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지만, 북반구에 살던 사람이 남반구에 갔을 때, 그리고 남반구에 살던 사람이 북반구에 갔을 때에는 배경 지식이라도 없는 한, 별 세계를 보는 듯이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살던 세상은 찬 바람이 슬슬 불어올 시점인데, 행성의 반대편 지역에서는 봄바람이 그치고, 여름의 열기가 점차 가해지려 하니.
그래서일까, 중세 시대에는 북반구와 남반구가 다른 역법을 채택한 적도 있고, 근대에 이르러 통일된 역법을 사용하게 된 이후에도 북반구와 남반구의 월 배치가 달라, 북반구와 남반구 간에 6
개월의 시간 차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현대에 이르면서 이 모든 사항들은 정정되었다.
슬슬 10 월도 마지막에 접어들 시점, 이런 기간 중에 최남단의 대륙인 '알사라파(Alsarafa)', 그 남쪽에 위치한 두 개의 섬나라 중 작은 나라로서,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나아가는 일은
평범하지는 않은 경험을 나에게 선사한다. 적어도 떠날 때에는 얇게나마 외투를 걸쳤다가, 도착할 시점에 이르러서는 소매 없는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되니까.
'네젤란(Neselan)' 이라는 작은 섬나라에 이르렀을 때는 10 월 16 일로서, 당시 그 곳은 북반구 기준으로 4 월 말 즈음에 해당되는 계절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날이 급격히 더워짐에
따라 이제는 어느덧 5 월 날씨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북부의 섬 '고다드(Godad)' 에서부터 남부의 섬 '보로스(Boros)' 에 이르기까지, 나는 섬을 따라 나 있는 길을 중심으로 주요 관광 거점을 지나가면서 한 번씩 거점에서의 체험을 행하고 있다.
그러는 도중에 해안의 모래 언덕을 따라 썰매를 탄 적도 있고-종이로 이루어진 썰매였으며, 안전 장치가 없어도 안전히 즐길 수 있었지만, 그 탓에 썰매를 타는 도중에 모래가 몸 속에 들어가는 경험을
갖기도 했다- 해안에서 돛 하나에 의지하는 작은 배에 탑승해 그 배에서 파도에 맞서는 체험을 가진 적도 있다.
그러다가 현재 내가 이르고 있는 곳은 보로스의 빙하 및 빙하 해안 지대. 22 일 하루 종일 빙하 지대에 머무르며 그 곳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체험을 한 적도 있다. 네젤란은 섬 크기가 작다 보니,
빙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탓에 눈앞으로 펼쳐지는 빙하의 모습은 이런 나에게 놀랄 정도의 의외로 다가오고 있었다.
북반구의 빙하 지대보다는 작다지만, 그래도 네젤란의 한 산악 지대를 그대로 덮어버릴 정도의 규모를 갖추는 정도에는 이르고 있는 네젤란의 안다나(Andana) 빙하 지대. 먼 옛날, 얼음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네젤란의 옛 신이 흘린 눈물이 얼어붙어 이루어졌다 하여, 안다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 빙하는 남극 지역과 가까운 탓에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탓인지, 태고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듯이 유난히 새하얀 빛깔을 보이고 있었다, 태고적의 순수함을 간직한 곳인 탓일까, 빙하를 파다 보면, 태고의 유적이 드러날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고, 그래서 불을 이용해 얼음을 녹인 적도 있다.
물론 그러한 유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있다손 치더라도 없다고 믿어야 한다, 있다는 믿음이 잘못 퍼졌다가는 빙하가 언제 무절제하게 파헤쳐질지도 모르기에.
이런 빙하 지대에서 내가 즐겁게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얼음을 이용한 무언가일 것이다. 물론 나는 얼음을 조각하는 일 같은 것은 할 수 없어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이 쌓여 만들어진 얼음
덩어리를 조각해 놓은 물품들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동행하던 이들 중 한 명으로부터 건네 받은 오랑쥬
(1) 라는 열대 과일을 이용해 무언가를 할 수는 있었다, 내용물을 갈아서 얼음에 뒤섞고, 이것으로 다시 오랑쥬의
껍질을 채운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얼음 과일은 특유의 상큼한 맛과 얼음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며, 색다른 맛을 전해주고 있었다. 대륙 동방 사람들이 여름철에 즐겨 먹는다는 화채를 먹는 기분 그
이상의 시원함을 느꼈을까. 그런 느낌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후, 나는 녹차로 빙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신기함을 느끼며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북반구의 한 지역에서 온 소년이 유리잔에 초록색 액체와 뒤섞인 얼음 조각들이 채워져 있음을
확인하고 정말 녹차를 가공해 만든 빙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신기하다는 생각 하에 그 빙수를 먹어보기로 하였다.
그 당시, 소년을 비롯한 일행이 '한 번에 마셔라!' 라고 말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눈치를 챘어야 했지만 그러하지 못했고, 그 빙수를 먹었다가 본의 아니게 봉변을 당했다. 당시 내가 체험했던 느낌을
말로 표현하자면 코가 한 번에 막히는 경험이었다고 칭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은 경험을 가지며, 빙하의 얼음 속에서 하루 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빙하를 오르고 내리며 얼음의 모습을 본 일이 주였다, 그 와중에 새하얀 빙하의 조각과 결정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관람하고, 해안에 이르면서 굽이진 해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름답게 다듬어진 그 모습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경험을 특별한 남반구 여행을 하면서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불의 기운으로 열기를 일으키는 채, 휴식을 취하면서 미리 마련한 종이로 빙하 그리고 빙하에 의해 다듬어진 해안선의 모습을 그렸고, 이를 빙하 지대에서 내려와 해안에 위치한
여관에서 정리해서 완성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그렇게 마련된 여행 스케치를 집에 돌아오면 색칠까지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서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림을 제대로 간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잃어버리거나 망가지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1)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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