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하지 못한 날씨였다.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지다가, 그로 인해 하루 종일 비가 내렸으니. 엊그제만 하더라도 하늘이 맑았기에 이런 일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더욱 못한 듯 싶다.
  거리 곳곳에 비가 아침부터 내려,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시작할 때부터 하늘에서부터 무거운 진동음이 울리며, 번개가 떨어질 일까지 있음을 알렸고, 실제로 몇 차례가 번개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만, 오늘의 일은 배를 타고 어디 나갈 일 없던 오늘의 나에게는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라서 나는 그저 비가 오는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아침 내도록 번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이 소리가 울릴 때마다 파랗게 번쩍이고는 했는데, 그 때 들렸던 천둥 소리가 마치 하늘을 향하는 단말마와 같은 느낌이 유난히 들고 있어서, 어떤 영혼이 여전히 남겨두었을 세상에 대한 미련을 절규의 음성과도 같은 뇌명으로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전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 전설을 품고 있을 법한 에타센 동부 인근의 바다는 내가 파란 우산을 오른손에 펼쳐 든 채, 거리를 지나, 해안에 이르고 있는 동안 그 기억을 갖고 있는지, 잊어버렸는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받아들이는 채, 조용히 일렁이고 있었으며, 그 위로 간간히 푸른 빛이 번쩍이며, 구름 사이로 번개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때 마침 해안가에는 작은 돛단배 하나가 모래 사장 위에 덩그러니 놓인 채, 세차게 일렁이는 가을의 파도를 맞고 있었다. 그 파도 속에 있다가, 배 위에 올라서서 조용히 건너편에 보이는 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렸을 섬의 이야기. 하지만 그 섬의 전설은 본래 섬과 해안 그리고 그 사이의 바다가 품고 있었을 하나의 역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제 고기잡이의 무대가 섬이 아닌 해안의 에타센이 되면서 섬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되면서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이 지역 일대의 역사가 아닌 전설이 되었을 법 싶었다.
  그 전설을 다시 상기하며, 섬에 있었던 어촌들과 그 어촌들에 둘러싸인 채, 어촌의 사람들을 핍박하던 도시의 모습을 조용히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해안과 섬 사이의 바다를 오가며, 고기잡이를 하고, 어떻게 고기잡이를 해서 보람을 얻으려 하였는지, 어찌하다가 고기잡이를 하지 못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갔는지를 상상해 보기도 하였다.
  '그 영혼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으려나.'
  몸을 물 속에 놓아둔 이후, 그들은 어디로 떠나갔을까. 설마 그 영혼마저 심해에 구속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이제는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다들 세상을 떠나, 이제는 다른 모습과 삶의 방식을 가지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남겼을 기억과 사념은 여전히 하늘과 바다에 머무르며, 간간히 이 해안에 비를 흩뿌리거나 바람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비가 그치게 되면 금세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속에서 잊혀졌을 이들의 전설과 이들이 남겼을 사념들이 어떠하였을 지에 대한 생각이나마 할 수 있었음에 의의가 있는 날이었다. 이러한 기억은 어떻게든 유지가 되어야 하며, 오래 전의 일이라 하여 그것이 잊혀지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의 기억을 잊는 일은 곧 현재의 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 비는 23 시 즈음이 되어서야 완전히 그쳤다. 21 시까지는 뇌명이 울렸으나, 22 시부터는 조용히 빗방울만 쏟아졌고, 이 비가 뇌우가 끝났음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직후의 하늘은 빗방울이 모든 것이 쓸려간 탓일지, 여느 때보다도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