀 혹은 검은 불길 속에서 사라져 갈 무렵, 신전의 정문 앞에 서 있던 '교주' 는 그 광경에 잠시 당황하면서도 곧바로 지팡이를 든 오른손을 자신의 오른쪽 그리고 왼쪽으로 휘두르며 지시를 내리려 하였고, 그와 함께 피라미드의 뒤쪽에서 한 무리의 전사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하였다.
  5 명씩 2 개의 무리를 지어 전사들이 몰려드니-그간 전사들을 물리쳐 온 카리나, 세나를 제압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바로 신전에 남겨진 마지막 전사들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었던 만큼, 피라미드에 서 있던 사제들 역시 마법으로서 공격 행동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공격 목표는 세나, 카리나의 뒤에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던 나와 린, 리아 자매였다-나에티아나 역시 공중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공격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일행의 뒤편에 자리잡고 있던 3 사람의 발밑에 하나씩 검은색을 띠는 문양이 생성되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보는 이들마다 불온한 표식임을 바로 알아차리고서, 표식에서 물러나려 하니, 아니나 다를까, 각 표식에서부터 검은 낙뢰가 하나씩 떨어져서는 그 자리에 검은 불꽃을 터뜨렸다. 검은 불꽃이 터진 이후, 그 자리에는 연기가 맹렬히 피어오르고 있어서 강력한 어둠의 낙뢰가 떨어졌음을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알리고 있었다.
  한편, 세나, 카리나는 한 자리로 모였고, 그런 두 사람을 10 명의 전사들이 그들의 정면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전방이 포위된 상황에서 두 사람은 각자 좌우 방향을 노려보며, 그들의 습격을 대비하려 하고만 있었다. 다만, 세나가 카리나를 향해 고개를 젓는 행동만 취하고 있었을 뿐이라,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처 눈치를 채지는 못했다. 그렇게 그들이 움직이지 않음을 알아차린 전사들은 이윽고, 일제히 자신들이 포위한 전사들을 향해 돌진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사의 무리가 돌진을 개시할 즈음, 세나가 몸을 우측으로 향한 채로 그들의 정면을 급히 바라보면서 왼손을 그 방향으로 뻗었다. 그리고 생성된 빛의 기운이 푸른 불꽃으로 변하고, 이어서 그 앞에서 피어오른 불꽃이 사람을 닮은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그 불꽃의 형상은 이제 막 10 명의 전사들이 세나, 카리나의 바로 앞에 도달하려 할 즈음에 세나의 바로 앞에 생성되고 있었다. 신장만 하더라도 보통 인간의 2 배 정도에 이르는 거대한 불꽃의 형상은 생성되자마자 앞쪽으로 달려드는 전사들을 향해 두 팔을 뻗더니, 각 팔에서부터 푸른 불꽃이 분출되어 전사들을 덮쳤으며, 이어서 눈에서부터 불 줄기들이 발사되어 뒤쪽에서 마법을 영창하는 사제들을 향했다.
  이후, 카리나는 세나가 마력을 아끼기 위해 불의 환수를 사라지게 할 무렵, 좌측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2 명의 전사와 맞서기 시작했으며, 세나는 우측에서 오는 1 명의 전사와 맞서려 하였다. 카리나는 앞장서 오는 전사를 향해 달려들어 그 검격을 왼팔에 있는 빛의 방패로 쳐서 막아내고, 이어서 충격으로 밀려나는 전사의 흉부를 검으로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베어내고, 그 이후로 우측에 보이는 전사의 검이 든 오른팔을 자신의 우측 아래로 밀어낸 이후에 그의 팔이 아래로 밀려난 틈을 타, 명치 부분을 칼날로 찌르는 것으로써 그 전사를 쓰러뜨렸다.
  한편, 세나는 자신의 우측 방향에서 다가오는 전사의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베어내는 검격을 피해 그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고서, 몸을 뒤집어 그 머리를 손으로 짚고 그 뒤로 나아가 착지, 이어서 전사를 향해 돌아서서 그 등을 오른 팔목으로 치고 이어서 오른발로 수차례 돌려 차기를 가해 그 전사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그 전사가 검을 놓치고 다시 일어서려 할 무렵, 완전한 제압을 위함인지 그 투구를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해 그 전사를 다시 쓰러뜨리려 하였다.

