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물건을 발견하였을 당시, 나는 대륙의 동부에 위치한 북쪽과 서쪽에 걸쳐 있는 산악 지대에 둘러싸여 있는 대저지 구역의 서부 즈음에 위치한 작은 마을 '옌전(Yanzhen)' 의 남부 구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우물을 만들기 위한 공사의 첫 단계로서 지표면을 파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옌전 거리를 포함한 그 지역 일대의 기반암은 '모래 돌'
(1) 이라 칭해지는 암석으로서, 먼 옛날에 하천에 쌓인 모래가 굳으면서 만들어진 암석의 일종이다. 물이 돌을 이루는 모래
입자들 사이로 스며들 수 있으며, 이 특성에 근거하여 이 돌로 이루어진 지층 아래에 지하 하천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건조 지대가 아닌 이상 지하수를 찾으려면 '모래 돌 지대' 를 먼저 찾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옌전의 사람들 역시 지표면을 파내 기반암을 노출시키며 지하수에 대한 기대를 가득히 품고 있었으며, 이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다면 당시 건조한 날씨 속에서도 풍부한 물을 확보할 수 있음에 그
이유가 있었다. 더욱이 그 당시에는 마을에 저장하고 있는 먹을 수 있는 물의 양이 평균 저장량을 현저히 밑돌고 있었던 탓에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물을 마련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듯이
밤낮없이 일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당시 마을에서 며칠 째 거주하고 있던 나 역시 공사를 도와주고 있었다. 곡괭이를 들고 표출된 사암층의 지표면을 곡괭이로 깨뜨리고, 육면체 상으로 잘리는 듯이 기반암이 파여지는 모습을 보며 그
광경에 대한 여러 생각을 마음 속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9 시 즈음, 여느 때처럼 지표면의 기반암, 그 표면을 곡괭이로 찍어 구멍을 내려 할 때, 갑자기 나의 귓가로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필시
금속과 돌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였다. 뭔가 커다란 돌덩어리 하나가 그 안에 들어있었던 것이었다.
회색을 띠는 돌 같은 것이 황갈색을 띠는 사암 안에 들어있음을 확인하고서 나는 다른 인부 아저씨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 채, 조심스럽게 삽으로 그 회색 돌이 들어있는 그 테두리를 따라 돌과
흙을 파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사암 지대의 내가 건드렸던 그 부분에 가로 0.5 메타르, 그리고 세로 0.4 메타르에 해당되는 크기를 가지는 석판이 매장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인근에는 커다란 석관 하나 역시 자리잡고 있었으나, 관의 크기가 최대 길이 1.8 메타르에 해당될 정도로 큰 만큼, 돌의 무게 상, 혼자서 이를 들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지표면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그 때 힘을 들인 이가 나를 포함해 50 여 명으로서 그 마을 사람들의 반 정도가 일에 가담했던 것이었다. 어린 아이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일을 도와주었다.
관의 내부에는 대량의 보석들이 들어 있었다. 노란색과 짙은 하늘색을 띠는 보석들로서 그 보석들이 어떻게 관에 들어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당시 홀몸으로 마을에 당도하였던 나는 그 곳에서
연구를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일이 끝난 직후-우물 건설은 그 이후,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지금도 잘 이용하고 있는 듯-, 바로 고대 역사의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라르니온 서부 해안의 도시
'레제르미타(Resermita)' 에 도착, 그 곳에서 인사피아(Insafia) 와 함께 석판 그리고 보석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었다.
그 곳에서 나는 석판이 어떤 물건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자에 관한 문서' 의 일종으로서, 사자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다 죽었는지에 관한 기록과 사자가 죽음 이후에 찾아올
새로운 삶이 복되기를 기원하는 주문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대개는 축복과 기원이 주문으로서 기록되지만 처형된 자 등의 장례 시에는 저주와 징벌의 기원이 주문으로서 새겨져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며, 그 이야기가 이어진 이후, 인사피아는 무덤의 발굴을 진행할 수는 없어도 관과 석판을 중요한 유물로서 취급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히려 하였다.
"지금 가져온 것이 그 때의 연구 대상이었던 그 돌이지?"
"응." 책상에 앉아 그 때 당시에 가졌던 돌들 중 하늘색 돌을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동안 나의 오른쪽 뒤편에 서 있던 사르타(Sarta) 가 허리를 굽히며 건네는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사르타가 무슨 돌이냐고 건네는 물음에,
"아다만티아의 일종이야." 라고 답을 한 이후에 유골을 가공해 인공적으로 만든 아다만티아임을 알렸다. 연구가 진행되는 도중, 내가 들고 있던 아다만티아에 대해 인사피아는 그 돌이 사자의
유골을 가공해 만든 것임을 바로 알렸고, 사자의 흔적을 오랫동안 남기고 싶어하였던 고대인들의 욕심이 반영된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나에게 전해준 바 있었다.
"모습은 변했어도 그 육신의 기운만큼은 보석 안에 영원히 자리잡고 있으리라는 믿음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러하겠지." 사르타가 물음을 건네는 동안 나는 인사피아가 언급한 바에 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끝날 무렵에 아마도 그러할 것이리라는 의미의
답을 하였다.
이후, 나는 밖으로 나가 아직 겨울의 한기와 눈이 남은 수풀 지대를 사르타와 함께 거닐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 우측에 머무르고 있던 사르타가 고개를 돌리며 나에게 물었다.
"본래 그 곳에는 거대한 무덤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겠구나, 그렇지?"
이전에 내가 발굴한 물품에 관한 물음을 건네는 사르타. 그 물음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을 하고, 그에 이어 한 때는 여러 장식품이 놓여진 화려한 무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그 화려했던 무덤이 자리잡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으로부터 1000 여 년 즈음 전이었겠지. 그 긴 기간 동안 무덤의 모양새는 점차 없어져 가고, 풀밭이었을 묘지대는 사막화가 되었을
것이며, 모래에 무덤이 묻히면서 그 안의 물품들 역시 모래가 굳어서 이루어진 돌 속에 묻혔을 것이리라는 추측도 가능할 거야."
이후, 사르타는 바로 나에게 그래도 그 무덤이 발견된 이상, 무덤의 모습을 재현해 보거나, 무덤 자리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바로 그럴 일은
없으리라고 답을 하였다.
"어째서지? 그 먼 옛날의 유산이 잊혀지기를 원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텐데."
이후, 이어지는 그의 물음에 나는 무덤을 재현하려 했다가는 마을의 우물은 물론이요, 마을의 일부 혹은 전부가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되물음을 건네고서 고대의 기억은 유물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되찾을 수 있음을 알렸다.
"무엇보다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중요한 것 아니겠니?"
"현세에서 즐거움과 괴로움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이기 때문이겠지?"
이후, 사르타가 그렇게 나에게 되묻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나는 바로 차분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 겨울의 갈빛 나뭇가지 사이로 서쪽 하늘이 점차 노랗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다가오고 있었다.
(1) - 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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