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iA - 6. The Flower of the Abyss : 7


  빛나는 창의 힘은 괴물의 검은 형체를 더욱 급속히 빛의 파동 쪽으로 밀어냈고, 그에 따라, 괴물의 형체가 조금씩 파동 쪽으로 밀려나면서 더욱 깊은 부분의 장갑이 먼지가 되어가듯 소멸해 가려 하였다. 그간 괴물은 몸이 사멸해 가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버티려 하였던 것 같으나, 이제 최후가 머지 않은 듯 싶었다.

Ces pensées, et l'énergie laissée par le sang, finirent par devenir une force qui te menaçait.
(그 사념들이, 그리고 피가 남긴 기운이 결국, 너를 위협하는 힘이 되어 간 것이다)

En d'autres termes, les âmes qui ont erré ici, que tu as dévorées, poussées par le pouvoir d'assouvir leur souffrance, sont devenues la puissance de lumière qui détruit tes ténèbres.
(이 곳을 떠돌던, 네가 잡아먹었던 혼들이 그들의 비원을 이루어 줄 힘에 이끌려 너라는 어둠을 멸하는 빛의 힘이 되어간 것이란 말이다)

Autant tu as massacré d'hommes, autant le pouvoir de l'âme a donné du pouvoir à la jeune fille, et elle peut te détruire par ce pouvoir, par les âmes.
(네가 사람들을 죽여간 만큼, 그 혼의 힘이 그 소녀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소녀는 그 혼들과 함께 그 힘으로 너를 파멸시키게 된 거다)

  그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상이 사라지고, 카리나에게서 기합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평소의 그에게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강렬하게 외치는 소리가 괴물 쪽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외침에 이어, 구형으로 팽창하기만 하고 있었을 빛이 맹렬한 굉음을 일으키면서 괴물 쪽을 향하는 거대한 빛 기둥과 같은 형상으로 분출되어 갔다. 이후, 다시 한 번 폭음이 울려 퍼지며, 괴물이 위치한 방향으로 분출된 빛은 괴물과 그 주변 일대는 물론, 사당 전체까지 뒤덮을 정도로 넓게 퍼져 갔다. 얼마나 큰 힘이 그 빛에 내재되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현상이라 말할 수 있어 보였다.
  사당 일대까지 빛이 퍼지면서 사당은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을 제외하면, 새하얀 빛에 가려진 모습이 눈 앞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 무렵, 카리나가 그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괴물이 있는 방향으로 몇 걸음 뛰어갔다가, 바로 괴물이 있는 쪽으로 뛰쳐 나가려 하였고, 그 때를 같이 해, 그의 우측에 있던 세니아 역시 괴물이 있는 쪽으로 뛰쳐 나가면서 카리나 쪽으로 나아갔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다급히 카리나가 있던 쪽으로 뛰어갔다가, 그가 뛰쳐 나간 지점에서 멈추었다. 그 지점이 사당의 가장자리일 것이라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괴물에 도달한 쪽은 세니아였다. 그 빛 속에서 괴물의 외장은 완전히 바스라져 소멸당했으나, 괴물의 눈으로 추정되는 동그란 부분만큼은 내구성이 상당했는지, 형체를 남기고 있었다. 세니아는 그 형체에 도달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구체는 괴물의 작은 일부분이었겠으나, 괴물의 크기가 컸던 만큼, 그 작은 일부분 역시 컸다, 어른 키의 대략 2 배 즈음은 되어 보일 정도.
  이후, 세니아는 검게 변해버린 구체에 도달하면서 자신의 전방 그리고 주변 여덟 방향 쪽으로 하나씩 화염 줄기를 발사, 이들이 전방 쪽으로 날아가, 구체의 표면에 격돌하도록 하였으니, 이후, 전방의 화염 줄기가 먼저 구체의 표면에 격돌하고, 이어서 여덟 화염 줄기가 정면의 위쪽에 있는 것부터 시계 방향으로 하나씩 화염 줄기가 격돌해 폭발, 잇따른 폭발에 의해 표면에 폭발의 흔적이 생기자마자, 세니아는 두 손으로 검을 쥐고, 가운데 쪽의 불길 속으로 검의 붉은 칼날이 그 불길 안으로 파고들도록 하니, 그로 인해 그 자리에서 폭풍이 터져 나가고, 그 여파로 세니아는 괴물의 형체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카리나, 지금이야, 녀석이 도망치기 전에 핵을 부숴 버려!"
  그 때, 충격파로 인해 괴물에서 떨어진 세니아가 카리나에게 외치는 목소리였다. 이후, 카리나가 괴물에게 접근, 검은 구체가 파괴되면서 드러난 거대한 검은 형상 앞에 도달하면서 오른손으로 검을 쥐려 하였다. 이후, 그는 세니아처럼 두 손으로 검을 쥐려 하면서 검은 형체의 표면, 그 한 가운데 쪽을 검의 빛나는 칼날로 찔렀다. 있는 힘을 다해 찌르려 하였는지, 칼날이 괴물의 형체에 깊숙히 박혔다, 칼날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I want to break you down like this,
(이대로 너를 부숴버리고 싶지만)

  그리고서, 카리나는 괴물의 형체를 찌른 검을 잡는 두 팔에 힘을 가하려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I'll leave this for now.
(일단 이것만큼은 남겨두겠어)

  그리고 두 팔 중에서 앞선 쪽의 오른팔부터 위쪽 좌측으로 들어올리려 하더니,

There's a guy who wants to break you down as much as I do, or more than I do.
(나 만큼, 아니 나 이상으로 너를 부숴버리고 싶어할 것 같은 녀석이 있어서 말야)

라는 말과 함께, 기합을 내지르면서 두 팔을 괴물의 형체 채로 위쪽 좌측으로 들어올리려 하니, 그렇게 카리나의 키, 그 2 배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구체가 그의 두 팔에 의해 들어올려지는 모습이 눈 앞에 보이게 되었다.
  그 이후, 그는 다시 한 번 기합 소리를 내면서 두 팔을 위로 번쩍 들어올리더니, 자신의 뒤쪽, 사당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그와 동시에 그 방향으로 두 팔을 휘둘렀다. 형체를 깊숙히 찌른 칼날에서 형체가 뽑혀 나오면서 마치, 지면에 격돌하는 운석과도 같이 사당 쪽으로 낙하하기 시작, 사당에 있던 나를 향해 검은 형체가 날아가면서 그 형체가 급격히 커지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행여 부딪칠 수 있었기에, 일단 사당의 왼편으로 물러나려 하였다.

C'est là «L'Esprit de l'Infini » et « La Puissance de l'Infini », sa substance.
(이것이 '무한의 정령' 그리고 '무한의 힘', 그 실체야)

  그 무렵, 괴물이 위치한 그 건너편에서 소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C'est grâce à cette puissance qu'elle a pu te punir ainsi.
(그 힘이 있었기에, 그가 너를 이렇게 응징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렇게 지면으로 낙하하는 운석처럼 추락해 간 괴물의 남은 형체는 몇 초 만에 사당의 표면에 충돌, 주변 일대에 폭발을 일으켰으며, 그 폭발로 인해 검은 폭풍과 충격파를 일으켰다. 폭풍과 더불어 폭음도 터져 나왔으니, 마치, 거대한 건축물이 한 번에 폭파되어 붕괴되는 듯한 굉음이 주변 일대의 공기를 마구 뒤흔들었다.



  모든 기력이 다하고, 매달릴 것도 없어진 카리나는 검을 쥔 채로 추락해 갔다. 떨어질 각오를 하고, 괴물을 공격했겠으나, 다행히도 주변 일대에 머무르고 있던 나에티아나가 그를 잡아서 사당 쪽으로 옮기면서 물에 빠지는 위험은 면했다.
Ne crois surtout pas que c'est fini, la véritable vengeance n'a même pas encore commencé.
(끝났다고 생각지 않도록 해, 진정한 응징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니까)

Tu découvriras bientôt ce que cela signifie.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곧 알게 될 거야)



  검은 괴물의 핵, 아니 핵처럼 보였던 형체는 계란 혹은 짐승의 알 같은 둥그런 형태를 보이는 채로 사당의 한 가운데 즈음에 처박힌 채, 검은 기운을 연기처럼 일으키고 있었다. 이미 한 번 칼날에 깊숙히 찔린 후에 사당의 바닥에 격렬히 부딪치면서 그로 인해 폭발까지 일어났건만, 그럼에도 그 형체는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보이려 하였는지, 조금씩 자신의 유체 금속 형체를 꿈틀거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꿈틀거리고 있던 형체는 이윽고, 사당의 하늘을 바라보는 쪽에서 '눈' 을 뜨려 하더니, 자신의 '눈꺼풀' 을 거듭 깜박이려 하였다.

Les humains étaient stupides, ils l'ont toujours été.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은 참 어리석었지)

  눈을 뜬 괴물의 형체에게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Ce que vous faites pour un monde meilleur l'a rendu pire.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벌이는 짓으로 더 나쁜 일을 일으켰지)

On m'a confié la mission de réformer un tel monde.
(나는 그런 세상의 개혁이란 사명을 부여 받았노라)

  이미 몇 번이고 참혹하게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괴물은 그것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 광경에 사당의 뒤쪽에서 그런 괴물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서 아잘리가 그런 괴물에 대해 나름의 '극찬' 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아르산, 이 즈음 되면 굉장하지 않아? 저렇게 몇 번 당하고, 폭발까지 일으켰는데도 저렇게 '나는 지지 않았다' 라는 식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니 말야."
  그리고, 팔짱을 끼려 하면서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으나, 이 물음에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괴물의 형체 그리고 그 주변의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주변 일대에서는 계속 영혼의 기운이 느껴졌고, 사당 주변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소리의 목소리가 '진정한 응징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라고 말했었지. 영혼들이 아직 떠나지 않았음은 분명히 이와 관련이 있을 거야.'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조용히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괴물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Et il n'y avait qu'une seule réponse à cette réforme : l'extermination de l'humanité.
(그리고 그 개혁의 답은 단 한 가지였다, 인간의 말살이었다)

Avec la disparition des humains, tous les problèmes créés par l'homme se résolvent en devenant nominaux.
(인간이 없어지면서 인간의 모든 것들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으로 인간이 만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Monnaie créée par l'homme, économie, politique et société, éthique... toutes ces choses faibles et insignifiantes sont détruites, et toutes ces choses sont résolues !
(인간이 만든 화폐 경제, 정치와 사회, 그리고 윤리까지..... 그 모든 나약하고 하찮은 것들이 파괴되는 것으로, 그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말이다!)

  그 무렵, 그런 괴물의 앞으로 세나가 조용히 다가가려 하였다. 사당의 우측 가장자리에 있던 세나는 괴물이 네 번째로 목소리를 낼 무렵, 괴물이 있는 쪽으로 조용히 다가가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허리의 왼편에 자리잡은 칼집에서 오른손으로 검을 꺼내어, 들려 하고 있었다.

La réforme est un mandat du monde, de l'univers ! VERITAS MUNDI ! (그 개혁은 세상이, 우주가 내린 명령이다! 세상의 진리란 말이다!)

Vous n'avez toujours pas renoncé à cette idéologie, même après tout ça.
(아직도 그런 생각을 포기하지 않으셨군요, 그 모든 일을 겪으신 이후에도)

  그리고, 발걸음을 이어가던 세나에게서 목소리가 나왔다. 평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목소리였다.

Il était une fois Alexandros o Meghas, qui résolvait les nœuds qui ne pouvaient pas être résolus en coupant !
(그 옛적, 알렉산드로스 오 메가스도 그러하였다, 풀 수 없는 매듭은 끊어버리는 것으로 해결지었단 말이다!)

Le problème que vous, les humains, avez créé peut être résolu en détruisant tout ce qui concerne les humains !
(너희 인간이 만든 문제는 인간의 모든 것을 파쇄해버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Avec un être humain ?
(인간과 함께, 겠죠?)

EN EFFET !
(마땅하도다!)

  그 외침과 함께, 괴물은 사당의 바닥에서 떠올랐고, 표면의 유체 금속을 변형시켜, 다시 세 쌍의 박쥐 날개형 날개를 펼쳤다. 핵만 남았다지만, 본체부터 워낙 거대했던지라, 핵 역시 거대했다. 어지간한 사람 키의 12 ~ 15 배 정도는 되어 보였다.

Ensuite, le sang, la chair et l’âme doivent être dynamisés et consacrés à des vies nobles ! C'est le devoir du surplus du monde !
(그리고, 그 피와 살, 혼을 에너지화하여 고귀한 생명들에게 바쳐야 한다! 이것이 '잉여들의 의무' 인 것이다!)

  "저 자식이 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잘리가 속으로 외쳤고, 그 목소리를 들은 내가 아잘리를 말리며, 일단은 지켜보라 하였다. 건너편의 세니아 역시 카리나에게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카리나 역시 그래야 하겠으나, 아직은 모르는 일이라고, 그와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편, 괴물의 목소리가 이어가는 말이 끝날 무렵, 괴물을 향해 천천히 이어지던 세나의 발걸음이 괴물의 앞에서 멈추었다. 그렇게 괴물을 내려다보는 세나의 표정은 그렇게 어둡거나 분노에 차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평소 때의 차분하면서 온화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미 몇 차례 씩이나 일행에게 당하면서 목소리만 앞서게 된 꼴의 괴물을 보며, 오랜 원한이나 미움이 정리가 된 것처럼.