  사제들의 주문 영창에 의해 생성되는 번개를 피해가며, 린과 리아는 피라미드의 오른쪽 근방에 이르러 포격을 이어가며, 사제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나에티아나는 상층의 사제들을 빛의 화살로 쏘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나는 피라미드 왼편에 있으면서 빛의 기운으로, 그리고 내가 양손으로 직접 하나씩 자그마한 하얀 불덩어리들을 잇달아 발사해 가며, 피라미드 왼편 근방의 지면, 그리고 계단 위 사제들을 일제히 공격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한편, 세나 그리고 카리나 역시 사격 공세에 가담해, 세나는 불길에 감싸인 두 손에서 불덩어리들을 발사해 나아갔으며, 카리나는 사각 방패를 왼팔에 있도록 해, 그 방패에서 다트들을 사제들을 향해 발사하고 있었다.
  마지막 전사들이 하얀 불꽃, 그리고 검은 불꽃에 감싸인 채로 사라져 갈 무렵, 사제들은 핏빛 방호막으로 자신들을 보호하려 하면서 그와 더불어 각자 주문을 영창해 나아가며, 전방을 향해 핏빛 불꽃과 얼음을 사출해 나아가며 일행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였다, 낙뢰도 한 번씩 떨어지고 있으면서 피라미드 앞에 모여든 일행을 위협하고 있었다.
  한편, '교주' 는 이전까지의 모습과 달리, 차분히 전투의 양상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으나, 전사들이 잇따라 패배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제들마저 공격을 받을 지경에 놓이자, 그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지는 않았겠지만, 막상 자신의 마지막 전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마침내 궤멸당하는 상황을 진심은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면서 파멸의 결말을 예상하고 있는 듯해 보였던 나름 의연할 수도, 아니면 뻔뻔할 수도 있어 보였던 행동은 사실 허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언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자리를 지키라는 명령이 잇달아 이어졌다. 아무래도 사제들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던 모양.
  그러다가 보다 못했는지, 자신이 직접 지팡이를 들어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사제들이 방출했던 검은 번개가 떨어지거나 아니면 핏빛을 띠는 거대한 물기둥을 지면 한 곳에 낙하시켜, 그 충격과 물로 피해를 가하려 하는 모습도 보였다. 간혹 지면을 크게 흔들고 돌멩이로 피해를 가하려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타격에 결국 사제들의 방호막도 하나둘씩 찢겨지고, 사제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하니, 그 광경에 '교주' 는 더욱 다급해지고 있었다. 이전에도 그러하였지만, '교주' 는 남은 사제들을 더욱 닥달하기 시작하였다.
  "무엇들 하고 있느냐!? 어서 자리를 지켜라! 겁 먹지 마라!!! 영원한 어둠의 하수인만도 못한 자들이다!"
  그러는 그 때, 그로부터 이전까지의 발언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전하는 듯한 말을 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겁 먹고 도망치는 자들 모두, 신전 안에 쳐 넣겠다!"
  '역시나.......' 무심결에 나왔을 그 말, 틀림 없이 그것이 그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뭇 사람들 앞에서 늘 외쳤을 자신은 '에레브 인들을 위한다' 말은 결국 거짓이었고, 신을 위해 자기 자신마저 바치겠다는 맹세 역시 거짓이었을 것이다.
  피라미드 위의 사제들 중 일부가 방호막을 스스로 꺼뜨렸고, 포격을 받아 쓰러졌다. 이후, 검은 불길로 변해 사라지는 사제들을 보면서 사제들 중에서도 그의 발언을 듣고, 절망에 빠지다 못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이들이 생겨났을 것임을 짐작할만한 일이었다. 일부는 스스로에게 마법을 사용해 자멸하는 등, 그렇게 쓰러진 사제들이 대략 6 명, 6 명이면 남은 인원 수-20 명-를 고려해 볼 때, 상당히 크나큰 손실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남은 이들 중에는 발악으로 이전보다 더욱 거세게 공격해 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오래 가지는 못했고, 상층과 중층에 남은 사제들마저 쓰러지면서 피라미드에는 이제 정문 앞에 선 '교주' 이외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여전히 피라미드의 정문 앞에 머무르고 있던 '교주' 를 보면서 나는 정문 앞의 계단을 가로 막았고, 이어서 세나와 카리나가 피라미드 왼편 근처에 머무르고, 린, 리아 자매는 오른편에서 각자의 포구를 '교주' 를 향해 겨누기 시작했다. 공중에 있던 나에티아나 역시 정문 바로 위에 있으면서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는 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포위해 오는 광경을 보면서 '교주' 는 갑자기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은 생각을 하는 그 때, 그로부터 이런 말이 나왔다 :
  "이렇게 포위해 간다고 해서 그대로 끝일 것이라 생각했느냐!? 어림도 없다!"
  그와 동시에 검은 바람이 일제히 일행을 향해 불어나가, 피라미드를 포위하고 있던 일행 전체를 거세게 뒤로 밀어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면 일대가 거세게 진동하기 시작해, 검은 바람에 밀려 갑자기 뒤로 자빠졌다가 다시 일어나려 할 때, 그 진동으로 인해 잘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진동은 잠시 동안만 이어졌고, 그 이후에 다시 일어났을 그 때, 쓰러져 간 사제들을 불태운 불꽃마저 사라졌을 그 때, '교주' 가 왼손을 자신의 옆으로 내밀며 주문의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

