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랑' 의 수호 성인을 기념하는 날로서, 먼 옛날, 사랑의 실현을 위해 일평생을 바친 그 성인이 서거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에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하나씩이라도 작은 선물을 전해주는 관습이 있어서 풍족하게 살아가는 이들부터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들까지 누구나 지키고 있다.
  그래서 나 역시, 건너편 옆집에 사는 이로서, 학우이기도 한 리디스(Lydis) 에게 선물을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무슨 선물을 전해 주면, 리디스가 좋아해 줄까, 라고 생각하며 선물 거리에 대한 생각을 아침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평소에 리디스에게 무엇을 전해주면 좋을 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나는 그것에 대해 바로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한참을 고민해도 이렇다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평소에도 자주 만나고 있고, 그래서 무슨 선물을 주더라도 리디스는 그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다. 학교에서 처음 만난지도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기간 동안 헤어지는 일도 없어 이제는 나와 리디스 모두 서로에게 장식품이 될 만한 것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되어있는 상태이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식이 아닌, 리디스가 진정으로 필요할만한 선물을 마련하려 하였다. 가끔 그가 필요로 하지만 얻지 못하고 있는 그런 물품을 하나 얻어와, 평소답지 않은 그런 나의 행동으로써 그를 놀래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지만, 리디스가 무엇을 진정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평상시부터 하지 않고 있었던지라 마땅히 좋은 방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냥 올해도 평범하게 선물 보내도록 할까, 그래도 이제는 리디스가 실망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도 괜찮겠지. 어차피, 올해 선물 고민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잖아.'
  그러다가 결국 책상 위에 앉아 멍하니 눈으로 덮인 감빛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밖으로 나가, 창밖의 하늘 너머로 보이는 아우로라(Aurora) 의 모습이나 감상하자고 생각하면서 마을의 서쪽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2 월도 반 정도 지나갔다지만 여전히 하늘은 극야의 상태였으며, 그래서 하루 종일 하늘은 어두운 모습만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들 사이로 초록색을 띠는 투명한 무늬 하나가 마치 감빛 물 위에 초록빛 물감을 풀어헤쳐 놓은 것처럼 하나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아우로라(Aurora) 라 칭해진다는 형상. 그 형상은 아주 오래 전부터 행성의 북극 그리고 남극 인근 지역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태양에서부터 날아온 바람이 행성의 대기와 만나면서 그려진다는 그 화려한 무늬는 태양에서의 바람과 대기가 만나는 지점에서만 볼 수 있다는데, 그것이 행성 양극의 인근 지역이라 한다.
  그런 생성 원리와 관계없이 예전부터 그 빛의 형상은 '북극의 빛' 혹은 '남극의 빛' 이라 칭해져 오고 있었으며, 그 빛은 천사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부터 지상으로 전해져, 그 빛을 보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그 전설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생성 원리가 알려진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과연 과학은 환상을 깨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한 동안 그 빛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그런 나의 우측 옆으로 붉은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짧은 소매를 가진 하얀 상의와 무릎까지 내려가는 하얀 치마, 그리고 붉은 허리띠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지금 거기서 뭐 하는데? 아우로라를 보며 소원 비는 거야?"
  "아니오, 그저 머리를 조금 식히려고, 바람 쐬는 거예요."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하면서 말을 건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마을에서 가장 친한 언니 중 한 분이신 카라이아 펠리브(Kareia Feliv) 가 바로 그. 그 분께서는 그 이후, 나에게 이전부터 무언가 깊이 걱정하고 있는 듯해 보이는 나를 보면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가 싶어 말을 걸려 하였음을 밝히신 다음에 혹시 자신을 통해 알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물어 봐 줄 것을 당부하며 나를 데리고 마을로 돌아가려 하셨다.
  그 이후, 나는 리디스에게 줄 선물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음을 언니께 밝힌 다음에 그에게 어떤 선물을 줘야 할 지에 대해 여쭈었고, 이에 카라이아 언니께서 밝게 목소리를 내며 물음을 건네셨다.