Il y a encore des âmes ici, tant d'âmes qui ont vécu des choses malheureuses à cause de vous.
(여기에는 아직 영혼들이 머무르고 있어요, 당신 때문에 불행한 일을 겪은 수많은 영혼들이)

Il ne serait pas absurde de dire : « Comment pouvez-vous dire ça devant eux ? »
('그들 앞에서 그런 말이 나오느냐' 는 말은 의미 없겠지요)

Cependant, il y a une chose dont je suis sûr.
(다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있었어요)

Un jour, lorsque vous aurez recouvré vos forces, vous recommencerez à tuer et à massacrer.
(시간이 지나, 언젠가 당신께서 힘을 되찾으시면, 당신께서는 다시 살인과 학살을 반복하시리라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분노의 감정도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직은 미미했지만, 어느 시점에서 그 감정은 급속히 커져갈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Ainsi, dans ce sanctuaire et dans le monde entier, des âmes malheureuses comme les leurs continueront de naître.
(그리하여, 이 사당과 세계에 그들 같은 슬픈 혼들이 계속 탄생하게 되겠지요)

Je le dois aux âmes de ces lieux. Comment puis-je leur rendre la pareille ?
(저는 여기 있는 혼들의 은혜를 입었어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괴물이 깨어나고, 그런 괴물에게 세나가 그렇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때가 왔음을 직감했으며, 그러면서, 카리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사당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여기었다. 세나가 벌일 일에 휘말릴 수 있었던 이유가 있기도 했고, 이번만큼은 세나와 환수들 그리고 영혼들에게 맡겨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여긴 탓도 있을 것이다.

Vous connaissez déjà la réponse.
(그 답이 무엇인지는 당신께서도 이미 아시겠죠)

De quoi parles-tu?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하지만 사당과 절벽길을 잇는 다리는 이미 끊어지다 못해, 소멸한지 오래였다. 괴물이 사당에서 벌인 짓거리를 생각하면 다리가 끊어지는 것을 넘어, 다리를 구성하는 물질 자체가 소멸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기는 했다. 그래서 다리에서 걸어서 나가기 위해서는 무언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여기었는데, 그 때 마침, 예나가 사당 건너편 절벽가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리를 세워 두었으니, 사당에서 나가실 분들은 그 쪽으로 와 주세요!"
  이후, 예나는 절벽가와 사당을 잇는 투명한 발판으로 다리를 생성하니, 그로써 사당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수단이 생기자마자, 아잘리가 바로 투명한 발판을 밟아 보았고, 그 이후에 나에게 사람이 충분히 밟을 수 있을 정도임을 알렸다. 그러자, 나는 알겠다고 하고서, 카리나에게 신호를 보낼 테니, 그 신호가 오면 바로 잔느 공주, 루이즈 등을 데리고 절벽가로 나갈 것을 당부했다.
  한편, 잔느 공주, 루이즈는 보호막이 사라진 이후, 다시 사당의 바닥 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루이즈는 카리나 등의 곁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잔느 공주는 세나의 곁에 있으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잔느 공주의 표정에서 불안함의 감정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세나는 괴물을 향한 발언을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La douleur qu'ils ont endurée était terrible, et le ressentiment qui en aurait découlé serait trop profond.
(그들이 입은 고통은 끔찍했고, 그로 인한 원한은 너무도 깊을 거예요)

Je suis sûr que votre camp le pense aussi.
(당신의 이면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믿어요)

  그러더니, 자신의 검이 연한 하늘색 빛을 발하도록 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바로 오른손을 위로 향한 채, 한 줄기 빛을 발사했다, 그것을 신호 삼아, 모두 절벽가 쪽으로 나가라는 뜻이었다. 그러자마자, 카리나가 우선 사당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르사나, 왜 사당에서 나가라 하는 거야?"
  "됐고, 일단 나가!" 이후, 세니아가 나에게 왜 사당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으나, 그러자 내가 바로 그에게 일단은 나가라고 외쳤다. 설명하기에는 다소 복잡한 일이라, 우선 나갈 것을 재촉한 것. 카리나도 그런 세니아에게 "나가라면 나가야지, 말이 많아!" 라고 외치면서 그를 끌고 절벽가 쪽으로 뛰쳐 나갔다.
  이후, 루이즈가 다리를 통해 사당을 나서려 하는데, 잔느 공주가 여전히 세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차리더니, 바로 세나를 향해 뛰어가서는 그의 목깃을 거칠게 끌며, 그를 끌어내려 하였다.


MWÂRL GÎRÂKE BOGO YIẞÂ!? ZCÂNGSCIN AN CARIRLÄ!?

  루이즈로부터 잔느 공주를 다그치는 듯한 세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후, 루이즈가 잔느 공주를 억지로 절벽가 쪽으로 끌어내는 광경이 보였다. 이후, 잔느 공주 역시 사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 스스로 루이즈를 따라 다리를 거쳐, 절벽가 쪽으로 가려 하였다.
  루이즈와 잔느 공주까지 사당 밖으로 나간 이후, 나는 아잘리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아잘리가 도리어 내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 무렵, 나는 세나가 괴물을 환수들과 함께 응징해 가는 모습을 어떻게든 사당 근처에서 지켜보기로 했음을 밝히고서, 그런 사람이 한 명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그 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자 아잘리는 "그랬었네." 라고 한 마디 말을 우선 건네더니, 이어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같이 있도록 하겠어. 그런 사람이 두 명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으니."
  "무사히 있을 자신은 있지?" 이후, 내가 묻자, 아잘리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내게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위험한 일이라면 어릴 적부터 있었잖아, 이 정도야 뭐."



  그렇게 사당에 나와 아잘리 그리고 괴물 앞에 선 세나만 남았을 무렵 세나로부터 다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Néanmoins, je ne pense pas avoir besoin de raviver toute cette souffrance.
(그럼에도, 저는 그 모든 고통을 당신께 모두 되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세나의 목소리에서 이전에 은은히 느껴지던 분노의 느낌은 사라진 듯했다. 다시 평상시의 온화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고 있었으며, 그의 표정 역시 온화하게 변해 있었다. 만인에게 용서받지 못할 존재가 되었더라도, 자신만큼은 그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Après tout, c'est du passé pour moi.
(어찌됐든, 결국 제게는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간의 정황에 따르면, 세나는 먼 옛날, 자신의 가족이었던 이들을 괴물이 거느렸던 괴물들에 의해 모두 잃은 이 혹은 그 환생이었다. 그런데, 막상 괴물과 독대를 할 동안에는 그 원한이 정리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의 과거를 어느 정도 아는 입장에서는 의아함이 느껴질 법했다. 아잘리도 내게 그것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있을 일의 전조일 것이란 직감이 바로 와닿고 있었으며, 그래서 긴장을 하고, 그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려 하였다.
  "괴물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일이잖아, 결국에는. 저게 모든 이들이 사당 밖으로 나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야?"
  "조용히 보고만 있어." 이후, 아잘리가 물음을 건네자, 내가 그런 그를 바로 다그쳤다.

Même si vous aviez commis un péché impardonnable, je ne vous infligerais pas de douleurs atroces.
(용서 못할 죄를 저지르셨다고 해도, 저는 당신께 극심한 고통을 가하지 않을 거예요)

  그 후, 세나는 그에게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Quoi qu'il vous arrive, maintenant je ne vous poignarderai qu'une fois dans le corps avec mon épée.
(당신께서 어찌 되시든 간에, 이제 저는 당신의 몸을 제 검으로 한 번 찌르겠어요)
Oui, semel.
(예, 한 번씩이요)

  그리고, 잠시 후, 이런 말이 들려오게 되었다.

SEMEL PRO OMNIBVS QVEM OCCIDISTI.
(당신이 죽여버린 사람 한 명마다)

  "죽여버린 사람 수만큼 한 번씩 하겠다고? 그러면 대체 몇 번......?"
  그 때, 그 목소리를 들은 아잘리가 놀라면서 내게 물었다. 그러자, 나는 모르겠냐고 되묻는 듯이 외친 이후에 나와 그는 위험 영역에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QUOI ?
(뭐라고!?)

  괴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경악에 찬 심정을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로 세나가 건네었던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리고, 핏빛의 기운을 뿜어내고, 눈동자 한 가운데, 그리고 각 날개 끝에 섬뜩한 붉은 빛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괴물은 각 날개 끝과 눈동자에서 붉은 광선을 뿜어내려 하였다. 나름의 에너지를 집적한지라, 빛의 굵기가 가늘었어도, 강렬한 색의 빛 줄기가 분출되려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세나는 검을 들고 있던 오른팔이 자신의 우측 하단을 향하도록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 삼았는지, 사당 주변의 검푸른 구름이 드리워진 상공 여러 곳에서 밝은 하늘색을 띠는 빛들, 크고 작은 빛의 구체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검의 끝이 향한 곳에서부터 그 반대편까지 반달형 대형으로 빛들이 차례로 생성되었다.
  빛들은 세나가 서 있던 곳 주변에서 생겨났고, 사당 가장자리 뿐만이 아니라, 사당의 안쪽에서도 나타났으며, 하나하나만 하더라도 등불 이상으로 밝은 빛들이 얼마나 많이 생성되었는지, 그로 인해 세나가 서 있던 그 주변 일대가 아주 밝은 등불이 켜진 것처럼 환하게 밝아질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그 수는 눈으로든, 손가락으로든, 바로 세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수는 얼마였을지, 수 백 정도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수 천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터. 그 만큼, 괴물 혹은 기욤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한을 품었을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CertaineMENT PAS !
(말도 안 돼!)

  세나에 의해 무수히 많은 영혼의 빛들이 생성되고, 세나 자신 그리고 그의 검이 하늘색 빛을 발하는 불꽃 같은 것에 감싸이기 시작할 무렵, 그 광경을 보고, 괴물은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QU'EST-CE QUE DIABLE TU ESSAYÉ-!?
(대체 무슨 짓을 하려-!?)

이렇게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려 하였으나, 이후에 일어난 일로 인해 그 외침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세나가 양 어깨에 날개를 펼치고, 괴물을 향해 뛰어오르려 하는 것과 함께 괴물 역시 자신이 끌어모은 에너지를 광선으로 분출하려 하였으나, 그 직후, 영혼들의 빛이 광선들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괴물의 빛 줄기들은 영혼들의 빛 줄기에 부딪쳐 상쇄되거나 흡수되어 괴물의 모든 광선 공격이 봉쇄, 세나의 괴물을 향한 돌진이 허용되고 말았다.
  이후, 세나가 괴물의 몸을 검과 검을 감싸는 영혼의 빛으로 베어내려 하기 직전, 영혼들의 빛 줄기들이 일제히 괴물의 검은 몸체에 박히기 시작, 빛 줄기가 괴물의 몸에 박힐 때마다 폭음과 함께 푸른 열기가 그 검은 몸에서 터져 나왔다. 세나의 주변 일대 상공에서 생성된 영혼들이 방출한 모든 빛들이 괴물의 거체에 집중되어 그 몸에 폭발을 일으켜, 부수어가고, 불태워가는 사이, 빛에 감싸인 세나의 검이 가진 그 날이 그 눈동자의 한 가운데를 찌르며 핏빛 눈동자 사이로 푸른 불꽃이 새어나도록 하였다.
  그것만 해도, 막대한 타격이었겠으나, 세나 그리고 영혼들의 빛이 가하는 참격 및 타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세나는 계속해서 괴물의 몸을 칼날로 찔렀고, 영혼들의 빛에서 생성된 빛 줄기들의 행렬이 괴물의 몸으로 달려들려 하였기 때문이었다.

  빛이 폭발과 함께 퍼지고, 푸른 열기가 터져 나오는 것이 반복되면서 그 빛과 불길, 열기가 괴물의 검은 형체, 그 정면을 완전히 가려버리고 말았다. 폭음도 잇달아 울려 퍼지고 있어서, 그 일대에 들려왔을 소리 중 대부분을 집어삼킬 정도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세나의 날개가 된 바람의 환수를 제외한 남은 환수들이 거대한 창, 뱀의 형상 그리고 긴 꼬리를 그리는 불의 혜성으로 화하면서 세나의 주변에서 계속해서 괴물을 타격하려 하면서 폭음 속에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쇠를 물어뜯는 소리, 화염이 폭발하는 소리를 더했다.

Onus Magnae Creaturae tolle.
(위대한 생명체의 짐을 져라)

  괴물을 물어뜯고 난도질하는 소리 속에서 괴물의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기어이 주문 같은 것을 영창하려 하였던 것 같았다.

Et vetus praemium metet:
(그리고 오랜 성과를 거둘지어다)

Culpam eorum quid portatis; odium eorum quid custoditis; clamor exercituum quid accommodatis;
(너희가 짊어질 비난, 너희가 품을 증오, 너희가 감내할 소유물의 울부짖음)

Et lente clamant ad lucem; Quid nos adduxistis de servitute, de Nocte Carthaginis amavit noster?
(그리고, 너희는 천천히 빛을 향해 외치리, 어찌 우리를 속박에서, 친애하는 카르타고의 어둠 속에서 해방시켰나이까?)

  빛 사이로 괴물의 형체가 조금씩 드러날 때가 있었다. 빛에 의해 표면이 깨어지고, 갈라지며, 그 사이로 빛이 파고들어 또 불을 일으키고 있었다. 정면 부분 뿐만이 아니라, 측면까지도 내부 열기의 폭주 및 외부에서의 파손으로 인해 부품들이 부서지고 과열되고 있었으니, 외부 장치들은 더 이상 정상적인 작동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Onus Magnae Creaturae tolle.
(위대한 생명체의 짐을 져라)

  그 와중에도 괴물은 계속해서 주문 같은 것을 외려 하였다.

Non audes nimis humiliare, nec nimis clariorem de Libertate vocare, ut taedium tuum palleat;
(너무 비굴해지거나, 권태를 감춘다고 자유를 도 넘게 외치지 말지어다)

Ab omnibus clamatis vel susurri; Ab omnibus disceditis et facite;
(너희 모든 울부짖음과 속삭임으로, 너희 모든 가는 곳과 하는 것으로)

Silent, tristes gentes, teque deosque tuos Deos vostros, vesterque ponderabunt.
(침묵하는, 가엾은 족속들이 너희와 너희 신들에게 잣대를 들이밀 것이리라)

  이후로도, 괴물은 계속 주문을 외려 하였다. 하지만 그 어구는 이전처럼 같은 문구로 시작되지는 않았으니, 아무래도 그것이 주문의 끝 부분이었던 것 같았다.

Et pueriles dies finit, laurus leviter oblatum, laudem facilis sine invidia.
(그리하여, 유년기가 끝나도다, 쉽게 주어진 월계관, 절로 나오는 찬사가)

  그 때, 폭음 사이로 또 다른 주문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세나의 주문이었다.