자민 다르드! (Zamin Dard!)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피라미드 앞 지면 일대의 한 가운데를 향해 상공에서부터 검은 물기둥이 낙하하려 하였고, 이에 일행은 그 일대에서 일단 물러나 있으려 하였다. 잠시 후, 검은 물기둥이 낙하, 그 지면 일대에 물보라와 증기를 일으켰으며, 이윽고 물은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그렇게 일행이 검은 물기둥을 피해 주변 일대로 흩어졌을 무렵, '교주' 로부터 웃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봤느냐!? 이것이 이 몸이 가진 어둠의 힘이다! 아직 모르겠다면! 또 한 번 보여주마!"
  그에 이어, 그는 이전과는 다른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어브 나프라트! (Āb Nafrat!)

  그러면서 왼손을 앞으로 뻗는 '교주', 그리고 잠시 후, '교주' 의 바로 앞에 한 무리의 돌 덩어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그 돌 덩어리들이 일행을 향해 거세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일행이 위치한 일대를 찾아 직선 상으로 나아가는 돌 덩어리들들 보며, 급하게 피해야만 했던 나를 비롯한 일행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 '교주' 로부터 웃음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 때와는 달리 일행은 모두 일어서 있으면서 반격을 가할 기회를 갖고 있었으며, 실제로 각자의 수단을 이용해 반격으로써 '교주' 의 몸체에 타격을 이어갔다. 당연하게도 '교주' 는 갑주를 입고 있었을 뿐더러, 자신을 방호막으로 보호하기도 하고 있었기에, 금방 쓰러질 상황은 아니었다.

어타쉬 하쉼! (Ātash Khashm!)

  그 이후로도 주문 영창은 계속 되었다. 피라미드 앞의 공간 일대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폭음이 울려 퍼지고 그와 함께 공간의 곳곳에서 불기둥들이 잠깐 동안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불은 불기둥이 일어난 그 주변 일대로 퍼져 나아가지 않아서 각 지점들만 피하면 그만이었지만, 갑자기 터져 나온 데다가, 불기둥이 내 키의 10 배 높이까지 치솟을 정도로 거세어서 그 모습만 보면 확실히 위협적이기는 했다.

