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새해 맞이는 북극점에서 맞이했다. 북극점 일대의 경비를 맡고 있는 도중에 새해가 왔음을 통보받음으로써 새해 맞이를 한 것이었다.
  당시 나와 동행하던 이는 리란(Lyran). 리란 라치엘리스(Lyran Razielis) 가 바로 그. 얼음집 하나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북극권 지점에 리란이 창을 꽂아놓고,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나는 얼음집에서 그나마 편하게 지낼 수 있기는 했다.
  앞으로 지내야 할 시간은 대략 7 일 정도. 그 시간이 지나야 집에 돌아갈 수 있다. 그 찬 바람 속에서도 리란은 아무렇지 않게 버티고 있었으며 새해 첫 날이 오기 몇 시간 즈음 전에는 지팡이-아무리 보아도 창이지만-를 바닥에 꽂아놓고서 오른손으로 자루를 잡은 채, 자루에 기대고 있으면서 나름 자세를 취하기도 하였다. 추워 보이기는 하였으나, 나름 키도 크고, 외견도 상당한 편인지라 자세를 취하는 것이 나름 보기 좋다고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북극점 인근이라고는 하더라도, 주변 일대에 눈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서-심지어 나무 한 그루조차 보이지 않았다-, 경비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 이외에는 얼음집에서 멍하니 앉아있거나 잠들기만 한 탓에 특별히 신년 첫 주의 일상은 그리 특별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5 일의 밤 시간 대에 잠시 얼음집을 비우고, 창 주변에 나란히 머무르고 있으면서 이어간 즐거운 대화 하나가 있어서 언급을 해 본다.

---

리란 : 있잖아, 리스(Ris, 1), 혹시 이에 대해 궁금해 한 적이 있어?
나 : 이것이라니? 무엇에 관해 궁금하다는 거야?
리란 : 누군가에 의해 마력을 받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마력에 비견되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일전에 본 마력을 받은 소녀들의 전설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해 문득 궁금해졌어.
나 : 마력에 비견되는 평가라니, 어떠한?
리란 : 그러니까, 마력을 가지고 활약을 할 수 있게 된 소녀들이 그 활약에 비견되는 마녀 있는 마법사로서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는 거야.
나 : 당연히 안 돼지.
리란 : ...... 역시 안 된다고 답할 줄 알긴 했지만.
나 : 당연하지 않아? 마녀로서의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마력과 활약만으로는 부족해, 그에 비견될만한 학식과 인격적 자질 역시 필요하잖아.
리란 : 세니티아 성계의 경우에는 그러하겠지만.
나 : 마법이 일상화된 성계라면 어디에라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해.
리란 : 하긴 그렇지.

리란 : 그래도 그런 소녀들이 존재한다면, 직접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 : 특별한 이유라도?
리란 : 기록에 의하면 그 소녀들은 공주나 요정의 옷차림을 하고 있대, 대개 활동을 위해 편한 옷차림이나 전투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주로 선택하는 우리들과는 다르잖아, 그렇지 않아?
나 : 그래, 환상의 왕국에서 온 공주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잖아. 그런 이들과의 만남은 특별한 순간이 될 듯한 기분이 들기는 해. 마법 왕국의 공주라고나 할까.
리란 : (웃음을 지으며) 그래, 그야말로 '마법 왕국' 의 공주님이 싸움터에 행차를 하는 기분일 거야.
나 : 그런데 마법 왕국의 공주라 해도.......

이후, 추위 탓인지 말을 잘 잇지 못했고, 바로 화제가 바뀌었다.

나 : 빨리 집에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리란 :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들끼리 같이 있으니까, 나름 이런 삶도 괜찮지 않아?
나 : (아쉬워하면서) 그렇기는 해도....... 이렇게 집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니까, 집에서 항상 즐겨와서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것도 그리워지네. 지금은 차가운 국수와 차가운 홍차만 먹을 수 있으니까.
리란 : (미소를 지으면서)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래, 집에 가면 단풍액으로 덮인 밀떡 하나를 먹고 싶어.
나 : 얼어죽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지?
리란 :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