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5-2. Darkness and the Light : 3


  주문의 영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게 물든 호수는 어떠한 반응도 드러내지 않았다. 검게 물든 수면만이 고요히 물결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이후로도 일행 모두 한 동안 물결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 이후로도 '어둠' 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면서 직감할 수 있었으니, 이전에 발견했던 주문은 '어둠' 을 소환하기 위한 주문은 아니었으리라는 것이었다.
  "이외에 다른 주문은 없어?"
  이후, 내가 카리나 등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이에 당시에 지침서를 들고 있던 나에티아나가 지침서의 뒤쪽을 펼쳐 보면서 또 다른 주문의 번역본을 찾아보고 있었다. 카리나, 세나 모두 먼저 발견했던 두 개 이외의 주문 역시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던 것이, '교주' 가 그간 외고 있던 주문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가 이들을 전부 다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있을리는 없다고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아! 여기 하나 더 있어요!"
  세나 등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무언가 라테나 문자로 기록된 주문이 또 하나 있다는 것으로 이후, 나에티아나는 책을 나에게 보여주려 하였다. 그러자 나는 바로 그간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잠시 바닥에 꽂아 두고서-바닥은 석재 타일들이 배열된 구조였기에 그 틈에 꽂혀 있었다-, 나에티아나로부터 지침서를 받아든 이후에 그가 펼치고 있었던 부분을 보려 하였다.

Tāriki abadi!
Tāriki abadi bozorgwar!
Aknun godrat khod rā bidār kardan!

Aknun zamān ān ast!
Begozârid godrat shomā barā ye
Tarsāndan doshmanān bâshad!

Tamām doshmanān khod rā ke ān bakhshatnāk dārand khalāk konid!
'U begozārid bar khame donyā khokumat konim!

  '터리키' 그리고 '아바디' 라는 말은 '교주' 로부터 이미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아바디' 라는 말의 의미는 아직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보조르과르' (위대하다는 뜻인 듯하다) 와 더불어 '어둠' 을 의미하는 '터리키' 를 꾸미는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추측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정말 '어둠' 을 부르는 주문인지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주문의 내용이 글만 봐도 외침이 가득해 보여 무언가를 부르는 느낌이 이전에 보았던 그 문답식 주문에 비하면 느낌도 강렬하고 무언가를 부르는 느낌이 무척 강했다.
  "그래, 이것을 한 번 외쳐보자, 이렇게 하면 되려나, 터리키~! 아바디~!"
  "그러하겠지요?" 이에 세나는 바로 그러할 것이라는 의미의 화답을 하였고, 그 이후로 그는 다시 호수가를 향해 돌아섰고, 이후, 세나를 대신해 내가 그의 좌측 곁에 머무르면서 지침서를 그가 볼 수 있도록 해 주려 하였다-그리고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잡고 있던 검을 카리나가 빼내는 모습이 보였다-. 이후, 세나는 지침서에 기록된 그 주문을 보면서 이전에는 없던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리는 자세까지 취하고, 소리까지 높여 가면서 주문의 영창을 개시하였다.

터리키 아바디!
터리키 아바디 보조르과르!
아크눈 고드라트 호드 러 비더르 카르단!

  "이 주문이 확실할까요?"
  "그렇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어, 하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야."
  그러는 동안 뒤쪽에서 나에티아나 그리고 카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문을 통한 '어둠' 의 부활에 대해 카리나는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는 듯해 보였고, 나에티아나는 직감적으로 앞으로 큰 일이 닥쳐올 것임을 느끼고 있는 듯해 보였으나, 이들 모두 '어둠' 의 부활에 대해서는 확신은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크눈 자먼 언 아스트!
베고저리드 고드라트 쇼머 바러 예!
타르선단 도쉬마넌 버샤드!

  주문이 한창 영창되고 있을 무렵, 고요하던 수면의 중심이 끓는 물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나의 주문 영창이 한참 이루어지고 있을 무렵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던 수면은 주문이 이어지는 동안 점차 격해지고 있었으며, 주변 일대로 물기둥이 피어오르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기에 이르고 있었다.
  '심상치 않다.' 그 광경을 보며,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오랫동안 고여있던 호수에 잠들었던 존재의 부활을 암시하는 그 징조였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지침서를 들며 호숫가를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앞 일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임을 느끼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르사나, 이제 금방이야!"
  "알고 있어!" 그러는 동안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카리나가 나에게 말했고, 이 말에 내가 알고 있다고 화답을 하였다.

타멈 도쉬마넘 호드 러 케 언 바흐샤트너크 더란드 할럭 코니드!
우 베고저리드 바르 하메 도녀 호쿠마트 코님!

  그리고 잠시 후, 세나의 주문 영창이 끝날 무렵, 검은 물이 크게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 안에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이후, 이전에 빛방울을 통해 들려왔던 그 괴이한 비명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물기둥이 피어오르려 하였다.
  "위험해!!!" 이에 나는 지침서를 오른쪽으로 집어 던지면서 세나를 왼팔로 안으며 뒤쪽으로 몸을 던졌고, 그러는 동안 카리나 그리고 나에티아나 역시 뒤쪽으로 물러나면서 일단 닥쳐오는 위험을 피하려 하였다. 그렇게 위험에서 세나와 더불어 몸을 피한 이후,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는 그 때, 나의 눈앞으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검은색을 띠는 산봉우리를 모사한 것처럼 보이는 검은 구조물로서, 마치 흑요석을 깎아 만든 것처럼 검은 바탕에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그 정면에 해당되는 중심 한 곳에는 붉은 눈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것이 호수의 수면 위로 떠오른 존재의 '눈'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잠시 후, 그렇게 깨어난 존재의 '눈' 이 붉게 빛나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그 존재에게서 어떠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기계들이 낼 법한 그런 소리였다.
  '검은 존재' 가 깨어나고, 그 기반의 구석에 하나씩 자리잡은 장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 원뿔 모양으로 빛을 발하면서 주변 일대가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바닥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면서 바닥에 배치된 수많은 석재 타일들의 모습이 온전히 보이기 시작했다. 회색 타일들이 원형을 이루는 호수를 중심으로 모이는 듯한 배치를 보이고 있었으며, 그 위로 검은 뿌리(혹은 촉수?) 같은 것들이 호수에서부터 뻗어나 있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저 검은 뿌리 같은 것은 언제 생겨난 거야,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 검은 존재가 깨어나면서 그 이후로 나타나게 된 것 같아요."
  바닥의 검은 물체들에 대해 카리나가 묻자, 나에티아나가 바로 답했다, 아무래도 나에티아나는 빛을 통해 주변 일대를 어떻게든 볼 수 있었을 테니, 이를 통해 검은 존재가 나타날 무렵의 정황을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았다.
  하나의 흑요석 봉우리와 같은 모습을 보였던 거대한 존재, 수많은 뿌리 혹은 촉수를 거느리고 있었을 그것이 '교주' 가 '영원한 어둠' 이라 칭한 '어둠' 의 실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서 내가 바로 그 생각을 드러내는 말을 할 때, 카리나가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렇다면, '어둠' 은 지하로 떨어진 케레브 인들을 실제로 '잡아 먹는' 행동은 취하지 않았겠지, 기계가 사람을 잡아먹는 행동을 취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케레브 인들이 '잡아 먹힌다' 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는 '잡아 먹히는 것' 처럼 보일 따름이라는 것인데, 무엇이 그런 현상을 불러오도록 한 것이었으려나.'
  "저 바닥의 촉수인지 무엇인지가 아닐까요, 그들 중 일부가 표출되어 케레브 인들을 잡아가려 했겠지요."
  그러자 세나가 그런 카리나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촉수 혹은 뿌리는 생명체처럼 행동할 수 있었고, 생명체처럼 '입' 이 달려 있다면, 그 '입' 을 통해 케레브 인을 '잡아 먹는' 행동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상당히 그럴 듯한 추측이었고, 그래서 일행 역시 그 개체에 의해 잡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발밑 주변의 개체들은 전부 끊어 놓기로 했다.
  그렇게 발밑과 주변의 굵은 실의 뭉치와도 같았던 개체들을 전부 잘라놓으려 하는 그 때, 그 존재를 바라보는 일행의 바로 앞에서 다시 한 번 기계 특유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그에 이어 붉은 눈이 하나씩 일행의 모습을 붉은 빛으로 비추기 시작했다.
  왼편에 있었던 카리나와 나에티아나 그리고 나와 세나의 모습을 한 번씩 비추던 기계는 그 이후, 붉은 눈을 잠시 계속 깜박이기만 하더니, 그 이후, 다시 붉은 눈을 부릅 뜨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그 아래에 붉은 글자들이 쓰여지기 시작했다. 그 글자들은 아래와 같은 문구를 보이고 있었다 :

Quattuor corpora compertae.
Gens : Ignotos (Praesumptus ad sub-homines)
Figura : Ignotus
Haeresis : Ignotus
Constitutio : Hostilitas
Proprium : Armandus
Periculosus : Valde Superus.

Methodus correspondendi :
Expungens omnim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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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체 확인.
종족 : 불명 (아인종 추정)
유형 : 불명
직업 : 불명
특징 : 무장 보유
성향 : 적대적
위험성 : 매우 높음

