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5-2. Darkness and the Light : 3


  일반적인 병기들 같지 않은 기이한 움직임을 드러내던 병기들은 처음에는 다른 움직임 없이 특정한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기만 하고 있었으나, 잠시 후, 이들 중 일부가 상공 그리고 지면에 있는 이들을 향해 돌진해 나아가기 시작했으며, 돌진해 나아가면서 각자의 포구에서 붉은 광탄들을 연사해 가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때로는 뒤쪽에서 인간형 병기들이 대열의 뒤쪽으로 나아갔다가 선회하면서 일행이 있는 쪽으로 돌진해 나아가면서 양팔의 포구에서 붉은 광탄들을 발사하는 공격을 행하기도 했다.
  이들의 움직임이 기민하기는 했지만, 일행 모두 공격을 연속으로 할 수 있었기에, 한 번 빗나가도 바로 다음 번 사격을 할 수 있었고, 이렇게 계속 광선, 화살 등을 발사해 가며, 돌진해 나아가는 개체들 역시 대열에 있는 병기들처럼 바로 격추시킬 수 있었다. 인간형 병기들은 내구력이 어느 정도 있어서 약한 광선은 견디어낼 수 있었지만 통상적인 공격 1 ~ 2 번에 격추되는 것은 전투기 개체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4 개의 큰 대열을 이루고 있던 병기들의 개체들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뒤쪽에 지휘자 역할을 행하고 있던 병기들이 있었지만 뒤쪽에 남은 병기들의 무리를 향해 나아가, 그 무리에 합류하면서 첫 대열의 병기들은 모두 없어지게 되었다.   이어서 뒤쪽 상공에 머무르고 있던 남은 병기들이 특정 구역을 에워싸며 공전하는 움직임을 갖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을 그들이 보이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공전하는 병기들 사이로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었을 인간형 병기들의 모습이 간간히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지휘자 역할을 행하는 병기들은 모두 4 개체들이 존재하고, 한 무리에 모인 4 개의 개체들이 하나씩 대열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인가, 라고 그 모습을 보며 추측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한 동안 특정한 무언가의 주변에서 공전을 이어가기를 반복하던 개체들은 그 이후, 4 개의 대열을 구성하는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 사이 지휘자 역할을 행하는 4 개의 병기들이 그들의 뒤쪽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아래 쪽을 향한 지시를 내리니, 그 이후로 첫째 대열과 마찬가지로 병기들이 이런저런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 대열에서는 행동이 개시되자마자 병기들의 대열을 벗어나는 움직임이 시작됐으며, 우선 아래쪽 2 개 대열의 전투기들이 하나둘씩 대열에서 벗어나 일행 주변을 오가면서 한 번씩 일행이 있는 곳을 노리며 붉은 광선을 한 발씩 발사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첫 번째 대열에서 보였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그 이후의 상황은 그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대열을 벗어나는 전투기들이 계속 생겨나더니, 어느덧 전투기들 중 반 이상이 대열을 벗어나 상공을 떠도니, 그야말로 상공 일대를 검은 기계 새들이 뒤덮는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여기에 이들이 한 번씩 일행을 노리며 붉은 광탄, 광선들을 발사하기를 반복하니, 그야말로 검정과 빨강으로 가득한 풍경이 내 머리 위로 드러나고 있었다. 각 개체들이 발사하는 광선의 수는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상공을 떠도는 50 여 개체들이 10 여 개체씩 5 ~ 10 발씩 광선들을 발사하니, 상당히 많은 광탄, 광선들이 일행을 노리게 되었고, 이러한 광탄, 광선 공격의 간격도 상당히 짧아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었으니, 계속 조심해 가며 공격을 피해야 했다.
  이러한 어지러운 움직임과 포격 공세는 본래 지표면과 그 인근에 머무르고 있었을 일행의 시선을 혼란시키려 하는 듯해 보였으나, 너무 많은 개체들이 한꺼번에 상공을 떠돌고 있다보니, 대충 쏘기만 해도 개체가 맞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때는 대충 아무렇게 쏘기만 해도 비행체가 맞아서 격추되어 폭파되는 광경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광선 공격으로 이들을 격추시키는 것 말고도, 카리나, 나에티아나도 방패의 다트들 그리고 화살을 쏘아가며 이들을 하나씩 착실히 격추시켜가고 있었다. 그 기계 병기들이 일행의 모습을 보며, 일행에 대해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 카리나, 나에티아나를 비롯한 일행 모두가 어지러이 움직이는 것들을 노리고 쏘아 맞히는 것만 하더라도 수십 년 동안 했던 이들이었다, 그 정도를 맞히지 못할 리 없는 이들이었던 것이었다.
  나를 비롯해 모두가 다수의 목표를 정할 수 있는 공격 수단-나는 하늘색, 하얀색을 띠는 화염 줄기들, 카리나는 방패에서 발사되는 다트들, 나에티아나는 여러 목표를 연속으로 타격할 수 있는 광선, 세나는 갈래 번개-들로 여러 개체들을 격추시켜 나아가면서 개체들의 수는 어느새 금방 줄어갔고, 대략 5 분 즈음 지났을 무렵에는 50 여 개체들의 수가 10 도 되지 않을 정도로 줄어 있었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만큼, 병기들이 가하는 위협도 줄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전투기 개체들의 수가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 무렵, 그 다음으로 인간형 병기들이 하나둘씩 대열에서 벗어나 상공을 떠돌기 시작했다. 이들의 양팔, 그 끝에는 손 대신에 포구가 장착되어 있어서 상공 일대를 떠돌면서 각 포구에서 몇 발씩 광탄들을 발사해 일행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인간형이었던 그들은 전투기들이 보이지 않은 또 다른 유형의 공격을 가하기도 하였으니, 포구에서부터 붉은 빛으로 칼날을 하나씩 생성해서는 칼날을 앞세우며 상공 그리고 지면의 일행을 향해 돌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이었다.
  이러한 병기들의 공세는 전투기들이 상공을 떠돌 때와 대체로 큰 차이는 없었고, 일행은 이전 때처럼 각자의 타격 수단을 이용해기씩 병기들을 격추시키며 개체 수를 줄여가려 하였다. 그렇게 이들이 거의 궤멸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4 기의 지휘관형 병기들은 마지막까지 대열에 남아 있다가 인간형 병기들이 10 여 기 정도 남았을 때, 각자가 소지한 붉게 빛나는 날을 가진 검을 들며 지표면의 나 그리고 카리나가 있는 곳으로 날아 내려가려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을 이전까지 나에티아나, 세나 모두 지켜보고 있었으며, 우선 나에티아나가 우측에서 돌진해 나아가던 지휘관형 병기의 머리 부분을 화살로 쏘아 맞히고, 이어서 오른쪽에서 세 번째 위치에 있던 병기의 머리를 왼손에서 발사되는 광선으로 궤뚫었다.
  남은 2 기의 병기들은 세나와 내가 남은 인간형 병기들과 더불어 번개 줄기 그리고 곡선을 그리는 하얀색/하늘색 빛 줄기들로 격추시키려 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검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번개 및 광선들을 막아내려 하였지만, 그 검은 번개, 광선의 기운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검이 깨어지고, 갑주가 파괴되면서 남은 지휘관형 병기들 모두 흉부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하나씩 격추되어 갔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지휘관형 병기들을 비롯해 남은 병기들 역시 일행이 가하는 공격에 의해 타격을 받아 격멸되었을 무렵, '어둠' 의 본체 뒤쪽의 가운데 부분이 개방되면서 그와 함께 그 개방된 부분에서부터 수십 여의 붉은 빛 줄기들이 곡선을 그리며 일행이 자리잡은 그 방향의 상공 그리고 지표면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 번에 수십 여 줄기들이 발사되고, 그 간격이 무척 짧았으니, 한 번에 100 여 줄기의 붉은 광선들이 발사되는 효과를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상공과 지표면, 곳곳이 착탄 지점이었다보니, 안전 지대를 찾아 계속 분주히 돌아다녀야 했으며, 처음에는 내 우측 근처에 자리잡고 있던 카리나는 빛의 방패로 광선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지표면에 격돌한 광선이 일으키는 폭발의 규모가 상당해서-반경만 하더라도 20 이온메타르 정도에 이르렀다- 빛의 방패에 의지하더라도 막아내는 것은 무리에 가까워 보였다.
  "카리나, 광선이 지표면에 부딪쳐 큰 폭발을 일으켰어, 이들이 다수 부딪치면 강한 방패를 생성해도 무리일 거야!"
  "그래도 해 봐야지." 내가 물음을 건네었을 무렵, 당시에 내 우측 곁에 있던 카리나가 바로 화답했다. 무리일 것 같더라도 일단 도전해 보겠다는 것, 걱정을 어찌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그를 일단 믿어보기로 하고, 그 이전에 내 사정도 다급했기에 더 이상 그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하거나 할 여유란 없었으니, 당장에 대화를 마칠 즈음에 내 머리 위로 몇 줄기 광선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대화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리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가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폭발의 반경은 정말로 컸고, 그 틈을 빠져나가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 공중에서는 언제 사출되었는지 알 수 없을 인공 위성처럼 생긴 병기들이 네모난 날개를 펼치면서 내 주변 일대를 떠돌다가 한 번씩 자신의 몸체 하단에 장착된 포구에서부터 하얀색, 붉은색 광선을 발사해 폭발의 틈새에 자리잡은 나를 노리며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광선의 타점은 눈에 제대로 보이고 있었기에 바닥에 보이는 하얀색, 붉은색으로 빛나는 점들을 피하면서 움직이면 화를 면할 수 있기는 했다. 그렇게 공격을 피해낸 이후에는 인공 위성처럼 생긴 개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이들을 향해 하늘색 빛 줄기들로 곡선을 그려내어 이들을 격추시켜 나아갔다. 타격을 받은 개체들은 처음에는 한 번 타격을 받고 폭발을 일으키며 잠깐 움찔하는 정도에 그치다가 두 번째 타격을 받았을 때, 몸체가 폭파되고, 남은 날개가 절단면부터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이며 사멸되어 갔다.
  그렇게 '어둠' 의 본체 가 가하는 포격을 피해 가면서 나는 '어둠' 의 눈 부근에 머무르며 그 붉은 눈을 공격 목표로 정해서 그 목표를 향해 하늘색 기운을 띠는 하얀 광선을 발사해, 그 광선들이 눈을 향해 집중되도록 하고 있었다. 눈 역시 어둠의 기운을 띠고 있어서였는지, 내가 발사하는 광선에 급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타격을 받을 때마다 타격 지점이 하얗게 빛을 발하며 폭발하기를 거듭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는 동안 상공에서는 세나가 탄 빛의 환수가 붉은 화염 줄기들과 그 줄기들이 일으키는 커다란 폭발들을 피해가면서 한 번씩 '어둠' 의 좌측에 위치한 눈에 번개 줄기를 발사하고 있었으며, 나에티아나 역시 첨탑 쪽으로 올라가 인공 위성들을 화살로 쏘아 격추시키고 있었다, 그가 쏘는 화살들은 한 발, 한 발이 상당히 강한 기운을 품고 있었는지, 화살에 꽂힌 개체들은 하나 같이 그 몸체가 화살에 관통되고, 이어서 폭파되면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 격렬한 폭발 속에서도 나도 그렇고, 나에티아나, 세나 모두 치열하게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공격을 하는 와중에도 적들은 쉽사리 죽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 당혹스러웠던 탓인지, '어둠' 은 공격을 멈추었고, 그로 인해 포격이 일으키는 커다란 폭발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위태로운 상황을 유지하고 있던 나는 간신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나는 '눈' 의 우측에 자리잡고 있었던 카리나의 동태를 살펴보기 위해 그 쪽으로 나아가려 하는 그 때,
  "카리나!" 그 당시 카리나는 공간의 난간에 기댄 채로 주저 앉아 있었다. 검이 사라진 채로 왼손으로 오른 어깨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습이 나름 다친 듯해 보이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그의 모습을 보면 아주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닌 듯해 보였다.
  "역시 무리였어, 그 큰 폭발을 전부 막아낼 생각을 했었다니, 내가 미쳤지."
  이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조용히 미소를 띠며 물으니, 그간 힘들거나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그 물음에 나는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물론, 거짓말이었고, 여러번 위험한 상황이 나에게 닥쳐오고는 했었지만 대놓고 그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거짓말이지? 얼굴에 다 드러나 있잖아." 내 표정을 가만히 보더니, 카리나는 나에게 마치 핀잔을 주기라도 하는 듯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냐고 말했고, 이어서 우리끼리 그렇게 솔직하지 못할 필요는 없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스스로 치유의 술법을 사용했고, 그래서 일단 상처의 심화는 막았지만, 몸 상태가 다시 좋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 때까지는 보호막에 의존한 채, 쉬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전에는 그래도 방패의 화살로 공격하기라도 했었는데....... 아마 눈에 띄지는 않았겠지."
  이전까지 카리나는 어떻게든 공격을 이어가려 했던 모양으로 방패에서부터 빛의 다트들을 계속 만들어내, 그 다트들로 '어둠' 의 몸체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어둠' 의 오른쪽 눈을 공격하려 했었지만, '어둠' 의 오른쪽 눈에 다트가 닿았는지 여부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는 타격 시도를 가하느니 차라리 쉬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
  "쉬고 있어, 전투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는 것도 별로 좋지는 않아."
  이에 나는 쉬고 있으라 말했고, 이어서 반구형 보호막으로 자기 자신을 감싸려 하는 카리나를 뒤로 한 채, 다시 '눈' 의 바로 앞에 이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이미 '어둠' 의 본체 중단 부분에 자리잡고 있던 사출구들, 4 개 방향에 하나씩 자리잡은 사출구들에서 수십여 개씩 구형을 띠는 검은 폭탄들이 사출되어 공간 일대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철퇴와도 같으며, 돌기에 수많은 보라색 돌기들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검은 폭탄들, 이들은 단단해서 충격을 가해도 터지지는 않았지만 각각의 정수리 부분에 기계 장치가 부착되어 있어서 기계 장치에 의해 제어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지표면에 흩어진 폭탄들은 위쪽의 기계 장치들이 초록색 빛을 발하고 있어서 그 색의 변화를 통해 폭발의 때가 임박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어 보였다. 이들은 밀거나 찰 수 있어 보였으니, 잘 이용하면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어둠' 의 본체에 역공을 가할 수도 있어 보였다. 크기는 축구공(Bërgong) 크기 만했고, 내부는 기계, 폭약으로 가득차 있었을 것인 만큼,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힘을 실어 차거나 날려버릴 수도 있어 보여서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당시 내 앞에는 3 개, 그 너머에도 3 개의 폭탄들이 있었다. 그 폭탄들을 보며 두 손에 빛의 기운을 모은 이후에 두 손의 손바닥을 동시에 앞으로 내밀어 양 손바닥에서부터 빛과 함께 바람이 날아가도록 하였다. 이윽고 밝은 하늘색을 띠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나아가 내 앞의 폭탄 6 개를 날려보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날아간 폭탄들은 이후, '어둠' 의 몸체 쪽으로 나아갔다. 목표는 주황색 눈과 사출구들이었지만 거기까지 날아가기에는 다소 무리였다.
  앞쪽의 3 개 중에서도 가운데의 것은 '어둠' 의 본체에 닿았지만, 나머지는 그러하지 못하고 떨어졌으며, 앞서 나아간 하나 역시 '어둠' 의 본체 표면에 살짝 닿아서 폭발하였지만 본체에 피해가 갔는지 여부는 알기 어려웠다. 그 무렵, 왼편에서 세나가 환수에 타고 있는 대신에 지표면에 서 있으면서 빛을 발하는 장갑으로 손을 감싸고, 다리 받이로 다리를 감싸고 있는 채로 폭탄을 걷어차서 '어둠' 을 향해 날려보내고 있었다.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발로 찰 때마다 폭탄이 마치 공을 차기라도 한 듯이 정면의 눈이 있는 방향을 향해 길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폭탄들이 하나씩 날아가고 있었다.
  세나의 손과 다리를 감싸고 있었던 것은 대 피라미드 앞의 싸움에서도 보였던 것으로 갑주 형상의 환수가 세나의 몸에 장착되는 형태였다. '어둠' 이 사출하는 폭탄들을 받아서 던지거나 차서 날려 보내기 위해 몸에 장착되는 형태의 환수를 소환했을 것. 한 번씩 그의 얼굴 쪽으로 폭탄들이 날아오기도 했으며, 그 때마다 세나는 장갑에 감싸인 두 손으로 그 폭탄을 잡아내고서 바로 '어둠' 의 본체를 향해 그 폭탄을 던져서 눈을 향해 날려 보냈다.
  그렇게 나와 세나가 지표면에서 폭탄들을 각자의 수단으로 날려 보내고, 나에티아나는 공중에서 폭탄들을 피해 가며, '어둠' 의 정면부에 있는 눈과 그 주변의 사출구들을 향해 계속 화살을 쏘며, 그 눈에 지속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노란 빛을 발하는 화살들이 붉은색, 검붉은색을 띠기를 반복하며 맥동하는 눈 그리고 그 주변의 사출구들에 꽂혀 노란색과 무지개색 빛을 내며 빛나다가 폭발하는 광경이 계속 보이고 있었다. 붉은 혹은 검은 연기와 폭풍을 분출하면서 폭발하는 사출구들과 달리 눈들은 그 폭발로 인해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 외관만으로는 그 형태를 알 수 없기는 했지만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눈이 격렬히 맥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 모습을 보며,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고 판단을 내릴 수는 있었다.
  세나가 날려 보낸, 폭탄들, 내가 날려 보내고, 세나가 받아서 던진 폭탄들도 눈에 충격을 가하고 폭발하면서 피해를 가하고 있었다. 붉은 화염이 폭풍과 함께 터져 나오고, 그 폭풍 속에서 눈이 반응하는 듯해 보였다. 이후, 흩어진 폭탄들, 그리고 '어둠' 의 몸체로 날아간 모든 폭탄들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주변 일대로 불꽃들이 폭풍과 함께 터지기 시작하고, 그 충격으로 주변 일대가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하니, 잠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해야 적어도 넘어질 위험은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변 일대를 붉은 화염으로 물들이려 하는 듯한 폭발의 연쇄 이후, 연기가 사라지면서 다시 상황은 폭발 이전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어둠' 의 정면 쪽 눈이 붉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정적일 줄만 알았던 몸체가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눈이 있는 부분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해 정면부의 눈이 정면이 아닌 자신의 오른편 앞쪽을 향하기 시작했고-세나가 위치한 그 근방이었다-, 그와 함께 우측의 눈이 '어둠' 의 우측 앞쪽을 향하게 되었다.
  그렇게 몸을 회전시키고서 '어둠' 은 앞쪽에 위치한 두 눈에서부터 한 발씩 주황색-불꽃색- 광선을 발사하고, 이어서 한 번 더 시계 방향으로 회전, 정면에 또 다른 눈이 위치하도록 하고서, 그 눈에서부터 주황색을 띠는 거대한 빛 기둥을 분출하며, 그와 동시에 몸체의 사출구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는 화염들을 분출해, 공중과 지상을 향해 흩뿌리기 시작했다. 지표면에 닿자마자, 혹은 공중으로 한 동안 나아가다가 폭발하는 그 불덩어리들을 계속 피해 가면서 눈을 향해 하늘색 기운을 띠는 하얀 불꽃들을 눈을 향해 발사했고, 그러는 동안 세나 역시 자신의 몸을 하얀 불꽃에 감싸이도록 하고서, '어둠' 의 몸체 바로 앞쪽을 오가면서 각 손에서부터 하얗게 빛나는 불꽃들을 발사해 좌측과 정면 그리고 우측의 눈을 향해 불꽃들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그 불꽃들은 마치 빛과 같은 형태로 긴 꼬리를 그리면서 '어둠' 의 눈을 향해 나아가 각 눈에 부딪쳐 폭발하고 있었다.
  '어둠' 은 주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두 눈이 전방에 왔을 때-각 눈은 전방의 좌측과 우측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눈이 전방에 왔을 때마다 다른 공격을 하면서 일행에게 피해를 가하려 하였지만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반격으로 더 많은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공격 행동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는지, 세 방향의 눈들 중 하나를 다시 전방에 두고서 사출구에서부터 여러 방향으로 검은 비행체들을 사출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그 비행체들은 인간형 병기가 되어 공중 일대를 떠돌며 어깨에 장착된 포신에서부터 붉은 포탄들을 발사해 지면 그리고 상공에 포탄들이 날아가도록 하면서 지표면 그리고 상공에 있는 일행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의 상공 곳곳에서 병기들이 포탄으로 공격을 이어가는 것에 나와 나에티아나는 하늘색 기운을 띠는 하얀 불꽃 그리고 곡선을 그리는 하얀 광선들로, 그리고 노랗게 빛나는 화살들로 이들을 격추시켜 나아가려 하였고, 세나는 몸을 하얀 불꽃에 감싸이도록 한 채로 화구들, 불화살들을 발사해 나아가며 병기들을 격추시켜 나아가려 하였다.
  그 무렵, 우측의 한편에서 보라색 기운을 띠는 하얀 작살들이 '어둠' 의 눈 쪽으로 날아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둠' 이 사출한 병기들과 일행이 맞서고 있는 틈을 노린 듯해 보이는 그 움직임은 그간 보라색 빛을 발하는 보호막 안에서 쉬고 있었던 카리나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오랜 휴식 끝에 다시 전투를 재개하려 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를 위해 왼손에서 빛으로 작살들을 발사해 나아가며 '어둠' 의 눈에 직접 타격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카리나, 이제 괜찮아진 거야?"
  "응,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앉아있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잖아."
  다급히 카리나를 향해 다가가서 묻자, 카리나가 바로 답했다. 이후, 지표면으로 내려온 개체들이 몇 있었는데, 빛으로 검을 다시 생성해서는 자신을 향해 다가온 이들을 검으로 베어내기 시작했다. 그 빛의 기운이 어둠의 기운에 반응을 했는지 병기들은 베이자마자 폭발과 함께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후, 몇 차례 공격을 받고난 이후, 이들은 하나씩 형체가 부서져 가면서 제거되었다.

  이후, 병기들이 궤멸된 이후, '어둠' 은 다시 이전 때처럼 눈이 장착된 몸체 부분을 회전시키면서 광선 발사를 하기 시작했다. 두 눈이 앞에 왔을 때에는 사선 방향으로 광선을 분출하고, 한 눈이 앞에 왔을 때에는 정면 부분으로 빛 줄기를 방출하면서 몸체의 사출구들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는 불덩어리들을 발사해 지면과 공중에 있는 일행을 위협해 갔다. 하지만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그 때에도 일행은 불덩어리들을 피해 가면서 반격을 가했고, 눈들과 사출구들이 그로 인해 타격을 받아 사출구들이 하나둘씩 불꽃과 폭풍을 분출하며 폭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반격으로 자신이 더욱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반복되자, 병기는 다시 공격 행동을 멈추었다. 이 때, 세나가 몸을 감싸던 환수가 사라지도록 하고서 다시 오른손에 검을 든 채로 '어둠' 의 정면 바로 앞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나를 향해 돌아서서 검은 표면 위에 무언가 쓰여 있는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그 쪽을 향해 다가갔다. 검은 금속 혹은 흑요석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표면의 그 안쪽에 주황색 빛으로 글자들이 생성되어 여러 문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Figurarum hostium analysis : Perfectus
Quantitas periculi : Severitas, letalis stationis occurrere possit.
Consilium respondentis :
Meta intima : Datorum servatio et permittens
- Destinatio indeterminatus est. Definire debeo quam primum.
Meta altera : Cordis permittens ad caelum mundi.

적들의 유형 분석 : 완료
위험 정도 : 심각, 치명적 상황 야기 가능.
대응 방안 :
제 1 대응 : 자료의 보존 및 전송
- 목적지는 미정. 최대한 빠른 전송이 요구됨.
제 2 대응 : 중심핵의 지상 세계 하늘로의 전송.

