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5-2. Darkness and the Light : 2


  3 층의 출입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겨 있지는 않아서 문의 중앙 우측에 있는 문고리를 돌리자 바로 문이 열려, 문 밖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내가 앞장서서 밖으로 나가고, 그 뒤를 세나, 카리나 그리고 나에티아나가 따라 나섰다.



  3 층은 하나의 거대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밟을 수 있는 곳은 내벽을 따라 나 있는 길이 전부였다. 공간 자체가 워낙 넓었다보니-4 층보다 훨씬 넓었다-, 공간의 내벽을 두르고 있을 길 역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3, 4, 5 층에서와 같은 녹색을 띠는 타일들이 나란히 배치된 통로는 그 폭이 좁았다고 해도, 2 ~ 3 사람이 나란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고-공간의 넓이에 비하면 아주 폭이 좁기는 했다-, 길의 가장자리에는 난간이라는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문제 없이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난간이 있는 가장자리 부분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원 기둥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길이를 통해 층의 높이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 높이는 기둥의 길이에 비하면 일행은 한 없이 난장이로 보일 지경이었다.
  통로 바깥쪽 너머로는 아래 층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으니, 건너편 아래의 바닥은 검은 바탕에 녹색을 띠는 구름의 모양과 같은 무늬들이 그려져 있었으니, 혹 누군가가 보았다면 이를 두고 어둠 속의 괴이한 구름(Adma an Viadehuru) 이라 칭했을지도 모른다. 통로에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배치된 각 기둥들의 한 가운데 즈음에는 횃불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었으며, 각 장식 위에는 불꽃 모양으로 조각된 하얀 보석이 달려 있어서 각 보석마다 하얗게 빛을 발하며, 주변 일대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공간 일대는 고요했다. 그저 공간을 스쳐 지나가는 내부의 싸늘한 공기를 품은 바람 소리만 들려올 따름으로 그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통로를 지나는 이들에게 섬뜩한 분위기를 전해주려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 녹색 독구름과 같은 무늬가 그려진 바닥, 기둥의 높이보다도 더 깊은 아래에 있어 보이는 그 바닥의 한 가운데에는 거대한 검은 단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단의 모퉁이마다 하나씩 길다란 기둥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었는데, 각 기둥마다 하나씩 조명 장치가 달려 있었으니, 통로의 기둥에서 본 것과 같은 불꽃 모양으로 조각된 하얀 보석 안에서 새하얀 빛이 방출되어 주변 일대의 어둠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단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무슨 용도로 활용되고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방도는 없었겠지만, 케레브 족, 아니 그 '교주' 가 이 단을 '영원한 어둠' 의 신앙, 그 본산으로서, '영원한 어둠' 을 위해 제물을 바치는 곳으로 활용했을 것임을 능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단이 그들의 제단이라는 것이지요?"
  단을 보면서 내가 하는 설명에 나의 바로 위에 떠 있던 나에티아나가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할 것이라고 답을 하였다.

  단의 한 가운데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마치, 바닥의 일부가 부서져서 생성된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구멍. 지레 짐작해 보았을 때에는 그 단에서 '교주' 와 그 수하들이 케레브 인들을 제단 한 가운데의 구멍 안으로 밀어 넣는 것으로써 그들이 케레브 인들을 '영원한 어둠' 의 제물로 바쳤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러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보였고, 이러한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었다.
  "당연하겠지, '교주' 라는 자는 도시 아래에 잠든 진짜 옛 도시에서 '영원한 어둠' 을 만나 보았을 것이고, 이를 위해 단을 통해 고대 도시의 유적에서 진짜 유적으로 나아갔을 텐데, 이를 위해 구멍으로 뛰어드는 위험한 짓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아."
  카리나가 단에 뚫려 있는 거대한 구멍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단 위에 몇 가지 물건이 놓여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다음에 지팡이와 책 그리고 두루마리가 있다고 말하니, 나도 그 말을 듣자마자 통로 바깥쪽을 보면서 그가 언급한 물품들이 실제로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지팡이, 무슨 물건인지 아시겠어요?"
  세나 역시 나 그리고 카리나가 물건들이 단 위에 놓인 것을 확인할 무렵, 나의 왼쪽 곁-오른쪽 곁에 카리나가 있었다-으로 다가와서 그 물건들에 대해 언급하려 하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공간의 왼편에 놓인 지팡이를 보면서 그 지팡이가 '교주' 가 일행의 눈앞에서 사라질 때, 그리고 그 이후까지 들고 있었을 물건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맞아, 이 지팡이, '교주' 가 들고 있던 그것과 같아!"
  이러한 나의 말을 듣고 있던 카리나 역시 그 지팡이를 보면서 그것이 교주의 물건임을 확신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나에게 그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카리나는 먼저 통로를 따라 나아가려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본래 저 단에는 구멍 같은 것은 나지 않았어. 모종의 원인으로 구멍이 뚫려서 '교주' 가 그 안으로 떨어지고, 그 여파로 그가 들고 있던 지팡이와 책 그리고 두루마리가 단의 주변에 남겨졌을 거야."
  이후, 그가 통로를 따라 걸어 나아가면서 밝힌 바에 의하면 '교주' 는 단의 한 가운데에 이르러 모종의 행동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 도중에 단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로 인해 추락했겠지만, 그는 술법을 통해 추락의 충격을 막으려 하였을 것이고, 이를 통해 생존이 가능했을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그가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지, 그리고 그가 단 위에 올라선 의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교주' 가 단 위에 올라서게 되었을지에 대해서는 각자 추측이 달랐다. 나는 단 위에 앉아 있으면서 앞으로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었고, 세나는 단 위에 놓여 있었을 전송 수단-단의 한 가운데에 새겨졌을 마법진 혹은 단 위에 놓여 있었을 전송 장치-을 통해 지하 유적으로 도주하려 하였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나에티아나는 단 위에 마법진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으며, 마법진의 힘을 빌어 다른 세상으로 도주할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 그의 행보에 대해 밝히고 있었다. 이렇듯, 세 사람의 추측은 각자 달랐지만, 결론은 단 한 가지였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든 간에, 그는 자신이 숭앙하던 것에 의해 바닥 아래로 떨어지면서 자신이 구상한 것을 이룰 수 없게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교주' 는 지금 시점에서는 이 피라미드 아래의 지하 유적 어딘가에 숨어 있겠지요, 그렇지 않을까요."
  "그러하겠지. 하지만 자신의 술법 자체는 상당한 인물이고, 이를 통해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만큼, 제압 수단은 확실히 필요할 거야."
  이후, 세나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가 답을 하였다. 그 이후, 카리나는 어서 '교주' 가 있는 곳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서, 앞장서서 통로를 따라 나아가기 시작했고, 세나가 그러한 카리나의 뒤를 따라 나서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세나의 뒤를 조용히 따라 나서고, 나에티아나가 이러한 일행을 따라 상공에서 비행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렇게 한참 걸어 나아가다가 앞장서 나아가던 카리나가 마지막 길 모퉁이 부근에서 갑자기 멈추어 서려 하였다. 세나가 그 곁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 모종의 무언가를 발견한 듯해 보였고, 이러한 두 사람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그들의 곁으로 다급히 다가가서 왼편에 서 있던 세나에게 물었다.
  "세나, 무엇을 보았기에 그래?"
  "아르사나 씨, 이것이 기억의 별(Syanabiol) 이라 일컬어지는 그 빛나는 물체이지 않아요?"
  "그렇지." 바닥에 놓인 보라색 구체의 모습을 보면서 세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나 그리고 카리나의 사이에 서 있던 내가 답했다. 세나는 '기억의 별' 이라는 물체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5 층에 있었을 무렵, 그 존재에 대해 나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따름으로 그 실체를 보는 것은 아마도 그 때가 처음이었을 것이었다. 그 이후, 세나가 내가 설명한 바를 토대로 그 물건에 대한 추측을 하면서 건네었을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확실히 그 모습은 내가 이전에 보았던 그 물품의 모습과 같았던 것.
  이후, 세나는 허리를 숙여 자신의 오른손으로 구체를 들어올리려 하였고, 그 이후로 그렇게 누군가가 손에 들면 그 이후로 구체가 빛을 발하며 과거의 일화 등에 관한 목소리를 냈다고 이야기를 들었음을 밝히며, 구체를 오른손에 들며 바로 서려 하는 그 순간, 세나의 오른손에 들어온 구체가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그에 이어 상공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선 들려온 것은 마치 무언가를 찢어내는 듯한 괴이한 소리였다.

  한 동안 날카로운 잡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가 반복된 이후, 잠시 잠잠해지더니, 이어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구체를 둘러싸고 있던 일행 모두가 화들짝 놀랄 정도. 그 이후로 금속 그릇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 소리가 금속 그릇들을 내팽개치는 소리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위생 철저? 청결 강조!? 웃기지도 않은 것들! 그런 알량한 술수가 병을 막아 주더냐, 멍청한 인간 놈들!
여기는 이제 우리 수인들의 영역이다! 모든 물품들을 놓고 당장 여기를 떠나라! 조금이라도 늦으면 모두 총살이다!
물건 하나라도 가져가는 놈들은 목 따일 줄 알아!!!
자아, 빨리 처리해라! 이 알량한 먹이 공급소는 철거해 버려라! 상가 건물 전체를 사냥 훈련소로 써야 하겠다! 떠나지 않는 놈들은 모두 잡아들여 사냥감으로 써라!!!

  "...... 세니티아 행성계의 초고대 문명 시대 말기, '수인 전쟁기' 시절의 일이네요."
  이러한 대화가 들려온 이후, 세나는 어떤 시대에 있었던 일인지 바로 알아차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야만적이었던 시대라 칭해지며,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전염병과 재난에 너무나 취약한 인류를 대신해 인류가 잃어버린 야성과 신체 능력을 되찾는다는 명분 하에 짐승의 특성을 얻은 자들이 인류에 반기를 들고, 인류의 세계를 정복해 나아가던 시대였음을 밝혔다.
  세나는 이전부터 역사서를 통해 이러한 시대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하였다. 나도 어렴풋이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만큼 자세히 알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해당 시대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보다 자세히 알아내게 된다.

  가장 야만적인 시대라는 평이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모습을 잃고 늑대, 개, 호랑이 등의 모습을 갖게 된 수인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두고, '자연과의 공생을 누릴 자격을 얻은 축복' 으로 여기고, '각종 질병을 비롯한 자연의 재앙에 그저 공포에 떨기만 하던 인류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자연과 함께하고, 자연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새로운 생활의 추구' 를 목표로 인류에 대항하기 시작한 이래로 10 여년 간 이어진 시대를 의미한다.
  그들의 인류와 짐승의 공존이라는 이상은 높은 것이 될 수 있었지만, 인류와의 전쟁을 개시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이러한 이상은 타락해 버리니, 인류와의 공존을 버리고, 인류의 절멸이라는 파멸적인 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한 이래로 수인들은 숱한 살육과 파괴를 자행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이 지키고자 했다는 자연을 더욱 파괴하고 황폐화시켜 나아갔다. 심지어는 전염병 개체를 퍼뜨리며 인류의 멸절을 노리는 그들 자신에게도 파렴치한 행보를 보이며, 세계에 있어 악의 집단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수인 세력은 인류의 반격으로 처절한 학살과 살육 속에서 수인들이 희생당하면서 파멸로 치닫고, 살아남은 수인들 역시 우주 밖으로 추방되는 것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그 시대 이후로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 때까지 쇠락을 거듭해 나아가니, 이에 대한 비유적 발언이 바로 이것이었다 :

전염병은 수십 만을 죽였지만, 그들은 수십 억을 없애 버렸다.
전염병은 인류 문명을 깨뜨렸지만, 그들은 모든 세상을 무너뜨렸다.

