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먹어, 케파."
(1)
집의 현관문 근처에 기대어 자고 있다가 나를 부르는 유렌(Juren) 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깨어났다, 인근의 유황천에서 삶았다는 계란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의한 일이었다. 하지만 두
눈을 뜨고 나를 깨운 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두 무릎에 하나씩 손을 짚고 허리를 굽힌 채, 나를 바라보는 유렌의 모습이 보였으나, 계란은 날것조차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인제 깨어났구나."
그 때, 유렌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고, 이에 나는 계란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나를 따라 다시 일어서면서 밝게 목소리를 내어 미안하다고 말하는 유렌.
그리고서 그는 나의 잠을 깨우기 위해 계란으로 속이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였다.
"뭐어야~ 그러면, 계란을 가지고 나를 속인 거야?"
이에 나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면서도 먹을 것을 가지고 나를 속인 일에 대해 유렌에 대한 다소의 야속함을 느끼며 그를 두 주먹으로 가볍게 치려 하였다. 그러자 가슴이 맞지 않도록 몸을 돌려
오른팔이 가슴을 대신해 주먹에 맞도록 하는 유렌. 그 이후, 나는 급히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 현관의 우측 내벽에 기대어 놓았던 파란색을 띠는 긴 창을 오른손으로 쥐고 다시 나온 다음에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유렌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유렌, 이번에는 어디로 나를 데리고 가고 싶은데?"
그 물음에 잠시 해안 구경이라도 가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그래서 같이 갈 사람을 찾다가 마침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임을 알렸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혹시 하고 싶다면, 물고기를 몇 마리 정도 잡아주기도 했으면 좋겠는데."
"배고프니?" 이에 내가 그렇게 되물은 다음에 그가 배고픔을 확인하고서 부탁인 만큼, 잡아 주겠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동쪽 해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어,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에는 드넓게
모래 벌판이 펼쳐진 곳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길 왼편에 사탕수수 줄기가 들어있는 상자와 그 줄기를 갈기 위해 마련해 놓은 듯해 보이는 기계를 올려놓은 평평하며 상자 모양처럼 생긴 수레를
바로 세운 채, 한 행상이 자리잡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사탕수수 즙을 마련해 생선에 곁들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돈이 없기도 하거니와 생선을 언제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도 해서 그 일은 단념하였다.
아직 아침이었기에 동쪽 해안에 이르는 나의 눈앞에 보이는 하늘 위로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 태양이 따스한 빛을 해안으로 보내는 광경이 바로 나타나고 있었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차가운 편이었지만 그래도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냉혹하기만 하였던 바람에 비하면 많이 약해져서 서서히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 바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바람을 맞으며 해안의 파도가 밀려오는 곳까지 나아갈 무렵, 나의 좌우에서는 겨울 바람을 맞으며 소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겨울 바람인데, 그 바람을
맞으면서도 소나무들의 검은 나뭇가지들과 머리카락과 비슷해 보이는 청록빛 머리카락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리저리 굽어 있어서 첫 인상을 허약해 보인다고 가지는 이들도 있다지만, 그런
인상과 달리 이들은 정말 튼튼하다.
그 소나무들을 지나친 이후, 모래 벌판 위에 이를 무렵, 가죽으로 만들어진 신을 신은 채,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 곳에 이르러 발과 다리의 일부를 적시면서 그가 자신의 뒤쪽 모래 벌판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계절이라는 것이 본래, 갑자기 변화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아. 며칠 전만 하더라도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지만 점차 그 바람이 약해지더니 이제는 봄바람과 거의 비슷하다고 여기어질 정도로
부드러워졌잖아, 그렇지 않아?"
"그건 그렇긴 해." 이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면서 나 역시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면서 그에게 2 월이 며칠 남았는지에 대해 물었다.
"2 월도 이제는 10 일 정도 남았지? 그런데도 이미 봄이 다가왔으니 이번 해는 봄이 유난히 빨리 찾아왔다고 봐도 될 것 같아."
달력이 계절의 구분을 알린다지만, 3 월이 왔다고 해서 갑자기 추위가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2 월 30 일이 오기도 전에 추위가 벌써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3 월 15 일이
다 지나가도, 찬 바람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계절의 변화는 하나의 경계를 기준으로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아서 오늘과 같은 날도 오게 마련인 것 같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언제 따뜻해지는지는 항상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꽃들은 3 월에서 5 월까지의 일정한 시기가 되면 한 종류씩 피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달력의
개념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가끔 그들이 피어나는 시기가 어떻게 일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한 적도 있기는 하다.
"지금 들어갈까?"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창의 뒤쪽 끝을 모래 벌판에 꽂은 채, 해안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으로 시선을 향한 채, 바다로 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유렌이 의외의
답을 해 주었다.
"이번에는 나도 들어갈게, 이번만큼은 네가 고기를 잡는 모습을 뒤쪽에서나마 지켜보고 싶어서 그래."