대처 방안 :
전원 말살

  한 마디로 말해, 일행을 적으로 인식하고 전부 없애버리는 것으로 대응하겠음을 의미하는 문구들이었다. 그 문구들을 보고 내가 대략 그렇게 해석을 해 주자마자 일행 모두가 제대로 무장을 하기 시작했고, 카리나는 방패를 다시 왼팔에 소환해 빛을 발하도록 하고, 세나 역시 갑주 모양의 환수가 자신의 우측 곁에 있도록 하면서 그 환수가 환한 빛을 발해, '어둠' 에 맞서도록 하고 있기도 했다.
  그 이후로 그 '검은 개체', '어둠' 이라 칭해졌을 존재의 몸체에 쓰인 글자들이 전부 사라지면서 그와 함께 몸체에서부터 괴성이 울려 퍼지며, 그 파동이 일행을 덮치더니, 그 이후, 검게 보이기만 하던 몸체에 붉은 줄무늬들이 생겨나면서 하단 부분의 벽면의 여러 부분이 개방되어 그 내부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살갗 혹은 가죽이 네모난 모양으로 벗겨지며 그 내부가 드러나듯이 드러난 장치들은 붉은, 주황 그리고 보라색을 띠며 빛나고 있었으니, 이들이 공격 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 네모난 장치들이 자리잡은 '어둠' 의 하단은 각기 달리 회전하는 3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 부분마다 몇 개씩 장치들이 원형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이후, '어둠' 의 몸체, 그 중앙에 자리잡은 '눈' 이 붉은 빛을 깜박이기를 반복하면서 경고음이 잇달아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어둠' 이 자리잡은 그 주변의 바닥과 상공 일대에 원형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 그 이후 진이 생성한 각 어둠의 기운에서부터 병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상공의 기운에서는 날개가 장착된 포대들이, 그리고 지면의 기운에서는 검은 갑주를 입은 병사와 같은 모습을 갖춘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상공에 나타난 이들은 어깨에 포신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지표면에 있는 이들은 견갑 부분에 광선을 발사할 것으로 추정되었던 붉은 구슬이 장착된 모습을 보이고, 손에 날이 붉게 빛나는 검과 붉게 달아오른 방패를 들고 있었다. 이들 모두 눈이 선형을 이루고 있었으며, 이따금씩 섬뜩해 보이려는 듯이 붉게 번뜩였다.
  인간형 병기들은 '어둠' 이 위치한 좌측, 우측 지표면에 3 기씩, 그리고 상공에 6 기 자리잡았으며, 그 중에서 상공의 6 기는 '어둠' 의 몸체 주변 일대를 맴돌다가 한 번씩 상공 한 곳에 머무르며, 어깨의 포신에서 붉은 광선을 발사, 일행이 위치한 일대의 지표면을 강타하도록 했으며, 지표면 위의 병기들은 일행과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 양 견갑의 구슬에서부터 한 줄기씩 광탄들을 연속으로 발사해 가며, 상공의 병기들과 더불어 일지표면에 머무르고 있던 일행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어둠' 도 '어둠' 이었지만, 지표면 그리고 상공에서 일행을 노리며 사격을 이어가던 병기들의 존재는 보통 신경 쓰이는 사항이 아니었던 만큼, 이들의 처리를 우선시 하기로 하였다. 지표면에서 붉은 번개 줄기들을 잇달아 발사해 가는 지표면의 병기들을 먼저 제거하기로 하고, 카리나와 나에티아나가 좌측, 그리고 나와 세나가 우측의 병기들을 제거하기로 했다. 좌측의 병기들은 카리나가 방패로 화망을 차단하고, 화망이 통하지 않음을 직감한 병기들이 방패를 앞세우며 돌격해 나아가기 시작하자, 비행을 이어가고 있던 나에티아나가 이들의 머리를 빛의 화살로 하나씩 쏘아 맞히려 하였다. 카리나가 그들과 대치하는 틈을 이용해 머리를 하나씩 쏘아 맞히려 하였기에 금방 제압되었다.
  나와 세나가 맡은 우측의 병기들은 세나가 소환한 갑주 형태의 환수가 이들의 사격 공격을 받아내는 그 동안, 내가 이들을 향해 왼손에서부터 빛 줄기들을 발사, 수많은 빛 줄기들이 미리 목표로 정한 머리 부분으로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도록 하였다. 이들 역시 머리가 쪼개지고 부서진 후에 폭파되어 불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후, 지표면의 병기들은 계속 움직이려 하다가 바닥에 쓰러졌으며, 그 이후에 폭파되어 돌 바닥 위에 불길을 잠시 일으키다가 그 형체가 보라색 불꽃을 터뜨리며 폭파되어 사라졌다.
  그 무렵, '어둠' 의 몸체 하단이 기동하기 시작, 하단의 세 부분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회전을 개시하면서 몸체에 드러난 장치들 역시 그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각자의 빛나는 몸체에서부터 자신의 몸 색깔과 같은 광선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어둠' 의 몸체, 그 하단의 세 부분은 가장 아래와 윗 부분이 반 시계 방향으로, 그리고 가운데 부분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으며, 아래와 윗 부분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지만 회전 속도 자체는 달라서 윗 부분의 장치들은 빠르게 회전했고, 아랫 부분의 장치들은 비교적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으며, 그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각 부분에 장착된 장치들에서 나아가 회전하는 빛 줄기들의 속도도 그에 따라 달라지고 있었다. 하단의 빛 줄기들은 일행의 발밑, 허리 혹은 무릎을 바로 가로지르는지라 이들은 뛰어넘거나 허리를 숙여서 피해야 했지만 가운데, 윗 부분의 광선들은 머리 위에 있던지라, 너무 높이 뛰어오르거나 하지 않으면 중단의 광선에 의해 피해를 입을 이유는 없었다, 광선을 뛰어오르는 것도 너무 높이 뛰어오르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았다.
  나에티아나, 그리고 이전까지의 갑주형 환수를 대신해 거대한 새에 올라탄 세나는 상공 위에 있었기에 가운데, 윗 부분의 회전하는 광선들을 의식해야 했을 텐데, 이러한 움직임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가며, 광선들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광선들을 피해 가면서 상공을 떠도는 공중의 병기들부터 활을 쏘아가며 격추시키려 하고 있었다.
  지표면에 있는 나와 카리나는 그 동안 '어둠' 의 몸체 하단 아랫 부분에서의 광선들을 피해 가면서 벽면의 장치들을 각자의 수단을 통해 타격하고 있었다. 간혹 장치에서 광선이 발사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 때에는 지표면 일대의 곳곳, '어둠' 의 좌우측에 3 개씩 마법진들이 생성되어 각 마법진들에서부터 예의 인간형 병기들이 튀어나와 일행을 공격하려 하였으며, 그와 더불어 공중에서도 이전에 나에티아나, 세나에 의해 격추되었을 개체들을 대신해 비행형 병기들이 새로 마법진을 통해 소환되기도 했다. 그 경우에는 이전 때처럼 카리나와 내가 좌, 우측의 병기들을 각자 맡아 제거해 나아갔다.
  세나를 대신해서 병기들의 처단을 맡으면서 우선 빛의 기운으로 4 개의 내 키만한 구체들을 생성해 내 주변을 돌도록 하고서, 이들을 움직여, 우측에 나타난 3 개체의 병기들의 포탄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그러다가 회전하는 구슬의 틈을 노리려 하는 듯, 그들이 돌진해 나아가기 시작하자, 그들을 향해 왼팔을 내미는 것으로써 지시를 내려, 빛의 구슬들이 중에서 세 개가 차례로 좌측의 개체부터 하나씩 먼 앞의 병기를 향해 고속으로 나아가도록 하였다. 병기들보다 약간 더 작은 정도였을 큰 구슬들이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그들을 덮쳐 오니, 병기들은 바로 구슬에 의해 충격을 받아 좌측의 개체부터 그 충격으로 몸체가 찌그러지면서 머리와 팔, 다리가 분리되면서 부서져 갔으며, 찌그러진 몸체는 구슬이 내 곁으로 돌아오면서 팔, 다리, 머리와 멀찌감치 떨어진 한 곳에 조각난 채로 떨어졌다. 이들 모두 그렇게 생명력을 잃으면서 이전의 병기들과 마찬가지로 보라색 불꽃으로 변해 사라져 갔다.
  하단의 장치들은 지표면에 있는 나와 카리나는 물론, 공중에 있던 세나, 나에티아나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며, 그렇게 내구성이 좋거나 하지 않아 적어도 2 ~ 3 번, 심한 경우에는 한 번에 바로 파괴되어 기능이 상실되었다, 빛을 발하는 장치는 광선, 화살, 방패의 기탄 등에 의해 타격을 받아 폭발하면서 자신의 색과 같은 색을 띠는 불꽃을 터뜨리며 파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개체가 폭파된 그 흔적에는 구멍이 뚫린 너머로 불꽃과 열기, 그리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장치들이 하나둘씩 파괴되면서 '어둠' 의 벽면 일대를 맴도는 광선들의 수도 그만큼 줄어 갔고, 광선에 의한 위험도 그것에 따라 계속 약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둠' 의 몸체를 살피면서 벽면에 아직 남은 장치들보다 부서진 장치들의 흔적이 더 많이 보인다고 여길 즈음, 쇠가 돌에 세게 부딪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리던지, 그 소리가 울려퍼질 때에 소리의 근원과 가까웠을 지표면에 있던 나와 카리나는 물론, 카리나에 공중에 머무르고 있던 세나, 나에티아나까지 소리가 들린 호숫가의 한 곳으로 잠시 시선을 향할 정도.
  그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어둠' 의 몸체, 그 하단의 부분들이 회전을 멈추고, 그 이후로 하단의 세 부분이 갑작스럽게 마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듯이' 자신들이 회전하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급히 회전하기 시작,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치의 모습을 하나도 드러내지 않았던 부분들이 일행과 마주하게 되었다. 몸체의 하단 세 부분에는 각자 장치들 드러내지 않은 한 부분이 있었고, 각 부분은 마치 말끔한 ㄴ벽면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 세 부분이 결합하여 마치 하나의 큰 부분처럼 일행의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었다.
  "이제 그 안쪽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것 같아!"
  이전에 들려온 큰 소리에 이어지는 '어둠' 의 몸체 하단이 드러내는 심상치 않은 행동에 카리나는 자신의 우측에 있던 나에게 말했다, '어둠' 의 하단 부분에는 '껍질' 이 있고, 그간 내 왔던 소리는 그 '껍질' 을 벗겨내기 위한 일종의 '몸부림' 일지도 모른다는 것. 나 역시 그 '몸부림' 을 보면서 새로운 공격 형태를 드러내기 위한 일련의 행동으로 보고 있었지만 카리나와는 견해가 달랐다. 나에티아나와 세나 역시 새로운 공격 행동의 조짐으로 여기고 있기는 했지만, 카리나와 같은 견해는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경첩이 거칠게 맞춰지는 듯이 격렬한 소리를 내고 있던 몸체의 하단, 그 여러 부분들이 갈라지더니, 그 틈에서 하얀 빛들이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이어서 새어나오는 빛이 점차 굵어지고 격해지더니, 이어서 폭음과 함께 몸체가 깨져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몸체에서부터 잿빛 연기가 터져 나오면서 검은 파편들이 도자기가 깨어져 파편들이 흩어져 나가듯이 흩어져, 일부는 '어둠' 의 몸체가 자리잡은 그 주변의 바닥에 흩어져 떨어지고, 일부는 그 주변의 검은 물 속으로 작은 물기둥을 일으키며 가라앉았다.
  파편들이 떨어지고, 연기가 걷힐 무렵, 부서진 것처럼 보였던 그 검은 몸체는 여전히 굳건히 남아 있었다. 껍질이 부서지면서 그 내부의 몸체가 드러났을 것이었으로, 카리나가 말한 바 그대로였다.

  이후, '어둠' 의 몸체, 그 주변의 상공에 인간형 병기 6 개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 하단의 윗 부분, 가운데 부분 그리고 아래 부분의 각 중앙의 벽면을 따라 작은 포구처럼 보이는 장치들이 하나씩 일렬로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그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공격 수단이 생겨났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둠' 의 몸체, 그 하단의 3 부분마다 한 줄씩 포구의 대열이 모여 있었으니, 어느 위치에 있든 그 포구의 대열이 만들어 가는 공격에서 회피 수단을 마련하지 않는 한, 안전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어둠' 은 껍질이 있었을 때처럼 그 몸체를 회전시키거나 하지는 않았다. 전 방향으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이미 마련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어둠' 이 카리나가 말한 바대로 곳곳에 상처를 입은 '껍질' 을 깨고, 새로운 몸체를 드러낸 이후, 상공에서 소환되어 비행을 이어가는 병기들이 '어둠' 의 중단 인근의 상공 일대를 떠돌며 포격을 통해 붉은 광선들을 계속 지표면으로 발사하고, '어둠' 의 벽면에서 생성된 '포구' 들 중에서 하단의 개체들에서 붉은 빛이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각각의 붉은 빛에서부터 번개 줄기들이 생성되고 서로 엮이어 하나의 붉은 파동을 만들어 내었다. 그 파동은 '어둠' 의 주변을 따라 방출되고 있었으며, '어둠' 이 위치한 그 주변 일대를 뒤덮다시피 하였기에 피할 곳은 없었다. 그 파동이 얇았고, 잠깐 동안만 발생하고 있기는 했었지만 처음에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긴급히 생성한 빛의 방호막에 의지해 위험을 면하려 했다가, 좌측 근처에 있던 카리나는 빛의 방패로 번개 줄기를 막아내 위험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 다급히 카리나의 바로 뒤쪽으로 뛰쳐 나아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병기들이 가하는 포격을 피하고, 이들에게 반격을 가해 그들을 하나씩 격추해 갈 무렵, 이번에는 '어둠' 의 하단, 그 정면부에 갑자기 핏빛을 띠며 빛나는 원형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치 짐승의 정면을 흉악하게 그려낸 듯해 보이는 문양을 품은 마법진은 생성되자마자 '어둠' 이 울부짖을 때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일으키더니, 이윽고 마법진이 사라지면서 마법진이 생성된 부분에서 붉은 빛으로 그려진 기하학적인 문양이 생성되고, 이어서 문양이 그려진 바대로 몸체가 갈라지며 잿빛을 띠는 그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잿빛을 띠는 동심원들이 흉흉하게 빛나는 붉은 보석을 품고 있는 모습, 그 보석은 검붉은 빛을 띠며 불안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 보석에서부터 광선 같은 것이 발사될 것임을 미리 알아보고, 그 자리를 바로 피하려 하였으니, 카리나와 나 모두 좌측, 우측으로 움직여 흩어져서 그 보석과 마주하는 것을 피하려 하였다.
  보석이 드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부터 붉은 빛 줄기가 붉은, 검은 번개 줄기에 휘감긴 채로 분출되니, 그 영향으로 주변 일대가 붉은 빛으로 물들기도 하였다. 그 빛 기둥이 잠시 후에 사라지면서 그와 함께 개방되었던 부분이 다시 폐쇄되었다. 주변 일대를 물들이던 붉은 빛도 사라지고 있었다.
  "다른 일이 없다면 저렇게 내부가 드러났을 때가 어쩌면 유일한 공격 기회이겠지?"
  그 광경을 보면서 카리나가 말했다. 이전 때도 그러하듯이, 병기의 몸체에 직접 피해를 가하기 위해서는 내부를 타격할 필요가 있었고, 내부의 표출은 그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당시에 유일하게 내부가 드러난 일이었던 광선이 분출될 때에는 강한 에너지의 흐름이 분출되어가고 있었고,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그 에너지를 뚫을 수 없었기에 가급적이면 다른 기회가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바람과 달리 그러한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후, 이번에는 중단의 개체들에서부터 잇달아 광탄들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각 포구에서 6 발씩 포탄들이 발사되고 있었으니, 그로 인해 주변 일대로 주황색, 검붉은색 포탄들이 흩뿌려지게 되었으며, 이 중단의 포대들에서부터 분출되는 포탄들은 지표면은 물론, 상공으로도 날아가, 날개 혹은 환수를 이용해 날아다니고 있었던 나에티아나와 세나에게도 닿을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이들은 끝까지 나아가지 않기는 했지만 도중에 폭발해 포탄 자신의 색을 띠는 빛을 발함은 물론, 충격파까지 발산하고 있어서 단순하게 멀리 날아가기만 하는 포탄들보다 오히려 더욱 위협적이기도 했다. - 그러나 그 반면에
  이러한 포탄들의 발산에 나는 보호막으로 나 자신을 감싸려 하였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보호막은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이었고, 몇 번 충격을 받기만 해도 상태가 변하는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에 불과할 따름이었지만 그럼에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고, 보호막을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 물론, 그 안심이 방심이 되어 보호막이 없을 때에는 없던 실수를 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카티야(Katiya) 가 와서는 핀잔하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 "언니는 가끔 정도가 아니라, 자주 실수하시는 것 아니에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조금 성이 났지만 곧 미소가 나왔다. 슈라일에서 만났을 때에는 어린 아이였는데, 어느새 나름 컸다.