  "에오르 리아 씨께서 들고 계시는 그 대형 광선포의 원형은 그 시기에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그랬지요, 본래는 위력의 강함보다 많은 인명의 살상, 살육을 추구하며 만들어진 병기였다고 해요."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을 무렵,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나가 바로 답을 건네었다.

  이후, 한 동안 다시 거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무언가를 논하고 있는 듯했다.

  이 작은 빛들이 인류의 구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이 빛의 개발이 완성될 무럽에는 그렇게 굳게 믿어왔다. 그러나, 어느 날, 그 빛에 의해 인류가 변이를 일으키는 과정을 의사 체험을 통해 경험을 하였을 때, 나는 이 빛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면서 그로 인해 크나큰 충격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빛으로 다시 태어난 인간이 보다 아름다운 모습과 신비로운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이 빛에 의해 자그마한 요정이나 형체 없는 정령으로 변해갔으며, 일부 사람들이 유아 수준의 정신 연령을 가진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환생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나 역시 모든 기억이 녹아가는 듯이 사라져 갔으며, 일부 기억이 남기는 했지만, 남겨진 것이라고는 유아원 시절의 몇몇 기억들이 전부였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기억만 남은 채, 나는 작은 요정으로 환생하였다. 이는 요정에게 주어진 시간인 수백 내지 500 ~ 600 여 년에 인간의 살아온 시간을 요정의 수명에 맞추려 하니, 발생하는 현상으로 100 년을 산 인간이더라도 요정으로 변이하면 10 대 초반의 아이로 변이할 따름이었다. 대다수의 인간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변해 버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 내 계획에 의해 생성된 빛은 인류를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영혼이나 어린 아이들로 변이시킬 따름이니, 내 계획은 인류 세계의 지속을 불러올 수 없을 것이다, 이 계획의 끝은 기존 인류 세상의 종언, 그 자체다.
  이 세상의 인간들 중에서 모든 것을 잃어가며, 구원을 얻으려 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죽음보다 깊은 절망에 빠진 이들이 아닌 한. 나는 인류가 어차피 기존의 몸을 버릴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보다 인간적인, 자연적인 몸을 가짐으로써 보다 인간다운 세상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내 계획이 불러온 결과를 가상으로나마 목도하면서 나는 이 계획의 실현은 이 시대에는 결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계획의 마지막 단계 실현을 강행하는 것을 내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차마 행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계획의 실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였다, 세상의 인류에게 가해지는 고통이 너무도 깊은 절망을 불러올 때에 이 계획의 실현을 행하기로 하면서. 그 때가 언제 올 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세상을 떠난 그 이후, 그리고 그 때로부터 먼 미래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 계획의 실현이 이루어질 때는 지금 현재는 아니라 생각했다. 그 대신, 나는 현세의 사람들을 위해 해야할 일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그 독백을 이어가는 목소리는 확실히 이전에 '에인절러스(Angelus)' 계획을 추진하려 하였던 그 여성의 목소리와 같았다. 인간을 변이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그 마지막 단계의 일환으로 실제로 인간을 변이시키거나 그 과정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했을 것으로 보이며, 그 계획의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느낀 이후로 계획을 더 이상 추진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그 목소리를 들으며,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독백이 끝난 이후, 더 이상 어떠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으며, 세나가 손에 든 구체는 하얀 빛을 불안정하게 깜박이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잠시 동안이라고 했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일행의 표정은 한결 같이 어두웠다. 구 인류 역사의 마지막 시기에 암울한 나날들이 이어져 왔음을 이적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이는 그 곳에 있던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암울했던 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선조들의 음울한 역사 속 이야기는 목도할 때마다 그 마음에 어두운 기분을 와닿게 하고 있었으니, 이를 마냥 차분히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어두운 시대, 언제 재앙이 닥쳐올지 장담할 수 없었을 그 시대에 좌절감, 절망감 속에 사로잡히고, 석판과 낙서의 문구에서처럼 인류 자신을 원망하고, 또 저주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러한 문구들이 옛 시대의 모습을 반영했다는 유적에서까지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 만큼 시대와 사람들 자신의 운명을 원망했었을 사람들, 그리고 그 원인이 된 좌절, 절망 속에 있었을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았을 것임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이런 시대가 찾아올까요."
  "이와 같은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이 찾아온다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염병이나 자연 재해 등의 고난을 문명 사회가 방비 없이 맞이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이러한 미래가 찾아올 가능성에 대한 예지일지도 몰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 인류에게 이러한 예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러하니......."
  나에티아나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조용히 답했고, 그 이후 한 동안 일행 사이에서는 어떠한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때로는 이러한 재앙적인 사건이 너무나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깝다. 어렸을 때에는 너무나 화가 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예전에 학교에서 몰래 돌려보던 책으로 '살아있는 시체 (Saryij Jukïtdr)' 에 대한 어떤 이야기 책이 있었다. 처음에는 특정한 도시들이 살아있는 시체들로 뒤덮일 뿐이었다가, 시간이 지나자 전 세계로 퍼져 나아가고, 결국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들 전체가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른 시체들의 재앙,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이런저런 왈가왈부가 있기는 했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주목한 것은 그 기원이었다.
  어느 시골의 공장에서 갑자기 죽은 자들의 시체가 일어나고, 이러한 시체들의 행렬이 퍼져 나아가는 것으로 일련의 재앙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야기의 전개가 처음에는 너무나 사소한 일이었고, 금방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었던 것이 인류 전체가 손을 댈 수 없을 지경으로 확장된 것이었기에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그 시초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이 분기가 피어올랐고, 그러면서 그 이야기 속 세상에서 그 원흉을 찾아 없애버리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기도 했었다.
  세나가 들고 있던 구체의 이야기들은 모두 이러한 재앙이 거듭 맞이했던 인류 자신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들로서 인류의 형태를 유지하는 선택을 포기한 이들과 그러한 선택을 행하려 한 자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 중에서 두 번째 이야기가 더욱 마음에 와닿고 있었으니, 질병과 고통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인외의 영역에서 구원을 찾으려 한 자의 고뇌가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음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모든 일이 끝난 언젠가, 그 무렵에 일행에게 나누어 보기로 했다.

  "일단 가자, 여기서 계속 머무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했잖아."
  이후, 카리나가 나와 세나 등을 다독이며, 제단으로 나아가자고 부탁을 했고, 그리하여 일행은 카리나가 앞장서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길을 나아가게 되었다. 다행히도 나도 그렇고, 일행 모두가 길을 나아가는 동안 금세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벽면과 4 개 모퉁이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나아가면서 3, 4 층의 출입문, 그 반대편에 자리잡은 2, 3 층의 출입문으로 나아갔다. 해당 출입문 역시 닫혀 있었지만 문의 좌측에 달린 문고리를 돌리면서 문을 열 수 있었고, 이후, 일행은 나를 시작으로 카리나, 세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의 순으로 문 너머의 나선형 계단을 거쳐, 2 층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이전에 바라보았던 그 단이 2 층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2 층의 내부는 4 층과 마찬가지로 건물의 내벽을 둘러싸는 듯한 기나긴 통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만, 내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의 배색은 이전까지의 초록색 혹은 비취색이 아닌 푸른색을 띠고 있었으며, 통로의 길이는 2 층 내부의 넓이가 4 층보다 훨씬 넓었음을 감안해 보자하면 훨씬 길었다고 볼 수 있었다. 모퉁이 근처마다 하나씩 안쪽 내벽 사이에 문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4 층의 구조를 연상케 했다. 그와 더불어 문 반대편에 석판이 하나씩 붙어있는 것조차 비슷했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겠지요?"
  "아무도 없기를 바라야 하겠지." 나에티아나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그렇게 답했다. 처음에는 내가 앞장서 나아갔지만, 잠시 후에 방패를 이용할 수 있는 세나가 앞장서기 시작해, 세나와 카리나 그리고 나와 나에티아나의 순으로 길을 나아가게 되었다. 세나와 카리나는 앞장서서 전방에 있는 것들을 관찰하는 역할을, 나와 나에티아나는 벽의 곳곳에 새겨져 있을 낙서 및 문구들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먼저 발견한 문구는 첫 번째 모퉁이 부근에 있는 문의 건너편에 있는 석판에 새겨져 있었다. 판의 재질은 4 층에 있는 것과 같은 옥이었던 것 같으나, 통로의 색에 밎춰 파랗게 물들인 것처럼 보였다. 석판의 문구를 보기 전에 우선 석판 반대편-통로 안쪽-에 자리잡은 문부터 열어서 그 내부를 살펴 보았다. 4 층에서와 같은 비어있는 방의 모습이 드러났지만, 방 안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다른 방들도 사정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첫 번째 방문을 열어본 이후로는 더 이상 문을 열어 보거나 하지 않았다.
  석판에는 모종의 문자가 새겨져 있었으니, 이는 아래와 같았다 :

آن‌ها شر هستند
زیرا شر در دل آن‌ها هستی دارد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로 쓰인 문구들. 두 문장에는 같은 어구들이 몇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는 의미를 짐작하는 것조차 힘들었기에 문구에 대해서는 깊이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문장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것, 그리고 문장 부호가 왼쪽에 있었던 것을 통해 문장의 순서가 통상과는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유의미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여태껏 발견한 어구들 모두 일행이 행하는 것과는 크게 상관 있지 않았음을 의식해 문구를 지나쳐 나아가기로 했다.
  "아르사나,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알 수 있었어?"
  한편, 카리나와 세나는 두 번째 모퉁이 부근에 자리잡고 있었다. 문구를 해석하고 오는 나와 나에티아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으로 내가 해석한 문구에 대한 기대를 깊이 품고 있어 보였지만 나는 그러한 그들의 기대와 달리, 문구를 해석하지 못했고-쓰인 문자 자체를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체 무엇이 쓰여 있었는지, 읽어보려 했지만, 도저히 알아볼 수 없었어."
  "정말!? 석판에는 그간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글자들이 쓰여있지 않았어!?"
  해석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나의 말에 카리나는 의아해하면서 나에게 어떤 문자들이 쓰여 있었기에 그러하느냐고 말한 이후에 바로 그 문자들을 확인해 보겠다면서 첫 번째 석판이 위치하고 있었을 곳으로 뛰어가려 하였다. 그 때, 세나가 나의 바로 위에 떠 있던 나에티아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정말로 우리가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석판에 새겨져 있었나요?"
  "예, 저도 이 문자들은 처음 보는 것들이라서......." 이후, 세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에티아나가 바로 답을 하였다. 그러는 그 때, 카리나와 세나 모두 문제의 글자가 새겨진 석판 앞으로 접근해 그 석판을 한 번씩 보려 하였으나, 이들에게도 그 문자들은 그저 낯설기만 했고, 모두 글자 해독은 포기해야만 했다.
  "모양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배열되고 있어서, 일단 무언가 의미를 가지는 문장임은 틀림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카리나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으로, 글자의 의미 자체를 알지 못하는 한, 그 이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일행이 그 문구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에 불과했다. 그 이후로 일행은 다시 첫 번째 모퉁이를 지나 두 번째 모퉁이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일행은 모퉁이마다 아무것도 없는 방과 그 방의 출입문 건너편에 자리잡은 석판, 그리고 석판에 새겨진 글자들을 발견해 나아갔지만, 이들 모두 의미 자체를 알 수 없는 글자들이었고, 그래서 일행은 글자들의 모습을 보고 지나치는 것 정도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모퉁이에 발견된 글자들은 아래와 같은 문구들을 이루고 있었다 :

مثل آن
تاریکی در مقابل نور در دوره بشر غالب است
زیرا تاریکی در قلب و روح انسان هستی دارد

  이것이 두 번째 모퉁이의 석판에 새겨진 글이다.

