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2. 28 - Emila Velcend


  유난히 비가 내리는 시간이 길었던 날이었다. 아침에서 밤까지 비를 뿌릴 정도로 많은 물을 머금고 있었던 탓인지 구름의 색이 짙었고, 그래서일까 하늘이 유난히 어두웠고, 그로 인해 하늘 아래로 나타나는 광경은 전날보다도 우울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특히 집 안에 있을 때에는 낮에도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해주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밝은 풍경을 보기 위해서라도 일단 집을 나섰다.
  나간 시각은 대략 15 시 정도. 그 때에도 하늘은 여전히 회색을 띠고 있었으며 잠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흙과 나뭇가지, 그리고 갈색을 띠는 몇몇 목초들만 남은 숲에서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빗방울은 조금씩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적시고, 빗방울과 함께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빗방울에 젖어 가는 나에게 차가운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빗방울과 바람 속에 있으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왼편에 보이는 나무의 높은 가지에 매달린 작은 둥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미 주인을 잃어버린 둥지는 그 누구도 보살피지 않고 있는지, 비워진 채, 조금씩 부서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둥지에서 살던 아이들은 이미 떠났지, 지금 즈음이면 어디에 가 있을까."
  그 둥지를 지나치며 조용히 혼잣말을 이어가는 나. 그 둥지의 새들이라면 이전부터 계속 지켜보아서 알고 있었다. 갈색을 띠는 자그마한 새들로서 '게르체베라(Gertzebera)' 라는 이름을 가지는 새. 작다고는 해도, 철새라서 여름이 끝나갈 때가 되면 살아갈 곳을 찾기 위해 머나먼 남쪽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던 곳은 이렇게 덩그러니 남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니, 이전에 우연히 만났던 어떤 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새들의 가족을 처음 만난 일은 지난 8 월 중순 무렵이었다. 우연히 그 나무 부근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지 아픔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본 나는 다급히 새를 두 손으로 안은 다음에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치유의 마법으로 새의 다리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아 주었다. 그리고 잠시 숲에 자리잡고 있던 집으로 그 새를 조심스럽게 데리고 돌아갔다.
  "어머? 이것은 게르체베라의 아기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서 당신의 손에.......?"
  집에 이르자마자 루엘라(Luela) 가 나를 맞이하다가, 내가 두 손으로 안고 있는 새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아기 새를 가지게 된 일에 관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서 나뭇가지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다친 것 같다고 이전의 사건이 일어난 원인에 대한 설명을 한 이후에 하루 정도 새를 보살피어, 어미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보자고 그에게 제안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루엘라와 함께 새를 보살피며 새가 건강해지기를 기다렸고, 2 일 정도 지나, 새가 원기를 회복할 시점이 되자 내가 조심스럽게 새를 안고, 그 새가 자리잡고 있었을 둥지에 이를 수 있도록 나무 위로 올라가려 하였다. 두 손을 전부 활용할 수 있다면 바로 올라갈 수 있겠지만 새를 안고 있으니 간단히 올라갈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서 사다리를 달라고 루엘라에게 부탁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루엘라가 제공받은 사다리를 통해 한 손으로 사다리를 잡고, 오른손으로 새를 안고 있으면서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아기 새야,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으렴, 이제 집으로 갈 수 있으니까."
  그런 말로 불안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새를 격려하며 겨우 둥지 위로 겨우 올라가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 이후, 나는 아기 새를 둥지로 올려놓으며 주변의 다른 새들에게 말하였다.
  "이전에 떨어졌던 너희들의 형제란다.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렴."
  그 이후, 나는 아기 새가 형제의 곁으로 돌아간 이래로 아기 새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 발생했다. 형제들이 다시 들어온 아기 새를 보살피려 하지 않는 문제가 생겼으며, 자연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있음이 루엘라에 의해 알려졌다-어떻게 루엘라가 그 일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바람의 정령과 당시에 연락을 했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다-.
  그런 일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후,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다리를 다시 들어야 했고, 사다리를 통해 나무 위로 올라가 내가 구해주었던 아기 새를 핍박하는 형제들을 꾸짖었고,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징후가 루엘라에 의해 알려질 때마다 나는 어미 새와 아기 새들을 독려하며 이들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하였다-괴롭히는 새들을 위협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이전의 아기 새를 둥지롤 돌려보낸 이후에도 새들의 둥지, 그 사정에 대해 안심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둥지의 모습을 계속 관찰하며 새들이 잘 자라나고 있는지를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사다리를 나무에서 치우지 못했고, 틈나는 대로 둥지로 올라가느라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그래도 보름 정도의 나날이 지난 후에는 5 마리의 새들이 다툼 없이 잘 자라나는 모습을 보여서, 시간을 쪼개가며 둥지를 관찰한 보람은 있었다.
  그 이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날 무렵, 아기 새 형제들은 어미 새를 따라 비행 연습을 꾸준히 하며, 하늘을 날아오를 준비를 계속 해 나아갔으며, 그리고 마침내 그들 모두가 어미 새만큼 멀리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때는 지난 10 월 초순 무렵으로서, 새들이 앞으로 다가올 추위를 대비해 먼 곳으로 떠나가야 할 때로부터 1 달 가량 전의 때였다.
  이후, 아기 새들이 어른이 되어 독립하자, 나는 이들 중 내가 보살폈던 새를 받아들여 잠시 내 집에서 살아가도록 하였다. 그 새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지는 않았지만 도움을 주었던 나를 알아볼 수는 있었는지, 자신만의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내 곁을 맴도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밖에 나가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나와 함께 여행에 나서기도 하였다.
  "이 새는 어느덧 너의 가족이 다 되었네."
  그렇게 그 새와 함께 여행을 떠날 무렵, 루엘라가 나에게 한 말 중 하나로 그런 말이 있었다. 꽤 밝게 말을 건네고 있었으며, 말을 할 때마다 미소를 짓고 있어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그 새가 나와 무언가 깊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을 인정하는 면을 드러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고.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깊이 친하였던 나와 그 새였지만, 결국 나의 곁으로 그 새가 찾아오기를 반복하기 시작하던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11 월 8 일이 되자 결국 그 새는 나와 헤어져야만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그 새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집에 계속 두고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그 새는 새로운 어미 혹은 아비 새가 되어 가족을 꾸릴 수 없지 않겠는가. 조용히 그와의 이별을 고하고 그를 떠나 보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나는 그 새들이 날아갔다는 먼 남쪽 구역의 해안 지대로 내려가 그 새를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 그 새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하고 있었다면 분명 나를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헤어진 이래로 나의 모습을 잊었을 것일까, 아마 그랬으리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헤어졌던 이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때도 분명 있을 테니까.

  회상을 끝낼 무렵, 어느덧 나는 여전히 엷은 갈색을 띠는 초원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 겨울이 오기 전까지 나와 함께 했던 그 새의 모습이 떠올라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그 새가 나와 헤어질 때, 나를 등지고 날아가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떠날 때는 아쉬움의 감정이 내 마음에 가득하였으나, 이제는 괜찮다. 언젠가 봄이 되고 게르체베라들이 다시 돌아올 때가 되면 그 새는 언제 잊었냐고 말하고 싶은 듯이 나의 곁으로 돌아와 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나의 보살핌에 의해 겨우 어미의 품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이래저래 둥지 생활에 적응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지만 하나의 '어른' 으로서 외지에서의 삶을 무사히 마친 이후에 돌아올 수 있다면 더 이상 그에 대한 걱정을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는 남쪽 지역에서의 삶에 익숙해져 이 곳에서의 조용한 삶 속에서 심심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그 새에 대한 나의 한 가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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