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6. The Flower of the Abyss : 5


  "괴...... 괴물의 주인...... 내가 괴물의 주인이라고......!?" 그러자 남자는 경악에 찬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간의 경어 표현조차 싹 생략해 버린 채로, 경어 표현까지 잊을 정도로 기가 막힐 지경이었던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괴물의 주인이라뇨!?" 남자는 말투를 금방 가다듬고, 다시 경어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수습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대체 얼마나 놀라서 저랬던 것인지. 그러더니, 남자는 나와 아잘리를 번갈아 바라보려 하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 아까 전부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여러분께서 마을로 돌아가는 것을 제가 원치 않는다고요? 마을의 진실을 알리는 것을 제가 두려워해서 그런다고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저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는데 말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를 지금 당장 돌아가게 해 달라고! 괴물도 물리치고, 괴물 무리도 격퇴해 줬는데, 못할 이유가 뭐 있어!?"
  그러자 아잘리가 남자에게 바로 요구를 드러내며, 외쳤으나, 남자는 그런 아잘리의 요구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의 본성이 정말로 괴물과 관련이 있다면 대답을 못한다고 보는 편이 옳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러할 것이라는 확신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지? 못 하는 건가?" 한 동안 남자에게서 어떤 대답조차 들리지 않자, 왜 대답이 없느냐고 다시 한 번 아잘리가 따졌으나, 그 때에도 남자는 생각에 잠긴 듯이 대답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지금부터 10 초 내로 뭐라도 대답해! 그렇지 않으면 아저씨가 괴물의 주인임을 시인하는 것으로 간주할 테니까!"
  "돌아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남자가 답했다.
  "왜 그러지?" 그리고, 아잘리가 묻자, 남자는 그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우선 그렇게 화답했다. 그리고, 자신이 따르는 AMC  (아엠세) 사령관인 기욤 장군으로부터 지령이 떨어졌고, 그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려 하였다.
  "괴물의 몸이 파괴되고 혼들이 빠져나갈 즈음, 기욤 장군께서 말씀하셨소이다, 자신의 명을 받고, 괴물을 격파하러 나선 '용사들' 은 자신의 소명을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말이오이다. 그리고,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소, 때가 되면 용사들을 이 광장 한 가운데로 불러모으라 말이오. 그리고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소이다."
  "어떻게?"
  "이 용사들은 내 기대를 배신했다! 그들을 불러 모으라, 그들을내가 직접 그들을 처단할 것이다! 만약에 그들을 그대가 불러 모으지 못하거나, 그들이 이미 이 곳을 탈출했다면, 그들을 대신해 내가 너를 징벌하리라! - 라고 말이오."
  기욤 장군의 지령 부분에서, 자신이 들은 기욤 장군의 목소리를 묘사하려 하였다. 그런데, 그 위엄 있게 외치려 하는 것이 마치, 남자 자신이 기욤 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목소리를 내려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런 의심을 나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나와 아잘리를 대신해 왼편에 서 있던 세나가 바로 남자에게 물었다.
  "자신이 기욤 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목소리를 내시는 것 아니에요?"
  "그럴 리가!" 그러자, 기욤 장군이 즉각 반응하기라도 하는 듯이 외치더니, 곧바로, 세나에게 이렇게 외치려 하였다.
  "어찌 감히, 제가 그런 높으신 분 행세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그 전까지 온갖 질문을 이어갔을 나와 아네샤를 대신해, 그 때에 처음으로 남자에게 질문을 건네었던 세나를 보더니, 바로 그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당신께서는 제게 질문을 하실 때, 기욤 장군이라도 된 것 아니냐고 따지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기욤 장군을 악당이라도 된 것 마냥 말씀하시더군요, 기욤 장군님께 무슨 원수진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분을 적대할만한 이유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세나 역시 바로 그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이 쪽도 질문을 드려보지요, 당신께서는 기욤 장군을 지나칠 정도로 따르시는 것 같아요, 사람에 따라 '맹신' 혹은 '광신' 에 가까울 정도로요. 그가 당신께 뭔가 잘 해 주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만, 어떤 이유가 있어서 기욤 장군이란 이를 그렇게 따르시는 것인가요?"
  "그 분의 미덕은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남자가 바로 화답했다. 그러더니, 세나에게 바로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 분께서는 싸울 때마다 늘 지지 않으셨던 강인한 투사이시고, 혼란한 세상을 힘으로 구원하신 위대한 영웅이시며, 악덕이 넘치는 세상에 새로운 미덕을 전파하실 새로운 성자이시기 때문이지요. 그 분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리고서, 뭔가 생각나기라도 한 듯이 세나를 보며, 이렇게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아아, 있겠군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떠올랐습니다, 당신께서 그 분을 따르지 않으실만한 이유 말이지요. 당신, 그리고 당신 주변의 분께는 보이지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보입니다, 당신의 겉 모습에 가려진 또 하나의 모습 말이지요."
  그러더니, 세나에 대해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부모와 형제를 잃고 울부짖었던 한 아이의 모습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자, 세나의 곁에 있던 카리나가 발끈하면서 물었으나, 남자는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이야기만 이어가려 하였다, 세나는 물론,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도 보이지 않을 무언가에 대해.

  먼 옛날, 아주 먼 옛날의 일입니다. 이 유적 아래, 지금은 물에 잠긴 곳에 있었을 도시에 한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와 세 명의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이었지요. 당시 도시의 여느 가족과 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아무렇지 않은 가족이었습니다.
  별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별 것 없이 인생을 마무리 할 것 같았던 그 가족들의 삶은 그러나, 불안한 기반 위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인간들의 어리석음이 쌓아올린 업보가 불러온 재앙에 의해 파멸해 가는 세상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그런 평화였지요.
  인류 문명 속의 평화로운 일상이 사실 그런 위태로움 속에 있었음은 분명합니다만.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 그렇지?"
  이후, 세니아가 카리나에게 묻자, 카리나 역시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 영혼기병 라젠카 주제가에서.

  그들이 누리고 있던 불안 속의 평화는 한 번의 선전포고와 함께 깨어졌습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던 위태로운 일상이 깨지는 순간이었지요. 먼 옛날부터, 성스러운 별 테라 (Terra, Tera) 의 옛 문명 시절부터 인류는 종족 끼리의 싸움을 끊임 없이 이어간 한심한 종족이었습니다.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고 죽이는 전쟁은 끊임 없이 반복되어 갔지요.
  인류는 끊임 없이 진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더욱 문명의 수준을 높여 왔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더욱 강한 싸움을 위해, 더욱 많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죽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발명과 기술 개발은 무기의 개발이 우선시되었고, 무기 개발 없이 문명과 기술의 발전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인류는 평화로울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살육과 파괴를 위해서만 기술을 발전시키려 했지요,
  그런 인류를 구원하겠다고 소위 '뜻 있는 자들' 이 나서서, 마이트레야 (Maitreya) 인지, 미트리야 (Mitriya) 인지, 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인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른 별로 이주시켜 주고는 했지만, 그들은 생각을 고쳐 먹...... 아니, 파라디그마 (Paradigma) 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힘에 의한 질서를 수립하는 것에 골몰하고, 그러면서 종족 끼리의 싸움을 거듭했지요. 그것을 거듭하다 보니, 구원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못하게 되고, 인류는 멸절의 위기 속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일가는 멸종의 시대에 태어난 비운의 가족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리사 선생님께서는 사당 근처에서 멀찌감치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시고 계셨다. 멀리 서 계셨던지라, 그 모습이 자세히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서 계시는 모습을 통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계심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뭔가 불길하거나 좋지 않은 무언가를 (무언가들을) 보시고 계실 때에는 늘 그런 모습을 보이시고는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은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자각할 수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늘 그러하듯, 인간들은 전쟁에 대비하려 했습니다.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그들의 아들은 군에 지원했고, 딸은 군수 공장에 취직했으며, 부부는 어린 아들 하나에 의지한 채, 전쟁이 끝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우민...... 아니,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하지만 전쟁으로 시작된 문명의 종말은 돌이킬 수 없었고, 이미 부부의 아들과 딸은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어린 아들이나마 다른 가족의 손에 맡기고, 아들과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이라 데이 (Ira Dei)' 를 견디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들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이들 역시 탈출선에서 '이라 데이' 의 힘과 마주하였고, 그 어린 아들 역시 부모 그리고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자신의 몸을 잃게 되었지요.

