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동거하는 이로부터 여행지로서 좋은 곳이라고 추천을 받아, 행성 남반구에 위치한 아자라트(Azarat) 라는 대륙에 위치하고 있는 인공 동굴에 들르게 되었다. 그 인공 동굴은 근래 들어 유명해진 곳으로서, 야생 포도를 재배해, 그 포도의 즙을 이용해 술을 만드는 곳이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술이라는 것을 마시지는 못하더라도, 그 동굴에서 어떻게 술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에 대한 흥미를 느끼며, 그 동굴을 찾으려 하였고, 그러면서 지난 여행의 행선지를 그 아자라트로 정하고서, 어떻게 여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행하기 시작했다.
  구상대로라면, 처음에는 바로 아자라트에 위치하고 있는 세카지아(Secasia) 산의 산길을 걸어, 그 정상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나르비에(Narbie) 사원을 둘러본 이후, 그 산길에서 내려오면서 그 동굴에 이를 예정이었다. 내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세카지아 산은 그 높이가 300 메타르 즈음에 이르며, 그 크기가 작으면서도 이런저런 명소가 많아, 한 번 둘러보기 좋은 곳이라 하였고, 그래서 아자라트 여행의 그 구체적인 행선지는 바로 세카지아 산이 되고 있었다. 명소가 많고, 또 시간 보낼만한 곳도 많아, 처음에는 아자라트에서 하룻밤 자고, 돌아올 것도 예상했다.

  그러나, 여행은 어느 순간에서부터 뭔가 잘못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아자라트에 들르기 직전, 그 경유지로서 방문했던 에이나르(Einar) 에서 행선지가 같은 동행인를 만날 수 있었으며, 그래서 그들의 도움을 통해 세카지아 산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만났던 이들 중에서 나이 많은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카지아 산은 무슨 이유로 가느냐고 묻고서, 그 곳에 대한 깊은 사연이라도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 할머니께서는 그러면서 세카지아 산은 본래, 특별히 가고 싶거나 하지 않으면 갈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 언급도 뒤이어 하고 있었다.

  인공 동굴에서의 여행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바를 경험하는 일인만큼,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갱도의 모습도 그 때 처음 보았고, 그 갱도 안에 비치된 수많은 나무 통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술을 담그기 위해, 나무 통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동안 그 모습을 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그 때가 되어서야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나무 통들은 흔히 책을 통해 알려진 대로, 참나무 재질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며, 각 통에는 수도관이 달려 있어서, 그 수도관을 통해 안의 내용물을 일부나마 꺼낼 수 있었다. 참나무 통에 액을 보관하는 것은 이런 부류의 명가들이 대개 행하는 것으로써, 그 동굴에서 술을 보관하는 이들은 그런 명가를 무작정 따라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으로 큰 나무 통을 마련해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었으며, 그 중에는 종이와 빛으로 불을 의사적으로 흉내낸 장치와 별이 가득한 하늘의 모습을 형상화한 천장의 장치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포도덩굴이 자라난 모습을 갖추고 있던 형상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이었으나, 정작 술을 담그는 모습만큼은 볼 수 없었으니,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장소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 기술을 바로 보여주게 된다면, 이를 통해 누군가가 제조 기술을 도용할 수 있으며, 이는 그 동굴을 운영하는 측에게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동굴에서 그 기술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다만, 그 제조 과정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기술된 곳이 있었으니, 그 과정에 따르면 우선 과실 압착을 통해 즙을 내고, 그 즙을 발효시킨 이후에 발효된 즙을 통 안에 넣어 통에서 발효액이 숙성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술이 만들어지는 모양으로, 이를 통해 동굴에서는 술과 식초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었다.

  동굴의 끝자락에 위치한 상점에서 동굴에 진입하기 위해 얻은 표를 교환해, 야생 포도즙을 받았다. 어두운 자주색을 띠는 즙은 다소의 싸늘함이 느껴질 정도였던 동굴 내부만큼이나 시원했다. 그 즙을 마시는 것으로써 나는 여행을 마치고, 곧바로 동굴 밖으로 나가서 다음 행선지를 찾아 나섰다.

  이후의 여행은 그렇게 대단치는 않았다. 정보와 달리 산은 그 규모가 컸으며, 각 명소 간의 간격이 실제로는 1000 메타르 이상이 되는 곳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나는 그 정보를 제공한 측에 대해 원망하면서 쿠르센(Kursen) 계곡을 들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아자라트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동굴 여행은 확실히 좋았으나, 다소 실망스러운 감도 있는 여행이기에, 돌아오면서 나는 바로 다음 행선지를 구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