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위로 은하수가 떠오르는 때가 오니, 아직 6 월이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날은 점차 뜨거워져 어느덧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몸이 달아올라, 그로 인해 물방울이 등을 따라 줄기차게 흘러내리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하다보니 집 내부의 열기를 잠재울 만한 장치가 필요해져서 물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결정으로 힘을 내는 냉각 장치를 마련해 오고, 식기들 역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유리 그릇으로 바꾸어 집의 분위기까지 변화시키려 하였다.
  "언니, 바다로 언제 나가?"
  그렇게 집 단장을 마치고, 집을 나서자마자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루랴(Lurya) 가 그런 나를 부르더니 바다로 나갈 때를 기다리며 안달하고 있음을 그렇게 말로써 알리려 하고 있었다. 바다로 나아가려 하는데, 혼자 가려하니 심심해서 나를 부르려 한 모양이었다.
  "바다로 가고 싶다면 혼자 가면 되잖아."
  그 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달리 갈 곳이 있었던 나는 그런 그의 부름에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일단 가야할 곳에 가겠음을 알렸다. 그러자 루랴는 다소 시무룩해진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알았다고 대답을 한 이후에 나의 집 현관 왼편 근처에 앉아 있으려 하면서 빨리 갔다 와 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루랴도 참...... 내가 오늘도 할 일이 있음을 분명히 알렸을 텐데.'
  그 후, 나는 식료품점을 향해 나아가면서 조용히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루랴의 태도가 나에게 야속하지만은 않았다. 신나는 일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그의 심정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할 일이 있고,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에도 부르니 그런 그의 부름이 나에게 부담이 될 따름. 특히 여름에는 그가 바다로 갈 일이 많아지니 나를 부르는 일도 잦은 편이라서 잦은 부름으로 인해 내가 신경이 쓰일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어떤 때에서든 맛있는 것을 얻어오더라도, 즐거운 일이 생기더라도, 루랴는 항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불러오는 경향이 있다, 혼자서만 즐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의한 일이리라. 그래서 맛있는 것이 생기면 자신이 독차지하지 않고 나를 비롯한 찾아온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주며, 즐거운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원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이런 그 아이가 나를 불렀음에는 나 역시 더워지는 나날 속에서 바다에서 한 번 시원하게 나날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그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루랴와 같은 아직 어린 소녀가 당장에 알아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미 루랴는 나와 몇 년 동안 일을 같이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할지라도 함께 하고 있었다. 그 즈음되면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대략 파악은 할 때가 되기는 했다.

  루랴가 나와 가까워진 계기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하나의 일이었다. 당시 루랴는 학교에 제출할 내용으로서 바다 생물의 생태에 관한 조사를 하다가, 본의 아니게 심해에 살고 있는 생물의 외견 상 특징 등에 관한 조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생물이 있어서 그것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려 하였지만 길을 잃을 일이 걱정이 되어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나와 마주치게 된 것.
  그 때, 내가 그런 그에게 다가가 생물을 찾아 나서는 일에도 도움을 주려 하였고, 당시에 알고 있던 그가 찾으려 하는 생물들 중 일부의 소재지에 관한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되어 그에게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전기 등을 이용해 위협을 가하는 생물도 있었지만 생물 자체를 제압하는 등의 수단을 활용해 가며, 무서워하던 루랴가 위험 없이 생물의 외견 조사를 바로 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당시 루랴는 위험하지 않다는 나의 설득을 잘 믿으려 하지 않았으며, 그 때마다 내가 생물이 제압되거나 위험 요소가 잠시나마 없어졌음을 거듭해 알려 가며, 그가 생물의 표면을 만지거나 생물의 외견을 볼 수 있도록 행하기를 반복하고는 하였다.
  이외에도 그가 생물 조사를 행할 때마다 그와 함께 따라다니며, 그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 갔다. 다른 사람을 보호한다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장시간 동안 행하고 있었던 탓에 모든 일이 끝나고 바다에서 돌아올 즈음에는 심신 자체가 완전히 지쳐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잠들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 직후에 느꼈던 보람은 당시에 느꼈던 어떤 보람보다도 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우연히 서로 만나 다시 만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우연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 이래로 나는 루랴와 도움에 대한 보상을 명분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은 만남에 의해 생겨난 인연이라지만 그래도 그 인연 덕분에 그로부터의 수많은 종류의 도움도 받고, 그를 알기 전까지는 알 수 있는 방법조차 몰랐던 즐거움도 경험할 수 있었기에 그 인연은 결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그와 만나 그와 친해졌을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와의 인연을 맺으면서 어떻게든 적어도 한 가지씩이나마 그에 의한 좋은 일을 경험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