  이 문구들을 통해 나는 이미 '어둠' 은 싸움에서의 패배를 예감하고 있으며, 대응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무렵, 글자들이 사라지면서 눈과 장치의 사출구들에서부터 광선들이 발사되기 시작, 여러 방향으로 검붉은색, 주황색 빛 줄기들이 여러 방향으로 난사되고 지면에 닿거나 상공을 일정 거리 날아간 이후에 폭발하고 있었다. 지표면과 상공 곳곳에서 광선들이 폭발해서 생겨난 주황색, 검붉은색, 붉은색 화염구가 일행이 위치한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세나는 갑주 형태의 거대한 환수를 소환해 그 안으로 들어가서 피해를 면하고 있었으며, 나는 카리나의 보호막 안에서 위험을 면했다. 그리고 폭발이 사라질 무렵,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서 잠시 공격을 멈춘 '어둠' 의 몸체에 장착된 눈들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둠' 의 몸체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었던 눈들은 정면 부분부터 선홍빛 불꽃들을 터뜨리면서 폭발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좌우의 눈들 역시 좌측의 것부터 차례로 폭발하기 시작해 불꽃을 흩뿌리고 폭음을 이어 터뜨리기 시작했다. 세 방향에 위치한 눈들의 폭발은 각 눈이 위치한 부분에서 붉은 화염을 폭풍과 함께 잇달아 터뜨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니, 그 무렵에 막대한 충격파가 발산되어 잠시 주변 일대의 공기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그 폭발의 충격이 어찌나 격렬한지 정면과 뒤쪽 좌측, 우측의 상단에 위치한 눈이 위치한 부분이 파괴될 때마다 '어둠' 의 몸체가 한 번씩 크게 격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둠' 의 몸체가 3 개의 눈을 잃은 이후, 파괴되어 불꽃과 연기를 분출해 가는 부분들을 '어둠' 의 몸체는 사출해서 버렸으며, 버려진 부분들은 '어둠' 의 몸체에서 떨어져 나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져 갔다. 그 이후, 비워진 공간을 또 다른 장치들이 채우기 시작하니, 정면의 눈 부분이 있던 자리는 사각뿔 형태를 이루는 지지대에 의지하는 길다란 봉과 같은 형태의 광선 발사 장치가, 그리고 좌측과 우측의 눈이 있던 자리는 병기들의 사출구로 추정되는 대형 사출구가 대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라진 3 개의 눈을 대신하려는 듯이 상단의 탑 부분에서도 가운데 부분에서부터 좌측과 우측 방향으로 하나씩 봉이 사출되고, 각 봉에서부터 주황색 빛이 분출하기 시작하고, 그 빛들이 하나씩 눈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어둠' 의 눈에 해당되는 장치는 '어둠' 의 몸체 내부에 있었으니, '어둠' 의 몸체가 처음에 장착하고 있던 3 개의 눈과 탑에서 드러난 한 쌍의 눈은 단순한 보여주기 용도 혹은 보조 장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나서, '어둠' 의 몸체 곳곳에 드러난 사출구들이 있던 부분들은 일제히 새로운 광선 포격 장치들로 변하였고, 이어서 좌측과 우측에 생성된 대형 사출구에서부터 병기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전의 병기들보다 훨씬 큰 병기들로서 그 크기는 일행보다 더 큰 듯해 보였다, 대략 1.8 ~ 2 메타르 정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대형 병기들 중에서 일부는 장갑도 두텁게 갖추고 있어서 더욱 거대해 보였다. 이들은 덩치가 있었고, 평소 움직임은 느린 편이었지만 가끔 빠르게 돌진하는 모습을 보여서 상당한 위협이 되었다.
  중장갑을 갖춘 개체는 거포를 장착하고 있었고, 뒤쪽에 있었으며, 비교적 장갑이 가벼운 개체들이 도끼창 혹은 검과 방패를 앞세우며 일행을 추격해 나아가고 있었다. 지표면의 여러 구역에서 갑주의 형상을 갖춘 병기들이 위협을 가하는 동안 '어둠' 은 자신의 눈이 있던 부분에 생성된 포대의 각 끝과 상단에 생성된 두 눈에서부터 주황색 빛을 번뜩이기만 할 뿐이었다.
  내 쪽으로 거대 병기들 중 일부가 나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검과 방패를 든 이들로서, 이들은 방패를 앞세우며 내가 있는 쪽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방패의 정면에는 4 개의 구멍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포탄 발사를 위해 존재하는 포구 역할을 맡고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들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접근하려면 우선 방패부터 파괴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
  우선 방패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방패들을 공격해야 하겠다고 생각할 그 때, 병기들 역시 각자 손에 들고 있던 방패의 포구에서부터 미사일들을 발사, 보라색 연기를 내뿜으며 포탄들이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찌하다가 그 포탄들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무리일 것이라 생각했고, 포탄들이 발사될 때마다 곡선을 그리는 광선들을 발사해 가며, 그 포탄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그리고 인형 병기들이 방패에서 가하는 포격을 중단할 즈음에 방패들을 깨뜨리려 하였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로 방패들을 깨뜨려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하얀 화염탄,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결정들을 발사하여 공격 목표가 된 방패를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때로는 내 몸의 기운을 끌어들여 빛나는 창을 소환해 그 창으로 방패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앞서 돌진해 오는 병기부터 방패가 하나씩 깨어지고 있었다. 앞서 온 병기의 방패는 폭발 후,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고, 뒤따라 오던 병기들의 방패는 결정 그리고 빛으로 이루어진 창에 의해 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파편들을 남기고 방패들이 깨어지는 동안에도 병기들의 돌진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더욱이 이들은 어깨의 갑주 표면을 개방해 그 안에 숨겨진 포구들을 드러내 포탄 공격을 가하고 있었고, 뜻하지 않은 공격에-당시에는 방패만 타격하면 사격 수단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몇 번 타격을 받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는 아픔을 참아가며 방패를 잃은 병기들 중에서 그런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앞선 개체를 향해 공중 제비를 돌면서 뛰어들어 그 어깨 위에 올라탔고, 그 이후에 곧바로 머리 부분의 덮개를 열어 그 안으로 오른손의 빛 기운으로 생성한 불 덩어리를 던져 넣었다.
  그 이후, 머리 부분이 폭발하는 그 병기의 어깨 부분에서 뛰어내린 후에 머리의 폭발 이후에 앞서 오던 병기가 쓰러질 무렵, 뒤쪽 좌측의 병기가 행하는 검격을 피하고서 그 병기의 흉부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그 병기를 덮쳐서 병기를 쓰러뜨리는 그 때, 그 모습을 본 우측의 병기가 근방의 병기를 덮치려 한 나를 찌르려 돌진해 오기 시작했고, 그 병기의 칼날이 나의 등 뒤에 근접했다고 여기었을 즈음, 나의 뒤쪽 방향으로 몸을 굴려서 나를 덮친 병기에게서 벗어났다. 이미 병기의 칼날은 근방의 병기, 그 흉부에 돌진하고 있었고, 그 흉부를 깊숙히 찌르고 있었다.
  이후, 같은 편을 찔러서 폭파시킨 병기는 다시 나를 향해 다가가서 앞으로 엎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려 하는 나를 두 손으로 잡은 검으로 찌르려 하였으나, 그 무렵, 나는 그 병기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 이후에 다시 일어나서 그 병기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이후, 나는 두 팔에 있는 기운을 모두 끌어들여 그 기운이 나의 팔 힘을 보조하도록 하고서 뒤따르는 세 병기들을 향해 그대로 돌아섰다, 이들은 그렇게 무모하지는 않았는지 인질로 잡힌 병기 앞에서 함부로 달려들지 않았고, 도끼창을 든 채로 병기를 붙잡은 나와 대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병기들이 나와 대치하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병기를 붙잡고 있던 왼손에서 빛을 생성해 배갑의 한 가운데에 그 빛을 박아 넣으려 하였다, 그 빛의 폭발로써 병기는 물론, 병기에 접근하는 모든 이들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새하얀 빛이 갑주에 박혔지만 그 이후로도 나는 왼손에 빛의 기운을 일으키면서 나의 손 힘에 빛의 기운이 가진 힘을 더해 그 힘으로 갑주 안으로 빛을 파고들게 하고 있었다. 갑주가 빛이 파고드는 부분을 중심으로 갈라지면서 그 틈으로 내 기운의 빛, 그리고 빛 덩어리에서 분출되는 빛이 갑주로 파고들고 있었다. 그렇게 빛이 파고드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두 팔에 가하고 있던 마력을 나의 왼 다리로 옮기고서 다리를 가능한 높이 들고서 그 등을 왼발로 있는 힘을 가해, 다리에 실린 마력까지 들여가며 바로 가격해 버렸다.
  내 키의 1.5 배 정도에 모든 것이 금속으로 이루어진 육중한 몸체였지만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실은 가격에 바로 자신과 대치하던 병기들이 있는 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으며, 나아 대치하던 병기들이 있는 곳에 바로 이르렀다. 방패를 잃어 검만을 들고 있던 병기들은 자신의 곁으로 동료가 돌아오자마자 바로 몸 상태를 점검하려 하였으나-내가 그의 몸에 모종의 일을 저지르고 있었음을 그들 역시 알아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기의 몸체 내부에 파고든 빛은 내가 명령 혹은 지시를 내려야만 터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병기 4 개체가 자신들에게 다가온 병기 1 개체를 둘러싸고 몸 상태를 점검해 보는 모습을 잠시 동안이나마 지켜보고서 바로 빛의 기운에 말없이 지시를 내렸다.
  내가 빛의 기운에 손짓으로 지시를 내리는 방법은 이러하였다 : 오른손이 천장 쪽을 향하도록 하고서 손바닥에 빛의 기운이 생성되도록 하고서 마치 그 기운을 쥐어 터뜨리는 듯이 다시 주먹을 쥐고 손바닥을 펼친 이후에 그 손을 앞으로 내미는 것. 특정한 존재의 몸 속에 파고든 빛을 터뜨릴 때의 손 동작이었다.
  그 손 동작 이후, 병기의 배갑 한 가운데의 갈라진 틈으로 파고든 빛이 격렬하게 외부로 방출되기 시작하고, 이어서 폭음 그리고 충격파와 함께 빛이 터져 나오면서 그 빛과 폭풍이 주변 일대의 병기들 모두를 휩쓸었다.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 속에서 주변 일대로 병기들이 날아가 주변 일대의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 중 다수는 몸의 일부분이 부서지면서 쓰러졌으며, 그 중 하나는 몸의 모든 부분이 부서져 해체되어 부서진 부분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폭심지에 해당되는 병기는 몸체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이 조각난 채로 흩어지며 파괴되어 있었다.
  한편, 다른 방향에 있던 병기들은 나에티아나와 세나 그리고 카리나가 상대하고 있었으며, 나에티아나와 세나 쪽이 제압이 빨라서 빛의 화살과 환수의 힘으로 발사하는 하얀 빛을 품은 불덩어리, 번개 줄기가 병기 5 개체들을 계속 타격해 나아가면서 이들을 하나씩 폭파시키고 있었다. 카리나는 방패에서부터 발사하는 빛의 다트들로 방패들을 부수고, 검격들을 피해 가면서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으로 병기들의 관절, 주로 무릎 쪽의 관절을 노리며 병기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병기들의 몸도 그렇고 무게도 상당했던지라 어지간한 타격으로는 피해를 입을지언정 충격을 받거나 밀려나지 않았으며, 그래서 사격을 통해 병기에게 타격을 가하려 하였던 나에티아나는 한 자리에 머무르지 못하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병기들의 공격을 피해 가며, 병기들의 여러 부분을 공격하고 있었으며, 세나는 때로는 환수가 자신을 지키도록 하면서, 때로는 환수가 자신의 몸의 일부분이 되도록 하면서 원거리에서 근거리에서 병기들과 맞서려 하였다.
  그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는 동안 그간 참아내고 있던 아픔이 바로 밀려오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때, 카리나가 공간의 한 가운데 즈음에 이르러서 다른 말없이 왼손에서 빛의 기운을 방출해 그 빛의 기운으로써 반구형의 투명한 보호막을 생성해 나를 감싸려 하였다. 이후, 카리나는 나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당부했다.
  "치유의 힘도 갖고 있는 것이라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졌다 싶을 때까지는 나가려 하지 마."
  이후, 카리나는 바로 자신 그리고 나를 쫓아 달려오고 있던 병기 둘을 향해 다가가서 병기들과 대결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가 상대하던 병기들은 이외에도 더 있었지만 이미 다리, 발 부분이 부서져 쓰러져 있었다. 주로 무릎, 발 부분을 노린 성과가 있었던 것. 쓰러지고 난 이후에는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었던 만큼, 거의 일방적으로 병기를 공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에도 카리나는 병기들의 공격을 피해가며, 주로 다리 부분의 관절을 노리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잘리(Azali) 와 거처를 함께 하던 학생 시절의 어느 날이었다. 어느 날, 아잘리가 학교 수업 도중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내가 무슨 이야기냐고 묻자, 아잘리가 그 물음에 이렇게 답을 하니, 인간형 기계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자리는 나에게 우선 이렇게 묻고 있었다 :
  "아르사나, 인간형 기계에 관해서는 알고 있지?"
  "물론, 당연히 알지. 여기저기서 그것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보고 들은 바 있었으니까."
  주 전공 분야가 고전 그리고 역사이었던 것도 있기도 해서인지 아잘리는 고전, 고대 그리고 그 너머의 과거 및 그 유산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여기저기서 들어보고, 또 보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옛 문명 시대에 제조되어 널리 보급되었다는 '인간형 로봇(=umanßïrobot, Android)' 이란 것으로, 이러한 인간형 로봇은 작은 인형 크기만한 것부터 시작해서 인간 크기의 수 배 이상에 이르는 거인형 병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인간형 로봇이 있었음은 나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야 당연히 알고 있지, 어머니로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는 했었거든."
  "네 어머니는 참 대단한 사람이야, 시골 호수가에서 너와 단 둘이서 조용히 살고 계셨다는 분께서 어떻게 그런 것들을 많이 아신대?"
  "거기까지는 네가 알 필요 없어."
  별로 흥미롭지 않을 것만 같은 그 이야기에서 한 가지 내 귀를 쫑긋 세울만한 이야깃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인간형 로봇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절들이 필요하고, 하나의 관절에 이상이 생기기만 해도 기계의 성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제조 공정이 상당히 까다로웠다는 것으로, 그 이야기는 그래서 인간형 로봇이 일상에 널리 보급되는 시대에도 인간형 로봇이 병기로서 보급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기존의 차량, 비행기와 비슷한 형태로 제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다리 부분, 다리 부분은 지면에 기계가 의지하고, 지면 위에서 기계가 움직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일 텐데, 관절 하나에도 이상이 생기기만 해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 심지어 지면에 서 있는 것조차 곤란할 수 있기에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을 거야."
  "그래서, 적어도 다리 부분은 인간의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은 병기들이 오히려 더 많았으리라는 것이지?"
  아잘리의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잘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내 물음에 대한 답을 대신하였다. 그리고 거인형 병기들은 관절을 튼튼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 쉽게 손상이 되지 않기는 했겠지만, 그 쪽도 관절 파손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제조나 유지를 위해 많은 대가가 요구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음을 이어 밝히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런 병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거네?"
  "그렇지, 인간형을 선택하는 것이 나름의 이점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기에 그렇지. 예를 들면......."
  그 때, 들은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나 약해 보이는 이들을 위협하는 데에 효과적인 수단을 발휘한다는 것으로 인간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수단 없이 감정의 표현을 할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은 냉혹함에 의한 공포를 일으킬 수 있어서 국가 지도자들이 인간형 병기들을 시위 진압 등의 용도로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정말일지 여부를 반 진심으로 의심했지만, 아잘리는 그 진위 여부를 알지 못했고, 애초에 진위를 알 수 있을만한 증거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마당에 아잘리가 알 수 있는 바가 거의 없기도 해서 그 물음에 대한 확답은 하지 못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떠올리는 동안 카리나는 추격해 오던 병기 하나를 이미 쓰러뜨리고 있었다. 앞으로 쓰러진 충격 때문이었는지 오른팔 그리고 오른 다리가 몸체에서 떨어져 나아갔는데, 검을 오른손에 쥐고 있었기에 그 검의 날을 왼손으로 끌어내며 잡고 있었다. 칼의 단면을 잡는 일은 사람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위험한 행위였겠지만 기계였기에 크게 상관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 그렇게 오른손으로 검의 날을 잡으려 하는 동안, 카리나는 그 뒤쪽에서 추격해 오는 병기의 공격을 피해내려 하였다.
  어깨 부분을 개방해 흩뿌리는 포탄을 피해내거나 검으로 베어내 포탄을 없애가면서 그는 흉부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병기의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손바닥의 광선을 마지막으로 피해낸 이후, 병기를 향해 뛰어올라 그 목덜미를 왼손으로 잡으려 하였다. 그 이후, 카리나는 그 병기의 목 부분을 빛의 칼날로 찔러, 그와 동시에 목 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목이 떨어지도록 하였으며, 그에 이어서 칼날로 흉부의 갑판을 계속 찌르기를 반복해 흉부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나도록 하였다. 흉부에서의 폭발 이후, 병기는 바로 뒤로 쓰러지려 하고 있었다.

  이 무렵, 세나는 자신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병기가 갑주 형상의 환수와 맞서도록 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자신은 자신의 우측에서 다가오는 병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환수는 두 손을 뻗어서 병기의 검과 방패를 들고 있던 두 팔을 붙잡고 있으면서 발차기로 병기의 흉갑을 타격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세나 자신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병기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창의 끝에서 한 줄기씩 발사되는 광선들을 피해가며 공격 기회를 노리다가 환수가 자신이 움켜쥐고 있던 병기들의 무장을 든 두 손목을 비틀어 부수고, 이어서 주먹을 연달아 휘두르며 흉갑에 상처를 낸 끝에 마침내 흉갑 내부의 장치들에 피해를 가해 병기의 흉부 쪽에 폭발을 일으키는 때에 세나는 병기의 두 팔을 부러뜨린 그 환수가 빛으로 변한 이후에 그간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바닥 한 곳에 꽂아 놓고서, 환수가 변한 빛이 자신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였다. 이후, 그 빛은 팔, 다리, 그 일부분이 되도록 하고서 팔과 다리를 환수의 갑주가 감싸기 시작할 무렵에 병기의 광선 공격을 환수에 의해 생성된 완갑들로 막아내면서 병기를 향해 돌진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병기에 접근하면서 세나는 하얗게 빛나는 갑주에 감싸인 오른쪽 팔꿈치를 앞으로 향하고서 그 팔꿈치로 병기의 배 부분을 강타하고, 그로 인해 병기가 움찔하자마자 바로 왼 주먹으로 그 배 부분을 강타했고, 그 이후로 세나는 계속 주춤하고 있었을 그 병기의 배 부분을 바라보며 오른 주먹, 왼 주먹을 번갈아 휘두르며 병기의 배 부분을 잇달아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가 팔에 실은 마력과 세나의 일부가 된 환수의 몸체가 가하는 힘이 실린 주먹들은 한 번 강타하는 것만으로도 갑주에 변형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연속 강타가 이어지면서 갑주의 표면이 변형되다 못해 찢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을 직감하자마자 세나는 오른 주먹으로 이전보다 더욱 세게 배 부분을 강타하고, 이어서 왼쪽 다리로 돌려차기를 가해 다시 배 부분에 충격을 가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공중제비를 하면서 오른발로 베어내는 듯이 갑주에 충격을 가하고 그와 함께 폭음이 터지면서 갑주가 깨어져 그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세나는 착지하자마자 곧바로 배 부분의 갑주가 깨어져 금이 간 병기의 바로 앞에 서서 갑주 형태가 아닌 하늘색 화염의 환수가 자신의 두 팔을 감싸도록 한 이후에 오른팔에 화염을 집중하도록 하였고, 이어서 그 오른팔의 하늘색 불꽃을 불 줄기로써 병기의 갑주에 드러난 균열 안쪽으로 들여보내려 하였다. 그러다가 그 화염이 동력원에 영향을 주었는지, 붉은 화염이 몸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기 시작할 무렵, 재빨리 병기에게서 물러난 이후에 갑주의 흉부가 드러나자마자 오른손에서 하늘색 불화살을 연속으로 쏘아, 그 흉부에 불화살들이 날아가도록 하였다.
  이후, 그 불화살들이 흉부에 폭파되어 그로 인해 흉부의 동력원이 폭파되면서 불꽃이 터져나와 그 몸체를 덮치니,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세나는 그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병기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병기를 덮친 불꽃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병기의 팔, 다리가 몸체에서 분리된 채로 지면에 떨어졌다. 이후, 지면에 떨어진 팔, 다리는 붉게 달아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씩 검은 연기를 분출하면서 폭발하여 사라졌다.
  그렇게 두 병기들을 쓰러뜨린 세나는 그 이후로 다시 갑주 형태의 환수가 자신의 팔, 다리의 일부가 되도록 하면서 뒤쪽의 병기들을 향해 나아가, 남은 4 기의 병기들 중에서 가장 앞에 있던 병기를 향해 나아갔고, 그 병기의 창 공격을 피해내면서 병기의 창끝을 갑주에 감싸인 두 팔로 붙잡았다. 그리고 갑주에 감싸인 왼손에 마력을 실어서 창의 날 언저리를 움켜쥐어 부러뜨린 이후에 창의 자루를 두 손으로 꽉 잡으며 병기를 끌어당기려 하였다. 병기의 창을 끌어당기지는 못하였지만 그 창을 반으로 부러뜨릴 수 있었으며, 부러진 창의 앞 부분을 들고 병기와 대결을 개시, 병기의 왼쪽 허벅지 부분을 빛의 기운이 실린 봉으로 두드려서 폭파시켜 병기를 쓰러뜨렸다. 이후, 세나는 환수가 자신의 몸에서 분리되도록 한 이후에 환수의 주먹으로 병기를 잇달아 강타해 병기의 갑주가 변형되어 깨지도록 하고서 그렇게 드러난 동력원을 하늘색 빛을 발하는 검으로 찔러서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세나는 다급히 남은 3 기를 향해 나아갔고, 그 이후, 병기는 폭파되어 그 형테가 해체되었다.
  마지막으로 세나, 나에티아나는 3 기의 병기를 공중 그리고 지상에서 공격해 나아가기 시작하니, 나에티아나가 빛의 화살 그리고 빛 줄기들을 발사해서 흉갑, 어깨 관절, 무릎 관절 등에 타격을 가해서 폭발을 일으키면 이어서 세나가 화염 환수가 양팔이 자리잡도록 하고서 병기의 균열이 발생한 흉갑 부분, 부서진 어깨와 무릎 관절에 화염을 실어보내고 폭파시켜서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병기들을 하나씩 쓰러뜨리려 하였다. 이후, 흉부가 공격당한 병기는 불길에 휩싸이다가 폭발하였으며, 무릎, 양팔이 부서진 병기들은 무력화된 채로 세나의 몸에서 분리된 환수에 의해 공격을 당해 폭파되었다.