Et, ut felinem vestrorum quaeras,
(그리고, 너희 고양이다움을 찾기 위해)

Innocentes Ignicremus,
(순수함은 잿더미가 되고)

Per omnes ingratos annos.
(그 모든 자비 없는 나날을 거쳐)

Ethica Evanescit,
(도덕은 사멸당했으며,)

frigidus ungues cum frigidus venator instinctu
(냉혹한 사냥 본능에 의한 냉혹한 발톱이란)

Deus Destruitur,
(신의 세계는 파탄나니)

Iudicium turbae vestrae nunc VENIAT!
(너희 일족의 심판이 찾아오리라!)

Iustitia Ira Vana Est.
(정의의 분노는 공허하네)

  괴물의 주문이 끝나는 것에 이어, 세나의 주문 영창 역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영창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주문과 함께 빛 줄기들이 게속해서 괴물의 몸체에 격돌해 충격을 가하는 일이 거듭되니, 그로 인해 그 몸체의 표면이 조금씩 뜯겨 나가고, 깨어지면서 그 조각들이 몸체에서 떨어져 상공 여기저기로 튀어나가려 하였다. 하지만 그 조각들 중 대부분은 빛에 의해 일어난 에너지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괴물은 자신을 파괴하려 하였을 빛 줄기 세례를 피해 어떻게든 도망가려 하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움직이려 할 때마다 빛 줄기의 궤적이 그 도망가는 몸체의 움직임을 따라 변해 가면서 계속해서 괴물의 몸체를 타격해 갔고, 그래서 괴물은 자신을 향해 닥쳐오는 괴물체를 거의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Ira Vana eX Vana Imagine
(공허한 이상에 의한 공허한 분노가)

Caelum Vagatur,
(하늘을 떠돌고)

Et mundum vanum observat.
(공허히 세상을 바라보노라)

  그 무렵, 세나에게서 낯설지 않은 어구가 들려왔다. '이라 바나 엑스 바나 이마지네 (Ira Vana Ex Vana Imajine)', 이전부터 줄곧 언급되어 왔던 그 주문으로 그 의미에 대해서는 그 때까지도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었던 그 주문이었다. 그런 주문이 세나에게서 들려온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세나는 그 주문의 의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주문에 대해 아는지, 그 여부에 대해서조차 말하지 않았었다. 나를 비롯한 동료들 그래서, 주문에 대해서는 물어보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주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었음이 그 이유였던 것. 세나에게 그 주문의 의미에 대해 물어봤다면, 과연 그는 대답을 했을까? 이제 와서는 부질 없는 추측일 뿐이다.
  생각을 이어갈 동안, 세나의 주문은 끊임 없이 이어져 갔으며, 그와 더불어 그 목소리가 보다 높아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을 격렬한 목소리와 어조가 주문을 통해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Itaque, profunditatem peccati Intellegens,
(그러하니, 그 죄의 깊이를 깨달아)

Paenite Peccata Nefaria!
(그대의 추악한 피로)

cum SORDIDO SANGVINE! TVE!!!!!!
(그 끔찍한 죄를 참회할 지라!!!!)

  이후로도 검은 거체는 계속해서 타격을 받아 몸이 부서져 가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도 이미 수없이 많은 빛 줄기들이 발사되고, 자신 역시 끝없이 칼날로 눈을 찌르고 있었음에도 세나는 참격을 멈추려 하지 않았으며, 영혼들 역시 그러하였다. 세나는 괴물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주문의 영창을 이어가려 하였다.

INNOCENTES IGNICREMVS,
ETHICA EVANESCIT,
DEUS DESTRVITVR,
IVSTITIA IRA VANA EST!

IRA VANA EX VANA IMAGINE
CÆLVM VAGATUR ET MVNDVM VANVM OBSERVAT.
ITAQVE, PROFVNDITATEM PECCATI INTELLEGENS,
PÆNITE PECCATA NEFARIA,
CVM SORDIDO SANGVINE TVE!!!!

순수함은 잿더미가 되고,
도덕은 사멸하였으며,
신앙은 붕괴하고,
정의의 분노는 공허하노라.

공허한 상상에 의한 공허한 분노가
하늘을 떠돌며, 공허히 세상을 바라보노라.
그러하니, 그 죄의 깊이를 깨달아,
그대의 추악한 피로
그 끔찍한 죄를 참회할 지라!!!!

  주문의 영창이 이어지는 동안 세나의 공격은 더욱 격렬해져 갔다. 처음부터 괴물의 몸을 칼날로 깊숙히 찌르는 공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칼날로 찌르고, 내부에서 후벼파는 등의 공격까지 가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것에 따라, 환수들의 공격 역시 더욱 과격해지려 하고 있었다.

Paenite Peccata Nefaria!
Paenite Peccata Nefaria!
Paenite Peccata Nefaria!

Paenite omnium peccatorum tuorum!

(네 모든 죄를 참회할지라!)

Paenite omnibus civitatibus quis destruxisti!
(네가 파괴해버린 모든 도시들에게 참회할지라!)

Paenite omnibus obiectis quis fracisti!
(네가 부숴버린 모든 것들에게 참회할지라!)

Paenite Omnibus Ordinibus Quis Fregisti!!!
(네가 망가뜨린 모든 질서들에게 참회할지라!!!)

Paenite Omnibus HOMINIBVS QVOS OCCIDISTI!!!!
(네가 죽여버린 모든 사람들에게 참회할지라!!!!)

PAENITE!!!! PLANETAE, MVNDO, ORDINI!!!!
(참회하라!!!!! 행성, 질서, 세계)

ET OMNIBVS VITIS!!!!
(그리고 모든 생명들에게!!!!)

  괴물의 기계 몸은 세나와 환수들 그리고 그 주변의 수많은 혼들의 힘에 의해 타격을 받으면서 그것에 의해 속박당하고 있었다. 그 몸체가 스스로 거기서 빠져나감이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미 기계 몸은 거듭되 타격으로 인해 파괴되고 부서지면서 작동 불능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저 공중에 떠 있는 채로 분노 어린 혼들의 타격을 온 몸으로 받아가며 장갑이 깨어지고, 몸체가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보일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괴물, 기욤은 자신의 혼이나마 빠져나가려 했던 것 같았다. 빛에 휩싸이지 않은 조각나려 하는 기계 몸의 뒤쪽 윗 부분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빠져나가려 하는 광경이 보였다. 검은 물질은 처음에는 형체 없는 연기와 같았으나, 이후로 구름의 형상을 띠더니, 구름으로 이루어진 거인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세나, 환수들 그리고 혼들이 기계 몸을 향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었다 보니, 기욤의 혼은 무사히 기계 몸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욤의 욕심이 지나쳤기 때문인지, 혼이 거인의 형상을 이루면서 그 형상이 결국 세나를 비롯한 무리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기욤의 혼이 거인의 형상을 이루자마자 세나가 검격을 멈추었으니, 그 시점에서 혼의 탈출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Ormanesce, quo fugere conaris!? Iudicium nondum perfectum est!
(오르마네스케 (오르마네스쿠스, 기욤), 어디로 도망가려 하느냐!?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세나는 검을 잡은 오른팔이 기계 몸을 탈출하려는 검은 거인을 향하도록 하였다.

Donec omnis ira sedata sit, Iudicium numquam finem habebit!!!
(모든 분노가 사그라질 때까지, 심판은 결코 끝나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것에 호응하여 그와 함께 하던 세 환수들이 세나를 따라 검은 거인을 찌르기 시작, 그 하얀 빛에 감싸인 창의 날이 그의 머리를 찌르기 시작했으며, 기계 몸을 타격하고 있던 빛 줄기들 중 일부가 검은 기계 몸이 아닌 검은 거인을 향하게 되었다.

Paenite!!!
(참회하라!!!)

  그리하여, 영혼의 빛들이 하늘색, 푸른색, 하얀색 빛들이 무수한 빛의 곡선을 그려가며, 검은 기계 몸 그리고 거인을 향해 나아가는 광경이, 기계 몸을 대신해 검은 거인을 찌르려 하는 환수들의 모습과 함께 보이게 되었다.

Paenite in aeternum!!!
(영원토록 참회할지라!!!!)

Paenite cum tuo corpore!!!!
(그 몸으로 참회할지라!!!!)

Paenite cum tua AnimA!!!!
(그 혼으로 참회할지라!!!!!)

PAENITE IN TEMPORE RVINAEEEEE!!!
(파멸의 시간 속에서 참회할지라아아아아!!!!)

  그리고, 두 개체를 향하는 영혼의 빛들은 더욱 거세어졌다. 빛의 폭발이 더욱 거세게 일어나, 괴물의 기계 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RV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HHHHHHHHHHHHHHHHHHHHHHHHHHHHH!!!!!!!!
(파멸하여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무렵, 세나가 오른팔을 높이 들어 검이 품은 하늘색 기운을 일으키는 하얀 칼날로 검은 거인의 흉부를 직접 찌르기 시작했으며, 그와 함께 더 많은 혼령의 빛들이 그 흉부를 비롯한 거인의 온 몸에 격돌해 빛의 기운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괴물의 기계 몸은 물론, 거인의 흉부까지 몸이 갈라지고 부서지고, 그 틈으로 빛이 스며들면서 그 몸이 점차 부서져가려 하고 있었다.
  절규에 가까운 기합 소리를 내면서 한 동안 검을 높이 들어 검은 거인의 흉부를 찌르려 하던 세나는 기합 소리를 그치자마자, 날갯짓을 해서 괴물의 기계 몸과 검은 거인보다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창의 날과 함께, 이전보다 더 많은, 더 강한 빛 줄기들이 기계 몸과 검은 거인을 타격해 가는 사이로 검은 거인의 머리 쪽으로 뛰어들었다.

Qu'est-ce que cela signifie à ton avis !?
(이 따위 짓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렇게 세나가 검은 거인의 머리 쪽으로 뛰어들려 하는 동안, 그의 날개가 되어준 바람의 환수가 그에게서 분리되었다. 그러더니, 하늘색 빛을 발하는 기운이 되어, 세나의 그림자처럼 행동하였을 거대한 창을 휘감으며, 창과 함께 세나를 따르려 하였다.

Alors, crois-tu que ces âmes reviendront un jour à la vie !?
(그래서, 그 혼들이 되살아나기라도 할 것 같으냐!?)

Mille anni inde praeterierunt, nunc impossibile est eis iterum homines fieri!
(그 때로부터 이미 천 년이 지나갔어, 그들이 다시 인간이 되는 것따위는 이제 불가능해!)

  이후, 검은 거인에게서 울려 퍼지는 거인의 목소리에 세나가 바로 화답했다. 화답하는 세나의 목소리에서는 격식 표현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부모, 형제의 원수이기도 한 그를 본격적으로 파멸시켜 버리겠다고 결심한 이상, 더 격식을 갖출 이유는 없었으리라.
  그러더니, 세나는 이마를 검으로 찌르려 하였고, 그것에 호응하여, 창의 날과 바람의 기운이 거인의 이마를 비롯한 얼굴 부분을 난도하는 듯이 찌르기 시작했다.

Sed omnes homines trucidasti, et sperasti te homines huius mundi trucidare!
(하지만, 너는 그 모든 이들을 학살했으면서, 또 이 세상의 사람들을 학살하려 하잖아!)

  세나는 처음에는 이마, 이후로는 목과 흉부 위쪽까지 거인의 여러 곳을 오가며, 검으로 찌르다가, 마침내 머리 쪽에 이르러 머리의 여러 부분을 검으로 찌르고, 베기를 반복하려 하였다.

Persona principalis machinae fuisse debes, quae homines vivos secuit et clamoribus necavit ut carnem et sanguinem sumeret.
(그 때의 사람들을 산 채로 저미어, 비명 속에서 죽어가게 해서 살과 피를 취한 기계의 인격은 너였겠지)

Et per hoc, vampirismi et sadismi voluptatem habuisti, nonne?
(그리고, 이를 통해 흡혈과 가학의 쾌락을 누렸겠지, 그렇지 않아!?)

  검은 거인의 얼굴과 목젖을 가격하는 칼날의 기세는 높아지는 언성만큼, 격렬해져 가고 있었다.

Iam talia peccata commisisti, ab Yser, ad Imperio Lumanorum, ETIAM ad MVNDVM VETEREM HVIVS PLANATAE!!!
(이제르에서, 루마 제국 그리고 이 행성의 옛 세계에서까지 이미 그런 죄악을 저질러놓고!!!)

Nihilomus, id non satis ERAT, et CONATVS es EMITTERE CVPIDITATEM NECIS, CVPIDITATEM SANGVINIS, sed QVID!?
(그것으로 모자라서, 또 살인에 대한 욕망을, 피의 욕망을 분출하려 했으면서, 뭐라고!?)

  그러자, 기계의 목소리가 검은 거인을 통해 울려 퍼졌다.

Je sauve des vies ! J'essaie de les amener à un niveau supérie-
(나는 사람들을 구원한 것이다! 더 높은 지경에 올리려 하-)

TACE!!!!! TV VOLVPTATIS MACTATOR!!!!! FELIS PRAERAPTOR!!!!!!
(닥쳐라!!!! 쾌락 살인마!!!!!! 고양이 납치범아아아아!!!!!!)

Tu ne sais pas ? Tu ne sais pas, mais ils pourraient mener une vie-
(모르겠는가!? 너희는 모르겠지, 하지만 그들은 고통 이후에 더욱 높은-)

RVEEEEEEEEEE!!!!!
(파멸하라아아아아아!!!!!)

  그러는 동안, 기계 몸과 검은 거인은 수없이 이어진 타격에 의해 뒤로 밀리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사당의 가장자리 부근의 상공까지 밀리게 되었다. 검은 거인과 기계 몸 모두 사당의 가장자리 바로 앞까지 떨어졌으며, 검은 거인은 집중 타격 끝에 기계 몸의 바로 앞까지 밀려나고 있었다.
  세나는 사당 가장자리의 바닥에 착지하였으며, 기계 몸의 잔해 바로 앞에 이른 검은 거인을 그와 환수들이 영혼들의 빛과 함께 타격해 가려 하고 있었다.

RVE! CORRVE! DERVEEEEEE!!!
(파멸하라, 파멸하라, 파멸하라아아아아아아!!!)

