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십일년 십이월 이십사일.
올해도 변함 없이 등불의 빛 밝았구나.
어릴적 옛 거리에서 보았던 빛들처럼.

지금은 제십구시 제십육분 제십오초.
거리에는 하늘에서의 별빛이 가득하건만,
내손에 온기를 전하는 불빛은 아니구나.

기온은 영하십이도 날씨는 눈내림.
은종의 맑은소리 하늘까지 드높으니,
이로써 기다려온 성야가 멀지 않구나.

여기는 세니티스 동북부 찻집거리.
언제부턴가 단순히 즐거운 날이 되지 않으니,
거룩한 의미를 조용히 보낼 뿐이로다.

눈가에 나타나니 선물과 사람의 대열.
조용히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지켜보니
사람들 즐거움이 곧 나의 즐거움이다.

귓가에 들려오니 축복의 선율과 노래.
노래소리 그쳐버린 저편으로 나아가니,
그림자 너머로 쓸쓸한 풍경 다가오네.

출발지는 아지가 행선지는 미상가.
쓸쓸함을 견디지 못해,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성당에서 불빛을 바라본다.

귀환지는 아지가 경유지는 대성당.
성당의 아이들이 노래하는 소리 들린다.
해맑은 그 소리에 안정을 찾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