  그렇게 카리나, 세나 그리고 나에티아나가 병기들을 제압해 나아가는 동안 나는 카리나가 생성한 보호막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치유의 술법으로 몸을 회복시켜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 사람이 모든 병기들을 제압해 나아갈 즈음, 몸이 거의 회복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고, 보호막에서 나가기로 하였다. 보호막을 지우는 술법을 사용해 보호막을 없애고 병기들이 제압된 이후, '어둠' 의 몸체, 그 정면 앞에 모인 세 사람의 앞으로 나아갔다.
  "아르사나, 몸 상태는 어때, 많이 괜찮아진 거 맞아?"
  "응, 많이 좋아졌어, 이제는 움직여도 괜찮을 거야."
  내가 일행의 앞으로 나아갔을 무렵, 카리나가 나에게 다가가서 물음을 건네자 나는 이제 괜찮아졌다고 답했다. 그 무렵, '어둠' 의 광선 포대들이 일제히 주황색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더니, 각 포대들에서부터 여러 방향으로 빛 줄기들이 난사되고, 잠시 후, 그에 이어 각 포대에서부터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일행을 추적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이들의 추적 성능은 매우 높았고, 일정 거리를 나아간 이후에는 어른의 키만한 직경의 폭발을 일으키기도 하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모두 격추시킬 수 있었고, 그래서 나에티아나와 내가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을 발사해서 모두 격추시킬 수 있었다. 격추시켜서 폭발할 때에는 스스로 폭발할 때보다 약한 폭발을 일으켰으니, 내부에 봉입된 화약이 점화되지 않아서 그러하였을 것이다.
  모든 미사일들이 폭발해 사라질 무렵, 그간 지면과 평행을 유지하고 있었을 발판 쪽에서 진동음과 함께 격렬한 흔들림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 흔들림을 예상하지 못한 일행은 모두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후, 카리나는 다시 일어서려 하면서 자신이 서 있던 바닥, 그리고 발판 일대를 둘러보더니 발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발판을 기울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
  그리고서 카리나는 기울어진 발판에서 버티든지 아니면 어떻게든 공중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고, 이어서 세나가 커다란 새 환수를 소환해서는 등 위에 올라탔다. 이후, 카리나는 세나의 뒤에 올라탔지만 나는 지면에서 어떻게든 버티기로 했다.
  "만약에 버틸 수 없을 것 같다고 여기시면 저를 불러요!"
  "알았어." 이후, 세나는 환수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면서 나에게 당부를 전했고, 이에 나는 알았다고 응답을 한 이후에 지면이 기울어지는 상황을 대비하려 하였다. 이 무렵, 나에티아나는 상공 우측, 환수가 가는 상공 좌측 일대의 건너편 방향에서 '어둠' 의 본체와 멀지 않은 일대로 날아갔다, 상공에 있는 이들이 한 곳에 모여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에티아나와 세나, 카리나가 탄 환수가 '어둠' 의 몸체가 위치한 상공의 왼쪽 그리고 오른쪽 방향으로 나아가려 할 즈음, 이전에 한 번 진동을 일으켰던 발판이 격렬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그 지면이 나의 왼쪽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어지는 모습이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발판을 기울려 하는 그 행동에 나는 우선 감빛의 기운을 개방하고서 그 기운을 발에 집중시켰다, 그 기운이 발을 고정시켜 기울어지는 지면에 나 자신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서서히 기울어지던 발판은 잠시 후, 급격히 기울어져 왼쪽으로 45 도 기울어진 모습을 보이니, 나는 왼쪽 다리를 뻗고, 오른쪽 다리를 굽히면서 급격해진 경사에서 버티려 하였다. 하지만, 어쩌면 당연하게도 '어둠' 은 그런 나를 가만히 놓아두려 하지 않았으니, 지면 곳곳에 주황색 원형 마법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원형 마법진들 중 하나는 내가 서 있는 그 위에도 생겨나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면 전체에 폭격을 가해 나에게 피해를 가하려 할 것임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기는 하였다. 그래서 원형 마법진들이 생겨나자마자 바로 그 틈을 찾아내려 하였다. 그 틈을 통해 '어둠' 이 가하는 폭격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마법진들 크기만한 틈 하나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 발을 고정시키는 기운을 풀어내고서 그 틈을 향해 뛰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내가 서 있던 곳에서 뛰어오르고서 마법진들 사이의 틈이 보이자마자 바로 그 지면 위로 착지하고서, 바로 두 발을 어둠의 기운으로 감싸서 지면에 고정되도록 하였다. 그러는 그 때, 잇달아 울려 퍼지는 폭음과 함께 내가 있던 그 주변 일대의 마법진들을 시작으로 모든 마법진들에서 불기둥들이 솟구쳐 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불기둥은 내 키의 대략 3 배 높이까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큰일 날 뻔했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으니, 다시 발판이 기울어지기 시작해, 이번에는 오른쪽 방향으로 45 도 기울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다시 내 두 발을 고정시키고 있던 감빛 기운을 풀어내고서 바로 마법진이 없는 틈을 찾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틈은 발판의 오른 부분에 있었고,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긴 거리를 나아가야 했기에 그 때에는 그야말로 날아가는 듯이 발판의 우측 부분으로 뛰어 나아가려 하였고, 이후, 나는 '어둠' 의 오른쪽 눈과 그리 멀지 않은 한 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후, 발판이 우측으로 기울어지자마자 나는 바로 오른 다리를 뒤쪽으로 길게 뻗고, 왼 다리는 앞으로 굽히면서 발판이 기울어진 상황에 대비하려 하였다. 그리고 원형 마법진이 생성될 즈음, 상공에서부터 카리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르사나! 뒤쪽이야!!!"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뒤쪽으로 나아갔다. 다행히도 두 번 정도 공중제비를 돌고 착지한 한 지점에 마법진들 사이의 틈이 있었고, 착지하자마자 나는 바로 두 발을 감빛 기운을 통해 고정시키면서 지면에 나 자신을 고정시킬 수 있었다.
  그 무렵, 상공에서는 카리나 그리고 세나가 탄 새가 내가 위치한 일대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 은 지상에 있는 나를 폭격하면서도 공중에 있던 그 새 역시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정면에 자리잡은 광선 발사 장치의 포구가 주황색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좌측과 우측의 사출구가 개방되고 개방된 사출구에서 주황색 구체들을 공중으로 흩뿌리려 하면서 동시에 공중으로 올린 포구에서 여러 방향으로 불덩어리들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상공의 여러 곳으로 날아간 구체들은 각자 상공의 지점들에 자리잡았는데, 상공에는 구체가 닿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세나는 자신의 새를 그 부분으로 날아가도록 하는 것으로써 위험을 모면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폭발하는 구체들을 피해 가면서 세나는 자신의 새로 하여금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사출구들 그리고 광선 발사 장치를 타격하려 하였고, 나에티아나 역시 상공 우측 부근에서 날개짓을 하며 머무르고 있으면서 광선 발사 장치를 향해 화살을 집중적으로 쏘기를 반복해 갔다. 화살은 광선 발사 장치에 날아가서 박힌 이후에 폭발하면서 빛을 흩뿌려 그로써 해당 장치에 피해를 입혀 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카리나가 지면을 바라보며 마법진이 없는 부분을 보고 있었던 것.
  이후, 마법진들이 불기둥을 일으키면서 폭발하고 사라지면서 다시 발판은 좌측으로 기울어지려 하고 있었고, 그래서 발을 고정시키고 있던 어둠의 기운을 풀고 다시 '어둠' 의 정면 쪽으로 나아가려 하는 그 때, 발판이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것을 넘어 다시 좌측으로 기울어지려 하여 다시 마법진이 없는 틈을 찾아가려 하였다.
  나는 그 틈이 이번에는 발판의 왼쪽 부분에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왼쪽 부분으로 나아가려 하였지만, 그런 나의 예상은 그대로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빈 틈은 발판의 오른쪽 부분에 있었지만 이미 마법진이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 곳까지 나아가기는 너무 늦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바는,
  "아르사나 씨! 괜찮겠어요!?"
  나의 행동을 두고 세나가 외친 말이었다. 당시 나는 발판의 왼쪽 가장자리 난간을 두 손으로 잡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지면에 생성된 모든 마법진들이 불기둥을 일으키기 시작했으니, 그 이후로 그 곳으로 떨어지면 끝장이었기에 팔이 아파오기는 했었지만 그럼에도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버티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상공에서는 '어둠' 의 본체 주변에 흩뿌려진 주황색 구체들이 폭발해 주황색 빛이 상공 모든 곳에 퍼지도록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공 좌측에 위치하고 있던 나에티아나도 금색을 띠는 보호막에 의지하며 나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행여 내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나를 붙잡아주기 온 듯해 보였다.
  구체들이 폭발해 사라지고, 같은 때에 마법진들과 불기둥들도 사라지면서 발판이 다시 지표면과 평행을 유지하기 시작하고, 이에 나는 난간에서 내려와 발판의 바닥에 착지하였다. 오직 두 팔에 의지해 난간을 붙잡고 있다보니, 팔이 많은 힘을 받았고, 그 때문인지 두 팔이 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 '어둠' 의 본체가 계속 지면을 이리저리 기울이면서 마법진들을 불러오기를 이어가려 하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한편, 세나 그리고 그 곁에 있었던 나에티아나 역시 자신의 환수 그리고 활을 이용해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으니, 이를 이용해 사출구 그리고 공격 장치들에 타격을 가하기를 반복해 갔다. 발판이 기울어지기를 몇 번, 그러는 동안에도 타격이 이어진 탓인지 그 이후로는 발판이 더 기울어지거나 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 세나는 자신의 환수가 다시 지표면에 내려가도록 하고서, 환수에서 카리나와 동시에 내리자마자 그 환수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도록 하였다.
  그 무렵, 사출구들이 다시 개방되면서 그 사출구에서부터 수많은 전투기들이 2, 3 개 대열을 이루면서 상공의 왼쪽, 오른쪽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그 무리가 일행의 뒤쪽 상공에 모여 포격 준비를 행하려 하였다. 이에 카리나가 이들을 막아내기로 하고, 나와 세나, 나에티아나는 본체 공격에 집중하기로 했다.
  "카리나, 혼자서 이들을 다 막아낼 자신 있어?"
  "가능한 해 볼게." 혼자서 카리나가 100 여의 전투기들을 다 상대하겠다고 나서는 그 모습을 우측 곁에서 지켜보며 바로 우려의 마음이 들었고, 그러면서 그에게 그 마음을 담아 묻자, 세나는 가능한 잘 해 보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들고 있기는 하였지만 대화를 이어갈 시간적 여유는 없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생각을 하면서 '어둠' 의 몸체를 세나, 나에티아나와 함께 집중 공격하기로 하였다.
  뒤쪽에서 폭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출구에서는 지표면을 향해 수많은 폭탄들이 사출되고 있었다. 이전에도 보였던 철퇴 모양의 축구공 크기만한 철퇴처럼 생긴 폭탄들로서, 이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보였다. 이전에 모습을 드러낸 그 폭탄들과 같은 특성을 가진 이들로서, 세나는 갑주형 환수의 팔과 다리가 자신의 팔 그리고 다리의 일부가 되도록 하고서, 그 팔들로 폭탄들을 던지거나 발로 폭탄들을 차서 '어둠' 을 향해 날려버리는 것으로써 대응해 갔으며, 나는 빛의 기운으로 바람을 일으켜 이들이 '어둠' 의 몸체 쪽으로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으니, 이전에 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그렇게 폭탄들을 다시 날려보낸 곳을 향해 날려보내는 동안 나의 왼편, 오른편 상공으로 뒤쪽에 있었을 전투기들이 날아오려 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동체 하단에 장착된 포에서부터 붉은 광탄들을 한 발씩 발사해 가고 있었으니, 광탄은 발사되면서 짤막한 광선처럼 나아갔다가 지면에 착탄한 이후로는 폭발해 붉은 반구체의 형태로 변한 이후에 사라지고 있었다. 이러한 광탄들을 발사해 나아가며, 전투기들은 일행이 위치한 지면 일대를 폭격하고 있었다. 이에 폭탄들을 던져 보내는 일은 세나에게 맡기고, 나는 뒤쪽에서 날아오는 전투기들을 격추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곡선을 그리는 하얀 빛 줄기들을 상공 일대에 발사해 그 빛 줄기들이 전투기들을 추적하도록 하였다. 이후, 광선들이 전투기들에 부딪치고 그 몸체들을 궤뚫어 이들을 격추시켰다.
- 그러는 동안 나에티아나는 나와 세나가 위치한 일대를 돌아다니며 폭탄들의 사출을 피하고, 화살을 쏘아가며 폭탄들을 격추시키려 하기도 했다.

  세나가 여러 폭탄들을 날려보내고 있었지만, 사출구에서 사출된 100 여 폭탄들을 모두 날려보낼 수는 없었고, 이들 중 대다수는 지면에서 폭발했다. 하지만 날려보낸 폭탄들의 개수도 상당히 많았고, 이들은 '어둠' 의 몸체 좌측과 우측의 사출구들 그리고 본체의 몸체, 그 가운데 부분에서 일제히 폭발해 폭풍을 발산해 해당 부분들에 충격을 주고 있었다. 폭발하기 직전에 폭탄들은 붉게 달아오르고 있어서 그래서 폭탄들이 밀집되지 않은 일대를 찾으며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폭탄들이 터지면서 사출구의 문들이 부서져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외의 장갑은 잇달아 이어진 폭발에도 균열 하나 내지 않고 있었다.
  이 무렵, 카리나는 왼팔의 방패를 앞세우고 있으면서 이리저리 움직여 가기를 반복하며 상공에서 자신을 노리며 전투기들이 가하는 포격을 방패로 막아내고, 방패에서 발사되는 작살들로, 혹은 자신의 마력으로 생성한 다트들을 던져가며 이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포격의 위력 상, 광탄에 직격한 방패에 가해지는 충격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그로 인해 뒤로 밀리고 심지어는 넘어진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전투기들을 가능한 전부 상대하려 하였던 것. 하지만 일부 전투기들은 카리나의 공격을 피해서 돌파하거나 우회하고 있었으며, 나와 세나 등에게 다가온 이들은 그렇게 다른 이들에게 접근해 왔다가 일행에 의해 타격을 받고 격추되었을 것이다.
  폭탄들이 터졌을 때에는 전투기들도 10 도 남지 않았을 때로 전투기들은 흩어져서 '어둠' 의 몸체 주변으로 도망쳐 가고, 그래서 카리나 역시 폭탄의 폭발에서 몸을 피할 여유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폭탄이 전부 폭발한 이후, 카리나가 '어둠' 의 정면과 그 부근 앞에 모인 다른 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어둠의 진짜 심장이 어디에 있을 것 같아?"
  "저 정면의 포대 안쪽." 선뜻 카리나가 건넨 물음에 나는 바로 내 생각대로 내가 있는 그 건너편의 포대를 오른손으로 가리키면서 답을 했다. 포대 형태를 이루는 광선 발사 장치는 본래 정면의 눈 부분이었고, 그 부분이 '어둠' 의 심장과 가장 가까운 부분일 것으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답을 하자마자 카리나는 바로 나에게 이렇게 다음 질문을 하였다.
  "그렇다면 저 포대를 파괴하면 심장이 박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그러하겠지." 이후, 그 물음에 나는 다시 그를 향해 돌아서서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짧게 답했다. 나를 의심하는 듯한 태도로 질문을 건넨 카리나였지만 실제 의도는 그러하지 않았던 모양으로 자신이 건네는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을 듣자마자 그는 바로 발걸음을 옮겨 나를 지나치고서, 폭탄들의 폭발 이후로 일단 침묵 상태에 있는 '어둠' 을 향해 나아가서 그 '어둠' 을 향해 검을 든 오른팔을 올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선은 저 포대를 노려서 폭파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후, 그가 밝힌 앞으로 자신이 할 일이란 그러하였다, '어둠' 의 심장이 드러나게 되면, 그 심장을 향해 세나의 환수를 이용하든, 다른 어떤 방법을 활용하든 간에 그 심장을 향해 뛰어 나아가서 그 심장에 자신의 검을 꽂아 놓겠다는 것으로 검격으로 찌르는 충격에 빛의 기운이 더해지면 확실히 '어둠' 을 절명시킬 수 있을 것이라 전망을 내리고 있었다. 이에 그 말을 들었는지, 세나가 그런 카리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역할이라면 제게 맡겨 주세요."

  세나는 어차피 중심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날아올라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하고서, 그 일이라면 자신에게 맡겨달라 청했다, 자신에게는 비행할 수 있는 환수가 있지 않느냐면서. 그렇게 세나가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동안 카리나는 그런 그와 마주하고 있으면서 그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고 있다가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그에게 말했다.
  "세나, 환수에 나와 같이 올라타자."
  그리고서 환수로 자신을 올리고 난 이후에 포대가 부서진 그 자리로 자신이 뛰어들테니, 세나는 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와 함께 이후의 상황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카리나는 세나에게는 환수가 있고, 검도 있는 만큼, 자신보다 더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자신이 생성한 빛의 칼날이 '어둠' 의 심장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기만 했다. 그간 세나, 카리나에게 어떤 말도 건네고 있지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두 사람이 앞으로 할 일을 두고 서로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을 무척 답답히 여기고 있었다. '어둠' 은 폭탄들이 폭발하고, 그 폭발에 의해 몸체가 피해를 입은 이후로 지속되고 있는 침묵-아마도 내부 장치 손상에 의한 시스템 손상을 수습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의 시간 동안 적어도 '어둠' 의 전력을 최대한 많이 줄여야 하며, 언제 그 침묵이 끝날지 모르는 만큼, 가능한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따라서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할 시간도 없다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카리나가 세나에게 건네는 말이 끝날 무렵, 내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논의할 시간에 '어둠' 의 장치들부터 공격할 생각부터 하고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답답한 심정에 목소리가 다소 격해진 것 같았다. 이런 나의 목소리에 카리나, 세나 모두 흠칫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향해 돌아섰고, 그 이후에 세나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죄송해요." 라고 말하며, 미안함의 감정을 드러내었다. 카리나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처음에는 짐짓 기분 나빠하는 표정을 짓다가, 곧 진정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그래, 아르사나의 말이 맞아,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옥신각신하며 시간 보낼 여유 따위 없어. 바로 행동 시작하자!"

  잠시 동안의 침묵 이후, '어둠' 은 다시 행동을 개시하였다. 그 행동은 '어둠' 의 몸체 여러 부분에서 병기의 사출구나 포대가 아닌 부분에서도 광선들이 마구 사출되어 '어둠' 의 주변 일대로 피할 틈 없이 분출되는 것으로 시작되었으니, 몸체의 16 부분에서 16 방향으로 한 줄기씩 붉은 불 줄기와 같은 광선들이 한 발씩 발사되었고, 첫 무리를 포함한 홀수 번째 무리는 지면에 닿아 폭발해서, 그리고 두 번째 무리를 포함한 짝수 번째 무리는 공중으로 일정 거리 날아갔다가 폭발해 사람 키만한 직경의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지면과 공중의 8 방향으로 한 번씩 반원 상 파동 형태의 대열을 이루는 붉은색, 보라색 화염탄들이 5 개씩 발사되어 나아가고 있었으며, 이후로는 16 부분에서 한 발씩 유도성 광선이 발사되어 나를 비롯한 일행을 추적해 나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공격으로 발생한 광선들을 피해 가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은 각자의 수단으로 포대를 집중 타격하기 시작하였으며, 여기에 나에티아나는 포대 뿐만이 아닌 흉한 붉은 빛을 발하는 '어둠' 의 꼭대기 부분에 자리잡은 두 눈 역시 화살로 쏘아 맞히며 그 두 눈에 피해를 가하려 하고 있었다.
  "그 곳도 진짜 눈은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두 눈 역시 공격의 주체임을 알게 된 만큼, 파괴시켜 놓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앞장서서 '어둠' 의 몸체 바로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기운을 모으면서 포대를 공격 목표로 정한 이후에 목표가 된 포대를 향해 하늘색을 띠는 새하얀 빛으로 화염탄들을 고속으로 연속 발사하며, 발사된 화염탄들이 포대를 향해 날아가도록 하는 것으로써 포대를 집중 타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호응하는 듯이 공중에 머무르고 있었던 나에티아나 역시 화살로 금색 화살을 쏘아 그 화살이 포대를 관통하고 폭발해 포대에 충격을 가하도록 하기를 반복했으며, 세나 역시 나의 우측 부근에서 자신의 두 팔을 불꽃 형상의 환수가 휘감도록 하고서, 두 손에서부터 하얀 불덩어리들을 연속 발사해 발사된 화구들이 포대에 계속 부딪쳐 폭발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 무렵, 상공 주변에 모여 있던 전투기들이 '어둠' 의 몸체 상단 인근의 상공에 흩어져서는 지표면 부근에 모여 있던 나를 비롯한 일행을 목표 삼아, 각자의 동체 하단에 장착된 포에서부터 광탄들을 발사하는 것으로써 일행에게 피해를 가하려 하였다.
  "조심하세요!" 그 때를 같이 해, 나에티아나가 상공에서 나와 세나를 내려다 보면서 외쳤고, 이어서 "발 밑! 발 밑을 잘 보세요!!!" 라고 더 큰 목소리로 외치니, 정말 발 밑에 금색을 띠며 빛나는 원형 마법진들이 생겨나고 있었으니, 해당 마법진들이 광탄들의 착탄지를 알리고 있는 듯해 보였다. 마법진들을 피해 다니면서 전투기들부터 우선 곡선을 그리는 하늘색 빛 줄기들을 발사해 가며 격추시켜 갔다. 여기에 나에티아나도 내 근처에서 화살을 쏘아 하나씩 전투기들의 동체를 맞혀가며 이들을 하나씩 폭파시키고 있었으니, 이들의 개체 수는 금방 줄어 금방 격멸되었다.
  이후, 나와 세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에 카리나도 방패에서부터 빛의 다트들을 발사해 가면서 정면의 포격 장치를 집중 타격해 가고 있었으니, 금색 화살들과 금색 빛 줄기들, 하늘색 기운을 띠는 하얀 광선들과 하얀 불꽃들, 푸른 기운을 띤 하얀 불 줄기에 하얗게 빛나는 다트들까지 '어둠' 의 몸체 정면에 자리잡은 포대라는 한 지점으로 모이고 있었으며, 이들이 내는 빛과 이들이 폭발하면서 일으키는 빛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하나의 격렬한 빛이 되어 어둠을 비출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어둠' 역시 사출구에서 인간형 병기들을 내보내는 것으로 대응을 이어갔다. 내 키만한 크기의 비교적 가벼운 장갑을 갖춘 인간형 병기들은 어깨에 하나씩 장착된 포들을 통해 포격을 가하거나 손에 장착된 포신으로 광선 포격을 가하는 형태의 사격 공격을 하거나 지상으로 내려와 검격을 가하기도 하였으며, 뒤쪽으로 다가가 기습을 하기도 했다. 인간형 병기들이 습격해 올 때마다 그들이 발사하는 화염탄들, 그리고 광선들을 피해 가면서 나는 그들에게 광선을 발사해서 처치하거나 접근해 오는 이들이 있다면 빛의 기운으로 검을 생성해서 그 검으로 베어가며 공격해 파괴시켜 가면서 하나씩 혹은 몇 씩 제거해 나아가고 있었으며, 카리나 역시 검으로 베고, 방패로 치면서 우측 방향에서 습격해 오는 병기들을 하나씩 폭파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한 무리를 제거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들의 공세가 있으면 이들을 처치하느라 '어둠' 의 몸체를 향한 직접 타격이 잠시 주춤해지는 만큼, '어둠' 은 틈나는 대로 인간형 병기들, 전투기들을 수시로 내보내려 하니, 그 다음으로 공중에 수십여 기의 비행 장치-삼각 날개마다 한 문씩 포가 장착되어 있는 것이었다-를 장착한 인간형 병기들을, 그리고 지면에는 창, 검 등의 냉병기를 하나씩 소지하고 있었던 갑주형 병기들이 '어둠' 의 몸체에서부터 나를 향해 돌진해 나아가고 있었다.
  나의 바로 앞으로 끝 부분이 거대한 송곳 모양을 이루고 있던 창을 앞세운 채 돌진해 오고 있었으며, 그 뒤로 검을 든 병기들이 좌우에서 나를 포위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창을 피해서 두 손으로 잡고 두 팔에 내 마력을 실어 팔 힘에 더하려 하였다, 나의 힘과 마력을 가해 강해진 팔의 힘으로 병기를 끌어오려 하였던 것으로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을 병기는 바로 창을 잡은 채로 나에게 끌려왔다. 이후, 나는 오른발로 병기의 명치 쪽을 타격해 쓰러뜨린 후에 창을 바로 잡아서는 송곳 모양의 창끝으로 그 병기의 복부 부분을 찔렀다.
  이후, 나는 창을 든 채로 왼편, 오른편에서 다가오는 병기들을 주시하고 있다가 왼편의 병기를 향해 창을 던지고, 이어서 나를 향해 뛰어올라 검으로 나를 내리치려 하는 병기의 공격을 급히 생성한 빛의 보호막으로 막아내고서 보호막이 깨지고, 그 충격으로 병기가 밀려나자마자 그 병기를 향해 달려들어 병기를 덮치고서 흉부에 빛의 기운을 밀어 넣었다. 이후, 왼쪽에서 다가온 병기는 창에 목이 찔려서, 그리고 오른쪽에서 다가온 병기는 빛이 폭발하면서 둘 다 쓰러졌다.
  그 다음으로는 끝 부분에 도끼가 달린 미늘창을 든 병기가 다가와서는 나를 도끼날로 베려 하였다. 그러자 그 공격을 공중제비를 하면서 뛰어올라 피하고서는 발로 머리 부분을 찍어 찬 이후에 그 반동으로 다시 뛰어오른 후에 착지, 그 이후에 곧바로 병기의 흉부를 향해 달려들어서 빛의 기운으로 생성한 칼날로 그 흉부를 찔러서 제거, 그렇게 접근해 온 병기들이 모두 쓰러진 이후에 다가오는 병기들을 이전에 쓰러진 병기의 몸 위에 올라타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팔의 힘에 보탠 마력을 그대로 하늘색 화염 줄기들로 전환해서는 병기들을 향해 연속으로 발사하기 시작했다. 작은 화염탄들을 난사하기 보다는 한 번에 확실한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조준해서 큰 화염탄을 한 발씩 발사하려 하였다. 이들은 맹렬히 내가 있는 쪽으로 돌격해 나아가려 했으며, 이들 모두 흉부에 화염이 관통 당하고, 이후, 관통당한 자리에서 격렬히 불꽃이 폭발하면서 그로 인해 병기들이 하나씩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카리나, 세나 역시 병기들을 격멸시킨 이후, 정면 쪽의 포대에서부터 붉은 광선이 잠시 동안 분출된 이후, 그 다음으로 좌우의 사출구에서 폭탄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좌우에서 한 개씩 고속으로 날아오고 있어서 잘못 맞으면 위험할 것 같았다.
  "제게 맡기세요!" 그 때, 세나가 자신의 환수형 갑주가 두 팔과 다리에 있도록 하고서, 주먹으로 폭탄을 하나씩 쳐서 '어둠' 의 몸체 쪽으로 날려보내려 하였다. 사출될 때부터 붉게 달아올라 있던 철퇴 아니 폭탄들은 그대로 '어둠' 의 몸체 쪽으로 날아갔다가 그 몸체에 부딪치자마자 폭발해 붉은 화염을 분출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두 눈에서 두 줄기씩 붉은 광선이 분출되어 지면의 좌우 부분에 닿은 이후로 공간의 곳곳을 무작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폭탄을 잡아 던지고 있는 세나도 공격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라서 폭탄을 받아 던지려 하면서도 광선이 다가오면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피해야 했다. 그 와중에 일부 폭탄은 받아내지 못하기도 했는데, 이 폭탄들은 어쩔 수 없이 터지게 놓아 두었고, 폭탄이 바닥에 놓인 근처에 있을 때, 나와 카리나 모두 그 자리는 다급히 피하려 하였다. 적어도 광선에 맞는 편이 폭탄의 폭발에 휩쓸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으니. - 그 이후로 유도성 미사일들이 발사되기도 했었지만, 바로 격추시킬 수 있어서 큰 위협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세나가 '어둠' 을 향해 돌려보낸 폭탄들이 계속 폭발하면서 그로 인해 장갑이 계속 손상되고 있었다. 좌우의 사출구 역시 폭탄의 폭발에 휩싸이면서 계속 손상을 거듭해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 입구 부분이 깨어지고, 더 나아가 그 내부까지 완전히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사출구들이 차례로 폭파되면서 '어둠' 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검은 모습을 보이던 그 몸체에 붉은 불꽃과 핏빛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 이 검은색 이외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그 때가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두 눈의 빛을 내는 부분 역시 나에티아나의 화살에 의해 계속 타격을 받고 있었으며, 결국 하나씩 폭파되어 격렬한 불꽃을 터뜨리며 하나씩 사라져 갔다. 하지만 이전에 드러난 세 개의 눈들처럼 이 눈들 역시 진짜 눈은 아니었을 것이고, 그래서 '어둠' 의 진짜 눈은 몸체의 내부에 있을 것이라 그렇게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몸체의 여러 부분들이 손상을 거듭하다가 폭파되고, 본체 역시 계속 이어지는 폭발로 인해 손상을 입고 장갑이 부서져 가기를 반복하고 있을 무렵, 감지되는 피해의 누적이 반복된 탓인지 결국 '어둠' 의 몸체는 한 번 격렬히 진동을 일으키더니, 결국 행동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지?"
  "내부 시스테마(Systema) 의 손상이 있었던 모양이야."
  몸체가 손상을 입으면서 그것을 '어둠' 의 내부 시스테마가 감지해 기능 복구에 나서느라 기능이 잠시 정지 상태에 들어간 모양. 그렇게 갑작스레 발생한 '어둠' 의 기능 정지에 당황했지만, 곧 가장 좋은 공격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모두가 같았다. 말은 없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이 기능이 정지되어버린 '어둠' 의 몸체에 모였다. 좌측에는 세나, 정면에는 나, 우측에는 카리나가 서서 각자의 수단으로 첫째 파괴 대상이었던 '어둠' 의 정면에 자리잡은 포신, 광선 발사 장치를 집중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욱 큰 기세로 포신에 집중 타격을 가하고, 여기에 공중에 머무르고 있던 나에티아나가 나의 바로 위쪽에 이르러서 금색 빛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한 다발씩 계속 쏘아가며 지면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맹렬히 집중 타격을 가하니, 주변 일대가 이전보다 더욱 격렬히 빛나는 광경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일련의 집중 타격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누적되어 파괴되어 가던 광선 발사 장치의 포신이 부서지고, 더 나아가 장치의 기반에서까지 격렬히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보일 무렵, 어딘가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 소리에 나는 카리나, 세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에게 외쳤다.

