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6. The Flower of the Abyss : 1


  "뭐였지......?" 정신을 차려 보니, 밤하늘 아래로 바다와 해변이 펼쳐진 모습이 눈앞에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앞에 보였던 소리와 각자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있던 여자아이들, 그리고 내 곁에 있던 소르나, 아니 나와 닮은 모습을 한 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물결치는 바다의 모습이 보이는 동안, 조용한 물결 소리만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꿈이었구나......."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잠깐 졸았다가 소르나 아니, 나를 닮은 누군가에 의해 깨어난 이후, 방금 전까지 지켜본 모든 것은 사실 꿈이었고, 그 때 나는 졸았다가 깨어난 것이 아니라 계속 잠들고 있었던 것이다.
  꿈에서 깨어날 때에도 아직 새벽은 오지 않았는지, 날은 여전히 어두웠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그에 따라 별들이 움직이면서 밤하늘의 모습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겠지만, 크게 눈에 띌 만한 변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고, 잠들고 있는 사이에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상기하며, 동쪽 방향으로 돌아서려 하였다. 폭풍을 부르는 구름, 괴물의 영향력이라 할 만한 구름에 뒤덮혀 있었을 지브로아 남쪽 해변과 기억의 사당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때에 그 일대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를 보게 되었다.
  "구름이......?" 내가 잠들기 전까지, 바다 건너편, 지브로아 해변과 기억의 사당 일대는 폭풍을 부르는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으며, 그것으로 인해 지브로아로는 배가 닿을 수 없다고 했었다. 폭풍우로 인해 모든 것이 준비가 되어도 바닷길로는 지브로아에 닿을 수 없어, 내가 육로를 거쳐 지브로아에 앞장서 갈 것을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잠에서 깨어난 이후, 다시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지브로아 해변의 사당과 그 주변 일대가 명확히 잘 보이고 있었다. 그 일대에 드리워진 구름이 걷힌 것이다.
  "구름이 북쪽으로 옮겨졌구나," 정확히는 폭풍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폭풍우를 불러오는 구름이 북쪽으로 옮겨진 것이었을 뿐이었지만, 그로 인해, 기억의 사당 남쪽 일대는 구름이 사라졌으며, 폭풍이 걷히면서 해변과 근해의 파도 역시 잔잔해져 있었다. 배를 타고 지브로아 남쪽 해변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린 것이다.
  '내가 잠들기 전에 그 빛나는 비행체가 전투기들을 뒤쫓다가, 교전까지 했었는데...... 그렇다면......?'
  폭풍이 걷히기 전, 내 곁에 있던 소리가 서쪽 방향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서쪽 먼 저편의 하늘에서 하얀 빛을 발하는 비행체가 나타나 지브로아 쪽으로 가고 있었고, 이에 맞서려 하는 듯이 각자 다른 색을 띠는 빛을 발하는 전투기들, 이드리사란 이름을 가진 전투기들이 비행체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쪽 해변의 폭풍이 북쪽으로 이동한 시점에서 비행체들은 보이지 않았으니, 이미 교전은 끝나고, 비행체들은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꿈 속에서 소리가 다섯 아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지, 서로 쫓고 쫓기면서. 그리고 아이들의 옷 색깔이 이드리사들의 옷 색깔과 같았어.'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다. 꿈 속에서 소리와 다섯 아이들의 술래잡기 놀이였다. 그러면서 소리와 여자아이들의 그 놀이가 하얀 비행체 그리고 이드리사들의 교전을 나타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꿈 속에서 보였던 것을 두고,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일 뿐만이 아니라, 내가 잠들고 있던 사이, 실제로 일어난 일로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은유적으로 표현된 것이었으리라 여기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 이드리사들은 하얀 비행체와의 전투에서 패배했으며, 격추당하거나 격퇴당했으리라는 것이다.
  '그 여파로 괴물이 자신의 힘을 옮기면서 폭풍우가 북쪽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겠네.'
  그 시점에서 하얀 비행체 역시 보이지 않았기에, 하얀 비행체 역시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것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당장에 시급히 해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폭풍이 걷혔음을 그들에게 알려야 해!' 지금껏 일행이 해변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은 폭풍이 걷히지 않아 바닷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 바닷길이 열렸으니, 그 바닷길을 갈 준비를 해야 함을 알리려 한 것이었다. 괴물이 마음을 바꿔 다시 남쪽으로 힘을 옮기기 전까지 서둘러야 했다.

  "아이고, 얘들아! 뭣들하고 있는 거냐!? 폭풍이 걷혔다! 어서 일어나라!!!"
  그러면서 다급히 비행선과 천막 쪽으로 뛰어갔을 무렵, 내 눈 앞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그간 보이지 않던 알프레드 노인이 엘베 족 소녀들이 잠들었을 천막을 뒤흔들고, 세나의 인도를 받아 집으로 돌아갔을 탐파, 사라가 우주선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일행을 다급히 깨우고 있었다. 탐파는 일행을 눌러가며 깨우고 있었고, 사라는 한 사람씩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폭풍이 걷혔다고요?!" 그 때, 세니아의 목소리가 우주선 안쪽에서 울려 퍼졌다. 이미 에오르 자매는 리 셀린과 함께 천막을 걷고 있었으며, 셀린은 글라이더들의 상태를 알아보고 있었다. 세니아가 카리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옷이 가지런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급히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뛰쳐나온 듯하다.

  "그렇다네. 저기를 보게나!" 이후, 세니아는 카리나를 이끌고 다급히 해변 쪽으로 달려갔다. 그 후, 세니아가 카리나를 곁에 두고 해변의 사당과 그 일대의 해변 쪽으로 다가가 그 일대의 광경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고, 그 이후, 카리나가 해변 일대의 구름이 걷혔음을 확인했다. 그 이후, 카리나는 일행 중 남은 이들, 사라 등이 깨워서 나에티아나, 잔느 공주, 루이즈를 맞이하고, 알프레드 노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이제 선착장으로 가면 되는 거죠?" 그러자 알프레드 노인은 그렇다고 답한 다음에 지난 밤에 미리 연락해서 배를 마련해 두었음을 알렸다. 다음 날 아침에 출항할 예정으로 빌린 배들로 해로를 거쳐 기억의 사당으로 가는 이들은 두 척의 배에 나누어 탑승하면 될 것이라 말했다.
  선착장은 해변의 서쪽에 있으므로 서쪽 방향을 따라 나아가면 이를 수 있었다. 선착장과 해변 사이로 가는 것은 걸어서도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니, 금방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세 사람이 앞장서 가니, 나에티아나, 셀린, 잔느 공주를 비롯한 이들 역시 알프레드와 동행하게 되었다.
  원래 나를 비롯한 일행과 계속 동행하던 잔느 공주를 제외한 루이즈, 탐파, 사라는 에오르 자매, 리 셀린과 더불어 예나의 비행선에 남게 되었다. 직접 전투와 관련된 이가 아닌 만큼, 안전한 비행선에서 보호를 받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아르사나, 벌써 선착장 쪽으로 가고 있었나!?"
  이후, 알프레드 노인은 비행선 그리고 천막의 서쪽 부근에 있던 나와 바로 마주하게 되었고, 이후, 알프레드 노인은 나를 불러, 미리 선착장으로 가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이후, 알프레드 노인과 그가 이끄는 일행이 내 곁에 이르자, 나 역시 알프레드 노인 등과 동행하면서 같이 선착장 쪽으로 가게 되었다.