  아무튼, 다소 빈약한 보호막이라고 해도, 일단 갖추어 놓은 이후에 지표면으로 나아가 폭발하는 포탄들의 착탄 지점들을 피해가며, 상공의 마법진에서부터 소환된 날개가 장착된 인간형 병기들, 양 어깨에서 그들이 발사하는 포탄들, 그리고 '어둠' 의 몸체에서부터 발사되는 포탄들을 막으면서 인간형 병기들에게 반격을 가하려 하였다. - 폭발이 착탄 지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표면 일대를 나아가는 포탄들의 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이러한 폭발의 존재가 있어서 포탄을 피하는 것은 마냥 어렵기만 하지는 않았다, 포탄들 사이에서 보호막이 피해 없이 유지되는 시간이 길었다.
  포탄들이 발사되고 있는 동안에는 12 기의 인간형 병기들이 소환되었으며, 이들은 4 개체가 한 무리를 이루어 상공, 그리고 지표면의 좌측과 우측에 있는 일행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였다. 상공의 4 기는 이미 세나, 나에티아나가 화살 그리고 환수의 번개 공격으로 금방 격추시키고, 이어서 좌측, 우측 부근으로 접근해 나아간 병기들은 카리나와 내가 맡아서 격추시키려 하였다. 나는 나를 향해 돌진해 오다가 양 어깨의 포신에서부터 포격을 행하며 나를 위협하는 병기들을 빛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칼날들을 빛의 기운에게서, 그리고 나의 왼손에서부터 발사, 그 칼날이 돌진해 오는 병기의 갑주를 궤뚫어 격추시키고 있었으며, 카리나는 방패에서부터 기탄들을 발사해 그들을 타격함으로써 그들에게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이후, '어둠' 의 몸체가 포탄의 발사를 중지하자, 카리나는 바로 남은 병기들 2 기를 향해 돌진 개시, 그들의 포탄을 왼팔에 장착된 빛의 방패로 막아내면서 하나씩 남은 병기들의 앞으로 나아가서는 빛의 기운에 감싸인 검의 날로 그들의 갑주를 한 번씩 찌르니, 그로 인해 구멍이 뚫린 개체들은 그 자리에서부터 불꽃이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이며 폭파되어 사라져 갔다. 그렇게 그들이 폭파될 무렵, 카리나는 다시 나의 바로왼편 근처에 이르렀다. 그 무렵, 나는 이미 결정 조각들로 갑주들을 궤뚫어 가며, 병기들을 모두 폭파시키고 다시 '어둠' 의 정면으로 돌아와 '어둠' 의 이후 행동에 대비하고 있었다.

  핏빛 원형 마법진이 자리잡은 부분의 외장이 변형되면서 다시 이전 때와 같이 핏빛을 띠며 격렬히 빛나는 구슬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때, 좌측에 서 있던 카리나가 왼팔에 달려 있던 기존의 방패를 대신해 화살을 발사할 때 활용했던 사각 방패를 다시 왼팔에 불러왔다.
  "아르사나! 어서 공격해! 녀석을 공격할 기회는 지금 밖에 없어!!!"
  다급히 외치는 카리나의 목소리가 귓가를 바로 때리고 있었다. 이제 막 두 번째 포격이 진행되기 직전이었고, 그 이외에 또 다른 공격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고 있어서 선뜻 그 말이 믿겨지지 않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 기회도 엄연한 기회였던 만큼, 그 기회를 활용하기로 했다.빛의 기운에서부터 다수의 빛 줄기들을 소환해 그들이 곡선의 무리를 그려내면서 '어둠' 이 드러낸 붉은 결정에 닿아 타격을 가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카리나의 공격도 그러하였지만, 포격까지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기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래서 타격을 지속적으로 가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결정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카리나에게 다른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 무렵, 카리나는 이후에 왼팔의 방패를 앞세우고서는 곧바로 방패에서부터 화살들을 잇달아 발사해서 '어둠' 의 몸체가 드러낸 붉은 보석에 타격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이렇게 답했다.
  "아르사나, 다시 말할게, 그 때 말고는 기회가 없어!"
  그는 그 포격 직전 이외에는 다른 기회는 없을 것임을 거의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카리나가 내 질문에 답하자마자 보석이 다시 불안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카리나는 개방된 부분의 그 우측 방향으로 물러났으며, 그 무렵, 나 역시 개방된 부분의 좌측에 있으면서 공격을 피하려 하였다. 이후, 카리나는 바로 나에게 자신의 '어둠' 의 몸체를 공략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장을 말했다, 그 기회 이외에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빛 기둥이 번개 줄기에 휘감긴 채로 자신의 전방 일대로 분출되는 동안 장치 주변의 지표면에는 좌측에 5 개체, 우측에 6 개체가 나타나 각 방향에 있던 나 혹은 카리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상공에서도 10 여 개체들이 나타나 세나, 나에티아나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이전 때도 그러하였겠지만, 지표면 그리고 상공에서 개체들이 동시에 출현하는 것은 지표면에 있는 이들과 상공에 있는 이들이 서로 도와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었을 것이다.
  개체들의 외형은 이전 때와 다른 외형을 갖추고 있었으니, 상공의 개체들은 양 옆으로 넓게 펼쳐진, 새의 그것과 거의 비슷한 외형을 가진 날개를 갖고 있었으며-그래서 날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새 떼, 특히 까마귀 떼를 보는 듯했다-, 지표면에 소환된 이들은 뱀의 몸통 아래에 거미의 다리 같은 것이 달려 있는 흉악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기계 개체였음이 분명해 보였지만-금속제 외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괴물의 형체에 입도 괴물의 그것 같고, 여기에 끔찍한 울음 소리까지 덤으로 내고 있었으니, 얼핏 보면 흉악한 괴물 같아 보였다.
  흉악한 울음 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는 개체들은 우선 입에서부터 불덩어리들을 계속 발사하여, 직선 상의 붉은 궤적들이 나를 향하도록 하고, 이어서 등에서부터 미사일들을 발사, 그 미사일들 역시 검붉은 연기로 포물선 상의 궤적을 그리면서 내가 위치하고 있던 그 일대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였다. 추적의 특성을 갖고 있었더 이들의 나아가는 방향은 대체로 개체들이 불덩어리, 미사일들을 발사할 당시의 내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었기에, 그 일대만 벗어나면 그만이었고, 그래서 화염탄, 미사일들이 발사되기 시작하는 시점을 알아차리고 피해내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 화염탄은 좌측으로 움직이며 피해냈고, 미사일들은 앞쪽으로 굴러 나아가며 피했다, 미사일들의 경우에는 그것들이 생성한 착탄군이 상당히 넓어 측면으로 움직이는 것으로는 피하기 어려웠다.
  화염에 이어 미사일들까지 모두 피해내면서 앞장서는 개체의 바로 앞으로 나아간 이후, 나는 우선 빛의 기운으로 검을 생성하고, 개체가 다시 입을 크게 벌리고, 이어서 목구멍 안쪽에서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할 즈음에 그 칼끝으로 그 입의 안쪽을 깊숙히 찔러낸 이후에 있는 힘을 다해 검을 쥔 오른손을 오른쪽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이후, 앞선 개체가 입 부분이 찢겨지고, 몸의 안쪽에서 폭발이 일어나 그로 인해 몸이 분단되며 불길에 휩싸인 그 일대를 하나씩 앞질러 나아가며 개체들이 하나씩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하자, 검으로 변이한 기운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하면서 뒤따르는 이들의 몸체를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결정 조각들로 궤뚫으려 하였다.
  화염을 분출하려 하였던 두 번째 병기가 내가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결정 조각들에 의해 몸이 궤뚫리고, 그로 인해 몸이 화염을 터뜨리며 부서진 이후에도 병기들은 앞서 나아간 이들이 폭파된 잔해들을 앞질러 나의 앞에 이르면서 입에서부터 화염구를 발사하고, 이어서 미사일들을 등에서부터 발사해 드넓은 착탄군을 형성하려 하기도 했다. 개체 수가 줄어가는 동안에도 병기들은 늘 같은 방식으로 공격을 이어갔기에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대응해 가면서 위험을 면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결정 조각들로 기계 개체들의 몸체를 궤뚫고, 각 구멍 내부에 하얀 화염을 폭파시켜 그 폭발이 몸체 내부에 피해를 가하도록 하면서 병기들의 몸체를 하나둘씩 폭파시켜, 남은 세 병기들 역시 이전의 두 병기들과 마찬가지로 잔해들만 남게 되었다.
  한편, 카리나는 공격적인 특성을 가지는 방패의 형태를 유지한 채로-포격이 시작되기 직전이 될 때마다 바로 공격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향해 돌격해 오는 개체들의 공세를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 가면서 검격으로 그 몸체를 베어내는 것으로써 그들의 개체 수를 하나씩 줄여가려 하였다, 빛의 기운으로 감싸인 칼날로 3 ~ 4 번 베기 공격을 행하는 것으로써 개체들의 몸체를 하나씩 절단할 수 있었던 모양. 만약에 순수한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칼날이라면 어떠하였을지에 대해 묻는다면,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답하고 싶다, 칼날을 감싸는 빛의 기운이 칼날의 베는 힘을 보다 강하게 하는 효과를 갖고 있기도 했지만, -나중에 알게 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도 칼날 자체가 범상한 물건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 가면의 존재가 갖고 있기에는 너무 과분한 물건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
  카리나 역시 모든 개체들을 제압하고 잔해들만 남길 무렵, 상공에서는 나에티아나의 화살이 박힌 새 모양의 개체 다섯이 하나둘씩 공중에서 추락하다가 폭파되고 있었다. 그들이 마지막 남은 개체들이었던 만큼, 그들이 모두 격추된 이상, 상공 일대의 모든 병기들이 제압된 것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카리나는 이후, 바로 세나를 불러서 자신의 곁으로 오라고 청했고, 그러한 그의 부름에 세나가 바로 응하여 환수에 탄 채로 환수를 이끌고 그의 곁으로 왔다.
  "세나, 이 검을 너한테 줄게, 아르사나도 그렇고, 대충 사용하다가 버릴 물건이라고 가져왔는데, 생각 외로 괜찮은 물건이야, 나름 유용할 거야, 너 한테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카리나의 검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보다는 카리나가 검을 더 많이 사용해 봤을 터인데, 그러면서 검에 대해 뭔가 알아차린 바가 있었던 모양. 어쩌면 이후에 들은 이야기 이전에 카리나의 검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검이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나 보다.
  자루를 쥐라는 듯이 오른 손바닥 위에 자신의 칼날을 올려놓는 카리나의 모습을 보며, 세나가 바로 자신의 오른손으로 자루를 쥐었다. 그리고 빛의 기운에 감싸인 그 모습을 잠시 보더니, 검을 든 손을 내리면서 카리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검은 던져버리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지요?"
  "그것에 대해서까지 뭐라할 이유는 없어. 하지만 가능하면 그런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는 동안 '어둠' 의 몸체에서 이루어지던 빛의 분출이 끝났다. 그리고 그 몸체 하단의 상부 자리잡은 포구들과 같은 장치들에서 붉은색, 노란색, 검붉은색을 띠는 빛 줄기들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연속으로 나를 비롯한 일행이 자리잡은 지표면 일대, 그리고 상공을 향해 나아갔다. 각각의 빛 줄기들은 잠깐 선을 그리면서 나아가다가 폭발, '어둠' 의 몸체 하단, 그 주변 일대가 폭발에 의해 발생하는 구체들로 뒤덮히고 있었다.
  빛 줄기들의 폭발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폭발이 일어나는 시점에서는 각자 방어 수단을 마련해서 폭발을 막아내야만 했다. 그 당시 나와 카리나는 '어둠' 의 몸체, 그 좌측과 우측 근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병기들을 처치하느라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누가 누구를 도와주거나 할 처지가 못 되었고, 그래서 각자 방어 수단을 이용해 폭발을 막아낼 필요가 있었기에, 나 역시 빛의 기운으로 구형 보호막을 만들어서 그 폭발을 막아내려 하였다. 빛의 보호막은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임시 방편에 불과할 정도였지만 폭발은 순간적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질 것임이 분명해 보였고, 연속으로 폭발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서 그 보호막 정도라도 폭발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리라 여기었던 것,
  폭발 속에서 보호막은 급속도로 약화되어 갔지만, 다행히도 폭발은 내가 예상했던 바대로 곧 사라져 갔기에 위험은 면할 수 있었다, 단, 폭발의 위력 자체가 워낙 커서 보호막은 폭발 이후로 거의 약해져 한 두 번의 가벼운 충격으로도 사라질 정도로 약화되어 있었다.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게 변했기에 폭발이 끝난 이후에는 보호막을 해제했다.