تا پایان دوره بشر پایان یابد
شر و تاریکی همیشه غالب است
نور و خوبی با ناامیدی از قلب مردان
زیر فشار تاریکی قرار می گیرند

  이것이 세 번째 모퉁이의 석판에 새겨진 글이고,

تاریکی است
زیرا تاریکی است ، روشنایی است
مثل همه چیز در تاریکی
همه ی ما مانند تاریکی یکی خواهیم بود
تاریکی است
تاریکی است

  이것은 네 번째 모퉁이의 석판에 새겨진 글이다. 이번에는 같은 문구들이 반복되고 있어서 같은 의미 혹은 (다른 대상을 향한) 같은 행위를 나타내는 글이 거듭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래도 글자의 의미 자체를 알 수 없어 그렇다는 정황만 알 수 있었을 따름이었지만.

  그리고, 통로의 마지막에 자리잡은 1, 2 층을 잇는 통로의 출입문 앞에 이르렀을 때, 일행의 눈앞으로 3, 4 층을 잇는 출입문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검은 판을 대신해 하나의 거대한 석판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이 석판에는 그간 일행이 지켜봐 왔던 의미 불명의 글자들이 두 문장씩 쓰여 있었다. 각 문단마다 위쪽 문장에는 좌측에 물음표를 뒤집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만큼, 문답 형식의 문장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덧붙여서 첫째, 둘째 문단은 답이 같았기에, 서로 다른 질문이 같은 답을 지향하고 있었을 것임을 문단을 보며 유추하기도 했다.
  큼지막한 석판에 새겨진 문구들은 아래와 같았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일단은 석판에 새겨진 문자들만 게시해 본다 :

چه کسی است که بر زندگی ما مسلط است؟
او تاریکی ابدی است

چه کسی است که ما را نجات می دهد و ما را از بین می‌برد؟
او تاریکی ابدی است

چه کسانی هستند که از تاریکی ابدی پیروی می‌کنند؟
چیزهای دانا

چه کسانی هستند که از تاریکی جاودانه سر می‌زنند؟
چیزهای شجاع

پس شما کی هستید؟
ما کسانی هستیم که دانا هستیم اما شجاع نیستیم

  "무슨 문답의 일종 같은 것이겠지?"
  "분명 그러할 거야."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문은 문고리가 없었으나, 앞장서 나아가던 카리나가 문을 좌측으로 밀어내니, 밀리는 대로 문이 그대로 열렸고, 그와 함께 1, 2 층을 잇는 계단이 드러났다. 아래 층을 향하는 계단이 드러나자마자 카리나부터 그 계단을 통해 아래 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나에티아나보다 앞서, 세 번째로 들어갔고, 앞서 나아가는 카리나, 세나의 뒤를 따라 나선형 계단을 통해 1 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계단은 이전까지의 계단들과 달리, 바깥쪽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 끝 너머로 2, 4 층에서와 같은 기나긴 통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2, 4 층의 통로처럼 변두리 구역에 해당되는 통로는 건물을 둘러싸는 듯이 하나의 거대한 네모꼴을 그리고 있었다.
  "여기야! 이 문으로 들어가면 돼!"
  이후, 일행이 남동쪽 모퉁이를 향해 돌아갈 무렵, 카리나가 남쪽 통로의 한 가운데 즈음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듯이 크게 소리쳤고, 이에 일행 모두 다급히 앞장서 남쪽 통로의 한 가운데에 이른 카리나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우측 곁에 이르는 나의 눈앞으로 남쪽 통로 한 가운데 사이를 기점으로 북쪽 방향을 향하는 작은 통로와 그 통로 끝에 자리잡은 입구의 그것과 비슷한 모양의 문양이 그려진 대문이 열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 왔어, 저 문 너머야." 그 대문의 모습을 보며, 직감할 수 있을 이들은 모두 직감을 했다, 그 너머에 의식장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문이 열려 있었던 만큼, 바로 열린 그 너머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고, 그리하여 일행은 앞장서 나아가던 카리나를 시작으로 세나, 그리고 나와 나에티아나의 순으로 문 너머의 통로, 그리고 그 끝 너머에 위치하고 있었을 거대한 단이 자리잡고 있는 건물 내부의 거대한 현관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1 층의 외곽 회랑, 그 남쪽의 문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현관의 한 가운데에는 단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그 단의 각 모퉁이 부근마다 하나씩 거대한 기둥이 자리잡고, 기둥의 끝마다 하나씩 결정이 자리잡고 있어서 결정의 하얀 빛이 현관 내부의 어둠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 빛에 의지하며 카리나는 단의 계단 앞까지 뛰어가려 하였다.
  높이만 하더라도 대략 1 메타르에 이르며, 가로 폭은 그 10 배인 10 메타르, 세로 폭은 8 배인 8 메타르 즈음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단, 그 단의 한 가운데는 3 층에서 보았을 때의 그대로, 큰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이미 3 층에서 보았던 '교주' 가 지하로 떨어지면서 남겼을 지팡이, 책 등이 놓인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어느 작은 물체의 모습도 보였으니, 계단 위로 올라왔다가 단의 좌측 가장자리 부근에 서 있던 그가 뒤따라 단 위로 올라가던 나에게 공동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물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아르사나, 여기 봐!" 그 목소리에 바로 단에 생성된 공동을 향해 다가가 보니, 정말로 공동 한 가운데 즈음에 이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작은 구체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구체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나에티아나가 날갯짓을 하면서 구체를 향해 접근했다가 그 뒤로 나아가서 날갯짓을 세차게 했다, 그 바람으로 구체를 내가 있는 쪽으로 옮기려 하였던 것 같았다. 구체는 다행히도 바람에 의해 날아가 카리나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그 무렵, 세나는 '교주' 가 떨어뜨린 지팡이를 들고, 카리나는 그의 찢겨진 옷자락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앞으로 구체가 다가오자마자 바로 구체에 시선을 두기 시작,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구체를 자신의 왼손으로 붙잡았다. 마치 놓치지 않으려 하는 듯이 왼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었으니, 딱히 그 구체에만 한정된 행동이 아니라, 그의 습관적인 행동이라 구체와는 특별히 관련된 행동은 아니었다.
  "잡았어!" 그렇게 카리나가 구체를 잡고, 그 이후에 주변에 있던 이들, 자신의 앞쪽에 머무르고 있던 세나와 나 그리고 공동 뒤쪽에서 막 날갯짓을 마치고, 잠시 공중에 머무르며 쉬고 있었을 나에티아나에게 알리려 하였다. 그 순간, 여태껏 누군가의 손에 놓인 구체들이 그러하였듯이, 그 구체 역시 하얗게 깜박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체를 잡은 카리나의 주변 일대에서 무언가를 찢는 듯한 거칠고 날카로운 소리가 구체가 있는 그 즈음에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한 동안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소리가 그치는 것과 동시에 마치 녹음된 소리를 다시 들려주는 듯한 누군가의 독백을 전하는 소리가 일행의 귓가에 들려오려 하고 있었다.

  "시구르드! 자네 거기 있었나!?"
  조악하게 녹음된 듯이, 잡음과 함께 섞여 들려오던 목소리는 '교주' 라 칭해지는 케레브 족 수장의 목소리였다. 어딘가에서 시구르드와 마주했던 모양으로 아마도 1 층의 단까지 도망쳐 내려갔다가 그 단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시구르드를 발견했던 모양.
  "예, 주군. 주군을 모시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명령을!"
  평소에 '교주' 에 불만이 많았던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명령에 의해 그를 모시고 있었던 사람답게, 다급히 자신을 향해 다가왔을 이에게 정중히 명령을 부탁하고 있었다. 이에 '교주' 는 이전에는 없었던, 아니 막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설 때와 같은 다급한 그리고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고맙다. 자네라도 여기에 남아있어 주어서 정말 다행이야...... '영원한 어둠' 께서는 나를 버리지 않으셨어!"
  그렇게 위엄을 다 버리고 나면서도 그는 '영원한 어둠' 을 신으로 받들고 있음을 계속 드러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신앙이 두려움에 휩싸인 그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근간이었을지도. 영원한 어둠이 자신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말 이후로 '교주' 는 시구르드에게 이렇게 청했다.
  "그 간악한 도적들이 이 신전 내부로 들어서려 하고 있다! 그 도적들로부터 나를, 이 몸을 지켜줄 수 있겠는가!?"
  "예, 주군, 삼가 그 전언, 받들어 모시겠나이다."
  그러자 '교주' 는 시구르드에게 고맙다고 화답을 하고서, 이어서 그에게 반드시 그 황망한 도적들을 도모해 줄 것을 부탁하고서, 그들을 도모하지 못한다면 '에레브 족(케레브 족)' 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말하고서 반드시 그들을 막아내도록 해 줄 것을 애원하는 듯이 부탁하고 있었다.
  "그들을 어디에서 맞이할 생각인가?"
  "3 층 참배길을 향하는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그 문의 잠금을 풀 수 있는 대답의 실마리를 방마다 하나씩 놓아두는 것입니다. 3 개의 방에 하나씩 실마리를 놓고, 나머지 하나의 방에 제가 남은 실마리들을 가지고, 머무르려 할 것입니다. 그들은 미증유의 고대 문명 속에서 문을 열기 위해 단서들을 찾아내려 할 것이고, 그 도중에 반드시 신과 마주하게 되겠지요. 그 때가 되면 신은 그들을 하나씩 끌어내어 모두 사로잡도록 하겠나이다."
  "그렇다면, 4 층의 방에서 그들을 기다리겠다는 것인가?"
  이후, '교주' 는 뜻하는 대로 하라고 청했고, 이후, 시구르드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이후, '교주' 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만 들려오기는 했지만, 단 위로 올라서, 그 가운데에 위치하려고 발걸음을 옮기었음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 잠시 거친 소리가 울려 퍼졌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교주' 의 목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그래, 잘 됐군, 아주 잘 됐어. 암만 그들이 우리 신전 내부까지 날뛰며 다닌다고 한들, 그 자의 힘과 의기를 어떻게 이겨내겠는가. 내가 들은 바대로라면, 시구르드는 초고대 문명의 가호를 받아 막강한 기술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였어, 모든 전투에 관한 기예가 고도로 발달된 세계에서 온 자인 만큼, 그 기술을 전수 받은 그 자의 능력의 위대함은 당연지사. 그 야만적인 작자들의 기세도 그 위대한 기예를 가진 자 앞에서는 그저 굴복할 수밖에 없겠지, 그래, 그렇게 될 것이야.