  "아직 아침도 아닌데, 벌써 오신 거예요!?"
  선착장에 이르자마자 배를 맡고 있었을 이가 알프레드 노인을 맞이하면서 물었고, 그 물음에 알프레드 노인은 "그렇다네." 라고 답하고서, 구름이 걷혀서 이제 지브로아 남쪽 해변 쪽으로 갈 수 있게 됐음을 알렸다.
  "아침 즈음에 파도가 잔잔해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아침도 장담할 수 없기는 했다네. 대략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이렇게 새벽도 오지 않았는데, 뱃길이 열릴 줄 어찌 알았겠나?"
  그 이후, 알프레드 노인은 선착장에서 배를 맡고 있던 이에게 어서 배에 탈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했고, 이에 그는 알았다고 답하고서 선착장의 세 번째 접안 시설에 배가 비치되었음을 알린 후에 제법 큰 배라 10 여 명 정도는 거뜬히 승선할 수 있을 것임을 알리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이후로는 배를 조종하는 게 문제인데, 배 조종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내가 하겠네, 이래봬도 배 항해도 해 본 사람이니." 그러자 알프레드 노인은 자신이 하겠음을 알렸다. 그리고 먼저 배를 향해 다가가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어서 배를 타라 말했다. 그리하여 나부터 앞장서서 알프레드 노인을 따라 배 쪽으로 가고, 이어서 카리나, 세니아, 세나, 나에티아나, 셀린, 루이즈의 순으로 알프레드와 나를 따라 선착장에 자리잡은 배에 올라탔다.



  전반적으로 갑판 바깥쪽은 하얗게 칠해져 있으며, 안쪽은 짙은 하늘색으로 칠해진 어선으로 배의 중심에서 함미 쪽에 이르는 뒷 부분에 선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선실의 윗 부분, 배의 중심부 윗 부분에는 선교가 자리잡고 있어서 배를 조종하려면 그 위로 올라가야 함을 알 수 있었다. 갑판 안쪽이 넓어 10 사람 정도는 안에 들어가 있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는 배였던지라 8 사람 정도는 무난히 배에 탈 수 있었다.
  승선하자마자 알프레드 노인은 바로 선실로 들어가고, 곧바로 선교 쪽으로 올라갔다. 뒤따라 승선한 이들 중에서도 선실에 들어가는 이들이 있었지만, 나는 갑판의 선수 쪽에 머무르려 하였고, 카리나 역시 그런 나와 함께 갑판의 선수 쪽에 머무르려 하였다.
  "할아버지, 자신 있으세요?"
  "그럼! 자신 있지!!!" 이후, 내가 알프레드 노인에게 자신 있겠느냐고 외치자 알프레드 노인은 자신 있다고 호언하는 외침 소리를 내었다.
  "이래봬도 젊은 시절에는 배도 많이 타 봤고, 배 조종도 해 본 사람일세! 이 정도 어선 따위, 다루지 못할 이유는 없어! 게다가 이 배의 항로는 정해져 있고, 구름이 걷혀, 파도가 잔잔해졌으니, 여기서 배를 움직이는 것 정도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게야!"
  그리고 노인은 "저 앞으로 가면 되지 않겠나?" 라고 나에게 외치더니, 가능한 빠른 속도로 해변까지 닿도록 하겠음을 알렸다.

  "할아버지께서 배를 조종하시는 모습을 본 적 있어?"
  "본 적은 없어." 카리나가 묻자, 내가 바로 답했다. 어린 시절, 알프레드 노인을 비롯한 이들과 가까이 있을 때에도 배를 타거나 하지는 못했고, 그가 선박의 조타수라든가, 선박 운행에 관한 일을 했다는 어떤 이야기조차 들어보지 않았기에 그의 항해 능력에 대해서는 쉽사리 믿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믿으려 했다, 배를 움직일 수 있을만한 이가 일행 중에는 없기도 했고, 그가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면, 그러할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기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배를 조종하시겠다고 나서시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내가 잘 모르기는 해도 말이야."
  그리고 그를 믿어보자고 청했고, 카리나는 그런 나의 청에 알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선수 쪽으로 다가가 선수 너머를 한 동안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나 역시 그를 따라 나서서 그의 어깨 너머로 물결을 가로질러 배가 가는 모습을 보려 하였다.
  배는 잔잔해진 물결을 가로질러 지브로아 쪽으로 가고 있었다. 배는 순탄하게 바다를 가로질러 가고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를 비롯한 일행이 기계 병기군과 적대하고 있음을 기계 병기군도 이미 알고 있는 이상, 그들의 습격은 필연적으로 있을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르사나, 앞으로 계속 잠 못 잘 텐데, 조금이라도 눈 붙이고 있어."
  이후, 카리나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줄곧 자지 못할 것 같은데, 자신이 상황을 관찰할 테니, 자고 있으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런 부탁에 이렇게 답했다.
  "아니, 됐어." 그 시점에서 이미 나는 수면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앞으로 있을 일에 밤을 지샐 각오를 한 것이었다. 이전에 해변에 앉아있으면서 조금 잠을 잔 적이 있어서 그것으로 만족하려 한 것도 있었다.
  "해변에서 잠깐 잔 적이 있었는데,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이후, 카리나는 나에게 달리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다 나오라 할까?" 머지 않아 배가 해안에 도달할 테고, 그 전에 적의 습격이 대대적으로 이어지면 어차피 곧 다 깨어날 수밖에 없을 테니, 카리나는 전부 일어나라고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내 생각도 결국 머지 않아 전부 일어나야 할 것 같기는 했다.
  "어차피 전부 다 깨어날 수밖에 없다면, 미리 깨워서 모두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하는 거지?"
  그러면서 그리 되묻자, 카리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대답을 듣고 나서, 나는 그의 제안에 일단은 나와 그가 모두 맡아보기로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만으로 어림 없는 일이 생기면 그 때에 전부 불러내는 것으로 하자고 이어 말했다.
  "아마 우리가 부르지 않더라도 그들 모두 전부 알아서 나올 거야."
  대답을 하고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늘은 아직 평온했고, 별들만이 보이고 있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한참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선실의 앞쪽 문이 열리면서 세니아가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카리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세니아가 뒤에서 부르자 놀라면서 그를 향해 재빨리 돌아섰다. 꽤 놀랐던 모양으로 그 이전까지 저렇게 재빨리 뒤돌아선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갑자기 부르면 어떡해? 놀랐잖아. 그건 그렇고, 벌써 일어난 거야?"
  "응." 세니아가 답했다. 이전에 잠에서 깨어난 이후로 잠이 오지 않아 그냥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세나, 나에티아나는 잘 자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잔느 공주는 불안했는지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할아버지께서 배를 잘 움직이시는 것 같아."
  "응, 경력자라고 하셨는데, 정말이었던 것 같네." 이후, 세니아가 배에 대해 말하자, 내가 답했다. 이후, 세니아는 배가 언제 즈음 해안에 도착할 것 같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가능한 빠른 속도로 남쪽 해안에 배가 머무르도록 할 것이니, 도착 시간은 그리 머지 않았을 것이라 답했다.