  이라 데이, '신의 분노 (Øanîy Lernye)' 라는 뜻이다. 그 이후로 남자는 '그 전쟁이 신의 분노를 알리는 소식이었음을 그들이 자각할 수 있었다면, 현명하게 살 길을 열 수 있었을 텐데, 어차피 신의 분노를 피하지 못했겠지만.' 이란 말을 하고 싶었을 것 같았고, 그래서 그의 말을 자르고 이렇게 물었다.
  "그들이 보다 현명했다면, 살 길을 찾을 기회가 더 많았을 텐데, 어차피 '이라 데이' 를 면치 못했겠지만. 이렇게 말하려 했었지?"
  "현명하시군요." 그러자,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화답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그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그들도 결국, 그들은 인간들 중에서 가장 하찮은, 산 제물의 운명을 타고난 하찮은 존재로 태어난 부류에 불과했기 때문에.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종족 간의 싸움을 이어간 종족이었습니다만, 그런 힘을 가진 자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거대한 힘의 산 제물로 몸과 영혼이 모추 바쳐질 사명을 띠고 태어났기에, 어떻게 발버둥치더라도 그 운명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족속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소년의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이 사랑한 모든 것들은 몸과 마음을 스스로 제물로 바쳤습니다. 소년을 제외하고는......

  "그 가족이 이미 산 제물의 운명을 타고난 만큼, 소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거대한 힘이 일어나면 그 제물이 될 운명을 타고 난 아이, 그러나, 그 일은 어리석은 인간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필요했던 것. 따라서, 그 누구도 고통과 슬픔 없이, 절망 없이, 마땅히 일어날 일을 기꺼이 맞이해야 했습니다. 허나, 소년은 그것을 깨닫기에는 너무 어렸고, 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들이 죽어간 것을 슬퍼할 따름이지요."
  그렇게, 남자의 장황한 이야기가 마무리 되자마자, 카리나가 바로 그에게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그 이야기가 내 옆에 있는 이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 소년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가 내 옆에 있는 이가 당신의 뜻을 따르지 않을 만한 이유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거야."

  그 장황한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며,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년이 어떻게 부모와 형제를 잃었는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들이라면 전혀 모르겠지, 싶은 생각에 그것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고 싶어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어리석은 인간들에 의해 기계 무리를 그저 '괴물' 로 받아들이고, 그들에 의해 가족이 죽었다는 이유로 기계 무리를 두려워하고 있을 소년의 정신을 이어받은 세나 역시 그들의 수장인 기욤을 따르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가 이야기한 바의 진의였을 것이다.
  "그 소년의 정신을 이어 받았기에, 기욤을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건가?"
  이후, 내가 남자에게 물었고, 남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바로 답했다. 그리고서,
  "다만, 한스러울 뿐입니다. 그 당시의 슬픈 소년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계 무리가 이 세상에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지를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시는 모습을 보니, 그저 한스럽고, 불쌍할 따름이란 것이지요."
  그러더니, 그는 카리나 쪽으로 시선을 향하더니,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아하니, 당신을 비롯한 무리가 괴물의 심장 안으로 들어가, 그 심상 세계의 혼과 마주하신 것 같더군요. 기계 무리에게 끝까지 저항하다가 마침내 괴물이 되어버린 남자의 혼이지요. 오랫동안 괴물의 몸 속에 갇혀 있다 보니, 기계 무리를 모두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을 학살한 괴물로 간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좁은 공간 안에 틀어박혀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살았을 어리석은 혼의 말만 믿고, 곡해된 사상에 빠져 계시니, 저 아가씨처럼, 여러분 역시 기욤 장군님 그리고 AMC 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요."

  "...... 환수들의 분노가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 무렵, 세나가 자신의 오른손에 하얀 빛이 떠오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을 건넸다. 그리고, 나를 지나쳐서 남자의 바로 앞에 이르더니, 그에게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그 말, 진심에서 나온 말인가요? 기욤의 지시 하에서 나온 말이겠지요? 말씀해 보세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기욤 장군의 분노를 마주해서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게 말해 보실 수 있겠어요?"
  세나 역시 환수들의 분노를 느끼며, 확신한 것 같아 보이기는 했다. 다만, 그의 진심인지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질문을 건넨 것 같았다, 가능하면 큰 싸움 없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설득해 봐야 소용 없는 거 아냐?" 그 무렵, 아잘리가 나에게 묻자, 나는 일단 지켜보라고 답하고서, 이어서 그 이유에 대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의 진심 여부를 확인해 보는 과정일 거야, 저 애도 그가 진심으로 저러고 있음을 알고는 있겠지만, 행여, 진심을 끝까지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수 있잖아, 그것을 고려한 것 같아. 아무래도 기욤이 그를 지켜보고 있고, 그래서 함부로 발설을 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해야 할 지."

  "진심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남자가 답했다.
  "저는 혼탁함에 빠진 지금의 질서를 혁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아니, 옛 문명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기욤 장군 그리고 AMC 의 힘이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과 군대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야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런 힘이 나올 수 있-"
  그러다가, 표정이 점차 굳어가는 세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 그 광경을 보더니, 아잘리가 내게 말하기를 "참으로 눈치 없는 것처럼 말한다." 고 했다.
  "아아,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또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소년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소년의 가족들은 그들이 원치는 않았겠지만, 거대한 힘, 최고 존재의 제물로 바쳐지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허나, 소년은 그러하지 못했지요. 어쩌면 소년이 울부짖는 것은 그런 영광을 누리지 못한 억울함 때문.....일지도?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소년의 영혼은 여타 가족과 같은 제물로 키워질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지요. 뭔가 인간의 빛과는 다른, 인간의 그것보다는 밝지만 보다 음산한 무언가가 저에게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소년은 제물로 바쳐지지 않은 것 같더군요.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디선가 그런 존재를 본 것 같습니다만,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하지만 이제 확신할 수 있겠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신을 따르지 않는 족속의 일부라는 것을 말이지요, 신을 따르지 않는 자는 유감스럽게도 악마일 수밖에 없는 법, 최고 존재는 미리 그것을 알아차리고 소년을-