버드 기지! (Bād Giji!)

  다음으로 '교주' 는 계속 주문 영창을 해서, 그로 인해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세나 등의 접근을 차단하려 하였지만, 그것이 일행의 공세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교주' 는 이러한 주문들을 한 번씩 영창하며 일행의 접근, 포위 혹은 공세를 막으려 하였던 것 같았으나, 결국 일행의 반격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 포격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로부터 계속 타격을 받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 카리나는 검을 들고 피라미드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교주' 가 서 있는 정문을 향하고 있기도 했다.

터리키 너마두드! (Tāriki Nāmadud!)

  이후, 교주는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거대한 검은 구를 생성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카리나를 밀어내려 하였고, 이에 카리나는 빛으로 방패를 생성해 그 구체의 움직임을 막아내면서 역으로 '교주' 가 뿜어내는 검은 구를 피라미드의 정문 쪽으로 밀어내려 하였다. 그렇게 빛의 기운과 어둠의 기운이 서로 맞부딪치면서 그로 인해 생성된 하얀 불꽃들이 주변 일대로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카리나는 있는 힘을 다해 방패로 검은 구를 밀어내려 하고 있었지만 그의 뜻과 달리 '교주' 가 소환한 검은 구는 잘 밀려나지 않고 있었다. - 아무래도 카리나는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검사에 가까웠고, '교주' 는 이래봬도 상당한 경력을 가진 마법사였다, 경력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는 했다.
  "나를 밀어내고 싶은 의지는 이 신전을 압도하고도 남건만, 너의 힘은 그 의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구나!!!"
  지속적으로 자신을 밀어내려 하는 빛의 방패가 검은 구를 쉽게 밀어내지 못하는 광경을 두고 '교주' 가 카리나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 외침에서 비웃음의 감정이 드러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있는 힘을 다하는 카리나와 달리 여유를 부리는 듯이 검은 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비웃음의 감정을 담은 듯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니, 이 정도로 빌빌 거리기나 하고 있으면 되겠나? 생각 외로 싱거운 녀석들이로군."
  그러더니, 잠시 후, 그는 "좋다." 라는 말에 이어, 나지막히 이제 본래의 힘을 발휘해 보도록 하겠노라고 말했다-그 표정이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아마도 비웃음을 드러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차례 기합 소리를 내더니, 이어서 격하게 목소리를 내며 주문의 영창을 행하려 하였다.

터리키 보조르과르! (Tāriki Bozorgwar!)