  그 이후로 이번에는 '어둠' 의 벽면에서 내가 위치한 곳, 그리고 카리나가 위치한 곳과 근방의 두 부분에서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벽면에 생겨난 두 개의 마법진은 지난 두 차례에서는 붉은색이었던 것과 달리, 주황색을 띠고 있다는 점은 달랐지만, 그 색깔 이외에는 문양 등에서 다른 점이 하나도 없어서 마법진이 행하는 일은 생성된 방향 이외에는 변함이 없을 것임이 분명했다.
  마법진의 우측에 있으면서 방진이 그려진 내벽 부분이 개방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상공에서는 전투기의 형태를 갖춘 검은 비행체들 6 기가 내가 위치한 그 우측의 상공에서부터 내가 위치한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포격으로 나를 위협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내가 있던 그 일대를 지나쳐 갈 때마다 각 비행체마다 6 개씩 둥그런 폭탄들을 내가 위치한 일대 위의 상공에 흩뿌리고 있었다. 빛의 기운으로 새하얀 곡선들을 방출해, 그 곡선들로 폭탄들을 굉음과 함께 터져가는 붉은 불꽃으로 만들어 가고, 그러면서 나를 지나쳐 나아간 비행체들을 일제히 공격 목표로 지정해 또 다시 발사된 곡선들의 무리가 이들을 뒤쫓아 나아가도록 했다.
  한편, 우측의 카리나에게도 내 주변 일대를 날아드는 전투기 모양의 비행체 10 기가 '어둠' 이 위치한 그 주변 일대의 마법진들에서부터 소환되어 날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공격하고 있던 비행체 6 기와는 다르게 곡선 상의 궤적을 그리며 잠시 비행을 이어가다가 카리나의 우측 부근 상공에 위치하고, 이어서 각 비행체들이 각자의 양 날개에서부터 하나씩 미사일들을 발사, 이들이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며 카리나를 쫓아 나아가도록 하였다.
  작은 기탄과 같은 형태의 미사일들이었지만 카리나가 이전까지 '어둠' 의 몸체 내부의 장치를 공격하기 위한 생성한 마름모 모양의 방패를 대신해 자신의 키만한 큰 빛의 방패를 왼팔에 생성해 그 방패로 미사일들을 막아냈을 때, 미사일이 부딪친 부분에서부터 그 직경만 하더라도 어린 아이의 키만한 폭발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진동까지 발생하고 있었다. 나에게 날아들고 있던 폭탄 6 발 분의 폭발을 일으키는 폭탄이 발사되고 있었던 모양.
  그 폭발을 카리나가 다 막아낸 이후, 카리나가 다시 빛의 방패를 마름모 모양의 작은 방패의 모습으로 되돌릴 무렵, 비행체들이 뒤쪽 몸체의 일부분을 다리로 변환시키며 착지를 시도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리나가 자신이 생성했던 그 방패로 빛의 다트들을 연속 발사하여 변형 후에 착지를 시도하는 비행체들을 격추시키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일부 비행체들이 추가로 미사일들을 발사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발사된 10 여 발의 미사일 모두가 카리나의 방패에 부딪쳤고, 그 충격을 카리나의 방패가 이전의 형태와는 달리, 감당하지 못하여 카리나가 계속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 충격으로 쓰러지거나 넘어질 법도 하건만, 어떻게든 버티어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한편, 나는 이전에 말한 대로, 폭탄들을 모두 격추시켜 낸 이후에 빛의 기운으로 다시 한 번 곡선을 그려내 그들이 비행체들을 추격하도록 하고 있었다. 6 기의 비행체들이 방출한 비행체들이 사출한 폭탄들의 개수는 모두 36 개에 몇 개가 더 추가되어 40 여 개에 이르렀는데, 이들을 모두 격추시키기 위해 한 번에 많은 곡선들을 그려내야 했는데, 그럼에도 모든 폭탄들을 목표로 정할 수 없어 다시 공격 목표를 정하는 동안 나를 향해 남은 폭탄 10 여 개가 계속 날아와 그로 인해 위험에 처할 뻔한 상황이 닥쳐오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다행스럽게도 간신히 추가로 남은 폭탄 10 여 개를 목표로 정해 그들마저 모두 격추시킨 이후, 더 나아가 다시 한 번 곡선들을 방출해 그것들이 비행체들을 쫓도록 하고 있었던 것.
  그러는 동안 비행체들은 다시 한 번 내가 위치한 그 일대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내가 빛의 기운,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발사된 곡선들과 마주하게 된 것. 카리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공격을 이어가려 하였으며, 이번에는 카리나를 향해 날아든 비행체들과 마찬가지로 곡선을 그리는 미사일들을 발사해 나를 공격하려 하였다. 이에 나는 그 미사일들을 목표로 정하고 그들을 향해서도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을 발사해 그 미사일들 역시 격추시키려 하였다.
  우선 미사일들을 향해 빛 줄기들이 격돌해 미사일들이 폭파되고 이어서 그들을 발사한 비행체들이 차례로 격추되어 가면서 주변 일대에 더 이상 병기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 무렵, 마법진이 생성된 부분에서 마법진이 사라지더니, 마법진이 생성되었던 부분이 개방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카리나는 바로 마름모꼴을 이루는 빛의 방패에서부터 다트들을 잇달아 연사하며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개방된 부분, 그리고 그 중심의 붉은 보석을 향해 그 다트들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으며, 그 광경을 본 이후, 나 역시 개방된 부분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빛의 기운으로 결정과 하얀 화염 줄기들을 잇달아 2 ~ 3 발씩 계속 발사하면서 개방된 부분의 안쪽에 있는 장치들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내 앞에 있는 개방된 장치의 내부에도 붉게 빛나는 보석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보석 내부에 충전된 기운이 한계 수준에 도달했는지 상당히 불안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부 모양새부터 이전까지 드러난 몸체의 내부 구조와 비슷했던 만큼, 이전 때와 비슷한 공격 방식을 보일 것이라 여기었고, 그래서 일단은 눈앞에 드러난 '어둠' 의 몸체 내부, 그 정면에서 물러나 '어둠' 의 바로 앞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이후의 일은 예상한 바, 그대로로, '어둠' 의 몸체 하단에서 드러난 각각의 내부에 있는 보석에서부터 거대한 빛 기둥이 번개 줄기에 휘감긴 채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지난 때와 다르게 좌측에서는 주황색, 우측에서는 노란색 빛 줄기가 방출되고 있었지만, 이전에 발사된 것들과의 차이는 그것 뿐으로 두 방향에서 발사되고 있었음에도 발사되는 기세는 한 방향에서 발사될 때 못지 않으니, 두 방향에서 분출되는 빛 줄기들이 발하는 빛으로 인해 '어둠' 이 위치한 그 일대가 온전히 밝아지기에 이르렀다.
  빛 줄기가 분출되는 동안 '어둠' 이 위치한 주변 일대의 상공에서 마법진들이 잇달아 생성되고, 이어서 각 마법진들에서 비행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삼각 날개를 가진 작은 비행기들이 하나의 대열을 이루며 일행이 위치한 상공, 그리고 지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마치 미사일들처럼 나아간 비행기들은 지면에 격돌, 그리고 '어둠' 의 몸체에서 멀어지자마자 붉은 불꽃을 터뜨리며 폭발을 이어가고 있었다. 상공 그리고 지면에 있는 이들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기를 반복하는 마법진이 향하는 방향을 저항 없이 따라가고 있었던 개체들의 대열을 보며 그들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일종의 자살 특공대 (S'zrajukïtin Komando) 였다.
  '어둠' 의 몸체 하단에서 포격이 가해지는 그 동안 그 자살 특공대들이 상공의 나에티아나 그리고 세나, 그리고 지표면의 나와 카리나를 쫓아가는데, 그 속도가 워낙 빨라서 정면에서 막아내기는 무리였고, 그 움직임을 피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쫓아가는 속도가 빠른 데다가, 폭발력도 컸던 만큼, 조금만 실수해도 위험했고, 특히 나는 지표면에 있는 만큼, 빛 기둥이 분출되어 움직일 수 있는 영역에 제한이 생긴 것도 고려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포격이 끝나고 다시 내부가 덮개로 가려질 무렵, 마법진이 사라지면서 병기들 역시 더 이상 사출되지 않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병기들이 남긴 잔해들 역시 검붉은 연기를 일으키면서 사라져 갔다.
  다만, 카리나의 경우에는 커다란 방패를 생성해 그 방패를 이용해 자살 특공대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내기 위한 시도를 했었으며, 처음에는 카리나가 높이 치켜든 그의 키만한 직경을 가졌을 빛의 원형 방패가 자신을 향해 뛰어드는 특공대의 자폭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고 있었다. 방패의 두께가 두꺼웠고, 그만큼 강도도 강했는지 처음에는 잇달아 발생하는 폭발을 잘 막아내고 있었지만 방패 안쪽의 자신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점차 견디기 힘들었는지 점차 뒤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점차 견디기 어려웠는지 나중에는 기합 소리까지 내고 있었는데, 간신히 모든 공격을 막아냈을 무렵에는 거의 쓰러지기 직전에 이르고 있었다. 몸의 기운 소모도 심했는지, 한 동안 빛의 방패를 사용하지 못하고, 적의 공격은 막아내는 대신에 피해내는 위주로 대응해 나아갔었는데, 그 동안 위험에 처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도 몸체의 하단, 그 아랫 부분, 중간 부분 그리고 윗 부분의 포대들에 의한 공격-하단 : 붉은 번개의 파동 방출, 중단 : 포탄 난사, 상단 : 곡사포 발사- 그리고 외벽의 개방과 포격이 반복되고 있을 뿐으로 그 이외의 행동은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다만, 마법진에 의해 소환되는 병기들의 유형 등이 변화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한 차례의 공격 행동이 반복되고 나서야 나는 카리나의 말대로 외벽이 개방되고 '어둠' 이 포격을 행하기 직전이 유일한 기회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간 믿고 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봐, 내 말이 옳았지?"
  그 무렵, 나의 왼편 멀리 있었던 카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뭔가를 깨달았음을 알아차렸던 모양으로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를 향해 돌아서 보니, 그는 '어둠' 의 몸체, 그 하단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을 따름이었지만 핀잔 반, 놀림 반의 목소리는 나 들으란 듯이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후로는 외벽이 개방된 그 때만이 '어둠' 의 하단 부분의 내부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모두 알아차렸는지, 포격이 시작될 무렵에는 여건이 될 때마다 나에티아나, 세나 역시 환수의 번개 숨결 그리고 화살로 그 내부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몸체의 작은 포대들이 공격을 행한 후, 지표면의 한 방향 혹은 두 방향에서 붉은색, 주황색 빛 줄기들이 분출되는 공격을 행하는 그 동안, 지표면 그리고 상공 일대에서는 계속 비행기 형상, 인간 형상을 비롯한 여러 형상의 병기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거의 익숙한 움직임이었고, 그래서 출몰할 때마다 바로 대응을 행하여, 바로 처치해 나아가고, 상공에 있는 나에티아나, 세나 역시 상공에서 자신들을 위협하는 이들을 바로 제압해 나아가니, 이후로 그 병기들은 일행에게 큰 피해를 가하지 못했다.
  포격을 위한 내부 개방이 이루어질 때마다 그 몸체에서부터 드러나는 보석, 포격의 주체인 보석들의 상태를 한 번씩 보고 있었다. 그간의 타격으로 인해 계속 온전한 모습으로 있을 것만 같았던 보석의 몸체가 어느새 심하게 갈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몇 번의 타격만 받으면 완전히 폭파될 것만 같아 보였던 모양으로 보석의 상태를 보고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서 나는 곧바로 상공에 있던 세나에게 그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왼팔의 팔찌에 의한 통신을 통해 전하려 하였다.
  "보석의 상태를 보았어, 몇 번의 타격을 가하면 부서질 것 같아 보였어."
  "그렇다면 이번에 기회를 노려 집중 타격을 가하도록 해요, 적어도 한 부분은 바로 파괴할 수 있을 거예요."
  응답을 하고서 세나는 그런 방식으로 한 부분씩 내부 장치들을 파괴하도록 하자고 말하고서 내부 장치들이 모두 파괴되면 그로 인해 하단의 내부 장치들이 무력화될 것이라고 이어 전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나에티아나가 세나에 이어 이후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려 하였다.
  "하단의 장치들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선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내부 장치들을 파괴하는 것부터 생각해 봐요! 이후의 일은 이후에 생각해도 괜찮고, 적어도 제가 지면에 계신 두 분께서도 상공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 볼게요!"