Tæril gmanala!!! (공격 중지!)

  그리고 이들 모두 행동을 멈출 무렵, 몸체의 테두리 부분에 주황색-바닥의 무늬와 같은 색이었다- 빛을 띠는 줄 무늬가 그려지더니, 이어서 '어둠' 의 몸체 자체가 마치 열기를 띠는 것처럼 주황색 빛을 깜박이기 시작했다, 마치 이전의 행동으로 인해 급격히 분노를 하게 되기라도 한 것 처럼.
  이후, 사출구에서 수십여 씩 사각 날개를 장착한 전투기들의 대열이 사출되고, 이어서 격렬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 꼭대기 부분의 두 눈에서부터 빛 줄기들이 마치 화염 줄기처럼 분출되어 지면에 닿아 불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꼭대기 부분의 두 눈에서부터 지면을 향해 분출되는 빛 줄기가 지면을 따라 이리저리 이동을 해 나아가는 동안 사출구에서 사출된 80 여의 비행체들이 사출된 순서대로 한 무리를 상공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지면을 향해 날개에 두 문씩 장착된 화염탄들을 발사하고 있었다.
  4 발씩 발사된 화염탄들이 지면에 위치한 일행을 추적하는 듯이 곡선을 그리면서 바닥을 덮을 듯이 날아 내려오니, 카리나가 '어둠' 의 정면 쪽에서 반구체형 보호막을 생성해 그것으로 피해를 막으려 하였다. 수백 개의 화염탄들을 피할 방법이 없었기에 나 역시 카리나의 보호막에 의지해 피해를 막으려 하였다. 당시 나의 좌측에 있던 세나는 카리나의 보호막에 의지하지 않고, 수룡의 형상을 이루는 환수에 올라타 화염에 직접 닿지 않는 방법으로 위험을 면하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잠시 동안 화염탄들이 지면에서 폭발해 지면이 붉게 빛을 발하는 듯이 지면 일대에 불길이 치솟아오른 이후, 나를 비롯한 일행 모두가 '어둠' 의 본체를 대신해 전투기들을 먼저 격추시켜 나아가기로 했다. 전투기들은 한 번의 공격으로 바로 격추되었기에 다수의 목표를 정해 한꺼번에 격추시키는 방식으로 바로 처치해 나아갈 수 있었다.

  이후, 이번에는 '어둠' 의 몸체 여러 부분에서 불 줄기와 같은 광선들이 여러 방향으로 난사되기 시작했다. 모두 수십여 부분에서부터 광선들이 난사되니, 나는 다시 카리나의 보호막에 의지하며 위험을 면하려 하면서 카리나의 보호막이 광선에 의해 사멸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 나에티아나 역시 금색 빛을 발하는 보호막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하였으며, 세나는 거대 장갑형 환수의 몸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 하였다.
  여러 방향으로 발사된 광선들은 각자의 나아가는 방향으로 잠시 나아갔다가 폭발해 거대 화염구들을 생성하고 그 화염구들이 모여 하나의 큰 화염을 이루고 있었다. 그 화염이 카리나의 보호막에 닿으면서 치열하게 소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빛의 기운과 불의 기운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그 격렬한 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카리나는 그 기운의 마찰로 인해 힘이 약해져 가는 보호막의 형상을 자신의 기운을 들여가며 어떻게든 유지해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나에티아나, 세나의 상황도 걱정이 되고 있었지만 그들의 모습이 화염 사이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지라 그들이 어떠한 상태일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화염이 사라질 무렵, 카리나, 그리고 세나가 소환한 환수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도 이들 모두 무사한 듯해 보였다. 나에티아나는 무사한 듯해 보였고, 세나 역시 그 환수가 온전했던 만큼, 환수에 탑승하고 있었던 세나 역시 온전했을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세나의 무사함이 확인될 무렵, 세나는 그간 '어둠' 의 공격을 자신을 대신해 버티어 준 환수를 사라지게 하고서 내 곁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 바로 '어둠' 의 광선 발사 장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어둠' 의 몸체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장치에서부터 붉은 광선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 직경이 커서 바닥까지 닿을 지경에 이르러 그 광선을 피하거나 막을 필요가 있었다.
  "아르사나, 세나! 내 뒤로 와!!!"
  시계 방향으로 광선보다 앞서는 방향으로 뛰어가려 할 즈음, '어둠' 의 정면 쪽에서 거대 방패를 소환하며, 카리나가 다급히 나와 세나를 불렀고, 이에 공간의 좌측 부근에 자리잡고 있던 세나가 카리나를 향해 뛰어가면서 카리나의 근처에 서 있던 나에게 "어서 카리나 씨의 뒤쪽으로 오세요!" 라고 외쳤고, 이에 나는 알았다고 외치며 세나와 함께 카리나가 소환한 방패의 뒤쪽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이미 빛 줄기는 분출되고 있었으며, 막 카리나의 뒤쪽에 이를 무렵에는 그 광선이 회전을 시작했다. 빛 줄기의 회전은 달리기 속도를 능가할 정도로 빨랐기에 피하려 했다가는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빛 줄기의 기세는 방패를 생성하는 빛의 기운에 크나큰 마찰을 일으킬 정도로 격렬했다. 그 회전 속도가 무척 빨라서 그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카리나는 빛의 기운을 격렬히 소모해야 했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발생 장치가 부서져 이미 빛을 잃은 '어둠' 의 두 눈을 대신해 꼭대기 정점 부분에 붉은 거대한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그 구체가 격렬히 빛을 발하면서 화염과 같은 빛 줄기 하나가 구체에서 분출되기 시작했다. 분출되 빛 줄기는 공간의 좌측 바닥에 먼저 닿았다가 공간 일대를 반 시계 방향으로 휩쓸어 가는 듯이 빠르게 한 번 움직여 우측 부분에 이르고, 그 이후에 곧바로 시계 방향으로 공간 일대를 휩쓰는 듯이 좌측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한 번씩 광선이 공간의 바닥 일대를 왕복하는 듯이 크게 움직인 이후, 광선이 사라지자마자 그 궤적을 타고 불기둥들의 대열이 일제히 지면에서 치솟기 시작하며, 지면 일대에 거대한 불길의 무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격렬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광선이 발사될 무렵에 이미 나를 비롯한 일행은 광선이 움직이면서 생성한 궤적의 앞쪽, 뒤쪽 근처에 있으면서 위험을 피해갔기에 광선에 의한 피해를 면할 수는 있었다.

  그 이후로 붉게 달아오른 '어둠' 의 몸체 곳곳에 불길이 생성되더니, 그 이후로 불길이 일어난 자리에서부터 광선들이 공중을 향해 분출되기 시작하였다. 그 상황에서 우선 나에티아나가 광선 사이를 조심스럽게 피해가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어둠' 의 몸체에서부터 분출된 빛 줄기들은 상공의 한 지점에 마치 불무리처럼 모여 있다가 지면을 향해 마치 불의 비가 내리는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쏟아져 가는 광선들이 지면에 닿아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상공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 줄기들을 피해가야 했을 나에티아나도, 지면에서 폭발을 피해야 했던 나를 비롯한 지면의 3 사람도 그렇고, 불의 비와 그 비에서 유래된 폭발들을 피해 가느라 공간 일대를 다급히 움직여야 했다.
  나는 폭발 사이의 틈을 찾기 위해 뛰는 것도 부족하다고 여기어 바닥과 바닥 사이를 뛰어 나아가면서 움직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즈음에는 이전 마법진들이 생성되고 불기둥이 솟아오를 때처럼 공간 왼편의 난간에 두 팔에 의지해 매달려서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취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매달려 있는 동안 내가 지면의 다른 이들, 세나, 카리나는 어떻게 불의 비 공격을 버티고 있는지를 보려 하니, 세나는 새 형상의 환수를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해 나에티아나처럼 날개로 비행을 이어가며 불의 비를 피해가려 하고 있었고, 카리나는 보호막에 의지해 자신의 주변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폭발을 어떻게든 막아내려 하고 있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쪽이든, 보호막에 의지하는 쪽이든, 날개에 의지하는 쪽이든 위태로운 상태인 것은 다름 없었고, 그래서 불의 비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도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광선의 발사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았던 만큼, 불의 비와 그 비에서 유래된 폭발 역시 오래 유지되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레 물구나무서기를 그것도 쓰러지면 죽는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었던지라 바닥에 착지하고 난간에서 두 손을 놓을 즈음에는 두 팔이 잠시 격하게 떨리기도 했다.
  당시의 내 모습은 여러가지 의미로 가관이었을 것 같아 보였지만 카리나, 나에티아나 그리고 세나 모두 그 광경을 볼 겨를은 없었던 것 같았고, 그래서 그 광경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아마 이 글을 보고 있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들 버티느라 여러모로 힘겨웠던 것 같아 보였고, 그래서인지 잠시나마 일행 사이에서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치기는 '어둠' 의 몸체도 마찬가지였는지, 한 동안 붉게 달아올라 폭주하는 듯이 공격을 이어가던 '어둠' 의 몸체가 다시 본래의 검은 색을 띠기 시작했고-아무래도 그간의 발열로 인한 기계 기능 이상 방지를 위해 잠시 열을 식히는 단계에 돌입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잠시 동안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니, 이에 그나마 덜 지쳐 있었을 세나가 '어둠' 의 정면, 그 왼쪽 근방에 있던 나와 카리나에게 알렸다.
  "어둠의 행동이 멈추었어요, 아무래도 그 쪽 역시 지쳐서 달리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과열로 인한 행동 정지의 시기가 바로 기회라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서로 말이 없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둠' 의 정면에 위치한 광선 발사 장치를 집중적으로 그리고 맹렬히 타격하기 시작했다. 광선 발사 장치는 물론, 꼭대기에 새로 생성된 여전히 남아있었던 거대한 붉은 구체를 생성하는 장치에도 빛 줄기들을 내가 힘이 닿는 한, 가능한 많은 빛 줄기들을 그야말로 '쏟아 부으려' 했던 것 같았고, 나에티아나, 세나 역시 그렇게 하려고 했었던 것 같았다. 세나는 검을 잠시 바닥에 올려 놓고, 비행을 이어가면서 두 손에서부터 번개 줄기들을 광선 발사 장치를 계속 발사해 나아갔고, 나에티아나가 그 오른편 곁에서 활쏘기를 거듭하며 그런 그를 보조하고 있었다. 카리나 역시 다트를 방패에서 쏘면서 광선 발사 장치에 대한 타격을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이미 수차례의 집중 타격으로 인해 손상을 크게 입었던 장치로서 좌우의 두 사출구들이 파괴된 이후에도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모양이다. 주변 일대가 격렬히 번쩍일 정도로 타격을 가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광선 발사 장치가 자리잡은 부분에서 붉은 화염이 터져 나오면서 굉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모두 멈춰!" 그 광경을 목도한 내가 다른 이들에게 지시를 내려, 공격을 멈추도록 하였고, 그 이후로 세나, 카리나, 나에티아나 모두 공격을 멈추고 '어둠' 의 몸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작은 폭발들이 거듭 발생하며 그 몸체를 부수어 나아가다가 점차 그 폭발이 커져 가더니, 한 차례의 큰 폭발이 터져 나오며 광선 발사 장치의 형체가 그 충격으로 인해 부서져 가는 광경이 보이려 하였다. 이후, 형체가 한 번 부서지고 여전히 그 자리에 불꽃이 남아있을 시점에서 이번에는 그 안쪽에서 불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그 불꽃이 거세게 터져 나오면서 그 폭발이 광선 발사 장치의 그나마 남은 기반은 물론, 그 주변의 장갑까지 거세게 들어올렸다. 불꽃이 충격파와 함께 터져 나오면서 굉음과 함께 찢겨진 검은 장갑판들이 주변 일대로 흩날리고 있었다.
  이 무렵, 카리나는 혹시 검은 장갑판의 파편이 일행에게 다가오는 것을 대비해 다시 방패를 생성해서 자신과 그 주변 일대에 자리잡은 일행을 보호하려 하고 있었다. 이후, 더 이상 파편이 흩날리지 않을 때가 되었고, 내가 이를 알리자 카리나는 방패, 보호막 생성을 그치고 '어둠' 의 정면 쪽으로 앞서 나아가며 그 모습을 보려 하였다.



  정면 부분은 광선 발사 장치 내부의 동력원이 폭주라도 했는지 본체와 기반은 물론 그 주변의 몸체 일부까지 폭발이 일어나, 장갑판이 거칠게 뜯겨져 있었으며, 그 단면 안에서부터 격렬히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안에 '어둠' 의 심장이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지만 이대로는 '어둠' 이 깨어나고 나서 그 한참이 지나더라도 심장으로의 접근은 어려워 보였다.
  "제가 한 번 해 볼게요." 그 때, 나와 카리나가 있던 그 부근 상공에 있던 세나가 카리나의 오른편 곁에 착지하더니, 이어서 환수가 자신의 몸에서 사라지도록 하고서 자신이 불을 끌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말했고, 달리 방도가 없었던지라 카리나가 세나에게 그렇다면 한 번 해 보라고 답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세나는 물 짐승의 형상을 가진 환수로 물을 일으킬 수 있었기에 그 물로써 불을 없애버리고 직접 심장에 닿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음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도 했다.
-나의 수정/얼음 조각들이 불의 열기를 잠재울 수 있기는 했지만, 얼음 조각들을 날리는 정도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잠시 후, 세나의 바로 앞에 파란 기운을 띠는 하얀 빛을 발하는 물기둥이 지면에서부터 솟아오르더니 이어서 물기둥이 있던 자리에 하나의 환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물에 휘감긴 하늘색 빛을 띠는 인간 여성의 형상이 하늘색 긴 머리카락을 띄우는 모습으로 세나를 바라보며 서 있으려 하였다. 이에 세나는 검은 몸체의 뜯겨진 장갑 내부에서 불길과 연기를 일으키는 '어둠' 을 가리켰고, 이에 환수는 바로 '어둠' 의 검은 몸체를 향해 바로 돌아섰다.
  이후, 세나는 환수의 왼편 곁에 머무르면서 '어둠' 의 몸체에 일어나는 불을 자신의 왼손으로 가리켰고, 이에 환수는 두 손에서 물 줄기들을 하나씩 불길을 향해 뿜어내기 시작했다. 물이 불길에 닿으면서 '어둠' 의 몸체에 빛과 증기가 격렬한 소리와 함께 퍼져 나아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어 그 자리에는 연기만 피어오르게 되었다. 뜨거운 증기가 계속 나오고 있기는 했지만 얼마 가지는 않을 것 같았고, 불길이 잡힌 만큼, 이제 장갑 내부로 돌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장갑에 생긴 구멍도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던 만큼, 대비만 잘 하면 바로 내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이후에 어떻게 하기로 하셨나요?"
  '어둠' 의 몸체에 구멍이 뚫리고, 잠시 '어둠' 의 행동이 멈추자 상공에 머무르고 있던 나에티아나가 날갯짓을 하며 내가 있던 바로 앞으로 날아 내려와서 물었다. 그간 공중에 있으면서 세나, 카리나가 '어둠' 의 몸체에 자리잡은 광선 발사 장치가 파괴된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를 대략이나마 듣고는 있었던 모양으로 자세하게 듣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 이후의 일은 세나에게 맡기기로 했어."
  이에 내가 바로 답했다. 세나가 가진 빛의 기운을 믿어보기로 한 것으로 세나 혼자서는 위험할 수도 있기에 나 역시 환수에 같이 올라탔다가 같이 구멍 내부로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서 세나에게 새 형상의 환수를 소환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후, 내가 요청한 바대로 세나가 거대한 새 형상의 환수를 소환해서 앞쪽에 올라타서 나를 향해 돌아선 이후, 나에게 환수에 올라탈 것을 요청하였고, 그 요청을 받아들여 나는 그가 올라탄 그 뒤쪽에 타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을 태운 채로 환수는 세나의 명령에 따라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이후, 새는 바로 '어둠' 의 증기를 뿜어내는 구멍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그 무렵, 내가 세나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세나가 바로 답했다. 이제는 카리나의 곁으로 돌아가서 상황을 지켜봐 달라고 답하였으니, 중핵을 찌르는 것은 자신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세나는 자신의 물음에 이어 말했다.
  "내부에는 특별한 것은 아마 없을 거예요. 내부에 들어간다고 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그러면서도 행여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싶다면 환수의 힘을 이용해 동행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이번 일은 전적으로 세나가 맡겠다고 한 만큼, 내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겠지만 그간의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세나는 알겠다고 말하고서 우선 환수의 형태를 변화시키겠다고 말한 이후에 잠시 떨어질 수 있으니 그것만큼은 조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후, 세나는 환수의 머리를 향해 무언가 주문을 외더니, 그 이후로 환수의 몸이 빛을 발하더니, 그 빛이 세나의 등으로 옮겨가 하나의 커다란 날개가 되었다. 이후, 내가 의지하고 있던 환수가 사라지면서 떨어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력으로 자신의 몸에 깃든 환수의 힘이 대상에게도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주문으로서 환수의 기본적인 능력에 한해 대상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주문이었다. 당시 세나는 새 형상의 환수를 몸에 깃들도록 하고 있었으니, 그 영향으로 나에게도 날개가 생성된 것. 환수의 주인이 소모하는 마력을 늘리는 요인이 되는 것도 그렇지만, 사용자와 일정 이상으로 거리가 벌어지면 힘이 옅어지다가 사라지게 되어 환수의 힘을 부여 받았을 동안에는 가능한 환수의 주인 곁에 머무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주문이었다. 이론적으로 3 사람 이상에게 환수의 힘을 부여할 수 있다고 해도, 세나는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3 사람 이상에게는 환수의 힘을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역시 마력 소모에 대한 부담감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그를 아는 모두가 이해해 주고 있다. 세나는 암만 그래도 마법사라 칭할만한 이는 아니었기에.

  그렇게 환수의 힘을 통해 날개를 부여 받은 이후, 나는 세나와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를 따라 '어둠' 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이 무렵, 나의 왼편 곁에서 나에티아나가 금색 날개를 펄럭이면서 나를 따라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역시 나처럼 세나가 '어둠' 의 뇌와 심장에 일격을 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려 하였던 것인지, 아니면 그를 대신해 '어둠' 의 심장에 마무리 타격을 가하기 위해 들어왔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구멍 너머로 검은 공간을 비추는 붉은 빛이 그려내는 무늬가 보이고 있었으며, 공간의 내벽을 비롯한 내부 공간의 모습에서는 어떠한 상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장치들이 부서져 외견은 말이 아닌 상태였지만 그 피해가 내부까지 영향을 미치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
  그 '어둠' 의 몸 속, 샤하르의 대 문화 회관(Shaharï Aramïyrthiraz üha Haonin Khaikulturanyeri, ShAHKh) 내 현관(로비, Jipyf) 만큼, 그러니까 일반적인 가택의 방 크기, 그 수십 배 가량의 넓이를 가지는 거대한 공간의 중심에 하나의 검은 기둥 같은 장치가 자리잡은 그 공간에 그렇게 들어설 무렵, 중심 쪽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둠' 의 진짜 목소리였을 그것은 내가 예상한 바대로, 기계적인 남성의 목소리였다.