  "그만하세요." 그 때, 세나가 오른손에 칼을 들고, 그 칼 끝이 남자를 향하도록 하면서 말했다. 이전보다 확실히 강한 어조의 목소리였다. 그러자, 남자는 당황하고, 놀라면서도 태연한 듯이 말을 이어갔다, 세나를 조롱하는 듯한 어조로.
  "왜 그러시는 것입니까? 혹시, 그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발끈' 이라도 하신 것입니까? 아아, 그러할 수밖에 없겠지요. 당신께서는 결국, 그 소년의 정신을 공유한, 아니, 소년 그 자체에 해당되는 인물일 테니까요, 당신에 대한 험담을 그렇게 늘어놓았는데, 언제까지 참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됐네요." 그러자, 세나가 바로 그 발언에 맞서는 듯한 말을 이어갔다.
  "당신께서 괴물의 주인이라는 말을 들으셨을 때, 그러하셨던 것처럼요. 그 때, 마치 정곡을 찔리신 것처럼 반응하신 것 같았어요. 여기서 제가 한 마디 더 말씀드려 볼게요, 물론 농담이라면 당신께서는 의연하게 넘어가실 것이라 믿어요."
  그리고, 그에게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여기 계신 분들, 당신께서 '체데스 (Caedes, Cedes, 살인마)' 기욤 장군이라 여기시는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살인마라고요!?" 그러자, 바로 남자가 '발끈' 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도 '발끈' 했는지, 후드 안쪽의 안광 역시 이전에 비해 격렬해지고 있었다. 역시나, 제대로 정곡이 찔린 모양으로 그 광경을 본 아잘리가 바로 그를 비웃는 듯이 말을 걸었다.
  "왜 그러지? 분통이 터지기라도 한 것 같은데, 어딘가가 깊이 찔리기라도 했나 봐? 그 어딘가가 왜 찔렸는지 말해 보지 그래?"
  그 때, 남자는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과 자신을 싸잡아 '살인마' 로 칭하고 있다 보니, 크게 당황하고 분이 차오르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을지. 하지만, 곧, 그는 간신히 말투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그 분은 물론이고, 저까지도 살인마로 지칭하시다니.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씀을 하시면, 여기 계신 그 어느 분들께서도 동의는 못하실 것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당신의 그런 극단적인 발언에 마지 못해 동의하시고 계시겠습니다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발언까지는 해서는 안 되-"
  그 때, 카리나가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고, 그것을 알아차린 내가 빛의 기운으로 검을 소환해, 검을 드는 것을 시작으로, 카리나, 세니아 그리고 아잘리까지 오른손에 든 각자의 검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가운데의 나를 시작으로 왼편의 카리나와 아잘리 그리고 오른편의 세니아까지 일제히 각자의 칼날 끝을 남자를 향해 내밀어서 그의 말문을 막아버리려 하였다.
  "됐고, 이제 본성을 드러내 보라고." 아잘리가 비꼬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
  남자는 결국, 말문이 막혔다. 아니, 스스로 말을 그만두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조용히 있으면서 뭔가 생각에 잠기기라도 한 듯한 모습을 한 동안 보이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웃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배우셨나 보군요, 좋은 인생 공부가 되셨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와의 말 싸움에서 이기신 것에 다들 만족하시는 것 같군요. 허나, 이 싸움은 어디까지나 저의 거대한 유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저를 즐겁게 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유희는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들겠군요.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여러분께서 가지신 모든 힘으로 저를 상대하시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 왜냐고요? 여러분께 저 괴물의 힘을 제압하고, 여러분들 자신을 구원한 힘이 더 이상 여러분께 닿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그 힘이 여러분의 것이 되지 못하는 이상, 저의 두 번째 유희에서 여러분들께서 저를 만족시키지 못하실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께서는 유희 도구로서 불충분하다는 것. 그런 것입니다.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게 되었도다.

  말이 끝나는 때에 이어, 남자의 어두운 색을 띠는 낡은 로브에서 검은 혹은 검붉은 기운이 새어나오기 시작했으며, 그와 더불어 후드 안쪽의 안광이 하얀색에서 서서히 붉은 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려나.' 그 광경을 보며, 내가 조용히 혼잣말을 했고, 그 말을 들었는지, 아잘리가 조용히 나에게 '이제 때가 된 것 같아.' 라고 말을 건넸다, 이후, 아잘리부터 먼저 한 걸음 물러서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물러섰다. 이후, 세나, 카리나, 세니아도 거의 동시에 각자의 검을 든 채로, 한 발 자국 물러났으며, 뒤쪽에 있던 나에티아나 그리고 프라에미엘도 각자의 공격 수단을 갖추면서 이후에 있을 일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남자의 후드 사이로 비치는 안광의 색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새하얗기만 하던 그 안광이 종이에 피가 번져가듯이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은 단 하나! 너희들이 태어나기 그 오래 전, 지금까지 말살되었을 인류가 대지에 '창궐' 한 시대에 태어나, 오로지 그 법칙을 지키는 삶을 이어갔다, 그 간단한 법칙 하나 지키지 못하는 유아급 지능을 가진 무리에 둘러싸인 채로 말이지."
  인류가 번영했던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수많은 인간이 살았던 시대를 인간이 '번영' 혹은 '번성' 도 아니고, '창궐' 한 시대라 칭하는 목소리로, 그가 온전히 본성을 드러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 같은 존재의 마땅히 해야할 의무를 짊어지고, 그 의무를 이행했다, 그리고 그들의 피와 살을 대가로 받았지, 그 뿐이었던 것을...... 랑피흐 (Lãpich, L'Empire) 라 칭해졌던 나라가 그런 나를 범죄자 취급하고, 내 몸을 무참히 절단하고 파헤쳤지."
  랑피흐는 '제국' 을 의미할 것이다. 제국의 이제흐 (Iser) 라 칭해진 도시에서 알레마니아에 가담한 배반자를 숙청한다고 사람들을 학살해서, 남은 이들이 알레마니아에 투항하게 하고, 이후의 루메아 (Lumea) 원정에서 패배해 수많은 장병들을 죽게 만든 것을 보다 못한 제국이 숙청을 가한 것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제국의 당사자가 있었으면 얼마나 어이 없어 했을 것인지.
  "이제흐의 주민들은 높은 존재인 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것이다! 고금의 '인격체' 라 칭한 것들은..... 느 콩페낭 리앙 뒤 투 (ne comprennent rien du tout,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지)...!"
  그리고, 남자는 이전에 비해 더욱 음산해지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이전과는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더니,
  "Il n'y a qu'une seule loi au monde ! « Le faible agit comme le faible, et le fort jouit comme le fort. » Le faible a un devoir envers le faible, et le fort a un devoir envers le fort. (이 세상의 법칙은 단 하나! '약한 자는 약한 자답게 구는 것, 그리고 강한 자는 강한 자답게 누리는 것,', 그 뿐이다. 약자들에게는 약자의 의무가 있으며, 강자들에게는 강자의 의무가 있게 마련이지)"
  결국, 인간성을 완전히 져버린, 기계적, 악마적인-그러면서 목소리 자체도 묘하게 여성적으로 변해갔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괴물' 의 인격이었으며, 그 역시 '괴물' 의 일종이었음을 알게 된 관계로 이후로는 '검은 괴물' 로 칭한다.
  "J'ai rempli les devoirs et les droits des forts. J'ai pris ce que les faibles (humains) insignifiants et stupides avaient accumulé et j'ai fait mien leur corps et leur esprit. Pourquoi ? Parce que les forts ne peuvent vivre qu'en collectant les faibles et en les faisant siens. (나는 강자의 의무이자 권리를 이행했다. 하찮고 어리석은 약자들 (인간들) 이 쌓아둔 것들을 거두고, 그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었지, 왜냐? 약자들의 것을 거두어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강자는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인 거다)"
  "Alors tu as commis un tel massacre à Iser, et là tu tuais d'innombrables personnes en attirant des machines ? (그래서 이제흐에서 그런 학살극을 저지른 거냐, 또, 여기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기계들을 끌어들여 죽이고?)"
  그러자, 내가 바로 비꼬는 듯한 어조로 물었으나, 그 남자 아니 검은 괴물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검은 기운을 몸에서 더욱 격렬히 뿜어내려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Il y a une chose que l'homme civilisé autoproclamé n'avait pas à l'esprit : il devait toujours s'incliner et vénérer les « plus forts », et tout leur donner lorsqu'ils accomplissaient leur « devoir ». Bien sûr, il n'en était pas complètement inconscient, mais il le prenait mal. (문명인을 자처한 인류가 명심하지 못한 것이 있다. '강자들' 에게는 늘 머리 숙이고, 경배하라는 것, 그리고, '강자들' 이 '의무' 를 이행할 때에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바치라는 것, 물론, 그들이 그런 것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엉뚱하게 받아들인 것일 뿐)"
  "Alors, de qui diable parles-tu, « les forts » ? (그렇다면, 네가 말하는 '강자들' 은 대체 누구냐!?)"
  이후, 아잘리가 그에게 물었으나, 그는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아마 대답할 시간이 있거나 했어도, 대답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그가 뭐라 묻든 말든, 아랑곳 하지도 않고, 검은 괴물은 얼굴 쪽에서도 검은 연기를 뿜어내더니,
  "Je vais arrêter de parler pour l'instant, car je devrai bientôt retrouver mon moi originel. (일단 말은 여기서 그치겠다, 곧 나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야 하니까 말이다)"
  온 몸에서 검은 연기를 고속으로 대량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검은 괴물이 몸에서 검은 연기를 격렬히 뿜어낸 이래로, 이전까지 보였던 사람의 형상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의 형상은 검은 연기 덩어리처럼 변해 버렸다. 그리고, 검은 연기는 사당 위로 떠오르더니, 괴물의 골조가 있는 그 위쪽으로 떠올랐고, 이후, 괴성과 함께 거대한 사당 위쪽의 상공 일부분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검은 구멍으로 변신했다. 흉흉한 바람 소리를 내는 검은 구멍의 안쪽은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 붉은 번개 줄기들이 폭풍 사이의 번개처럼 떠돌고 있었다.
  괴물이 검은 구멍으로 변하자마자, 사당 위에 떠 있었던 괴물의 검은 골조는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일행이 진입했던 중심부와 동력부가 위치했을 그 위쪽 부분을 제외하면 여러 조각으로 분리됐으며, 그 이후, 괴물이 절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모든 조각난 골조 부분들이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구멍 안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조의 모든 부분이 검은 파편까지 전부 구멍 안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체를 구성하던 골조를 빨아들인 후, 다시 변이를 개시, 구멍 부분을 검은 장막으로 막고서, 몸체를 변이시켜, 검은 장막에 감싸인 구상의 검은 기운의 형상으로 변하였따. 이후, 한 동안 그 형상은 큰 심장 박동 소리를 내면서 맥동하며, 검은 기운을 뿜어내기를 반복해 가다가, 5 번 정도 맥동한 이후에 검은 기운을 사당과 그 주변 일대의 상공을 향해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 기운은 사당과 그 주변의 상공을 뒤덮는 거대한 돔의 형상을 이루게 되었다. 사당 주변의 하늘이 검푸른색 뇌운에 감싸인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렇게 하늘이 암운으로 뒤덮이고 외부의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검은 구체의 일행을 향한 쪽에서 하나의 거대한 눈이 모습을 드러내어 검붉은 눈동자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Jusque-là, ce n'était qu'une farce. Il est temps que mes victoires et mes espoirs se transforment en désespoir et en terreur !
(그 전까지는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 이전까지 누렸던 승리와 희망이 절망과 공포로 바뀔 때이다!)