  "궂이 그 아이에게 선물을 줄 필요 있겠어, 선물 주지 않아도 그 아이는 너를 갑자기 미워하거나 하지 않잖아."
  "그게 아니라......." 그 이후, 나는 리디스에게 선물을 주려 하게 된 경위에 대한 설명을 하나씩 해 나갔고, 그제서야 카라이아 언니께서는 밝게 목소리를 내며 알겠다는 뜻을 전하셨다. 그 이후, 그 언니께서 근래의 일은 아니라지만 그가 가지지 못해 아쉬워 한 물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그 아이가 이전에 차로 타 먹기 위한 카카오 가루를 녹여서 무언가를 만들려 하더라고. 그러면서 주형틀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에게 말했었는데, 지금은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네."
  이로써 고민은 해결되었다. 그 이후, 나는 알았다고 바로 화답을 한 다음에 급히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집에 남아있는 금속 박지를 이용해 녹인 것을 식히기 위해 사용되는 주형틀을 하나씩 만들어 내었고, 10 개 정도 주형틀을 만들어 종이 상자 안에 넣어두었다.

  그 다음 날, 나는 리디스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렸고, 이어서 리디스가 "누구세요?" 라고 묻자, 내가 왔음을 알렸다. 그러자 리디스가 나를 인식한 다음에 "들어와~." 라고 말한 다음에 문을 열었고, 그러면서 나는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는지, 앞치마를 두르고 오른손으로 거품기를 쥐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를 맞이하였다.
  "어라? 아나(Ana), 이거 뭐니? 선물이야?"
  "응, 이번에는 너에게 초라한 것이라도 선물을 보내고 싶어서."
  그 이후, 리디스는 내가 두 손으로 상자를 들고 있는 모습에 대해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내가 바로 답을 하면서 왼손으로 상자를 받친 채, 오른손으로 뚜껑을 열어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의 모습을 그가 볼 수 있도록 하였고, 그러면서 금속 박지로 만든 여러 모양새를 띠는 틀과 그것에 뒤섞인 채 놓여진 하얀 종이로 만든 카드 한 장의 모습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내가 만들어 낸 틀 중 세모꼴을 이루는 하나를 왼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그는 그것을 상자 안에 넣어놓더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서 갑자기 어디론 가를 향해 뛰어갔다. 이에 나는 그가 무언가 보여줄 것이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잠시 후에 그런 나의 앞으로 리디스가 돌아오면서 나에게 한 가지 물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여러 형상을 이루고 있는 형틀이 포함된 하나의 장치였다. 손바닥 크기의 3 배 정도되는 크기를 가지는 그 형체를 보이면서 리디스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카라이아 언니께서 나에 대해 말씀을 전하셨었구나, 그 때 내가 그 분께 이런 물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처음에는 바로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서 갖고 싶다는 말만 그 분께 전했는데, 이전 루나렐 력 기념 행사 때 가설 상회에서 얻어서 갖고 있어."
  "그랬었구나." 모르는 사이에 루나렐 력 기념 행사에까지 참가했던 리디스. 그런 리디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괜히 선물을 전해 주었구나, 라는 생각에 멋쩍게 웃음을 지을 뿐, 다른 말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리디스가 편지를 발견해 그것을 왼손에 쥐었고, 이어서 그것을 한손으로 펼쳐 종이에 쓰여진 글을 읽었다. 선물 마련으로 인해 성의 없이 쓴 글, 하지만 그 글을 읽으며 리디스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아나, 다른 것은 필요 없어, 이제 선물에도 감흥이 없어질 때잖아, 그렇지 않아?"
  그리고 그는 온화한 목소리를 내며 자신에게 필요한 선물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나는 그저 아나가 이렇게 나에게 계속 좋은 감정을 때마다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해. 본래 친구 사이란 그런 것 아니야? 본래 마음의 전달은 의지로 하는 것이지, 선물로 하는 것이 아니라잖아."
  그제서야 나는 내가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얼굴을 붉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