  "그런데, 정말 그 곳으로는 혼자 갈 거야?"
  세니아가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나 혼자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 같다고 이어 말했다. 그러자 세니아는 카리나도 같이 가게 하지 그러냐고 말하고서, 가장 의지하는 친구 아니었냐고 이어 물었다.
  "카리나는 배에 남아서 다른 이들을 지켜달라고 해."
  그러자 내가 답했다. 그리고 세니아에게도 카리나를 보좌하면서 그의 도움이 되어달라고 당부하면서 그 일대로 기계 병기들이 계속 습격해 올 수 있음이 그 이유임을 밝혔다.
  "나는 어디까지나 앞장서는 역할 정도야. 앞장서서 적들이 문제가 되는 녀석들을 치워주고, 그러면서 어떤 녀석들인지 알려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그렇게 알려주고 나면, 대장인 카리나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줄게. 그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달라고."
  "그래?" 그러자 세니아가 말했다. 그 이후, 그는 갑판 안쪽의 왼편 가장자리에 기대어 서면서 나에게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아르사나, 무리의 대장 역할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
  "......." 그 물음에는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장 역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는 해도, 대장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이들을 이끌고 무리를 이끌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라도 해 본 적이 있었다.
  "관심 없었던 것은 아니야." 이후, 나는 그 물음에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그런데, 대장이 되면 이런 문제가 있더라, 대장은 앞장서서 싸우면 안 되잖아. 싸우다가 대장이 쓰러지면 무리는 와해될 테니까."
  라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 대장은 무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음을 밝혔다. 그러자 세니아는 나에게, '그렇다면 나는 지켜주는 역할로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닌가' 라고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건 그렇고, 그, I-V-X-V-I (이, 우, 익스, 우, 이) 있잖아, 그게 정말 괴물과 관련이 있을까?"
  "아직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어."
  세니아는 그 후, 주제를 바꾸어, 사당에 있었다는 문구에 대한 것으로 화제를 바꾸었고, 그러면서 내게 물었으나, 나는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나도 명확히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세니아는 곧바로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네 생각을 말해 봐, 괴물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든지, 없을 것이 분명하다라든지, 그런 식으로 말야."
  그러자 세니아는 나에게 내 생각이 어떠한지에 대해 물어보려 하였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 간판에 대해 알프레드 노인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을 내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러자 내가 답했다.
  "괴물이 우리 짐작대로 마냥 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는 그런 존재라면, 분명 그 문구와 관련이 아주 없지는 않을 거야."
  괴물이 지금의 지브로아 일대에서 학살을 벌인 '괴물들' 에 의한 희생자들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는 없었으나, '괴물들' 의 정체가 기계 병기들이 괴물의 적이 기계 병기 무리인 이상, 괴물이 그 어구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그것이 학살과 관련되어 있다는 어구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분명 그것에 반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어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그것이 또 학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면, 분명 반응이 있기는 하겠지."
  이후, 나는 잔느 공주가 위험을 무릅쓰고 일행과 같이 가도록 한 것은 구 시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라는 것은 이미 내가 말한 바 있는데, 그를 통해 나를 비롯한 일행이 알 수 없을 영혼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들이 누구이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처음에는 근처에 있으면 안 될 텐데, 그렇지?"
  이후, 세니아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의사를 드러내었다.

  "가만 보면, 아르사나는 혼자 나가서는 뭔가 혼자서만 알고 있는 비밀을 꽤 많이 품고 돌아오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그 이후, 세니아는 선수 쪽에 머무르고 있었을 카리나의 왼편 곁으로 다가간 후에 뭔가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다름 아닌 나에 대한 물음으로 내가 이런저런 비밀을 많이 품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나 혼자서만 알려고 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고 묻기도 했다.
  "그렇기는 해." 그러자 카리나가 답했다. 그리고서 이어 이렇게 나에 대해 말했다.
  "그런데, 그 중 대부분은 저 애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더라, 그 애의 어린 시절이라든가, 우리가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그런 것들 말야. 세나가 그나마 조금 이해하고 있기는 한데....... 그래서 자기만의 것으로 감춰두려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전에도 그런 비밀을 캐내려 하면서 세니아, 네가 결투까지 벌였잖아, 그래놓고 알아낸 것은 우리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그만의 사정이었고."
  그리고서 카리나가 세니아에게 그 결투 때, 이겼냐고 묻자, 세니아는 이겼다고 답했다. 확실히 그 때에는 세니아가 자신의 실력으로 나를 압도했었다. 다만, 세니아에 의하면 당시의 나는 싸움에 큰 의욕이 없어 보였고, 그래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내가 일부러 져 준 것 같아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에는 어떡하려고?" 이어 세니아가 묻자, 카리나가 바로 그 물음에 답했다.
  "이번에는 아르사나가 자신이 봤던 것을 솔직하게 다 말해 버릴 것 같아, 그렇지 않더라도 괴물의 정체에 관한 것들은 다 말해 줄 것 같긴 해."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이상, 이번에는 카리나, 세니아에게 그들이 이해하든 말든, 그간 지켜봐 왔던 것들을 모두 말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개인사로 끝날 일도 아니고, 괴물과의 싸움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나도 지켜본 것들을 마음 속에 감춰두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 말해버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적어도 아르사나가 우리에게 해가 될 만한 것을 감춰두거나 그러하지는 않았잖아, 너무 민감해 하지는 마."
  그리고 카리나가 미소를 띠며 비로소 세니아도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에 대해 말하기를, 자신도 나를 미워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에게 알려줘도 될 만한 이야기도 너무 감춰두는 것 같은데, 그것이 섭섭해서 그러할 뿐이라고 자신이 나에 대해 의심했던 것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결투를 신청했을 때에는 섭섭함을 넘어, 너무 서운했었고. 그런 거야."
  이후, 세니아의 표정이 이전에 비해 다소 평온해졌다.

  그리고, 한 동안은 평온하게 시간이 지나가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 평온함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잠깐, 아르사나, 저기 봐, 저 앞에 별빛 같은 것들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카리나가 나 그리고 세니아에게 별빛 같은 것들이 먼 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고, 이에 누구라 할 것 없이 다들 다급해져서 선수 끄트머리 부근으로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눈앞으로 여러 붉은 별들이 갑자기 밤하늘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유난히 빠른 속도로-별들도 움직이기는 하나,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배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별빛 같은 것이 빠르게 움직인다면 대개는 비행체의 불빛이었다. 비행체의 불빛이 지금 당장에 무엇 때문에 나타날 것인지는 너무도 자명했다.
  "곧 싸움이 있을 거야, 준비해야 해!"
  카리나가 외치는 것에 이어, 세니아가 갑판의 선수 쪽으로 달려나가서 카리나의 곁에 있으려 하였다. 주로 기수 쪽에서 적들이 몰려올 것으로 여기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빛의 기운을 소환해 나의 왼편 어깨 부근에 오도록 한 후에 배의 갑판, 그 우측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배의 오른편 일대-주로 상공-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빛 무리가 어느새 배에 근접해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나, 그들이었구나!' 예상대로, 그들은 기계 병기들로 일행을 습격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인 듯해 보였다. 먼저 다가온 이들은 전투기에 근접한 모습을 갖춘 이들로 나와 대략 비슷한 크기의 큰 날개를 갖춘 이들이었다. 정확히는 작은 동체의 좌우 뒷편에 큰 날개를 장착한 모습을 갖춘 전투기들로 동체의 좌우에 포신들을 장착하고 있으며 날개 아래에 미사일, 포신들을 장착하고 있어 해당 장치들을 통해서도 포격 및 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어 보이는 이들이었다.
  그들을 마주하자마자 곧바로 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빛 줄기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검은 비행체들의 몸체에 빛 줄기들이 닿아 폭발하니, 마치 하얗게 빛나는 별과 같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후, 내가 가하는 타격에 응사하기라도 하는 듯이 붉은 광선들이 배 주변을 지나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카리나가 다급히 선수의 앞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왼손을 앞으로 내밀고 그 왼손에서 구형 보호막을 펼치기 시작했다. 보호막으로 광선을 막아내 배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아르사나! 세니아! 배는 내가 어떻게든 지켜볼 테니까, 너희들은 몰려오는 것들을 격추해!"
  잠시 고개를 돌리며 카리나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박쥐의 형상과 닮은 꼴을 보이는 전투기들이 배 주변을 오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키보다도 작아 보이는 그 검은 전투기들은 배의 우측에 위치하고 있던 내 근처에 이르자마자 기수의 눈을 번뜩이며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붉은 광선을 나를 향해 발사했고, 광선을 발사하려 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 역시 빛의 기운에서 수정 칼날을 발사하는 것으로 맞섰다. 나를 저격하려 하였을 광선이 칼날에 빈번히 막힌 후, 박쥐 모양의 전투기는 나를 지나치려 하였으나, 이후, 빛의 기운이 발사한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이 그 꼬리를 잡아내면서 결국 격추되엇다.
  그 무렵, 같은 유형의 전투기들이 계속 배 근처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나, 나도 그렇고, 세니아가 빛 줄기들을 발사하면서 모두 격추시킬 수 있었다.