  그리고 기합 소리를 이어가는 그 때에 급격히 검은 구가 커지면서 구를 밀어낼 기세를 보이고 있던 카리나와 그의 방패를 급격히 밀어내기 시작,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한 번 주문을 영창하는 소리 " ~!" 와 함께 그 검은 구가 폭발, 암회색 연기를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카리나는 그 폭발의 충격으로 인해 계단 뒤로 밀려나는 것과 동시에 그 뒤쪽 계단으로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 이후, 그의 검이 계단 아래로 떨어지고, 나의 눈앞으로 카리나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자, 바로 그를 향해 다급히 다가가려 하였다. 돌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는 그야말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도 계단 위까지 뛰어서 그를 두 손으로 받아들었을 때, 카리나는 간신히 고개를 들고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카리나, 괜찮아!?" 그 광경을 보며, 내가 묻자, 카리나에게서 "어어..... 괜찮아..... 견딜만 해." 라는 답이 나왔다. 그 때, 공중에서 나에티아나가 다급히 세나를 향해 다가가서는 자신이 치유를 하겠음을 자처했지만, 그 모습을 보던 내가 그 전에 할 일이 있다고 말하고서, 공중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고, 이에 나에티아나는 알겠다고 화답하고서, 내가 위치한 바로 위쪽의 상공에 머무르려 하였다.
  그러는 그 때, '교주' 로부터 비웃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끝이라 생각했나? 아직 어둠의 힘은 남아 있다, 그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 너의 그 잘난 친구가 무엇을 맞이했었는지, 지금이라도 똑똑히 마주하라!!!"
  이 목소리를 듣고서, 나는 우선 카리나를 우측 어깨에 업어 놓고, 이어서 다급히 카리나가 떨어뜨린 검까지 회수한 다음에 다급히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가서는 피라미드의 계단 앞에 있던 세나의 곁으로 돌아가서는 곧바로 세나에게 바로 다급히 외쳤다.
  "일단 뒤로 물러나! 이 근처는 위험해!"
  그 이후, 나는 바로 세나 그리고 린, 리아 자매와 더불어 피라미드 근처 공간의 한 가운데까지 물러났다. 그리고 오른손에 든 카리나의 검을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에 카리나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다시 피라미드 쪽으로 돌아서려 하는 그 때, '교주' 는 자신의 오른손에 든 지팡이를 통해 소환한 검은 구의 일부를 남겨놓고 있었다. 일부라고 해도, 이전까지 보이던 검은 구의 절반 정도가 남아 있었으며, 그 몸체를 검보라색 막이 감싸고 있어서 그 힘이 여전히 크게 남아 있음을 알리기도.

에프텍하르 아바디! 터리키 아바디! 에프텍하르 너마두드! 터리키 너마두드!!!
(Eftekkhar Abadi! Tāriki Abadi! Eftekkhar Nāmadud! Tāriki Nāmadud!!!)

  그리고 그 주문과 동시에 검은 구에서부터 10 여 개의 검은 기운들이 마치 불덩어리와 같은 모습으로 곡선 상의 궤적을 그리면서 주변 곳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우려했던 바대로 피라미드 근처로 날아간 것도 있고, 피라미드로부터 먼 곳까지 멀리 날아간 것도 있었다. 이 덩어리들이 지면에 격돌할 때마다 격렬히 폭음을 내면서 주변 일대에 어둠의 기운을 터뜨리는 큰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주변 일대에 큰 위협을 드러내고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이들 모두 일행이 있는 곳에 닿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아무렇게나 덩어리들을 발사해서 운 없이 닿지 못한 모양.
  "보았느냐!? 이 하찮은 미물들아! 이것이 바로 '영원한 어둠' 의 힘이다!!!"
  한참 자신의 바로 앞에서 물러나 주저앉아 버린 일행을 비웃는 듯한 광소를 터뜨리고 난 이후, 그는 다시 한 번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하였다, 승리를 자랑할 겸, 자신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주려는 의도에 의한 일이었을 것이다.

터리키!!!! 아! 스트!!!!!
터리키!!!! 아스트! 체넌!!! 누라스트!!!
사란점!!!! 하메 베! 터리키!!! 바르마이 가르단드!
사란점!!!! 머 베! 터리키!!! 버즈 화힘 가쉬트!
터리키!!!! 보조르과르!
베 가저예 쇼머 머 제슴 우 루 호드 러 에러에 화힘 더드!
아크눈 고드랏 호드 러 비더르 코니드!
터 도녀 아즈 고드라 투 에저트 쇼머! 베타르!! 사드!!!!

