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알려진 비스티야(Vistija) 에도 한 해의 10 번째 달에 이르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며 새 계절이 하늘과 대지에 정착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바람이 나무마다 전해져 오며, 초록색을 띠던
나뭇잎들의 색에 변화를 주고 있었으며, 마을 근교의 길 인근에 자라나 있던 풀의 색도 점차 노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집마다 곳곳에 나 있던 감도 어느덧 불그스름하게 익어 따야할 때가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감의 요리법 중 하나로, 라넬리스에서부터 전승되어 오는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다, 열매를 딴 이후에 껍질을 깎아내고서, 실이나 꼬챙이에 엮어 꼬챙이를 바닥에 대거나, 꼬챙이를 받침대에 놓거나
하는 방식으로 그늘지고 찬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올려놓고, 천천히 말리면 된다고 한다. 햇볕에서 말리면 색이 검어지고, 원하는 대로의 맛을 낼 수 없다고.
수분은 열기에 의해 증발되는 경우가 많지만, 바람에 의해서도 증발되는 경향이 있다. 물을 구성하는 기운을 바람이 가져가는 것이 그 요인. 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서 바람에 노출되는 동안, 점차
물의 기운이 바람에 실려 점차 없어져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는 동안 감 특유의 떫은 맛을 내는 성분이 수분의 증발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굳어지면서 단맛을 내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전부터 전해져
오는 감 말린 것이 단맛을 내고 있음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사실 열매를 달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사탕수수 즙이나 꿀을 섞은 물에 조려서 과자로 만드는 방법도 있으나, 감의 경우에는 굳이 그런 방법 없이 자연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라 사탕수수 즙,
꿀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따름이기는 하다.
이런 말린 감을 '곶감' 이라 칭하며, 이에 관해서는 전설이 하나 있다, 과거 어떤 산악 지대에 살던 맹수 한 마리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인간의 집을 덮치려 하다가, 울먹이는 아이에게 어머니가
맹수가 잡아간다고 협박을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공포심에 의한 일일 것이다-, 그 열매로 달랬고, 그 모습을 보며 맹수는 아기가 고토감에 더욱 강한 공포심을 느낀 나머지 울음을 그쳤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이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에 도주하였다고 하는데, 그 맹수는 아기는 공포심을 느껴야만 울음을 그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집 근처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보자마자 곧바로 그 열매를 하나씩 따기 시작하였다, 열매를 따서 곶감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나 몇 개의 열매만큼은 남겨서 새의 먹이가 되도록 했다, 그
새가 열매를 먹고 씨를 뱉어서 대지에 또 다른 감 나무가 열리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따온 감의 개수는 대략 150 여 개. 이 정도면 만들기는 힘들어도 몇 달 동안 겨울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곶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감로 가득 채운 바구니가 유난히 무거웠지만, 간만에 이런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일이 생겨서 그러하였을지도 모른다. 감이 쏟아지지 않도록 그것들이 수북히 쌓인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들고
있다가, 루크란(Lucran) 이 두 손으로 접시를 들고 있으며, 그 접시 위에 장미 모양의 무언가로 장식된 쌀떡 하나가 놓여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쌀떡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으며 위에 표면이 붉고, 그 안쪽이 노란 모습을 띠는 꽃 모양 물건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이 장식이 실은 사과를 조려 만든 과자의 일종이라 하였다. 떡 역시 사과의
즙으로 맛을 낸 것이었다고 하며, 루크란이 그 물건을 들고 오면서 나에게 먹으면서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간만에 물건 나르는 일을 하게 되었을 따름인데, 이렇게 음식을 전해주니 그에 대해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으며, 그래서 음식을 전해준 루크란에게 바로 고맙다는 말을 음식을 받자마자 전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과로 만든 과자를 일단 냉동고에 넣어두고, 따 놓은 감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주방에 올려놓은 채, 하나씩 감의 껍질을 칼로 깎아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간만에 하는 일이다
보니 서투르게 했지만, 점차 모양새가 잘 나오게 되었다. 150 개를 다 깎으려니, 한 번에 3 분. 도합 450 분 = 7 시간 30 분이 걸렸다. 그렇게 감을 다 깎고, 이어서 이들을 이용해 곶감을 만들기 위한 형태를
만들어 집의 그늘진 곳에 올려놓는 일까지 하려니 9 시간 동안 내도록 감을 가지고 일에 매달려야만 했다.
9 시간 동안 있어온 일, 집안에서 행하는 간단한 일이라지만 다 하려니, 지쳤고, 모든 일을 마친 이후에는 21 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한 번 목욕을 한 이후에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깨어났을 때는 대략 5 시 즈음이었다, 총 수면 시간은 8 시간. 간만에 그렇게 오래 자 보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잠에서 깬 이후, 나는 바로 냉동고로 돌아가, 냉동고에 저장해 두었던 떡을 들어내, 식탁에 올려놓고, 이를 먹기 시작하였다. 오랫동안 냉동고에 넣어둔 탓인지 차가웠고, 또 굳기까지 해서
딱딱했지만, 어렵게 일을 하다가 지쳐 잠들고 일어나서 먹은 떡이어서 그러한 탓인지, 평상시에 먹는 떡보다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