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자주 들르던 어느 상점의 주인이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 목적지는 라르니온의 북부 해안 지대에 위치한 무니세(Munise). 그리하여 그 주인의 동생이 가게 주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상점 주인이었던 사람은 새 직업을 마련하게 되었는데, 그 직장이 무니세에 있어서 내가 사는 곳인 레미아를 오가려면 배를 타고 가야 하는 특성 상, 무니세에 새 거주지를 마련하게 된 것이었다. 다소 아쉬운 일이기는 하였으나, 새 직장을 얻기 위해 나섰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다.
그가 오랫동안 이어가던 가게 일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얻게 되었음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기는 있었다. 이전부터 하고 싶던 일이 있어서 그러하기도 했지만, 실은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레미아의 마을 중앙 구역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던 기계 장치로, 액체 연료를 태우는 방식으로 열을 내는 난로가 있었다. 그 난로는 관리를 맡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항상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정기적으로 오는 쉬는 기간을 맞이해, 일을 쉬고 있기에, 때마침 난로가 고장이 났을 때, 이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상점 주인이 수리를 자청한 것이었다.
그 상점 주인의 수리 대행 때, 나 역시 곁에 있었다. 왜 그가 수리 대행에 나섰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맡게 된 난로의 수리가 그의 생각보다 만만한 일은 아니었음은 분명했으니, 30 여분 동안 계속 난로 장치 앞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생각 외로 어려운 일이지요, 이 일이?"
"그렇기는 하다만, 이제 막 본격적인 수리를 하고 있으니까,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답답해하면서도 참으며, 지켜보다가 30 여분 간, 수리에 진척이 전혀 없자, 이를 어찌하지 못한 채, 그에게 물음을 건네자, 그는 답으로써 이제 막 수리를 시작했으니, 기다릴 필요가 없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이에 나는 계속 참으며 30 분은 더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본래는 다른 말없이 바로 그를 밖으로 보내려 하였으나, 그렇게 말을 했으니, 더 기다려 보기로 한 것.
그렇게 줄곧 수리를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며, 나는 어떻게 일을 그가 행하고 있는지를 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난로의 기계 동력원을 직접 건드리고 있었는데, 이는 잘못 건드려 폭주할 경우, 대형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었기에 신중하게 다루어야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주인이었던 사람은 무모하게 장치를 다루었다가 결국 장치에서부터 섬광이 방출되더니 그와 함께 연기가 근처에 있던 나까지 덮쳐 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고, 결국 그 연기를 그 자리에서 뒤집어쓰게 되었으며,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는 현상까지 느껴야 했다. 다행히도 기침을 거듭하다 보니,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어서 위험한 사태까지는 면할 수 있었다.
그 사고로 인해 난로는 폭파되었으며, 그로 인해 그 가게 주인은 책임을 피하지 못하고, 레미아보다도 더욱 추운 무니세라는 곳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 당시, 호외에서는 사고로 인해 나까지 피해를 입고, 분노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많이 화가 났던 것은 사실이지만-죽을 뻔했으니-, 격노를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니, 오랫동안 가게 일을 돌본 사람인데, 그에게 어떻게 많이 화를 낼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한 번 무모한 시도를 행하다가 실수를 벌였을 뿐이었는데, 이를 두고 사실상 레미아에서 쫓겨난 일에 대해서는 뭔가 못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이를 계기로 그 가게 주인이었던 사람이 새로운 터전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였던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으니, 그 일이 잘 된다면 오히려 화가 복이 되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로 일을 시작하게 된 만큼, 앞으로 어찌될지는 아직 알 수 없기는 하나, 적어도 불운까지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밖에 나가니, 비둘기 한 마리가 나에게 날아와서는 편지를 떨어뜨렸다, 나에게서 온 편지로 가게 주인이 나에게 보낸 것이었다. 편지가 들어있을 그 봉투를 두 손으로 받아들자마자 나는 이를 급히 열어 보았다, 간만에 연락을 하는 그가 나에게 무엇을 보냈는지에 대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봉투 안에는 미안하다는 문구가 적힌 편지문과 함께 지폐 몇 장이 들어 있었다. 그 지폐들을 보자마자 나는 지폐의 금액을 한 장씩 전부 세어보았고, 그러면서 금액은 그 사건으로 인해 내가 물어야 했던 난로 수리비와 치료비의 금액과 거의 정확히 일치했음을 알 수 있었다. 쫓겨나면서 나에게 말을 전하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그 역시 사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그 보상금을 관련된 돈을 지불해야 했던 나에게 주려 하였던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주실 필요는 없는데........"
고맙기는 했지만, 그래도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편지와 돈을 든 채,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