Enfin, enfin. Tu as bien réussi à en arriver là. Je n'en attendais pas moins de la fille de qui est notre plus grand ennemi.
(드디어, 드디어. 여기까지 잘 와 주었다. 과연 우리의 가장 큰 적수였던 이의 자식이라 할 만하다)

  앞서서 '어둠' 의 핵심 장치와 마주하고 있던 이는 세나였지만 '어둠' 은 뒤에서 세나를 따르고 있던 나를 언급하고 있었다. 나를 발견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간 병기들을 궤멸시켜 간 이들의 모습을 보고, 앞장서 나아간 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나의 어머니, 아르셀(Arsel) 의 자식일 것이라 짐짓 추측을 했었던 모양. 이러한 '어둠' 의 목소리에 내가 세나의 우측 곁으로 다가가면서 '어둠' 을 향해 물었다.
  "Alors tu es donc celui qui est appelé 'Les Ténèbres Éternelles' (그렇다면 당신이 '영원한 어둠' 이라 칭해지는 그런 존재이겠군)."
  "Oui, je m'appelle 'Fort le Nettoyeur'. Je fais partie de cuex qui nottoient le monde des sales. (그렇다, 내 이름은 '포흐 르 네토이흐 (정화자 포흐)', 타락한 자들의 세상을 정화하는 자이다)"
  내가 건넨 물음에 눈앞의 검은 기둥이 붉게 깜박이면서 그와 동시에 목소리가 답했다. '어둠' 의 본명과 더불어 '타락한 자들의 세상' 을 정화한다고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가 언급한 '타락한 자들' 이라면 역시 '인류' 를 의미하는 것이었을는지. 그렇다면, 그는 '인류의 세상' 을 멸망시키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면서도 '어둠' (이후, '포흐(Fort)' 로 칭함) 은 그간 자신을 '신' 으로 받드는 케레브 인들의 교주와 교주의 수하들, 그리고 교주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었던 케레브 인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이용하고 있었을 것이었고, 이는 교주의 바람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었을 것이다. 진실된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겠지만, 그것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Comment pouvez-vous contrôler la race corrompue d'Ardeïse? (어떻게 아르데이스의 타락한 종족을 수하로 부릴 수 있게 되었나?)"
  "J'ai utilsé les mentaux dont ont l'esprit d'humains fragiles. Ce sont les descendants de l'humanité qui ont souffert du désastre de la peste et de la radioactivité, et après avoir quitté leur havre, ils ont poursuivi le règne de la planète monde comme l'humanité du passé sous leur puissant souverain. Toutefois, ils ont perdu leur souverain pour se briser en plusieur factions. Et alors, celui qui s'est nommé chef religieux m'a rendu visite (나약해 빠진 인간의 마음을 가진 그들의 심리를 이용했지. 전염병과 방사능의 재앙 속에서 고난을 겪은 인류의 후예인 그들은 피난처를 떠난 이후, 그들의 강력한 지도자의 통치 하에 과거의 인류와 마찬가지로 행성계의 지배를 추구했지. 하지만 그 지도자를 잃고, 여러 파벌로 흩어졌을 때, 그 교주란 자가 나에게 접근해 왔다)."
  '교주' 라면 이전에 포흐를 '영원한 어둠' 이라 칭하며, 숭배해 마지 않던 자신을 '교주' 라 지칭했던 그 사람이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처음에는 포흐라는 존재가 케레브 족 사람들의 신상을 구분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어차피 자신의 먹이감에 불과했을 테니- 여기었지만, 적어도 교주라 칭한 존재만큼은 그에게는 다르게 보였던 모양.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고, 일단 그와의 문답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가 교주를 알아볼 수 있었는지 여부는 당장에는 중요치 않았다.
  "Il semblait que tu semblie utilises son esprit pressé, non? (그 자의 다급해진 마음을 이용한 것이었겠군)"
  "Sure. Il m'a dit qu'il me donnerait tout le sien si je pouvais apporter un pouvoir qui pourrait exterminer tous les humainesques sur cette planète. Et je lui ai demandé : Si tu peux donner tout le ton, ton peuple peut y participer." (그렇지. 그는 이 행성계에 있는 인류 같은 것들을 몰살시킬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주겠다고 나에게 말했었다. 여기서 내가 물었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줄 수 있다면, 그대의 백성들 역시 그러하느냐고 말이다)"
  "Lorsque les humains sont obsédés par quelque chose, ils puissent être irrationnels. Dans ces cas, ils pourraient accepter même les demandes extrêmes. (뭔가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지, 그런 경우에는 극단적인 제안에도 쉽게 응하게 될 수밖에)"
  "Exactement. Il ne savait pas ce que j'ai dit, mais il a décidé de suivre ce que je commande. Et il a mal jugé que ce devait être la façon dont lui et son peuple devaient aller pour tromper son peuple et lui-même enfin dans l'enfer noir. (그 말대로다. 그는 내 말을 알아듣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내 명령을 따르려 하였지. 그리고 그것이 그와 자신의 백성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 여기고, 그의 백성들을 검은 지옥으로 내 몰았지, 그리고 마침내는 그 자신마저도 말이다)"
  이어서 그 목소리는 기계적인 목소리를 계속 내어 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Leurs fragilités ne sont pas seulement les leurs, mais aussi celles de l'humanité du passé et de votre espèce à cette époque. Je poursais l'idéal du coprs de les machines d'extinction de l'humanité qui a répété des atrocités dans l'univers pas leur faiblesse et sont plus grossières qui même les cochons et expulsant le genre de cet univers (그러한 나약함은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과거의 인류, 그리고 지금 이 곳의 너희들도 갖고 있는 것이지. 나는 이런 나약한 주제에 행성계들에 만행을 거듭한 천박한 족속들, 개, 돼지만도 못한 한심한 족속과 그들에 예속된 생명체들을 이 행성계는 물론, 우주에서 추방시키고, 진정한 본연의 우주를 되찾는 기계 군단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인간을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여기고, 인간성을 우주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존재라면, 그것이 기계 병기라면 그렇게 여길만한 자들이 있기는 했다. 어쩌면 그 무리의 일부로 행성계에 숨어 있다가 본색을 드러내려 하였던 것일지도. 하지만 일행이 그 존재를 파멸시키면 더 이상 그 이상이란 것을 따라가지는 못할 터. 그래서 이러한 그의 장황한 발언에 이렇게만 답을 했다.
  "Mais ton plan doive se terminer ici et maintenant.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일 것 같군)"
  "L'a-t-il en effet? (과연 그러할까)" 그러자 그가 바로 되물었고, 이에 내가 바로 그의 물음에 바로 답했다.
  "En effet. Nous sommes arrivés jusqu'ici. Tu doives savoir ce que cela signifie assez. (그러할 수밖에.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텐데)"
  그러자 눈 앞의 기둥이 불꽃 색의 무늬를 그려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주변 일대로 붉은 빛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으로, 그 시점에서 자신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자 함이 그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불꽃은 잠깐 이글거릴 뿐, 금방 사그라들었다.
  "En effet. Je sais juste ce que vous avez été jusqu'ici. Mais, je me demande si vous pensez que c'est fini. (그렇고 말고. 너희들이 지금까지 행한 바를 모를 리 없지. 하지만 너희들이 이제 곧 끝이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Bien sûr, il te reste quelque chose. (그러할 수밖에, 아직 남은 것들이 있을 테니)"
  "Intelligents, mes amis. J'ai encore beaucoup de choses à vous montrer. Au début, il y avait des choses qui vous intéressaient, n'cest-ce pas? (과연 똑똑하군. 아직 보여줄 것들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우선 너희들이 궁금해 하던 것들이 있지 않았나?)"
  이후, 바닥의 안쪽이 열리면서-겉 부분에는 변화가 없었다. 투명한 겉 부분 내부에 검은 속 부분이 있었던 모양- 투명한 바닥 아래로 그 아래의 모습이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그간 밖에서 지켜 보았던 검은색으로 일관된 첫 인상과 달리 그 내부는 여러 부분에 장착된 핏빛 등불로 인해 무척 밝았다. '어둠' 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Quelle est ta intention de le montrer? (이것을 보여주는 저의가 뭐지?)"
  하지만 포흐의 대답은 없었다. 일단 조금 지켜봐야 하겠다는 생각에 시선을 바닥에 두고 바닥 너머로 보이는 것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 아래에 토카막(Tokamak)(*) 의 붉은 고리가 있어요! 아무래도 동력원인 것 같아요!"
  "보고 있어." 나의 왼쪽 옆에서 바닥에 앉아서 그 아래 쪽을 보고 있던 세나가 건네는 말에 바로 답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바닥에 시선을 두고, 그 바닥 너머 아래에 있는 것들을 보려 하였다. 세나가 말한 바대로, 바닥에는 검은 장치와 연결되어 있을 원기둥을 중심으로 원기둥형의 그 거대하기 이를데 없는 공간의 벽면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코일(Thari) 가 토러스(Torus)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 사이로 핏빛을 띠는 강력한 빛 줄기 다발이 꼬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고리, 토러스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플라즈마를 감싸는 코일이 플라즈마의 흐름을 제어하는 자석(Manya) 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플라즈마가 고리 형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었던 것.
  그 빛 줄기들이 토카막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플라즈마(Plasma, Vicamo) 였을 것으로, 코일 사이로 보이는 플라즈마가 얼마나 큰 에너지를 품고 있었는지 격렬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어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눈이 부실 것 같았다. 대량의 에너지를, 기계 장치의 작동을 위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을 거대한 그릇, 아마도 그것이 포흐의 진정한 '심장' 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물건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여주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 일단은." 한 동안 그 심장부로 추정되는 장치를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세나가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나는 바닥에 앉아서 에너지 원으로 시선을 향한 채로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무슨 의의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려 하는데, 그 때, 검은 장치에서부터 기계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Vous ne comprenez toujours pas l'intention? Je vous apprendrai plus alors. (아직도 그 의미를 모르겠나? 그렇다면 더 가르쳐 주지)"
  이후, 천장의 입구 부근, 왼편과 오른편에서 하나씩 거대한 검은 기둥이 내려왔다. 이 검은 기둥들의 각 끝에는 짤막한 검은 봉이 하나씩 달려 있었다. 잠시 후, 그 검은 봉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백색 잡음(=ayaßikh) 사이로 기괴하기 이를데 없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라르나 씨, 이 소리, 무엇일 것 같아요.....!?"
  소리가 들려올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를 향해 돌아서며 세나가 물었다. 끔찍한 소리에 기겁을 했던 세나가 묻는 동안에도 들려오던 소리가 무엇인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며, 나 역시 소름이 돋는 듯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인간의 비명 소리였다. 모든 성별, 여러 나이 대, 여러 성품의 사람들이 내는 비명, 아니 단말마가 마구 뒤섞이는 끔찍한 소리가 입구 쪽에 생겨난 기둥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능히 짐작되고도 남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들을 입에 함부로 담아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이 소리가...... 토카막 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요."
  "C'est le son de Tocamaque, n'est-ce pas? (토카막에서 울리는 소리겠군)"
  이후, 나는 검은 기둥을 바라보며 물었고, 이러한 나의 물음에 포흐는 "Exactement (그렇지)." 라고 음침하기 이를데 없는 목소리로 화답했다. 이후에도 그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동안 내가 포흐의 목소리를 전담하는 그 검은 기둥을 바라보면서 그 기둥을 향해 말했다.
  "Pourquoi entends-tu ce son? Penses-tu que nous aurons peur de cela? (이것을 들려주는 의미는 무엇이지? 우리가 그 소리를 듣고 놀랄 것이라 생각했나?)"
  "Ça ne doit pas l'être. (그럴리가)" 우선 포흐는 그렇게 화답했다. 그리고서 포흐는 아직 자신이 목소리를 내는 의미를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목소리를 내더니, 이어서 아직까지 자신이 그 목소리를 들려주는 그 의미를 아직 모르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어서 그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알리는 말을 건네었다.
  "C'est la voix de joie qui vient des humains qui ont consacré leur corps et leur âme. Ils ont volontiers consacré leur coprs et leur âme et maintenant, ils ne font plus qu'un en tant que parties de mon coeur et de mon énergie. (나에게 영혼과 육신을 바친 인간들이 내는 환희의 노래 소리다. 그들이 기꺼이 자신의 몸과 혼을 바치어, 이제 내 심장, 그리고 내 에너지로써 하나가 되어 있는 것이다)"
  "Ce doit être la voix de la douleur, peu importe comment je l'entends. (어떻게 들어도 고통의 비명 소리 아니던가)"
  그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간 지하 통로에서 본 것들은 '교주' 의 뜻에 의해 지하로 떨어진 자들의 공포를 드러내고 있던 수많은 낙서들이었고, 이들은 '영원한 어둠' 이란 이름의 괴물에 의해 잡아먹혔을 것이라 여기어지고 있었다. 이들이 '괴물' 에 의해 먹힐 때에는 한결 같이 고통스러운 단말마의 소리를 내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을 두고 포흐는 그 가련하기 짝이 없는 케레브 족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바쳐 그의 일부가 되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의도가 있다면 하나는 자신이 정말로 진실을 알지 못한 채로 그러할 것이라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임을 알면서도 일부러 자신이 그렇게 믿고 있는 양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저 기계 괴물이 내는 목소리는 어떻게 생각해 봐도 후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의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그 끔찍한 비명 소리를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고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포흐에게 실상이 무엇인지를 그렇게 말해 주었지만, 그러한 나의 말에 포흐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자기가 할 말만 이어가고 있을 따름이었다.
  "Oui, les choses les plus inférieures et les plus comtemptibles de la planète, l'univers maintenant en tant que parties des plus grandes choses de l'univers. Cela doit être la plus grande ascension de statut, n'est-ce pas? Maintenant, la gloire n'est plus pour les vies inférieures du passé et leur misérable gaspillages. Le jour où les héritages de la peau misérable du genre inférieur et plus loin, toutes les vies dans l'univers gagneront la gloire viendra. (그렇다, 행성 아니 우주에서 가장 열등하고 비루한 존재가 이 몸을 비롯한 우주의 가장 위대한 존재들의 일부로써 다시 태어난 것이지. 이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신분의 상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는 그 영광은 과거의 열등한 생물들과 그 비루한 부산물들만의 것이 아니리라. 이 행성에 뿌리를 내린 열등한 종자들의 비루한 껍질을 이어받은 자들, 더 나아가 우주의 모든 생물들이 그 영광을 차지하는 그 날이 오리라)"
  그러더니, 포흐는 그 이후로 이전보다 더욱 위협적인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Avant le jour glorieux, au début, vous serez les premiers sacrifices. Savourez le plaisir d'accepter la journée en premier. (그 영광의 날이 오기 전에, 우선 너희들이 그 첫 번째 제물이 되어 주어야 하겠다. 영광의 날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기쁨의 순간을 누릴 지어다)"
  "Presque vos armes sont devenues impossibles en fait, vous avez toutes perdu les vôtres. Mais que pouvez-vous faire de plus? (이미 당신의 공격 수단은 사실상 거의 모두 작동 불능이 되었어요.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 무엇을 더 하실 수 있다는 건가요?)"
  이러한 그의 발언에 세나가 바로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이미 바깥에서 승강구, 포대 등의 모든 장치들이 파괴되어 사용 불능이 되고, 중핵과 이어진 부분까지 파괴되어 자신이 안으로 들어온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여전히 위협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그 역시 어처구니가 없었던 모양. 이러한 그의 말에 포흐는 "Vous le saurez bientôt. (곧 알게 되리라)" 라는 한 마디 말을 남길 따름이었다.
  내부에 무언가 있는 것인가, 싶었지만 내부 일대를 둘러보니, 공격을 위한 장치가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투명한 바닥 아래에 보였던 토카막을 떠올렸다. 그리고서 나는 바닥 아래에 비추어지는 다시 겉 용기 부분이 서로 결합되어 그간 보였던 핏빛 고리와 전자석 고리를 덮으려 하는 모습을 잠깐 보면서 그 동력원을 포흐가 공격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력원인 토카막의 에너지를 폭발시키겠다는 건가......!'
  동력원을 폭주시켜서 그 폭발이 나와 세나는 물론, 그 폭발이 몸체 바깥으로 터져 나오도록 함으로써 몸체 바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두 사람까지 폭발에 휩싸이도록 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러한 전망을 하고서, 나는 처음에는 고작 4 사람을 없애 버리겠다고 목숨을 버리겠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죽겠다는 생각을 아직까지는 하지 않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몸체를 폭파시키면서 자신의 '혼' 이 담긴 그릇은 탈출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이려 하는 것임에 틀림 없었다.
  이후, 아무튼 얼른 나가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서 세나를 부르려 하는 그 때, 갑작스럽게 주변 일대가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어두컴컴했던 내벽 곳곳에서 격렬히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내벽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지금껏 끔찍한 목소리를 들려주던 기둥형 장치들은 바로 부서지고 불길에 휩싸인 그 파편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즉시 여기서 나가야 해요!!!"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얼른 여기서 나가야 해!!!"
  주변 일대의 격렬한 진동에 다급해진 세나의 외침에 나 역시 알고 있었다고 화답하고서 들어왔던 곳을 찾아 그 문 앞에 이르렀다. 이후, 세나는 자신의 몸에 생긴 환수의 날개를 펼치고서 자신이 앞장설 테니, 잘 따라와야 한다고 외치면서 포흐의 검은 기둥을 등지는 방향으로 돌아선 다음에 먼저 문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하고, 이에 나 역시 그런 그를 따라 뛰어 나아가다가 문의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문을 향해 뛰어 나아갔다. 다행히도 세나는 그런 나와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 주었고, 세나의 두 날개에서부터 빛의 실이 생성되어 나를 감싸면서 그로 인해 세나를 따라 비행을 이어가며 붉은 무늬들로 가득차게 변해버린 통로를 따라 바깥 쪽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주변 일대에서는 격렬한 진동이 이어지고, 내벽에서부터 쇳덩어리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내벽의 어두운 색 때문에 잘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이는 필경 그 내벽이 갈라지는 소리였다. 몸체의 붕괴가 멀지 않은 것이었다.
  "몸체의 붕괴로 끝은 아닐 거예요! 어서 나와서 바깥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바깥에서도 분명 일이 있겠지. 그래서 바깥 쪽에서도 위험 상황이 왔음을 이미 직감하고 대비하고 있을 거야."
  그러는 동안에도 벽면의 상황이 무척 궁금했지만, 다른 무언가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진짜 붕괴까지는 아직 유예가 있기는 했겠지만, 붕괴로 끝날 일이 아닌 만큼, 가능한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르사나! 세나!!!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밖으로 나오고, 다시 고리형의 발판에 이르자마자 나를 향해 카리나가 급하게 뛰쳐 왔다. 그리고서 그는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다면서 "따라와!" 라고 다급히 외치며 자신이 먼저 발판의 왼쪽 부분을 향해 나아갔다. 그 일대에는 나에티아나 그리고 그가 마련해 놓았을 글라이더 3 대가 비치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전에 쓰인 그 글라이더들과 달리 날개 양 옆 부분의 안쪽에 1 문씩 포가 장착된 녹색, 보라색, 파란색 글라이더들을 향해 카리나, 나 그리고 세나가 다가갈 무렵, 나에티아나가 나에게 말했다.
  "어서 이 글라이더들을 타세요!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야 해요!"
  이에 먼저 글라이더들 앞으로 다가온 카리나가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곧바로 자신의 우측에 보이던 파란 글라이더를 택해 그 글라이더에 탑승해서는 비행을 개시하였고, 이어서 나 역시 글라이더에 탑승해 바로 피행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세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녹색 글라이더에 탑승했다. 세나는 환수를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세나와 별개로 자신도 글라이더의 화력을 더하고 싶다고 하여 미리 요청을 하였고, 그리하여 나에티아나가 세나의 몫까지 마련해 주었다고.
  이륙을 준비하는 동안 포흐의 몸체가 굉음과 함께 격렬히 진동하고 그 검은 몸체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균열을 통해 붉은 기운이 표출되면서 격렬히 진동하는 그 몸체가 붉은 무늬로 가득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바닥 역시 격렬히 흔들리면서 갈라지고 있어서 비행을 준비하는 동안 잠시 앉아있어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지면이 계속 흔들리면서 위험도 많았지만, 어찌어찌 글라이더에 탑승 후, 이륙까지 무사히 해내고 난 이후, 나는 가능한 출력을 높여서 글라이더가 빨리 지면에서 이탈하도록 하였고, 카리나, 세나의 글라이더가 그 뒤를 따라 상공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렇게 세 글라이더들이 일제히 날아 오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에티아나는 그간 자신이 앉아있던 격렬히 진동하던 지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어나고서 바로 날갯짓을 개시, 세 글라이더들을 따라 상공의 높이 보이는 빛-아마도 그 바깥의 빛일 것이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에티아나가 이륙을 행하고 지면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졌을 무렵, 포흐의 몸체에서부터 화염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몸체의 외부까지 부서져 가기 시작하면서 갈라진 틈에서부터 붉은 빛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몸체의 붕괴가 시작된 것이었다.
  "대체 왜 이런 자폭을 행하려고 한 거야, 저 괴물은!?"
  어느 정도 지면 그리고 포흐의 몸체와 멀리 떨어지게 된 이후, 상공의 한 곳에서 멈춰 있는 동안 서쪽 상공에 있었던 카리나가 물었고, 당시 남쪽 방향에 있었던 내가 그 물음에 답했다-당시 나에티아나는 동쪽 부근에 있었으며, 세나는 내 곁에 머무르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버리려고 한 거야."
  "그래?" 이에 카리나가 놀라면서 묻자, 나를 대신해 세나가 "아르사나 씨 말씀대로예요." 라고 화답하고서 이어서 카리나에게 말했다.
  "아르사나 씨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자신의 혼-아마도 두뇌 장치-이 담긴 '그릇' (역할을 하는 장치) 을 탈출시키고, 남은 부분은 모조리 폭파시킬 생각이라고. 아무래도 자신의 몸체를 폭파시켜서 자신과 대립하는 모든 것들을 사멸시키고, 지상으로 나와서 새로운 '육체' 를 찾으려 하는 것 같아 보였어요."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육체를 찾아서는 지상의 생물들을 멸종시키겠다, 이런 판단을 내렸으려나."
  "그랬겠지." 이후, 카리나가 건네는 말에 내가 바로 그렇게 화답했다. 이에 카리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지상으로 올라가게 둘 수 없다고 말하고서, 그 전에 처단해 버리자고 청했지만, 나에티아나가 지상으로 올라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이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었다.