  이후에도 전투기들은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로 기수의 전방 쪽으로 다가오며 포격을 개시하고 있었으며, 주로 붉은 광선들을 발사하며, 배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그런 광선 공격을 카리나가 막아내고 있었고, 세니아가 그 뒤에서 그를 보좌하며, 전투기들을 격추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전투기들, 전투정들이 세니아가 발사하는 불꽃 줄기들, 불길에 격추당하거나 불길에 휩싸여 추락해 수면에 떨어지고 있었다.
  기계 병기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으며, 더욱 다양한 유형의 전투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박쥐 모양의 전투기, 삼각 날개를 장착한 전투기들에 이어 마치 폭격기를 연상케하는 대형 비행기들이나 전투정들, 심지어는 소형 함선까지 나타나고 있어서 세니아 혼자서는 무리였고, 나 역시 세니아가 배를 향한 공격을 행하는 전투기 및 함선을 격추시키는 것을 지원해 줘야만 했다.
  그 와중에도 배의 좌우측에서도 기계 병기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투기 모양의 적들로 꼬리 날개 부분의 끝이 포신을 이루는 전투기들과 거기에 기수 부분이 칼날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돌격을 고려한 것으로 보였을 전투기들이 우선 나타나고, 이어서 인간형 병기들이 날개를 단 채로 나타나고 있었다. 앞서 나타난 전투기들의 광선 포격이 있은 이후, 인간형 병기들이 자신들의 광검으로 나를 비롯한 배에 있었던 이들을 공격하려 하였다.
  이들이 검을 들고 돌격해 오자마자 빛의 기운으로 검을 생성하고서, 그 칼날로 그들의 광검 공격을 막아내면서 이들을 칼날로 베려 하였다. 우선 앞서 온 세 개체들부터 검격 대결을 잠깐 펼치다가 이들이 빈 틈을 보이는 것을 노려, 그들의 몸을 칼날로 베어 폭파시키고, 뒤따라 오던 다섯 개체들은 검격 준비를 하기 전, 자세를 잡으려 할 때를 노려 허리, 흉부 등을 베어내면서 전부 파괴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10 여 개체씩 인간형 병기들이 배의 좌우측으로 몰려와 각자의 총포에서 광선, 미사일들을 발사하며 위협을 가했으나, 결국 모두 격추시킬 수 있었다. 접근한 이들은 검으로 베어내고, 멀리 있는 이들은 빛 줄기, 화염탄으로 격추시키려 하니, 남은 이들은 그들 중에서 대략 다섯 정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에는 함선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작은 함선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냈고, 기어이 배의 측면 부근에서도 함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록 배에서 멀리 떨어진 쪽이기는 했으나, 작은 배가 함체 하단의 해치들을 열어 포문을 보이고, 포문에서부터 광선을 발사하고 있었다.
  일행이 탄 배의 측면 쪽으로 광선이 발사되어 갑판 부근을 지나칠 때마다 엎드려서 피했다. 때로는 함선의 몸체에서 배의 측면 쪽으로 폭탄들이 발사되었고, 이 폭탄들은 공중에서 주변의 공기를 무참히 진동시킬 정도로 폭발하여 폭풍과 파편이 일행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함선들의 포격과 폭탄, 미사일 발사에 의한 위협에 나를 비롯한 이들도 곧바로 맞섰다. 함선이 배의 우측에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세니아가 포문을 타격해 폭파시키려 하였고, 또, 나에티아나와 내가 함교 쪽을 직접 타격해 함선들을 격침시키려 하였다. 한 번 배의 함교 쪽을 타격하기 시작하니, 작은 함선이라 그 정도로도 바로 폭파되고 있었다.
  한편, 전방 쪽에 있던 세니아는 카리나가 보호막으로 배를 지키고 있는 와중에 그의 곁에 머무르며 전방에서 몰려오며 포격을 가하는 작은 함선들, 전투정들을 타격해 파괴하려 하였다. 인간형 로봇이 선수 쪽으로 다가오기도 하였으나, 그 때마다 불의 기운을 뿜어내는 검의 칼날로 병기들을 베어내 폭파시키면서 그들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아니, 무슨 배 하나 잡겠다고 이렇게 잔뜩 끌어오나!?"
  그 무렵, 선교 쪽에서 알프레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에 연결된 확성기에서 나는 목소리로 그간 배의 조종에 집중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가 병기들이 계속 몰려오는 것도 모자라 배 크기만한 공중 함선들까지 나타나자 황당해하며 목소리를 낸 것 같았다.
  "이것들, 배가 목적이 아니에요!"
  그러자 세니아가 곧바로 외쳤다. 그리고 진짜 목적은 나일 것이라며 이렇게 이어 외쳤다.
  "배 따위 아무래도 괜찮아요, 아르사나가 목적이에요, 그 애 하나 잡겠다고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요! 겸사겸사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 배까지 전부!"
  "그렇다면 아르사나가 배에서 뛰어내려도 소용 없다는 건가!?"
  "당연하죠!!!" 그러자 세니아가 바로 외쳤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에 배까지도 모두 나의 동료일 테니, 전부 몰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전에 아르사나를 비롯한 애들이 고대도시에서 기계 병기들을 파괴한 것 때문에 나를 비롯한 이들에 모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아르사나 같은 이들을 놓아두면 자기들은 분명 파멸할 것이라 여기었을 거예요."
  "나아, 이거 참......!" 그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즈음, 비행 함선 한 척이 일행이 타고 있는 배가 있는 그 상공으로 다가오면서, 그와 함께 다수의 인간형 병기들이 비행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이지 끝도 없네. 아르사나, 거기는 어때? 뭐 계속 몰려와!?"
  "왼편, 오른편에서는 별로 몰려오고 있지 않아, 아무래도 녀석들이 전방 쪽으로 집중한 것 같아."
  그러자 세니아 쪽으로 다가가면서 내가 말했다. 때마침 인간형 병기들 중 일부가 내 쪽으로 오고 있기에 검으로 이들을 처치하려 하였다. 돌격해 오는 이들의 허리를 베고 목을 쳐 가면서 하나씩 처치해 가려 하였다.
  그 이후에도 기수의 양 옆에 칼날을 달고 돌격해 오는 전투기들도 있어서 광선으로 이들을 격추시키기도 하였는데, 그 수가 꽤 많아 그 쪽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야 했다. 게다가 이들 중에는 빛 줄기들을 뚫고 배에 탄 이들을 지나치려 하는 이들도 있어서 주의해야만 했다.
  배를 새들처럼 오가는 전투기들을 하나둘씩 격추시키는 것으로 해당 무리의 공격을 저지할 무렵, 전방 근처의 상공에 머무르고 있었던 공중 함선들이 포격을 하기 시작해, 그로 인해 붉은 빛 줄기들이 배의 선수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카리나가 보호막으로 어떻게든 막아내려 했지만, 발사되는 광선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발사되는 광선의 강도도 강해져서 막아내면서 슬슬 한계가 찾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카리나, 괜찮겠어?" 우선, 세니아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물었고, 나 역시 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어서 "이대로는 위험할 것 같지 않아?" 라고 물었다. 카리나는 괜찮다고 답을 하기는 했지만 상황은 그런 대답과는 전혀 달랐다. 빛으로 생성한 보호막은 일단 외견 상으로는 멀쩡해 보이기는 했으나, 빛이 불안정했고, 계속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것이 하나의 형체를 이룰 수 있었다면 몸체의 곳곳에 균열이 나 있었을 것이다.
  '이대로는 위험할 텐데......' 그러면서 내가 직접 보호막에 마력을 보충해 주기로 했다. 카리나의 부족한 마력을 보완해 주면 적어도 버틸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대신, 공격에 나설 이가 당장에 한 명밖에 남지 않을 텐데, 그래서 우선 세니아에게 외쳤다.
  "지금 당장, 선실에 있는 애들 깨워! 이제 그 애들도 나서야 해!!!!"
  그리고 알프레드 노인에게도 선실에 있는 이들, 세나, 나에티아나 등이 가능한 빨리 나오게 해야 한다고 외쳤다. 다행히도 그 외침은 조타실에 있던 알프레드 노인에게 닿았고, 이후, 노인은 알겠다고 화답하고서 이런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외치게 했다.
  "아! 아!!! 들리는가!? 조타실에서 선실에 알린다!!! 선실에 있는 전투 가능 인원들은! 즉시 선실 밖으로 나가길 바란다!!! 마법 보호막에 한계가 다가와 보호막의 마력을 보충하기 위해 공격에 나선 이들 중 한 명이 나서게 되어 공격에 나설 이들이 부족해질 예정이다!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이들은 가능한 모두 밖으로 나가라!!!"