J'accomplirai le « Devoir du Fort », en tant qu'Iser, Lumea et maintenant ici.
(이제흐 (Iser), 루메아 (Lumea) 그리고 지금 이 곳에서 그러하였던 것처럼, 나는 '강자의 의무' 를 이행할 것이다)

Comprenez que l’existence de la peur que l’humanité a détestée jusqu’à présent était en fait l’existence d’une révérence portant le « devoir sacré des forts » !
(인류가 그간 혐오했던 공포의 존재가 실은 '강자의 성스러운 의무' 를 짊어진 경배의 존재였음을 깨달을 지어다!)

En faisant partie de mon corps, TOUT COMME EUX !!!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것으로, 그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 이후, 구체의 표면 곳곳에 눈동자 같은 것들이 아무렇게나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그야말로 '아무렇게' 였다. 기울어진 모습부터 크기까지 생성된 눈동자들마다 제각기였다), 구체의 표면 곳곳에서 검붉은 액체들이 터져 나와 바닥에 떨어져, 검은 연기를 일으키더니, 검은 구체의 표면의 왼쪽, 오른쪽 부분에서 검은 팔 같은 것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몸체의 표면에서도 검은 덩어리 같은 것이 치솟아 오르고, 그 생체 기둥처럼 생긴 덩어리가 세 갈래로 갈라졌다. 갈라진 세 부분은 각 끝이 마치 꽃이 피어나듯 갈라지면서 붉은 눈동자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머리' 가 되기 시작했으며, 좌우에서 생성된 개체는 각 끝이 갈라져 손의 형상이 되고, 표면에 크고 작은 여러 눈들이 생겨났으며, 여러 부분이 갈라지면서 또 다른 크고 작은 팔들을 생성하려 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구체의 형상도 변화해 가면서 사람의 형상, 아니 거대한 나무의 형상처럼 변해 갔다. 두 팔처럼 보이는 것은 나무 밑둥의 큰 나뭇가지, 그리고 머리라 칭해진 세 갈래 부분은 나무 위쪽의 가지들 같은 형상으로 변해갔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침내, 괴물은 사당 건너편의 해저에 뿌리를 내린 거대한 검은 나무의 형상으로 변했다. 괴물의 상단에서는 3 줄기 나뭇가지들이 거대한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동안, 각각의 끝에 매달린 붉은 눈들이 사당 그리고 사당에 위치한 일행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좌우의 두 팔과 같은 거대한 가지의 몸 곳곳에 박힌 붉은 눈들 역시 사당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각각의 핏빛을 띠는 눈들 사이로 눈동자 역할을 하는 듯한 새하얀 빛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각각의 빛들이 번뜩이면서 불길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눈동자들이 일행이 있는 쪽을 주시하고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괴물이 거대한 나무와 같은 형상을 보일 무렵, 괴물이 있는 쪽에서 흉악한 마수의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후, 괴물은 세 나뭇가지의 눈동자들이 하얗게 번뜩이도록 하더니, 각각의 눈에서 붉은 기운을 띠는 하얀 빛 줄기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빛 줄기들은 바닥 쪽을 향해, 바닥을 비추려 하는 듯이 발사되었으며, 세 착탄 지점은 촉수의 움직임에 따라 사당의 여러 구역들을 오갔다. 사당의 표면에 닿은 빛 줄기들은 주변의 바닥에 불길을 일으켰으며, 그 불길은 빛 줄기들이 움직인 이후에도 빛이 비추어진 만큼의 불을 일으키니, 그 움직임에 따라 사당의 바닥에 불의 흔적이 남기 시작했다.
  빛 줄기들 그리고 빛 줄기들이 남긴 불길을 피해 가면서 세 나뭇가지의 눈들을 하얀 빛의 기운에서 발사되는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로 타격해 가며 맞서려 하였으며, 옆에서는 아잘리가 두 손으로 총포를 들어 총포에서 발사되는 광탄들로 가운데 쪽의 눈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한편, 왼편에 있던 카리나는 오른팔의 눈들을 방패에서 발사되는 다트를 발사해 가며 격파하려 하였으며, 세니아 역시 불 줄기들을 발사해 가면서 카리나와 함께 눈동자들을 파괴해 가려 하였다. 우측에서는 세나가 오른편 나뭇가지의 눈을 새 형상의 환수가 발사하는 광탄으로 타격하도록 하였다. 세나는 큰 움직임을 보이려 하지 않았으니, 잔느 공주 그리고 루이즈를 지키는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공에서는 나에티아나 그리고 프라에미엘이 상공에서 날갯짓을 하며 비행하는 채로, 각자의 수단으로써 괴물의 나뭇가지에 달린 눈들을 타격하고, 두 팔의 눈들 역시 파괴하려 하고 있었다. 나에티아나는 계속해서 활을 쏘아가며 금빛의 화살로 눈들을 쏘아 맞히려 하였고, 프라에미엘은 하늘색, 하얀색 빛들을 흩뿌려, 그것들이 괴물의 몸체에 피해를 가하도록 하였다. 프라에미엘이 흩뿌린 빛들은 괴물의 몸에 닿자마자 폭발했으며, 폭발의 흔적마다 한 동안 하얀색, 푸른색 불꽃이 일어나면서 괴물의 검은 몸체를 태우려 하였다.

