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고, 한창 더울 때인 만큼, 무언가 시원하다고 여기어질만한 곳을 찾고 싶었다. 평소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시원했던 수풀 길을 찾고는 했었지만, 한창 더울 때가 되니, 수풀 안의 공기 자체가 뜨거워져, 별로 시원하지도 않게 되기도 했고, 여름이면 생각날 만한 곳을 처음 들른다 하더라도 일단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리사는 어디로 갈 거니?"
  이렇게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두고 있는데, 그 때 마침, 평소에도 가까이 지내는 파릴(Faril) 이 나의 집으로 찾아와서 어디로 여행을 갈 예정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음을 건네면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알았어, 여행을 떠날 생각을 갖고 있음을?"
  이라고 묻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애써 태연한 척 하기는 하였어도, 속으로는 꽤 놀라고 있었으니, 내가 혼자서 몰래 숲을 떠나, 멀리 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음을 들킨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그 마음이 조마조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건네는 물음에 파릴이 오히려 더 놀라며, 나에게 정말로 여행을 떠나려 하였던 것이냐고 물음을 건네면서 의외의 면을 갖고 있었음에 대해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그는 평상시에는 없던 고민을 이어가는 모습이 보통 일 같지 않아 보여,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가서는 혹시나 싶은 생각에 우선 여행을 떠나려 하는지에 대한 물음부터 건네려 하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냐고 물으면서도 그에 대해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뜻밖의 대답이 들려왔던 것.
  이후, 파릴은 여행을 떠날 것이면, 어디로 갈 것이냐고 나에게 바로 묻는 모습을 보였고, 그 물음에 내가 답으로써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나름 상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당시, 나는 이왕 여행을 간다면, 나는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기를 원했다. 이러한 여름 때에는 평상시에는 항상 초록색을 띠는 광경을 보게 되니, 파란색과 빨간색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려 하였던 것이었다.
  "파란색이면 물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고, 빨간색이면..... 혹시 화산 지대 아니니?"
  빨간색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파릴은 바로 소스라치게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화산 지대라는 위험한 곳에 가려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걱정이 되었을 것. 그런 그의 모습에 대해 나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정작 나는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는데, 파릴이 지나치게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음이 그 이유.
  "파란색을 띠는 광경을 보러 갈 거야."
  그 물음에 나는 바로 이렇게 답을 하고 있었다. 사실, 화산에 대한 언급은 그냥 해 보았을 뿐, 실제로는 바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런 나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파릴은 그제서야 안도를 하였는지, 바로 놀랐던 자신의 모습을 주체할 수 없는 듯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면, 파란색만 언급을 하지, 왜 굳이 빨간색까지 언급을 해서......."

  그렇게 해서, 나는 파란색을 띠는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바다가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바다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면 대륙의 동방 구역이겠지만, 나는 비교적 빨리 갔다 오고 싶은 생각에 서부의 루데스(Ludes) 제도를 택해, 섬들을 오가며 여행을 이어 나아갔다. 여행은 혼자서 하였으며, 다른 이들을 동행시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고, 이번에는 혼자서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루데스 일대의 해안 지대는 확실히 바다에서부터 바람이 자주 오갔기에 무척 시원한 편이었고, 그 당시에도 바다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있어 비교적 활발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그 광경을 보기만 하더라도 무척 즐거웠다. 하지만 역시 대륙 동부를 택해야 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던 것이, 대륙 동부 일대에는 바다 이외에도 구경 갈 만한 곳이 많이 있는 것과 반대로, 루데스는 그야말로 먹거리와 바다 이외에는 별로 즐길 만한 요소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여행을 한 것은 아니라서, 섬을 오가며, 섬의 역사를 상징하는 여러 명소들을 들를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고, 맑게 개인 하늘 아래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을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여러 명소들의 모습을 직접 감상하며 그에 대한 나름의 감상을 메모를 통해 남기기도 하였다.
  다만, 루데스는 밤중에 바다에 흩뿌려진 빛이 바다와 하늘을 꾸미는 모습이 장관이라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운 와중에 여러 섬을 오가며 오랫동안 발걸음을 이어갔던 탓인지, 18 시 즈음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지쳐서 잠들어 버렸고, 그 다음 날에는 아침 일찍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기에 그 광경만큼은 보지 못했다.

  다소 아쉽기는 해도, 이번 여행은 나름 보람찬 편이었고, 그 흥겨움을 잊지 못해, 또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였으나, 오늘이 지나면 여름 분위기도 슬슬 끝나가게 되는 만큼, 다른 곳을 들른다 하더라도 오늘만큼의 재미를 느끼지는 못할 것 같았다.
  다음 해가 되면, 더욱 좋은 곳으로 놀러가서, 이번 해의 여행과 같은 아쉬움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정말 다음 해에는 화산 섬으로 가서 화산 부근에서 용암이 솟아오르며, 주변 일대를 붉게 물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