  한편, '어둠' 의 몸체 하단 부분은 계속해서 이전과 같은 흐름대로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병기들의 사출 역시 계속되고 있었으며, 그 때마다 '어둠' 의 몸체를 둘러싸고 있던 이들 각자가 자신들에게 달려들거나 위협을 가하는 병기들의 공세에 맞서면서 이들에게 반격을 가해 그들을 하나씩 격파, 격추해 나아가려 하였다.
  외벽의 개방 그리고 포격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었으니, 포격이 방출되는 방향이 전방 일대의 3 방향까지 늘어나서 3 방향으로의 포격이 방출되기 시작하는 것과 함께 또 다른 내부 장치가 드러나기 시작해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카리나-당시에는 왼쪽, 가운데의 빛 줄기들 사이에 있었다-가 그 포격에 대해 가운데, 오른쪽 빛 줄기 사이에 있던 나에게 이렇게 묻기도 했다 :
  "이러다가 4, 5 번째 부분도 드러나게 될 것 같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무렵의 나는 나의 머리 위로 날아와 둥그런 폭탄들을 쏟아붓고 있던 비행기 형상의 병기들을, 지면에 잇달아 붉은 불꽃을 터뜨리는 폭격을 피해 가면서 격추시키고 있느라 정신 없던 탓에 그 물음에 대해 답을 하지 못하기는 했지만, 포격을 행하는 방향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나 역시 나름의 걱정을 하고 있기는 했었으니, '어둠' 의 하단 부분을 격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졌음이 그 이유였다. 그럼에도 포격이 가해지기 시작할 때마다 그 직전에 내부 장치를 집중 공략하는 것을 그치지는 않았으며, 내부 장치의 중심에 자리잡은 빛 줄기를 방출하는 역할을 맡는 보석들이 점차 부서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이 조금씩 생겨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몇 번째였을지는 모르겠다, 두 방향으로 내벽이 개방되었던 어느 때에 왼편의 개방된 벽에서 당시 나의 앞에 있던 장치가 빛의 기운에 의해 발사되는 하얀 불 줄기에 타격을 받던 도중에 붉은 화염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몸체의 하단, 그 내부 장치의 보석이 있던 자리에서부터 굉음과 함께 화염 폭풍이 터져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잇달아 불꽃이 보석이 자리잡은 부분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이러한 연쇄 폭발이 한 동안 이어지다가 남은 부분이 포격을 개시할 무렵, 하얀 빛을 품은 고리 모양의 충격파가 수직 방향으로 방출되는 것에 이어 마치 충격파가 내부 장치를 '뽑아내는 듯이' 터뜨려 장치가 자리잡은 부분에서부터 불꽃과 연기가 한꺼번에 분출되기 시작하니, 폭음과 함께 잠시 동안 '어둠' 의 몸체가 떨리는 듯한 광경이 보였다.
  이후, 다시 두 방향-정면 그리고 우측 방향-의 외벽이 개방되면서 내부 장치가 드러나기 시작할 때, 나는 정면 쪽에서 드러난 장치의 비교적 온전했던 보석을, 그리고 카리나는 우측 장치의 심하게 갈라진 보석을 노리기로 했으며, 내 쪽에는 나에티아나가, 그리고 카리나 쪽에는 세나가 환수를 이끌고 지원해 주기로 했다.
  우측의 장치는 내부의 보석이 누적된 피해로 인해 점차 부서져 가고 있었던 만큼, 그 무렵의 집중 타격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임이 분명했고, 그 전망 그대로 그 때의 공격을 더 감당하지 못하고, 이전에 파괴된 그 장치처럼 불꽃과 연기가 터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폭파되고 있었다. 정면의 장치는 나 혼자 맡고 있었는데, 비교적 온전했던지라 내가 타격을 가하는 것 정도로 한 번에 부서뜨릴 수는 없었고, 그래서 해당 장치의 파괴는 다음 차례로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어둠' 의 하단, 그 윗 부분의 포격 이후로 정면 부분의 외벽이 마법진이 생성되면서 개방되고, 그와 함께 하나의 장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일행은 장치가 모습을 드러내는 그 왼편, 그리고 오른편 부근에 모여 있으면서 한 번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주변 일대의 상공 8 곳에 마법진이 생성되고 그와 동시에 다수의 비행체들이 일행이 모인 그 일대의 지면을 향해 낙하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일단 주변 일대로 흩어져! 피해야 해!!!"
  그간 한 방향에서 자신을 향해 격돌해 오던 병기들을 간신히 막아내었던 카리나가 외쳤다. 어찌나 처절한 기억을 남겼는지, 그 목소리에도 그 당시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처절한 기억을 가진 사람의 외침이라면 들어주는 것이 마땅한 법. 그 말대로 나는 나를 비롯한 일행을 노리는 듯이 일렬로 나아가는 비행체들의 움직임을 피해가려 하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상공과 지면에 머무르는 일행의 움직임을 따라가려 하고 있었기에 계속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내부 장치로의 공격은 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그 무렵, 상공에서 세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에 카리나의 응답이 이어졌다. 나 역시 틈나는 대로 빛의 기운 그리고 나 자신이 빛으로 곡선을 그리며 그 빛 줄기들이 내부 장치의 보석을 향해 나아가 타격을 가하도록 하고 있었다. 당시 공격의 주역이었던 이는 상공에서 화살로 공격하고 있던 나에티아나 그리고 그와 다른 곳에서 날아다니면서 환수의 번개 숨결로 보석을 타격하고 있던 세나였다. 지상, 상공 모두를 향해 비행체들이 날아들고 있다고 하지만 쉽게 수평, 수직 방향을 오갈 수 있는 상공에 있는 이들의 상황이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었음은 확실해 보였다.
  그렇게 전투기들의 대열을 계속 피하면서 또 공격의 주체를 공격해 나아가는 치열한 시간 이후,  마법진이 사라졌고, 그와 더불어 일행을 치열하게 위협해 나아가던 전투기 대열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어둠' 의 몸체, 그 외벽이 개방되고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빛 줄기의 발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으며, 보석으로 붉은 빛이 모이기를 거듭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할 거야, 이제 하나 남은 것이고, 그 나마도 내부가 크게 손상되어서-."
  "저도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파괴될 것이라 판단을 내리고, 이후의 일은 중단 그리고 상단 부분에 맡기기로 한 것 같아요!"
  그 상황에 대해 우선 카리나가 알아차린 바에 대해 말하고, 이어서 그 말에 이어 세나가 '어둠' 의 하단 장치가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고 있기에 이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던 모양.
  내가 추측한 바도 그들과 딱히 다르지는 않았으니, 최후의 일격으로 무언가를 발사할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던 것.

  "지금 이후로 한 동안 '어둠' 은 계속 정면을 향해 외벽을 개방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 때를 노려 한 번에 집중 공격을 하자고! 한 번에 마지막 내부 장치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일 수도 있어!"
  이후, 장치의 정면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카리나가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한 번에 일제히 타격을 가하도록 하자고 청하고서 그 순간이 장치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앞 일에 대해 전망을 하기도 했다.
  "카리나 씨, 검으로 그 보석을 찌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데,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 후, 세나가 환수를 이끌고 장치의 정면 앞으로 다가온 카리나의 바로 우측 곁으로 다가와서 그에게 청하고서 자신이 나름의 방법으로 카리나가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보겠음을 말하니, 이에 카리나가 그런 그에게 바로 물었다.
  "그 빛의 다리를 만드는 방법?"

  세나는 주로 빛으로 환수들을 소환해서 환수가 빛의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술법을 주로 활용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술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바탕이 되는 빛의 술법을 모르고, 환수들을 마음껏 다룰 수는 없을 노릇. 지속을 위해서는 계속 빛의 기운을 가하고 있어야 하기에 그 사람은 적을 공격하는 데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
  이전까지는 세나 역시 병기들과 맞서고 있어서 카리나를 도와줄 여유가 많지 않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어둠' 의 외벽 개방 이후, 10 여 초라는 짧은 시간 후에 바로 포격을 행하고 있었던 만큼, 다리를 만들어 카리나가 '어둠' 의 몸체를 향해 건너가게 하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 때만큼은 달랐다, '어둠' 의 몸체는 당분간 대기하는 상태에 있을 예정이었고,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카리나가 다리를 통해 '어둠' 의 몸체에 다가가면 바로 그 몸체 내부의 보석에 칼날을 꽃을 수 있었다. 다트를 발사할 때보다 더 큰 피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다리를 생성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세나가 환수 없이 '어둠' 의 몸체에 칼날을 꽂도록 할 수 있었겠지만, 세나는 공격의 주력인 내가 다리 유지 역할을 맡는 것을 원치는 않고 있었을 것이었다.

  세나는 카리나의 물음에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빛의 기운으로 다리를 만들어 그 다리로 카리나가 검은 물을 건너 '어둠' 의 몸체 바로 앞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이어 이렇게 말했다.
  "아르사나 님께는 빛의 힘, 카리나 님께는 빛의 검, 그리고 나에티아나 씨께는 빛의 화살이 있잖아요. 저는 굳이 나서려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그리하여 그 이후로 환수에 타고 있던 세나가 빛의 기운으로 다리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었다.