  '교주' 는 초고대 문명 시대에서 온 자인 만큼, 당연히 높은 기술을 전수 받은 자일 것이라 시구르드에 대해 말하였으며, 그와 더불어 나를 비롯한 '침입자' 일당은 그런 시구르드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 장담하기에 이르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혼잣말에는 이전의 위엄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절대적인 존재들에 의지해 그들의 힘에 모든 것을 의지하며, 그 힘을 통해 자신의 적들을 몰아낼 생각에 연연하고 있는 인간의 하찮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따름이니, 이러한 그의 목소리를 통해 거듭 궁지에 몰리고, 의지할 곳이 신앙과 시구르드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게 된 '교주' 의 이성이 무너져 가고 있었음을 그 목소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래, 이제 그 자들에 대해서는 잊자, 어차피 죽거나 그 자의 노예가 될 자들일 터이니. 자, 이제, 그렇다면 나는 당분간 여기서 쉬고 있으면서 앞일을 영원한 어둠과 함께 논의하면 되겠군. 비록, 우리 에레브 인들은 거의 괴멸했다고 하지만, 영원한 어둠께서는 우리 에레브 인들을 영원히 지켜주고 계시니라, 그 분의 가호가 계신 한, 에레브 인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지. 그리고 그 힘의 지배 아래에서 우리 에레브 인은 이 세상을 지배하고, 더 나아가, 우주마저 우리의 영역이 되고 말 것이야.
  자아, 영원한 어둠께서 지켜보시는 한, 우리는 무적이나 다를 바 없도다. 우리를 핍박했던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능욕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따를지를 생각해 봐야 하겠군. 그 전에 내가 썼던 어둠의 경전을 살펴 봐야지. 아, 그 전에 경전을 읽기 위한 지침서부터 먼저 보도록 해야 하겠어, 그간 경전에 쓰인 문자에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 이제부터 신성한 마법진에 앉아 다시금 나의 주군을 제대로 받들어 모실 수 있도록 경건한 의식을 치러야 하겠다, 이래서야 영원한 어둠께서 자칫 이 몸을 업신여기겠어.

  이미 궁지에 몰릴대로 몰린 상황에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잣말을 통해 스스로의 밝은 미래를 구상하는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지고 있었으니, '교주' 는 일행이 시구르드를 패배시킬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와 더불어 그는 '어둠의 경전' 에 기록된 문자를 읽기 위한 학습을 다시 해야 하겠다고 말하였으니, 이를 통해 '어둠의 경전' 이라는 그가 소지한 책에는 지침서 없이 바로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이 기록되어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문자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어도, 그가 손에 들려 한 책이 지침서였던 만큼, 단에 놓인 책이 그 지침서일 것이며, 그 지침서를 통해 그 문자의 실체를 볼 수 있음을 기대할 수 있었다.

  자아, 다시 한 번 영원한 어둠께 기도를 드려야 하겠구나, 분명 충분히 제물을 바쳐 드렸으니, 이제 그 분께서 깨어나셨을 터, 그러하니, 내가 기도하면 어둠께서 내 기도에 호응해 당신의 권능을 일깨워 침입자들 일체에게 그 힘이 얼마나 가공한지를 보여주실 수 있으리라.

  그리고 잠시 후, 공동에서부터 기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큰 지, 재현하는 소리마저 공간 전체를 울릴 정도에 이르렀다.

터리키 아바디!
터리키 아바디 보조르과르!
아크눈 고드랏 호드 러 비더르 카르단!

아크눈 자먼 언 아스트!
베고저리드 고드랏 쇼머 바러예
타르션단 도쉬마넌 버샤드!

타멈 도쉬마넌 호드 러 케 언 바흐샷넉 더란드 할럭 코니드!
우 베고저리드 바르 하메 도녀 호쿠맛 코님!

  상당히 길게 이어진 기도 이후, 갑자기 어딘가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잠시 울려 퍼지더니, 그 이후로 경보음 비스무리한 소리가 울리면서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한 동안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아 이제 목소리가 더 들려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때, 다시 '교주' 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영원한 어둠께서 깨어나지 못하신 것이 틀림 없군. 하지만 곧 그 분께서는 깨어나실 것이다, 돌아오실 것이다. 그리고 내 기도를 들어주시어, 이 신전을 감히 침노한 침략자들을 집어 삼키시어, 감히 우리 에레브 인들에게 거역한 자들의 말로를 몸소 보여주도록 할 것이야!

  그가 어떤 말을 해 왔는지를 유심히 들어보니, 그는 확실히 그 당시에는 여느 케레브 인들과 마찬가지로 세니티아 어를 어설프게 구사하고 있었다-그래서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이고-. 다만, 일상어는 어설프게 하고 있었으면서도 고급 언어는 틀림 없이 잘 사용하고 있었으니, 이를 통해 예식의 개념은 확실히 잡혀 있는 인물이었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후, 그가 "자아, 그렇다면 다시 기도....." 라고 말을 이어가려 하는 그 때, 갑자기 다시 지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명히 들려오는 돌 무더기 같은 것이 붕괴하는 소리와 함께 단말마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이후로 급격히 소리가 끊기는 것을 통해 그가 그 시점에서 지면의 붕괴와 함께 떨어졌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영원한 어둠이 깨어나면서 그로 인해 일대의 기반이 붕괴되었고, 그 여파로 교주가 떨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목소리가 끊기고, 카리나가 들고 있던 구체가 터지는 듯이 사라지는 그 때, 나의 우측에 서 있던 세나가 나를 보면서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그러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화답을 하였다. 그 이후, 구체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카리나가 이를 두고 말했다.
  "영원한 어둠이 깨어나면서 그마저 삼키려고 마수를 뻗어온 것이겠지, 그러면서 이 바닥이 무너져 바닥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을 교주가 지하로 떨어졌을 것이고."
  그리고서 카리나는 그 말에 이어, 교주가 어디 앉아 있었든 간에 '영원한 어둠' 의 마수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 여기고 있음을 밝히고서, 영원한 어둠이 의지를 가지고 그의 기도에 호응했다면, '교주' 가 자리잡고 있는 곳을 어떻게든 감지했을 것임이 그 이유라 하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가 만약에 단의 가장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다면 가장자리 일대가 무너져 그 일대에 구멍이 뚫렸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영원한 어둠' 은 이제 막 깨어나 지하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러하겠지." 이후, 세나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그렇다고 답했고, 모두 그것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다. 이후, 카리나는 구멍 왼편의 가장자리에 앉아 그 아래를 내려다 보려 하였다. 하지만 구멍 너머가 워낙 깊고 어두웠던 탓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 아래로 내려가야 함이 옳겠지만....... 이대로 뛰어내리면 당연히 위험하겠지?"
  이후, 카리나가 뛰어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뛰어내리면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그러면서 안전하게 뛰어내리고 착지하는 방법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앉아서 구멍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말했다. 그 이후, 한참 생각을 하고 있다가, 그간 숙이고 있던 고개를 다시 들며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말하려 하였다.
  "....... 아무래도 그 두루마리를 사용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서 나에티아나에게 두루마리를 건네줄 것을 요구하였다. 나도 처음에는 카리나의 생각에 동의를 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깊은 아래로 뛰어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비행을 할 수 있는 이는 나에티아나를 제외하면 없는데, 그렇다고 나에티아나가 일행에 속한 나머지 세 명을 한 명씩 들어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 다행히, 모두 한꺼번에 내려갈 필요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그래서 한 사람씩 내려가도 괜찮았다. 나에티아나가 한 사람씩 내려다 주도록 한다는 생각이 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것.
- 비행 마법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비행 마법과 수상 보행(Migaya) 마법은 예로부터 주문서의 형태로만 전승되고 있으며, 이런 주문서는 일반적으로 보급되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때, 일행은 글라이더를 소환해서 내려간 이후로 글라이더 비행을 통해 '영원한 어둠' 으로의 접근을 시도하자고 뜻을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영원한 어둠' 과의 싸움에서 글라이더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 하고 있기도 했고.
  그러는 동안 두루마리를 전해줘야 할 나에티아나는 공동 한 가운데로 날아 움직이고서,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니, 나에티아나는 가급적이면 자신이 일행을 한 명씩 내려다 주려 했었다고 한다. 지표면에서 얻을 단서를 얻으면서 다니려면 그 동안만큼은 걸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었음이 그 이유. 일행을 한 명씩 들어주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그가 겪을 부담을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그가 생각하는 바를 고려할 필요도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에티아나가 혹시 지치기라도 하면......"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간 생각해 왔던 나에티아나가 지칠 가능성을 다시 염려하기도 했다.
  "맞아! 제가 소환할 수 있는 환수들 중 하나를 이용하면 되잖아요! 그 때에 제가 환수에 올라타는 모습도 보여드린 적 있었을 텐데......"
  세나가 환수의 거대 형태를 소환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었다. 다만, 우연한 마력의 폭주로 거대한 형태-혹은 본래의 모습-로 소환된 것을 환수와의 친화 능력이 나름 있는 세나가 잘 다스려 탑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기었을 따름이었고, 그래서 당시에는 천문대에 있던 이들 모두가 그 환수는 세나 아니면 아무도 탈 수 없을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으며, 그 이후로 세나는 그러한 유형의 환수를 소환하거나 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러한 환수를 능동적으로 소환할 수 있음을 당시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나에티아나는 당시에는 아예 그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그 때, 커다란 기계 병기를 소환했었던 기억은 있어. 그런데, 그 일은 우연이 아니었어?"
  카리나 역시 그 일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그 역시 그 일을 당시의 나와 마찬가지로 우연으로 믿고 있었고, 그래서 거대 환수의 소환에 대해 당시에도 그렇게 미더워하지는 않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카리나는 이러한 그의 무모해 보이는(?) 행동에 대해 '해 볼 테면 해 보라지' 라는 식으로 관망만 하고 있었겠지만, 그 때만큼은 달랐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에 바로 염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던 것.
  "이러다가 저 애가 소환한 것이 그 때처럼 친화적이지 못하게 되면......."
  "일단 지켜보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세나가 안 할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세나 자신이 책임지고 상황을 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던 만큼, 일단 그를 지켜보기로 했다.

  카리나가 미더워하든 말든, 세나는 자신의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어, 그 손끝에서 하얀 빛의 기운을 불러오기 시작했고, 이어서 왼팔 역시 내밀어 두 손끝이 모이도록 하였다. 이윽고, 모인 두 손에서부터 수많은 기운들이 마치 거대한 흐름과도 같이 공동이 있는 쪽을 향해 분출되니,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작은 시냇물과 같은 형상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거대한 빛의 흐름은 이윽고, 공동의 한 지점, 나에티아나가 서 있던 그 부근에서 멈추고, 이윽고 그 빛의 흐름은 하나의 별처럼 거대한 구체의 형상을 이루다가 점차 그 형상이 변이하기 시작해, 마침내 거대한 날개를 펼치는 큰 새의 형상을 보이고 있었다.
  새하얗게 빛나며 주변의 어둠을 비추는 거대한 새로서, 그 날개가 얼마나 큰지, 활짝 펼치면 공동의 지름에 이르며, 몸의 크기 역시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람 키의 2 배 이상에 이르렀으니, 그 정도면 사람이 충분히 타고도 남을만한 크기였다. 더 나아가, 그 등에는 사람이 탈 수 있도록 등자가 매여 있고, 목에는 고삐가 매여 있기도.