  괴물의 빛 줄기 분출이 끝나고, 그로 인해 불길이 꺼진 이후, 괴물의 세 나뭇가지들이 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눈이 달려 있던 각각의 끝 부분에서 가지가 새로 뻗어났으며, 기존의 가지 부분에서도 잔 가지들이 뻗어나오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새로 뻗어난 여러 갈래의 가지들 역시 각각의 줄기에서 잔 가지들이 뻗어나오며, 괴물은 더욱 나무와 닮아가게 되었다.
  세 가지들은 이전보다 더욱 굵어졌으며, 굵어진 부분 그리고 새로 돋아난 부분의 곳곳에서도 눈들이 생성되어 하얀 빛을 번뜩이려 하였다.
  한편, 괴물의 두 팔 역시 더 뻗어나기 시작해, 다섯 갈래의 나뭇가지들이 그 끝에서 뻗어나오고, 각 가지에서도 잔 가지들이 뻗어 나오는 모습을 보이게 되니, 그 모습이 나무로 표현된 아무렇게 발달한 괴물의 손과 손톱 같아 보였다. 두 팔의 변이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며, 손의 여러 부분에 붉은 눈들이 생겨나려 하였다. 각각의 눈은 새로 생성된 눈들처럼 한 부분이 하얗게 빛나면서 흉악한 빛을 번뜩이려 하였다.
  그 시점에서 괴물은 두 팔을 이전보다 더욱 격렬히 움직이기 시작하니, 그 두 팔로 사당의 바닥 혹은 사당에 자리잡은 이들을 후려치는 공격을 이후에 가할 것임이 너무 분명해 보였다.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RA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다시 흉악한 괴물의 웃음 소리와 함께 괴물이 가시 뻗은 자신의 오른손을 높이 들기 시작했다. 이전의 괴물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손으로 사당을 후려치면서 사당에 자리잡은 이들을 압사시키려 한 행동이었다. 괴물의 오른손이 사당에 부딪치자마자 굉음과 함께 바닥 일대가 충격으로 인해 잠깐 동안이나마 진동하였으며, 손이 부딪친 곳에서 충격파가 발생해, 그 충격파를 피하기 위해 뛰어오르기도 해야 했다.
  그렇게 괴물이 오른손으로 사당을 후려친 이후, 괴물의 나뭇가지 곳곳에 박힌 눈들이 주황색 빛을 번뜩이기 시작하더니, 각각의 주황색 빛에서 불덩어리 같아 보이는 주황색 광탄들을 하나씩 분출해 갔다. 그렇게 분출된 광탄들은 이윽고, 5, 6 개체의 보다 작은 광탄들로 분열했으며, 각각의 작은 광탄들은 또 다시 5, 6 개체의 작은 광탄들로 분열하니, 그리하여 1500 여의 광탄들이 사당과 사당 일대의 사람들을 덮치는 광경이 눈앞에 보이게 된 것이었다.
  분열된 광탄들은 잠깐 공중에 머무르고 있다가, 낙하하려 하면서 주황색 빛 기둥처럼 변하려 하였다. 광탄들을 불의 비처럼 사당 일대에 낙하시키려 한 모양. 그 때, 세나가 광탄들의 행렬을 올려다 보면서 왼손을 광탄 쪽으로 내밀었고, 그의 주변에 머무르고 있던 새 형상의 환수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불새가 날개를 펼치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 광탄들이 불의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새가 광탄의 비가 내리는 쪽으로 날아가고서, 그 날개를 펼치니, 각각의 날개부터 사당의 반경에 맞먹을 정도로 그 형상이 커졌다. 불새는 그 날개를 펼친 채로 괴물의 앞에 섰다, 괴물이 발사하는 광탄들을 막으려 하는 것처럼.
  광탄들 중 상당수는 세나의 불새 쪽으로 낙하해서 그 몸에 박혔다. 하지만 같은 열기의 성질을 가진 탓인지, 광탄들은 불새의 몸에 박히자마자 흡수되는 듯이 사라져 갔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괴물은 자신의 나뭇가지에 달린 크고 작은 눈들에서 계속 광탄들을 발사, 불의 비처럼 내리게 하였고, 그 때에도 광탄들 중 대다수는 불새의 몸에 닿았다.
  그렇게 세나의 불새가 광탄들을 흡수하는 동안, 카리나, 세니아 그리고 나에티아나와 프라에미엘이 각자의 수단으로 괴물의 나뭇가지에 달린 눈들을 타격해 부서지도록 하였다. 넷이 발사하는 화살, 광선 등은 불새의 불길을 뚫었고, 괴물의 눈들을 사정 없이 찔러댔고, 그렇게 타격을 받은 눈들은 빛에 의해 찢겨지고, 불태워지거나, 기운을 흡수해서 부풀어 오르다가 터졌으며, 그렇게 눈이 불타거나 터진 자리마다, 열기가 분출되면서 폭파되어 가는 모습도 보였다.
  환수에 의해 자신의 모든 공격이 막히고, 일방적으로 타격만 받고 있음을 인지했는지, 괴물은 광탄 공격을 포기하고서, 오른팔을 높이 들어 환수를 내리치려 하였고, 그 때, 세나가 괴물을 공격하기 위해 앞서 온 이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앞에 계신 분들! 모두 뒤쪽으로 물러나세요!!!"
  "어서 물러나야 해!!!" 그러자, 내가 세나가 다급히 외치는 의미를 알아차리고서, 카리나 등에게 다급히 외치면서 아잘리와 함께 뒤쪽으로 물러나려 하였고, 나의 다급한 외침에 카리나 역시 세니아를 이끌고 내가 있는 쪽으로 뛰어가려 하였다.

RRRRRRRRRROOOOOOOOUUUUUUUUAAAAAAAAAAAHHHHHHHHH!!!!!

  그 순간, 괴물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오른팔을 환수 쪽으로 휘두르려 하였고, 그 때, 괴물의 오른팔에 달린 가시에 의해 찔릴 위기에 놓인 불새의 몸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반경이 괴물을 덮칠 정도에 이르렀으며, 괴물은 오른손을 막 휘두르려 할 참이었던 탓에 폭발에 달리 대응하지 못하고, 폭발에 휩쓸렸다.
  폭풍이 걷히면서 드러난 괴물은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에 당황한 듯한 몸짓에, 나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몸체의 곳곳에 불이 붙어 있었으며, 폭발 그리고 화염 때문인지 고통 혹은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듯이 계속해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COMMENT...... COMMENT...... COMMENT....!!!

  "뭐? 코망 (Komã, Comment) 이후로 왜 말을 못하는데? 사 바 (sa va, ça va) 도 붙여 줘?"
  그 때, 아잘리가 그 광경에 대해, 괴물을 조롱하는 말을 건넸다. 그 때, 그것에 대해 반응했는지, 괴물이 이런 소리를 내었다.

COMMENT...... OSSSSSSSEEEEEEEZ-VVVVVVOOOOOOOOOOOOUUUUUUUUUS!!!!

  그리고서, 괴물은 다시 오른손을 높이 들고서 그 손바닥을 급격히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 손으로 사당의 바닥을 내리치기 위함으로 사당에 있는 이들을 압사시키거나 사당의 바닥에 충격파를 가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바닥을 내리치는 손은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는 시점에서 그림자가 드러났고, 그래서 그 그림자를 보며, 일행 모두 흩어져서 피해를 면할 수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정말 문제는 충격파였다. 육중한 팔에 매달린 거대한 손에 힘을 실어 바닥을 내리치는 데, 충격이 없을 수는 없는 법, 손이 바닥을 내리치자마자 나는 곁에 있던 아잘리에게 신호를 보내, 충격파를 뛰어넘도록 하였고, 그 광경을 보았을 카리나, 세니아 역시 충격파를 뛰어넘는 것으로 대응했다. - 두 사람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던 세나는 갑주 형상의 환수가 내세우는 방패로 충격파를 막으려 하였다.

  오른손의 충격파를 뛰어넘으면서 나는 왼손도 내리쳐서 또 다시 충격파를 일으킬 것도 생각해 보았으나, 괴물은 실제로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오른팔을 급히 앞으로 내뻗고서, 오른팔에 달린 눈들에 불을 일으켜서 불덩어리들을 각각의 눈에서부터 자신의 팔 좌우 쪽으로 발사하도록 하였다.

C'est le prix à payer pour vos BAGATELLES !!!!
(하찮은 짓거리의 대가다!!!)

  그러다가, 잠시 후, 팔을 다시 뒤로 빼더니, 괴물은 그 이후로 몸체의 위쪽에 달린 가지에 자리잡은 눈들 중에서 커다란 몇 개체들이 빛나도록 하더니, 각 개체들에서 불덩어리들을 발사토록 하였다. 발사된 핏빛 불덩어리들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사당의 바닥으로 떨어졌고, 바닥에 격돌한 불덩어리는 폭발해, 5 ~ 6 메테르 정도의 반경을 가진 폭풍을 일으켰다. 여러 개체들이 여러 방향으로 불덩어리들을 발사해, 바닥에 폭발하도록 하니, 사당의 거의 모든 구역에 폭풍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불덩어리가 사당 전체를 뒤덮었다고는 하지만 사당의 바닥 전체를 폭발로 휩쓴 것은 아니라서 빈 틈은 당연히 있었다. 여러 곳에 빈 틈이 있었고, 그 빈 틈에 자리잡으면서 폭발을 피하려 하였다. 카리나, 세니아도 사당의 좌측 근방에서 각자 빈 틈을 찾아 화를 면했고, 나도 사당 한 가운데 즈음에 머무르며 화를 면하려 하였으나, 그 인근에 아잘리가 두 사람이 머무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발견했다면서 자기가 있는 쪽으로 오라 하니, 불덩어리들이 바닥에 닿기 직전에 아잘리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과연, 아잘리가 머무르는 쪽은 두 사람 이상이 머무를 수 있을 정도로 폭발의 틈이 컸고, 그래서 폭발이 일어날 때에는 아잘리와 함께 머무를 수 있었다.