  그 순간, 지면 그리고 '어둠' 의 몸체 사이에 있는 검게 물든 물 위로 새하얀 빛, 노란 빛, 하늘색 빛이 날아 내려와 검은 물 앞의 지면과 '어둠' 의 몸체 사이에 하나의 큰 대열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에 무슨 일인가 싶어 뒤쪽을 향해 돌아서니, 그 상공에 나에티아나가 두 손을 앞으로 내민 채로 형형색색의 빛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손에 빛의 활을 드는 대신에 빛의 기운을 불러와 그 기운에서부터 빛들을 불러내 지면과 '어둠' 의 몸체 사이의 검은 물 위로 보내고 있었던 모양으로 본래 그것이 앞으로 세나가 할 일이었다.
  "세나 님, 이 일은 제가 할게요, 이번 일은 세나 님의 환수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을 거예요."
  이후, 나 그리고 세나가 자신을 향해 돌아설 무렵, 그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이후, 그는 세나에게 화살의 힘보다는 아무래도 환수의 숨결이 더욱 강한 빛의 힘을 방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이 옳기는 해." 이에 나는 가볍게 동의를 드러내고서 다시 '어둠' 의 몸체 쪽을 향해 다시 돌아섰다. 세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나에티아나의 결정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갈 여유가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에티아나가 빛의 기운을 발산해 다리를 생성하려 하고, 그러는 동안 나와 세나는 카리나의 왼편, 그리고 오른편 뒤쪽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비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장치의 정면을 마주보고 있던 카리나에게 나에티아나가 외치니, 자신이 빛의 힘으로 다리를 생성하고 있는 동안 보석을 깨뜨려달라 하였다.
  "그래, 한 번 해 볼게!" 이러한 요청에 바로 응답하고서 카리나는 지면의 가장자리 바로 앞에 이르러서는 오른손에 든 검의 끝이 자신의 우측을 향하도록 쥐고 있으면서 눈앞에 보이는 어둠의 기운을 끌어모으고 있을 보석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 나에티아나가 내려보낸 빛들이 각자가 실과 같은 형상을 뻗어내기 시작하고, 이 실들이 서로 모여서 엮이니, 그 이후로 빛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옷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한 번 강하게 하얗게 빛을 발한 그 이후로 대열이 자리잡은 자리에 새하얀 색을 띠는 투명한 빛의 다리가 생성되니, 그 모습을 본 카리나가 바로 '어둠' 의 개방된 장치 내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고, 이어서 나 역시 빛의 기운에서 빛을 끌어모으고, 나 역시 빛의 기운을 발사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카리나가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으로 기계 장치의 보석을 베기 시작하고, 그 빛의 힘이 폭발하면서 폭음과 함께 새하얀 빛이 반짝이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 빛의 폭발이 '어둠' 의 몸체 하단의 내부 장치에 큰 충격이 가해지고 있을 것임을 알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하늘색, 하얀색 빛이 폭음과 함께 반짝이기를 반복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카리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장치 내부의 보석을 강하게 내리치고, 그와 동시에 하늘색 빛이 격렬히 번쩍이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 이후로 보석의 표면에서부터 파란 빛이 주변 일대에 퍼져가기 시작하자, 카리나는 바로 다리를 통해 다시 지면의 가장자리로 돌아가면서 나에티아나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보석 내부에 구멍이 뚫렸어. 하얗게 빛나는 부분, 그 안쪽으로 빛을 내보내면 될 거야. 이제 거의 끝났어, 몇 번 타격을 가하면 바로 부서질 거야."
  그리고 자신이 더 검격을 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 이후에 나에티아나에게 이렇게 당부를 했다.
  "빛의 다리는 이제 그만 거두어도 괜찮아, 이번 일만 잘 끝나면 일단 1 단계는 끝이니까."
  이어서 카리나가 남은 일은 나를 비롯한 세 사람에게 맡기기로 하겠다는 말을 건네는 것에 이어, 나에티아나가 그간 유지하고 있던 다리가 빛이 흩어지면서 사라지고 있었으니, 그 무렵에 나에티아나가 내가 위치한 그 위쪽 상공에서 빛의 활과 화살을 들고 화살을 활시위에 먹이려 하면서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세나 역시 환수에 타고 있으면서 파란 빛이 퍼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주황색 보석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 이후, 빛을 발하던 개체가 폭발과 함께 불꽃을 터뜨리는 것을 신호 삼아,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4 명의 일행이 거의 동시에 각자의 장거리 공격 수단으로 폭발이 발생한 지점을 향해 집중적으로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카리나는 방패에서 발사하는 빛의 다트들, 나는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빛 줄기들, 세나는 환수가 발사하는 하얗게, 그리고 하늘색으로 빛나는 번개 줄기, 그리고 나에티아나는 하얀색, 노란색 빛을 발하는 빛의 화살들을, 한 번 폭발이 일어난 이후, 연기를 일으키며 부서져 가고 있었을 기계의 내부 장치를 향해 발사하니, 그렇게 밝은 빛으로 이루어진 선들, 번개 줄기들과 화살, 다트들이 잇달아 한 지점으로 모이고, 그 여파로 주변 일대까지 환해질 정도로 격렬한 빛이 발생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빛의 개체들이 모여 생성된 장치를 뒤덮은 새하얀 빛 사이로 주황색 불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니, 이에 나부터 기계의 내부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음을 알아차리고 바로 광선 발사를 중단, 이어서 나에티아나와 세나 역시 공격을 멈추고 이후의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 마지막까지 공격에 나선 이는 의외로 나에티아나로 빛이 사라지고 불꽃이 터지기 시작한 지점을 향해 계속 노랗게, 하얗게 빛나는 화살들을 활을 통해 발사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해, 내티! 폭발하려 하고 있어!"
  그러다가 카리나가 나에티아나에게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청할 무렵, 다시 한 번 장치에서부터 한 차례 큰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해, 진동과 함께 불꽃과 연기가 폭풍과 함께 퍼져갔다. 터져나오는 불길과 연기가 잠시 동안이나마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후, 폭발을 일으킨 장치의 좌측과 우측의 각 한 곳에서도 붉은색, 그리고 노란색 빛으로 원형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각 원형 마법진이 있던 자리에서부터 벽면이 개방되어 각 내부의 장치가 파괴되어 버린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각 내부에서부터 불꽃이 하나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기둥이 터져 나오지는 않았고, 불꽃이 검은 호수가 있는 그 주변을 벗어나지 않아서 격렬한 폭발이 '어둠' 의 몸체에서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호숫가의 가장자리에 있기만 하더라도 위험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개방된 세 부분에서부터 불꽃이 한 번씩 크게 터져나오는 것에 이어, 다른 부분에서도 불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해 그로 인해 갑판이 깨지면서 몸체의 여러 부분에서 갑판이 깨지는 조각들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폭발에 의해 터진 불꽃은 크지 않았지만 폭발에 의해 생성된 조각들은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 있었던 것이 폭발의 힘이 워낙 격렬해서 장갑 조각들이 아주 먼 곳, 호수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까지 날아가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빛으로 방어막을 생성해서 그 방어막으로 위험을 막아내려 하였고, 카리나는 방패를 이용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쇳조각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세나, 나에티아나는 환수, 날개로 날 수 있었기에 그 위험이 비교적 크지는 않았지만 그들 역시 지표면 부근에 있을 무렵에는 당연히 위험했고, 그래서 지표면에서 갑판 조각들이 날아오기 시작하자마자 다급히 상공으로 대피해야 했다.
  이후로도 폭발은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장갑의 갑판들이 계속 주변 일대로 흩날리기를 반복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폭발이 이어지고 있을 무렵, 커다란 빛의 방패로 조각들을 막아내려 하고 있던 카리나가 앞 일이 불길함을 예상한 듯이 '어둠' 의 몸체 정면을 바라보며 서 있던 나에게 경고하듯이 말했다.
  "보호막을 잘 이용하든지, 아니면 뒤쪽으로 도망쳐야 할 거야, 아무래도 폭발하면서 장갑의 남은 부분들을 한꺼번에 멀리까지 날려버릴 것 같아."
  우려 그리고 경고의 뜻을 가지고 있었을 카리나가 예상한 바는 마냥 무시할 수 있을 법한 것이 아니었으니, 마지막 폭발 때에는 남은 장갑들이 전부 깨져서 흩어질 텐데, 그 때에는 큰 폭발이 일어나는 만큼, '어둠' 의 몸체가 자리잡은 그 주변 일대에 있으면 피할 수 없을 것임이 거의 확실해 보였음이 그 이유였다. 여기서 나는 보호막으로 버티는 방법을 택했으니, 어쩐지 주변 일대를 벗어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보호막으로 최대한 버티어 볼게, 이 일대를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아."
  "알았어, 내가 곁에 있을 테니까,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내 뒤로 와!"
  이후, 내가 보호막으로 버티어 보겠다는 말과 그에 이어지는 카리나의 화답 이후에도 폭발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 이후, 폭발이 더 커지면서 주변 일대로 큰 조각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큰 조각들은 작은 조각들보다 더욱 가속해 날아갔기에 이들 중에서 호수의 검은 물에 빠지는 것들은 거의 없었다. 이들 중 일부가 내가 있는 곳의 보호막에 부딪쳤고, 그로 인해 보호막이 피해를 입었다. 큰 조각이 부딪쳤고, 또 크게 가속된 상태에서 부딪쳐서인지 그 피해가 컸다. 그 피해들로 인해 보호막의 상태를 나빠지다가 위태해질 때마다 다시 빛의 기운을 들여 보호막의 상태를 되돌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계속 금속 조각들이 날아들고 그 조각들에 보호막이 부딪치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그로 인해 빛의 기운 소모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보호막의 강도를 최고 상태로 유지하려 하였음은 이후에 있을 일에 대한 대비의 일환으로, 행여 보호막의 강도가 좋은 상태가 아닌 와중에 커다란 금속 덩어리가 보호막에 부딪치면 앞 일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큰 폭발이 이어지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정면 쪽에서 한 동안 듣지 않았던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이어 연기와 더불어 붉은 화염이 터져 나오니, 그 폭풍이 '어둠' 의 몸체 하단을 휩쓸었다. '어둠' 의 몸체 내부에서부터 발생한 붉은 폭풍이 그 몸체를 휩쓸면서 그와 함께 주변 일대로 검은 쇳덩어리들, 장갑이 부서진 그 잔해 조각들이 나와 카리나가 위치한 그 일대까지 날아드니, 이윽고 이들이 내가 생성한 구형 보호막, 그리고 카리나의 방패로 돌진해 나아갔다. 그 속도는 이전까지 날아든 잔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 피할 수 없었고, 그래서 카리나가 생성한 빛의 방패 뒤쪽으로 나아가 간신히 위험을 면할 수 있었다.
  폭풍이 터져 나오면서 그와 동시에 새하얀 빛이 번쩍이고 있었기에, 그로 인해 눈이 너무 부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다가 빛이 사라짐을 느끼고 다시 눈을 뜨는 그 순간, 나의 눈앞으로 '어둠' 의 몸체 벽면을 감싸고 있던 검은 갑판을 대신해 내부의 표면이 불길에 휩싸인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기계 장치였고, 게다가 그것이 '어둠' 이라 칭해지는 괴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마치 화상으로 인해 살갗이 타오르는 동물의 몸체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어 다소 잔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길과 함께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던 그 때, 갑자기 지면 일대가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지면에서 격렬히 일어나는 진동에 바로 내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왼발을 땅에 짚으며 앉았고, 카리나는 무릎을 꿇으며 앉아서 진동에서 넘어지는 것을 면하려 하였다.
  그 순간, 바닥이 들어올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주변의 사물들이 내 시선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앉은 바닥이 올라가고 있었던 것으로 주변 일대를 둘러보니, '어둠' 의 몸체가 자리잡은 호수의 주변 바닥 중 일부가 모종의 힘에 의해 들어올려지는 듯이 공중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움직이고 있던 것은 호수를 둘러싸는 바닥 중에서도 호수와 가까운 부분으로서 마치 거대한 고리 장식과 같은 모양새의 지형이 '어둠' 의 몸체를 둘러싼 호수 일대를 벗어나 '어둠' 의 몸체 가운데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던 것. 그 바닥의 일부는 '어둠' 의 몸체 한 가운데 즈음에 이르렀을 무렵에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르사나, 혹시 바닥 보았어? 바닥이 갈라지고 있어! 바닥이 부서지려 하는 것 같아!"
  "바닥이 부서진다고!?" 그렇게 바닥의 일부가 '어둠' 의 한 가운데 즈음에서 멈추었을 그 무렵, 내게 바닥이 부서진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바닥으로 시선을 향했다-그 전까지는 주로 내 앞의 광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의 표면이 갈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갈라지는 정도를 넘어, 바닥을 구성하는 타일이 점차 부서져가고 있었다. 타일이 부서지면서 타일이 덮고 있던 그 내부가 드러나려 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카리나 씨, 아르사나 씨! 제가 앞쪽에 타고 있을 테니까, 어서 뒤쪽에 올라타요!"
  그 때, 바닥의 움직임을 따라 환수를 높이 움직이고 있던 세나가 나와 카리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이후에 환수의 좌측이 나의 바로 앞에 있도록 하면서 청했고, 이러한 요청에 우선 나부터 세나가 앉은 바로 그 뒤에 올라탔고, 이어서 카리나가 나의 뒤쪽에 타면서 세 사람이 나란히 환수의 등에 올라탄 채로 비행을 이어가게 되었다. 기껏해 봐야 2 사람 정도가 나란히 올라탈 수 있을만한 환수에 3 사람이 올라타고 나니, 확실히 자리가 비좁았지만 바닥의 위험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것에 개의할 처지가 아니었다.
  "다소 좁은 느낌이야, 그렇지 않아?"
  "바닥이 부서진다는데, 바닥을 피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카리나의 물음에 답을 하는 그 동안, 앞에서 환수를 움직이고 있던 세나는 다시 환수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라 바닥 부근을 벗어난 이후에 곡선을 그리면서 '어둠' 의 몸체 중단 부분의 비교적 거리를 두는 상공 한 지점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에티아나는 '어둠' 의 몸체, 그 중단의 좌측 부분 일대를 오가기를 반복하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는 그 때, 내 왼팔의 팔찌가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르사나 씨, 방금 전에 에오르 자매 두 분께서 소 피라미드(Jag'pyramid) 구역의 밖으로 나오셨어요."
  팔찌가 빛을 발하면서 그와 동시에 소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에오르 자매와 셀린 등, 소 피라미드 내부를 향해 나아갔던 이들이 밖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으며, 그에 이어 나에게 그간 에오르 자매와 셀린이 소 피라미드 인근에서 일행이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이어 밝히기도 하였다.
  소르나는 에오르 자매가 소 피라미드의 1 층의 모든 폐쇄된 문을 모두 부순 다음에 지하로 들어가서 지하 내부까지 들어갔다가 나왔음을 밝히고서 이후 밖으로 나오는 그들에게 자신이 나를 비롯한 일행이 '어둠' 과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음을 이어 알리기도 했다.     자신이 에오르 자매와 연락하면서 그들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소 피라미드의 1 층에 있는 지하를 향하는 통로와 이어진 문은 모두 3 개로 정문 건너편에 있는 이 문들은 마치 벽에다가 돌을 쌓아둔 것처럼 위장되어 있었으며, 그래서 지하와 이어진 문이 있다는 사전 정보가 없는 한, 벽 위에 돌이 쌓여있을 뿐인 광경으로 여길 정도였다고 한다. 돌을 치워도 벽이 갈라진 흔적 정도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 문의 테두리가 있기는 했지만, 문으로 위장된 벽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는 말도 있었다.
  일단 돌더미를 폭파시킨 이후에 문을 가로막아 놓은 벽을 폭파시켜 통로를 열었다고 한다. 문에는 몇 겹으로 돌이 쌓여 있어서 다 제거할 때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돌벽 사이마다 나무 판자로 돌벽에 못을 박은 모습도 보여서 얼마나 엄중히 지하 공간이 폐쇄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게 몇 중으로 폐쇄된 문 너머에는 대체 무엇이 있었기에......"
  "그런데 막상 지하 공간은 하나의 방만 있을 뿐, 방 안에는 특별한 물건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해요."     지하는 거대한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바닥의 한 가운데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 어떠한 특징적인 면모도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등불이 하나도 없어서 마법을 통해 빛을 밝혀가며 주변 일대를 살펴야 했다고.
  "등불이 없다거나, 바닥의 한 가운데에 마법진이 있다는 것은 그 아래에 무언가 있음을 유적을 만든 존재도 이미 직감을 하고 있었음을 의미하겠지요. 그래서 불빛을 두지 않고, 몇 중으로 돌벽을 세워 문을 막아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려 한 것일 테고......."
  그러면서 소르나의 목소리는 '어둠' 이 깨어나 세상 밖으로 나간다면 분명 그 바닥을 넘어, 피라미드의 천장까지 뚫고 하늘 위로 솟아오를 것이라 여기어진다고 말하고서, 에오르 자매에게도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음을 밝힌 이후에 그 이후로 에오르 자매와 셀린, 그리고 마을의 경비대원들이 글라이더를 준비하고 있음을 밝히고서, 만약 '어둠' 이 피라미드 밖으로 솟아 나아가게 된다면 그 시점에서 그들에게 자신이 그 사항에 대해 밝히기로 했음을 이어 알리기도 했다.
  "그 '어둠' 이 피라미드 밖으로 튀어나갈 때에 그 조짐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겠나요?"
  "걱정 말아요, 그 정도 즈음, 제가 모를 수는 없을 거예요."
  그가 전하는 말에 대해 세나가 의문을 드러내자, 소르나의 목소리는 그것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조만간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될 것 같다고 말하고서, 남은 이야기는 그 이후에 하도록 하겠음을 밝혔다. 그리고,
  "세나 씨, 아마도 이번 일은 아마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에서는 가장 힘든 일이 될 거예요. 하지만 아르사나, 카리나 씨를 비롯한 가마일 산 천문대에 있으셨던 분들께서는 늘 그러하듯, 잘 해내실 테니까, 그 때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라는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와 함께 왼팔의 팔찌에 생성된 빛이 사라졌다.
  "왜? 네 이름이 거론되지 않아서 서운했어?"
  그러는 동안 카리나가 조용히 미소를 띠고 있던 그 표정을 문득 보게 되었고, 그래서 조용히 미소를 띠며 묻자, 카리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서, 소르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서 잠깐 웃음 소리를 내더니, 그에 대해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듯이 말을 건네기도 했다.
  "고요하고 정숙한 아가씨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장난스러운 면이 참으로 그다운 면모 같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 너는 알고 있었어?"
  장난스럽게 목소리를 내며 카리나가 물었다. 실은, 그 당시, 나는 소르나에 대해 늘 정숙하고 고요한, 그야말로 모범생 같은 사람이라 여기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그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이었다. 세나도 대략 그랬던 것 같았고, 나에티아나는 천사라서 딱히 그런 점에 대해 내색할 수는 없었겠지만 모범생 같은 면모를 가진 소르나 그리고 레테사를 대하는 것에 상당히 많은 부담을 느끼기는 했었던 것 같았다. 내색하지 않고 있어도, 같이 있던 나를 비롯한 동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저 모른 척을 했을 뿐.
  다만, 카리나는 소르나와 레테사, 그 둘이 모범생 같은 면을 가진 것에 크게 부담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중압감의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것일지도. 그래서인지 그가 그간 숨기고 있던 일면에 대해 이것저것 아는 것이 많았고, 그래서 한 두 번씩 그런 것들에 대해 은연 중에 꺼내려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는 동안 공중으로 떠오른 지면의 겉 부분의 갈라진 틈에서부터 붉은 빛이 생성되고 있었으니, 머지 않아 균열대로 바닥이 부서져 그 조각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질 것임이 분명해 보였지만 세나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서,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말했다. 그 때, 나에티아나가 파편들이 날아올 것 같으면 자신이 보호해 주겠다고 말하고서, 그 때가 되면 바로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으로 떠오른 부분이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폭풍이 터져 나오면서 그와 동시에 바닥을 이루는 돌들의 파편들이 주변 일대로 튀어 나아가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 나에티아나가 주문의 영창을 개시, 그와 동시에 나를 비롯한 일행이 금색 보호막으로 보호를 받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나에게 닥쳐온 파편에 보호막이 부딪쳐 위험을 면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다른 방향에서 파편들이 날아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떠오른 부분의 하얀 연기를 일으키며 발생한 폭발, 그 이후로 지면이 부서지게 될 듯해 보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지면을 구성하는 벽돌 타일들이 부서지면서 그 타일들의 배열 아래에 감추어져 있었을 것이 드러났으니, 검고 매끈한 모양새를 갖추는 고리 모양의을 이루는 지형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형의 표면에는 용암의 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원형 진이 그려져 있었으며, 원형진의 4 부분에 하나씩 원형을 이루는 작은 진이 그려져 있어서 바닥에 그려진 원형 진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용암 색의 빛을 발하는 고리 모양의 마법진 같아 보였다.
  "저 선 부분은 건드리면 뜨겁거나 하지는 않겠지?"
  "단순한 무늬일 뿐이라면 문제 없지 않을까."
  검은 바탕에 붉게 빛나는 마법진이 그려진 모습을 보면서 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답했다. 그 때, 세나가 마법진을 구성하는 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단순히 그런 색을 띠며 빛나는 것일 따름일 것이라 밟아도 무리할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곧 내려갈 거예요, 급강하를 할 테니까, 당분간은 앞 사람을 꽉 잡아 주셔야 해요!"
  이후, 세나는 곧 지면을 향해 내려갈 텐데, 이를 위해 급강하를 할 것이니, 떨어지지 않도록 앞 사람을 잘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를 하였고, 이에 내 앞에 타고 있던 카리나가 알았다고 응답하고서 바로 앞에 앉아있던 내 허리를 붙잡았고, 이어서 내가 그런 카리나를 따라 앞에서 환수를 움직이고 있던 세나의 허리를 세게 붙잡으려 하였다. 다들 급강하를 대비해 허리를 세게 끌어안고 있었을 테니, 평상시 같으면 허리가 꽤 아팠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그것을 느낄 겨를은 모두 없었던 것 같다.

