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시스(Darsis) 천공 구역에서의 생활을 행한 지도 이제 3 개월. 이제 이러한 삶도 익숙해질 시기가 되었다. 그 생활 하에서 친해진 사람들도 있었고, 마녀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들의 여러 인간적인 면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일은 분명 좋은 경험의 일환이 되고 있긴 했다.
  이 중에서 나와 유난히 가까워진 이가 있다면 다르시스 천공 학당의 학생 중 하나인 일린 시테아(Ilrin Sithea) 그리고 라이마 엘샤핌(Laima Elshafim) 의 두 사람. 나이는 나보다도 한참 아래인 이로서, 그 외관은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했지만 재능은 상당한 편으로, 사실상 선배라 칭할 수 있는 내가 그들에게 배움을 가져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직 어리다는 점은 어찌하지 못해, 여타 경험은 나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 편으로, 당시에는 공부와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었던 탓에 다른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었고, 또 당시 건너편에 살고 있던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일도 적지 않게 있었다.
  한 때, 이런 일이 있었다. 내 거처로 라이마가 들어오더니, 도움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일린의 마법을 구사하기 위한 지팡이의 결정이 깨어져 이를 복구하려 하는데, 복구를 하지 못해 어찌하지 못하여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이야 지팡이 복구는 얼마든지 하고, 또 라이마의 경우에는 주요한 사용 도구가 검이라서 지팡이의 보석을 복구할 일이 많이 없기도 하나, 당시 일린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지팡이를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해, 한 번 마법을 시험하다가 지팡이가 깨지기라도 하면 스승이나 선배 등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 때마다 내가 기운을 정제해 결정을 만들어 결정을 복구해 주는 일을 행하고는 했다.
  그러나 그 일도 처음에는 불의 기운만을 다룰 수 있었던 탓에 불의 기운 특유의 붉은 빛을 발하는 결정이 박힌 지팡이만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동안 일린은 불의 마법 수련만 집중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가 별의 기운과 불의 기운을 자주 다루게 된 경위가 있다면 이런 나의 행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물론 이런 일은 그들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었고, 따라서 나는 불의 기운뿐만이 아니라 달이나 별 그리고 빛의 기운을 수련하기 위한 일 역시 해야만 했다, 마녀들은 여러 특성을 가지는 마법에 나름 정통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 여러 기운으로 이루어진 결정이 지팡이에 반드시 박혀 있어야만 했기에 이런 지팡이를 만들어주기 위해 불의 기운 이외에 다른 기운 역시 다룰 수 있기 위해 수련을 받으려 하였다.
  그 수련의 대상은 일린 그리고 라이마였다. 이들로부터 적어도 달, 별의 기운을 다루는 능력을 기운을 이용해 결정을 만드는 정도로 행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이들은 나보다도 나이가 어렸지만 개념치 않았다, 배움에는 나이의 구별을 해서는 안 되었기 때문. 배움은 경험이 적은 이가 경험이 많은 이로부터 가지는 것이지, 연소한 이가 연로한 이로부터 가지는 것이 아니다, 연로한 이가 연소한 이를 가르침은 경험이 많은 이는 대개 연로한 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더불어 일린, 라이마 역시 결정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을 나로부터 받았다. 그러면서 나는 불의 기운 이외의 기운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일린과 라이마는 스스로 기운을 이용해 결정을 만들어 지팡이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때도 그러하였고, 겨울의 이 시점이 되면 일린으로부터 하나의 부탁이 들어오고는 하였다. 라이마가 냉대 지역에서 자란다는 '사탕 단풍나무' 에서 추출할 수 있다는 '단풍 액' 을 가져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가급적이면 많은 양을 가져와 달라는 부탁은 이에 곁들여 진다.
  라이마는 '단풍 액' 이나 '사탕무 액' 과 같은 단맛을 유난히 밝히는 편이었다. 물론 먹을 수 없는 때에는 어찌할 수 없다 할지라도 채취할 시기가 되면 그 액을 가지고 요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시 드러내고는 하였다. 그 단풍 액은 다행히도 세니티스 일대에서도 찾을 수 있었고, 그래서 단풍 액을 얻어올 때가 되면 고향이 위치한 곳인 세니티스를 방문하고는 하며, 들르는 김에 고향을 들렀다 가기도 한다.
  라이마의 개인적인 욕구에 의해 나아간다지만, 갈 때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세니티스로 간다. 그 때 이외에는 고향에 갈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 하에서 고향을 들러 며칠 간 머무르며 있을 수 있어서 이에 대한 즐거운 생각과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이마는 단풍 액을 얻어서 좋고, 나는 고향에 갈 수 있어서 좋으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던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라이마 역시 내가 고향을 갈 기회가 없음을 알고, 일부러 나에게 유난히 단풍 액을 얻어와 달라는 부탁을 1 년마다 한 번씩 했다고 한다. 그냥 나에게 단풍 액을 얻어오는 일을 시키고 싶어서 그러하지만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탓일지, 일린과 라이마가 만들어 준 것으로, 단풍 액으로 맛을 낸 밀떡이 유난히 달콤한 느낌을 나에게 선사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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