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
  낮에는 섬의 해안가에 위치한 얼음 지대에 머무르며 경비를 서고, 밤에는 섬 중심에 위치한 이글루에 머무르며, 잠을 청한다. 다만, 지난 5 월부터 낮과 밤의 구분 없이 항상 밝은 날이 지속되다 보니, 잠은 알아서 자야 한다. 이글루 앞에서 서쪽 하늘의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태양의 빛을 바라보며 왜 사람들이 저 현상을 '백야' 라 칭하는지, 이를 온전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집에 있을 때에는 커튼이라도 걷어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잘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몰라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샐 것만 같다.

Day 11 -
  저녁이 되어 날이 저물어 갈 즈음-밤은 오지 않는다-, 서쪽 하늘 높은 곳에 새하얀 빛을 띠는 북극광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 새하얗게 빛을 발하는 모습도 그렇고, 형상도 그렇고 마치 천사가 하늘에서 나를 비롯한 그 주변 일대에 사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 같아 보인다. 하늘에 천사가 있다는 믿음은 이런 북극광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유래가 되는 것은 아닐지.

Day 12 -
  지루하게 이어지는 경비의 나날 속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북극성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나 밤이 오지 않는 마당에 북극성이 보일 리는 없다. 북극성은 하늘 높은 곳에서는 그리 밝은 별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래도 밤이 온다고 태양이 서쪽 하늘 수평선 언저리에 위치할 즈음, 남쪽 하늘 높은 곳에서는 자그마하게 하얀 별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날이 온전히 어두워지지 않는다 해도, 밝은 별은 나름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Day 13 -
  문득 심심해서 무전기로 레세이나(Reseina) 에게 신호를 보내 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굳이 언어로 표현하자면 'a;fidsk;opjgdngjdf' 의 느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그 소리는 얼핏 들어도 졸면서 내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따뜻한 곳에서 편안히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려니 졸리기는 어찌할 수 없기는 한 모양이었다. 한편으로는 무책임하다고 생각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부러웠다. 나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글루의 좁은 공간만 이용할 수 있는데.

Day 14 -
  지루하며 춥고, 또 배고픈 나날 속에서 활력소가 되어주는 일이 있다. 바로 마을에서 배를 타고 마을 사람이 음식이라던가 따뜻한 음료를 배달해 주는 일이다. 계절은 이미 여름철이지만, 북극권인 관계로 항상 춥기 때문에 음료는 따뜻한 음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번에 음료를 전해준 이는 사넬라(Sanela) 로서, 그는 짚 가방 안에 연갈색을 띠는 따뜻한 음료를 가득히 채운 유리병을 몇 개 넣어 놓고 있다가 내가 오자마자 병을 하나 건네었다, 추운 이 시점에서 바로 마실 것을 권하면서.
  병 안에 들은 것은 꽤 단맛을 내는 율무차로서, 단풍액을 꽤 많이 넣은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불의 기운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가열되는 유리병에 넣어서 하루 정도 지나도 따뜻하게 마실 수 있게 하였다하니, 제공해 준 정성에 대해서는 그저 고맙게 여기어야 할 따름.

Day 15 -
  13 일까지는 집에 있을 때가 무척 그리웠는데, 오늘 이 시점에 이르다보니, 이제는 그러할 일도 없다. 그저 지루한 일상이 끝없이 이어지는 기분? 어느새, 나도 이 곳 생활에 익숙해졌구나.

Day 16 -
  떠날 때가 되었다. 어제는 그저 지루해서 잠으로 하루를 지샜는데, 이번에는 꽤 여러가지 일을 하였다. 눈사람도 만들어 보고, 북극광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일로 인해 나름 바빴던 하루였으나, 15 일에 몇 가지 일을 분담했다면 그렇게 바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다음 경비 일은 레세이나가 맡게 되었다. 그 추운 날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