  한편, '영원한 어둠' 이라는 이명을 가졌던 기계 병기 '포흐' 의 몸체의 중단 부분-일행이 구멍을 뚫고 들어간 부분-에서부터 장갑이 깨지고 폭발 화염이 깨진 장갑에서부터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어 상단에서도 폭발과 함께 화염이 터져 나오고, 그 폭발은 마침내 몸체의 하단에까지 이어지려 하고 있었다. 동력원이라 할 수 있었던 거대 토카막은 몸체의 하단 쪽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동력원인 핵융합 장치까지 폭파될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 만약에 몸체의 하단, 그 장갑을 뚫고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으면 포흐의 동력원인 토카막을 직접 노릴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장갑이 너무 두꺼웠다. 그 장갑을 전부 뚫으려면 중단 부분의 모든 공격 장치들을 파괴하고 그 내부 장갑에 구멍을 뚫을 수 있을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이후, 나는 카리나에게 '영원한 어둠' 이라 칭해진 괴물은 실제로는 '포흐' 라는 이름의 거대 기계 병기였으며, 그 내부, 그러니까 몸체의 하단 안쪽에 '토카막(Tokamak)' 이라 칭해지는 거대한 핵융합 발전 장치가 가동되어 동력원으로 활용되고 있었음을 밝혔다.
  "토카막이 핵융합 장치이겠지? 이것이 폭파된다면......!"
  "그게 폭파되면 저 '어둠' 의 몸체는 물론이고, 그 몸체가 자리잡은 일대 전체가 폭발에 휩싸이게 될 거예요."
  카리나가 건네는 말에 나에티아나가 바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미 일행은 어느덧 포흐의 몸체가 자리잡은 곳에서부터 이미 멀리 떨어진 상공 일대까지 글라이더를 타고 올라가 있었고, 그래서 폭발의 위협에 바로 노출되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그런 그를 보면서 세나가 나에티아나에게 말했다.
  "나에티아나 씨, 걱정 말아요, 폭발에서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점에 있을 거예요, 우리."
  그리고서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나에티아나가 갖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나에티아나는 "있어요." 라고 화답하더니, 이어서 일행의 가운데 쪽으로 나아가서는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면서 말했다.
  "보여 드릴게요." 이후, 나에티아나는 앞으로 내민 두 손을 양 옆으로 벌리더니, 두 손에서부터 빛을 생성하기 시작, 무지개색을 내는 빛이 거대한 원형 고리를 생성하더니, 그 고리에서부터 무지개색을 띠며 빛나는 유리판 같은 하나의 장막을 생성했다. 그 장막은 일행의 바로 아래에 자리잡은 포흐의 몸체와 몸체를 둘러싸는 발판 그리고 그 주변 일대를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멀리서도 그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다.
  그 마법의 장막은 몸체의 모든 부분이 폭발해 불꽃을 터뜨리는 포흐의 검은 몸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몸체 일대는 폭발의 여파 때문인지 격렬히 진동하고 있었기에 발판 위에 계속 서 있었다가는 그 격렬한 진동으로 인해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진동이 더욱 격렬해지더니, 이어서 몸체의 중단 부분에서부터 거대한 폭염이 굉음과 함께 터져나오기 시작하고, 이어서 몸체의 하단에도 이전보다 더욱 큰 폭염이 터지기 시작했다. 몸체 하단의 폭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시계 방향으로 잇달아 폭발이 터져나와 몸체의 하단, 그 가운데를 불의 고리처럼 두르고, 이어서 그 '불의 고리(Vyragnia)' 에서부터 다시 더욱 큰 폭발이 발생해 불꽃과 빛 그리고 충격파를 굉음과 함께 터져 나오면서 그 불꽃과 파동에 의해 포흐의 몸체, 그 하단이 휩싸이기 시작했다.
  몸체 안에서 발생한 폭발이 포흐의 몸체 하단, 그 외장을 덮치기 무섭게, 몸체의 중단과 상단 부분 역시 잇달아 폭발에 휩싸여 부서져 가려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여파로 그 주변 일대에 떠 있었을 검은 발판 역시 조각나고 부서지면서 주변 일대의 검은 호수가 있는 일대로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몸체의 모든 부분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간 일대를 아우르는 굉음이 공간 전체를 뒤흔들 진동과 함께 일어나더니, 포흐의 몸체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폭발이 밝은 주황색 빛과 열기를 격렬히 퍼뜨리는 모습이 나에티아나가 비추는 장막에서부터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빛이 공간 전체를 뒤덮으면서 막을 통해 새하얀 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카리나가 나에티아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 상을 비출 이유가 없음을 알렸고, 이에 나에티아나는 다급히 빛의 장막이 그의 두 손에서 사라지도록 하였다. 그러는 동안 폭발에 의해 발생한 열기는 주변 일대의 호수 위 상공 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 일대의 지면까지 퍼져 나아가면서 폐허가 된 건물들을 폭파시키고 있었다. 심지어는 호수의 표면에서도 불길이 붙고 있었으니, 호수의 표면에 떠 있는 물질에 불이 붙었을 것이다.
  굉음과 함께 발생한 진동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일행이 떠 있던 상공의 공기마저도 격렬히 떨렸고, 그 갑작스럽게 다가온 떨림에 놀랄 지경이었다. 늘 상공을 비행하고 있던 나에티아나는 크게 놀라지 않은 듯해 보였으나, 카리나는 꽤 놀란 듯해 보였다.
  "카리나, 많이 놀랐어?"
  "아니, 별로." 그러면서 카리나는 나에게 나는 소름이 끼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물론 나는 그러하지는 않았다.

  주변 일대의 공기까지 떨릴 정도의 폭발 이후, 모든 것을 뒤덮은 열기가 퍼져 나아가는 동안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져 나오면서 포흐가 자리잡은 그 일대에 다시 한 번 폭발이 터져 나오고, 그와 함께 그 폭심지에서부터 무언가가 튀어나와 일행이 있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밝은 주황색을 띠며 빛나는 일대에서 마치 그 빛과 대비를 이루는 듯한 암흑 물질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에티아나는 다급히 공간의 남쪽에 있던 세나의 바로 곁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거의 다 왔어, 진짜로 끝을 보자고." 그 광경을 보고 나는 서쪽 건너편에 있던 카리나에게 청했고, 이에 카리나는 "좋아." 라고 바로 답했다. 그러는 동안 사람의 크기만한 암흑 물질 덩어리는 급속도로 떠올라 어느덧 일행의 바로 앞까지 도달하려 하고 있었다.

  그 무렵, 내가 왼팔에 차고 있던 팔찌가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그간 내가 듣지 못했던 목소리가 나에게 알렸다.
  "아르사나 씨, 들리나요? 오랜만이에요, 에오르 린(Eor Lin) 이에요!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 간단하게만 말씀 드릴게요! 혹시 '영원한 어둠' 이 두뇌 장치가 자리잡은 '핵(Nuklea)' 만 남아서 밖으로 나가려 하면, 밖으로 나가게 놓아 두세요! 그 대신 그 '핵' 을 따라 밖으로 나가실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영원한 어둠', 포흐가 자리잡고 있던 곳은 소 피라미드가 자리잡은 가장 깊은 곳이었고, 따라서 그 핵-두뇌 장치가 자리잡은 '그릇' 을 의미하는 말로 이후로는 '핵(Nukela)' 이라 칭한다-이 지상으로 올라간다면 소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부터 나오게 되기 마련이었을 텐데, 아무래도 에오르 린을 비롯한 바깥의 사람들이 그 소 피라미드에서 포흐의 핵이 나올 것을 염두하고 작전을 마련한 것 같았다.
  "저 핵을 바깥에서 처치하려 하는가 봐요."
  "같은 생각이야." 이 무렵, 세나가 바깥의 사람들이 핵을 바깥에서 처치하려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이미 비슷하게 그들의 의향을 짐작하고 있던 내가 동감한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포흐의 핵이 밖으로 나가게 놓아두되, 계속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고서, 행여 공격이 이어질 수 있으니까,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서 세나에게 말을 건넸다. 이후, "알았어요." 그렇게 세나가 화답을 할 무렵, 포흐의 핵을 감싸고 있었을 어둠의 물질에서부터 검은 탄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포흐의 핵은 우선 서쪽, 동쪽 그리고 남쪽 방향으로 10 여의 칼날 모양을 이루는 탄들을 부채꼴 형상의 대형을 이루도록 하면서 날려 보냈고, 일행이 이들을 피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 이후에 바로 검은 줄기들을 하나씩 발사해 나아가려 하였다. 발사된 줄기들의 수는 어림 잡아 볼 때 대략 30 여 정도로 처음에는 북쪽 방향에서부터 날아가다가 반 시계 방향, 그러니까 서쪽 방향, 남쪽 방향, 동쪽 방향의 순으로 줄기들을 쏘아 보냈다. 이들은 곡선을 그리면서 일행의 위치를 추적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지만 추적은 단 한 번만 행하였기에 한 번 피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두 번의 공격 시도 모두 실패로 끝난 이후, 포흐의 핵은 그 다음으로 자신이 위치한 8 방향으로 하나씩 검은 줄기를 발사하고, 이어서 자신이 위치한 그 남서쪽 방향 일대로 50 여의 작은 미사일들을 흩뿌려서는 이들이 폭발을 일으키도록 하기도 하였지만, 그 때마다 일행은 공격 범위를 벗어나도록 움직이고 있어서 이들의 공격에 늘 무사한 상태로 있을 수 있었다.
  포흐의 핵은 점차 빠른 속도로 높이 보이는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자신이 위치한 그 위쪽으로 몇 발의 암흑탄들을 발사해서는 그 암흑탄들이 불덩어리와 같은 형상을 이루며 자신의 주변 일대를 향해 낙하하도록 하는 공격을 행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일행이 위치한 높이에 이르자마자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했는데, 그 폭발 범위가 사람의 키, 그 3 배에 이를 정도라서 나름 위협적이었다.
  이러한 공격들을 피해 가면서 나와 카리나는 수시로 자신들의 위치를 바꾸고는 하였는데, 그러다가 포흐의 핵이 잠시 공격을 멈추었을 즈음에는 세나와 나에티아나는 핵의 남서쪽, 카리나는 동쪽, 그리고 나는 남동쪽 부근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행에게 위협을 지속적으로 가하면서 위로 올라가던 포흐의 핵은 멀리 보이던 빛이 상당히 크게 보이기 시작할 무렵, 그 핵이 갑자기 기운을 모으기 시작하더니, 그 기운에서부터 빛이 자리잡은 방향으로 검은 기둥을 분출, 그 기둥이 빛을 궤똟도록 하였다. 빛을 지난 이후, 검은 기둥이 무언가를 폭파시키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일행이나 주변 일대에 피해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그 암흑 기둥이 소 피라미드를 궤뚫고 바깥으로 나왔을 것임이 분명했기에 바깥 상황이 다소 우려가 되기도 했다.
  "혹시 바깥에 계신 분들께서 맞으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바깥에 계신 분들 중에 그렇게 무르신 분들은 없으실 거야, 큰 문제는 없겠지."
  이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카리나가 우려의 생각을 드러내는 물음을 건네었지만, 나는 별 일 없을 것이라 바로 답했다. 그러다가 검은 기둥이 사라질 무렵, 그 검은 기둥이 지나친 부분마다 포흐의 핵을 감싸는 기운의 크기만큼의 구멍이 뚫렸기에, 그 구멍을 통해 포흐의 핵이 빠르게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후, 포흐의 핵은 자신이 위치한 그 주변 일대로 칼날 모양의 검은 탄들을 난사하면서 일행에게 위협을 가했고, 그 때만큼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포탄들을 피해가야 했기에 다른 것에 생각을 돌릴 여유조차도 마련할 수 없어서 포탄들을 피하는 데에만 집중을 해야 했다.
  한편, 포흐와 그 포흐를 둘러싸는 어둠의 기운이 가하는 공격을 피해가는 도중에 잠시 바닥 쪽으로 시선을 향할 때가 있었다. 그 몸체의 폭발이 발생한 여파는 여전히 그 일대에 남아 있어서 포흐의 몸체가 자리잡고 있던 곳과 그 주변 일대의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불길에 모든 것이 휩싸인 바닥 일대를 잠시 보고 난 이후, 다시 포흐의 핵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 할 무렵, 갑자기 포흐의 핵, 그 남쪽에 있던 나에티아나가 급하게 일행에게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바닥 쪽에서 빛들이 올라오고 있어요!"
  그 외침에 다시 바닥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할 무렵, 나에티아나가 알린 바대로, 그 불길에서부터 자그마한 새하얀 빛들이 빛의 꼬리를 그리면서 날아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었지만 곧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공간 곳곳에서부터 마치 비가 오는 풍경을 거꾸로 보여주는 듯이 쏟아져 올라오던 빛 무리들은 나를 비롯한 일행의 근처에 이르면서 그 속도가 느려지면서 자그마한 별빛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별빛들은 공간에 널리 퍼져 있었고, 따라서 나 뿐만이 아니라 카리나, 세나 그리고 나에티아나의 곁에도 머무르려 하고 있었으니, 그 별빛들이 보이는 모습이 마치 그들이 일행을 따르려 하는 것 같았다.
  "영혼들이에요." 이후, 그 광경을 남서쪽 방향에서 나에티아나와 함께 보고 있던 세나가 말했다. 그리고서 그는 토카막의 폭발과 함께 토카막에 의해 결박되어 플라즈마가 되었던 영혼들이 본래 상태로 돌아와 나를 비롯한 일행의 곁에 머무르려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혼들이라고? 토카막에서 나왔다고?"
  이에 카리나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근처에 있던 세나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세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광경을 보고 내가 나서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내가 세나를 대신해서 카리나에게 무슨 말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려 하였다.
  "토카막은 너도 들어서 알고 있을 거야, 각종 증기들을 플라즈마화한 이후에 그 열기를 이용하는 장치라고. 본래는 수증기라든가, 각종 물질의 증기를 활용하는 것이 토카막인데, 이 녀석의 토카막은 그렇지 않아, 그 원료라는 것이......."
  "영혼이라는 거야?" 내가 하는 설명에 카리나가 다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자 카리나는 조용히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런 게 실제로 있었구나...... 영혼을 물질화해서 플라즈마의 원료로 삼는다는 토카막....... 당연히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그런 이야기는 괴담이나 전설로만 전해지고 있었는데, 그 실체가 방금 전까지 저 바닥에 있었다는 것이잖아, 그렇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방금 전까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밑바닥에 있었다는 사실에 카리나는 꽤 경악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참 놀라는 표정을 짓고난 이후, 카리나는 심각한 표정을 계속 짓고 있으면서 그렇다면, 이외에도 영혼들을 이용하는 그러한 기계 병기 등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했고, 이에 나는 그러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영혼들을 이용하기 위해 희생자들을 계속 찾아내려 하고 있을 것이라 이어 내가 추측한 바를 드러내기도 했다.
  "....... 가능한 다 찾아내서 제거해야 하겠지?"
  "그러하겠지." 이후, 심각해진 목소리로 건네는 물음에 내가 바로 답했다. 이후, 나에티아나가 물었다, 그 영혼들 중에는 이전까지 '영원한 어둠' 의 제물이 되어 희생당한 영혼들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 그 질문에 카리나가 바로 그러할 것이라 화답하고서,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르사나가 저 '어둠' 을 처치하는 것을 그들이 바라고 있을 거야, 저 '어둠' 이라는 괴물보다도 차라리 아르사나가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 이후, 포흐의 핵이 다시 공격을 이어가기 시작하니, 여러 방향으로 검은 탄들을 흩뿌려 그로써 자신의 바로 앞에 모여 있는 일행을 위협하려 하였지만 일행은 어떻게든 그 탄들을 막아내거나 피해내려 하였으며, 일행이 받은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다가 포흐의 핵이 소 피라미드의 푸른색 빛을 발하는 1 층의 중앙 구역을 지나갈 무렵, 8 방향으로 검은 줄기가 방출되어 일행을 위협하고 난 이후, 포흐의 핵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험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가 일행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Vous m'avez conduit jusqu'ici. Toutefois, C'est juste le commencement. Il y a encore beaucoup de choses pour mon vaisseau. Au début, je posséderai la chose comme mon vaisseau et récupérerai mon pouvoir. Per cela, je ferai que tout dans ce monde soit la puisaance de mon et du corps des machines...... (잘도 여기까지 나를 몰아 넣었다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 세상에는 나의 그릇이 될 만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지, 우선 내 그릇이 될 만한 존재를 차지해 새로운 나의 힘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로써 온 세상의 모든 것이 우리 기계 군단의 힘이 되도록 할 것이야......)"
  "Ça ne marchera pas, tu monstre.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이 괴물 자식)" 이에 카리나가 싸늘하게 목소리를 내어 받아쳤다. 그리고서 포흐의 핵을 바라보며 더 말을 이었다.
  "Nous te surveillons pour le moment. Mais, gardes cela à l'esprit : Tu vois la première lumière sur terre, et ce sera ta dernière lumière. (지금은 너를 지켜보고 있기는 하지만, 명심하고 있어, 네가 지상에서 보는 처음의 빛이 너의 마지막 빛이 될 거야)"
  그 이후로는 포흐의 핵에서는 어떠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 검은 탄환들의 대열이 계속 일행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고, 그 때마다 그 틈을 따라 피해가기를 반복하며 지상으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지상 쪽으로는 포흐의 핵이 어둠의 줄기를 방출해 천장을 뚫어서 생긴 틈에서 나온 빛이 어둠을 비추고 있었으며, 포흐의 핵은 그 빛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이 영혼들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포흐의 탄환들을 피해 가면서 소 피라미드의 2 층 상공에 이르렀을 무렵, 세나가 나에게 말했고, 이에 내가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세나는 그 물음에 그저 "곧 아시게 될 거예요." 라고 답할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자신의 허리띠에 꽂아 두었던 검을 다시 꺼내 자신의 오른손에 들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그 검이 방금 전에 말한 바와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무렵, 그간 조용했던 나의 팔찌에서부터 다시 한 번 에오르 린(리아?) 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는 나에게 이렇게 알리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검은 기둥 하나가 피라미드의 천장을 뚫는 광경이 보였어요!"
  그러더니, 그는 곧바로 나에게 이제는 포흐의 핵보다도 먼저 밖으로 피라미드 밖으로 나오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내가 따라가지 않고, 먼저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맞냐고 묻자, 린의 목소리가 바로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이어서 이렇게 자신의 뜻을 강조하는 말을 건네었다.
  "가능한 빨리 밖으로 나와야 해요, 서둘러 주세요!"
  "알았어요." 이에 나는 알겠다고 답을 하고서 근방에 있던 카리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서둘러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외치고서 포흐의 핵이 도달하기 전에 일행이 모두 상공에 이르러야 하는 것 같다고 린이 전달한 바에 대해 카리나 등에게 알려 주었다.
  "그렇다면 굳이 저 덩어리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는 거지?"
  이에 카리나가 바로 그렇게 물었고, 이에 내가 "그렇지." 라고 바로 답을 하자, 카리나부터 "알았어, 그러면 먼저 위로 올라가 있을게!" 라고 외치고서 글라이더에 속력을 내어 피라미드에 구멍이 뚫려 생긴 빛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했고, 뒤이어 나에티아나 역시 "먼저 갈게요." 라고 말하면서 날갯짓을 이전보다 격렬히 행하면서 그를 따라 나섰다. 이후, 세나가 나에게 "자아, 서둘러 가도록 해요." 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이에 나는 다른 말 없이, 그런 세나가 당부한 바대로, 먼저 올라간 두 사람을 따라 글라이더에 속도를 내어 카리나를 따라 포흐의 핵을 지나쳐서는 피라미드의 천장에 뚫린 구멍 너머로 비추는 빛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소 피라미드는 5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에오르 린이 가능한 빨리 피라미드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을 전달한 이후로 최대한으로 글라이더를 가속해 올라가면서 3, 4 층 구역을 금방 지나쳐 나아가고 있었으니, 포흐의 핵에 의해 구멍이 난 5 층의 최상층부에 이를 때까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소요되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리하여 글라이더의 최대 가속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상층부의 천장에 뚫린 구멍을 이용해 한 명씩 구멍 난 천장을 통해 하나씩 밖으로 나왔다. 아직 하얀 구름에 뒤덮인 하늘, 그리고 그 아래로 자리잡은 산, 유적지와 더불어 바깥 공기와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카리나, 나에티아나가 먼저 가속해 앞질러 나아갔으나, 나와 세나 역시 가속을 이어가면서 5 층에 이를 무렵에는 거리가 완전히 좁혀졌으며, 그리하여 바깥에 나갈 즈음에는 나와 카리나 그리고 세나와 나에티아나 순으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티아나가 밖으로 나왔을 무렵, 나를 비롯한 일행을 따라 나아가고 있던 별빛들, 즉 영혼들 역시 다시금 유성처럼 꼬리를 그리면서 일행을 따라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 중 대다수가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그들 중 다수가 나를 따르고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영혼들의 빛이 아르사나 씨를 따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가......" 확실히 그 무렵, 나의 주변 일대에 가장 많은 빛들이 모여 있었던 모양으로 그래서인지 내 주변 일대 그리고 세나, 나에티아나 등의 주변 일대는 보이는 광경에 뭔가 다른 느낌이 있었다.
  "세나, 영혼들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었지?"
  일행 모두가 피라미드 밖으로 나온 이후, 그 일행의 뒤를 이어서 영혼들의 빛이 나를 비롯한 일행을 따라 피라미드 밖으로 나올 무렵, 내가 세나의 곁으로 다가가서 이전에 그가 영혼들의 힘에 관해 말한 바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세나는 "그럼요." 라고 자신이 그렇게 말했음을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의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때가 되면 그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저 분들의 힘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예요."
  그러더니, 그는 이전보다 더 진지해진 목소리로 "어쩌면......" 이라고 우선 말을 건넨 이후에 이어서 나에게 에오르 린이 포흐의 핵보다도 먼저 밖으로 나오라고 한 것에 대해 이렇게 자신이 추측한 바를 나에게 말하기도 했었다.
  "어쩌면, 린 씨께서 밖으로 나오라고 당부를 하신 것은....... 지금 저희들을 영혼들이 따르고 있음을 알아차리셔서 그러한 것일지도 몰라요."
  "정말일까?"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추측이기는 했다, 모종의 빛이 따르고 있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있었다면 셀린이나 린, 리아 자매 역시 그것들을 어떻게든 이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그들이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지 여부, 그것들이 영혼인지를 알 수 있을지 여부를 아직 알 수는 없었기에, 마냥 세나의 추측을 믿어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우선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소 피라미드의 근방 상공에 이르려 하였다. 소 피라미드가 위치한 상공 일대에는 이미 수많은 글라이더들이 원형 대열을 이루며 자리잡고 있었으니, 마치 소 피라미드에서 나오는 존재를 포위 집중 사격을 행하여 격추시킬 기세로 모여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아르사나 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빨리 우리 대열 쪽으로 와요!"
  우선 나와 통신을 했던 에오르 린(리아?) 의 목소리가 왼편에서 들려왔고, 이어서 에오르 자매의 우측 부근에 머무르고 있었던 셀린이 나에티아나를 보자마자 바로 이렇게 외치며 자신의 곁으로 그가 오도록 하고 있었다.
  "나에티아나 님! 이 쪽이에요, 어서 이 쪽으로 와요!!!"
  그리하여 나에티아나는 나와 카리나 그리고 세나와는 반대쪽 대열에 있는 린, 리아 자매 그리고 셀린의 곁에 있게 되었다. 주로 나와 세나 주변에 빛들이 모여있는 광경이 보이고 있기는 했지만, 그 존재를 린, 리아 자매 그리고 셀린은 아직 그 존재를 의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 무렵, 소 피라미드가 위치한 상공 일대에서는 많은 수의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글라이더들이 소 피라미드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 수는 좌우 각각이 수십여 기에 이르렀던 모양. 그 모습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셀린이 전한 말에 의하면 소 피라미드의 바로 아래에 '어둠의 존재' 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이름은 'Fort le Nettoyeur (포흐 르 네토이흐)' 로서, '어둠의 존재' 는 스스로를 '정화자' 로 칭하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그 존재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일행이 그 몸 속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알게 된 바와 거의 일치하는 바였다-.
  "그 존재는 위기 상황이 찾아오면 포격을 통해 소 피라미드의 바닥을 뚫고 밖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둠의 존재' 가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 여긴 때에 가능한 많은 분들을 이 곳으로 불러드려서 이 곳에서 모두 대기하라고 말씀을 드린 거예요."
  이후, 셀린은 '어둠의 존재', 포흐가 위기 상황에 몰리면 포격을 통해 건물의 바닥과 천장을 뚫고, 밖으로 빠져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음을 밝히다가 포흐의 핵이 자신들이 모인 일대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밝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제 그 때가 오지 않았나 싶네요."
  "그렇다면, 너는 지하에 있는 '어둠의 존재' 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거야?"
  "그럼요." 어둠과의 싸움이 일행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무작정 예상하고 있었을 법한 그의 목소리에 내가 놀라면서 물었다. 아무리 나를 비롯한 이들이 능력 있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일행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마냥 장담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판단이었기에. 그래서 나는 셀린에게 진심으로 놀라면서 물음을 건네게 되었던 것. 이러한 나의 물음에 셀린이 바로 답했다.
  "그것이야, 나름의 방법이 있는데....... 지금은 그것을 설명할 시간이 아니라서 상황 이후에 설명할게요!"
  셀린에게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는 모양으로 그것에 대해서는 모든 상황이 종결된 이후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포흐의 핵이 밖으로 나올 시점에 이르렀으니, 그것에 대해 설명을 이어갈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피라미드의 천장이 생긴 구멍의 안쪽에서부터 밖을 향해 일직선 상의 궤적을 그려가며 떠오르고 있던 검은 덩어리, 포흐의 핵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던 포흐의 핵이었지만 건물 밖, 상공에 이르고 난 이후로는 그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있었다. 마치 풍선이 떠올라 가는 듯이 검은 덩어리는 천천히 상공을 떠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포흐의 핵이 검은 덩어리와 함께 글라이더들이 모인 그 높이에 이르고 있는 동안, 세나는 자신의 글라이더가 포흐의 핵을 향하도록 한 채로 자신의 왼손을-마치 영혼들을 모으려 하는 듯이- 앞으로 내미는 채로 주문을 외고 있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는 주문이라 조금이라도 세나와 거리를 두고 있으면 잘 들리지 않을 법도 했지만 당시의 나는 세나의 왼편 곁에 있었기에 그가 외는 주문이 들렸다.

