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즈음 전 부터였을까, 오늘 아침이 될 때까지 하늘의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집을 나서 고개를 들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잿빛 구름과 그 위로 간간이 지나가는 하얀 빛 뿐이었다. 나름 분위기 있어 보이는 청회색도 아닌 색조 없는 회색이었다.
  첫 날의 기억은 생생한 편이다, 인근의 섬에서 조개를 캐는 일을 마치다가 배를 통해 마을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집에 이를 무렵 갑자기 어딘가에서 갑자기 하늘의 어딘가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이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처음 그 폭음이 울려 퍼졌을 당시, 나는 그 빛을 보면서 어딘가 그렇게 밝은 빛을 일순간에 낼 만한 이가 마을에 있을 리가 없는데, 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음과 동시에 어리둥절해 하며 잠시 주변 일대를 둘러보기도 하였다.
  당연히도, 그 빛의 실체는 갑자기 잿빛 구름이 하늘에 드리워지고, 그러면서 생긴 번개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번개라는 것을 인위적 현상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비가 오기 직전에 폭우가 쏟아질 것임을 예고하는 역할을 행하는 것과 혹은 비가 오는 도중에 하늘에 격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것 정도만 보았던 터라, 흐리기만 한 하늘에 갑자기 빛이 그것도 수 차례씩이나 번쩍이는 것에 대해 무척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늘에 이변이라도 일어났나 싶은 생각에 불안해 할 정도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집에 와 있던 아렐라(Arela) 에게 그에 관해 물었을 때, 그로부터 흐린 하늘에 갑자기 천둥과 함께 번개가 하늘에 떨어지는 현상을 목격한 적이 있음을 밝히고 그런 현상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자연 현상으로서, 내가 그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은 내가 그 광경에 대해 낯설었기 때문일 따름이라고 그 현상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나를 진정시켰다.
  그 번쩍이는 빛이 징조였을까, 이후, 날은 잇달아 흐렸으며, 비 역시 계속 내렸다. 한 때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방울이 쏟아져 내려, 하늘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 이르렀다. 물론 이런 현상은 1 년마다 한 번씩 일어난다지만 내도록 하늘이 흐린 데다가 그 수준의 비가 자주 내렸으니 그러한 생각이 들게 된 것이었다.

  오늘은 딱히 할 일도 없는 데다가, 하늘이 흐리면서 그로 인해 육풍 역시 거세어진 탓에 배를 끌고 갈 수도 없어서 방울지어 내려와 모래사장을 적시는 비를 맞으면서 어두워지는 하늘과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닷가에 앉아 바닷물의 모습을 한 동안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으니, 언젠가 어렸을 적, 학교에서 보았던 '비는 반드시 오리니' 라는 이름을 가지는 하나의 글이었다. 그 글에서는 어느 내륙 지방에서 계속 비가 내리지 않고 더위가 계속되면서 그로 인해 가뭄이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기에 이르렀던 시기에 관한 일화들이 나타나고 있었으며, 언젠가 비는 반드시 올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그 글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언젠가 비가 올 테니, 가뭄이 길게 이어지고 있어도 절망하지는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이 끝없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고난의 끝은 오게 되니, 좌절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가뭄과 더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서 글을 조금이라도 깊게 읽은 사람이라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법한 것이 바로 그 글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곳에서는 -비는 반드시 오리니-가 아니라 -비는 반드시 그치리니-라는 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내도록 비가 오니까 사람들도 밖에 잘 나가려 하지 않고, 그러한 탓에 바다에서 수영을 하려 해도, 나 혼자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게 되잖아.'
  그 글을 읽은 기억을 떠올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도록 비가 오는 탓에 거리의 밝지 못한 분위기가 지긋할 정도로 지속되고 있음에 불안해지면서 비가 그쳤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비는 반드시 그칠 것이다' 라는 문구가 생각이 났고, 그러면서 그 기억이 저절로 떠오른 것이었다. 물론 비가 그침으로써, 다시금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수평선에서 만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과 맑은 하늘 아래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다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러면서 그렇게 혼잣말이 나온 것이었다.

  한 동안 그렇게 생각에 잠기다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닷물 인근에서 나 홀로 자리에 앉아 해안에서 놀게 되면 의례적으로 하는 일인 모래로 언덕을 쌓기를 시작하였다. 바닷물의 습기가 배어드니, 모래가 바로 뭉쳐지며 하나의 거대한 봉우리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모래를 쌓다가 마침내 어느 정도 쌓이자 바로 구멍을 파 하나의 거대한 터널이 산등성이를 통과하는 형상을 만들었고, 이후에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를 하나 들어 봉우리 위에 꽂으면서 하던 일을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혼자서 뭘 하려니 심심했고, 그래서 흥미도 빨리 없어졌다.
  그렇게 모래 쌓기를 그만둔 이후, 나는 내가 쌓은 모래 언덕으로 바닷물이 몰려오기 시작할 무렵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혼잣말을 이었다.
  '그래, 오늘은 이렇게 혼자 바다에 있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은 다음에 언제라도 할 수 있잖아.'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옷을 입은 채, 그대로 바닷물 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고, 이후 한 동안 바다 속에 있으면서 혼자 섬을 향해 잠수하면서 가기도 하고, 바위섬의 한 곳에서 나름 자세를 취하기도 하면서 한 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빗방울이 머리 위로 떨어졌지만 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나는 바다에서 돌아와 맑은 물로 몸과 의상 전부를 씻어낸 다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동안 내일부터는 날씨가 맑아진다는 소식이 항구의 선착장에서 날씨 통보를 맡는 이를 통해 들려왔으며, 이렇게 필기구를 종이 위에 올려놓을 즈음에는 하늘이 짙은 남색을 띠며 다시 날씨가 맑아졌음을 알리고 있었다.
  '생각 외로 빨리 오네, 본래는 3 일 즈음 후에 비가 그치면 친구들을 데리고 함께 인근의 섬으로 놀러가려 했는데, 일정을 빨리 잡아도 될까.'
  그렇게 하늘이 맑아져 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그렇게 혼잣말을 건네었고, 그러면서 여느 때처럼 조용히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갔다.

  고난이 끝나는 시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 그것보다도 빨리 다가오는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