  "이 거대한 새의 등자에 올라타시면 되어요."
  그 동안에도 새는 그 거대한 형상에서 수많은 빛들을 흩뿌리며 그 주변의 머나먼 곳까지 환하게 어둠을 밝히는 그 거대한 새의 모습을 보면서 카리나가 앉았던 데에서 일어났다. 거대 환수가 소환되어 세나와 눈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크게 놓였던 것 같았다.
  "다행이다, 적어도 너의 의사를 잘 따르고 있는 모양이네."
  "걱정 마세요, 카리나 씨께서 탑승하셔도 아무런 문제 없을 거예요."
  그러자 세나는 활짝 웃으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물론, 자신의 환수이므로 그렇게 말할 수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카리나는 물론, 나 역시 탑승 이후의 상황을 잘 장담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환자가 아닌 이가 올라탄 환수가 그 이후에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지, 그리고 세나가 자신이 아닌 타자가 올라탄 환수를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지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지 않을 것은 아니라서 내가 먼저 거대한 새의 등자에 올라타기로 했다.
  "내가 먼저 탈게." 이후, 세나가 명령을 내려, 나의 앞으로 다가와서 날개를 접고, 몸을 숙여 등자를 탈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등자에 올라탔다. 그런데, 우려했던 바와 달리, 새는 내가 올라탄 이후에도 세나의 명령을 따라 온순히 몸을 움직였고, 그 이후로 바로 날개를 활짝 펼치고서,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려 하였다. 이 정도면 환수의 행동에 대해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고, 그래서 환수가 공중에 떠올라 세나를 정면에서 내려다 볼 즈음에 그에게 말했다.
  "걱정이 되었는데, 이 정도면 능숙하게 소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네, 그렇지?"
  "말씀드렸잖아요,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이후, 세나는 이전에도 분명 문제 없이 모두 탈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지만, 선뜻 믿음이 가지 않았고, 그래서 "어떻게 그걸 믿겠어?" 라 되묻는 듯이 답하였는데, 그 때만큼은 세나도 꽤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도 아쉬운 일이기는 했지만, 이제 와서 그의 말대로 환수가 행동해 줄 수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렇다면, 글라이더의 소환은 아직 필요 없는 것이지요?"
  "그래, 어차피 여기서는 한꺼번에 모두 내려갈 필요는 없으니, 세나의 환수가 그의 말대로, 사람을 잘 내려줄 수 있다면 될 거야. 아무튼 잘 됐어, 글라이더를 소환할 필요도 없고, 한 사람씩 내려주느라, 나에티아나가 수고할 필요도 없으니까."
  이후, 그 광경을 보면서 나에티아나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가 답했고, 그러는 동안 새는 날갯짓을 하면서 공동 쪽으로 천천히 나아가더니, 잠시 후, 공동 중앙에 이르러서는 그 아래를 향해 날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빛이 없는 굴이다보니, 환수가 발하는 빛 없이는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서, 환수의 빛이 환하게 주변 일대를 비추고 있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그야말로 검은 바위와 그 사이의 통로, 그 이상 보이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날갯짓을 하며, 굴을 따라 내려간 끝에 새의 발끝이 어느 바닥에 닿았고, 이어서 새는 내가 무사히 착지할 수 있도록 몸을 숙여주어 그 우측 곁으로 내려가면서 피라미드 아래의 땅을 처음으로 밟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온전히 착지한 이후, 새는 다시 굴이 자리잡은 천장 일대로 다시 날아 오르며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피라미드의 1 층에 자리잡은 단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태워주려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었다.
  그들이 내 곁으로 올 때까지 나는 착지했던 곳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우선 주변 일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전에 환수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만큼, 감빛 기운을 일으켰다. 그 감빛 기운이 어둠 속에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다. - 주변 일대가 파랗게 보일 따름이기는 했지만.



  내가 착지했던 바닥에는 빛으로 그려진 듯한-빛의 기운으로 일대를 비추어 확인해 보니, 초록색이었다-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으며, 해당 마법진은 하나의 거대한 무늬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 무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고, 또 알 이유도 없었다. 다만, 마법진에 그려진 무늬 자체는 1 층의 단에 새겨졌을 마법진과 같은 문양이었을 것이라 추측을 하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1 층에서 전송된 이들은 마법진을 통해 지하 공간으로 들어섰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어두운 곳이라 검게 보이기는 했지만, 빛의 기운을 간간히 일으켜서 바닥의 색을 보니, 어둡기는 해도 바닥이 검지는 않았다. 그 바닥에는 마법진이 자리잡은 그 앞에서부터 남쪽 방향을 따라 액체 자국들이 하나의 길을 그려내고 있었는데, 빛의 기운을 통해 그 액체의 모습을 보니, 보라색을 띠고 있어서 어느 케레브 인이 마법진에서부터 피를 흘리며 나아간 흔적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케레브 인들은 타락의 영향으로 피마저 그 색이 보라색으로 변질되어 있다.

  보라색 액체는 마법진이 있는 그 부근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길게 먼 어두운 저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단의 마법진을 통해 전송되었을 이들이라면 마법진에 이르자마자 피를 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법진 부근에서부터 피를 흘리며 나아갔을 케레브 인이라면 단 한 사람 밖에 없었다.
  "교주겠네, 여기로 떨어진 이후, 피를 흘리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했던 것 같아."
  마법진의 우측에는 책 한 권이 떨어져 있었으며, 왼편에는 검은 유리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책은 아무래도 '교주' 가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둔 책이었을 것이며, 유리 조각들은 왼쪽 주머니에 넣었던 보주가 깨어지면서 흩어진 조각들이었을 것이었다. 몸에 품은 마지막 물품들까지 그가 지면에 격돌하자마자 몸에서 떨어지며, 그 중 하나는 파괴되었고, 남은 하나는 큰 상처를 입었을 그가 떠나보냈으니,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교주는 지침서는 꺼내고, 경전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었지. 그 책이 이제 여기에 있나 보네."
  경전만큼은 그 자신의 위대한 신을 위한 물건이었던 만큼, 다른 이들에게 함부로 넘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겠지만, '어둠' 의 배신으로 인해 깊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이 책 역시 다른 이에게 넘어가게 생긴 것이었다, 지침서를 잃어버린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의 일이었을 것.
  '교주' 가 남긴 '영원한 어둠' 의 숭배를 위한 경전, 바닥에 떨어진 그 책을 향해 다가간 이후에 왼손으로 그 책을 주웠고, 이어서 손에 들고 있던 검의 끝 부분을 마법진이 새겨진 바닥에 꽂아 놓은 다음에 책을 첫 장부터 하나씩 넘기기 시작했다. 아이의 손바닥 크기만한 작은 책자에는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이 가득히 적혀 있었다. 2 층에서 보았던 글자들과 비슷한 종류였을 그 글자들은 오른쪽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었으며, 표지의 표제로 쓰였을 글자들 역시 책의 뒤쪽 표지에 있었다. 아니, 일반적인 책에서는 뒷 표지였을 것이, 이 책에서는 앞 표지였던 모양.
  아직 읽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곧 카리나 혹은 세나가 지침서를 가지고 올 것인 만큼, 대략이나마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수는 있어 보였다. 이 책들을 회수해 간다면 별 의미 없는 내용들의 집합이 될지는 몰라도, 그간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게되는 중요한 기회가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후, 다시 빛을 발하며 새가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카리나 혹은 세나가 올 것임을 짐자갷 볼 수 있었다. 다가오는 것은 새 뿐만이 아니었으니, 새의 곁에는 나에티아나도 새의 우측 곁에서 같이 내려오고 있었다. 탄 사람을 내려 주고서 새는 다시 올라갔고, 이후, 탄 사람이 새에서 내려 착지하는 것을 같이 하여, 나에티아나 역시 지면에 이르러 두 사람이 나란히 동행하면서 내 곁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카리나잖아." 확실히 그 모습은 카리나였다. 그는 오른손에 이전에 교주가 놓쳐버렸던 그 지침서를 들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후, 그는 나를 발견하고서 "라르나, 기다리고 있었어?" 라고 물으며, 나에게 다가왔고, 이후, 그는 내가 왼손에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교주의 경전을 입수했음을 확신한 이후에 다급히 내 곁으로 다가와 책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말했다.
  "이것이 그 교주의 경전이라는 책인 거야? 생각보다 무척 작은 책 같아, 그렇지 않아?"
  자신이 예상한 바에 비해 작은 책이라 카리나가 그 책에 대해 말하니,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아무래도 교주의 법의에 용이하게 넣어둘 수 있으려면 책의 크기 자체를 작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 이후, 카리나는 책의 크기도 작을 뿐더러, 두께 역시 그렇게 두껍지 않아서 내용 자체는 아주 적을 것 같다고 그 책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 어떤 나라의 지도자는 자신이 이런저런 곳에서 했던 말 중에서 중요한 말들을 선정해 수십여 절로 나누어 수록했으며, 이러한 책들이 한창 발행될 무렵에는 사람들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갖고 다닐 수 있도록 하였고, 학교 교육은 받지 않아도 어록에 수록된 말들은 반드시 외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작은 책(Jagen Bibli) 이라 칭해졌다는 그 작은 책자 말하는 거야?"
  그 책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어머니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작은 책' 이라 칭해진 어떤 지도자가 말했던 것들 중에서 수십여 문장들만 추려 이를 책에 수록해 사람들의 행동 지침으로 삼도록 하니,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지식은 쌓지 않아도, 해당 어록을 외고, 어록대로 행동하는 것만이 지식인의 조건이라는 말이 있기도 했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작은 책' 은 그 나라에서는 경전, 그 자체였으며, 경전에 수록된 어구들의 출처인 지도자는 그 나라에서는 한 동안 '신' 으로 숭앙되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지경이었다.
  "다른 종교는...... 그 시대의 그 나라에서는 금지였겠지?"
  "당연하지 않겠어?" 이후, 카리나가 빈정대는 듯이 건네는 물음에 나 역시 빈정거림을 가득 담아 답했다. '영원한 어둠' 을 위한 경전에 어떠한 어구가 수록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기는 했어도, 필경 그 시대, 그 나라에서 사람들에게 보급한 '경전' 의 영향을 받았을 것임이 역력하다는 생각에 나와 카리나는 물론, 나에티아나 역시 바로 공감의 의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카리나, 지침서를 잠깐 보자."
  이후, 나는 경전을 치마의 왼쪽 주머니에 넣어 놓은 이후에 카리나에게 지침서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고, 이 요청에 그는 알았다고 답하고서, 그 이후에 나에게 지침서를 건네었다. 왼손으로 지침서를 건네 받은 후에 책장을 하나씩 펼쳐보기 시작했다. 그 책자는 '경전' 과 달리 쪽의 순서가 일반적인 책자와 다름 없었고, 문자를 구성하는 글자들 역시 내가 잘 알 수 있는 글자들이었다. 책자의 첫 부분에는 도표로 구성된 목록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주목했던 사항이 하나 있다면, 도표의 한 부분에 그간 읽을 수 없어서 놓아두었던 글자들이 수록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4 개의 글자들이 하나의 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에 대응되는 글자는 단 하나였으니, 4 개의 글자들이 실제로는 하나의 음가(Sor) 를 가지지만, 그 대신으로 하나의 조를 이루는 글자들은 위치에 따라 다른 용도를 가지는 모양이었다.
  "엘리니카(Elinika) 문자 중에 '시그마(Sigma, Sighma)' 는 2 가지 소문자(Jag'ja) 를 갖고 있다는데, 그 중 하나는 어말에만 쓰인다고 되어 있었어. 엘리니카 문자는 시그마 단 하나만 그러한데, 이 글자들은 모든 글자들이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
  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에 카리나로부터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카리나는 문구의 시작에 사용되는 문자와 도중에 쓰이는 문자, 그리고 마지막에 쓰이는 문자가 따로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가 추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정도가 한계였으며, 어떤 문자가 어떤 위치에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듣고난 이후, 나는 도표에서 왼쪽에서 순서대로 문장의 처음 - 중간 - 끝에 쓰인 문자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었지만, 맞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지침서의 그 이후에는 각종 문장들이 쓰여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각 문장에 대응되는 의미가 내가 알 수 있는 문자들로 기록되어 있어서 이러한 문장들을 다수 대조해 보면 글자들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글자들이 어떠한 단어를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책자를 지침서를 뒤져가면서 읽을 시간은 없었고, 그래서 나는 지침서를 다시 카리나에게 맡기고, 빛을 발하는 새를 타고 세나가 일행의 곁으로 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비로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후, 마력 유지를 위해 세나는 환수의 소환을 해제시켜 사라지게 했지만, 세나의 새가 없어도, 내가 소환한 빛을 발하는 기운 그리고 나에티아나의 빛이 있었고, 카리나 역시 빛을 발하는 방패로 앞길을 비추고 있었기에 길이 어둡기는 했어도 앞길을 잘 비추며 나아갈 수 있었다.
- 이후, '교주' 의 모든 책들은 나에티아나가 맡기로 했다, 앞으로 있을 나와 카리나 모두 엄연한 싸움의 주역었음이 그 이유.