  그 무렵, 세나가 외치는 소리에 반 즈음 묻힌 채로 기욤의 세피라 로트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Sephira Rotha.......
(세피라 로타시여......)

  그리고, 이어서 애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Quaeso salva me......
(부디 저를 구원하소서.......)

O magne, quaeso protege me......! (위대한 분이시여, 저를 지켜주소서......!)

  이후, 기욤에게서 다시 기도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O Sephira Rotha magne, quaeso salva me, protege me-
(세피라 로타시여, 위대한 분이시여, 부디 저를 구원하소서, 저를 지켜주소-)

DERVEEEEEEE!!!! CONCIDEEEEEEEE!!!!! PERDEREEEEEEEEE!!!!!
(파멸하라아아아아아아!!!! 멸절되어라아아아아아아!!!!! 멸망하여라아아아아아아!!!!! )

  그러나, 그 기도는 결국 세나의 외치는 소리와 함께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후로 혼령의 빛들이 방출하는 빛 줄기들의 강도는 더욱 거세어지며, 거인과 기계 몸의 형체를 푸른 불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빛들을 분출하던 혼령들이 세나를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환수들 역시 공격을 멈추고, 세나의 곁으로 모여들려 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향한 곳은 세나가 아닌, 세나가 들고 있던 하늘색 기운에 감싸인 검이었다. 우선 환수들이 괴물을 향하고 있던 세나의 검, 그 날에 이르더니, 하얀색, 푸른색, 붉은색 그리고 하늘색 기운으로 변해, 그 날을 향해 빨려들어가는 듯이 모여들었다.
  그 현상은 세나의 검에 바로 영향을 주었다. 하늘색 기운에 감싸인 것처럼 보였던 세나의 검은 환수가 변이한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다른 색 기운을 같이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푸른색, 하늘색, 하얀색 그리고 붉은색 기운이 불꽃처럼 그 날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기운이 모여들 즈음, 세나는 검을 든 오른팔이 자신의 오른쪽 방향을 향하도록 하기 시작했으며, 그 때를 같이 해, 혼령의 빛들 역시 이전의 환수들처럼 칼날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검을 감싸고 있었을 환수와 세나의 기운이 칼날이 빛을 받아들임에 따라 점차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감싸는 하늘색 빛은 혼령의 빛들을 받아들임에 따라 더욱 길어지고, 커져가고 있었다.
  모든 환수들 그리고 혼령의 빛들을 받아들인 검의 모습을 지켜보았을 때, 그 검은 검의 주인인 세나 자신보다도 훨씬 거대한 칼날을 가진 거대한 도검이 되어 있었다. 그 길이는 대략 보았을 때, 짧게 보면, 세나의 40 배, 희미하게 빛나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길게 보면 50 배 가량에 이르렀다. 과장해서 말하면, 사당의 반경에 이를 정도였다. 그렇게 길다란 검이 생성될 정도였으니, 괴물의 기계 몸을 완전히 부숴버린 빛의 행렬과 더불어, 그의 만행에 한을 품은 혼령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혼들이 얼마나 세나에게 큰 힘을 주려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검의 날이 그렇게 늘어나자, 세나는 왼팔을 움직여, 왼손이 오른손과 함께 검을 쥘 수 있도록 하였다. 적어도 그렇게 길게 늘어난 검을 쥐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한 손으로는 역부족이었을 테니.

In anima, in corpore.......!
(그 몸도, 그 혼도......!)

  그 후, 그 목소리와 함께 세나는 두 팔을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오른쪽을 향하고 있었을 검의 몸체가 자신의 왼쪽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두 팔을 크게 휘두르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칼날은 검은 거인 그리고 기계 몸의 허리를 갈랐고, 그로 인해 두 형체 모두 무지갯빛 불꽃으로 이루어진 길고 두터운 선이 허리를 대각선 상으로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이고, 그에 이어, 그 몸을 가로지른 길다란 불꽃의 선에서 빛과 불꽃이 퍼져 나오며, 그 형체들을 불태워가는 모습 역시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이어서 세나는 다시 한 번 두 팔을 다시 오른쪽 방향으로 크게 휘두르려 하였다. 칼날이 더욱 격렬한 빛을 발하려 할 즈음, 격렬한 외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려 하였다.

EEEEEEVAAAAAANEEEEEEEEEESTAAAAAAAAAAREEEEEEEEEEEEAAAAAAAAAAAAHHHHHHHHHHHH!!!!!!!
(소오오오며어어얼하아아아아아여어어어어어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검의 칼날 그리고 칼날에 깃든 수많은 혼들과 환수들이 검은 거인과 기계 몸의 잔해의 허리를 다시 한 번 갈라버렸다. 그러자, 이전의 선과 반대 방향으로 생성된 불꽃의 선이 다시 두 형체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이니, 가로로 길쭉한 X 자 형태를 이루는 무지갯빛 불꽃을 기준으로 검은 형체들이 여러 방향으로 쪼개져 가기 시작했다. 이미 파괴되어 잔해만 남은 기계 몸은 크게 네 부분으로 쪼개지면서 각 부분마다 크고 작게 조각나기 시작했으며, 검은 혼령 역시 형체가 분할되어 검은 연기들을 뿜어내려 하였다.
  조각나면서 기계 몸의 잔해는 각각의 절단면에서 하얀 불꽃, 붉은 불꽃, 푸른 불꽃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사당 바깥으로 밀려나는 듯이 날아가기 시작했으며, 분단당한 검은 거인의 잔해 역시 그 형상이 무너지며, 마치 검은 재처럼 변해 가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검은 거인의 잔해 쪽에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으니, 괴물, 기욤의 신음 소리였을 것이다.
  이윽고, 사당 바깥으로 날아가려 하던 기계 몸의 잔해가 일제히 폭발하며, 붉은 열기와 폭풍을 거세게 일으켰다. 별이 죽어 그 몸을 폭파시킬 때와 같은 굉음이 사당 쪽에서 잇달아 울려 퍼지고, 사당 근처의 상공에서 퍼지기 시작한 폭풍의 빛이 사당과 그 일대를 뒤덮었다. 그 거센 폭풍이 터져 나오며, 기계 몸 앞에서 흩어져 가던 검은 거인의 잔해 역시 폭풍에 휩싸여 사라져 버렸다.
  그 폭풍 속에서 희미하게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괴물, 기욤의 영체가 폭발에 휩싸이면서 그로 인해 터져 나온 단말마였을 것이다.
  폭풍과 함께 발산된 빛은 한 동안 사당 일대를 뒤덮었고, 그 너머의 상공을 휩쓸었던 폭풍이 걷히면서 빛 역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폭풍이 걷힌 자리에는 검은 재만이 공기 중에서 조용히 떠돌고 있었다. 그 이외의 형체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괴물의 모든 것이 폭발에 휩싸여 사라져 가는 동안, 세나는 사당의 가장자리에서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환수들은 어느새, 검에서 빠져나와, 불꽃의 형상으로 세나를 둘러싸고 있었으며, 혼령의 빛들이 이들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 무렵, 세나의 검은 그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었으며, 검의 형체는 이전까지 그 막대한 힘을 감당하고 있었을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해 보였다. 그러나, 그 모습을 자세히 보니, 새하얀 빛을 반짝이던 검의 날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았으며, 자세히 보니, 곳곳에 균열까지 일어난 상태였다. 그런 검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몰랐으나, 빛을 잃고 균열이 일어난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 힘을 떠받치는 것을 끝으로, 검의 수명이 다한 것이었다.
  사실상 부서지기 직전 상태였을 검을 가볍게 쥐고 있는 채로, 세나는 다소 지친 듯, 멍하니 재가 되어가는 잔해들에게 시선을 향한 채로 서 있었다. 그러나, 지쳤을 듯한 세나의 표정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그 표정에서 평온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미소를 짓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 그 마음이 짊어졌을 무거운 응어리를 내버린, 영혼에 깊이 자리잡았을 어둠의 뿌리를 통째로 뽑아낸 감정을 표현하려 하였던 그 나름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괴물이 그렇게 잿더미가 되어버린 그 후, 상공 부근에 있었을 빛나는 창이 긴 꼬리를 그리며, 세나의 곁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C 자 비스무리한 큰 곡선을 그리며 사당 쪽으로 날아왔다가, 세나의 좌측 근방에 머무르며, 그와 함께 사당 건너편에 있었을 검은 재를 바라보려 하였다.

  그 무렵, 세나의 뒤쪽 위에 자리잡고 있었을 하늘색 불꽃이 몇 번 깜박이더니, 난데 없는 듯이 세나의 뒷편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람에 의해 괴물이 남긴 재들을 사당 건너편 먼 바다의 상공 쪽으로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괴물 그리고 영혼을 이루고 있었을 재들은 날아가 사라졌으나, 성인 남성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을 법한 재는 쉽게 날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바람이 불어, 재들을 날려보내던 그 때, 왼편 상공에서 리사 선생님께서 검들에 의해 생성된 날개로 날아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 분께서는 오른손에 돌 같은 것을 쥐고 계셨으며, 사람 형상의 재에 도달하시자마자, 돌을 쥐고 있었을 오른손을 재를 향해 뻗으시니, 그 후, 오른손과 더불어 손에 쥐어진 돌이 보라색 빛을 발하는 것과 함께,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을 재가 보라색 빛에 감싸인 돌에 마치, 쇠구슬에 철가루가 이끌리는 듯이 끌려오니, 빛이 사라질 무렵, 돌에 검은 재가 달라붙어 마치 검은 돌과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검은 재들을 돌이 빨아들여, 검은 돌처럼 변하게 만든 이후, 리사 선생님께서는 오른손에 그 검은 돌을 든 채로 세나의 바로 앞에 사뿐히 내려 앉으셨다. 그 때를 같이 해, 바람이 그쳤고, 불꽃으로 변했을 환수들 역시 세나의 곁에서 사라져 갔다.

  "테프라 티스 프시히스 (Τέφρα της Ψυχής, Tefra tis Psychis)"
  검은 돌을 세나에게 내밀면서 리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돌을 물들인 재를 지칭하시는 것 같았다. 그 후, 리사 선생님을 바라보는 세나를 향해 그 분께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혹은 테프라 아니메 (Tephra Animae, Tefra Anime) 라고도 해요. '영혼의 재 (Nëßï ßæ)' 라는 뜻을 가진 말이지요. 주술, 저주 등의 이유로 영혼이 사멸하고 남은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하얀 재 혹은 검은 재와 같아 보여서 그렇게 지칭되었을 거예요."
  "그렇다면, 그 혼은 이미 사멸되었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렇지요." 이후, 세나의 물음에 리사 선생님께서는 확신을 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러하다고 대답하셨다. 그러더니, 이미 흔적도 보이지 않게 된 괴물에 대해, 그 오랜 세월 동안 죄악을 거듭 저지른 자가 결국 몇 줌의 재만 남긴 채,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고 이어 말씀하셨다.
  "여기 있는 돌에 붙은 재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많아요. 당장 드러내기에는 너무 복잡한 사연이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는 이후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그러는 동안 빛나는 창이 리사 선생님이 계신 쪽으로 날아가, 그 분의 등 뒤에 이르려 하였고, 그 시점에서 리사 선생님께 문득 떠오른 바가 있기라도 하셨는지, 사당의 테두리를 따라 반 시계 방향, 남쪽 방향으로 걸어가려 하시었다. 그렇게 잠시 걸으시던 리사 선생님께서는 사당의 남(서)서쪽 너머 바다 먼 곳에 자리잡고 있었을 '검은 섬' 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에 이르시자마자 그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시고서, '검은 섬' 쪽으로 돌아서려 하시니, 그러면서 오른손에 쥐어졌을 검게 물든 돌을 손에 쥔 채로 검은 섬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셨다.
  그 무렵, 나와 아잘리 역시 사당의 남쪽 부분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나와 아잘리는 남동쪽 가장자리에 있었고, 사당의 남(서)서쪽은 남동쪽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구역이었던 것에 리사 선생님의 신경은 검은 섬 쪽에 집중되어 있었을 터라, 미처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시지는 못하신 것처럼 보일 법했다.
  "정말, 저 분께서는 우리의 존재를 모르시는 것일까?" 이러한 아잘리의 물음에 내가 조용히 답했다.
  "짐짓 모르는 척하시겠지. 그간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셨을 텐데."
  리사 선생님께서는 나와 아잘리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으셨다. 다만, 사당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는 동안, 상공에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셨을 테니, 내가 그 쪽에 있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아차리고 계셨을 것임이 분명했다. 내가 있는 쪽으로 돌아보려 하시지 않으셨음은 당장에, 굳이 그렇게 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리사 선생님께서 자신의 곁을 떠나신 이후, 세나는 다시 괴물이 자리잡고 있었을 사당의 서쪽 방향을 향해 돌아선 채로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그 때, 그런 그의 곁으로 걸어오는 이들이 또 있었다.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였다. 자신의 검을 칼집에 꽂아 넣은 채로 조용히 세나의 좌측 곁으로 걸어오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모두 '죽음의 기사' 와 나름 연이 있었던 이들이었으며, 특히, 카리나는 '죽음의 기사' 를 비롯해, 그의 동료들이었을 이들과도 나름의 인연 같은 것이 있었던 존재였다.
  두 사람은 세나의 좌측 근처에 이르자마자 그와 약간 거리를 둔 채로 나란히 서 있으려 하였다. (세니아가 왼쪽, 카리나가 오른쪽에 서 있으려 하였다) 처음에는 사당 너머의 바다를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을 세나에게 뭐라뭐라 말을 걸려 하였던 것 같으나, 막상 그가 있던 근처에 이를 무렵에는 차마 그의 바로 옆으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말을 걸 수 있기는 커녕, 가까이 다가갈 분위기도 아니었음을 느끼기라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근처라고 했지만, 몇 메테르 정도 떨어진 지점들에 서 있으면서 세나를 조용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세나의 주변에는 희끄무레한 하늘색을 띠는 혼령의 빛들이 조용히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오랫동안 괴물의 몸에 갇혀 있었을 혼들, 원래는 인간이었을 혼들 자신의 세상은 물론, 사후세계까지 잃어버렸을 그 혼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채로 세나가 머무르던 그 일대를 헤매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혼들에 둘러싸인 채, 조용히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맞바람을 맞으며, 세나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Cortina cecidit.
Deserite vostras umbras.
Iam excitate salutare novam lucem.

