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안(Adian) 을 집으로 무작정 불러와서는 잡아온 삼치를 구워서 같이 먹었다. 생선 두 마리를 구워서 반 토막씩을 낸 이후에 반 마리씩의 분량을 먹었을 뿐이었으나, 그래도 청포도로 만든 즙을 잔에 따르고, 음식에 백채와 과일로 샐러드를 만들어 곁들이니 그나마 식사 분위기가 났다. 삼치가 다소 기름지기는 하나, 그만큼 살의 맛이 좋아서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낚시를 통해 잡아온 두 마리 삼치는 한 마리씩 각각 다른 기법으로 요리를 했으며, 이는 일전에 들어서 알고 있던 조리법을 참고로 했다, 그 조리법을 실제로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도 칭할 수 있다.
두 조리법을 사용하기 위해 각각 다른 프라이팬을 사용하였으며, 하나는 그 위에 내가 어느 선원으로부터 받아 보관해 오던 투명하고 독한 술을 뿌렸고, 다른 프라이팬에는 기름을 바닥 가득히 뿌려 놓았다. 그리고 술이 바닥에 뿌려진 프라이팬에 한 마리씩 손질한 삼치를 넣어서 그 프라이팬에 불꽃이 잠시 피어오르도록 하였다. 술이 열기에 의해 타기 시작하면서 그로 인해 한꺼번에 불이 타오르도록 하기 위한 일로서, 그 술의 성분을 통해 고기의 잡 냄새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 그 조리법의 특징이라면 특징.
그러는 동안 다른 프라이팬에 조리할 삼치를 밀가루로 뒤덮은 후에 기름이 가득한 프라이팬에 그것을 넣어 굽기 시작하여, 그것을 고열로 굽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구워지기 시작하자마자 삼치는 바로 갈색을 띠기 시작하며, 겉 부분부터 점차 바삭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불을 일으키며 굽는 쪽을 먼저 끝냈다. 아무래도 고열로 계속 구이를 하다 보면 삼치가 탈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겉 부분만 갈색으로 익히는 수준으로 끝내고, 바로 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은박지로 삼치를 싸서 그 열기를 이용해 계속 익히면서 속을 천천히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석쇠 위에 삼치를 올려놓고 은박지에 싸서 익히는 과정을 마친 후에, 남은 삼치 역시 냄비에서 꺼내면서 미리 만들어 두었던 하얀 소스를 그 위에 얹었다. 기름에 마늘을 볶고, 여기에 녹인 치즈와 크림을 섞어서 하얗게 만든 소스의 일종이 그것.
그렇게 두 종류의 구이를 마련한 이후, 나는 각각의 방식으로 만든 삼치를 둘 씩 나누어 접시에 놓고, 샐러드를 곁들였으며, 여기에 청포도 즙이 채워진 잔을 하나씩 올려놓는데, 아디안이 오기 전에 모든 과정을 끝내야 했던지라 그 모든 과정을 다급히 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그 사정을 모르는 아디안은 나름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 준비 과정이야 어쨌든, 그저 평소와는 다른 생선 구이를 나와 함께 먹고 싶었던 모양.
식사를 하면서 아디안은 우연히 이전에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우연히 만났던 어떤 평범한 남성을 만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에서 아디안은 본래는 여러 방향으로 나름 크다면 크다고 말할 수 있는 꿈을 가졌던 그 남성으로부터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었음을 밝히고서 그에 대한 언급을 하나씩 풀어 가고 있었다.
그 남자가 시도하려 하였던 일들. 그 일들 중에는 실제로 거대한 기계 인형을 움직이기 위한 시도를 하거나, 아니면 거대한 게임 판을 만들어 그 게임 판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구상도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를 구상해, 그 서사시를 책으로 내놓겠다는 생각 역시 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자신이 구상하고 있던 게임 판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도 했던 모양.
그러나, 아디안이 그 남자를 만났을 무렵, 그 남자는 그렇게 자신이 구상하였던 일들 중에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에 대해 아디안은 하지 않기보다는 하지 못한다고 보는 편이 옳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 쉬운 말로 '하나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바탕에 깔린 사람들이 만들어 간 구조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하고, 그 삶을 위해 자신이 구상하였던 그 모든 것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한다.
"왜 다른 길을 선택하지 못하셨대? 다른 길을 선택하면 따르는 반대 급부로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기라도......."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디안은 바로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그 남자가 자신의 이상을 끝내 자신의 마음 속에만 두게 된 사연에 관한 언급을 바로 드러내었다.
"배우자를 만날 수도 없고, 아이도 볼 수 없고, 심지어는 자기 집도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대. 한 때는 그 분 역시 그런 삶을 각오하며 살아가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그에 대한 용기 혹은 만용을 더 이상 마음 속에 품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
그리고서 아디안은 삼치 구이를 먹다 말고, 사뭇 진지해진 목소리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
"나야 뭐, 기본적인 사항을 제외하면 문명의 산물들을 굳이 접해야할 필요 같은 것은 없잖아, 그래서 그러한 '구조' 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지. 하지만 그 분께서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문명과 분명히 관련되어 있고, 문명 속에서의 생활 영위, 전제 조건이 문명 속에서 구축된 세상의 구조에 속하는 것이라면 이상을 선택해, 평범한 삶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평범한 삶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는 대신에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고 여길 수도 있을 거야."
이후, 자신이 품은 이상에 대한 생각을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을 쉽게 행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하고서 그런 그 남자를 탓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말을 이어서 전하였다.
내가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그 '평범해진' 남성과 같이 나름 크다면 클 수 있는 이상을 가졌으나, 이를 실현하지 못하였음에 대해 삶의 실패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이루고자 한 것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이 가지는 구조의 저변을 맴돌고 있을 뿐으로 간주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남자가 속한 곳처럼 분명 유난히 특별한 재능을 가지지 않는 한, '유별나다고' 여기어지는 일로는 세상이 가지는 구조의 중심에 있기는 어렵고, 그러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구조의 저변조차도 아닌 국외된 구역에 있도록 되어 있는 세상이 존재하며, 그 국외된 구역에 머무르고 있다 보면 평범한 삶을 통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할 수도 있는 환경 하에서 이상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면,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 것인지에 대한 고려 정도는 해 볼 필요가 있으리라고 생각을 한다.
또한, 그런 세상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반드시 이상을 가졌다가 그 이상을 실현하지 못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때가 있다면, 혹시라도 그런 사람들을 무능하다고 여기는 생각 하에 그를 바라보는 일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특별한 일을 시도했으면 그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남다른 삶을 시도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그의 삶은 가치가 있다고 여기며, 그 사람에 대한 위로 또는 격려를 하는 것은 어떠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