  지면에 접근하자마자 우선 내 허리를 붙잡던 카리나가 손을 놓고, 붉은 빛이 문양을 그리는 발판이 있는 쪽을 향해 환수의 우측 방향에서 뛰어 내렸으며, 이어서 내가 세나의 손을 놓았다. 하지만 나는 환수가 지면에 접근할 때까지 기다리려 하였으니,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상황에서 내리기를 원했기에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하였던 것.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카리나의 환수가 지면 바로 근처에 접근하였고, 이후, 세나가 나에게 이제 내려야 한다고 말하였기에 바로 카리나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환수의 우측 방향에서 지면을 향해 뛰어내렸다. 당시 환수가 있던 곳과 지면의 높이 차가 크지 않았기에 발이 지면에 닿아도 그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발에 약간의 충격이 닿아 아픔이 조금 느껴진 정도.
  흑요석 혹은 '어둠' 의 표면과 같은 재질로 추정되는 물질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는 바닥 위로 높은 곳에서 보인대로 문양이 새겨져 있었으며, 새겨진 안쪽에 용암을 연상케하는 붉게 빛나는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진짜 용암은 아니었다, 일단 흐르는 모습부터 보이지 않았다-. 바닥의 틈 안쪽에서 열이 새어 나오거나 하지도 않았으니, 일단은 마음 놓고 바닥을 밟아 나아가기로 하고, 먼저 착지했던 카리나를 향해 다가갔다.
  그 무렵, 카리나는 이미 지면 너머로 보이는 '어둠' 의 본체, 중단 부분의 정면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어둠' 의 본체 부분에 해당되는 중단 부분-그래서 그 이후로 '본체 (Momi)' 라 칭한다-은 아직 가동을 하지 않고 있었는지 자신의 적수 앞에서도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지만, 머지 않아 가동될 가능성은 충분했고, 그래서 눈앞의 기계 덩어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유롭게 있을 수 있다고 여기어서는 안 되었다. 물론, 카리나는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검을 오른손에 쥐고 있는 채로 눈앞의 기계 덩어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 가동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겠지?"
  "그러하겠지, 몸체의 일부분을 그렇게 파괴한 적수가 바로 눈앞에 있을 텐데, 이 부분이 가동하고 있지 않다면 당장에라도 우리를 가만두려 하지 않을 거야."
  내가 그의 왼편 곁으로 다가와서 물음을 건네자, 카리나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서 그는 조금 있으면 가동될 수도 있을 테니,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무렵, 나의 왼편 근처의 상공에 세나가 환수를 이끌고 다가왔고, 그러면서 나 아니 카리나에게 '어둠' 의 몸체가 깨어날 것 같으면 몸체의 표면에 무언가 표시가 나올 것이라 말하고서, 표면에 변화가 생길 때를 기다려 보자고 그에게 청했다.