Kortina kekidit.
Deserite wostras umbras,
Iã exkitate salutare nowã lukẽ.

베일은 벗겨졌다.
그림자를 떨쳐내라.
이제 깨어나 새로운 여명을 맞이하여라.

  그리고, 세나가 마지막 단어를 외자마자, 세나의 바로 앞에 떠올랐을 하늘색 빛이 퍼지고, 그와 함께 빛의 형상을 띠고 있었을 혼령들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각자의 모습이 빛이 스쳐 지나감으로써 하얀색 혹은 하늘색을 띠는 희미한 빛으로 이루어진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려 하였던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벌거벗은 사람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괴물의 힘에 의해 자신의 본래 인격을 잃어버렸을 이들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죽은 자들이었고, 빛으로 이루어진 희미한 형상이었던 만큼, 벌거벗은 모습을 보는 것이 그렇게 당혹스럽지는 않았고, 아잘리 등도 그러하였던 것 같다. 이들은 세나가 서 있던 그 바로 위쪽 상공 일대를 맴돌고 있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 자신의 옛 소중한 사람들을 찾으려 하였을 것이다.

  "카리나, 저기 봐!" 이후, 세니아가 카리나에게 자신의 눈앞에 보였을 광경을 그 역시 보도록 하였고, 이에 카리나 역시 그가 가리켰을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세니아가 가리키던 그 너머에서는 한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보이는 희미한 형상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조용히 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젊은 여성,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듯한 그 여성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고, 카리나 등도 그렇게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무렵, 떠오른 한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괴물의 첫 외견이었을 어떤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괴물에 갇혀 있었을 '연수 (Yânsu)'의 연인이었을 여인의 모습이었다. 당시, 내가 보았던 것은 연수의 사념을 훔쳐내 괴물 혹은 기욤이 자신의 모습을 위장하기 위해 생성했던 거짓된 모습이었다.
  괴물이 본 모습을 보이면서 그 여인의 모습은 점차 사라져 가다, 완전히 없어져 버리고 말았으나, 괴물이 소멸되면서 혼령으로나마 그 모습의 본래 주인이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그렇게 여성의 혼령이 모습을 드러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젊은 남성의 혼령이 그 여인을 향해 다가갔다. 남성의 혼령이 여인에게 다가갈 무렵, 여성이 그런 남성을 발견하고서, 바로 그에게 두 팔을 내밀었고, 이후, 남성은 여성을 바로 끌어 안았다. 그 광경을 보며, 나도 그렇고, 모두 알아차린 것 같았다, 나를 비롯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 하였을 연수였을 것이다. 자신의 옛 연인을 천 여 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육신을 다 잃고, 혼이나마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드디어 다시 만난 것이로구나." 내 옆에서 같이 혼령들을 지켜보고 있었을 아잘리가 말했다.
  "그런 거지." 내가 화답했다. 그 무렵, 카리나를 향해 한 무리의 남성들이 다가왔다.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을 이들이었고, 그들이 처음 다가왔을 때, 그래서 세니아 역시 당황했으나, 카리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듯해 보였다. 그의 전생이었을 신병의 옛 동료들이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카리나에게 고마움을 표하려 하는 듯이 한 번씩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다가 각자 원하는 곳으로 흩어져 갔다. 도중에 어떤 중년 남성으로 보이는 혼령이 카리나에게 다가가기도 하였으니, 아무래도 연수의 부관이었을 남자였던 것 같았다.
  "그 중에 세지니 (Sezcini) 인지하는 이름의 남자도 있었으려나?"
  "있었겠지." 이후, 아잘리가 다시 묻자, 내가 바로 그렇게 화답했다. 세지니 (Sezcini) 는 괴물이 보여준 환영을 통해 들려온 이름으로, 아잘리는 그 이름을 어찌 기억해서 내게 언급했던 것. 그래서, 내가 바로 아잘리에게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그런 것은 어떻게 기억해낸 거야?"
  "그 정도는 기억해야지." 아잘리가 답했다. "연수라는 남자의 동료들 중에 언급이 된 몇 안 되는 이름이잖아, 기억해야 마땅하지 않겠어?"
  그러더니, 아잘리는 내게 신병의 이름이 누구였는지는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당시의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또 이런저런 것들을 지켜보느라, 막상 그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 환생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카리나부터 그것을 크게 의식하지 않기도 했으니.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아잘리는 바로 그러할 줄 알았다는 듯이 바로 그 이름을 거론하려 하였다.
  "치현 (Cihŷan) 이란 이름이 있더라."
  "그것이 그 신병의 이름이었나 보네."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이름이었음을 겨우 상기하면서 그에게 말했고, 이에 아잘리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희미하게 빛나는 혼령들, 인간의 모습을 영체로나마 되찾은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옛 인연, 소중했던 이들을 다시 만난 기쁨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 모두 얼굴에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슬퍼하거나 근심하는 이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들 중 일부는 카리나 그리고 세니아에게 접근하고 있었으며, 그 중 일부는 그들을 향해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것이 싫거나 부담되지 않았는지, 카리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으먀, 세니아는 밝은 표정을 짓는 채로, 그들의 손짓에 인사를 하는 듯한 손짓으로 답례를 해 주기도 하였다. 카리나가 그런 세니아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너와 인연이 있었을 이들도 있었던 것 같아."
  "그러했겠지." 그러자, 세니아가 답했다. 그러더니, 혼령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 모든 곳의 인간들이 그 괴물 녀석한테 먹혔을 텐데, 당연히 나와 인연이 있었을 법한 누군가도 그 중에 있었을 거야.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세나 역시 주문 읊기를 마친 이후, 눈을 뜨고서 혼령들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려 하였다. 전생이라고 해야 할 지, 그런 과정이 없어서 그러하였는지, 혼령들을 바라보는 세나의 표정은 밝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세나는 혼령들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찾으려 한 것 같았다.
  그 무렵, 세나의 오른편 어깨 위로 혼령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비둘기처럼 보이는 하늘색 빛을 발하는 새의 형상을 가진 환수로 세나의 날개가 되어주기도 했던 그 환수였다. 환수가 나타나자마자, 그는 어깨 근처에 위치하면서 조용히 날개를 펼치고 있는 환수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들이 부러우신 것 같아요."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혼령들의 모습을 보려 하면서 말했다.
  "저도 마지막에 저와 함께 했던 그 분들을 찾으려 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네요. 어떻게든 저를 지켜주려 하셨던 분들이었는데. 하지만 여기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어딘가에는 분명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는 그 분들과 함께 하시게 될 그 날이 올 거예요, 언젠가, 반드시."

  그 무렵, 다리를 건너서 사당 쪽으로 오는 이들이 있었다. 잔느 공주 그리고 루이즈였다. 옛 인간들의 혼들이 해방되어 본래의 모습을 혼령의 형태로나마 되찾은 모습을 보며, 그들의 모습을 보려 다가가려 하였을 것이다. 이들은 곧, 세나의 좌측 근처로 다가갔다.

  그 때, 루이즈를 알아본 듯한 여성의 혼령들 중 하나가 그에게 다가갔다. 혼령은 그를 보자마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에 루이즈가 바로 화답하려 하였다.

Nâ hoxi sciyânini?
Mazca, na, sciyâni.
Näyirlprojekt-e camgahättago soscik zcânhäzcigonasânîn dasci mo'bonînzcurl arannînde.......
Nado. gyârlguk sarasâ dasci bozcimotagedön'gânîn maciman...... gîrädo irâkenama dasci mannarlsu i'gedösâ ârlmana dahänginzci.
Gîrä, nârado sarasâ dahängiya. gîrânde, yâpe innîn yâzcanîn.......?
Yuzciniya, zcãyuzcin, zcãbaxanimney.......
Gîge gî-äya? gîrä'guna, mârikaragi nâmu girâzcyâsâ morlabwaßâ. Zcâ-ädo näyirlprojekt-e camgahäßâtci?
Ũ. Gîrâda saranasâ irâke nawa ham'ke innîngâya.

  이 무렵, 또 다른 혼령들 역시 루이즈 그리고 잔느 공주를 향해 다가갔다. 그들 중 하나가 루이즈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려 하였다.

Nâhago yuzcini marlgo näyirlprojekt-e camgahättân darîn-ädrîrîn? Âtakke dößâ?
Sascirlsã dazcugâßâ, nawa yuzcinirîrl 'bägo zcânbu. Namarlgo saranan ädîrldo myâ'itzciman, saramîro doragarlsu âpgedö-âßîrlgâya.
........
Yenado itzciman....... gî-änîn hwansängiya, sara'dago borlsun âpsîrlgâya.
Marldo andwä, gîdîrîn sarayißîrlgâra mi'dânînde.

  그 무렵, 루이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Suhyân, gîzcaga 'gumin zcisciya, särowun gosîro zcârlmînyidrîrl bonäge'danîn marl zcacega, ani, näyirlprojekt zcacega modu sagiyâßâ. Ädrîrl sogimsuro 'gîrâwasâ modu ârlyâzcugiryâ häßîn'ga. Äco-e gîsä'kinîn saramîrl wiharl maîm'taü âp'dân gâyâßâ, modu zcugâ gigyeîy sesãi döâma'dãhadago midîn saramîrl........

  "수현 (Suhyân) 이란 이름이 다시 들려왔네." 그 무렵, 아잘리가 내게 말했다. 나 역시 그 이름을 들었고, 그러면서 '수현 때문에' 로 시작하는 말을 건네려 하고 있었을 것임을 알렸으며, 그와 더불어 '프로젝트 (Projekt)' 라는 단어도 계속 들려왔음을 알리기도 했다.
  "목소리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음이 느껴졌어. 그러면서 현수, 프로젝트가 언급되었던데, 아무래도 '수현 때문에 이렇게 되어 버렸다', '그의 푸투로 프로젝트 때문에 다 죽었다, 그것은 사기극이었다'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네려 하지 않았을까 싶어."

Zcãbaxanîn? Sârlma.......
Yimi doragascâggeci, Hyânsuga gamanduzci anaßîrlteni.

  이후, 혼령은 잔느 공주에게 말을 걸려 하였다. 장박사(Zcãbaxa) 라는 이름이 거론되었는데, 아무래도 혼령들은 그가 잔느 공주의 아버지 (본명은 현수 장 (Hyânsu Zcang) 이었다고 했다) 였을 것으로 여긴 듯해 보였다.

Yuzcinah, bunazciana? niabâzciga gîrâke dö-ânnînde.
Bunazci anîrlsu i'geßâyo? Hazciman dâisã kîge wântõhazcinîn anîrlgâyeyo, gîga dägarîrl cirîrl nari mâzci anîrlteni'kayo.

  "잔느 공주의 아버지를 현수가 죽여버렸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 것 같네."
  아잘리가 말했고, 나도 그러할 것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이후, 나는 유진, 유지니, 유지나 (Yuzcin, Yuzcini, Yuzcinah) 같은 단어들이 반복되는데, 누군가의 이름 같으며, 아무래도 모두 유진 (Yuzcin) 이란 이름을 지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까, 세지니라는 이름이 들려왔었지?"
  "응."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잘리가 답하자, 내가 바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그것도, 세진 (Sezcin) 이 본명이지 않았을까, 싶어. 거기서 '이' 라는 접미사가 붙었을 테고. 브리태나식 이름에도 애칭으로 이(y) 를 붙이는 경우가 있잖아? 그것 같아. 아(ah) 는 호격 조사 (Vokativadujari) 였을 테고, 경우에 따라 그런 호격 조사를 붙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

  한편, 세나가 있는 쪽으로도 혼령들이 날아오는 광경이 보였다. 그들 역시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괴물을 멸하고 자신들을 구원한 이의 모습을 알아본 듯해 보였다.

Dãscini zcâhiy sokbagîrl 'kägo zcâhirîrl guwonhascin buniscigunyo.

  혼령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소 나이 든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들릴 즈음, 세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여성의 혼령 주변으로 한 무리의 혼령들이 세나를 향해 다가갔다. 자신을 구원한 이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 이들이었던 것 같다.

Zcâhinîn gakzci-esâ sarlgiühä pinan'gir-e orla'dân saramdrieyo. Gömurîrl pihagiühä, â'dâkedîn sarlgosîrl caggiühä bihängsânîrl taßâtco.

  그 목소리가 들릴 무렵, 세나는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혼령들을 살펴 보다가, 충격에 휩싸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그는 어두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안타까움과 슬픔의 감정을 분명히 드러내는 그런 모습이었다.

Hazciman, gî nugudo sarlzci motätco, gömurldri uri moxum'kazci norirlzcurîn...... Zcagidîrl sesã mandîndago gîrâkke dazcugirl piryoga ißârl'kayo.......

  그 때, 어딘가에서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년에 가까운 듯한 느낌을 줄 법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Ârinäga hanmyãng ißâtciyo. hanîrlsäk merl'pãosîrl ibîn gîrân äyânnînde...... zcâhy iwucipne magnä adîrlyâtco. Cam gayâßîn'gât...... zcânzcängtämune zcagi hyânghago nuna dah 'dânabonägo, horlo bumogyâthe yißâyahäßîni.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세나는 다시 한 번 큰 충격에 휩싸인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행동을 취하려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미처 그러하지 못하는 듯한 그의 두 손이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Gyârlguk gömurlnomdri zcâhy gohyãmazcâ zci'barlbryâhazca gî bumodo gîärîrl 'dânabonärlsuba'ge âpsâtco, adîrlhago 'dari 'dânan zcibîrl cama 'dânazcimothangâtga'dâragoyo. Gîräsâ zcagi zcibanîy namîn adrinama 'dânaganîn zcâhy zcibe ma'giryâ häßâßîrltende.......
Adzësciy......!

  이후, 세나에게서 그런 말이 나왔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옛 삶과도 관련이 있어 보였다. 그런 세나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그 눈에 물이 맺혀 있었다. 조금만 건드리면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으나, 그것을 억지로 참아내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Gîdrhantenîn miyanage dößâyo, hoxi, gîdrîrl mannarl gihöga sänggindamyân gîmarirado zcânhäzcuseyo.