  어둠의 기운을 이용한 폭격에 피라미드 앞까지 도달했다가 다시 물러선 일행을 보며, 승세를 느꼈는지, 자찬에 가까운 주문 영창을 하며, 그와 동시에 주변 일대로 검은 기운들을 마구 흩뿌렸다. 그들 중 대다수는 공중으로 나아가고, 일부는 지면에 낙하해서 폭발, 푸른 번개에 감싸인 검은 기운을 주변 일대로 퍼뜨리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다수는 일행이 앉은 그 자리에 낙하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주문의 영창을 한 차례 행하고서 '교주' 는 다시 한 번 검은 구를 지팡이를 통해 생성하기 시작, 어느새 그 구는 그 직경이 자신의 키만해질 정도로 커지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이전에 카리나가 생성한 방패의 빛이 어둠과 충돌하면서 격렬한 불꽃을 일으켰다면, 내가 방출하는 빛 줄기에서도 역시 그러할 것이며, 빛으로 피해를 가해,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 그 구멍으로 나에티아나가 화살을 쏘아 그 화살이 구 안으로 파고들게 하면 검은 구체를 내부에서 폭파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으로, 잘하면 '교주' 에게 큰 충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 그 충격으로 피라미드의 문까지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이어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구를 생성하는 동안에는 '교주' 는 다른 행동은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구체가 더 커지기 전에 행동을 개시해야 하겠다는 생각 하에 내가 회수한 카리나의 검을 다시 오른손에 들고, 피라미드를 향해 다시 뛰어들었다, 시간이 없다고 여긴 만큼, 피라미드까지 가능한 빨리 뛰어가려 하였다. 그 전에 카리나가 일어서려 하였지만, 이에 세나가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그래서 세나와 함께 그 앞에 앉아있게 되었다. 그의 상태는 알 수 있을 여유가 없었고, 이후에 그의 모습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피라미드 앞에 도달하자마자 정문을 향하는 계단을 따라 뛰어가다가 구체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고 여기는 순간, 바로 그 위를 향해 뛰어 오르면서 두 손으로 검의 칼자루를 거꾸로 잡았다. 그 칼날이 구체에 박히도록 하기 위함으로 그와 동시에 빛의 기운을 칼날에 모이도록 하고 있었다.
  '잠깐 거만해졌겠지, 다음은 네 차례다!'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뛰어올라 구체의 위쪽에 칼날이 닿게 되자, 바로 그 칼날을 가로 방향으로 구체의 위쪽에 찔러 넣었다. 기운에 의해 생성된 것이었으나, 구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젤리와도 같은 특성을 드러내고 있어, 칼날은 구의 몸 안에 파고든 채, 그 몸체에 박혀 있게 되었으며, 나는 그 칼자루에 매달려 있게 되었다. 이후, 나는 칼자루를 한 바퀴 돌려 칼날이 검은 구 안에서 돌아가도록 한 이후에 다시 한 번 있는 힘을 다해 칼을 구에서 뽑아내어 다시 오른손에 쥐었다. 내가 칼날을 구의 몸체에서 뽑아내자마자 날이 박힌 그 구멍에서부터 불꽃이 생성되어 주변 일대로 발산되는 광경이 나왔으며, 그 이후로도 하얀 빛을 발하는 흔적이 남았다, 그 자리에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었을 것이다.
  칼을 구에서 뽑아낸 이후, 나는 바로 계단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돌 계단에 떨어지다보니,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었기에 다시 몸을 일으켰으며, 계단에 앉은 후, 나는 세나, 카리나가 머무르는 그 일대의 상공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나에티아나에게 오라고 하고서, 곧바로 검은 구의 표면 한 곳에 빛의 기운에 의해 생성된 구멍을 가리키면서 지시를 내리려 하였다.
  "저 구멍 보이지? 그 구멍 안으로 화살을 쏘아!"
  그리고서 나는 시간이 없으니 서두를 것을 나에티아나에게 당부하였다, 아닌 것이 아니라, '교주' 가 검은 구를 크게 만들면서 그 구멍을 메워 없애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나에티아나는 알았다고 답하고서, 이어서 구멍이 있는 그 방향으로 날갯짓을 하며 나아간 이후에 활을 들기 시작했다. 나에티아나가 활시위를 크게 당기고, 그와 함께 금색 빛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활에 놓이자, 그는 눈앞에 보이는 구멍으로 활을 겨누고, 잠시 후, 그는 그간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놓음으로써 빛 화살을 쏘아 그 화살이 구멍이 있는 쪽으로 거세게 날아가도록 하였다. 날아가는 동안 금빛 화살은 금색을 띠는 기나긴 빛의 꼬리를 그리면서 내가 생성한 구멍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기나긴 화살이 구체의 구멍 안에 거세게 박혔다. 얼마나 깊숙히 박혔는지, 금색 빛이 번쩍인 이후로 구의 표면에서 화살은 꼬리의 깃 형상만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상황이 끝나고서야 나는 다시 계단에서 뛰면서 내려와 세나, 카리나의 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세나의 근처에 이를 때까지 뛰었다-. 그 이후, 나는 카리나의 곁으로 돌아가자마자 가만히 앉아 있던 그를 보며 그의 바로 앞에 그의 물건이었던 검을 조심스럽게 올려 놓았다.
