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비교적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로부터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의 낮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때마침, 이 지역 역시 백야 현상이 다시 일어나고 있었으니, 확실히 북반구에서 겨울이라 칭해지는 시기는 지났다고 봐도 무방해 보였다.
최근 들어 라르니온 북부 지역의 비교적 남쪽에 해당되는 곳에서는 나름 작은 농원을 꾸며서, 그 농원에서부터 작은 과일도 재배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나마 따뜻한 곳에서 작은 산딸기나 포도 정도는 자급자족할 수 있기 위한 일로, 과일 등을 기후의 사정 상, 남방 지역에서 들여오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일이었다. 지난 해의 포도에 이어, 딸기는 이번 해에 새로이 시도되는 것이다.
"시큼한 산딸기들만 열리는 것 아니에요?"
그렇게 새로이 마련된 산딸기 밭을 바라보며, 내가 건네는 물음에 새 밭을 개간한 보리스(Boris) 가 매우 큰 희망을 품은 목소리를 내면서 이번 해에는 산딸기까지 좋은 수확을 기대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기사, 그러할 만도 한 것이, 지난 해에 보리스는 같은 지역에서 청포도를 재배, 겨울이 시작한 이후, 본격적으로 눈이 오기 시작하는 11 월 즈음에 포도를 수확, 언 포도를 이용해 진한 과즙을 만들어 이를 라르니온 일대의 시장에 내다 팔았고, 그러면서 상당한 이득을 챙긴 바 있었다.
"그래도 포도와 딸기가 똑같을 수 있나요."
"같을 수는 없지, 하지만 비슷할 수는 있지 않겠나."
이후, 내가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다시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보리스는 여전히 자신의 기대를 버리지 않은 듯한 목소리를 내며 희망적인 전망을 드러내는 답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재배하거나 하지는 않으니, 그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는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나에게 이어서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왕 찾아온 김에 내가 일전에 마련해 둔 산딸기 과즙이 있는데, 한 잔 마시지 않겠나?"
그리고서 보리스는 산딸기 즙을 마련해 두었음을 밝히고서 한 잔 마실 것을 나에게 권유하는 목소리를 내었고, 이에 나는 달리 거절할 수 없다는 생각에 보리스를 따라 그의 집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보리스는 처음에는 집을 대신해 집 근처의 창고로 나아갔다.
과일즙을 담은 통에 연결된 관과 이어진 꼭지를 통해 희끄무레한 포도즙을 잔에 받고서는 이를 바로 마셨다. 추운 곳에서 재배된 탓인지 다소 시큼하기는 해도, 그로 인해 목마름을 바로 해소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포도즙은 창고 내부만큼이나 시원했는데, 아직 날씨가 추움에도 불구하고 그 시원함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암만 날씨가 춥더라도, 과즙을 데워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 창고를 포도즙의 경우처럼, 산딸기 즙으로 채우시고 싶으신가 봐요."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럴 생각은 없다네."
이에 보리스는 내가 밝힌 전망에 대해 그럴 생각은 없다고 바로 반문을 하고서, 그 대신 산딸기를 재배한 이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음을 밝히고서, 그 일을 할 예정이라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일은 산딸기를 이용해 설탕조림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산딸기 과육을 이용해 설탕조림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그래, 그래, 포도를 이용한 설탕조림 과자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요, 산딸기 과육을 조려서 이를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올해의 진짜 목표라면 목표지, 허허."
그리고서 보리스는 당장에는 자신을 비웃을지는 모르겠으나, 두고보라고 말하고서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멋지게 이룩해, 자신을 비롯한 그 동안 걱정만을 이어갔던 모든 이들에게 그 성과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자신의 다짐에 관한 언급을 하고서는 바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하였다.
"똑바로 지켜보거라,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 낼테니 말일세, 하하하!!!"
올해 들어, 유난히 자신의 일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482 년에 각자의 일이 너무 잘 되었고, 그래서 이번 해 역시 좋은 성과를 이룩할 것임이 분명하기에 그러한 것일까. 그러고 보니, 지난 주에는 철갑상어를 잡아 알을 짜내어, 그 알을 병조림에 넣어, 시장에 내놓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 그로부터 이번 해에도 풍작이 될 것임을 기대하고, 시장에 내놓을 병조림 수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었으니, 보리스 아저씨를 만나면서 그 아저씨를 만났던 기억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다소 우려가 되기는 하나, 그래도 그들의 농사가 흉작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농사가 흉작이 되면 당장에 가까이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식량도 없어짐을 의미해, 삶이 다소 불편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각종 농작물들의 재배 성과가 나오고, 가까운 시장에서 그 농작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되다보니, 빵과 단풍액만으로는 다음해 겨울나기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