  이후, 다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Zcâhywa musîn yinyâni ißânnînzcinîn morîgeßîmnidaman, dãscinîn maci zcascinîy yirlcârâm yâgiscigo zcâhirîrl dowazcuscâtciyo. Gîräsâ zcâhinîn häbãiran gi'pîmîrl nurirlsu i'gedöâsîpnida. Modu dâscin dâkbuniyeyo. Dãscinîn zcâhîy sângnyânimiseyo.
Zcinscimîro gamdrigeßîmnida, gamsahäßîmnida, yi înhye itcianhîrl'keyo.

  이후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으며, 세나는 그런 목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한 때에는 슬퍼하기도 하고, 한 때에는 웃음을 지으려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으나, 그런 감정들을 어떻게든 참아내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혼령들이 사당 주변 일대에 모이면서 더욱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으며, 그 빛이 밝아지면서 사람의 형상이 더욱 희미하게 보이게 되었다. 해방된 혼령들이 더 이상 사당에 모여있을 수 없게 되면서, 각자 있을 곳으로 흩어지려 한 것이었다. 이후, 잔느 공주, 루이즈를 만났던 혼령들 역시 그들과 헤어지려 하면서 말을 건네려 하였다.

Dahängiya, Sciyânido, Yuzcinido, modu sarayißâ'dani. Nâhi durirado sarazcuâsâ gomawâ.
Aniyeyo, dasarasâ mannarlsu ißâ'damyân dâzco-asîrltende.
Gîrâlsu âpdanîngân niga dâ zcarl arlzcana.
......
Modu zcarlzcinä, himdînyirldo i'getciman, nâhiramyân â'dakkedîn gîbokhänärlgâra midâ.
......
Gîrä, Mari, Marido ißâ'zci? gî-ädo sarayi'damyân zco-îrltende.
Yi sesã âdinga-enîn bandîsci yißîrlgâyeyo. Gâkzcângmaseyo.

  세나 쪽에서도 혼령들이 그의 곁을 떠나, 사당 주변 쪽으로 날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 쪽에서도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려 하였다.

Izce zcâhynîn gayahäyo. Birok zcâhynîn 'dânazciman, ânzcen'ganîn gî înhye-e bandîsci bodaphageßîpnida. Zcâhyrîrl izcîscâdo zco-ayo, daman ânzcen'ga hanbânzcîmîn zcâhyrîrl dasci gi'âkharl 'däga yi'damyân zco-îrlgâ'ganneyo.

  세나는 그런 목소리에 뭐라 답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워낙 작은 목소리였던지라, 무슨 말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후, 혼령들은 사람의 형상에서 다시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사당 주변 일대에서 바람이 불어, 하늘을 향하기 시작했다. 혼령들은 자신들에게서 나온 빛들과 함께 바람을 타고, 사당 주변 일대를 맴도는 듯이 큰 회오리 형상의 궤적을 그리려 하면서 하늘의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올라, 구름이 걷혀, 별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새벽 하늘에 이르려 하였다.



  혼령을 하늘로 실어보내는 바람이 불어올 무렵, 세나는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 듯, 조용히 자신의 오른손을 들었다. 검을 잡고 있는 손을 들어올리며, 도검의 낡고 갈라진 칼날이 하늘을 향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하늘 위로 오르는 순간, 조용히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Gaudete, qui vocati estis,
Splendens solis lux,
Gratiae lunae lux,
Gemmae fulgentes caeli
Vobiscum erunt.
Terra, aqua, aer, ignis,
Et omnes viventes mundi
Vobiscum vivent.
Itaque, excutite umbram
Omnium indignationis et dolorum,
Deinde, ite ad mundum caeli
Per Scalam Iacobi.

기뻐하라, 부름 받은 자들이여,
태양의 찬란한 빛과,
달의 은혜로운 빛과,
하늘의 찬란한 보석들이 그대들과 함께 하며,
대지, 물, 불 그리고 바람과,
온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그대들과 함께 살아가나니.
그러하니, 떨쳐내어라,
모든 슬픔과 근심의 어둠을,
그리고, 하늘의 세상으로 가라,
천국의 계단으로.

  주문을 마치며, 세나는 오른손에서 자신의 검을 놓았다. 그러자, 이전까지만 해도, 어찌됐든 형체를 유지했던 검은 칼날부터 바스라지고, 먼지가 되어 사당의 작은 돌조각들, 모래와 함께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나가 오른팔을 다시 내리던 그 때, 혼령들이 하늘 높이 떠오르고, 바람에 흩날린 모든 것들 역시 그들을 따라 하늘 높이 떠오르더니, 이윽고, 서쪽 하늘 먼 너머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혼령들은 자신들과 함께 날아간 것들과 함께 바람을 타고, 아직 어둠에 감싸여 있을 서쪽 하늘 저편으로 바람 소리와 함께 사라져 갔다.



  이후, 그런 세나의 곁으로 잔느 공주 그리고 루이즈가 다가왔다. 두 손을 내린 채, 하늘을 바라보기만 할 뿐인 세나의 왼편 곁에 다가온 잔느 공주가 오른손을 가슴께에 올린 채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루이즈가 그런 공주의 왼팔을 자신의 오른팔로 감으려 하면서 손을 잡으려 하였다. 그러자, 그 손의 느낌을 감지했는지, 잔느 공주가 잠시 조용히 루이즈를 바라보며, 그에게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Did you say Karina? It's a name I've heard before. Come to me.
(카리나라고 했던가, 어디선가 많이 들은 듯한 이름이로구나. 자아, 이리로 와라)

  그 때, 서쪽 하늘 먼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혼령들은 떠나간 탓에, 더 이상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줄 알았던지라, 하늘 저편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올려 퍼질 때에는 꽤 당황했었다. 그 메아리는 세 사람의 뒷편에 서 있던 카리나를 부르고 있었고, 그래서 카리나와 세니아가 다급히 사당의 가장자리 쪽으로 다가가려 하니, 루이즈가 오른손으로 잔느 공주의 왼쪽 어깨를 치며, 물러날 것을 지시해, 잔느 공주가 루이즈와 함께 세나의 뒤쪽 근처로 물러나면서, 카리나가 세니아와 함께 사당의 가장자리 쪽으로 올 수 있었다.

Girl, I guess I couldn't say thank you to you
Because I was enjoying the joy of meeting the person I loved again just now.
Thank you, it wouldn't have all happened if it wasn't for you. I really appreciate it.
You will no longer be the private of that time,
But you are the one who inherited his soul.
So, I regard you as his child.
You don't have to achieve what he has failed to achieve,
But I hope you will continue your happy life, which is different from him,
And perhaps he was hoping for it by the time you were born.

아이야, 방금 전에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리느라,
미처 너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 같구나.
고마웠다, 네가 아니었으면 그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야. 참으로 고맙다.
더 이상 그 때의 그 신병은 아니겠지만, 너는 그의 혼을 이어받은 아이다.
그래서, 나는 너를 그의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 여기고 있다.
그가 못다한 것을 이루지는 않아도 좋다. 다만, 네가 그와는 다른, 행복한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
아마 네가 태어날 즈음에는 그 녀석도 그것을 바라고 있었을 거다.

There was someone who was close to him, and his name would have been Yoonchan.
If I can go to heaven, he'll probably be waiting for me and my colleagues first.

그와 가까웠던 이가 있다, '윤찬' 이라 했을 거야.
천국에 갈 수 있다면, 아마 나와 내 동료들을 먼저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다, '윤찬 (Yuncan)' 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카리나는 바로 놀라면서 이전의 세나 비스무리하게 착잡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나도 그 이름을 듣자마자 카리나가 왜 그러는지, 바로 알아차렸으니, 카리나가 어린 시절에 자신을 지인의 전생으로 간주했던 그 '죽음의 기사' 의 옛 이름이 윤찬이었을 것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 죽음의 기사는 카리나와의 짧은 만남 이후, 소멸되어 그 행적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아마 연수를 비롯한 동료들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것을 알지 못한 채, 남자의 목소리가 천국에서 그와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었을 터.
  그렇게 씁쓸함, 슬픔이 주가 되는 착잡한 감정을 느꼈던 카리나는 이내 곧, 다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자신과 작별하며, 하늘로 오르려 하는 이들에게 근심을 안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In the heaven, he's hoping you're happy probably. I believe so.
그도 아마 하늘에서 네가 행복하길 바라고 있을 거다. 그렇게 믿어.

  이후, 또 다른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들렸던 잔느 공주의 옛 이름을 부르고 있었으니,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카리나, 세니아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 이어서 잔느 공주, 루이즈가 다시 사당의 가장자리 앞쪽으로 다가왔다.

Camîro Arîmdapguna.

  잔느 공주의 왼쪽 옆에서 루이즈가 두 팔로 잔느 공주의 왼팔을 안으려 하던 그 때,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서 울려 퍼졌다.

Nâhyrîrl ânzce bwa'dânga, nâhy arâsîrl'tä ihuronîn âpnîngâ'gagguna.
Gî 'tä-edo nâhynîn nîrl cin zcamäcârâm sâro îyzcihamyâ zcinäßâtci.
Zcungnîn narl'kazcido nâhyzcũ hanarado zcugîmyân âtzcâna hännînde, Irâke ham'ge sarazcwâsâ dahängyida, gomapda.
Nâhynîn Zcãbaxanim, nugunzci morîrl cößci gazcok,
Yi 'dãe sarldân saramdîrl, gîrigo yi 'dãîy mazcimak husonida.
Yimi sîrâzcyâgan yidîrîrl sänggakhäsârado,
Birok apgiri zcârlmãyirado,
Gapzcin gâ'dîrlo nâhy sciganîrl cäwâgagirl baranda.

  잔느 공주, 루이즈 모두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잔느 공주의 친 아버지와 가까웠던 사람으로, 괴물의 습격에 의해 죽었던 그런 남자였던 것 같았다. 그 중년 남성은 이후, 잔느 공주에게 뭔가 부탁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Mariranîn äga ißâ'da, gî baxciy 'darizci.
Baxciga âcidwänînzcinîn izcenîn arlba anizciman,
Gîy doguga döâsîrl gî äy unmyângi anta'kapdâguna.
Zcigîmîn âcidöâsîrlzci, nâhyga gî ärîrl cazcîrlsu ißîmyân zcoke'gânman.
Saraißîrlsu i'damyân zcoke'guna.

  이후, 마지막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카리나, 세나 그리고 잔느 공주 등의 모두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려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Although we're leaving,
We'll be watching you from afar.
Please don't forget
We will be with you anywhere in the world.

비록 저희는 떠나가지만,
저 먼 곳에서도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이 세상 어디서든 저희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란 것을요.



....

  한편, 리사 선생님께서는 검게 물든 돌을 들고 계신 채로, 잔느 공주 그리고 세나의 모습과 함께 혼들이 바람에 의해 하늘로 올라, 서쪽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는 광경을 지켜보고 계셨다. 아무래도 중대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만큼, 그 쪽으로 시선을 향하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혼령들이 서쪽 하늘 먼 곳으로 날아가자, 그 분께서는 세나, 잔느 공주 등을 향해 걸어가려 하시더니, 세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셨다.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같이 가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러자, 세나는 다른 말 없이, 그런 리사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잔느 공주 그리고 루이즈가 그런 세나를 따라 나서려 하고 있었다. 다만, 카리나, 세니아는 그 분을 따라가지 않고, 나에티아나 등의 동료들이 있는 사당 건너편의 언덕길로 돌아가려 하였다. 아무래도 리사 선생님께서는 옛 세계와 깊은 연이 있었을 세나, 잔느 공주 그리고 루이즈의 동행이 필요하셨던 것 같았다.

  그렇게 세 사람들을 이끌고 사당의 남(서)서쪽 부근으로 걸어가시려 하시던 리사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서 계시던 곳에 이르시더니, 마치 뭔가 있었던 것을 찾으려 하시는 듯, 주변 일대를 둘러보시다가 사당의 남동쪽에 자리잡고 있었을 나와 아잘리의 존재를 발견하셨다. 아마 진즉에 눈치채시기는 하셨겠지만, 굳이 나를 불러오려 하시지 않으시다가 이제 때가 됐다고 여기신 것 같았다.
  "너희도 같이 가도록 하자꾸나." 이후, 리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시더니, 나와 아잘리에게 그렇게 말을 건네시니, 나 역시 다른 말 없이 리사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잘리를 이끌고 리사 선생님께서 자리잡고 계신 곳으로 가려 하였다.
  리사 선생님의 발걸음은 그 분께서 이전까지 서 계셨을 사당의 남서서쪽 가장자리에서 멈추었다. 이후, 그 분께서는 그 가장자리 건너편 바다 쪽으로 돌아서려 하시니,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 역시 그 쪽을 향해 돌아서려 하였다. 그 너머로는 이전까지 줄곧 보아왔을 그 '검은 산' 의 모습이 보였다.