  고통받아 한 맺힌 영혼들이여,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그 한을 풀려 한다면, 다시는 그대들과 같은 자들이 없기를 원한다면, 나의 부름에 응할 지어다 :
  그대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나 여기 있으니, 그대의 적이 바로 나의 적이요, 그대의 한이 바로 나의 한이로다. 나 이제 그대들을 해친 어둠의 존재를 멸하고자 하나니, 그대들의 빛이 어둠을 기를 꺾으면, 내가 그 어둠을 응징함으로써, 그대들의 한을 풀고, 의를 실현하리라.

  Afimdy yha sl-afim'l sayuin nëßdrya, nai vocal tethasi ihan? Es nokh nokhï sl-afim'l flis sifa, es nokh nokh srain yidr nas'l sifa, nai wurul daimala :
  Nokhï ælysordr'l teth miy na -yojiye -üßa, nokhï arwesa nai arwesa is, nokhï sl-afim nai sl-afim is. Na nokh'l jukhita admay gac'l ghot ani-ilatila. es nokhï vica admay jil lezoya, na -ë admay gac'l kastisij yekho, nokhï sl-afim'l flis'a, lyris'l lüdaila.

  그리고 그 주문의 영창이 끝날 무렵, 일행의 곁에 모여 있던 빛들이 세나의 곁에 모이기 시작했다. 세나가 위치한 그 앞쪽에 수많은 별빛들이 모여 있으면서 그가 위치한 일대에 환한 빛을 생성하고 있었다. 이렇게 빛 무리가 모여 하나의 환한 빛을 생성하니, 그 모습이 다른 이들의 눈에도 띄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건너편에 있는 이들 역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세나 씨라고 하셨던가요? 갑자기 무슨 빛이......."
  "이 빛이 무엇인지는 일이 끝나고 나면 알려 드릴게요! 우선은 앞으로의 일에 집중해 주세요!"
  건너편에 있던 경비대원들 중 한 명의 물음에 세나가 바로 그렇게 답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포흐의 핵과 그 핵을 감싸는 어둠의 덩어리가 경비대원들의 글라이더들이 모인 그 앞에 이르고 있었다. 글라이더들의 무리에 둘러싸인 채로 어둠의 덩어리는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서 잠시 후, 기계적인 목소리가 그 덩어리가 위치한 일대에서 마치 그 일대에 자리잡은 글라이더들, 그리고 글라이더에 탄 이들을 도발하는 듯한 거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Oh, ceux qui snot retournés à l'extérieur ne devraient pas dire quelle existence je suis. (아아, 밖으로 나온 녀석들이 이야기를 해 주지 않은 것 같군,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야)"
  하지만 그렇게 말한 주제에 정작, 이전에 그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지라,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절로 비웃음이 나왔다, '알려준 적이 있기는 하나?' 라는 말과 더불어. 그러는 동안 그로부터 계속 거만한 어투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Alors, laissez-moi vous dire cela directement : Vos armes vulgaires ne peuvent jamais ne faire de mal! Je suis -L'Invincible-, ça veut dire! Comment osez-vous penser que les dépendents des infériorités du passé comme vous peuvent me gagner qui est parfaitement noble? (그렇다면 내가 친히 너희들에게 알려주지. 너희들의 그 하찮은 무기들 따위는 나를 결코 해칠 수 없어! 그 말인 즉, 나는 '무적' 이란 말이다! 열등한 옛 종족의 권속 따위가 고귀하기 이를 데 없는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Lorsque tu seras touché tu verras si tu es invincible vraiment. (네가 과연 무적일지 아닌지는 맞아보면 알겠지)"
  포흐의 거만한 발언에 카리나가 바로 비꼬는 어조로 화답했다. 그 무렵, 반대편에서도 에오르 린(혹은 리아?) 에게서 방금 전에 한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곁에 있던 셀린, 나에티아나에게 부탁을 하였고, 그 부탁에 셀린이 이렇게 답했다.
  "그런 무기들로는 자기를 해칠 수 없으며, 자기는 고귀한데, 하찮은 종족이 자기를 이기겠냐, 라고 말한 거예요."
  "그렇군요, 역시......." 제법 비슷하게 이야기를 해 주자, 린(리아) 은 알겠다고 화답을 하고서 자신의 눈앞에 자리잡은 검은 덩어리를 바라보면서 밝으면서도 약간 비꼬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 검은 덩어리에 대해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Indehr, ven se ben hit, se wils seh vethër se is richtly unbewonbar or not. (정말 무적인지, 아닌지는 역시 맞아봐야 알겠지요)"
  이후, 셀린은 에오르 자매를 비롯해 자신을 따르고 있는 이들에게 큰 목소리로 이제 곧 포격을 개시하겠음을 알렸다.   "여러분, 준비 되셨나요? 이제 곧 포격을 개시하도록 할 거예요! 이미 말씀드린 바대로, 목표는 저 앞에 보이는 검은 형체! 흰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 위에 떠 있기에 더욱 눈에 잘 띄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중요한 목표인 만큼, 정확한 조준을 준비하시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잠시 후, 셀린에게서,
  "자아! 곧 사격을 시작하겠습니다! 곧 수를 셀 테니, 미리 준비해 주세요!!!" 라 외치는 목소리에 이어서 수를 세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중한 조준이 요구되는 일이었는지, 아니면 포흐의 핵이 움직일 기미가 없어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였는지, 아직 수 세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 순간,

혼들이여, 이제 심판의 때가 왔으니, 그대들의 빛이 어둠을 구속하는 힘이 되도록 하여라.
(Nëßdrya, ishe yudicï je mecly onaëta. gaso, gdadrï vica admal kofasihn khima dyhyala)

  대열의 왼편-서쪽-에 있던 세나는 셀린이 주문의 영창을 이어가고 있는 동안 오른손에 쥔 칼의 끝이 검은 덩어리를 향하도록 하면서 다시 한 번 주문의 영창을 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나의 바로 앞에 모여 새하얀 빛의 형상을 이루고 있던 영혼들의 빛이 세나의 영창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그의 바로 앞에서 수많은 별빛의 형상으로 다시 흩어지더니, 이어서 그 별빛들이 포흐의 핵과 그 핵을 감싸고 있던 검은 형상을 향해 마치 유성과도 같이 긴 꼬리를 그리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수 백, 그리고 수 천의 유성들은 검은 덩어리를 향해 나아가, 격렬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 검은 덩어리를 궤뚫어 나아갔고, 유성이 검은 덩어리를 궤뚫을 때마다 새하얀 빛으로 그 흔적을 남겼으며, 그 흔적이 모이면서 검은 덩어리에 세나가 형성했던 것과 같은 하나의 큰 빛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세나! 이것 봐! 네가 형성했던 것과 같은 하얀 빛이 저 어둠의 형상의 안에 형성되고 있어!"
  그 광경을 보고 카리나가 감탄을 하면서 세나에게 그 상황을 알렸지만, 세나는 그것에 대해 어떤 답도 하지 않는 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이후, 유성들에 의해 몸체의 한 가운데가 궤뚫리고 있던 포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Toi...... espèce de salaud! Qu'est-ce que tu fais? Pourquoi suis-je...... mon corps...... pourquoi.......!? (너...... 네 녀석! 지금 무슨 짓을 행한 것이냐! 어째서 내가....... 이 몸이...... 왜.......!)"
  그 무렵, 셀린의 수 세기가 시작되었다. 그의 수 세기는 20 부터 0 까지 역순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스므리! 야르나보! 야라드르! 야리코! 야르시즈! 야르타스! 야르녜! 야르스이! 야르투! 야라느! (Smri! =yarnabo! =yaradr'! =yariko! =yarsiz'! =yartas'! =yarnye! =yarthï! =yartu! =yaran'!)"
  한편, 수천의 빛들이 포흐의 핵을 궤뚫고, 이전에 세나가 생성했던 것보다 작지만 밝기만큼은 비슷한 하얀 구체가 검은 덩어리 안에 생성된 이후, 이번에는 그 검은 덩어리를 궤뚫었던 별빛들이 검은 덩어리를 에워싸든 그의 주변 일대에 모여 있기 시작했다. 각각의 별빛에서부터 가는 빛 줄기들이 하나씩 생성되어 검은 몸체에 닿으니, 마치 검은 덩어리에서 하얀 빛이 주변 일대로 방출되는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고, 이것은 대원들이 보다 확실하게 포격을 명중시킬 수 있는 좋은 표적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야르! 나보! 아드르! 이코! 시즈! 타스! 녜! 스이! 투! 아느! ( =yar'! Nabo! =adr'! Iko! Siz'! Tas'! Nye! Thï! Tu! =an'!)"
  그러다가 수 세기가 10 아래로 내려갈 무렵, 그로부터 음험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수많은 영혼의 빛들, 자신이 토카막에 활용하던 영혼들의 빛에 의해 속박당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듯해 보였다. 그로부터 이런 말이 나왔다.
  "Toutefois, cela aussi passera. Oui....... Il y a encore beaucoup de choses à posséder. Si je peux récupérer mon corps et mon pouvoir, ces infériorités ne sont juste rien! A partir de ce moment......!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그래...... 아직 이 세상의 곳곳에는 내가 차지할만한 것들이 많이 있어. 내 육체를 다시 마련하고, 내 힘을 되찾는다면, 여기 있는 녀석들 따위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부터......!)"
  이후, 셀린이 마지막으로 "시퍼르! (Sifër!) (*)" 라 치는 것과 동시에 셀린의 초록색 글라이더, 그 우측 날개의 안쪽에 장착된 포신에서부터 초록색 빛 줄기가 발사되고, 그에 이어서 그의 주변 일대, 그리고 검은 덩어리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글라이더들이 거의 동시에 각자의 날개 위쪽 혹은 양 날개의 안쪽에 장착된 포신에서부터 빛 줄기들을 검은 덩어리를 향해 빛 줄기들을 한 줄기씩 일제히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빛 줄기들이 발사된 이후, 셀린은 자신의 글라이더에 장착된 한 쌍의 포가 빛 줄기 방출을 이어가도록 하면서 외쳤다.
  "빛 줄기의 방출을 이어가세요, 검은 덩어리가 폭파될 때까지 이어가셔야 해요!!!"
  "알겠어요, 한 번 뜨거운 맛을 봐야지, 저런 것은!" 이러한 외침에 카리나가 바로 호응을 하는 화답을 했다. 그리하여 수십 여 방향에 자리잡은 글라이더에서 분출되는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주황색, 노란색 빛이 검은 덩어리를 향해 한데 모이려 하고 있었다.

  검은 덩어리는 그 무렵, "Je vais te battre au diable! (철저하게 쳐 부숴주마!)" 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그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형형색색의 빛 줄기들이 그 몸체를 관통하고, 그로 인해 퍼진 빛들이 모여 새하얀 빛을 격렬히 분출하고, 더 나아가 번개 줄기까지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빛 줄기들이 검은 덩어리의 중심에 자리잡은, 영혼들이 남긴 하얀 빛에 닿았고, 그와 함께 그 하얀 빛을 기폭제 삼아 검은 덩어리 안으로 파고든 마법의 기운들이 일제히 폭발하기 시작했다. 여러 방향에서 발사된 빛 줄기들마다 크나큰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으니, 이들이 한데 모여 검은 덩어리를 뒤덮는 성대한 빛의 폭발로 이어지고 있었다.

  폭발은 검은 덩어리의 직경-대략 1.5 메테르 정도였다-, 그 3 배 가량으로 크게 일어나고 있었으며, 폭음과 함께 잇달아 방출되는 충격파의 크기는 더욱 커서 만약에 검은 덩어리에 접근해 있었으면 위험할 수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 당시의 글라이더들 중에는 그 검은 덩어리에 근접한 이들은 없어서 폭발에 의한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포흐의 핵이 위치한 그 주변 일대에서 잇달아 폭발이 일어나면서 하얀 빛이 충격파의 발산과 함께 계속 폭음을 일으키며 터져 나아가고 있었다.
  "Non!!! Je ne peux pas y croire......!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믿을 수 없다고 외치는 포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무렵, 대열의 건너편에 위치한 글라이더들 중 하나, 아마도 에오르 리아가 타고 있었을 글라이더가 폭발을 거듭하는 덩어리를 향해 다가가서는 두 손으로 길다란 포를 들고서는 덩어리를 향해 포신을 겨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리아가 들고 있던 포신에서 연두색을 띠는 한 줄기 빛이 방출된 이후에 덩어리를 파고 들었고, 그 큰 빛 줄기가 잠시 덩어리를 타격하다가 사라지는 시기를 기점으로 폭발로 인해 빛에 감싸인 덩어리가 다시 한 번 폭발하기 시작하였다. 충격파가 덩어리가 위치한 일대에 퍼지고 이후에 하얀 빛이 다시 한 번 덩어리를 휩싸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대기를 뒤흔드는 듯한 진동과 함께 기운이 터져 나가는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NOOOOOOOOOOHHHHHHHHHH!!!!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덩어리와 그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것 같은 폭발 그리고 대기마저 진동시키는 굉음 속에서 단말마의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평상시의 소리가 아닌, 여러 사람의 음성이 뒤섞인 듯한 기괴한 소리, 아무래도 포흐가 구현할 수 있었던 모든 인격들이 폭주하면서 여러 소리를 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단말마 이후, 포흐를 감싸고 있던 덩어리는 폭발에 의한 충격파 그리고 빛과 함께 사멸하고, 마지막 남은 핵이 다시 한 번 폭발과 함께 붉은 화염을 터뜨리면서 비로소 폭발은 멈추었다.
  마지막 폭발 이후, 검은 덩어리는 거의 사멸하고, 손바닥 크기 정도 될 법한 작은 덩어리만 남게 되었다. 그 상태로 무력하게 공중에 떠 있던 포흐의 핵은 결국 마지막으로 기괴한 단말마와 함께 자신이 위치한 여러 방향에 4 차례의 폭발을 동시에 일으켜 빛들을 충격파와 함께 방출하였다. 그리고 4 차례의 폭음이 겹쳐 주변 일대의 대기를 격렬히 진동시키고 있는 동안 기괴한 단말마는 그 도중에 끊기니, 그 소리의 끊김으로써 나는 포흐의 생명이 다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폭발이 시작되면서 격렬한 빛의 방출로 인해 주변 일대의 하늘이 계속 어두운 상태에 있었지만, 폭발이 끝나고 빛이 사라지면서 하늘은 다시 이전까지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늘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직전, 검은 덩어리의 중심에 모여 있던 빛들이 상공의 높은 곳으로 흩어져 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 때까지 모여있던 혼들이 자신들의 원수였던 존재가 폭파되어 사라지면서 비로소 하늘을 향해 나아가면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토카막에서 고통 받고 있던 영혼들은 그렇게 '어둠' 의 속박에서 온전히 해방되어 하늘로 그리고 우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사격 중지 (Shod'l gmanala!)" 이후, 포흐의 핵을 감싸는 검은 덩어리의 폭발 그리고 포흐의 핵이 사라졌음을 확인하자마자 셀린이 포격을 멈추고 다른 이들에게도 포격 중지 지시를 내리니, 그로 인해 사실상 동시에 모든 글라이더들이 포격을 멈추었다. 그 이후, 셀린은 잠시 피라미드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글라이더의 고도를 낮추려 하면서 말했다.
  "이제 마을로 귀환하실 분들은 귀환해 주시고, 피라미드 주변을 둘러보실 분들은 조금 더 둘러보아 주세요. 저는 여기 남아서 잠시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을게요."
  그리하여 소 피라미드 위의 상공에서 포흐의 핵이 파괴되는 것으로써 피라미드에서의 작전은 모두 끝이 났다. 이후, 대원들 중 대다수는 다시 하미시(Hamisy) 로 돌아갔지만, 일부 대원들은 셀린을 따라 그 현장에 남아 있었다. 남은 이들은 대략 10 여 명 정도로 작전에 나선 이들 중에서 1/3 가량이었다.
  셀린 그리고 그를 따라 나선 에오르 린, 리아 자매 등은 지난 사건으로 인해 천장에 구멍이 뚫린 소 피라미드 주변에서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포흐 드 네토이흐' 의 몸체는 파괴되어 기능이 정지되었지만, 그가 남긴 물품이 분명 있을 것이라 하면서 피라미드 주변 일대에 떨어졌을 부품을 찾아내려 함이 그 이유였다고.
  나를 비롯한 일행 역시 글라이더에서 내린 이후-글라이더는 소 피라미드 주변에 남은 대원이 맡아 관리해 주기로 했다, 돌아갈 때에는 글라이더를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임이 그 이유라고-, 셀린, 그리고 에오르 린, 리아 자매와 더불어 소 피라미드의 주변 일대에서 포흐가 남긴 것들을 찾으려 하였지만 그 때, 카리나가 그런 나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아르사나, 그 쪽은 그 분들께 맡기고, 우리는 따로 찾아야 하는 이가 있잖아."
  그러더니, 그는 대 피라미드 부근에서 나에게 옷을 건네준 이가 있지 않았느냐고 이어 물었다. 사실, 그 이후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카리나가 알려주면서 다시 생각이 났었다. 그리고서 나는 카리나에게 "맞아, 그 사람이 있었지." 라고 차분한 듯이 목소리를 내며 화답했고, 이어서 그를 찾으러 가 보자고 청하면서 소 피라미드를 지나쳐 대 피라미드를 향하는 길목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자 카리나는 물론, 세나 그리고 나에티아나 역시 그런 나를 따라 대 피라미드를 향하는 길목을 따라 북쪽 방향으로 다시 나아가게 되었다.
  "아르사나, 혹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아냐!" 이후, 내 대답을 듣고 의심되는 바가 있었는지 카리나가 나에게 물음을 건네자, 나는 바로 부인하는 답을 했다.

  대 피라미드를 향하는 길은 이제는 사람들이 없어져 고요해진 상태였다. 이제는 굳이 변장을 하거나 누군가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어진 만큼, 이전보다는 보다 자유롭게 길을 걸어 나아갈 수 있었다. 길을 따라 나아가는 동안 유적에 관한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워낙 사소한 대화들이었던 관계로 굳이 글로 적지는 않도록 하겠다.
  한참을 걸어 나아간 끝에 대 피라미드 바로 앞의 집들에 도달할 수 있었다. 몇 채의 건물들 너머로 지난 격전으로 인해 일부가 부서지고 붕괴되어 폐허의 일부처럼 변한 성벽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우선 그 성벽의 모습이 눈에 띈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는지, 카리나가 성벽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저기 무너진 성벽이 있네."
  "그러네요." 앞서 성벽 쪽으로 다가간 카리나가 성벽을 가리키며 말하자, 세나가 그런 그를 따라 나아가면서 답했다. 그리고서 자신이 들은 바에 의하면 소 피라미드, 대 피라미드 앞의 성벽들은 사건 이후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원래부터 유적지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악용의 여지도 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해체하기로 하미시 마을 측에서 결정을 내렸던 모양.
  나는 나에티아나와 함께 성벽의 좌측 부근에 위치한 건물로 나아갔다, 당시에 허름한 케레브 족 옷을 입고 있었으며, 그 옷을 케레브 족의 교단에 속한 요원에게 건네었었다. 본래는 옷을 맞바꾸기로 한 것이었지만 자신은 체격이 맞지 않아 입지도 않을, 아니 못할 옷인 만큼, 받아줄 수 없다고 하여 옷을 받지 않았었다.
  "체격이 맞지 않다고요? 그렇다면 혹시......."
  "뭔가 짐작되는 바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하게는 잘 모르겠어."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티아나가 무언가 짐작이 되는 듯한 물음을 건네었고, 나 역시 그 물음의 의미를 대략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확실한 사항은 아닐 수 있어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나에티아나의 그 자는 여전히 그 곳에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이미 떠났을 수도 있지, 케레브 족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계속 숨어있을 필요도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도 그 어두운 공간 내부에 그렇게 오랫 동안 있을 수는 없었을 거야."
  이어서 나에티아나가 옷은 이미 거의 다 없어진 상태 아니냐고 묻자, 나는 그래도 용기를 내면 빠져나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화답을 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간 이후에 누군가 있으면 데리고 나오겠음을 밝혔다. 이후, 나는 빛의 기운을 일으켜 어둡기 이를데 없는 건물 내부를 비추면서 그 자가 숨어있을/숨어있던 방의 문으로 나아가서는 그 문을 열어보려 하였다. 꽤 두꺼운 문을 두 손으로 힘껏 열어 젖히고 그 내부를 드러낸 이후, 빛이 그 너머로 들어서려 하자, 나의 눈앞에 보인 것은,
  '나가지 않고 있었구나, 그 어둠 속에서.......'
  나의 예상과 달리 빛이 비추는 일대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어떤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속옷, 수티엔(Sutyen, 브래지어), 판티(Panty, 팬티) 그리고 허벅지까지 올라가는 하얀 초랍(Corap, 스타킹) 만을 입고, 신발을 신은 채 어둠 속의 공간에 홀로 앉아있는 이로서 자세히 보니, 감색의 목 언저리까지 내려가는 다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진 이로서, 다소 연약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그가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이미 요원으로서의 복장을 하고 있을 때, 그의 목소리를 통해 짐작해 보기는 했었지만, 이러한 모습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못했다.
- 수티엔 너머로 크게 부풀어 오른 가슴의 모습이 보였다. 그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 말해 보자면, 잔느 공주 정도는 되어 보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을지도. 잔느 공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허리는 가늘지만 허벅지는 그렇게 가늘지는 않아 허리와 허벅지를 따라 상당히 가파른 굴곡이 형성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여자는 내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에게서 어떤 말도 나오지 않기는 했지만, 그 표정은 긴장하고 있음이 역력해 보였다, 같은 여자의 모습인 데다가, 이미 이전에도 몇 번 마주했을 터인데, 어쩌면 자신의 옷을 벗은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를 발견하자마자 나는 그가 그간 문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그 이유를 알게 되면서 그와 더불어 우선 그를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고 여기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옷을 벗은 것을 두고 뭐라 말을 하거나 할 이유는 없음을 밝히고서, 이전에 요원으로서의 옷차림을 하였을 때, 만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옷을 건네 받은 사람이기도 했음을 이어 밝혔다. 그와 더불어 에레브(=케레브) 인들은 이제 유적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이어 밝히기도 했다.
  "그렇군요, 역시....... 에레브 인들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은, 그들은 이미 전멸당했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예, 이제 밖으로 나오시면 될 거예요. 우선 소 피라미드 쪽으로 가시지요."
  목소리는 확실히 대 피라미드에 있을 무렵에 통신을 통해 전해 들은 그 목소리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한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난 이후, 나는 일대에는 마을의 경비 대원들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마을로 돌아갔고, 남은 이들 중 대다수는 소 피라미드에 있는 만큼, 소 피라미드에 갈 때까지는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 이후에는 내가 사람들에게 잘 말해 주겠다고 청하였다. 옷을 잃을 만한 나름의 사연이 있었던 만큼, 그 이야기만 잘 해 주면 사람들은 잘 이해해 줄 것이라 이어 앞 일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주기도 했다.
  이후에 뭔가 다른 질문을 해 보려 하기도 하였지만, 그 질문에 여자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기에 어색한 분위기만 다가올 뿐이었다. 이를 두고 나에티아나는 역시 옷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고서, 에오르 자매를 만나면 천 조각이라도 하나 건네 달라고 부탁을 하자고 청하니, 이에 이미 그렇게 할 생각이었던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을 했다.
  "이대로 마을까지 가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행성계에 남자의 모습을 가진 이는 거의 없다시피 하잖아."
  "그렇기는 하지." 이 행성계를 비롯해 세니티아 성계권(Senitiay Planeteri) 이라 칭해지는 곳은 정령의 성계(=ariyadrï Planeteri) 라 칭해지며, 일대의 행성계들에서는 해마다 몇 명씩 빛 혹은 자연의 기운에 의해 아이들이 태어나고, 일부는 모체에 깃들어 모체에 의해 태어나기도 한다-내가 그렇게 태어났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일부 지역들의 거주민들 중 대다수는 여성의 형상을 가진 정령들이라 하며, 이 행성계의 일부 지역들도 그러한 곳들 중 하나이다. 그러하니, 카리나는 그러한 지역에 있는 이상, 여성이 옷을 잃었다고 한들, 큰 문제 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여기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
  "하지만 그것은 저희들의 생각일 것이고, 이 분의 생각은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내 생각도 같아." 하지만 여성은 이러한 환경에는 익숙한 이가 아닐 테고, 그것에 상관 없이 옷이 벗겨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무척 부끄러워하고 있는 만큼, 소 피라미드에 갔을 때에는 옷감이라도 하나 건네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나에티아나의 이어지는 요청에 다시 한 번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을 했다.
  "그건 그렇다치고, 우선 통성명부터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만나뵙게 되실 분인데."   "그러하겠지." 세나의 요청 이후, 당장에는 서로 어색한 사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여성 그리고 일행 간의 통성명부터 하려 하였다. 그에 관한 자세한 질문을 할 수 있거나 하지는 않아 보였지만, 그럼에도 서로 간의 이름을 알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그의 이름을 밝혀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선 나의 이름과 성을 밝히는 것으로써 그 답례로서 이름을 말해주도록 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그로부터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루이즈(Louise, Luiz') 였다, 성은 알려주지 않았다. 본래는 푸투로(Futuro) 라는 계획을 위해 잠든 100 여 명의 사람들 중 하나로서, 그들 중에서 먼저 깨어나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 루이즈라는 이름은 잔느 공주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잔느의 옛 친구들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100 여명의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름을 받았을 테니, 내 곁에 있던 루이즈는 필경 그 사람이었을 것이다.

