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3. 20 - Elcaria Vadifa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때를 같이하여, 아이들의 뛰어 노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날이 밝아오면서 거리에서 뛰어 놀기 위해 밖으로 나온 아이들이 내는 소리일 터, 지난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잘 들리지 않는 소리였는데,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봄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물론 마을에 위치한 초목에는 아직 꽃이 피어나지 않았지만 인근 마을에는 매화가 피어났다는 이야기가 있고, 바람이 이전에 비해 선선해졌으니 겨울이 끝났다고 볼 수 있기는 할 것이다.
  그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를 들으며 아침이 온 만큼, 일단 일어나고서 어깨 끈이 달려 있고, 치맛단이 나팔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것으로서 얇고 하얀색을 띠는 잠옷을 입은 채로 먼저 신발을 신은 다음에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 아직 날이 온전히 밝아오지 않은 하늘 아래로 보이는 여러 집들, 그 집들을 향해 바다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그와 함께 수풀이 흔들리는 동안 나는 집의 바로 앞에서 뒷짐을 진 채, 눈앞의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을 맞으며 남은 잠 기운을 쓸어내기 위한 일이었다.
  그렇게 바람을 잠시 맞고 있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소매 없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어린 물의 정령 하나가 은으로 만들어진 굴렁쇠를 막대기로 움직이며 굴리는 채, 활기차게 뛰어가고 있었으며, 그 뒤를 따라 파란 상의와 하얀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어린 물의 정령 하나가 오른쪽에서 왼쪽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 굴렁쇠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에 한 번 해 보고 싶었던 것이 있어서, 그것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던 것.

  조금 어렸을 적의 일이었다. 시기도 대략 이 시기, 그 때의 마을에 위치한 공터에서 아라이에아(Araiea) 가 검은 원반을 헝겊으로 감싸고, 그 헝겊을 머리카락 모양처럼 잘게 자른 형태로 만들어진 제기를 차서 하늘 위로 올리기를 계속 하고 있었으며 그 광경을 옆에서 어린 물의 정령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제기를 차는 것 자체는 그렇게 신기하지는 않았으나, 왠지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즐길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놀이를 위해서는 그저 제기라는 물건을 쳐서 위로 올렸다가 그것을 발로 다시 받아 차기만 하면 그만이었고, 그래서 단순해 보이는 그 놀이는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라이에아가 30 회 즈음 차고 나서 더 차지 못하게 되자, 내가 재빨리 그를 향해 다가가 제기를 잡으면서 '내가 한 번 해 볼게!' 라고 외쳤고, 그러면서 제기를 차 올리는 일을 시도해 보았다. 물론 몸이 둔할 경우에는 한 번 차서 올린 이후에는 다시 못 찰 수도 있다는 말을 아라이에아가 했지만 그 말을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내 자신이 그렇게 둔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으며, 한 번 경험해 보았다고 해서 설마 한 번만 차올린 이후에 놓치지는 않으리라고 나 자신이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과 달리 그 일은 처음부터 쉽게 잘 되는 일은 아니어서 차올린 이후, 그것이 직진하지 않고 포물선을 그리며 좌측이나 우측으로 날아가는 탓에 그것을 예상하지 못해, 제기를 잡아내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예상한 곳, 그 인근에 떨어져 그것을 잡아내기 위해 다리를 뻗었다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제기를 결국 계속 잡지 못해 그것을 놓치면서 주저앉은 경우도 있었다.
  "생각 외로 쉽지 않지? 쉬워 보여도."
  이에 아라이에아가 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렇긴 하네." 라고 바로 답을 하였다. 하지만 아라이에아가 잘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에 대한 납득을 하지 못하면서 쉽지 않다면서 어떻게 아라이에아는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그가 바로 답을 하였다.
  "무슨 일이든지 간에 처음부터 잘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야, 나도 이런 일을 몇 번 계속 하다 보니까, 떨어지는 것을 발로 잡아낼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수십 번씩 차서 올릴 수도 있게 되었지."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 하게 되어 있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다시 나에게 돌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렇다고 시켜서 하면 잘 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래도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제기를 다시 차서 올리는 일을 하기 시작하였으나, 그러면서 발의 힘을 너무 강하게 준 탓인지 제기가 하늘 높이 떠올라 하늘 위로 작게 보일 때까지 떠오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후, 나는 그 제기를 달려가면서 다리를 높이 들어 기어이 다시 쳐서 올렸지만 그러다가 왼발을 헛디디면서 그 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머리는 부딪치지 않았다.

  그렇게 이전의 일을 떠올리는 동안 어린 물의 정령이 굴리는 굴렁쇠가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다시 굴러와 나를 지나치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전에 뒤를 따르던 아이가 굴렁쇠를 굴리고, 이전에 앞서던 아이가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 나.
  '그 때의 나와는 달리 이번에는 두 아이 모두 잘 하네.'
  그 광경을 본 이후, 나는 아라이에아의 집을 찾기로 마음을 먹고, 그 집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그가 잠든 틈을 타, 몰래 제기를 가져간 이후에 그것을 들고 다시 밖으로 나가서는 제기를 두 손으로 들어 그 모습을 가만히 보았다.
  그 때 당시와 하나도 변함 없는 모습을 보이는 제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 때 당시의 일을 상기하며 오른손으로 제기를 잡은 다음에 그 손을 놓아 제기를 떨어뜨리며 그것을 오른발로 쳐서 올리려 하였다. 이전의 하늘 높이 올라가는 일은 없었으나 제기가 포물선을 그리는 모습은 여전해 제기를 오래 다루지는 못했다.
  '기술 연마할 때만 그러할 줄 알았는데, 놀이도 마찬가지인가.'
  그리고 제기가 바닥에 떨어진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동안 그런 혼잣말이 나의 입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내 주제에 그런 일을 어떻게 해, 라는 생각을 하며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결국 다시 잡고 창가를 바라보며 제기를 차서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제기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아라이에아의 집, 그 창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 너머의 근처는 아라이에아의 침대가 놓여진 곳, 이에 뭔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단단한 물체가 머리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큰일났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무슨 방법으로든 상관없이 수습은 일단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다급히 현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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