그 후, 나는 알았다고 화답을 한 다음에 창을 다시 들고 다리부터 물에 적신 다음에 천천히 해수면 아래로 점차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유렌 역시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나는 근해의 깊은 곳까지 헤엄쳐 들어가면서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찾으려 하였다. 간만에 마을에 사는 이들이 모다 모여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큰 고기를 찾고 싶었고, 큰
고기를 찾기 위해서는 깊은 바다로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내 키의 2 배 정도 되는 길이를 가질 법해 보이는 커다란 고래를 발견하고, 그 고래를 잡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그 고래를 창으로 공격하기 시작, 이어서 그 고래가
꼬리로 반격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고래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한 동안 계속 이어져 온 고래와의 싸움. 계속 창으로 찔렀지만, 표피가 두꺼웠던 탓인지, 아니면 창으로 찌르는 부분이 고래에게는 작았던 탓인지 고래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계속 꼬리로 치거나
입으로 물려 하면서 나에게 대항해 나아갔다. 그 어떤 공격이라도 당하면 치명적이었기에 어떤 경우에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가 고래가 빠른 속도로 도망가려 하자, 그 고래의
앞길을 가능한 빨리 헤엄쳐서 가로막으며 다시 한 번 공격을 가하다가 갑자기 돌격해 온 고래의 입에 의해 물릴 뻔하는 등의 현상이 계속 나타나면서 싸움은 계속 이어져 갔다.
싸움이 이어지면서 계속 공격 기회를 찾아 내가 창의 날로 고래의 배와 등을 찔러 가며 고래가 계속 상처를 입도록 하여, 그것을 제압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그 큰 고래는 상처를 입으면 입을
수록 더욱 격렬히 나에게 달려들려 하였으며,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자 고래가 창으로 계속 찌르기 위한 시도를 하기 위해 다가오는 나에게 반격을 가하는 것을 시점으로 공격을 가하였던 내가 오히려
어두운 색을 띠는 액체를 흩뿌리며 나를 물어뜯으려 하는 고래에 의해 쫓기기 시작, 급기야는 그 공세에 의해 위험해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 위험 속에서 나는 공세를 다시 전환시키기 위한 반격의
기회를 노리려 하였지만 그 기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고래의 공세를 겨우 고래와의 거리를 넓히면서 피해낸 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고래에 대한 공세를 가하기 위한 시도를 행하여, 일단 그것의 먼 근처로 나아가며, 그것을 지나치려'
하는 척하면서 크게 원을 그리면서 그것을 향해 돌아서기로 마음을 먹고, 그 일을 행하기 위한 시도의 시작으로써 고래의 우측 먼 곳으로 나아간 다음에 고래를 지나치려 하는 듯이 재빨리 헤엄쳐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 때, 그런 나를 추격해 오는 고래를 향해 나의 뒤쪽 위에서부터 하나의 물의 흐름이 다가가더니 그 고래의 목을 조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이에 목이 졸린 고래는 헤엄을 멈추고 격렬히 몸부림치기
시작하였다. 그 때, 고래의 먼 근처에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던 유렌이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기회가 온 동안 고래의 목을 찌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리라-. 이에 나는 알았다는 의사 표현을
하고서 고래의 목 바로 근처에 이르고서 곧바로 고래의 목을 수차례 창으로 깊숙이 찔렀고, 그 공격이 이어진 끝에 결국 고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이어서 몇 마리의 내 팔뚝 길이보다 더 긴 물고기들을 하나씩 유렌이 물결을 이용해 움직임을 멈추고, 이어서 내가 이들을 찔러 움직임을 멈추어 잡아내어 마을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고기들을
한 마리씩 더 마련해 나아갔다. 그러다가 마지막 네 마리 째는 칼날 모양의 파동을 이용해 유렌이 잡았으며 그 고기를 잡자마자 유렌부터 수면 위로 오르려 하면서 물고기 수렵을 마쳤다.
두 마리씩 손으로 유렌이 물고기들을 잡고, 내가 창으로 꽂은 고래를 들고 있는 채로 수면 위로 올랐다. 그렇게 수면 위로 오를 무렵, 이들의 피로 인해 붉게 물드는 해안으로 다시 오른 다음에 창에
꽂히고 상처를 입은 물고기 및 고래들의 모습을 보면서 유렌이 물었다.
"이런 일을 하면 바다 생물들이 우리를 원망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도 고기를 먹으며 살려면 잡아야 하잖아, 미안한 일이지만 그저 우리들의 심정을 바다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지. 이전에 내가 잡았던 그 고래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른 생물들을 잡으며 살아갔음을 통해 바다가 그런 행위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며 이해를 해 줄까."
암울할 수 있는 주제에 관한 물음에 내가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고기를 앞에 두고 간만에 포도즙, 사탕수수즙과 곁들여 고기를 구워 먹는 광경을 상상하면 즐거워지기는
한다는 말을 하고서 그에게 이전에 그가 건넨 물음에 대한 말을 전하였다.
"이런 좋은 일을 위해 이런 일을 한다면 바다와 하늘도 우리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 주지 않을까."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유렌이 고래의 역습에 나를 지켜주는 등, 고기를 잡는 데에 도움을 주었고, 한 마리는 자신이 직접 잡기도 하면서 물고기 잡는 일에 도움을 주었음을 상기하며 밝게 목소리를
내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건네었다.
"고마워, 유렌. 지켜보기뿐만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기까지 해 주어서."
"그 정도는 해야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이에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리고 마을의 동쪽 입구로 뛰어가면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렸다.
"물고기를 굽기 위한 준비를 해 줘, 연료를 마련해 오고, 사람들을 불러오는 일은 내가 할 테니까. 사탕수수즙과 포도즙 마련도 해 올테니, 꼭 기다리고 있어야 해!"
그리고 경고의 성격을 띠는 목소리를 내며 다음 말을 건네었다.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날고기를 뜯어먹으면 가만 안 둘 거야, 알았지? 입가에 피 묻었는지를 직접 볼 거야!"
(1) -
이름은 셰라이아(Schereia) 이지만, 부르기 쉽다는 이유로 성인 케파(Kefa)로 그를 칭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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