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지의 항구 도시에 머물렀을 때의 일이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잠시 밖에 나가 해안에 머무르고 있을 즈음, 이미 날은 어두워져 밤하늘의 별들이 가득 보이고 있었다. 그 해안의 둥근 자갈밭을 한참 걸어가려 하니,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모래 같은 모습을 드러내며, 조용히 하늘과 바다가 이루는 하나의 무한히 이어진 선을 이루는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하니, 예전에 언젠가 보았을 그 동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자그마한 별에 관한 동화.
기억나는 바로는 자그마한 별의 요정이 어느 날 우연히 시들어 가고 있는 섬의 꽃들을 불쌍히 여기며, 하늘에서 내려와 꽃들을 보살피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꽃들을 간호하다가 시간이 늦어 하늘로 돌아가지 못할 때가 있었다는데, 그 이후로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1)
그 이야기를 상기한 참에 무작정 건너편에 보이는 섬으로 나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바로 작은 배를 띄워서 자그마한 바위섬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때는 다행히도 바다가 고요한 때라서 자그마한 배는 별 탈 없이 섬에 이를 수 있었고, 이윽고 나는 배를 섬에 갖다 대고는 바로 섬 가장자리의 절벽을 타고 오르며, 그 꼭대기 위에 이르려 하였다.
그렇게 올라간 섬의 지표면 위에는 이미 예상한 바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에서처럼 바위섬 위에는 꽃이 피어나지 않았다. 하기사, 이야기 중에서도 바위섬 위에 꽃이 피어나는 일은 기적이라고 칭해지기도 하니까.
조용히 바위섬 위에 앉아있으면서 가만히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항구의 거리, 그 지상으로 내려온 별빛들이 반짝이는 화려한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똑같이 지상으로 내려온 별이라는 점에서는 같겠지만, 이야기 속의 하늘에서 내려온 별과 지금 눈앞에 보이는 별들이 전하는 느낌 자체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어도, 분명 이들의 특성에 기인하고 있을 것임은 분명했다.
'화려하고, 또 사람 기운이 느껴지니, 쓸쓸하지는 않아. 그래서 즐거워.'
해안의 거리에 있으면서 여러모로 흥겨운 시간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한없이 즐거웠다고 해야 할까. 적어도 심심하지 않을 수 있는 순간들이 무척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점에서 지금도 그 여행에는 아쉬움은 없다. 다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허전해, 바다에 있으면서 느낄 수 있는 뭔가가, 느껴지지 않아.'
그랬다, 워낙 인간다운 흥겨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보니, 정작 자연적인 분위기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 차라리 외롭고 쓸쓸한 곳이라도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에서 밤을 맞이하였다면 더욱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은근슬쩍 들기도 했다.
이번에는 밤중에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은 없었는지, "잡았다!" 라고 외치는 목소리 같은 것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험난한데다가 자그마한 섬이다보니, 밀물이 밀려오면 위험할 수도 있어서였던 탓일까.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의외의 일로 여기어지기나 했을 뿐.
바위섬과 관련된 별의 전설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배에 오르려 하였으나, 어느새 바람이 육지에서 세차게 한 번 불어온 탓인지 탔을 때 보였던 나무 배는 어느덧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바닷물을 헤엄쳐서 해안까지 건너와야 했다. 이후, 목욕을 통해 바닷물의 소금기를 제거해야 했음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한 동안 시장 거리의 여전히 이어지는 즐거운 풍경 속에 있으면서 즐길만한 것들은 다 즐겨본 이후에 조용히 숙소로 이용하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나는 아침 일찍 인적이 드문 해안가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었다.
(1) 그 결말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이야기는 바닷물의 깊은 곳이 왜 오히려 밝아 보이는지에 대한 것으로서, 자연적 현상의 유래를 알리는 일종의 '신화' 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는 이야기였던 것. 이야기 전문을 다 읽으며 바로 수긍할 수 있었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비극적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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