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12. 04 - Ricafa Arenda
이제 491 년도 마지막 달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이파리를 모두 잃은 나뭇가지마다 밤에는 빛을 발하는 공 모양 그리고 별 모양의 장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길에 세워진 소나무에 장식을
가하는 광경이 뒤이어 나타나고 있었다. 본래는 전나무나 소나무의 허리를 베어 그것을 통해 나무를 꾸미는 경향이 있었으나, 근래 들어 그 관습은 사실상 사장된 상태였다, 나무를 보호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가게들은 각자 앞으로 20 여 일 정도 남은 성야를 위한 물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테두리가 빨갛게 장식된 카드가 곳곳에 비치되기도 하고, 그와 함께 사슴 모양의 장식품이라든가 초록색과 빨간색
무늬가 그려진 물품들이 진열된 모습, 성야를 위한 붉은 옷이 가게에 비치되어 있는 모습이 길을 지나면서 쉽게 나타나고 있었다.
"리카파는 성야가 되면 무슨 선물을 할 건데?"
그 때, 나의 우측에서 동행하고 있던 소녀가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렇게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면서 밝게 표정을 지어, 붉은 보석과도 같은 눈동자를
드러내며 좋은 선물을 자신에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이전부터 받은 선물이 몇 개인데, 또 선물 받고 싶은 거야?"
옆에 있는 이는 긴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으며, 머리에 분홍색 리본을 달고 잇는 어린 소녀였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날이 비교적 따뜻한 탓인지 소매가 팔목까지 내려오는 상의와
허벅지를 거의 드러낼 수준의 짤막한 치마를 입고 있었다. 물론 다리는 엷은 자주색을 띠는 천으로 감싸여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추워 보이는 옷차림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내일이면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그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으려나.
그의 이름은 예세나(Jesena). 학우로서, 나이도 동갑. 그러나 특유의 앳된 외모 탓인지 나보다 연하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나보다 어린 감이 없지 않다는 점도 내가 언니처럼 보이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는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선물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선물을 받은 지가 지금까지 35 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 받는 일이 지루하지는 않은지, 계속 선물을 받고
싶어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예세나는 지금까지 받았던 선물을 모두 잘 보관하고 있다. 상자 같은 경우에는 이름표를 달아 언제 받았는지를 표시할 정도. 그리고 이 중에서도 실용품은 자신의 거처에서 자신이 잘
활용해, 몇 년 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받은 물품에 대한 관리만큼은 나름 수준 이상으로 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성야 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대단할 일도 없는데, 선물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아?"
"그건 그래." 그 말을 들으니, 그가 선물을 받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성야 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내가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조용히 지낼 따름으로서, 성야 기간에 즐길 수 있다는 특별한 고기 요리나 그 고기 요리에서 나온 기름을 이용한다는 푸딩을 만드는 일조차 하지 않으니-고기를 이용한 요리 자체에 능하지 못하다-, 특별히
즐거울 일이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하니 그 날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선물이라도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그에게 필요한 물품이 생각날 리는 없고,
선물을 살 만한 이에게 후일에 연락을 취해 성야 기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다는 통나무처럼 생긴 케이크와 함께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예세나가 자신의 왼팔로 나의 오른팔을 걸고 있는 동안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고개를 왼편으로 돌려보니, 때마침 과자점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기일지도
모르나, 벌써부터 과자점의 진열대에는 성야 기간을 기념하기 위한 통나무처럼 생긴 과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통나무의 절단면 중 하나에는 문구가 그려진 새하얀 판이 놓여 있었으며,
이 역시 먹을 수 있는 재질로 이루어진 듯해 보였다.
"리카파, 저 과자, 무엇인지 알고 있어?"
먹어본 적도 없는데,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모른다고 답을 하였고, 그러면서 성야 기간 중에 선물과 함께 사서 성야 기간에 집에 찾아오는 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생각이라고 그 과자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예세나는 그 과자에 대해 무언가 짐작이 되는 바가 있었는지 바로 이렇게 묻고 있었다.
"굉장히 달 것 같아, 그렇지 않아?"
"그에 대해서는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겠네."
이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나란히 길을 걷는 동안 어둠을 맞이하려 하는 하늘 아래의 나뭇가지들마다 반짝이는 빛들이 하늘 아래에서 내려온 별들처럼 빛나고 있었다. 진부해
보이는 표현일지도 모르나, 그 빛을 발하는 모습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그 이외에 다른 수는 없어 보인다.
그 나무들 사이로 펼쳐진 길을 걸으며, 나는 우선 성야 기간에는 친한 사람들끼리 다 함께 모여 식사라도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불러올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상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추워지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따뜻한 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근방의 찻집을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그리고 찻집에서 무엇을 마시고 싶느냐고 바로 동행하던 예세나에게 물었다.
모두의 선택은 간단했다. 따뜻하게 데워지고 연유가 포함되어 달콤한 맛을 내는 우유. 커피를 마시다 보면 자연히 간식이 필요하게 되는데, 달콤한 연유와 우유의 혼합 음료를 마시다 보면 그 단맛에
매료되어 다른 과자 등이 필요 없게 되기 때문에 나는 그러한 음료를 선택했는데, 예세나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무슨 선택을 할 것인지를 알아맞히려 하였다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다행히도 맞힐 수 있었다는 언급을 뒤이어 하고 있었다. 이에 내가 놀라면서 어떻게 내가 무슨 선택을
하는지 알아맞힐 수 있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을 하는 것이었다.
"리카파는 이렇게 추운 날이면 꼭 데워진 우유를 선택하잖아, 그것도 연유나 단풍액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다른 간식을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지? 50 여 년 간, 항시 같은 선택을 하니까, 함께
사는 내가 알아맞히는 것도 당연하지, 그렇지 않아?"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달리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