  "건물 안에 여전히 계셨나 보네요, 혹시 데리고 오신 여자 분께서 이전에 옷을 넘기셨던 그 요원......?"
  "맞아." 밖으로 나갈 무렵, 나에티아나는 물론, 피라미드 근방에 있던 카리나, 세나까지 건물의 현관문이 위치한 그 근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속옷 차림만 한 여자를 데리고 나오는 모습에 우선 나에티아나가 나에게 다가가서는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서,
  "이 분의 이름은 루이즈(Louise), 성은 밝히지 않으셨어. 푸투로 계획에 의해 잠든 과거의 인간들 중 한 명이었나 봐, 그러다가 근래에 깨어나서는 어찌하다가 케레브 족의 요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루이즈가 잔느 공주와의 인연을 가진 사람임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루이즈가 행여 그 사항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바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바로 나에티아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일행을 이끌며 다시 소 피라미드가 위치한 일대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루이즈를 중심으로 나에티아나를 제외한 3 인이 그를 둘러싸는 대열을 이루며 걸어 나아갔다. 내가 앞장 섰고, 세나와 카리나가 루이즈의 양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에티아나는 상공에서 일행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일행은 루이즈에게 자신들의 성명을 밝히는 것으로써 간단하게 통성명을 행하였고, 그 도중에 잔느 공주라는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였다.
  "잔느...... 공주라고 하였나요?"
  "예, 푸투로 계획에 의해 발견된 이에요. 아무래도 오랫 동안 잠든 미녀이고, 그래서 공주라 지칭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잔느 공주라는 말을 듣자마자 루이즈는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내가 바로 그렇게 답했다. 이후, 루이즈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잔느가 공주로 지칭되는 것에 대해 무척 당황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옷 가게를 가더라도 맞는 옷이 있기는 할까, 전에 잔느 공주님 때에도 옷을 마춤 옷으로 마련했었잖아."
  "맞아,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아." 그 무렵, 카리나가 옷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였고, 이미 전례를 한 차례 겪은 바 있던 나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의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루이즈에게 뭔가 물어보려 하였지만, 차마 하지 못해서 그를 대신해 나에티아나에게 물었다.
  "있잖아, 내티, 옛 세계 여성들의 체형은 대체로 이러하였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에 나에티아나는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어서 푸투로(Futuro) 계획에 참여한 100 여 명의 사람들 중에서 잔느 공주, 루이즈와 같은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고서, 그런 이들과의 인연이 우연적으로 잦았던 것일 수도 있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주변 일대의 건물들을 살피면서 옷감이나 천 같은 것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려 하였지만 마땅한 천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 보였다. 케레브 족이 남긴 천 조각 등이 있기는 했지만, 몸을 감쌀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천이나 옷감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케레브 족이 괴멸하면서 그들이 남긴 것들도 사라지면서 남은 것이 없어진 모양.
  "이리 될 줄 알았으면 그 옷을 남겨둘 것을 그랬나."
  그러하다보니, 이전에 내가 태워 없애버린 요원의 옷이 생각났고, 그 옷을 태워 버린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그 때, 카리나가 그것을 듣고서는 루이즈에게 건네주려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그 무렵의 심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 설마 그 복장 안에 정말 아무것도 입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어."
  "그러니까, 옷을 다 넘겨주면 속옷만 남을 텐데, 그런데도 모든 옷을 다 빌려주신 거야, 그 분께서는?"
  이에 루이즈가 답했다, 조금이라도 옷을 교단의 규범에 따라 갖추지 않으면 교단 측의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루이즈가 나를 대신해서 답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모든 옷을 그에게 빌려 주었음을 밝혔다.
  "저 애가 옷을 태웠던 모양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그 옷은 저도 좋아하지 않기는 했었고, 교단이 사라지면 옷을 없애버리려고 했어요. 옷은 아마 저를 구해주는 누군가가 가져다 주겠지, 싶었고......"
  이렇게 아무런 옷도 없이 속옷 차림으로 자신을 내보낼 줄은 몰랐던 것 같았지만,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했던 자신이 잘못한 것 같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요원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요원의 옷 이외에는 어떤 것도 입을 수 없었다고 했다, 다른 옷을 입었다가 발각되면 처형당할 수도 있었다고.
  "하기사, 이런 상황이 닥쳐올 줄은 그 교주란 작자도 몰랐겠지."
  이러한 이야기에 카리나는 나에게 그 교주는 자신의 품으로 들어온 인간들이 감히 자신에게 거역하거나 자신을 떠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영원한 어둠' 의 각성을 통해 자신의 지배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상, 그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을지도 모른다고 그에 대한 추측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교주가 그렇게 부활시키기를 바랐던, 하지만 그를 냉혹하게 저버렸던 그 '어둠' 은 지금 어디에 있으려나."



  소 피라미드의 인근에 도달했을 무렵, 그 남쪽의 정문 바로 앞에서 정문을 등지면서 셀린이 무언가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바로 앞에는 에오르 자매가 셀린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둘 중 한 명은 가까이에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약간 거리를 두는 지점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가까이에 있는 쪽이 길다란 포를 등에 지고 있어서 리아가 가까이에 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 핵을 그 분들께서 발견하신 것 같아."
  피라미드 부근에 떨어진 물건을 셀린이 주운 모양으로, 아무래도 폭발 이후 남은 핵을 발견해서 에오르 자매에게 보여주고 있었던 모양.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는 일행에게 같이 가서 그 모습을 보자고 청했다. 하지만 카리나는 마을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자신은 굳이 곁으로 가서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카리나는 피라미드 근처에 머무르기로 하고, 남은 이들-루이즈 포함-은 피라미드의 정문 부근으로 나아가 셀린 그리고 에오르 자매가 보고 있는 물건을 보려 하였다.
  한편, 셀린은 자신의 오른 손바닥 위에 작은 공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 공처럼 보이는 장치는 그 표면이 깨어져 있었지만 아직 그 내부에 검은 기운이 차 있어서 깨진 틈 내부를 아직은 확인해 볼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 기운 내부에서는 희미하게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으니, 여전히 '어둠' 의 목숨이 붙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목숨이 오래 가거나 하지는 못할 것 같았고, 셀린 등 역시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었던 모양.
  "그렇게 포격을 당하고도 아직 목숨이 붙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러게 말이지요." 이후, 리아가 건네는 말에 셀린은 조용히 미소를 띠며 답했다, 그 미소에서 다소의 씁쓸함을 포함한 묘한 기분이 느껴지는 듯했다. 셀린에 의하면 장치 내부에 보조 동력원이 있고, 그 동력원으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고 했다.
  그렇게 셀린 등이 그 부서진 장치를 바라보고, 내가 리아의 왼편 곁에 슬쩍 끼어들어 그 광경을 보고 있을 즈음-린은 리아의 오른편 부근에 있었다-, 갑자기 검은 기운이 하얗게 깜박이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장치의 검은 기운에서부터 다시금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게 할 법한 광경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셀린은 장치를 놓지 않고, 두 손으로 장치를 안고 있으려 하였다. - 그 무렵에는 장치가 흔들리기도 했었던 모양. 이후, 셀린은 다시 장치를 오른손에 들고 장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였다.
  이전의 단말마에서처럼 여러 목소리가 하나가 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음만 내는 것 같았으나, 조금 있다가 그 목소리는 무언가 말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 장치가 충격 등으로 인해 망가진 여파 탓인지 그 말은 단어 단위로 끊어지고 있었으며, 일부 단어는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Souvenez-vous...... fruit...... la vie...... nécessaire...... renaître...... Humanité....... prouvée...... chose..... faiblesses....... en effet...... remplacé par......
(명심하라...... 생명...... 열매..... 필요하다...... 거듭나...... 인간성...... 증명...... 나약한..... 것들...... 마땅히 ......대체.......)

  그리고 잠시 내부가 깜박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기괴하게 변질된 여러 사람의 목소리들이 하나가 되어 다시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단어들을 띄엄띄엄 말하던 때와 달리, 그 때에는 하나의 어구를 거의 끊지 않고 이어 말하고 있었다.

La civilisation et l'order sur l'humanité est faible et fragile. En effet, il doit être remplacé par la loi forte qui peut être conforme à l'order la natu.......
(인간성 위의 문명과 질서란 나약하고 허물어지기 쉬운 것. 마땅히 자연의 질서에 부합된 강한 것으로 대체되어야만 한......ㄷ.......)

  그 무렵, 셀린은 장치에서 무언가 느낀 바가 있었는지, 바로 장치를 바닥에 던지듯이 내려 놓았고, 그 이후, 장치의 안쪽에서 폭음, 그리고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터져 나왔다. 불빛이 사라질 무렵, 그 자리에는 기계 장치의 부서진 파편들 위로 검은 연기, 하얀 연기가 하나씩 하늘을 향해 날아가, 회색 연기로 변해 가면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과 하나가 되는 듯해 보였다.



  "이제 정말로 저 '어둠' 의 생명이 끝난 것 같네요."
  하늘로 날아간 연기들이 사라져 가는 광경을 지켜보던 셀린이 말했다. 그리고서 그는 '어둠' 혹은 포흐가 남긴 마지막 기계 장치가 부서지면서 남은 파편들을 살펴보다가 그 중에서 기판(Tr'pan) 으로 보이는 물체를 오른손으로 주워서는 그 모습을 잠깐 살펴 보더니, 이어서 자신의 바로 앞에 있던 리아 그리고 린에게 그 물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포흐(Fort) 라 칭해진 기계 장치, 소위 '영원한 어둠' 이라 칭해졌던 존재의 '뇌' 부분에 자리잡고 있던 기판이에요."
  그것은 붉은색을 띠는 기판의 일종으로 기판 위에는 여러 작은 네모난 부품들이 박혀 있었다. 네모난 판상을 이루는 부품들로서, 여러 주변 부품들과 연결되어 여러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성격을 띠는 부품의 일종이었다, 이러한 부품들을 집적 회로(Olosfyita Antr'gil ; OA, Integra Cirkvito ; IC) 라 칭한다. 이들은 대개 검은색을 띠며, 실제로 기판에 붙어있던 집적 회로 부품들 중에서도 대다수는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가운데에 있는 것은 검은색을 띠는 여타 집적 회로 부품과 달리 은색을 띠고 있는 데다가 특이한 문양까지 새겨져 있어서 특수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회로임을 딱 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것이...... 그...... 집적 회로인가 봐요, 뇌 세포를 이식한 실리카(Silika) 로 구성되어 있다는 회로."
  "...... 맞아요." 이후, 리아가 기판의 가운데에 붙어 있는 집적 회로 부품의 모습을 보자마자 심각해진 목소리를 내며 그 부품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셀린이 바로 그렇다는 의미의 대답을 하였다.   "맞아요, 이것이 '포흐(Fort)' 라는 이름, 그리고 '영원한 어둠' 이라는 이명을 갖고 있었을 그 기계 병기의 '두뇌' 역할을 수행했을 부품이에요."
  셀린에 의하면 기판의 가운데에 자리잡은 은색 부품은 특수한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실리카 조각(Silikafasla) 들에 뇌를 구성하는 세포들을 이식해서 부품의 틀 안에 배열시키고서 그 배열을 부품의 핀(Pin, Goj-i) 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으며, 실리카 조각 하나에 수많은 뇌 세포들이 집적 이식되어 있어서 이 부품들 역시 집적 회로가 될 수 있는 것이라 하였다. 이 뇌 세포들이 이식된 집적 회로에서 뇌파의 형태로 신호가 방출되면 이 신호들이 주변의 인접한 부품들에 의해 동작(1), 비동작(0) 으로 구성된 전자 신호로 변환되어 기계 장치들을 제어하게 된다고.
  이러한 은색 부품들이 반드시 뇌 세포들이 이식된 부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내부 구조는 일반적인 집적 회로 부품과 동일한 것도 있다고 한다. 다만, 이들의 역할은 내부 구조에 상관 없이 기계 장치의 '뇌'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그 내부 구조는 마을로 돌아가면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이후, 셀린은 에오르 자매에게 마을로 돌아가, 적당한 거처에 있으면서 부품의 내부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이어 마을로 어서 가도록 하자고 청했다. 그리고 나와 세나가 카리나의 뒤쪽으로 돌아가는 동안 셀린이 에오르 자매의 곁을 지나 피라미드의 남쪽 방향으로 걸어 나아가고, 그러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이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아, 여러분, 모두 무사하셨네요. 잠깐? 저기 계신 분은......!?"
  그러다가 곧, 그는 카리나가 데리고 있었던 속옷 차림의 여성-루이즈-을 발견하고서, 그 여성에게 시선을 향하며-아무래도 유별나게 눈에 띄는 옷차림이었다보니 바로 시선을 향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가 누구인지를 물었고, 이 물음에 카리나가 유적에서 발견한 이라 답했다.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다소 복잡한 사연이 있어서...... 우선은 천 조각 같은 것을 갖고 계신가요? 이 분의 옷 상태가...... 옷은 없겠지만, 천 조각이라도 걸치셔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
  "린, 혹시 천 조각 같은 것 갖고 있어?" 이 무렵, 리아가 린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천 조각 같은 것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린은 없다고 답했다. 셀린 역시 천 조각을 갖고 있지 않아서 마을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루이즈를 속옷 차림인 채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을 처지가 되었다.
  "일시적이라고 해도, 옷감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 수 있기는 한데...... 잠깐만 기다려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셀린은 천 조각 비스무리한 것을 생성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생성될 뿐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천을 생성할 수는 있다고 말했고, 잠시만 기다려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셀린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서 초록색 빛을 발하는 기운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고, 그 기운이 모여서 하나의 커더란 무언가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천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한 빛들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하더니,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이어서 빛이 사라지면서 그것은 초록색을 띠는 커다란 천으로 변했다.
  "이 천을 쓰라고 하세요." 천을 건네면서 셀린이 한 말이었다. 그 말 대로, 카리나는 천을 건네 받고서는 바로 옆에 있던 루이즈의 몸을 천으로 덮어 주었다. 이후, 셀린은 더 찾을 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어서 마을로 돌아가자고 청한 이후에 일행이 놓아둔 글라이더들이 모여있는 곳-소 피라미드 바로 앞의 한 구역이었다-으로 나아갔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글라이더들을 향해 나아가면서 어서 글라이더를 타자고 카리나 등에게 청했다.
  "루이즈 씨는 제가 잘 모시고 갈 수 있도록 할게요."
  그 무렵, 세나가 루이즈는 자신이 잘 데리고 가겠음을 밝히고서, 이어서 새 형상의 환수를 소환해 자신과 대동하도록 하였다. 루이즈가 그 환수를 타고, 환수가 세나를 따르도록 함으로써 루이즈가 환수의 도움을 받아 안전히 마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 하였던 것. 셀린과 에오르 자매 그리고 마을의 남은 경비대원들은 일행의 우측에서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를 비롯한 일행과 셀린, 에오르 자매를 비롯한 이들 모두 남은 이들과 더불어 글라이더를 타고 북쪽에 자리잡은 하미시 마을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을 개시하였다. 일행 중에서는 세나의 글라이더가 앞서 나아가고 있었으며, 그런 세나의 우측 곁에 그의 새 형상 환수가 초록색 천을 둘러 쓴 루이즈를 태운 채로 날갯짓을 하며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루이즈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있으면서 비행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나가 루이즈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바로 앞에서 보였다.
  "루이즈 씨, 천은 잘 붙잡고 계시지요?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요!"
  "......." 이에 루이즈는 목소리로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알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 같았고, 세나 역시 그러한 루이즈의 의사를 알아들은 것 같아 보였다. 그 무렵, 나의 옆에서 비행을 이어가고 있던 카리나가 그런 나를 보면서 물었다.
  "마을로 돌아가면, 우선 옷 가게부터 들를 생각이지?"
  "그래야지, 루이즈 씨 상태를 봐, 게다가 그나마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는 없어서 천이 유지될 때까지 옷을 마련해 두어야 해."
  루이즈의 몸을 감싸고 있던 천은 셀린이 임시로 마련한 것이라 언젠가는 없어질 터였다. 그 시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시간까지는 옷을 어떻게든 마련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옷 가게를 찾아가면 옷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 무렵, 세나의 뒤에서 새에 탑승하고 있던 루이즈가 근처에 있던 나의 글라이더를 바라보면서 물었고, 이 물음에 내가 바로 이렇게 답했다.
  "당연하지요, 괜찮은 옷 가게를 찾아갈 수 있다면 바로 마련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맞는 옷은 없겠지만, 마춤 형태로 어떻게 만들어 볼 수 있을 테니, 옷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걱정은 하지 않아요, 옷은 어떻게든 입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후에도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에게는 더 말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할 말이 있었다고 한들,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그러하였을 것이다.

  이 무렵, 글라이더를 비행하는 나의 왼편, 그 저 멀리서 한 무리의 빛들이 마치 유성, 혜성과도 같이 긴 꼬리를 그리면서 하늘 위를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한 동안 나에게서 보이고 있었지만 내 글라이더보다 더 빠르게 나아가고 있던 그 빛들은 이윽고 마을 쪽으로 나아가다가 나의 시선에서 사라져 갔다.
  내 생각이 옳다면, 그들은 '영원한 어둠' 에게서 해방된 영혼들일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의 원흉이었던 존재가 사라지고 그 속박에서 해방된 만큼, 이제는 마음을 놓고 하늘을 여행하기를,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보다 좋은 세상에서, 보다 큰 행운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있기를.

  그 이후, 다시 비행을 이어가려 하는데, 세나의 곁에 있던 나에티아나가 날갯짓을 이어가면서 나와 세나가 있는 그 사이의 위쪽에 이르렀고, 그 이후에 나와 카리나의 모습을 보면서 말하려 하였다.
  "맞아! 여러분들께서 하미시로 오시기 전에 제가 말씀드린 가게가 하나 있잖아요!"
  "가게라...... 그런 가게가 있었나 보네."
  "아르사나 님, 잊고 계셨나요? 하미시에는 전통 의상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고, 그 중에는 제가 아는 곳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나에티아나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 말을 듣기 전까지 그가 언급했던 옷 가게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고, 그래서 그 당시에는 그 가게가 있었음을 떠올리지 못했었다. 나에티아나가 언급하고 나서야 겨우 기억해낼 수 있었을 정도.
  "미안해, 그간 잊고 있었어."
  "잊을 수도 있지, 그간 목숨을 걸고 싸움을 했었는데."
  그 때, 카리나가 나에티아나에게 그간 정신 없이 싸움을 이어가느라, 잊고 있었을 것이라 나에 대해 말하고서, 이후, 잠시 나의 모습을 지켜보더니,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옷 가게 말고 다른 것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보이기는 해. 그렇지, 아르사나?"
  "......." 이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카리나의 나에 대한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나에티아나가 알려준 하미시의 몇 가게들 중 일부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어떤 가게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거기까지는 차마 말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떤 가게들인지는 자세하게 기억이 나요?"
  "거기까지는 기억 못 할 거야."
  이후, 세나가 나에게 어떤 가게들인지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물었지만, 내가 답하기도 전에 카리나가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못 할 것이라 답했다. 맞는 말을 하고 있었던지라 그것에 대해 딱히 반박을 하거나 하지는 못 했다.
  "마을에 오면 다시 이야기를 해 줘, 새롭게 상기시킨다고 생각하고."
  "알았어요." 이후, 카리나의 당부에 나에티아나가 활짝 웃으면서 답하고서, 앞장서 나아가는 세나의 오른편 곁에 이르려 하는데, 그 광경을 보고 내가 옆에 있던 카리나의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세나에 대해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무언가를 다시 알려주려 하면 이유야 어쨌든 짜증이 날 수도 있을 텐데, 불만 하나 드러내지 않고 부탁을 받아주려 하네. 늘 그러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천사라는 근본이 있으니......."
  이에 내가 바로 화답했다. 나에티아나라든가, 아직은 곁에 없는 프라에미엘(Praemiel) 모두 이미 오랫 동안 사람들의 세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언행 등에서는 천사로서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고 있음은 틀림 없어 보였다.
  "프라미(Pramy) 는 어디에서 뭐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어?"
  이후, 나는 프라에미엘의 근황이 궁금해서 그것에 대해 카리나, 세나, 나에티아나에게 물어보려 하였다. 특히 여기저기 돌아다닌 전적이 있었던 세나라면 어떻게든 좋은 답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 대답을 준 이도 세나였다.
  "최근에 가브릴리아(Gabrilia) 지방에 가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어서 거기서 행방을 좀 물어 봤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가브릴리아의 어느 찻집에서 점원으로 일하시고 계셨어요. 세니아 씨와 자주 연락을 한다고 하니까, 세니아 씨를 만날 수 있다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요."
  이에 나는 알았다고 그에게 화답했고, 이어서 나중에 프라에미엘을 만나게 된다면,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만났던 사람들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말을 하면서 실제로도 그 일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가지기도 했다.

  세나를 비롯해 일행은 가능한 빠른 속도로 새 그리고 글라이더를 움직이려 하고 있었으며, 그래서인지 금세 마을의 성벽 부근에 도달하고 있었다. 출발할 당시에는 유적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돌아갈 때에는 금방 마을 근처에 이르고 있었다.
  "갈 때와 올 때에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것 같아, 그렇지 않아?"
  "그야 당연히 적이 없으니까." 금방 마을 근처에 이르는 것 같아서 그것에 대해 카리나가 묻자, 내가 바로 답했다. 지극히 당연한 사항이었던 것이, 돌아갈 때에는 적이 있지 않으니, 싸움을 이어갈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고, 그래서 유적지로 갈 때보다 빠르게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미시 마을은 유적지가 위치한 근방에 자리잡은 마을로서, 본래는 유적지를 들르는 이들을 위한 휴식처들의 모임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휴식처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것이 유적지 근방의 경비대 요새와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도시로서 기능을 하게 된 것이라고.
  그렇게 성벽 앞에 도달할 무렵, 일행과 같이 마을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던 셀린과 에오르 자매는 속도를 더 내어 이미 하미시의 성벽 부근에 도달하고 있었다.



  마을의 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성벽에 이르자마자 글라이더들을 돌려주고서는 곧바로 하미시 마을의 시가지 구역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옷 가게를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천에 감싸인 루이즈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기는 했지만, 경비대 사람들은 이러한 루이즈의 모습에 크게 신경을 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 경비대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세나가 경비대에게 요청해 검에 맞는 칼집을 달라 하였다. 원래는 잠깐 사용하다가 버릴 예정이었으나, 검을 온전한 형태로 유지하고 난 이래로 생각을 달리 갖게 된 모양. 이후, 칼집이 완성되자마자 세나는 칼집에 칼을 꽂아 넣고 왼쪽 허리띠에 칼집을 매는 형태로 검을 자신의 것으로 계속 가지고 있게 되었다.

  시간은 오후를 넘어 저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해 보였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서 서쪽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태양을 볼 수는 없었다. 밤에는 비가 내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다음 날 아침 즈음에는 비가 그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기도 했다.

(*) TOroidal'naya KAmera MAgnitnïmi Katushkami (MAnyathari Hamce TOroidï KAmera = Mahtoka) 의 약어에서 유래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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