"빨리 나가라!!!! 모두 빨리 나가라아아아아아아!!!!!!"

  하는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선실 쪽으로 다가가서 다급히 문을 열고서-소리를 내 안에 있는 세나, 나에티아나가 놀라게 하기 위함이었다-, 안쪽으로 외쳤다.
  "세나! 내티! 뭐하고 있어, 너희들 나오라고 하는 거야, 빨리 나와!!!"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세나 그리고 나에티아나가 다급히 밖으로 나가서 나를 따라 선수 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카리나가 함선에서 발사되는 붉은 광선들을 빛의 보호막으로 치열하게 막아내는 광경을 지켜보던 세나가 그 광경에 대해 자신의 오른편 곁에 있던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누군가 보호막에 마력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자처했다고 했는데....... 누가 하게 됐나요?"
  "내가." 그러자 내가 답했다. 그리고 누구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서, 그래서 내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나에게 환수들이 있지 않느냐고 말하고서, 그들이 많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그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아니오, 아르사나 씨, 제가 나서겠어요." 세나가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환수들 중에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이가 있다고 했으며, 그가 도와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카리나에게 다가가서 자신이 그것에 관한 부탁을 해 보겠음을 밝히고서 그에게 직접 뛰어갔다.
  "카리나 씨, 잠시 소강되면 교체하시고 쉬세요, 이후로는 제가 나설게요."
  이후, 세나는 카리나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 이후, 그의 좌측 곁에 이르고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각각의 손에서 빛이 발생하도록 하더니, 각각의 빛에서 마력이 분출되어 무언가가 그 앞에서 튀어나도록 하였다. 왼손에서는 붉은 빛이, 그리고 오른손에서 푸른 빛이 생성되어 전방 쪽으로 분출되고 이어서 왼팔 앞에 불새가 생성되고, 배의 앞쪽 수면에서 거대한 푸른 뱀이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였다.

  머리에 용의 그것과 같은 비늘이 생성된 거대한 푸른 뱀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동안, 그리고 양 팔 간격 정도로 큰 불새가 날개를 펼치면서 온 몸을 격렬한 붉은 화염으로 두르면서 함선들이 위치한 전방 쪽을 주시하며 날아갈 준비를 하려 하였다.
  날갯짓을 하면서 광선의 열기를 흡수하며, 함선 쪽으로 날아간 불새는 이윽고, 입에서부터 화염탄을 잇달아 분출하고 각 날개에서 깃털 같은 형상의 화염탄들을 흩뿌리며 함선 그리고 함선을 호위하는 듯이 따르는 전투정, 전투기들에 타격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화염탄들이 짧은 불줄기처럼 발사되어 전투정과 전투기들을 궤뚫어 폭파시키고, 함선들에 격돌해 폭발하며 함선들의 선체에 피해를 주고 있었다.
  그들에 질세라 나 역시 하얀 광선들을 발사하며, 전투정, 전투기 대열을 빠져나와 함선으로 돌격해 가는 인간형 병기들의 흉부를 궤뚫어 폭파시키고, 검으로 이들의 목을 비롯한 신체 부위를 베어내고, 흉부를 찌르면서 파괴해 가려 하였다.

  이 무렵, 수면 위의 바다뱀도 불새의 행동에 호응하려 하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함선으로 돌격해 들어오는 인간형 병기를 입으로 뿔에서 발사되는 푸른 광선으로 궤뚫고, 입으로 또 다른 인간형 병기들을 물어뜯고 있었다. 턱의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인간형 병기들은 물어뜯기자마자 뜯긴 부분은 바스라지고, 남은 부분은 분해되어 수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격전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배는 급속히 바다 건너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나와 세니아가 자신들의 힘으로 하얀 불꽃, 붉은 불꽃을 발사하고, 세나가 소환한 환수들이 계속해서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병기들이 하나둘씩 파괴되고, 함선들 역시 갑판에 구멍이 뚫리고 동력원이 자리잡은 심장부가 관통당해 격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함선이 격파될 때마다 배가 위치한 상공 일대에 열기를 품은 폭풍이 터지고 굉음이 울려퍼져 배의 갑판을 뒤흔드니, 갑판이 흔들릴 때마다 갑판 위에 있었던 모두가 그 영향을 받았다. 격렬히 배가 흔들릴 때도 있었으며, 그 때마다 나와 세니아는 배의 난간에 의지했고, 세나는 갑판에 칼을 꽂아 그것에 의지했었다.
  "모두 조심해라, 배가 격렬히 흔들릴 때가 있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조타실에 있던 알프레드 노인이 외치고 있었다. 그 혼란 속에서도 카리나는 흔들림 없이 선수 앞에서 꿋꿋이 보호막을 펼치며 서 있었다. 실은 갑판의 흔들림을 인지하고 있기는 했었겠지만, 그것을 어떻게든 견디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배가 움직이는 것은 병기들의 격파가 아닌 해안의 도달이 그 목적이었기에, 격파하지 못한 병기들은 그냥 지나쳐 가기로 했다. 하지만 지나쳐 간 이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었기에 세나가 물의 환수를 뒤에 두어서 후방에 남겨두고 간 병기들을 처리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자신은 불의 환수를 곁에 두고 앞서 다가오는 병기들을 격파하는 것에 집중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병기들이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공격도 더 이루어지지 않는 시점이 다가왔다. 함선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각각의 함체에서는 한 번의 포격도 행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 때가 되자 세나가 다급히 카리나를 향해 다가갔다.
  "카리나 씨, 이제 그만 물러나 쉬세요. 보호막을 더 펼치실 필요는 없어요."
  "그래?" 그러자 카리나가 잠시 보호막을 거두고 세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고, 이에 세나는 그렇다고 답한 이후에 카리나를 대신해서 자신과 자신의 환수가 배를 지키는 역할을 대신해 주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소강 상태일 거야. 지금이면 쉬어도 되겠지. 쉬고 있다가 다시 나설 테니까, 너는 다른 애들이 나서서 움직이지 않는 저들을 부숴버리라고 해."
  이후, 카리나는 선수 부분에 자리잡고 앉아서 자신은 멀리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공격 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 세나의 환수들 중에는 그 역할을 잘 해내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공격 역할을 맡기면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말했다.
  "일단은 쉬게 하고, 공격이 개시되면 그 때 역할을 교체하든가 해."
  이후, 공격을 더 이어가지 못하는 함선들을 목표 삼아 세나와 나 그리고 세니아에 나에티아나까지 모두 나서서 있는 대로 공격을 가하기로 하고, 각자가 발사할 수 있는 수단을 가능한 많이 활용해 함선들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세니아와 나에티아나는 전방과 우측, 그리고 나와 세나 그리고 불의 환수는 우측의 함선과 병기들을 집중 타격해 폭파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 와중에 카리나가 방패에서 발사하는 빛의 화살들이 우측 상공의 병기들과 함선의 함체에 닿기도 했다.
  당시에 카리나도 그렇지만, 계속 광선 등을 발사하고 있던 나와 세니아 등도 지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한 번에 가능한 많이 격파해 적의 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가능한 빨리 해안에 근접하도록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함선을 가능한 빨리 격파하기 위해서는 급소를 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함교 쪽을 공격하면 보다 빨리 굉침된다는 것을 모두 알아차리고 있었기에, 누가 말할 것 없이 함선의 함교 쪽을 노리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광선, 광탄, 화염탄, 금색, 은색을 띠는 빛의 화살들이 함선의 함교 쪽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함선들은 대개 작은 것들이었기에 몇 번의 집중 타격으로도 쉽게 격파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함선들이 격파되고 있을 무렵, 알프레드 노인은 조타실에서 통신을 보내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지원 요청이었을 것이다. 인근의 경비대에게 지원 공격을 요청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함선들을 비롯한 기계 병기 전력을 빠르게 격멸시키려 하였던 것 같다.