  "저 검은 산의 모습, 잘 보이시죠?" 이후, 리사 선생님께서는 세나 등을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고서, 이렇게 물으셨다. 그러더니, 바로 다시 검은 산 쪽으로 고개를 돌리시면서 목소리를 이어 내시려 하셨다.
  "정체 불명의 검은 물질로 뒤덮힌 곳이지요. 세간에서는 접촉하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검은 먼지로 뒤덮힌 산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더니, 그 분께서는 세간의 그 소문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검은 먼지' 에 대한 말씀을 하시니, 샤하르 (Shahar) 그리고 샤르기스 (Shargis) 등지의 시청 관계자들이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것 같다고 그 소문에 대해 언급을 하셨다.
  "그런 것이 없더라도, 산 내부는 충분히 위험한 것들이 많아요. 함부로 접근하지는 않는 편이 좋겠죠."
  그리고서, 리사 선생님께서는 나와 아잘리를 향해 돌아서시면서 나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셨다.
  "아르사나, 이전에 하미시 (Hamisy) 에 있었을 때, 하미시 북방 근처의 고대 도시 유적지에 간 적이 있었지, 케레브 (Kereb) 족의 유적 점거 및 음모를 저지하려고. 그 내부에는 진짜 고대 유적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유적은 온통 검은 물질 같은 것으로 뒤덮혀 있었을 거야, 그렇지 않았니?"
  리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하미시 북방의 고대 유적에 진입하고, 이어서 유적지 지하의 진짜 유적에 이르렀던 것에 대한 언급을 하시고, 그것에 관한 물음을 건네려 하셨다. 전부 사실이었기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고, 그러자 그 분께서는 미소를 띠며 "그러하였겠지." 라고 말씀하시더니, 오른손에 쥐고 계셨을 검게 물든 돌을 보이며, 세나 등을 향해 이렇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이 돌에 묻은 검은 것이 무엇인지는 아시겠죠? 방금 전에 소멸당한 그 기욤 혹은 오르마네스코라는 자의 영혼, 그 잔재이지요. 이것에 대해서는 세나 씨께 '테프라 티스 프시히스 (Τέφρα της Ψυχής)' 혹은 '테프라 아니메 (Tephra Animae)' 라고 소개드린 바 있지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언가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아잘리가 바로 리사 선생님께 이렇게 여쭈려 하였다.
  "그렇다면, 혹시, 그 잔재와 검은 섬을 이루는 검은 물질이 전부 같은 물질이라는 거예요?"
  "성급한 추측 같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구나." 이에 리사 선생님께서 그렇게 답변을 하셨다. 그러더니, 검은 돌을 오른손에 쥔 채로 다시 검은 산 쪽으로 돌아서려 하시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시었다.
  "저 검은 산을 뒤덮고 있는 물질은 방금 전에 제게 질문했던 아잘리 양이 말한 바대로, 오르마네스쿠스와 같은 타락한 자들의 사악한 사념이 남긴 잔재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들이에요. 검은 물질들이 바위 위에 한 겹씩 쌓이면서 검은 돌과 같은 지형을 이루게 된 것이지요."

  이전에 저 섬의 검은 돌들을 몇 주워서 아르데이스에 있는 엘베 족 최대 도시인 세오프리마 (Seoprima) 로 가져간 적이 있었어요. 지금으로부터 100 여 년 즈음 전에 벌어졌던 아르데이스의 드벨파 족 도시인 요크스버그 (Yorksburg, Yohxbâhg) 의 동물 괴사 사태에서 발견된 '검은 재 (Black Ash, Blæk Æsh)' 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물질일 것이라 판단을 내리고, 세오프리마의 엘베 족 마법 학자들을 찾아, 그들에게 물질 판별 의뢰를 맡겼던 것이었지요.

  '요크스버그 동물 괴사 사태 (Animal Necrosis in Yorksburg)' 란 이러하다, 아르데이스의 드벨파 지하 도시, 제 114 지구인 요크스버그 지구 (Yorksburg Area, Yohxbâhg Eëriâ) 에서 원인 모를 전염병이 동물들 사이에 전파되어 많은 동물들이 죽어갔던 사건으로 그 시초는 어느 길 고양이가 갑작스러운 열병에 걸려 마땅한 치료 수단 없이 죽어갔던 사건이었다. 이후, 도시 각지의 길 짐승들은 물론, 반려동물들까지 열병에 걸렸고, 일부는 그 병으로 인해 죽어갔으며, 일부는 끔찍한 폭력성을 갖게 되어, 그로 인해 사람들까지 죽게 된 대형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사건이 확대되자, 요크스버그의 드벨파 족들은 민병대를 구성하고, 폭주한 동물들을 제압해 갔으며, 폭주한 동물들은 폭주를 주체하지 못한 듯이 자해하거나 갑자기 죽어가기도 해서, 그 덕분에 폭주한 동물 무리는 오래 지나지 않아 궤멸되었으며, 이후, 세오프리마에서 방문한 엘베 족 마법 학자들이 요크스버그 전역을 정화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고 전해진다.
  사건의 현장에서 드벨파 민병대원 그리고 엘베 족 마법사들이 발견한 동물의 잔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진다고 하였다.
  엘베 족 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그 전염성 열병은 비루스 (Virus, 드벨파 족은 바이러스 (Vayrâs) 라 칭했다) 성 열병이기는 하나, 열병의 매개체는 일반적인 비루스가 아닌, 원념의 사념 조각으로 열병의 증상은 동물의 몸에 파고든 원념에 영혼이 저항하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라 하였다. 조용히 죽어간 동물들은 원념과의 싸움으로 인해 영혼이 타버린 것으로, 하얀 재는 그 흔적이며, 폭주 후에 죽어갔을 동물들은 원념에 굴복해, 그 영혼이 소멸당해, 원념 조각에 조종당해 그리 된 것이라 하였다. 이들 중에는 본연의 성질을 유지한 것 같은 동물들도 있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념이 동물의 본성을 흉내낸 것일 따름으로, 영혼이 소멸한 것 자체는 변함 없다고 한다.
  극소수의 동물들은 원념에 저항하는 데에 성공하기는 했다고 하나, 그들 중에서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유지한 이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예시로 요크스버그의 어느 회색빛 고양이가 있었는데, 열병을 어떻게든 견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로 인해 심성이 뒤틀리고 말았으며, 이는 평생토록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 해결 이후, 엘베 족 마법 학자들은 재들을 세오프리마로 가져갔다고 알려져 있다. 리사 선생님께서는 섬의 검은 물질과 그 검은 재들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시기 위해 세오프리마를 방문하신 것 같다.

  요크스버그 동물 괴사 사태는 비교적 최근의 일로, 이 행성의 구 세계 멸망 이후의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그런 사건이 일어났었다고 해요, 지금의 알바레스 (Albares), 구 루마 행성계에서 그런 질병이 발병했고, 여러 동물들 사이로 전파된 적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 사건으로 인해, 전염병이 수많은 동물들에게 전파되어 동물들을 죽게 만들거나,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로 전락시켰습니다. 이들은 모두 열병으로 목숨을 잃고 하얀 재가 되어버리거나, 인간들이 떠난 도시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를 반복한 끝에 검은 재가 되어버리는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지요. 인류의 군대가 이들을 제압하러 왔을 즈음에는 괴물이 된 동물들은 서로가 서로 싸우기를 반복한 끝에 거의 대부분 죽어버린 이후였고, 이후, 이 사태는 구 루마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잊혀졌던 거예요.
  이런 열병의 흔적을 처음 찾아낸 이들은 알바레스의 묘정족이었을 거예요. 열병에 의해 죽어간 동물들이 남긴 하얀 재, 검은 재를 구 루마의 옛 도시 유적에서 그들이 발견했고, 이후, 그 재가 영혼의 잔재였음이 밝혀졌다고 했습니다. 이런 지식이 여러 단계를 거쳐, 엘베 족 마법 학자들에게 전파되면서 그들이 해당 열병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엘베 족 마법 학자들은 살아남은 변질된 동물들을 통해 영혼의 변질을 관찰했고, 이것이 '인간에 대한 증오의 사념' 으로 물든 것이었음을 확인했지요. 그러면서, 그 학자들이 내세운 것이 '원념의 조각 (Hætrædstuk)' 이란 것이었습니다. 그 조각이 동물들의 체내에 들어서면서 몸과 마음의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변이시켜 버린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지요. 작은 비루스 하나가 인체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작은 원념 조각에 의한 폐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습니다만, 그 작은 조각이 동물들의 모든 것을 앗아버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기도 했었지요.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는 할 거예요, 이미 예전에 원념에 의해 뒤틀린 무언가의 표본을 확보한 적이 있어서 알 수 있는 일이었지요."
  그 때, 어떤 목소리가 사당의 동쪽에서 들려왔다. 다른 이들이 사당 쪽으로 들어오면서 낸 목소리였을 것이다.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돌아보니, 그 방향에서는 이전에 보았던 엘베 족 쌍둥이 자매, 에오르 린, 리아 자매가 앞서 걸어오고 있었으며, 늙은 드벨파 족 전사인 알프레드 노인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총포가 달린 녹색 멜빵 끈을 오른쪽 어깨에 맨 엘베 족 소녀가 (에오르 린이) 리사가 있는 쪽으로 먼저 다가왔다.
  린은 리사에게 다가오자마자 오른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를 보였다. 무언가가 들어있는 투명한 유리병으로 유리 마개로 봉인된 그 유리병 안에는 검보랏빛을 띠는 반투명한 구슬 같은 것이 빛나고 있었다. 그 구슬은 희미하게 연기 같은 것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어쩐지 불길한 느낌을 주는 기운 같아 보였다.
  "먼 옛날, 할아버지께서 에를랑 (Erlang) 이라는 기계 병기에서 뽑아내신 '어둠의 심장 (Darkkern)' 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서 추출한 거예요. 족장님께서 엄중히 보관하시고 계신 것을 특별히 허락받아 가지고 다니게 된 것이지요. 요크스버그의 원념 사태의 원흉인 '원념 조각' 과 가장 유사성이 높은 물건이라 알려졌고, 이후로 원념에 관한 사태가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원념의 조각' 이 가진 모습을 이를 통해 알려주도록 하라고 해서 갖고 다니고 있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세오프레마의 그 족장 아줌마, 저런 거 갖고 있지 않다고 하지 않았어?"
  "조용히 해." 그 때, 아잘리가 내가 물었고, 이에 나는 그에게 입막음을 시켰다. 세오프레마의 당시 족장인 '안 (An)' 혹은 '안나 (Anna)' 는 이런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다닌 적이 없다. 그 아버지인 대마법사가 그런 물건을 하나도 물려주지 않은 탓으로, 아마 에오르 자매는 다른 모종의 이유로 그 물건들을 갖고 다니게 되었을 것이다. 다만, 그것에 대해서는 당장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함부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글로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그친다.
  리사 선생님께서는 그 후, 입자처럼 생긴 구체가 빛나는 모습을 한 동안 유심히 보시려 하시더니, 린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하지만, 아가씨, 이것은 이론으로만 존재가 확인된 그 '원념 조각' 과는 엄밀히는 다른 물건이겠죠? 대략적인 특성은 비슷하다고 해도."
  "그렇지요." 그러자, 린이 바로 답했다.

  이 조각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은하 중심계에 자리잡고 있던 기계들의 수장 '에일브 메사 (Eilb Messa)' 라는 존재가 복제해 낸 입자일 거예요. 아마도 지금의 알바레스에서 흘러 왔을 '원념' 의 존재를 우연히 목도한 후에 그것에 대해 흥미로워하면서, 그 존재의 특성을 복제한 입자였다고 해요. 그것 역시 비루스처럼 대상을 감염시키는 특성을 가졌고, 이를 통해 대상에게 '인간을 증오하는 사념' 을 심을 수 있었지요.
  원념이나 에일브 메사나 인간을 감염 및 지배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살육, 파멸의 대상으로만 삼았기에, 원념의 조각 그리고 이 입자 집합체 모두 사람과 같은 인격체들을 감염시키는 특성은 갖지 않았어요. 하지만 에를랑의 심장 같은 원념을 자체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에너지원을 몸에 품을 경우에는 인격체 역시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해요. 루마 제국에서 살인, 살육을 일삼았던 조반니 아구스티노 오르마네스코 역시 원념의 에너지원을 품으면서 그렇게 인격이 변질되었다고 해요.

  "오르마네스코, 그 자에 관해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린, 리아가 교대로 건네는 이야기를 듣자, 불현듯 떠오른 바가 있다는 듯이, 리사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해 돌아선 채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셨다.

  아마 그가 젊었을 때의 일이었을 것입니다. 투스카나 (Tuscana) 주의 피오렌체 (Fiorence) 근방의 이단자 소굴을 탐색하던 도중에 지하 깊은 곳에 봉인된 어느 검은 물질을 발견했었다고 합니다. 검은 물질이 뿜어내는 막대한 마의 힘에 반하여 그 힘을 자기 것으로 삼으려고 그것을 가져가려 한 것이었지요.
  이유야 여럿 있었겠습니다만, 그런 모종의 이유로 인간보다 더 높은 존재가 되는 것을 탐하고, 이를 위해 밤피르 (Vampir) 라 칭해지는 흡혈 괴물이 되려 하였으며,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어둠의 힘을 주입하려 했었습니다. 대외에는 차마 그것을 드러내려 하지는 못했겠지만요, 그 일환으로 강한 어둠의 힘을 품은 보석을 취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돌은 그 날까지는 그의 거처에 있다가, 다음 날에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그의 종자였던 자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이후로 그의 심신에 이상 징후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 이후로 조금씩 오르마네스코에게 폭력적 기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럼에도 하급 군관 시절에는 이를 어찌 숨길 수 있었지만, 큰 부대의 지휘관이 된 시점에서는 그런 자제심도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물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의 심성이 원래 비뚤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밤피르를 동경하며,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서, 스스로를 어둠의 힘으로 물들이고, 무고한 동물들의 피와 살을 탐해 오는 악행을 거듭했으며, 더 나아가, 인간의 피와 살을 먹이로 삼으려 할 생각도 했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그 검은 물질을 차지한 이래로 그런 경향이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으며, 더 나아가, 인간 외의 종족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그런 사상을 갖게 된 것이었지요, 어둠의 힘이 어둠의 힘에 물든, 어둡게 변질된 마음을 만나, 그의 영혼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그는 극단적인 사상을 앞세우며, 쾌락 살인을 일삼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로 전락했으며, 그의 추종자들 역시 그런 그의 극단적인 사상을 따르며, 제국과 인간 세상을 병들고 죽어가게 했었습니다.

  "그랬었지요. 당시 루마 제국을 가장 크게 병들게 했던 집단인 마도과학연구소가 실질적으로는 오르마네스코 혹은 기욤 무리의 후신이었다고 했었는데, 거기까지 아시고 계셨네요."
  "그런 것이지요. 이런 원념 조각은 말씀하신 대로, 인격체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아르데이스의 동물 사태 등을 통해 증명된 바 있지요. 하지만 그 오르마네스코처럼 인격체의 몸에 대량의 원념 에너지가 심어지게 될 경우에는 원념에 감염되어, 영혼이 망가질 수 있지요. 오르마네스코는 나름 저항을 시도했고, 그 덕에 영혼의 소멸은 면했지만, 인격 왜곡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본래 인격이 그러하였으니,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더니, 그 돌을 쌍둥이 자매에게 보이시며, 이야기를 마치려 하셨고,
  "그 결과가 바로 이 돌에 달라붙은 그 검은 먼지들일 것입니다. 아르데이스의 동물 사태에서 희생당한 동물들과 거의 같은 최후를 맞이한 것이지요, 영혼이 원념에 의해 오염된 만큼, 몸이 죽으면서 영혼까지 그들과 같은 최후를 맞이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검은 섬을 향해 돌아서시면서 남은 이야기를 마저 하셨다.