  '어둠' 의 본체는 하단의 몸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원통형을 이루며 표면은 검은 장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만, 몸체의 표면 곳곳에 검은색을 띠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무늬를 묘사한 장식들이 붙어 있었으며, 몸체에도 곳곳에 작은 첨탑을 연상케하는 장식들이 달려 있었다. 중단, 본체 부분의 바로 위에는 상단 부분은 하나의 거대한 첨탑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 꼭대기(Kota) 는 뾰족한 부분이 아니라 거대한 구체가 자리잡은 듯한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그 구체를 보면서 모두 생각할 수 있었다, 분명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눈' 의 형상을 숨겨두고 있는 일종의 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임이 틀림 없다고.

  한편, 나에티아나는 금색 날개로 날갯짓을 이어가면서 '어둠' 의 본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도중에 '어둠' 의 본체는 자신의 표면 곳곳에 바닥에 새겨진 무늬와도 같은 용암 색깔의 무늬를 그려내고 있었으며, 그 모습이 마치 균열 혹은 거미줄 같은 모습이었다. 표면에 그려지는 무늬는 조만간 '어둠' 이란 이름을 가진 기계 덩어리가 활성화될 것임을 의미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생각해 보면 그간 그 많은 케레브 족 사람들을...... 저 기계 덩어리가 물어 뜯고, '먹어치웠다' 는 것 아냐."
  '어둠' 의 본체가 활성화되어 가는 동안 가만히 서 있는 채로 그 모습을 한 동안 지켜보던 카리나가 '어둠' 의 본체에 대해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그러할 것이라 말하고서, 진짜로 '먹는 것' 은 아니었겠지만 '먹는 것' 비스무리하게 그들의 신체를 찢어 발겼을 것이라 이어 말했다.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저 존재는 실제로 사람을 먹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먹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했을 거야."
  "그리고, 그 생체 에너지(Organærergia) 를 모종의 비생체 에너지(=ënorganærergia) 로 전환했을 것이다, 라는 것이지?"
  그리고 카리나가 이어 건네는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동의의 의사를 드러내었다. 이후, 카리나의 머리 위로 환수를 움직이면서 세나가 카리나에게 '어둠' 의 본체가 휴면 상태임을 노려 공격을 가할 것인지를 묻자, 카리나가 답했다.
  "저 본체가 어떻게 공격해 올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기는 한데...... "
  그러면서도 어찌됐든 그것은 일행의 존재를 직감하자마자 바로 일행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수단을 활용해 공격을 가할 것이고, 공격 유형은 그 때에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인 만큼, 선제 공격을 하는 것도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그래, 해 보자, 어차피 길은 정해져 있는 거야."
  이에 카리나를 대신해 내가 세나에게 선제 공격을 가해도 좋다고 말했고, 이에 세나는 알았다고 답하고서, '어둠' 의 본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던 나에티아나에게 자신이 먼저 공격을 가할 테니, 뒤이어 화살 공격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첫 타격은 가능한 가장 강한 공격을 해야 할 텐데, 이를 위해 자신이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세나는 '어둠' 의 몸체에 근접해서 그 정중앙 즈음으로 나아간 이후에 오른손에 쥐고 있던 하얗게 빛나는 검의 끝이 '어둠' 의 본체를 향하도록 하였다, 환수가 번개 줄기를 발사해 그 본체의 정중앙을 직격하도록 한 것이었다.
  파란 기운을 품은 하얀 번개 줄기가 새의 부리에서부터 발사되어 '어둠' 의 정중앙에 그대로 박히고, 이어서 그 몸체에 빛이 폭발하면서 그와 함께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 타격이 장갑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 이후로 잠들어 있었던 '어둠' 이 진짜로 깨어났다는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침묵하고 있던 본체의 한 가운데에서 갑자기 눈(N'n) 의 역할을 할 것처럼 생긴 주황색 반구체가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반구체가 격렬하게 빛나면서 일대의 어둠을 비추기 시작한 그 이후로 그 표면에 마치 핏줄과 같은 무늬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생체 눈의 특성을 가졌다고 여길 것은 아니었고, '어둠' 의 실체가 기계였음을 감인해 보면 본래는 시야 확보 장치의 일종이었던 것이었지만, 그 표면에 무늬가 그려지면서 생체 눈의 모습을 모사하게 되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눈이 위치한 그 지점을 중심으로 핏줄 비스무리한 무늬가 주변의 부분으로 퍼져 나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몸체 바깥으로 핏줄이 드러난 모습 같아 보여서 '어둠' 이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행동하려 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 핏줄기 비스무리한 무늬들의 움직임은 처음에는 구체가 위치한 그 주변 일대로 저녀 나아가는 형태에서 시작되어서 어느새 몇 개의 지점을 중심으로 모이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제외한 '핏줄(Pizeni)' 들이 모인 지점들에서부터 장치들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우선 나타난 것은 좌측과 우측에 있는 것으로 정면의 '눈' 과 같은 개체였으며, 그 뒤를 이어, 눈 주위의 3 개 부분-삼각 대형을 이루고 있었다-에서 비행체들을 사출하는 사출구의 역할을 하는 듯해 보이는 장치들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정면의 '눈' 바로 아래 부분에 하나의 문구가 드러나기 시작하니, 그 문구는 아래와 같았다 :

ADVERSARIOS INVENIO.
ICTVS ACTIONI STATIM INEO.

  "적대자 발견, 즉시 공격 행동에 들어간다. (Adversadr cahatdy. Ghot tærijisye gar)"
  라는 뜻을 가지는 문구로 이후, '어둠' 의 본체가 가지는 행동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면의 눈 부분이 격렬히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그 눈에서부터 주황색 빛 줄기가 발사되어 자신의 바로 앞 바닥을 가로질러 나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빛이 바닥을 긁어내듯, 지나간 이후, 빛이 지나간 자리에는 잠시 주황색 빛을 발하는 흔적이 남았으며, 이윽고 그 선형 흔적에서부터 불꽃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공격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며, 좌측과 우측의 눈들이 몇 개의 주황색 불덩어리들을 각자의 앞쪽으로 발사하더니, 이윽고 그 불덩어리들이 혜성과 같은 형상을 이루며 긴 꼬리로 곡선을 그리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이 자리잡은 그 일대의 바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는 나와 카리나를 직접 노리고 있었으며, 그래서 나를 향해 불덩어리들이 날아올 때마다 그 좌측, 우측으로 뛰어 나아가면서 피해야 했다. 카리나는 빛의 방패를 생성해 불덩어리를 막기로 하였던 모양으로, 불덩어리는 빛의 방패에 부딪치자마자 바로 폭발, 상공에 크나큰 열기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 열기의 폭발이 빛의 방패에 큰 충격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한 동안 폭발의 흔적이 그의 주변 바닥에 크고 작은 불을 남기고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겨난 불의 열기는 카리나가 잠깐 밟아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였던 것 같았다.
  포격이 중지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본체의 눈이 장착된 정면 부분, 그 바로 아래, 나와 카리나가 서 있던 그 높이 지점에서 벽면의 일부가 마치 성의 적교가 내리는 듯이 개방되었다. 그 높이만 하더라도 사람의 2 배 이상은 될 정도로 컸던 그 부분이 개방되는 것과 동시에 그 좌우측과 뒤쪽에서도 같은 모양으로 장치의 일부가 같은 방식으로 개방되었다. 그리고 핏빛을 띠는 그 내부 공간에서부터 상공을 향해 한 무리의 검은 비행체들이 '어둠' 의 본체, 그 정면 방향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둠' 의 정면에 서 있었으면 피해를 입을 수 있었겠지만, 지면에 있던 나와 카리나는 이미 정면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기에 사출구였던 그 부분이 개방되어 있는 동안 그 부분의 바로 앞에 있지 않았기에 그러한 사태를 면할 수 있었으며, 공중에 머무르고 있던 세나 그리고 나에티아나는 나의 근처에 모여 있었는데, 비행체들이 나아가 일행이 위치한 그 주변을 공전하던 그 궤적의 근처에 있지 않아 역시 위험하지는 않았다.
  얼마나 많은 비행체들이 사출되고 있었을지, 세어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4 개의 사출구들이 잠시 개방되고 있는 사이, 수많은 비행체들이 사출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100 을 넘어 120 내지는 150 정도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비행체들이 4 개 방향에서 사출되어 일행이 머무르고 있던 곳의 그 주변을 마치 하나의 거대한 구면을 따라 원 궤도를 그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그 사출구들은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자신들이 개방된 그 역순으로 다시 닫혔다.
  그렇게 한 동안 공전을 이어가던 검은 비행체들은 공전을 마치자마자 '어둠' 의 첨탑 근처의 상공에 모였고, 그 중 100 여 개체들이 일행이 위치한 그 근방으로 날아 내려와 지면을 향하면서 하나의 대열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들 중 앞장선 개체들은 작은-전장이 소년의 키-140 이온메테르(y-onmeter) (*1)-보다 겨우 큰 정도였다- 전투기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며, 뒤쪽의 2 개 대열은 어른의 키-170 이온메테르-만한 인간형 병기들로서, 양팔의 끝에는 손이 아닌 포구가 장착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수십 여 병기들이 하나씩 대열을 이루며, 공중에 머무르고, 그 뒤로 이들의 지휘자들로 추정되는 붉은 망토를 두른 갑주형 비행체 둘이 날아와 대열의 좌측, 우측 부분의 뒤쪽에 머무르고, 이들이 각자의 손에 들고 있던 검붉게 빛을 발하는 검을 자신들의 앞으로-그들은 아래쪽의 지면을 향하고 있었다- 향하는 것을 시작으로 4 개 대열로 모인 병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치 지면을 향해 돌진할 준비를 하는 듯이 모였던 병기들은 모이고 난 이후에는 함께 기묘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열들이 좌우 방향으로 분리되는 듯하다가 다시 모이기도 했고, 마치 파도의 움직임을 모사하기라도 하는 듯이 위 아래로 짧은 움직임을 반복하기도 했으며, 함께 좌우 방향, 정확히는 사각형을 그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듯, 마는 듯, 그리고 좌우로 움직이는 듯, 마는 듯, 이러한 기묘한 움직임은 병기들의 공세에 대응해 나아가려 하던 일행을 잠시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르사나 씨, 이런 움직임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예요?"
  "......." 이러한 물음에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해야만 했던 것이, 나에게도 이러한 행동들은 이해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반적인 병기들의 행동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리나는 이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를 이해를 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뭔가 옛 시대의 문명에서는 병기들의 대열을 저렇게 움직이도록 통솔하는 방식(Method) 이든가, 경향(Trend) 이든가, 그런 것이 있었던 것 같아, 아마도 '어둠' 은 고대 문명의 이러한 통솔 방식을 이용해서 병기들을 움직이려 하고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카리나도 그 경향 혹은 방식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의 지식이 거기까지 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세나는 환수의 입에서 분출되는 번개 줄기로 나란히 움직이는 병기들을 몇 개체씩 공격해 격추시키고 있었으며, 나에티아나 역시 우측 상공에서 여러 방향으로 화살을 발사해서 나란히 움직이는 병기들을 파괴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나 역시 지면으로의 공격을 피해 가면서 하늘색 빛을 발하는 화염 줄기들을 발사해서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비행체들을 맞히면서 그 개체들을 줄여가고 있었다. 병기들의 내구력은 그리 좋지 못해 한 번의 타격으로도 사라지고 있었다. 어둠의 기운에 감싸여 있었는지, 빛의 기운에 의해 발사되는 개체들에 부딪치자마자 병기들의 검은 몸체가 빛에 반응해 불길을 일으키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1) centim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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