  이후, 다시 피라미드 쪽으로 돌아섰을 무렵, '교주' 의 검은 구에 깊숙히 파고든 빛의 화살이 자신을 둘러싼 어둠의 기운과 반응하면서 생성되었을 하얀 불꽃이 검은 구의 표면을 뚫으며, 주변 일대로 퍼져 나아가고 있었다, 검은 구를 둘러싼 검은 고리가 하얀 고리로 변하기까지 하니, 그 광경을 보며, '교주' 는 검은 구에 어둠의 힘을 가하려 하였지만 그러는 동안 이미 빛의 화살이 생성한 빛이 중심부에 생성되어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검은 구에 '교주' 가 가하는 어둠의 힘이 그 빛과 부딪치면서 검은 구의 몸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죽어가는 별과도 같이 검은 구는 불안하게 맥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너희들이...... 감히!!!!" 그 때, '교주' 의 분노와 경악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와 동시에 검은 구에 빛이 생성된 부분에서부터 격렬히 빛이 분출되더니, 그 이후로 하얀 불꽃이 빛과 함께 폭발해 나아가면서 피라미드의 정문과 그 일대가 빛에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맹렬한 폭음과 함께 일행이 머무르고 있던 일대의 지면과 상공까지 떨리고 있었다. - 폭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할 무렵, 피라미드의 정문 쪽에서 희미하게나마 어떤 남자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핏 들어도 단말마로 밖에 들리지 않은 비명 소리, '교주' 가 폭발에 휩싸였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폭발이 끝나면서 불과 연기 모두 사라져 갔다. 잠시 그 일대에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지만, 이 역시 금방 사그라졌다. 격렬한 폭발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돌로 이루어진 피라미드는 형체 하나 상처 입지 않았다. 다만, 충격이 엄청났는지, 그간 굳게 닫혀 있던 정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교주' 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문 너머 어딘가에 쓰러져 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폭발에 의해 생성되었을 연기가 사그라질 무렵, 나는 다급히 계단을 따라 피라미드의 정문을 향해 달려 나아갔다, '교주' 의 상태를 보기 위함으로, 린, 리아 자매가 각자의 총포를 어꺠에 맨 채로 그런 나를 따라 피라미드의 계단을 따라 뛰어 나아가려 하였으며, 나에티아나 역시 상공에서 비행을 이어가며, 피라미드의 정문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후, 내가 피라미드의 정문 쪽에 이르고, 폭발의 충격으로 인해 젖혀진 문 사이에 쓰러진 '교주' 의 모습을 보게 될 그 때, '교주' 가 쓰러진 자리에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려 하였다. 잇달아 들려온 신음 소리를 내며, '교주' 는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린 끝에 간신히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 폭발의 충격을 정면에서 받았을 갑주는 부서졌고, 로브 역시 상의 부분이 거의 찢겨져 그의 보랏빛으로 물든 상반신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용케 투구는 깨지지 않았지만, 왼쪽 뿔 부분은 부서졌으며, 투구의 여러 부분, 특히, 왼쪽 부분이 심하게 갈라져 있어서 심한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을 견디어 내지 못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는 바닥에 부서진 채로 놓여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고 그 모습을 보며, 빛의 기운으로 검을 생성해 오른손에 쥐고 있던 내 모습을 보려 하던 그 때, 뒤쪽 상공에서부터 비행체가 날아드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고개를 돌려 뒤쪽 상공을 바라보려 할 즈음, 나의 눈앞으로 한 무리의 글라이더들이 날아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글라이더들이 각자의 날개 위에 달린 포신에서부터 포격을 가해 초록색, 금색, 푸른색 광선들을 발사하기 시작, 그 광선들이 피라미드의 몸체 곳곳에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숨겨진 적을 찾아내기 위한 폭격이었을 수도 있고, 위협 사격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러한 포격 속에서 하미시(Hamisy) 마을의 경비대원들이 사건의 전개를 확인하고서 사건 종결을 위해 다가왔음을 알아차리며, 다시 피라미드의 정문 쪽을 향해 돌아서서 '교주' 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한편, '교주' 는 피라미드 주변 일대를 둘러싼 글라이더들과 그 글라이더들이 포격을 이어가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대개 멍한 것은 별 다른 생각 없어서 그런 것이지만,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일 수도 있다, '교주' 의 멍함은 후자에 속했다. 그러다가 내가 다시 자신을 바라보고 내가 들고 있던 빛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는 듯해 보이자, '교주' 의 표정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투구 아래로 공포에 질린 입이 거세게 열리고 있었고, 그와 함께 처절한 절규가 그 입에서부터 튀어 나왔다. 마치 고통에 사로잡힌 듯이 비명을 거듭 내지르며 주저앉은 채 뒤로 움직이더니, 결국 몸을 뒤집고서는 기어서 문 너머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터리키~! 아스트!!!