  당시에 상공에 남아있던 함선의 수는 여섯으로 결국 이들 모두 하나둘씩 격파당해 폭풍과 열기 그리고 잔해들을 흩뿌리며 사라졌으며, 남은 병기들은 바다 건너 해안 쪽으로 달아나듯 날아가며 사라져 갔다. 그렇게 그 무리의 공세는 일단락되었고, 일행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 수고 많았다."
  배가 해안에 거의 도달하고, 병기들이 물러섰을 무렵, 배의 선교 쪽에서 알프레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노인은 아직 그들의 공세는 덜 끝난 것 같다고 말하고서, 아직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후, 카리나는 세나의 권유대로 뒤쪽으로 물러나 갑판의 왼편에서 난간에 기대어 앉은 세니아의 바로 옆으로 앉아 쉬기 시작했고, 세나가 그 대신 기수 쪽으로 올라갔다. 나는 나에티아나와 함께 갑판의 오른편에 앉아 있었다.
  "맞아, 분명 녀석들은 더 몰려올 것 같기는 해, 아직 저들은 많은 수를 갖고 있어, 여차하면 기함이라 할만한 함선도 가져올 거야."
  "기함까지 온다고? 이 조그마한 배 하나 잡자고!?"
  내가 정말로 계속 적들이 이어 나타날 것에, 기함까지 올 수도 있다고 하자, 건너편에 앉은 카리나가 놀라면서 물었다.
  "그러할 수 있어." 카리나가 경악하며 건네는 물음에 내가 바로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기계 무리는 나를 비롯한 일행을 가만히 놓아두면 자신들 자체를 궤멸시킬 수 있는 집단으로 여기고 있을 수 있는 만큼, 기함까지 끌고 와, 총 공격을 감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없애버려야 할 존재로 간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지원 요청을 하셨는데, 경비대가 그 요청을 통해 온다면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에오르 자매 분하고 리 셀린 등의 엘베 족 분들께서 다른 방향에서 나서실 텐데, 그 분들의 행동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무렵, 나에티아나가 자신의 곁에 있던 나를 비롯해 주변에 있던 카리나, 세니아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대형 포신을 가진 글라이더를 운용하고 있으니, 기계 무리에게 더욱 위협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하겠지만, 자신들의 근거지에 더욱 근접하는 우리가 더욱 위협적이라 여기고 있을 수도 있겠지."
  이런 나에티아나의 물음에 내가 답했고, 카리나, 세니아도 그런 나의 추측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이후, 건너편의 카리나, 세니아가 앉은 그 너머를 보기 시작했다. 뒤쪽에 있던 세나의 환수들 중 물의 환수가 배의 왼편 근처까지 따라오고 있었다. 불의 환수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세나가 자신의 역할이 바뀌었음을 감안해 다른 이-아마 기사 형태의 환수-가 그를 대신해 나오도록 하려고 했을 것이다.
  "세나의 표정이 이전에 비해 진지해졌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세니아가 카리나에게 세나에 대해 언급했고, 이에 카리나도 "그런 것 같다." 라고 말하며, 세니아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니, 나 역시 정말 그러한가하는 의문에 고개를 돌려 세나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확실히, 그 무렵의 그는 이전에 비해 진지해져 있었다. 물론 전투를 할 때에는 어느 정도 진지해지는 일면이 있고, 진지한 태도로 임하겠다는 각오가 표정에 다 드러나는 유형의 인물이기는 했지만 그 때에 비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함께 전투를 하고 누군가-주로 카리나였을 것이다-와 함께 앞장서서 사람들을 지켜왔던 이전 때와 달리, 혼자 앞장서서 다른 이들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기에, 그것에 대한 긴장감이 더해졌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다른 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나에게 뭐라 말하거나 말거나, 세나는 전방 쪽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뭐라 말을 걸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선뜻 말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해안 건너편 멀리서부터 한 무리의 전투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10 기씩 한 대열을 이루며, 몰려오는 전투기들로 새 혹은 드래곤의 형상을 한 전투기들이 날개의 꺾이는 부분마다 그 하단에 하나씩 포신을 장착한 모습을 보이며 날아오고 있었던 것.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세나는 바로 환수를 소환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의 바로 앞쪽 상공에서 갑주 형태의 환수가 오른손에 창, 왼손에 커다란 방패를 든 채,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후, 전투기들의 붉은 광선 공격을 환수가 격렬한 하얀 빛을 발하는 방패로 막아내고, 창끝에서 하얀 광선을 한 발씩 발사하며, 전투기들을 격추시키려 하였다. 이들의 광선 공격은 맹렬했지만, 광선의 위력 자체는 약해서 갑주 환수의 빛나는 방패를 뚫거나 하지 못했으며, 환수의 창끝에서 발사되는 광선에 궤뚫릴 때마다 폭파되었다.
  전투기들은 측면에서도 나타났고, 그래서 나에티아나와 내가 일어나서 이들을 격추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금빛 화살과 하얀 광선이 이들을 궤뚫어 파괴했다. 이들의 광선이 배 부근을 지나치기는 했지만, 배에 직접 피해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도 전투기들이 다수 출몰하고 함선도 나타났지만 모두 전방 쪽에서 나타났기에 세나 그리고 그의 환수에 의해 모두 어렵지 않게 격파되고 격침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측면에서 나타난 인간형 병기들도 나에티아나와 내 선에서 모두 정리되었다. 간혹 갑판 안쪽으로 들어오는 인간형 병기들도 있었으나, 검격으로 맞서서 베어내고 폭파시켰다. 자폭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내가 신호를 보내고, 나에티아나가 화살을 쏘아 폭파시켜 그 폭발로 밀어내는 것으로 배에서 자폭하는 행위를 저지해 갔다.