  마법진 너머로는 길이 곧게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 좌우로는 고대 도시에서 보았던 바대로 건물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물들이 온전한 모습을 보전하고 있었던 지상의 고대 도시와 달리, 온전하게 남은 건물은 거의 없다시피한 모습으로 길에서조차 건물의 잔해로 추정되는 돌더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정도로 황폐한 곳이었다. 이것이 지상의 고대 도시 아래에 묻혀 있었을 고대 도시의 진정한 모습이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길을 따라 케레브 인의 피인 보라색 액체 자국이 이어지고 있었다. 치명상을 입었을 '교주' 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갔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렇게 피를 흘려가면서도 그는 '영원한 어둠' 을 영접하려고 계속 애를 쓰고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그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길을 따라 나아가면 '영원한 어둠' 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좌우의 건물들을 한 번씩 둘러 보면서 건물에 무언가 단서 비스무리한 것이 있을지 여부를 살펴보려 하였다. 길의 좌우 가장자리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등이 놓여 있었고, 가로등은 그 와중에도 정상 작동하고 있어서 초록색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빛이 발하는 영역은 그렇게 넓지 않아 먼 곳까지 비치지는 않아서 어둠을 비추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유적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민망한 폐허에는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건물 여기저기에 낙서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어서 사람이 있었음을 그럭저럭 알리고 있었다. 낙서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낙서가 쓰인 건물의 외벽으로 다가가서 그 글자들을 보고는 했다.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도 있기는 했지만, 낙서의 주체가 케레브 족이었을 글자들은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모종의 이유로 괴이하게 쓰인 글자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어떤 글자일지 짐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해서 읽어본 낙서들은 아래와 같았다 :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DARK, TO MAKE ME BLIND.

너무나 어둡고, 너무나 무섭다. 구원이란 원래 이런 것일까.
Too dark, too scared. Is the salvation like this?

어둠 속에서 언젠가는 내 모습도 보이지 않겠지. 어둠이 나를 삼키며, 나는 하나가 되겠지. 구원이란 그런 것이었어.
In the darkness, can't see myself soon. I will devoured to be as one. The salvation is like that.

교주는 엉터리였다, 그는 사기꾼이었어. 우리는 어둠 속에서 모두 죽을 거야.
THE LORD WAS FAKE, HE WAS SWINDLER, WE WILL DIE IN THE SHADOW.

엄마, 왜 저를 에레브 족으로 낳으셨나요!?
MOMMY, WHY WAS I BORN TO EREVIAN?

망할 교주 XX, 저승에서 기다리겠다, 우리가 너희를 갈가리 찢어버릴 것이야!
DAMN LORD F**K, I WILL WAIT FOR YOU IN HELL, WE WILL HACK YOU INTO PIECES!

애초에 포레 느와흐 같은 거를 수장으로 삼고 있던 종족이 잘못 된 거야.
In the beginning, our leader was Foret Noire, it was the worst.

모든 것들을 혐오하고, 불편해했다. 우리 종족은 에레브가 아니었어, 우리는 케레브였다. 이 역시 우리 종족의 업보야.
We hated, uncomforted all. Our tribe was not Erevian, We were Kherebians. This is also our Karma.

  '구원'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구원을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글로 표현하고 있던 것은 어둠에 대한 공포와 무서움 혹은 두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대다수였으며, 종족의 수장이었던 '교주' 나 포레 느와흐를 원망하는 글, 종족의 업보를 논하는 글에 심지어는 자신의 어머니를 자신이 케레브인으로 태어나게 했다며 원망하는 글까지 있었다. 그 중 대다수가 오래 전에 쓰여진 글로 보여서-보라색 피로 쓰여진 글이 많았는데, 대다수가 오래되어서 그러한지 마르고 변색되어 있었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원망과 분노가 이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도 결국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었겠지요?"
  "그들 중 대다수는 평범한 민중이었으니까, 주술이든 뭐든 수장에게 절대 복종하는 이들이 아닌 한,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거야. 물론 그들은 이 행성계에서는 그들은 행성계를 더럽힐 수 있는 위험한 존재들이고, 그래서 나 역시 그들을 좌시할 수는 없겠지만 말야."
  "여태껏 처치한 케레브 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전사이거나 악질적인 자들이었잖아요. 그렇다면......."
  "악의를 드러냈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 이들은 대개는 평범한 이들에게는 위협적인 이들일 수도 있을 것 아니겠니.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거야. 추방을 시키는 등의 보다 온건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을 거야."
  벽에 새겨진 문구들을 보는 동안 나에티아나가 나의 곁에 계속 있으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케레브 인들 중에서도 평범한 사고를 가진 이들이 대다수였음을 알게 된 이후, 그것에 대한 대화가 한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구원받는 것이 아니야, 짐승 새X 의 먹이가 되러 가는 거라고.
We are not salvaged, We are the prey of the beast.

녀석을 보았어, 탐욕스럽게 눈을 뜨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고!
I SAW THAT. IT OPENED ITS EYES AND MOUTH HUNGRILY!

  문구들 중에는 '영원한 어둠' 의 실체를 보았을 법한 이들의 글도 있었다. 글에서는 한결 같이 '영원한 어둠' 을 '짐승' 으로 묘사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을 '짐승의 제물' 이라 자칭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짐승에 먹힌다' 로 간주하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어둠' 은 '신' 적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르사나, 지금 어디에 있어? 이 문구를 봐! 여기 담장 앞에 새겨진 것을 보라고!"
  그 무렵, 카리나로부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편, 카리나는 우측 곁에 서 있던 세나와 함께 더불어 길의 먼 앞, 어느 무너진 건물을 둘러싸고 있던 무너진 담장 앞에 서 있었다. 문구의 대다수는 브리태나(Britaena) 로 쓰여 있었기에 그들 역시 읽는 데에 부담이 없었을 것이며, 그래서 글을 읽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리는 없었고, 뭔가 놀랄만한 문구를 보았고, 그 문구를 나 역시 보기를 원했기에 나를 불렀을 것. 이러한 그의 부름에 나는 "알았어!" 라고 답하면서 바로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려 하였다.
  "무슨 문구가 있었기에......"
  한편, 내가 두 사람이 있던 곳에 도착했을 무렵, 카리나 그리고 세나는 무너지다 만 담벽 근처에 쓰인 어느 낙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문구들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은 내가 담장의 그들이 서 있던 부분에 이르렀을 때, 두 사람은 카리나가 좌측, 그리고 세나가 우측, 이렇게 각자 좌우로 물러나면서 나와 나에티아나 모두 두 사람이 보고 있었을, 벽에 새겨진 문구들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바로 이 문구야." 카리나가 소개하는 동안 나는 그들이 보고 있었다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 문구는 아래와 같았다 :

그들이 오리라. 그들로 너의 길은 열리며, 바라는 자들의 피로, 그대는
BY THEM THOU COME, BY THEM THY WAY OPNES, BY THE BLOOD OF WILLINGS, THOU

  해당 글의 마지막 어구는 주어만 있고, 나머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 글을 쓰다가 모종의 이유로 그만두었음이 역력해 보였으니, 근처의 바닥에 낙서에 쓰였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 어느 숯 막대가가 있었음이 그 사유였다. 지금은 숯 막대기가 된 무언가로 문구를 적다가 모종의 이유로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을 것으로 담장 근처에 숯 막대기가 놓인 모습을 보며 추정을 해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사항으로 '열다' 를 뜻하는 말인 open 이 opne 로 잘못 쓰여 있었던 것.
  "이 단어를 잘못 알고 쓴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할 리가." 이후, 나에티아나가 문구를 보았을 카리나에게 건넨 물음에 카리나가 바로 당연하다는 듯이 답을 하였다. 그리고 갑자기 문구를 쓰고 있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닥쳐왔고, 그로 인해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을 것임이 틀림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모종의 일이 닥치고-아마도 습격을 당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문구를 쓴 이는 살해당하고, 그가 쓰고 있던 필기구는 이후, 숯 막대기로 변해 버렸을 것임을 바로 짐작해 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전까지 본 문구들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 정황에 의하면 습격의 주체는 '영원한 어둠' 일 것이고, 짐승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존재에 의해 문구를 쓴 이와 같은 케레브 인들이 습격당해 '잡아 먹혔을' 것으로 여기어졌던 것.
  이후, 일행은 다시 함께 모여 길을 따라 걸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카리나가 왼팔에 생성된 방패를 앞세우면서 앞장서 나아가고, 그 뒤를 따라 나와 세나가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나에티아나는 이러한 3 사람의 머리 위 부근을 따라 날갯짓을 하면서 상공에서 일행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언제라도 그 존재가 습격해 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누구라도 여기에 있다면." 이후, 그 생각을 드러내는 말에 나에티아나가 놀라면서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그렇다는 의미의 답을 하였다. 그러자 나에티아나는 일행 역시 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빛의 힘을 구현하는 이들을 목도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겠어?"
  이후, 일행이 다시 모였을 때, 카리나가 방패를 들며 앞장서 걸어 나아가면서 나에티아나에게 되묻는 듯이 말했다. '영원한 어둠' 이 '습격했을' 이들은 대개 무력하고 나약한 케레브 인들일 것으로, 정말 그 존재가 깨어났다고 하더라도 빛의 힘을 품은 이들을 함부로 습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에게 있어서 우리들이 결코 만만해 보이는 이들은 아니란 말이야."
  그 이후, 카리나는 나에게 영원한 어둠을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말을 마쳤고, 이에 나는 바로 그러할 것 같다고 답했다. 비꼼의 대상이 그런 존재였던 탓인지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로부터 이런 말이 이어 나왔다.
  "나약하고 평범한 이들을 짓밟을 줄만 아는 이들치고 실속 있는 이들 별로 없다고 했어, 예로부터 말야. 이전의 케레브 족 군단도 사람들을 탄압할 때에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군단이었지만 아르셀이 용사들과 함께 나설 때에는 그토록 나약할 수 없지 않았다지, 아르사나, 그렇지 않아?"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카리나는 방패를 앞세우며 앞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야기를 마치면서 그는 뒤따라 나아가던 나에게 잠시 고개를 돌렸고, 그리고서 어머니의 이름을 언급해 가면서 미소를 띠며 나에게 물으니, 이 물음에 나 역시 조용히 미소를 띠며 "그랬겠지." 라 답했다.
  어머니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실제로 어머니께서 포레 느와흐의 성으로 진격해 나아가셨을 때, 그토록 잔혹하고 혹독할 줄만 알았던 케레브 군단 대다수의 전사들은 그렇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나는 그 때를 떠올리며 그의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한 것이었다.