Vous devez penser que vous pouvez me surpasser,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군)

  이후, 괴물에게서 이렇게 말하는 괴성이 울려 퍼지며, 괴물의 눈에서 크고 작은 빛 덩어리 같은 것들이 하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이들은 괴물의 곁을 떠나자마자 표면에 핏빛 무늬가 그려진 검은 바위와 같은 형상으로 변하며, 사당 곳곳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검은 바위들 중 큰 것들에는 괴물의 본체에서와 같이 곳곳에 눈이 달린 모습을 보였다.
  폭발이 일어난, 그 직후에 바위들이 몰려오자마자, 카리나는 검격과 방패의 빛으로, 그리고 세니아는 검격과 불덩어리로 바위들을 격파하려 하였고, 나와 아잘리 역시 빛의 기운에서 발사되는 하얀 불덩이 그리고 총포에서 발사되는 광탄들로 작은 것부터 바위들을 부수려 하였다.

Sur un sujet qui ne m'atteint même pas les pieds !!!
(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제에 말이지!!!)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났을 무렵, 눈들이 마치 화염 줄기처럼 보이는 빛 줄기들을 방사하기 시작, 빛 줄기들이 검은 바위들을 휩쓸도록 하였다. 검은 바위들은 빛 줄기들의 방사에 의해 대부분이 검은 연기로 화하듯이 소멸해 갔다. 그렇게 분출된 열기는 사당 일대를 한 동안 뒤덮으려 하고 있었다.
  빛 줄기들이 방사될 무렵, 아잘리가 손에서 실을 뻗어 괴물의 나뭇가지 중 가장 높은 것에 그 실이 닿도록 하려 하면서 내게 외쳤다.
  "아르산! 이리로 와!!!" 그 다급한 외침을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아잘리를 향해 뛰어갔다.

  그 무렵, 아잘리가 왼손에 뻗은 실 한 줄기가 괴물의 나뭇가지 중 높은 한 곳에 닿아 있었고, 그 광경까지 보고 나서, 나는 아잘리의 허리에 매달렸고, 그 순간, 아잘리가 나와 함께 실에 이끌려 괴물의 나뭇가지 근처의 상공에까지 이르렀다. 빛 줄기는 그 시점에서 분출되어 나는 아잘리와 함께 열기의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아잘리를 붙잡은 채로 상공에서 사당 쪽을 잠깐 내려다 보았다. 카리나, 세니아는 그 무렵, 카리나의 보호막에 의지하고 있었으며, 세니아가 불의 힘을 일으켜, 보호막에 힘을 더해, 카리나의 보호막을 화염 장막으로 만들어 열기 분출을 막아내고 있었다. 세나 역시 불새를 다시 소환해서 불새의 화염으로 열기를 막아내려 하고 있었다. 날개와 몸체에서 격렬히 불꽃이 일어나, 빛 줄기를 막아내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동료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후, 곧바로 아잘리가 괴물 쪽으로 실을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아잘리의 실은 그의 힘에 의해 괴물 쪽으로 이끌렸고, 그렇게 실을 이끌면서 아잘리는 오른손의 총포로 포격을 가해, 바로 아래의 눈들에 타격을 가했다. 그 이후, 괴물이 가지가 몸부림치려 하도록 하면서 실을 끊으려 하자, 아잘리는 자신의 실을 끊고, 괴물 쪽으로 추락하면서 왼손에서 또 다른 실을 생성해 괴물의 나뭇가지 중 오른쪽의 가지에 그 실의 끝이 박히도록 하고서, 그 실을 늘이는 것으로 괴물과의 거리를 벌리려 하였다.
  한편, 나 역시 머리 오른쪽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밧줄의 형태가 되도록 하면서 괴물의 왼쪽 나뭇가지에 그 실이 감기도록 하면서 아잘리에게서 떨어져 나 스스로 괴물의 나뭇가지에 매달리도록 한 이후에 괴물에 접근, 왼손과 오른손에서 하얀 유리 조각들을 발사해 이들이 괴물의 눈에 박히도록 하였다.

DES CHOSES INSOLENTES !!!
(건방진 것들!!!)

  아잘리 그리고 내가 가하는 타격에 분개하였을 괴물이 그렇게 외치더니, 눈들의 빛 줄기 분출을 멈추더니, 눈들을 작열시키면서 몸체 주변 일대에 폭발을 일으켰다. 그렇게 눈들이 작열할 무렵, 아잘리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실을 상공 쪽으로 늘이면서 내게 신호를 보냈고, 나 역시 알겠다고 응답하며, 머리카락을 회수하면서 괴물의 몸에서 멀어지려 하였고, 아잘리 역시 실을 끊으면서 나처럼 행동하며, 폭발을 피하려 하였다. 폭발은 괴물의 몸을 뒤덮을 정도로 크게 일어났으나, 각자의 방갸ㅑ댜셕져죡식으로 대응을 이어가면서 나, 아잘리 모두 폭발을 면할 수 있었다.



  한편, 빛 줄기 방사가 중단되자마자, 세나는 자신의 불새가 괴물 쪽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면서 사당 주변의 바다에서 바다뱀 형태의 환수를 불러와 그 환수가 괴물의 나무 밑둥 같은 하체를 기어오르도록 하였으며, 카리나, 세니아 역시 괴물 쪽으로 돌진해, 괴물 밑둥의 눈들을 찌르고 베면서 폭파시킨 이후에 괴물의 밑둥에서 팔 쪽을 향해 뛰어오르려 하였다.
  나에티아나는 금색 빛을 발하는 화살을 쏘아가며, 나뭇가지 그리고 두 팔의 눈들을 쏘아 맞혀 폭파시키려 하였으며, 그러는 동안 프라에미엘이 사당 뒤쪽에 있던 루이즈를 감싸는 보호막을 생성해 루이즈를 보호하도록 하였다. 이후, 그 보호막은 예의 무지갯빛 보호막에 감싸인 잔느 공주에 의해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니, 그렇게 두 사람을 위한 안전 수단이 마련되자, 세나 역시 비로소 검을 들고, 괴물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폭발을 피해 실 역할을 하던 머리카락을 회수하고서, 괴물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날아가던 나는 이후, 감빛 기운을 일으키고서, 감빛 기운이 바람을 내가 날아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일으키도록 하였다. 그 검푸른 바람이 나를 세차게 밀쳐내면서 그로 인해 괴물 쪽으로 다시 낙하해 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나는 검푸른 바람의 도움을 받으며, 괴물의 표면 쪽으로 가속하면서 접근하려 하였다. 낙하하면서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었으니, 가속된 발로 괴물의 표면 혹은 눈을 찍어버리기 위함으로, 어떤 설화에서처럼 그 발 찍기로 괴물을 격파하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에 의한 일이었다.
  오른발 끝이 눈을 향하기 시작하자, 더욱 가속했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눈에 닿기 위한 일이었다.
  이후, 신발의 끝이 괴물의 눈을 찌르자마자 바로 발목으로 재빨리 그 눈의 표면을 밟고서, 오른 다리를 굽히는 것으로 도움 닫기를 한 이후에 다시 뛰어올랐다. 그렇게 다시 뛰어오르고서, 몇 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그 너머로 나아간 이후에 머리카락 몇 가닥으로 실을 생성하고, 그 끝의 갈고리가 우측 가지의 가운데 즈음에 박히도록 하면서 그 가지에 매달렸다.