  기함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나의 전망에 일행 모두 긴장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배가 해안에 근접할 때까지 함선은 나타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간의 전투로 인해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배는 무사히 해안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브로아 해안.

  하나야스 (Khanayas, Chanayas) 의 북동쪽 인근에 위치한 해안 지역인 가브릴리아 (Gabrilia) 의 남단에 위치한 항구 마을로 그 서쪽 교외에는 산이 하나 있으며, 그 산길은 '애도의 길 (Via Elugentis)' 이라 칭해지며, 그 길은 남서쪽 끝에 자리잡은 절벽인 '기억의 절벽 (Rupes Memoriae)' 으로 이어진다. 그 절벽은 다리를 통해 '기억의 사당 (Sedes Memoriae)' 이라 칭해지는 곳과 이어진다. 기억의 사당에는 라테나 어 문구들이 새겨진 비석이 하나 놓여 있지만, 그 비석에 새겨진 문구에 대해서는 자주 괴물이 출몰했었다는 내용이라는 이야기를 알프레드 노인으로부터 들은 것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 상태였다.
  기억의 사당을 아직 방문하지는 않았고, 근래에 지브로아 일대를 방문하는 것도 정말 처음이었지만, 사당에 관해서는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 시점에서도 이미 사당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그런 나에게 중요한 일은 그래서 사당에 무엇이 있고, 그 괴물을, 인류의 적이었을 기계 무리와 적대하고 있을 괴물을 나의 편으로 돌아서게 하는 일일 것이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이 있다. 그 괴물이 아군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해안에 당도할 무렵, 기계 무리의 습격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배가 해안에 도달하면서 배는 거의 포기한 모양으로, 다른 방향에서 지브로아 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을 이들-에오르 자매와 리 셀린의 글라이더들-이라도 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았나 싶었다.

  "해안에 도달하면 너 혼자 산길을 가겠다고 했었지?"
  배가 해안에 도달하고, 그간 선실 내에 있던 잔느 공주가 선실 밖으로 나올 무렵, 선수 쪽에 서 있던 나에게 카리나가 물었다. 이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고, 신호를 보내면 그 때에 내가 있을만한 곳으로 와 달라 당부하기도 했었다.
  "너라면 딱히 걱정은 안 되기는 하는데...... 정말 너 혼자 가야 하겠어?"
  이후, 카리나는 선수의 끝에 이르러 해안을 바라보던 나에게 물었다. 이미 혹시 모를 습격에 다른 일행을 이끌고, 배와 일행을 지켜달라 부탁한 바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나의 결심을 다시 확인해 보고 싶어서 물었을 것이다.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카리나에게 그가 원한다면 그에게는 따로 신호를 보내겠음을 알리기도 했다.
  "여기서 사당까지는 먼 길이 아닐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빨리 신호를 보내야 해, 알았지?"
  "알았어, 응답이나 잘 해." 이후, 카리나는 나에게 가능한 빨리 신호를 보내달라 부탁을 했고, 이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알았다고 화답했다. 이후, 배의 선수 부분이 해안의 땅 위로 올라오자, 선수를 통해 해안을 향해 뛰어내렸고, 이후, 해안의 돌바닥 위에 착지했다.
  "안 아프냐!?" 그 때, 조종을 마치고 선실 밖으로 나오던 알프레드 노인에게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목소리에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그 이후, 나는 가능한 빨리 일행을 불러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 때, 내 근처에 보이던 배에서부터 알프레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리나가 나한테 아르사나가 때가 되면 신호를 보내겠다고 했었다. 가능한 빨리 신호를 보내라, 빨리 따라와 줄 테니깐 말이다. 뭔 일이 있어도 무사히 있어야 한다, 그것만큼은 명심해라, 알겠나?"

  그리하여 나는 배에서 멀어져, 산의 절벽을 타고 산길 위로 오르려 하였다. 원래는 마을 부근까지 우회한 이후에 마을의 서쪽 경계 부근에 있는 길을 따라가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애초에 전투에서 길을 가는 데에는 편한 길, 편치 않은 길을 마다하지 않는 법이다.
  배에서 멀어지면서 배의 모습을 잠시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았다. 배 자체는 보호막의 영향을 받기도 해서 대체로 온전하기는 했지만, 수차례 입은 타격의 여파가 크기는 컸는지, 외형은 온전한 데가 없었다. 갑판 곳곳에 손상되고 긁히고 파손된 흔적이 역력했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지만, 조금만 더 심했어도 배의 상태가 상당히 위험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여러모로 아찔했다.



  해안의 바위는 그렇게 험난하지는 않았다. 바위를 파도가 깎아 생성한 지형이 평탄할 리는 없었겠지만,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다만, 지형이 늘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 때마다 바닷물을 건너뛰어 건너편의 지형으로 가야만 했다. 바위들이 마치 징검다리처럼 배치된 부분도 있어서 조심해서 길을 가야만 했었다.
  바위 더미 위를 지나다니며, 주변 일대의 지형과 상공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괴물의 근거지에 가까운 만큼, 괴물을 둘러싸는 기계 병기들 중 주변 일대를 순찰하는 이들과 마주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개는 소형 병기들이겠지만, 인간형 병기들이 돌아다닐 수도 있는 만큼, 그것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모험을 하면서, 용병 일을 하면서, 괴물 사냥을 하면서 오만 지형들을 돌아다니기는 했었으나, 바닷물에 직접 닿는 바위들을 오가는 것은 언제나 긴장을 불러오고는 한다. 바닷물 때문에 혹은 바위에 자라난 이끼, 수초 떄문에 자칫하면 미끄러져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암만 그래도 바위 투성이 지형에 넘어지는 것은 매우 위험했던 만큼, 주의가 필요했다. 빨리 가려면 어쩔 수 없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넘어져서 크게 다친 이후로는 그런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다. 아마 그렇게 크게 다친 경험이 있다면 그런 철없는 생각은 하지도 않을 것이다.
  바위 투성이 지형을 오가다가 잠깐 쉬려고 바위에 걸터 앉았지만, 앞서 서술한 이유로 인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을 노릇이었고, 그래서 잠깐 숨 돌린 이후에는 바로 일어서려 하였다. 더 나아가, 상공에서는 정말로 전투기들이 오가기 시작해서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바위 위를 걷기 시작하자마자 소형 병기들이 나에게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본체의 양 옆에 날개가 달려 있고, 본체의 앞 부분에 동심원 상의 붉은 무늬가 그려진 장치가 장착된 병기로 해당 장치에서 광선이나 광탄이 발사되어 공격을 하는 장치인 듯해 보였다. 그 검은 그림자가 보이자마자 다급히 빛의 기운을 꺼냈고, 그 기운을 통해 광선을 발사해서 격추, 폭파시켰다. 그 검은 무리들의 그 외형을 알아본 것은 그 잔해를 발견하고난 이후였다.
  처음에는 작은 개체들이 보이고 있었지만 그 때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더욱 큰 개체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어 절벽을 따라 오르막길을 찾아가던 나에게 한 무리의 검은 비행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 인간형 병기들로 검은 갑주 형태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붉게 빛나는 어깨의 원통형 포구 그리고 검은 칼날 모양의 팔과 다리가 외견 상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팔과 다리는 검격용으로 주요 무장은 어깨에 장착되어 있었을 그런 개체들이었다.
  이들이 접근해 오자마자 폭발음과 함께 어깨에서 다수의 붉은 칼날 모양 광탄들이 확산되는 듯이 발사되었다. '산탄포' 라 칭해지는 총포 류에서 탄이 발사되는 방식으로 격발되자마자 탄들이 재빠르게 확산되기에 바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고, 소리를 듣자마자 보호막을 펼쳐, 광탄들을 막아내려 하였다. 이후, 깨어진 보호막을 내버리고 포격을 격발시킨 병기들을 향해 다가가 앞장섰던 병기를 향해 오른손에 칼날을 생성했다. 제대로 된 검을 쥘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워낙 다급했기에 손날을 세우고 그 손에서부터 칼날을 생성하며 병기를 향해 뛰어올랐다.
  이후, 나는 공중에 약간 떠 있던 그 병기의 몸체를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허리 부분까지 대각선 상으로 베어냈고, 이후, 다시 뛰어올라, 뒤따라 오던 병기의 몸체 역시 이전에 베어낸 병기의 경우와 반대 방향으로 빛의 칼날로 베어냈다. 마지막으로 도주하며 다시 총포 발사를 준비하던 병기는 광선을 발사해 어깨 부분을 관통했다. 이후, 칼날에 베인 병기들이 있던 뒤쪽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나고, 이어서 어깨 부분의 폭발에 의한 충격으로 마지막 병기까지 팔과 다리 등이 분해되는 모습을 보였다.
  두 병기들이 폭파되고 나서도, 인간형 병기들이 계속 나타났기에 손날에서 생성된 빛의 칼날을 해제하지 않고, 병기들과 맞서려 하였다. 세 번째로 나타난 인간형 병기의 목을 베어내고, 그 뒤를 따르던 세 병기들마저 칼날로 베어 폭파시키고 나서야, 병기들이 더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하고 칼날을 해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어서, 그 잔해들을 지나칠 무렵, 새 모양의 소형 전투기들이 나의 왼편 상공에서 몰려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빛의 기운을 통해 광탄들을 발사해 이들을 전부 격추시켰다. 그 이후로도 한 번씩 인간형 병기들이나 전투기들이 몰려왔고, 그 때마다 칼날로 베어내거나, 광선으로 쏘아 맞히는 것으로써 이들을 격추시키며, 길을 지나쳤다.