  고대 도시의 아래에 묻혀 있었던 폐허 거리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암흑 세계와도 같았다. 원래 세상의 그 흔적들만 남긴 채로 암흑 속에 묻혀버린 세상, 하지만 그 흔적들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것들이 본래의 모습 정도는 남겨두고 있었다. 거리의 형태도, 바닥을 메우고 있었을 타일들 역시 어둠 속이라 빛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지하 깊은 곳에 묻힌 도시가 어떤 곳이었는지, 얼마나 번화한 곳이었는지 역시 알려주고 있었다.
  "아르사나! 여기를 봐, 여기에 또 낙서가 있어!"
  "이번에는 또 무슨 낙서이기에......." 카리나의 알림에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하면서 앞서 나아갔던 그를 찾아가려 하였다. 당시 그가 있던 곳은 십자로의 우측 건너편 한 곳에 자리잡은 성당 건물로서, 반 즈음 무너지다 만 성당 건물을 반 즈음 무너지다 만 담장이 둘러싸고 있었다. 낙서는 담장의 왼쪽 부분에 검은 글자로 쓰여 있었다. 담장에 다가왔을 때에는 카리나와 나에티아나는 문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며, 그래서 나와 세나가 낙서가 쓰여 있는 담장의 부분에 바로 접근할 수 있었다. 그 왼편 곁에는 찢겨질 것만 같은 바래질대로 바래진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지만 종이에 쓰이고 그려진 것들이 바래질대로 바래져서 무엇이 쓰이고 그려졌는지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담장에 쓰인 낙서들은 아래와 같았다. 역시 브리태나였고, 그래서 바로 읽어볼 수 있었다 :

차라리 베르티 마녀들의 검에 베여 죽겠다. 이 딴 거의 먹이가 되려고 이러는 게 아니었어!
I'd better to be slayed by the Bertian sword. I cannot be swollen by it!

베르티 마녀야, 혹시 나를 찾아오면 나를 찔러 줘.
YOU BERTI, IF YOU CAN FIND ME, PLEASE, STAB ME.

  베르티라면 아마도 어머니인 아르셀 혹은 나를 의미하고 있을 것이다. 즉, 문구를 쓴 이가 바라고 있었던 것은 내가 생성하는 칼날에 의한 죽음으로 그것을 원할 정도라면 삶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잃었음을 의미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글에 대해 세나는 모종의 이유로 인해 더 이상 삶을 이어가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기에 차라리 나의 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 여기는 말을 건네기도.
  "그렇다면 그들 역시 '어둠' 의 습격을 받았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이제는 그냥 '어둠' 으로 칭하고 있었다. 세나는 그 '어둠' 에 의해 습격을 당한 이들이 그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서 그러한 글을 썼을 것이라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세나는 나에게 어둠에 '먹히는' 것은 그야말로 고통스러움 그 자체로서, 빛의 검에 의해 베이는 것보다 그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가하고 있었을 것으로 여길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나와 세나가 담장 안으로 들어선 이후, 무너지다 만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카리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와 마주했을 때, 나는 두 사람이 천장과 벽 곳곳이 무너지고 내벽과 바닥 등이 검게 물든 교회 내부에 머무르며 서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나에티아나는 단 앞에 서 있었으며, 카리나는 건물 내부의 좌측 부분에 위치한 검게 물든 회중석들 사이를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와 세나가 들어오자마자 카리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회중석 사이를 떠나, 중앙 복도를 따라 나와 세나를 맞이하려 하였다.
  "왔구나, 마침 잘 왔어, 여기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부르려고 했었는데, 모두."
  그리고서 그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이 복도를 따라 단을 향해 나아가다가 나에티아나가 있는 그 왼편을 거치면서 단의 뒤쪽에 이르렀고, 그 뒤를 따르면서 나는 단의 뒤쪽에 수많은 물건들이 검게 물든 채로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건드리면 안 돼!" 얼핏 봐도 건드릴 수 없어 보였던 물건들, 그 물건들 앞에 선 이후, 뒤따라 온 나와 세나를 향해 잠시 돌아서며 건드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가 격하고 높아서 건드리면 위험한 물건임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행한 경고이겠지만-곁에 없던 나에티아나의 경우도 있었고-, 그 정도의 주의는 그간 여행을 이어가고 있었을 일행 정도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런 그의 말에 농담삼아 이렇게 화답했다.
  "그 정도는 우리 정도는 다 알아~."
  바닥에는 필기구들, 크고 작은 곽들, 검게 물들어 빛을 잃은 장신구들, 본래는 보석이었을 결정 덩어리들, 지갑들, 아마도 지폐였을 종이 조각들, 그와 더불어 형체만 남은 책자들과 인형들,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곽들이 버려져 검게 물든 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있었는지, 성당 폐허의 단 너머는 그야말로 쓰레기 천지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이것들을 봐, 어둠의 기운으로 검게 물들어서 건드릴 수 없지만, 이것들은 모두 본래 케레브 족 사람들이 갖고 있던 물건들이야."
  당연하게도 그렇게 많은 물건을 몇 명이 갖고 다니고 있을 리는 없었을 것이고, 성당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한 순간에 생성되었을 것이다. - 오랜 시간에 걸쳐 몇 명씩 성당에 들어오고 그들이 남긴 물건들이 만들어 낸 그 흔적일 수도 있어 보였다. 일단은 나도 카리나도 전자 쪽을 우선 생각했으니, 성당에 숨어든 수많은 케레브 인들이 '어둠' 의 습격을 받아 각자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지러이 놓였으며, 그와 더불어 '어둠' 에 의해 성당 내부가 검게 물들어 버렸을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습격이 수시로 발생하고, 그로 인해 케레브 인들이 희생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랬겠지." 이후, 세나가 건네는 물음에 카리나가 바로 답했다. 그 직후, 그 다음으로 단 너머에서 지켜보던 나에티아나가 묻기를, 다른 건물의 내부도 혹시 그러한 것은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물음에 세나가 그런 나에티아나의 물음에 이렇게 답을 하려 하였다 :
  "그러할 수도 있을 거예요, 케레브 인들은 수시로 건물 내부에 들어가 습격을 피하려 했지만, 습격이 건물 내부마저 덮치는 일이 자주 일어났을 테니까요."
  "이 교회가 그 건물들 중 하나란 것이지요?" 이후, 나에티아나가 묻자, 세나를 대신해 카리나가 그러하였을 것이라 답하고서, 수많은 지하 유적과 유물들이 어둠에 의해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을 것이라 추측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전에 지나친 건물들 역시 겉은 온전하지만 안은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거야."

  그렇게 케레브 인들이 희생당한 현장을 다시 목도하고서 일행은 다시 성당에서 나와서 대로를 따라 계속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가 앞장서고, 세나와 카리나가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나에티아나는 여전히 상공에서 그런 3 사람을 따라 나서면서 일행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길 따라 계속 핏자국이 나 있어요." 그렇게 길을 나아가는 동안 뒤쪽에서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카리나가 '교주' 에 대해 그렇게 피를 흘리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서 먼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앞에 분명 영원한 어둠이 잠들어 있었을 거야."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조금씩 건물들 너머에 자리잡고 있었을 연못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옛 문명 도시에서 한 번씩은 볼 수 있었다는 인공 호수로 땅 속에 가라앉은 이후로 아마도 고일대로 고였을 물은 동굴의 어둠만큼이나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다. 난간의 가장자리는 난간이 둘러싸고 있었겠지만 쇠로 이루어졌을 난간은 녹이 슬대로 슬어 함부로 잡아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큰 길로 이어진 부분은 끊어지기까지 해 함부로 접근하면 물에 빠질 위험이 있기도 했다. '교주' 가 남겼을 핏자국은 호수의 가장자리 쪽을 향하고 있었고, 출혈을 이어가며 '교주' 는 '영원한 어둠' 을 찾아가려 하였으니, 그 호수가 '영원한 어둠' 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여기어지기에 충분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슬슬 해야 할 거야."
  그 목소리를 듣고 난 이후, 나는 호수와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리면서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 따라오는 이들에게 당부를 했고, 이에 카리나는 알겠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내가 계속 검을 들고 있는 모습에 대해 칼집을 어디서든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말에 내가 이렇게 화답했다 :
  "어차피 대충 휘두르다가 던져 버리려고 들고 있는 것이니까."



  한 동안 말 없이 조용히 걷기를 거듭하기를 10 여 분, 그 이후 일행은 어두운 색으로 물든 물로 채워진 인공 호수 바로 앞에 이르렀다. 호수의 가장자리는 녹슬고 부서진 난간이 둘러싸고 있었으며, 그 주변 일대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역시 녹슬고 부서지다 만 가로등들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었다. 등은 이미 꺼져 있었으며, 꺼지다 못해 겉 부분이 깨어진 것도 있었다. 본래는 호수를 둘러싸는 공원 지대였을 폐허 지대 한 가운데의 검은 물로 채워진 둥근 인공 호수는 마치 생기를 잃은 듯, 물결 하나 치지 않는 채로 검은 물을 채우고 있었다.
  "여기 봐, '교주' 가 남긴 흔적이 여기에 있어!"
  난간의 바로 앞에 이르렀을 무렵, 카리나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카리나가 난간의 바로 앞으로 뛰어 나아가고 있었다. 일행이 이미 에상한 대로, 보라색 핏자국은 호수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고, 난간 바로 앞에는 상당히 많은 보라색 핏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정황 상 '교주' 가 마지막으로 있은 곳이었겠지만 '교주' 의 모습은 핏자국 흔적만 남아 있을 뿐으로 이외에는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은 듯해 보였다. 다만, 핏자국이 넓게 남은 곳 바로 위에 감빛을 띠는 구체 하나가 내가 그 앞으로 접근해 왔을 무렵에 생성되었으니, '빛방울' 의 일종으로서, 그 당시의 정황을 명확히 알기에는 더 없이 좋아 보였다.
  "여기 떨어진 것, 천 조각이에요! '교주' 가 남긴 것 같아요!"
  그렇게 빛 방울을 발견했을 무렵, 왼편에서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내가 다급히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나아가 세나를 찾아갔다. 그 무렵, 세나는 검은 천 조각을 들고 있었으니, 천 조각 크기가 대략 손바닥 크기만 했다. 그 모습만 보고 추측해 본 바로는 '어둠' 에 의해 '교주' 가 잡아먹히면서 천 조각이 찢겨지며 그 자리에 남았을 것으로 여길 수 있었지만 일단 빛 방울을 발견한 만큼, 그 빛 방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확인해 보기 위해 다시 빛 방울이 떠 있는 곳으로 나아가 그 빛 방울을 검을 잡지 않은 왼손으로 잡았다.