  괴물, 어쩌면 낡은 옷차림의 남자 (이자 AMC 의 수장이자, 되살아난 기욤) 의 실체일 법한 검은 개체의 형상은 거대한 생체처럼 보였으나, 그 표면을 밟아보니, 생체의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거대한 금속 덩어리를 밟는 느낌이 들었고, 소리 역시 쇠에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검게 물든 금속 덩어리로 생체를 흉내낸 괴물체였던 것.
  그와 더불어 나뭇가지 그리고 나뭇가지에 달린 눈들의 모습도 가까이에서 보려 하였다. 나뭇가지들은 진짜 나뭇가지들과 닮았으나, 나뭇가지에 달린 눈들 안쪽으로 기계 조직들이 보여서 금속 표면에 기계 장치로 나뭇가지를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뭇가지들 앞에는 몇 사람이 서 있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지반이 불안정하고 사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까지 해서, 잠깐 착지하기에는 좋기는 해 보였으나,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는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그 공간을 발견하고서, 그 공간 위에 착지하려 했으나, 이후에는 착지 시도를 하지 않으려 하였음에는 그 모습을 자세히 보았음이 그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오른쪽 가지에 매달릴 무렵, 아잘리가 왼쪽 가지에 파란 실을 감아서 그 실에 의지해 나뭇가지에 매달려 빙글빙글 돌면서 나뭇가지 꼭대기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또한, 가운데, 오른쪽 가지와 오른팔 등에서 금색 빛을 발하는 화살들이 한 번씩 눈들을 향해 날아가, 눈에 박혀서 폭발을 일으켰고, 그와 더불어 빛 줄기들과 하얀색, 파란색 빛들이 오른쪽 가지, 오른팔의 눈들을 향해 날아가, 눈에 폭발을 일으키기를 반복해 갔다.
  그 무렵, 괴물 주변의 공중 곳곳에서 붉은 마법진들이 생성되더니, 각각의 마법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연기에서 박쥐 형태의 전투기들이 생성되어 주변 일대를 떠돌기 시작했다. 괴물의 우측 가지에 매달린 채로, 이들 중 가운데 쪽을 오가던 전투기들을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로 격추시킨 이후에 머리카락들 중 일부로 여섯 줄기의 실들을 생성하고, 각각의 실 끝을 세 갈래로 나누어 손 형태의 갈고리를 형성해 갔다.
  그 모습을 목도했을 괴물이 가지 밑둥 부분을 꿈틀거리더니, 가지 밑둥 쪽에서 촉수 같은 가지들을 몇 줄기 생성해서는 각각의 끝에 눈이 달린 모습을 보이도록 하였고, 이후에 광선들을 발사하려 하였는지, 각각의 눈을 작열시키려 하니, 내가 여섯 가닥의 실 끝에 자리잡은 손의 손바닥에서 하얀 빛을 생성하고서, 각각의 빛에서 광선 형태의 광탄들을 발사해, 가지 끝의 눈들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였다. 이에 눈들 역시 내부에 충전된 열기에서 빛 줄기 형태의 화염탄들을 발사해 맞서려 하였다.
  광탄들과 화염탄들이 서로 부딪쳐서 폭발을 일으켰으나, 폭발은 나뭇가지들 쪽에서 일어났고, 이후, 광탄 대결에서도 밀려서 광탄들이 눈들에 박혀서 폭풍과 함께 하얀 빛을 터뜨려 갔다. 그리고 빛의 기운이 나뭇가지 혹은 촉수 형태의 기계 생명체들에 닿아서, 각각의 기계 덩어리들이 하얀 불꽃, 붉은 불꽃에 휩싸이며 사라지도록 하였다.
  아잘리가 왼쪽 가지의 꼭대기에 실에 의지해 올라서서, 실을 끊으려 하는 동안, 나는 실에 의지한 채, 괴물의 나뭇가지 주변을 맴돌면서 가운데, 오른쪽 가지의 눈들을 향해 머리카락에 달린 실 가닥들 끝의 손바닥에서 빛 줄기들 그리고 광탄들을 발사하기 시작, 이들이 나뭇가지에 달린 눈들을 향해 직진하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반 시계 방향으로 회전했다가, 이후로 시계 방향, 반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를 반복하면서-줄이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나에티아나의 화살과 함께 괴물의 가지에 달린 눈들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으며, 그러면서 10 여 개의 눈들이 찢겨지며 폭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나뭇가지의 꼭대기에 올라온 아잘리는 이후, 실을 다시 생성해 그 끝이 가지들 앞의 바닥에 닿도록 하더니, 실에 의지한 채로, 거꾸로 바닥으로 낙하하면서 왼손에 일으킨 빛의 기운으로 광탄들을 잇달아 발사하며, 눈들을 타격해 갔다. 광탄들이 눈에 박히고, 이어서 눈들이 차례로 폭발하는 광경이 그 쪽에서 보이고 있었다.

  곳곳에서 눈들이 찢겨지고 폭발하는 모습이 보이면서 그로 인한 내부 파열로 인해 피어오르는 불기둥이 곳곳에 보이니, 괴물의 검붉은 몸체에 어느새 폭발에 휩싸였을 때처럼 불길이 곳곳에 일어나, 불타오르기 시작한 나무와 같은 형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괴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으려 하였는지, 구름에 감싸인 공간 너머에서 마법진을 통해 기계 병기들의 소환을 이어가려 하였다. 처음에는 소형 전투기들만 나오는가 싶더니, 인간형 병기들에 전투정들까지 튀어나오기 시작했으며, 간혹 비행형 포대들이나 다수의 포신을 갖춘 소형 병기들도 튀어나오려 하였다.
  전투기들이 몰려오자, 나부터 실에 의지한 채로 반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나뭇가지의 뒤쪽으로 날아간 이후에 괴물의 뒤쪽 상공에서 소환된 전투기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그 전투기들 중 일부를 곡선을 그리는 하얀 빛 줄기들을 연속으로 빛의 기운, 그리고 나의 오른손에서 발사해 이들을 격추시키려 하였다. 그 무렵, 나에티아나, 프라에미엘도 상공에 머무르며, 전투기들, 인간형 병기들을 격추해 갔으며, 카리나, 세니아 (이 쪽은 오른팔) 그리고 세나 (이 쪽은 왼팔) 역시 팔에 매달려 있으면서 (정확히, 세나는 괴물의 왼팔에 매달린 갑주 형태의 환수에 의지해 있었다), 팔에서 생성되는 인간형, 비인간형 금속 덩어리들과 괴물의 뒤쪽에서 몰려오는 병기들을 제거해 가면서 괴물의 두 팔에 달린 눈들을 하나씩 없애가고 있었다.

  마침내, 원래 생성된 나뭇가지의 눈들까지 가운데 것부터 왼쪽, 오른쪽에 있는 것의 순으로 차례로 큰 폭발을 일으키고, 각 폭발된 자리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할 무렵-그 때에도 나에티아나는 열심히 화살을 쏘고 빛 줄기, 광탄들을 발사하며, 괴물의 눈들, 몸체를 맞혀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더 이상 찹을 수 없었는지, 괴물이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Je n'ai fait que regarder pour l'instant, alors vous me prenez pour un imbécile. Mais là, c'est juste un prélude !!!
(내가 지금껏 지켜보기만 하고 있으니, 내가 만만해 보이나 보군. 하지만 지금은 아직 서곡에 불과할 뿐!!!)

  그리고서, 그간 몇 사람이 밟을 수 있는 공간으로 두고 있던 나뭇가지들 앞의 검은 표면의 한 가운데가 진동하기 시작하니,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부터 실을 끊고 괴물의 바로 앞으로 작지했으며, 반대편에 있던 아잘리 역시 진동하는 바닥을 한 번 밟고 뛰어올라서는 공중제비를 하는 채로 괴물의 우측 근처에 이르렀다. 그것을 신호 삼아, 카리나, 세니아, 세나 역시 괴물의 근처로 돌아왔으며, 잔느 공주가 일으킨 보호막에 의지해 공중에 떠 있던 잔느 공주, 루이즈 역시 일행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잔느 공주와 루이즈를 감싸는 방울들이 일행 쪽으로 오는 그 순간, 진동하던 표면의 한 가운데가 혹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혹에서 검은 표면이 증발하듯 위쪽부터 사라져 가면서 주황색을 띠는 거대한 반구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괴물체의 심장 역할을 하는 기관이었던 것 같다.

