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6. 12 - Mindea Arin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백야 기간이 시작된지도 이제 3 주 즈음 지났다.
  밤이 되자, 마침 일거리가 없어 한가하던 참에 찻집에라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세니티스 서부 거리에 새로 생겼다는 찻집에 들러 뭐라도 한 잔 마시기 위해 길을 나섰다. 물론 혼자 가면 심심하니 루마라(Lumara) 를 동행하였는데, 가기 싫다고 칭얼대는 루마라를 설득할 때, 돌아오면서 그가 늘상 갖고 싶어하던 물건을 하나 사 주겠다고 말하며 설득, 그러면서 그를 데리고 집을 나설 수 있었다.
  "그 곳은 여기서 조금 멀잖아, 이 근방에도 찻집이 있는데, 꼭 이렇게 멀리까지 가야 할 필요 있어?"
  있다면 한 가지였다, 오늘은 다음 주에 개장을 기념하는 공연에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우대권이 부여되는 날인데, 선착순으로 부여가 되기에 가급적이면 빨리 가야 그 우대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슨 공연인지는 몰라도 음악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 루마라에게는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우대권을 받기 위해 나를 이용하는 거야?"
  "그렇기는 하지만, 너도 그 우대권을 받을 수 있어, 그러면 다음 주에 그 곳에 있을 음악 공연을 볼 때, 너도 무료로 차를 받을 수 있게 될 거야, 좋은 일 아니야?"
  "그건 좋긴 한데......." 바로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은 본성을 가지는 루마라였던지라 그런 나의 설득에 달리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는 나의 뒤를 따르며 '포그마이르(Vogmeir)' 라는 이름을 가지는 새 찻집을 향해 계속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문제가 있음을 상기하니, 그 서부 구역은 한산한 편인데, 그 곳에 개장되는 찻집에 공연이 있다고 해서 즐거운 분위기가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찻집에 이르러 나와 마주보며 앉았을 무렵, 음악이 들려오는 찻집에 앉은 그의 모습은 생각 외로 만족한 듯해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었다. 내가 주문해서 가져온 치즈가 들어간 케이크의 맛이 좋아 무척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케이크는 크림을 약간 굳힌 것과 같이 부드러웠는데, 그런 점이 루마라로 하여금 더욱 끌리게 하였을지도 모른다.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맛있느냐고 물어도, 먹고 있는 동안에는 음식에 열중하고 있어서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추가로 들여온 따뜻한 카카오 한 잔이 오고, 그 잔을 조금 들이킬 때가 되자 비로소 밝게 웃으며 "그래." 라고 간단히 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주 공연도 올 거지?"
  "응, 이런 곳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시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사람이 몇 명 없으니까 마음껏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길 것 같아서 좋아."
  "케이크가 마음에 든다는 게 진심은 아니겠지."
  "아니야!!!"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묻자, 바로 아니라고 화답을 하는 루마라. 그 이후에도 나는 그 진심을 의심했지만 깊이 의심하지는 않았다, 루마라가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에도 심심해하지 않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래는 이후, 있은 대화의 내역이다. 물론 찻집에서 술집에 온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 수는 없으니 상호 간에 조용히 대화를 했음을 밝힌다. 색이 다른 쪽이 루마라.

- 그런데 있잖아, 민데아.
- 응,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있어?
- 이렇게 새로 생긴 것에 대해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
- 갑자기 무슨 신기함에 관한 이야기야, 설마 루마라는 이 곳에 오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니? 이런 찻집은 이전에도 온 적이 있잖아.
- 아니, 이렇게 음악회까지 열어주는 찻집은 처음이라서.......
- 그랬던 거야? 그렇다니, 할 수 없지. 그래, 일단 나부터 시작을 해 볼까.

- 처음에 나는 글씨를 쓸 수 있는 유리판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가 실제로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랐어. 손가락을 대기만 해도 그 자국이 파랗게 빛을 발하며 생기고, 막대기를 올려놓아 글자를 쓰는 시늉만 해도 그 흔적이 그대로 빛나는 글자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신기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그 판을 자주 다루려 했던 기억이 나고 있어.
- 나는 빛으로 형상을 기록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 그런 것들은 대개 우리가 이론으로는 잘 알고 있는 그런 존재들이라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응, 나 역시 그런 유리판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직접 만져보니까 신기함을 어찌하지 못했어. 모르지 않으면 흥미롭지 않게 된다는 가설이 있던 것 같은데, 그런 가설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잖아.
- 그러니까, 아는 것과 직접 체험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는 거야, 그러하겠지?
- 분명 그러할 거야. 피상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과 직접 만져보는 것은 경험을 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같지만, 두 가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 체험할 때의 '느낌' 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우리들과 같은 이들의 피상적 경험과 직접 경험에 차이가 생기는 원리는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렇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나와 루마라는 사이 좋게 치즈 케이크와 후식처럼 나온 카카오를 한 잔씩 마시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들을 신나게 주고 받으며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본래 카카오가 주이고, 치즈 케이크는 곁들이는 음식이었겠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와 더불어 루마라와 함께 그 찻집에서 주관하는 음악회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했음은 물론이었다. 과연 다음 주에 어떤 음악가가 등장해 귀를 즐겁게 해 줄까, 유명하지는 않은 이들이겠지만 그래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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