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5. 08 - Ariaea Elsion


  이제 5 월이 시작되려 하는데, 어느덧 초원의 곳곳에서 노란색 그리고 하얀색을 띠며 초록빛으로만 가득했던 풀밭을 화려하게 꾸미는 역할을 맡아주던 델리아(Delia)(1) 들조차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대기가 급히 더워지면서 꽃들 역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한 탓일까.
  꽃들이 시들고 갈색으로 변해 가는 광경이 어느덧 생기를 완연히 되찾아가며 초록빛이 짙어져 가는 풀밭 사이로 드러나는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는 동안 나는 생각 외로 빨리 사라져 간 꽃들의 모습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초원 사이로 난 황토빛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델리아의 갓털을 찾으려 하면서 초원의 곳곳을 돌아다니려 하였지만 너무 늦은 탓인지, 그 갓털들도 이제는 찾기 힘들었다.
  그렇게 길을 걸을 무렵, 나는 길의 우측에 위치한 풀밭의 한 가운데로 야생 보리들이 무리 지어 자리잡고 있으면서 이삭을 틔우고 있는 광경을 우연히 보면서 그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길을 벗어나 내 키의 반 가까이 자라난 풀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서 보리의 근처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 모습을 자세히 보기 위한 일이었다.
  그 보리의 무리 너머로는 자그마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호수가는 밝은 색을 띠는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드문드문 화초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 호수가의 한 곳에는 새하얀 옷과 푸른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이로서 청록빛 긴 머리카락을 가진 머리의 왼쪽 옆에 파란 지느러미가 달린 모습을 보이는 소녀가 오른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채, 조용히 서 있으려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이후, 나는 왠지 낯설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는 그 소녀를 향해 다가가 그가 누구인지부터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어 보리들이 자라고 있는 곳, 그 너머에 자리잡은 호수가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의 바로 앞에 이르면서 그가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인 루크란(Lucran) 임을 알 수 있었다.
  "아라이(Arai) 로구나, 너도 이 연못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온 거니?"
  그 때, 나를 애칭인 '아라이' 로 칭하면서 연못을 감상하기 위해 왔느냐고 묻는 루크란. 물론 처음 의도는 그렇지 않았기에 그렇지는 않다고 바로 답을 하면서 그에 이어지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네가 이 곳에 와 있는 모습을 얼핏보면서 누구인지 잘 알아보지 못해서,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곳에 이르려 한 거야."
  그러면서 나를 향해 돌아서는 루크란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그러면서 나는 루크란이 오른손에 갓털 꽃이 핀 델리아의 줄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초원에 처음 이른 이후로 거의 찾을 수 없었던 갓털 꽃을 그가 어떻게 찾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루크란에게 물었다.
  "루크란, 그 갓털 꽃은 어디서 찾았어? 지금껏 계속 찾으려 했지만 안 보이던데."
  그러자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초원의 먼 곳에 있는 보리수 인근에 한 송이 피어있는 것을 따 왔음을 밝히는 루크란. 그리고 나에게 말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 거야, 5 일 즈음에 전부 다 시들고 갓털 꽃들도 아이들이 하나둘씩 따 갔기 때문이지."
  그 이후, 4 일만 일찍 풀밭으로 왜 나가보지 않았느냐고 묻고서, 다음 해에는 일찍 풀밭으로 나오도록 해 달라고 나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루크란은 갓털 꽃을 쥐고 있는 오른팔을 앞으로 길게 내밀더니, 세차게 숨을 내쉬면서 바람이 갓털들을 호수가의 건너편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려 하였다. 하지만 바람은 호수가의 건너편을 향해 불지 않았고, 그로 인해 갓털들은 호수가의 인근으로 날아가거나 그 우측의 풀밭을 향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자마자 어느덧 털이 없어져 버린 꽃자루를 호수를 향해 내던지면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갓털들을 향해 급히 뛰어가기 시작하는 루크란.
  "루크란, 어디 가!?" 그 때 내가 다급히 그런 그에게 묻자, 그는 이대로 갓털들이 날아가 풀밭에 떨어지면 씨가 싹이 틀 수 없게 된다면서 최대한 많이 잡아내서 씨앗이 싹이 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갓털들을 쫓아 나아가려 하였다.
  물론 그 일에 대해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바람에 실리는 갓털은 생각보다 빨리 날아가며, 어지간히 빨리 뛰어서는 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풀이 없는 곳에서 잡으려 한다면 거의 다 찾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풀들이 무성히 자라난 풀밭의 경우이다, 크고 큰 풀들 사이에 들어간 민들레 씨앗은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루크란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려 하는데, 그런 나의 눈앞으로 예상치 못한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루크란이 바람을 따라 날아갔던 갓털들을 두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채 조심스럽게 내가 위치하고 있던 호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당장에는 잡지 못했을 그 갓털들을 찾은 그의 행동에 대해 놀라며 내가 물었다.
  "루크란, 어떻게 그것들을......!?"
  "풀들이 위치한 곳 사이의 빈 공간이 하나 있더라, 그 곳에 갓털들이 모여 있기에 전부 가져왔지."
  그러자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는 루크란. 그리고 호수가를 따라 한 바퀴 돌면서 씨앗을 하나씩 뿌리려 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가 말하였다.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오면 포기하는 편이 바람직할 때가 많아. 하지만 때로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때가 있지. 그 때가 오면 무슨 일이 있더라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해, 그래야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일을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로 변화시킬 수 있거든."
  그리고 씨를 다 뿌리고 나의 왼편 곁으로 다가오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루크란.
  "그 기회는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아, 의지를 가지고 찾으려 할 때에 비로소 발견이 되지. 그러니까 이런 말도 있는 것일 거야, '뜻하는 곳에 길이 있다' 라는 것 말야."
  이후, 그는 조용히 호수가로 시선을 향한 채, 눈앞으로 펼쳐진 수면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직접 알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지금껏 그가 뿌려놓은 델리아의 씨앗들이 무사히 싹을 틔워 언젠가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모습을 한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호수의 수면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한 번 물었다.
  "있잖아, 저기 네가 뿌린 씨앗 중에 몇 개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 같아?"
  그러자 루크란은 자신도 잘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3 개 정도는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화답을 하고서 호수가의 자신이 서 있는 곳에 하나, 그 왼편에 하나 그리고 건너편에 하나 피어나면서 이들이 호수를 둘러싸는 삼각형을 이루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하였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내가 그런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 채, 그를 놀리려 하는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설마, 그러한 일이 정말 일어날 것 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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