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비구름이 하늘 위를 돌아다니고 있으면서 장난을 치기라도 하는지, 날씨가 맑았다가 흐리기를 반복하며,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변덕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하늘이 맑은 적은 근래 들어 거의 없었다.
  이런 주말을 맞이하면서 나는 이것저것 해야할 일이 적지 않은 와중에 시간을 내어 해안으로 나아가 그 해안에 자리를 잡고, 그 자리에 누웠다. 잠시나마 하던 일을 잊고, 휴식을 취하면서 편히 마음을 가져보기 위한 일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보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바다에 이른 것이었다.
  그러는 도중에 나의 곁으로 타나샤(Tanasha) 가 와 주었다. 해안가에서 물고기 사냥을 나서기 위해 준비하다가 나를 발견하고서, 잠시 대화라도 할 생각으로 여기에 온 모양.
  "여기로는 무슨 일이야?"
  "사냥을 하기 위해 왔지, 그러다가 라마라 언니를 발견하고서, 이전에 알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언니에게 들려주고 싶고, 또 언니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언니 곁에 이르게 된 거야. 언니도 근래 들어 흥미로울 만한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는 갖고 있지 않은데, 지금까지."
  그가 하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무슨 이야기이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라 칭하는지 그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고 말하였다. 그러는 동안 타나샤는 나의 바로 우측에 앉아서 창을 오른손에 쥔 채, 창의 뒤쪽 끝을 모래밭에 박아두고 있었다.

  이야기인 즉, 얼마 전에 이상한 연극을 관람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대 시절에 상연되었다는 것으로서, 근래에 아르나이 남부 일대에서 발굴된 유적에 대본이 있어서, 그 대본을 통해 전승된 것이라고-대본의 원형은 석판에 기록되어 있었으나, 고대 유물로서의 가치는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 알게 되었다-. 쉽게 발굴된 대본이기에 널리 알려졌을 것이라고, 타나샤는 그 연극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다.
  반드시 실내 극으로만 상연되어야 함이 그 전제였다고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 대해 의아해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할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추정을 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달리 말을 하지 않는 채, 연극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에 대해 더 들어보려 하였다.
  연극 자체는 그렇게 드물지 않은 형태의 가정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 일가가 다른 일가의 번영을 시기하고, 급기야 그 시기를 어찌하지 못해, 다른 일가를 무장을 갖추고 습격하기 위해 시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고전이라고 해서 다 훌륭한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
  "널리 알려졌다는 게, 설마, 쉽게 상연이 가능했다는 것은 아니겠지?"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러다가 갑자기 연극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실에 매달린 채로' 하늘에서 하얀 옷을 입은 권위적인 모습의 남자가 내려왔다. 그 남자는 그 시대에 사람들이 받들었을 신적인 존재에 해당되었던 이로서, 그 신의 모습을 보자마자 습격을 행한 일가와 습격을 저지하려던 일가 모두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신의 모습에 모두 경배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뭐야, 그렇게 연극을 이어가는 것이 어디 있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황당하다고 여기며, 그렇게 말을 건네었고, 타나샤는 그 답으로써 확실히 근래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신은 모두에게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사건을 해결하라 명령을 내린 이후에 사라졌고, 그 이후에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서는 마치 무언가에 홀렸다가 다시 깨어난 사람처럼 칼을 든 채, 주변 일대를 두리번거리다가, 칼을 내려놓고, 또 다른 상황을 만들기 시작했지."
  그리고서 두 집안은 서로 화해한 이후에 공존을 통해 서로 번영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말이었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더니, 황당한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하지만 타나샤를 그에 대해 책망하지 않고, 바로 관객이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타나샤는 바로 몇 명이 있었는지를 알려 주었다.
  "내 옆에 고고학자 한 분이 계셨어, 그게 전부야."
  그리고서 고고학자로부터 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 고대 시대에는 그렇게 '신의 뜻을 받들며 선한 삶을 살라' 는 교훈을 전해주는 이야기가 연극으로 많이 상연되고 있었다고 하며, 마지막에는 상황이 갈대로 가다가, 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형태의 이야기는 그래서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분위기의 연극은 없었어? 너무 이상하잖아."
  "그 당시 사람들은 이를 두고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대. 무슨 일이든, 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사람들 사이에 있었고, 그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다른 생각은 상상할 수도 없었으리라는 것이지."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곧바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혹시라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연극을 만들거나 하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어, 예를 들면 신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방식이 아닌 다른 형태의 이야기를 만들거나 한 사람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기라도 한다, 라는 지에 대해."
  "그런 일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타나샤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을 하였다. 다만, 자신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하나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하는 시대가 이어지다 보면, 그 권위에 복종하고 의존하는 것에 사람들이 어느새 익숙해져서 '절대적인 힘' 이 세상 모든 일을 해결하리라는 생각도 아무렇지 않게 나오게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