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의 마야라(Majara) 라는 이름의 대륙 동부에는 바라스(Varas) 라는 이름의 지역이 자리잡고 있다. 위치 상 계절의 구분이 없고, 항상 더운 날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곳으로써, 겨울에 여행을 가면 어느 순간부터는 외투를 벗어야 하는 곳이다. 마야라 대륙에서는 가장 넓은 구역이기는 하나, 거대한 열대 밀림이 대부분을 차지해,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대개 해안의 연안 지대에 집중되어 있다. 해안과 근방의 섬 모두 고유의 식물들과 아름다운 해안이 자리잡고 있어서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섬들 중에는 아바라나(Abarana) 라는 이름의 섬이 있고, 그 섬의 사람들 중에는 근방의 외지인들에게도 유명한 과실을 집 근처에 세워두고 재배하는 이들도 많이 있었다. 아사이(Asai), 그리고 과라나(Guarana) 라 칭해지는 과일로서, 실제로는 독한 맛을 내는 성분도 포함되어 있어서 상큼하면서 독한 특유의 묘한 맛이 나고는 하는데, 그 기묘한 맛에 이끌려 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과라나 과즙은 라넬리스 여행을 갔다가, 그 남쪽 근방의 섬인 예즈룬(Jezrun) 이라는 섬에 이르렀을 때, 붉은색을 띠는 과라나 즙이 담긴 병을 얻었고, 그것을 통해 마신 적이 있기는 있었다. 새콤달콤한 맛에 특유의 독한 맛이 가해져, 어렸을 당시에는 먹을 수는 있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즙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런 과라나 과즙을 마야라 대륙의 사람들은 기운 내서 일해야 할 때, 한 잔씩 마신다고 한다.
아사이는 그 과라나와 큰 차이가 없기는 해도, 더욱 독한 맛을 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페(Kaffe) 의 원액인 양, 아주 쓰거나 하지는 않고, 적당히 새콤달콤한 맛을 내며, 또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기에 식사 대용으로 대량을 갈아 소르베(Sorbet) 의 형태로 만들어 먹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또 먹으면서 한 가지 떠오른 생각이 있었으니, 그 아사이 소르베처럼 내가 사는 곳 일대의 과실을 수집해서는 그것을 이용해 소르베로 만들어 먹어보자는 것이었다, 아사이 소르베처럼, 각종 과일을 얹거나, 아니면 땅콩 혹은 연유를 얹어서-그러다가 땅콩을 얹는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왠지 땅콩과 과육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그 생각을 금방이라도 잊어버릴세라, 바로 이전에 포도 농장에 남겨졌던 얼어버린 포도 알들을 있는 대로 따와서는 전부 갈아 과육을 잔 안에 넣어두고 그 위에 일전에 만들어 두었던 연유를 끼얹어서 먹어 보았다. 시큼할 정도의 새콤함과 포도즙의 달콤함 그리고 연유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는 달콤함을 이를 통해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같은 마을에 사는 리란(Lyran) 이 찾아와서는 하는 일 없느냐고 묻더니, 바로 문 밖으로 나갔다가 곧바로 상자를 가져와서는 그 상자를 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마야라 대륙을 오가며, 가져온 물건들이라며, 열어 보는데, 그 안에는 다름 아닌 아사이 열매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실은 아래 층에 망고가 쌓여 있었으며, 이는 특별히 허락을 받으면서 따온 것이라고-.
"같이 나눠 먹자, 혼자 먹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래."
"그러게 왜 그렇게 많이 가져왔어." 나눠 먹자는 리란의 제안에 나는 너무 많이 가져온 것 아니냐고 그에게 물음을 건네고서 자신이 가공할 테니, 기다리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리란과 함께 그 아사이 열매로 소르베를 만들어서 연유를 위에 얹어 먹게 되었다.
"이거, 며칠에 걸쳐 먹을 수 있을까."
"혼자 먹으려면 한 달 즈음은 걸리겠지."
그가 상자 안에 쌓아 둔 아사이 열매의 수는 대략 90 개. 소르베 하나 만드는 데에 3 개 들인다 해도, 한 달 분량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과 함께 먹는다면 보름 정도에 끝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먹는 사람의 식성에 따라 달린 일이다. 아무튼, 그 이후로는 사람들을 자주 초대하기로 했다, 일단 아사이 열매를 소비해야 하니까.
"다시 극야 기간이야, 이제 올해도 이제 한 달 정도 남았지?"
"응, 슬슬 올해에 있었던 일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할 텐데."
그리고 잠시 동안 나와 리란은 서로 마주보며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492 년 한 해 동안 특별히 한 일이 없기 때문일까, 그저 그렇게 침묵을 이어가니, 서로 어색해져서 그 때문에 결국 한 마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뭔가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결국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 화산 구경이라도 갈까. 요즘 라넬리스 동부의 섬에서는 화산 폭발로 장관이 이루어진다던데."
그리고 그렇게 라넬리스 동부의 섬 지대에서 화산 구경이라도 가자고 제안을 하고 있었다.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심심하게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