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얻은 평상시에는 가질 수 없는 경험을 위한 여행. 집안 일을 맡는 엘라(Elra) 언니가 올해 들어서면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하여, 장거리 장기간 여행을 쉽게 허락하지 않다가, 같은 집에 사는 시엘라(Ciela) 가 지난 3 일부터 지속적인 설득을 행한 끝에 엘라 언니의 허락을 받게 된 것이었다.
  우선 18 시 30 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통해 3 시간 즈음 여행을 하면서 레미아(Lemia) 에 이르고, 이어서 레미아 항에서 21 시 18 분에 라넬리스(Lanelis) 행 배를 타고 출발, 오르네아스(Orneas) 바다를 거쳐, 남쪽으로 계속 나아간 끝에 다음날, 4 시 즈음에 비로소 라넬리스 항에 이를 수 있었다.

  집을 나섰을 당시의 시각이 생각 외로 늦었던 탓인지, 레미아 행 열차를 탈 때부터 나와 시엘라는 열차에 탈 수 있도록 계속 동부 교외 거리까지 뛰어야 했으며, 열차 도착 시각이 21 시 정각이었던 탓에 18 분 남은 기간 동안 승선권을 얻고, 배에 타기 위해 다시 레미아의 항구 시설까지 또 뛰어야 했다. 그렇게 뛰고 뛰기를 반복하다보니, 배에 이르는 순간, 나도 그렇고, 시엘라도 그렇고 벌써 지치고 있었다.
  지쳐버린 탓인지 시엘라는 배의 객실에 이르자마자 침대에 옆으로 누워 웅크리자마자 의식을 잃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 나는 그렇게 그가 누운 침대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몸을 기대어 그대로 잠이 들려 하였다, 나도 밤늦게 계속 뛰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침대가 하나 뿐이었고, 그것을 시엘라에게 주다 보니, 내가 잘 자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의자에 앉은 탓인지 잠도 잘 오지 않아 멍하니 시엘라가 새근새근 잠들고 있는 광경만 한 동안 바라보다가 심심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 배의 갑판 위로 올라가서는 하늘의 모습이라도 바라보려 하였고, 그러면서 나는 오랜만에 배 위에서 밤하늘의 모습을 볼 기회를 마련하였다.
  밤을 맞이한 배의 주변 일대는 밤이 되었고, 배 이외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탓인지 어디가 해수면이고, 어디가 하늘인지조차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고 있었으나,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하늘에는 유난히 많은 별들이 떠 있으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드러내고 있어서 밤하늘 구경하기는 심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별들의 모습을 가만히 관측하고 있을 무렵, 나의 눈앞으로 크기도 유난히 크고, 밝기도 그에 못지 않게 유난히 밝은 편이었던 세 개의 별들이 자그마한 별들 사이로 강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으며, 그 별들이 어떠한 성좌에 속해 있었는지는 바로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들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여름의 큰 삼각형' 이라 칭해지는 별들의 모임. 여름에 모습을 드러내는 전갈, 백조, 용사 등의 별자리들에 속한 별들 중에서 가장 밝다고 칭할만한 백조의 꼬리별, 독수리의 부리별, 그리고 거문고의 별을 지칭해 여름의 큰 삼각형이라 칭하며, 이 삼각형은 은하수를 가로지르며, 은하수 안에 백조의 꼬리별이, 그리고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독수리와 거문고의 별이 나란히 있어서 '은하수의 삼각형' 이라 칭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삼각형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나는 성좌도로나 볼 수 있었던 여러 별들의 모습을 실제로 확인해 보고, 발견하는 재미로 밤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앞으로 있을 여행에 대비해 잠을 자자는 생각에 바로 선실로 귀환, 선실 내에서 잠을 청했다.
  당시, 내가 잠을 청한 곳은 의자가 아니었다. 침대 근처의 나무 바닥이었는데, 의자에서 잠을 자려니, 불편해서 그 일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무 바닥이라도 해도, 온전히 누워있는 편이 편하다는 생각 하에 바닥에서 잠을 청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밤 시간을 보낸 지 3 시간. 깨어났을 때는 이미 4 시도 25 분 전이었다. 배 위에서 시엘라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결국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아직 어린 시엘라에게 밤을 새는 일을 기대하는 것은 역시나 무리는 무리였던 것이다.