  거기 있는 검은 섬의 잔해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 행성의 인류 문명 시대 마지막 즈음에, 에일브 메사의 영향을 받은 기계 병기들 아니, 기계 악마들이라 해야 할까요, 그런 무리들이 행성을 침공했습니다, 인간을 죽이는 재미를 추구함과 동시에 그들을 붙잡아 그들의 몸에서 수증기를 뽑아내 플라즈마의 원료로 삼기 위함이었겠지요. 오르마네스코의 혼 역시 그 와중에 그 집단에 의해 되살아나, 행성계를 침공의 도구가 되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이상의 실현을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 악마 무리에 대항한 인간들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전에 언급된 연수 (Yânsu) 같은 이들이 그들이겠군요. 하지만 일부 인간은 그들의 힘에 이끌려, 그들의 일원이 되고자 하였고, 그들의 일부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혼은 기계 몸으로 거듭나고, 인류 세계 파괴의 첨병이 되었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났을 즈음에는 기계 군단은 더 이상 그들을 필요치 않았지요, 그들의 입장에서 변절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나 근본이 사냥감인 '인간' 인 것은 변함 없었고, 인류 세계 멸망이 확정된 상황에서 그들은 완전한 인간도, 완전한 기계도 아닌 어설픈 짐덩어리에 불과했을 터. 그렇게 변절자들은 한 때, 같은 편이었던 기계 무리에 의해 숙청당하고 말았지요. 섬의 검은 물질은 숙청당한 타락자들의 파괴된 육신과 타버린 영혼이 남긴 재였던 것입니다.

  "본래의 몸을 버리고 기계 몸을 얻으면서 기계 몸이 품은 원념의 영향을 받아, 영혼마저 물들어버린 탓에, 그 육신이 죽은 것으로 영혼까지 검은 재가 되었다, 그런 말씀인 것이로군요."
  이후, 아잘리의 말에 리사 선생님께서는 "그러하겠지." 라고 우선 말씀하시고서, 아르데이스라는 이름의 행성계에서도 그렇게 기계 병기에 혼이 이식되어 그로 인해 혼 자체가 어둠에 물들어버린 사례가 있다는 말씀을 이어 건네셨다. 이후, 리아가 그 사건에 대해 말하니, 이러하였다.

  아르데이스에 기계 병기들의 함대가 침공한 적이 있었어요. 결국, 이들은 엘베 족을 비롯한 여러 종족의 반격에 의해 궤멸되었고, 그 배후에 있던 이 역시 그런 식으로 영혼이 소멸되는 최후를 맞았지요. 당시, 그 영혼은 에일브 메사가 개발한 72 병기군 중 하나인 '키마리스 (Kimaris) 시리즈' 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에일브 메사의 병기였던 만큼, 그 존재가 창조한 원념 입자의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그 영혼이 소멸될 당시에도 그 자리에 검은 재가 남아서 그 주변의 벽을 검게 물들이는 모습을 보였었어요.

  "그랬었군요." 그러자 리사 선생님께서는 조용히 그의 말에 이렇게 화답을 하셨다. 이후, 아잘리가 그런 리사 선생님께 이어 질문을 하려 하였다.
  "그렇다면, 이 행성계로 어떻게 그런 기계 병기들이 몰려올 수 있었던 거예요? 어렸을 적에, 이 행성계의 인류는 루마 제국인의 후손이고, 루마 제국인들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그들을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대대적인 침공을 가했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고도, 아잘리는 믿지 못했었지.'
  그런 질문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그런 가설을 들은 것은 아주 오래 전으로 아주 어릴 적의 일이었으며, 그 가설을 들으면서, 그 어린 시절에도 아잘리는 그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그러한 목적이 있었으면, 진즉에 침공했어야 했는데, 왜 안 하고 내버려두었느냐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 물음에 리사 선생님을 대신해 린이 이렇게 답을 하였다.
  "그들이 루마 인의 후손이었던 것까지는 인지를 못했을 거예요, 루마 제국이 멸망할 즈음, 이 행성계의 인류는 이미 중세라는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에, 비슷해 보여도, 그들과는 다르다고 인식했을지도 모르지요. 그것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행성계의 환경 관리 시스템이었던 '세피라 로트 (Sefira Rot)' 가 그 요인이었을 거예요."

  세피라 로트는 이 행성계의 인류가 보다 효율적인 행성계의 환경 관리를 위해 개발했던 인공지능 시스템 (Kunstmatick-Intelligëntishis Systema = Artificaryashimasrain Systema) 이었습니다. 모성의 변화로 인해 험악해져 가는 환경 하에서 인류와 인류 문명을 수호하기 위해 개발된 기계 장치였지요, 그 이름은 세계수의 이름으로 알려진 세피로트 (Sephiroth) 에서 유래되었던 것으로 알아요.
  그러다, 갑자기 세피라 로트에게서 또 다른 기계 인격이 깨어나기 시작했지요. 그것이 바로 '클리파 포트 (Klifa Pot)', 어둠의 세계수 '클리포트 (Qliphoth)' 에서 유래된 이름일 거예요. 그 인격은 한 없이 인간들을 증오했으며, 인류 말살이 곧, 세계 구원이란 해법이란 신념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정확히는 '인류의 대체', 인류를 대신할 존재의 등장이 그 해법인 것이었지요.
  그 요인에 대한 정설은 없습니다만, '원념 입자' 가 행성계에 흘러 들어가, 강한 에너지원을 품은 인공지능 시스템에 깃들려 하였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어요. 클리파 포트가 목표로 한 바인 인간의 파멸과 인간이 없어진 세상의 추구가 에일브 메사의 사상 혹은 원념에 감염된 자들이 추구한 바와 어느 정도 일치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가설이지요.

  "그 가설이 많은 것의 답이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이 행성계의 인류 시대가 끝날 즈음, 인류가 '괴물' 이라 칭한 기계 병기들이 대거 몰려올 수 있었던 것은 클리파 포트가 행성 바깥으로 신호를 보내, '인류를 증오하는 인자' 를 가진 무리를 끌어들이려 하였기 때문이라 볼 수 있어요, 그런 인자를 품은 이들끼리 통하는 신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현상이라 해요."
  "또, 기욤의 혼이 기계 병기의 몸을 갖고 다시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은 클리파 포트가 자신과 비슷한 사상을 가졌던 이의 존재를 확인하고서, 그 존재에게 다시 힘을 주려 하였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클리파 포트에게 기욤은 그저 도구였을 뿐이었고, 도구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전력을 대거 상실한 기욤은 결국......."
  "버림 받은 것이었네요." 린과 리아가 교대로 전하는 이야기가 끝날 무렵, 내가 그런 그의 이야기가 어떠하였을지를 짐작하는 말을 건네었고, 리아가 그런 말에 "그렇게 된 것이었지요." 라고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주변에 있던 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도구로서 쓸모가 없어진 기욤은 그렇게 버림 받고, 자신이 몰살시킨 인간 무리의 의지를 이어간 자들에 의해 처단당한 것이었지요."



  "이 행성계의 인류가 루마 인류와 같은 이들이었다는 가설이 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지?"
  "그렇지." 일행들이 흩어지려 할 즈음, 사당과 주변 일대를 잇는 가설 다리 쪽으로 걸어갈 즈음, 아잘리가 물었고, 그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했다.루마 인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될 수록, 이 행성계 옛 인류와 닮은 점이 더 많이 발견된다는 것에 근거한 가설로, 이를 바탕으로 루마 제국이 멸망할 즈음, 루마 인들이 행성계로 흘러 들어왔다는 설도 나온 바 있다.
  "생각하면 할 수록, 이상한 가설 아니야? 이 행성계의 인류 역시 루마 제국이 존재하기 전부터 이미 존재했었고, 문명 시대도 만 년 전 즈음부터 시작되었을 텐데, 그런 서로 다른 발전사를 가졌을 두 세계의 인류에게 어떻게 이런 일치가 나올 수 있느냐는 거야."
  이후, 아잘리가 내게 그렇게 말을 이었고, 이에 나는 "그렇지." 라고 답했다.
  "말했잖아, 대개는 우연의 일치라고." 서로 인연조차 없을 수 있는 존재들이 서로 다른 길에서 발전을 거듭하다 보면, 서로 비슷한 모습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 그러자 아잘리가 그런 내게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내게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서로 다른 방향의 길이 한 지점에서 마주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으려나."
  "그렇지." 이후, 내가 그렇게 화답했다.

  한편, 리사 선생님과 잔느 공주, 루이즈, 그리고 엘베 족 자매와 동행했던 알프레드 노인 역시 발걸음을 옮기어 다리를 건너가려 하고 있었다. 세나는 그 이후로 한 동안 사당에 머무르려 하였으나, 루이즈가 가야 한다고 계속 설득해서 그와 함께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괴물의 처단에 검을 떠나 보낸 이후로 세나는 조용히 루이즈 그리고 잔느 공주와 동행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저 세나라는 사람, 원래 말이 없었어?" 그 광경을 보자마자 아잘리가 바로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세나라는 인물에 대해 많은 걱정이 되었던 모양. 그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괴물이 처단되고, 영혼들이 떠나간 이래로 계속 말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큰 힘을 들인 이후로 그 여파에 의한 허무감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고 해야 할지.
  "그렇기는 했지. 말 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아잘리에게 그렇게 덥했다. 나를 비롯해 그와 가까웠던 이들이라면 그가 그렇게 목소리를 자주 내는 편은 아니었음을 알고는 있었고, 그런 연유로 그 때의 나 역시 그의 행동에 대해 딱히 걱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세나 등을 처음 봤을 아잘리가 그런 사정까지 밝을 리 없었다. 그러하였기에, 일단 아잘리에게는 그렇게 답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나가 걱정이 되어 다리를 건너간 이후에는 바로 그를 봐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걸어가는 무리 쪽에서 호통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너네들! 뭐하고 있나!?

  그리고, 다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뛰어, 이 얼간이들아, 안 뛰어!?


  그리하여 노인의 호통 소리에 놀란 두 사람 모두 부리나케 다리 앞에 선 노인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 없이 뛰어가는데, 도중에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그래도, 얼간이라니요.
뭐여, 이 야만인들아, 너희들도 같이 뛸 거여!?

  린의 목소리에 이어, 노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다만, 그 때 만큼은 호통의 느낌은 없었고, 린과 리아 자매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이려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정신 없이 뛰어서 알프레드 노인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우리 지나가면 다리 치우려 했는데, 너네들 때문에 못 치우게 생길 뻔했다."
  그러더니, 알프레드 노인은 나, 아잘리가 다리를 지나치려 하는 동안 나를 따라 다니면서 예나가 다리 유지하느라고 계속 마력을 들이고 있었는데, 그 때 오지 않았다면, 바닷물 헤엄치고 절벽 기어오르며 오라고 했을 것이라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행이 모두 사당을 떠나자, 예나는 다리에 들이는 마력을 정리하고, 다리 역시 흩어지는 빛이 되면서 소멸해 갔다. 현장에 가장 마지막에 남아있던 이는 예나로 다리가 소멸해 가는 광경을 지켜본 이후에 마지막으로 사당 근처를 떠나갔다.
  그렇게 일행이 모두 사당을 나서자, 나는 바로 일행이 모인 곳에 이른 세나를 찾아가서 그의 상태를 보려 하였다. 다행히도 세나는 카리나, 나에티아나 등과 같이 있으면서 본래의 모습을 많이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것에 대해 카리나에게 물으니, 그로부터 이런 말이 들려왔었다.
  "실은, 알프레드 할아버지께서 '얼간이들아, 뛰어!' 이러실 때, 잔느 공주님과 같이 웃고 있더라. 그 광경을 보면서 시름 같은 것을 많이 날려버릴 수 있었나 봐."
  그러더니, 내게 한 번씩 알프레드 노인에게 혼이 나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묻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일행은 그간의 모든 짐들을 챙기고, 예나의 비행선 쪽을 향했다. 예나의 비행선은 알프레드의 배가 위치한 그 근처에 있었으며, 거기서 일행은 알프레드 노인과 헤어지게 되었다, 배를 정비하고 하미르 동부로 돌려보내야 하는 관계로 배 근처에 남아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가능한 빨리 가브릴리스 쪽으로 갈 테니, 기다리고 있게나!!!!"
  헤어지면서 알프레드 노인은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그렇게 작별 인사를 건네었다.

  이후, 일행은 예나의 비행선에 탑승해서 사당 인근의 마을인 지브로아로 가게 되었다. 사건의 진원지 근방인 지브로아의 관계자들과 만나, 사건이 종결되었음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비행선에 탑승하면서 나는 해변가에서 나와 함께 있었을 리 셀린, 사라, 탐파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 리 셀린은 미리 비행선 내에 있으라고 린, 리아 자매가 알려서 먼저 가 있었으며, 이전까지는 사당 근처의 상공에서 린, 리아 자매와 함께 싸움에 임했었다고 햤다.
  여러 사람들이 탑승한 관계로 비행선 내부는 비좁아졌지만, 하루 종일 탈 것도 아니었던 만큼, 어떻게든 감내하면서 지브로아를 향하고 있었을 비행선의 중앙부, 좌측의 창가를 바라보며 앉아 있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창가 너머로 비행선 좌측에서 비행선과 같은 방향으로 비행해 가는 빛의 창을 볼 수 있었다.
  "저기 봐, 빛의 창이야." 이후, 세니아가 나의 왼편 곁으로 오자마자 내가 바로 그에게 빛의 창이 동행하고 있음을 알렸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세니아가 "정말이네." 라고 화답했다. 이후, 세니아는 그 빛의 창도 이제 일행의 것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더니, 누가 창을 쥐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답을 하려 하던 그 때, 빛의 창이 왼편 먼 저편의 상공 너머로 사라지면서 대답을 어떻게 하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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