À partir de maintenant, je vais vous montrer la véritable « Sévérité des Forts » !
(이제부터 진정한 '강자의 위엄' 을 보여주겠노라!)

  그러더니, 괴물체는 거대한 반구체가 내부의 열기를 통해 노랗게 빛나도록 하더니,

REGARDEZ !!!
(괄목하여라!!!)

  라는 외침과 함께 구체 부분에서 열기와 주황색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폭풍은 급속도로 사당 중심에서 넓게 퍼져가니, 사당 넓이의 반 이상을 넘어, 2/3 정도에 이를 정도까지 커졌다. 일행은 그 무렵에는 괴물이 위치한 그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아잘리가 폭풍이 터지는 모습을 보더니,
  '심상치 않다!' 라고 혼잣말을 했고, 그 목소리를 알아 듣자마자 내가 카리나에게 물러서야 한다고 외치니, 카리나가 바로 세니아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물러서라고 외쳤다. 이후, 아잘리를 시작으로 나와 카리나, 세니아 그리고 세나 순으로 사당의 남쪽 변두리 쪽으로 뛰어갔다.
  뛰는 속도를 조금도 늦출 수 없었던 것이, 폭풍이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었다가는 따라잡힐 수 있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두 필사적으로 사당 변두리 쪽으로 뛰어갔다.
  폭풍은 사당의 가장자리 쪽으로는 퍼지지 않은 채, 사당의 2/3 정도를 뒤덮은 채, 반구형으로 퍼져간 이후에 폭풍에서 발생한 회색 연기가 조각구름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끝으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사라져 가는 구름 속에서 괴물이 환하게 밝히고 있었을 거대한 눈의 주황색 빛이 작렬하는 모습이 보였다.

  구름이 다 걷힌 후, 괴물의 온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괴물의 나뭇가지들 그리고 두 팔에서 나뭇가지들이 자라나서 여러 방향으로 아무렇게나 하늘을 향해 뻗어가기 시작했다. 가지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여러 갈래로 뻗어가며 서로 만나니,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버섯의 형상처럼 보였다. 그렇게 가지가 뻗어가는 동안, 가지에서도 주황색 눈들이 새로 생겨나기 시작했고, 가지 위에서 주황색 빛을 깜박이니, 마치, 이파리 없는 나무에 달린 빛 장식과도 같아 보였다.
  잠시, 성야 기간의 겨울 나무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성야 때의 그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바로 하얀 기운을 일으키고, 눈들을 타격해 파괴할 준비를 하려 하였고, 카리나, 세니아 역시 각자의 수단을 통해 공격 준비를 행하려 하였다.
  한편, 나무 밑둥 부분에 생긴 거대한 눈은 검은 막으로 감싸이다가 나무 밑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아잘리가 나에게 눈들을 파괴하거나, 결정적인 공격을 하려 할 때에 드러낼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일단은 눈을 파괴해 보자고 말했다.

  그 끝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나뭇가지에 달린 눈들 중 일부가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각각의 빛나는 눈들 앞에서 하나씩 마법진들이 생성되었고, 각각의 원형 마법진에서 검붉은 화염탄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검은 돌 (혹은 쇳덩어리) 에 불이 붙은 형태의 작열탄으로 마법진마다 이들을 하나씩 연속 발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작열하는 검붉은 탄들은 마법진에서 생성되자마자 바로 일행이 모여있는 사당 한 가운데 쪽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낙하는 처음에는 조금 느린 듯했으나, 급속히 가속해 일행과 가까워질 무렵에는 보는 것만으로는 피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마치 불 붙은 운석이 낙하하는 듯한 풍경을 보여준 그것들은 바닥에 부딪치자마자 포탄, 폭탄이 폭발할 때 특유의 폭음, 충격파와 함께 붉은 열기를 품은 검은 폭풍을 일으키니, 그야말로 마법 서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운석 충돌의 풍경이나 '소돔과 고모라 전설 (Sodomîa Gomoray Legenda)' 에서나 묘사되었을 법한 유황 비의 풍경을 연상케 했다.
  그 폭발 속에서도 나는 폭풍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빛의 기운으로 하얀 결정 조각, 광선들을 발사해 가며, 눈들을 격파해 가려 하였으며, 내 곁에 있던 아잘리 뿐만이 아니라, 공중에 머무르고 있던 프라에미엘 역시 지면, 공중을 향해 날아드는 돌덩어리들을 피해 가며, 하얀색, 푸른색 빛 무리를 소환해서 가지들의 눈을 향해 날려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돌 덩어리들을 마법진을 이용해 소환하던 괴물은 마법진들을 거두어 소환을 중지하더니, 가지에 달린 모든 눈들이 번뜩이도록 하더니, 각각의 눈들이 열기를 분출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분출된 열기는 몇 개씩 하나로 뭉쳐서 거대한 빛 줄기의 형태로 사당의 바닥을 비추는 듯이 빛 줄기를 방출하도록 하였다. 각각의 빛 줄기들은 각각이 처음 닿은 부분 일대를 오가면서 사당의 바닥에 머무르던 일행을 위협하려 하였으나, 이전에도 보였던 공격 방식이라 대응은 그 때와 똑같이 하면 그만이었기에, 큰 위협이라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나뭇가지들을 향한 타격만 이어져서 나뭇가지의 눈들만 피해를 계속 입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해당 공격은 얼마 가지 않아 중지되었다.

  그 후, 괴물의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낡은 옷차림의 남자였을 인격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으나, 그 이후로 그 목소리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의 괴성들이 잇달아 울려 퍼져서 여러 인격들이 괴물의 몸 속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렸다.
  괴성과 함께 가지들이 각자의 눈들을 부릅뜨게 하더니, 이윽고, 각각의 눈에서 검은 체액 같은 것을 쏟아내며, 눈 안쪽에서 검은 색의 칼날들을 하나씩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성된 칼날들은 길다란 꼬리에 달린 검과 같은 형상을 보이면서 일행이 있는 사당의 바닥과 상공 일대를 향해 미사일 무리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카리나가 바닥 쪽으로 날아가는 칼날들을 막기 위해 왼팔에서 빛으로 거대한 방패를 생성하기 시작했으며, 세니아가 카리나의 뒤에 서 있으려 하니, 칼날 형태의 괴물체를 격추시키고, 괴물에 대한 반격을 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일행 쪽으로 날아드는 괴물체들은 검의 가드 부분마다 한 가운데에 하나의 눈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각각의 눈들은 눈동자가 자신이 날아가는 방향을 향하도록 하고 있었으며, 괴물체들은 날아가면서 '끄아아아아악' 에 가까운 울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수백에 달하는 괴물체들이 그런 소리를 내며 날아드니, 수백의 고성은 날카로우면서도 강하기까지 한 괴성이 되어 괴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을 이들의 청각을 심하게 괴롭혔다. 이들은 실체가 있는 만큼, 격추시킬 수 있었으며, 그래서 화염 줄기, 화염 파동을 발사해 가는 세니아 뿐만이 아니라, 나와 아잘리까지 괴물체 격추에 나서려 하였다.
  한편, 세나는 새 형상의 환수가 가진 능력에 의지해 양 어깨에 날개를 달고 비행을 하면서 자신 쪽으로 날아드는 칼날 형태의 비행체를 날개의 깃털 그리고 자신의 검으로 공격해 제거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오른손으로 검을 휘두르며 괴물체를 베어 격파하면서도, 그는 왼손으로 모종의 손짓을 하고 있었으니, 띄엄띄엄 보고 있었던 관계로 처음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푸른색을 띠는 괴물의 큰 나뭇가지 정도로 굵어진 거대한 바다뱀이 괴물의 밑둥 뒤쪽에서 기어오르더니, 입을 벌리며 거대한 눈이 있는 쪽을 거쳐, 오른쪽의 가지 쪽을 휘감으려 하고 있었으니, 그 지시 동작을 왼손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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