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피어나기 시작하여 아잘렌(Azalen) 꽃들이 가득히 피어나기 시작, 이제는 길을 지나갈 때마다 아잘렌 꽃들이 한데 모여 숲과 들판마다 분홍빛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여기 피어난 꽃들은 아잘렌 바나사(Azalen Vanasa) 라 칭해지는 이들로서, 엷은 혹은 짙은 분홍빛을 띠는 어린 아이 손바닥 크기 만한 꽃들이 다섯 장의 꽃잎을 활짝 펼치는 특성을 가지는 그런 꽃들이었다.
  가장 큰 크기는 로사(Rosa) 에 맞먹을 수준의 크기에 이른다는 그 꽃들은 생존력이 강하여, 기본적인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어떠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는 특성을 가지고, 한 무리를 이루며 피어나는 경향을 갖추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꽃 무리를 만들 수 있다하여 사람들이 길가에 심어놓기 위해 자주 찾는 경향을 갖는다. 대개 화분에 자란 것을 꽃가게에서 마련하여 옮겨 심는 과정을 거치며 길 근처에 올려놓는다.
  가득히 피어난 그 아잘렌 꽃들의 분홍빛을 그리는 그 풍경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주변 일대를 그저 맴돌 뿐, 달리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달리 길을 갈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길을 가려 하더라도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길을 떠나면 잊을까봐, 쉽게 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래서 이 아잘렌 바나사를 두고, 사람들이 머무르게 하는 꽃이라 칭하는 건가.'
  아잘렌 바나사는 '머무르게 하는 꽃' 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그 모습을 한 번 본 이후로는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한다하여 이런 별칭이 생겼다고. 확실히 이 꽃들은 그러할만한 수준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에세라(Esera), 바나사(Vanasa) 의 종류를 불문하고, 아잘렌 류는 아름다운 꽃으로서, 이상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그런 꽃들임이 분명해 보였다. 꽃잎은 5 장, 암술을 둘러싸는 수술의 수는 10 개. 그래서일까, 숫자가 잘 맞추어진 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이 그리는 꽃의 일반적인 모습은 대략 이러하다, 둥그런 5 개의 꽃잎이 중심의 둥그런 모습을 둘러싸는 형태. 그리고 꽃의 일반적인 색은 붉은색이나 분홍색. 아잘렌이 세리사와 함께 꽃의 대표 격인 그런 모습을 보이는 이들로 여기어짐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아잘렌들은 아름답기도 하고, 로사와 달리 외관상으로 상처를 거의 가하지 않는 대신, 꽃 자체에 독을 품고 있어서 동물들이 멋도 모르고 꽃을 뜯었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꽃들이 동물들에 의해 물어 뜯겨질 때에 아잘렌 류는 온전한 모습을 보전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독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는 강인한 화초로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하에 꽃나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로사와 같은 요염함은 갖지 않으며, 이를 대신해 소녀와도 같은 청순함을 간직한 꽃에도 이러한 면이 있다. 이에 대해 나와 잘 아는 사람인 '아미아 유이셀(Amia Juisel)' 은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
  "때로는 순선한 아름다움을 가지는 이의 마음 한 구석에는 요염한 악마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독함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그 독이 풀어지게 될 때, 악마의 가시 정도로는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이 다가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마냥 순진한 소녀만은 아닌 존재로 비유가 될 수 있는 건가.'
  그러면서 혹시 그런 이가 살고 있다면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그 위협을 했다가는 오히려 나 자신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독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기는 하다. 아잘렌은 에세라, 바나사의 큰 두 종류가 있으며, 아잘렌 바나사가 비교적 개체 수가 많다-색의 종류도 많고, 많이 핀다-. 이 중에서 아잘렌 에세라는 비교적 독이 약하지만, 아잘렌 바나사는 제대로라는 차이로 간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아잘렌 에세라 역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그 꽃을 보기 위해 엘젠 산맥 일대라도 들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전에 만났던 이인 아미아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바로 드러내었다.
  '그 분께서는 잘 지내시려나.'
  내가 아는 바로 반드시 군집을 이루는 아잘렌 바나사와 달린 아잘렌 에세라는 한 그루씩 자라며, 다른 나무들과 어울리는 경향이 있기에 그 나무들이 한데 모인 풍경은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초록빛이 만연하기 시작할 때, 연두색이 가득한 풀밭에 홀로 분홍빛을 선보이는 꽃들의 모습 속에서 분홍빛과 연두빛 혹은 초록빛이 서로 대조 및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생각을 하다가 비로소 떠오른 하나의 사항이 있었다. 바로......
  '그 전에 우선 기차표 구매부터 해야 하는구나, 깜박 잊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