  그렇게 병기들을 처치하면서 한 동안 절벽 아래를 가다 보니, 오르막길이 먼 저편 너머로 보이는 때가 왔다.
  '저 오르막길로 가면 되겠다.' 그 오르막길을 발견하자마자 그 길이 산길로 이어지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렸고, 그래서 주저 않고 곧바로 그 오르막길을 향해 가려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길을 가려 하다가도, 산길을 오르기 전에 고개를 돌려 바위 해변을 둘러보려 하다가 그 풍경에 시선이 끌려 잠시 그 풍경을 바라보며 앉아있기로 했다. 그간 쉼 없이 전투가 이어지면서 그로 인해 신경이 잠시 날카로워져서 숨을 돌릴 필요가 있기도 했기에, 오르막길 근처에 큰 바위를 찾아 앉기로 한 것이다.
  오르막길을 찾아오기 전에 이미 그 주변 일대에 큰 바위 몇 개가 지면에 박혀 있는 모습을 알아본 바 있었고, 쉬고 싶을 때,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되겠다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오르막길의 왼편 근처에 있는 바위를 찾아 그 바위에 앉아있으려 했다, 바닷가에 보다 가까운 곳이었기에 그 바위에 앉아있으려 한 것. 바위에 이끼가 없는 부분을 찾아 그 부분에 앉았다. 물기가 약간 있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쓰려 하지 않았다.

  '도중에 또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지?' 한 동안 병기들이 나타나지 않는 와중에 잠시 쉬기 위해 앉아 있으면서도 행여 병기들이 또 나타날까봐 쉬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긴장을 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휴식을 마음놓고 할 수 없음을 당연시하기는 했었지만, 그렇게 익숙해졌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이런 경험이 한 번 두 번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러워 질 수는 없었다.
  그렇게 긴장하면서 앉아있을 무렵, 오르막길 건너편의 돌바닥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드레스 차림을 한 사람의 그림자였던지라 병기가 아니었음은 분명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은 생각에 그림자가 나타나는 방향을 유심히 살펴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림자는 나를 발견했는지, 내가 있는 쪽으로 계속 다가가려 하였고, 그래서 더욱 긴장하며, 앞일을 대비하려 하였다. 오른손에 빛의 기운을 생성하며 검을 소환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림자가 나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 형체가 더욱 분명히 드러나려 하였다. 드레스 차림을 하고, 오른손에 검을 든 이로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길게 묶어 내리고, 남은 머리카락을 다리 높이까지 길게 늘어뜨린 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고, 그러면서 그간 놓지 못하고 있던 긴장을 비로소 놓을 수 있었다.
  '그 분이실 거야. 그 분이 곁에 계신다면 잠깐 마음을 놓을 수는 있겠지.'
  그리고 잠시 후, 그림자는 바로 나의 앞까지 다가와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나와 비슷한 감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었다. 보랏빛 드레스 차림을 한 이로 (정확히는 앞쪽이 트여있는 형태로 드레스 형태를 갖춘 레오타드에 가까운 복장이었다. 그러하다보니, 보라색 구두는 물론, 다리를 감싸는 보랏빛의 반투명한 천까지 드러나 있었다) 오른손에 파랗게 빛을 발하는 감빛의 날을 가진 검을 들고 있었다. 그에게는 다른 검들도 있었지만, 그의 곁에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마 다른 곳에 숨겨두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리사 선생님이시구나.' 드러나는 그림자를 보며 이미 알아차리고 있다가, 그가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내 짐작이 맞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리사 데 마나 (Lisa de Mana) 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 이명은 리즈 드 마나 (Lise de Mana) 혹은 이자벨 드 마나 (Isabelle de Mana) 라 했다. 내가 어렸을 적, 샤하르의 어떤 학교에 다닐 무렵에 그 학교에 교사로 잠시 재직하셨던 분으로, 내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교직을 그만두셨다고 한다. 어머니와도 인연이 있으셨던 분으로 한 때에는 어머니와 함께 용병 생활을 한 적도 있으셨던 분. 어렸을 적에 할머니 덕에 짧게 유지하던 머리카락을 할머니께서 고향으로 가신 후에 더 유지하기 힘들게 되자, 나는 머리카락을 길게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하시며, 머리카락을 기르게 한 계기를 마련한 분이시기도 했다.
  과거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다만, 과거에 어떤 나라에 여기사로 활동했던 전적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려졌을 뿐. 하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어도, 너무도 많은 과거를 가슴에 품고 계신 것 같았고, 그래서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뭇사람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사연들을 품으신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그에 대해 이어갔던 적도 있었다.
  당시에 그 분께서는 그 일대에서 기계 병기 집단에 속한 병기들과 홀로 맞서는 역할을 맡고 계셨다고 했다. 오랜 경험과 특유의 능력 덕에 여러 기계 병기들과 싸우면서도 결코 밀리지 않으셨다지만 혼자서 한 무리와 정면 대결을 펼치시다보니, 여러모로 버거워하시는 일면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도움이라도 드릴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결국 원래 계획한 바대로 나는 일행과 함께 배를 타고, 나 혼자 먼저 해안에 나서는 역할을 맡고 있다가, 이렇게 리사 선생님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아르사나, 오랜만이네." 나를 보자마자 나를 내려다보시며 리사 선생님께서 말을 걸었다.
  "예, 오랜만이에요." 내가 답했다. 이후, 선생님께서는 내가 앉았던 바로 그 오른쪽 부분에 앉으시려 하셨다. 바위의 표면을 거기까지는 살펴보지는 않았다만, 그 부분을 다시 보니, 이끼나 물기는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자리를 잡으신 후, 리사 선생님께서 내게 말을 거셨다.
  "다른 이들은 아직 여기로 오지 않았나 봐?"
  "먼저 나 혼자 오기로 했어요." 내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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