  라넬리스 도착 이후, 아침 시간 동안에는 해산물들을 취급하는 시장에 있었다, 해산물 관련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겸, 해산물에 대한 지식을 이들을 통해 얻어가려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일을 도우면서 게를 잡을 일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하였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게와 같이 다루기 힘든 생물들은 그 일을 전문적으로 행하였던 사람에게 맡겨지고는 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날이 밝아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등대에 도착, 등대의 모습을 관람하며, 관련된 시설에 대한 설명을 어린 시엘라에게 해 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자연광을 발하는 능력자' 로서 인정을 받고 칭호를 얻은 사람답게 자신도 빛을 발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며, 바로 노란 빛들을 주변 일대로 흩뿌리는 모습을 보이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등대 근처에 잠시 앉아있을 무렵의 일이었다. 당시, 시엘라는 그 빛이 등대에 닿아 등대가 빛을 발하도록 하고 싶었던 듯 하나, 아쉽게도 그 빛은 등대의 꼭대기까지 닿지는 못했다.
  그 등대에 잠시 머무르다가 다시 산악 지역에서 내려올 즈음에는 길 도중에 자리잡고 있던 '흔들다리' 라는 시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 하였다. 그냥 평상시처럼 걸어가면 되는데, 처음 발을 딛자마자 다리가 흔들리기 시작해 그 광경을 본 시엘라가 무척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리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바로 그것.
  그러나 그 외관과 다르게 '흔들 다리' 는 상당히 튼튼하게 만들어 놓는다, 여러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데, 당연히 끊어지면 안 되는 것이었을 테니. 그래서 시엘라에게 그런 사실을 언급하며 바로 안심시킬 수 있었다.
  이후, 산에서 내려왔을 때, 나는 어린 정령들이 다리 위에서 뛰어 노는 광경을 보이기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흔들다리에서 불안에 떨던 시엘라가 그래도 되느냐고 나에게 물었고, 이에 나는 다리 자체는 몇 명의 아이들이 뛰어논다고 해도 문제되지는 않을 테니, 괜찮으리라고 답을 한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이 오지도 못했겠지."
  라고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 대답에 이어지는 말을 하였다.

  이후에는 해변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다. 해변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놀이를 즐기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한 동안 물에 머무르다가 잠시나마 해안에 이르고자 할 때에는 해안 근처에 있던 나무로 만들어진 탁자와 그 주변에 놓여진 의자를 이용하였다. 굳이 그런 것들을 마련할 필요는 없었지만, 누구인지 몰라도 참 고마운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구름이 많았던 탓인지 아침 즈음의 해안은 비교적 시원한 편이었다, 태양빛이 직접 들어오는 일도 잦지 않은 데다가, 아침부터 해풍이 불어오면서 대기의 열기를 식히면서 시원한 바람을 전해 당시, 해변에서의 생활은 가진 것은 없어도 나름 쾌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바뀌었고, 구름 사이로 보이는 태양에서부터 숱한 자외선들이 쏟아져, 라넬리스에 왔던 지난 날과 마찬가지로 대량의 자외선을 받으며, 양팔과 다리 등이 따가움을 느끼는 채, 집에 와야만 했다.
  바다에 있을 적, 시엘라가 빛을 발하려 한 적이 있다. 자신도 태양처럼 열선을 내놓을 수 있다면 자외선을 비롯한 햇빛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리라는 믿음에 의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그 자신 역시 주변 일대로 대량의 열선을 내놓고 있었는데, 문제는 근처에 있던 내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름의 열기 때문에 걸으면서도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이중으로 열을 공급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엘라에게 그만해 줄 것을 바로 요청하였고, 그 이후 시엘라는 열선을 내놓는 일을 중지하였다. 이후에도 시엘라는 계속 빛을 발하며 주변 일대로 빛을 흩뿌리기도 하였으나, 이는 단순한 빛으로 열선 내놓기는 그 때 이후로는 하지 않았다.
  여느 때보다 열심히 걷고 뛰었던 탓인지,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전신이 뻐근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정말 오랜간만에 바닷가 구경을 가고, 극지방의 찬물이 아닌 바닷물에서의 수영을 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