  잠시 후, 이전의 그 빛 방울들을 잡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빛 방울이 깜박거리기를 반복하더니, 이어서 거칠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동안 울려퍼지던 소리가 그치고 누군가의 거칠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교주' 가 내고 있던 소리였을 것이었다.
  그렇게 거칠게 숨을 내쉬는 소리, 그리고 신음 소리만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기운이 약해지다 못해 숨을 쉬는 것부터 버거워졌을 정도에 이르렀던 만큼, 말을 잇는 것도 이미 어려워졌을 것임이 틀림 없었다. 치명상을 입고 일어설 여력조차 없었을 '교주' 는 계속 길 위에 피를 흘리면서 바닥을 계속 기어가고 있었던 데다가, 치료는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테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교주' 는 호수의 바로 앞에 당도한 것이었다.

흐어......으허......허으어......
어어......허어......어어어어어어......
어으어어......으어으..... 거.....레........

  "거.......레...... 여기거...... 너예...... 슈구네......."
  이미 흘린 피만큼 기운이 빠질대로 빠졌을 '교주' 의 목소리는 이미 약해져 있었으며, 입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었는지, 말도 분명하게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목소리를 어느 정도 낼 수는 있었는지, 그 목소리는 주변 소음에 묻히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거레...... 네...... 슈구눌...... 슈구뇔...... 헤울 수만...... 거레...... 회회회......"
  기운이 너무 쇠하다 못해,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던 그는 이미 죽음을 거의 직감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영원한 어둠' 이 잠들어 있다는 그 호수의 바로 앞까지 당도해 나아가고 있었다. 쇠해져 가는 기운과 극심하게 밀려오는 고통이 있었겠지만 '교주' 는 그저 자신의 '주군' 을 어떻게든 깨우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든 아득바득 견디어 가면서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영원한 어둠' 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리고 그 존재가 깨어난 이후로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더 이상 그에게 중요치는 않았을 것이었다. '영원한 어둠' 을 깨워, 자신과 자신의 일족들을 파멸시키려 한 마녀들-일행-,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멸하겠다는 의지만이 죽음을 앞둔 그에게 남아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슈구에소....... 겅링허싱더....... 모되 밀머..... 미으쇼...... 그이거...... 으이 세성이...... 회회회..... 이히히히히히........"
  교주는 이미 마음만은 '영원한 어둠' 과 하나가 된 것처럼 말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신음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는 웃음 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이성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는지 그 웃음은 광기를 넘어 귀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이히히히..... 이히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 휘휘히히히히!!!!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교주' 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며, 기력이 다해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듯이, 그의 말소리에 신음 소리가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슈뭉...... 슈뭉우...... 오어...... 어머엇도 모오곧더...... 용쇼....... 용쇼놀.......
머헐 머여 요도리...... 요오쇼노오로........
으으으...... 으으으....... 어도미쇼...... 너예 슈구미쇼......!!!

  그렇게 한 동안 신음에 말까지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영원한 어둠' 과 '주군' 을 잇달아 되뇌고 있을 뿐인 교주의 목소리만 들려오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어딘가에서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영원한 어둠' 혹은 '주군' 이라 칭해졌을 존재가 냈을 목소리. 그러나, 단일 존재였을 이가 내는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하나는 당연히 아니었을 것이고, 둘, 셋 정도도 아니었다. 수많은 목소리가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었다. 확실한 것은 들려온 목소리들은 모두 사람의 목소리들이었다는 것으로 남성, 여성, 늙은이, 젊은이, 어린이의 목소리가 뒤섞여 있었다는 것이다, 이 목소리들이 심하게 뒤섞여 마치 짐승의 울음 소리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
  "저게 '영원한 어둠' 이라 칭해지는 것의 목소리란 것이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카리나가 놀람 반, 혐오감 반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을 그 때-확실한 것은 시끄러우면서 기괴하고 굉장히 징그러운 목소리였다는 것이다-, '영원한 어둠' 과 마주했을 '교주' 의 마지막 목소리가 울려 퍼지려 하고 있었다.

어어.....!!! 어어......!!! 너예...... 너에 슈구미쇼오.....!!!

  그간 죽어가고 있으면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던 '교주' 는 그 때만큼은 온 힘을 짜내기라도 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다시 한 번 울려퍼지는 괴물의 울음 소리와 함께 그의 전례 없던-심지어 일행도 제대로 듣지 못한-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이러한 소리를 글자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표현하자고 한다면,

ㅡㅇ아ㅏ앙라아ㅏㅇ라알아리아라아아아아아아아

정도가 아니었을지.

  그 참혹하기 이를데 없는 비명 소리가 끊기는 것과 동시에 빛 방울 역시 '팟!' 하고 터지면서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영원한 어둠' 이 '교주' 를 덮쳤을지는 알 수 없기는 했지만 그 시점에서 '영원한 어둠' 에 의해 '교주' 가 이전에 자신이 거느리던 '백성들' 이 살해당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했을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다가 다시 잠들어서 지금은 다시 이 상태이겠지? 그렇다면 주문을 영창해서 다시 깨워야 하겠네, 그렇지 않아?"
  "그렇겠지요." 이후, 카리나는 잠시 무장을 해제하고서-검을 칼집에 꽂아 넣고, 방패도 일단 없애 놓았다-, 나에티아나를 불러서 그가 그간 들고 있던-그 당시에는 안고 있었는데, 이전까지는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다- 책들을 받아 들었고, 그 이후에 우선 지침서를 받침대 삼아 경전을 펼치고 책장을 하나씩 펼쳐보려 하였다. 하지만 경전이라는 책에 쓰인 문구들을 알아볼 수 없었으니, 책자를 펼쳐봐야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지침서를 저한테 주세요! 그리고 경전을 보이시면 제가 지침서를 통해 주문을 읽어 볼게요!"
  두 권의 책 모두를 들고 있는 것보다 누가 도와줄 수 있다면 한 권의 책을 그 사람에게 넘겨주는 편이 좋다.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왼편으로 온 세나에게 카리나는 바로 "알았어." 라고 답을 하고서 그에게 다가가서 왼손으로 지침서를 넘겼다. 그러자 그는 지침서를 바로 펼쳐들기 시작하고, 이후, 카리나 역시 책을 펼치면서 '어둠' 을 소환하기 위한 주문일 법한 문구들을 찾아보려 하였다. 그러는 그 때, 세나가 지침서를 계속 펼쳐보다 말고,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바로 카리나와 나 그리고 나에티아나 등에게 말했다.
  "여러분! 여기를 봐요! 여기 지침서 뒤쪽에.......!"
  "무엇을 발견한 거야?" 그 때, 카리나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카리나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아무래도 지침서에서 일행이 읽을 수 있는 문자를 발견한 모양으로 나도 다급히 세나의 곁으로 다가가서 지침서에서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를 보려 하였다.
  "아! 이거! 주문인가 보다!"
  그 때, 카리나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세나가 펼친 책 부분의 오른쪽 책장을 보더니,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책의 오른쪽 책장은 본래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빈 책장이었지만 '교주' 가 편하게 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어 놓았는지 라테나 문자로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

Tāriki ast,
Tāriki ast, chenān, nur ast.
Saranjām, hame be tāriki barmay gardand,
Saranjām, mā be tāriki bāz khwahim gasht.
Tāriki bozorgwar,
Be ghazā-ye shomā, mā jesm u ru khod rā erā-e khwahim dād.
Aknun, qodrat khod rā bidār konid,
Tā donyā az qodrat u 'ezzāt shomā betarsad.

  이것은 교주가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할 때, 사용하는 주문인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영원한 어둠' 을 소환하는 주문은 아닌 듯해 보였다. 그 아래에 또 다른 주문이 있었으니, 라테나 문자로 쓰인 그 주문은 아래와 같았다 :

Che kasi ast ke bar zendegi mā mosolat ast?
'U tāriki abadi ast.
Che kasi ast ke mā rā nejāt mi-dehad u mā rā az beyn mi-barad?
'U tāriki abadi ast.
Che kasāni hastand ke bar tāriki abadi peyravi mi-konand?
Chiz hay dānā.
Che kasāni hastand ke bar tāriki abadi sar mi-zanand?
Chiz hay shojāh.
Pas shomā ki hastid?
Mā kasāni hastim ke dānā hastim, 'ammā shojāh nistim.

  "혹시 이것이 그 '어둠' 을 부르는 주문이려나."
  "아마도 그러하겠지요."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세나가 바로 답을 하였고, 이후 나에티아나도 동의의 뜻을 드러내었다. 이후, 카리나는 그 작은 책자를 주머니 안에 넣고서는 그렇다면 경전은 이미 필요없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하고서 세나, 나에티아나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바로 주문을 영창하고 '어둠' 을 불러내자고 말한 이후에 시간을 더 지체할 이유는 없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세나 역시 지침서를 다시 덮었고, 이후에 나에티아나가 지침서를 다시 들었다. 이후, 나에티아나는 지침서의 그 부분을 펼쳐 놓을테니, 누구라도 앞에 서서 주문을 영창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제가 할게요." 이에 세나가 자신이 하겠다고 응답하였고, 그리하여 세나가 주문의 영창을 맡게 되었다. 이후, 세나가 호수의 가장자리 부근에 이르고, 나에티아나가 주문서의 그 부분을 펼치면서 그의 좌측 곁으로 따라왔다. 그 이후, 세나는 나에티아나가 펼쳐놓은 그 문구를 잠시 보더니, 이후에 다시 자신의 바로 앞쪽을 보면서 주문의 영창을 행하려 하였다.

체 카시 아스트 케 바르 젠데기 머 모솔라 타스트 - 우 터리키 아바디 아스트.
체 카시 아스트 케 머 러 네젓 미데하드 우 머 러 아즈베인 미바라드 - 우 터리키 아바디 아스트.
체 카서니 하스탄드 케 바르 터리키 아바디 페이라비 미코난드 - 치즈 하이 더너.
체 카서니 하스탄드 케 바르 터리키 아바디 사르 미자난드 - 치즈 하이 쇼저.
팟 쇼머 키 하스티드 - 머 카서니 하스팀 더너 하스팀 암머 쇼저 니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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