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고 본격적으로 밤이 없어진 나날에 적응해 나아가는 동안, 소식이 하나 나에게 왔다. 이전에 친하게 지내다가, 사정으로 인해 라르니온으로 갔던 친구가 집으로 온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본 즉, 지난 6 일부터 잇달아 휴일이기에, 그 덕분으로 집을 들를 기회가 생겼다고.
그가 집으로 오자마자 나는 바로 그를 환영해 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 기회를 자주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를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 주려 한 것이었다. 우선 레미아로 올 때까지 식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식사 거리를 마련해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바로 아침 식사 대접부터 해 주기 시작하였다.
"언제 라르니온에서부터 출발한 거야?"
"4 시 즈음." 그 물음에 친구는 바로 그렇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당시는 백야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그래서 백야에 적응을 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인지, 낮잠을 잘 때처럼 그렇게 오래 잠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난 김에 바로 채비를 갖추고 출발, 그리하여 레미아로 아침 일찍 도착할 수 있었던 모양.
"역시, 백야 현상 때문이었구나."
그러한 이유를 나는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나도 그 날은 일찍 잠들었다가 2 시 즈음에 일어났기 때문으로, 태양이 저물지 않는 밤 중에 깊이 잠드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 날은 일찍 일어나면서 잠 기운도 거의 달아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 계속 잠이 찾아오고는 해서, 하루 보내기가 어지간히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하겠어, 극야 시기가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적응해야지, 뭐."
내가 건네는 말에 그러하다고 답을 한 이후에 그래도 어찌할 도리가 있겠냐고 말한 이후에 적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뒤이어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나는 이미 백야에 적응해 가고 있었고, 그래서 생활 형태도 조금씩 평상시대로 돌아가려 하고 있기는 하다.
식사 대접은 나름 잘 해 주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내 뜻대로 잘 되는 것만은 아니라서 식재료가 별로 없었다. 지난 가을에 마련한 단풍액은 이미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있었으며, 과일도 이제 거의 없어 대접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난 봄에 마련한 밀가루로 만든 빵과 그 빵에 발라먹을 수 있는 부티에르(Butier) 그리고 설탕조림한 과실을 갈아만든 것 정도에 불과했다. 아, 훈제 연어나 청어 조각도 있기는 했다.
빵을 구워서 부티에르를 얇게 바른 이후에 훈제 청어 조각을 올린 후에 한 장의 빵을 또 마련해서 그 위에 올려, 빵 사이에 청어 조각이 끼워진 형태의 음식을 만든 이후에 바로 그 음식을 그에게 대접해 주었고, 이에 친구는 별 다른 불만 없이 빵과 청어 조각을 먹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나는 설탕 조림된 흑포도를 이용해 만든 것을 빵 위에 발라서 하나씩 나누어 먹었고, 그렇게 나름 성대하게 대접해 주려 하였던 아침 식사는 그렇게 간단히 끝나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부터, 친구는 평소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보내려 하였다. 다만, 근래 들어 일거리가 많아진 탓인지, 집에까지 문서를 가져와서는 이를 살펴보고 있었고, 그러면서 무언가 생각에 골몰하는 듯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놀러 왔잖아, 조금은 편하게 있어도 돼."
그런 그를 보며, 나름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그 친구에게 편하게 있어달라고 부탁을 하였지만, 그 친구는 워낙에 급한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나와 함께 장기를 두려 하는 것을 보면, 그런 부탁에 대해 아주 둔감하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대충 일을 마친 이후에는 여전히 새하얀 빙원으로 가서 얼음판을 깨고 낚시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미끼로는 새우를 가져왔으며-손바닥 크기 만한 찐 새우로서, 사람이 구워서 먹을 수도 있다. 상당히 큰 물고기를 노리기 위한 물건-, 그 새우를 바늘에 끼워 그 미끼에 낚이는 이가 있기를 기다렸다. 낚시하러 왔다가, 새우만 먹고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제법 큰 물고기들이 낚여서 이를 통해 점심거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간만에 낚시를 하니까, 기분은 무척 좋은가 보네."
"그렇지, 이렇게 큰 물고기가 낚이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니까."
먹을 거리도 먹을 거리였지만, 그 큰 물고기가 들어올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직접 들어올렸던 나뿐만이 아니라 그 친구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내가 이전 때와 변함 없이 한 마리씩 큰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모습을 보며, 이전에 품고 있었던 헤어졌을 때와는 부정적인 의미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에 대한 걱정이 해소되어서 그렇다고 그러한 자신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그럭저럭 보내고서, 친구는 다음날인 오늘, 9 일에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 이후에는 레미아에서 가장 친했던 이를 만날 예정이라는데, 7 월 즈음, 그것도 20 일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을 드러내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한 번씩은 연락해서 그 때마다 서로의 사정을 묻기로 했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그 기억나는 대로 일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조금 걱정되는 감이 있다. 근래 들어, 한 번씩은 기억했던 일을 잊어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하니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