  그 순간, 나는 그가 이전까지 주문을 영창할 때, 일행과의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을 때의 그 소리를 떠올리고서 그 때의 당당했을 그 모습과 방금 전에 보았던 내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한 채, 공포에 질려 비명만 질러대던 그의 모습이 교차되고 있었다. 아마도 내 앞에서 그저 비명만 내지르던 그 모습, 그것이 그의 본성이었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가 피라미드 안으로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어요, 쫓아갈 필요가 있지 않나요?"
  이어 우측 곁으로 나에티아나가 다가와서 나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라고 답하며, 그를 굳이 쫓아 나아가며, 무모하게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음을 알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피라미드 밖으로 다시 나오지 못했다.



  하나의 사건은 일단 1 단계 마무리가 이루어졌다. 나는 다시 피라미드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일행의 곁으로 내려가려 하였고, 그러는 동안 피라미드를 둘러싸던 글라이더들은 그 주변 일대에 착지해 있었으며, 글라이더에 탑승했을 마을 경비대 소속 사람들이 각자의 무장-검, 창 등-을 어깨에 매거나, 허리에 차고 있으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 그러는 동안 린, 리아 자매는 피라미드에서 내려와 그 주변 일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무언가 더 보고 싶은 것이 있었던 모양.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초록색을 띠며 무릎까지 내려갈 정도로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로 연두색 옷과 하얀 멜빵 어깨끈이 흉부와 허리 부분으로 이루어진 상의 부분에 달린 하얀 원피스 차림을 하고, 하얀 접시 사다리꼴 모자를 쓴 이였다. 허리 왼쪽에는 초록색을 띠는 망치를 매고 있었으며, 그 망치의 한쪽 끝이 날카로운 갈고리 모양을 이루고 있어서 나름 전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소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고 여기어졌으나,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들어 소녀를 향해 다가가서 그 모습을 보려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전에 기차에서 만난 바 있던 셀린이었다. 유적 탐사를 목적으로 하미시로 나아가던 이였지만, 하미시에 도착한 이후, 바로 고대 도시로 나아간 시점에서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그 시점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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