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벼르고 있던 여행을 마쳤었다. 여행지는 몬다스 대륙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삼림 유적 도시인 '루샤드(Luchad)' 라는 곳으로서, 이전부터 여러 유적들이 모여있는 곳으로서 널리 알려진 바 있어서, 유적 탐사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던 곳이었다.
  여행은 12 시에 시작해, 밤늦게 돌아오기로 하면서 시작하여, 12 시에 소로에나를 떠나기 시작-12 시까지 해야할 일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에 일찍 출발할 예정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그 다음 날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함부로 다음 날에 여행을 떠나기는 어려웠다-, 13 시 즈음에 루샤드의 시가지에 도착했다.
  시가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길을 돌아다니면서 어디로 갈 것인지, 그 행선지부터 정하려 하는데, 북쪽 길을 잠시 걷고 있을 그 때, 한 무리의 언덕처럼 보이는 것들이 거대한 뜰 안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뜰은 동쪽의 한 곳에 대문이 있어서 그 대문을 통해 들어설 수 있었으며, 자그마한 언덕들 사이로 굽이진 길이 나 있어서 그 길을 따라 나아가면서 뜰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정문으로 추정되는 그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거대한 모습을 보이는 그 언덕들을 길을 따라 지나치면서 나무들과 언덕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언덕 위로는 초록빛 풀들이 자라나 있었으며, 그 풀들 사이로 자그마한 꽃들이 피어나 있기도 하였다.
  "이 언덕들은 언제 생성된 것인가요?"
  그렇게 길을 지나다가, 길 위에 머무르고 있던 어떤 노인의 모습을 보고, 그 노인이 현지인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에게 다가가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노인은 그 언덕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요지를 말하자면 그 언덕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는 언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허허, 서방에서 온 아이라서 그러한지, 잘 모르는구만. 그래, 잘 모르니, 언덕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구만. 하지만 실제 이것들은 언덕은 아니라네."
  "언덕이 아니라고요?" 이에 내가 놀라면서 물음을 건네자, 노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이는 채, 자세한 설명을 이어가려 하였다.

  언덕처럼 보이는 것들은 실제로는 무덤의 일종으로서, 묘실을 만들고, 그 위에 돌들을 덮은 이후에 그 돌을 또 두껍게 흙으로 덮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묘실부터 여타 나라의 묘실과 그 규모가 비슷한데다가, 돌무더기로 묘실을 덮고, 여기에 이들을 두껍게 덮을 정도로 쌓으니, 그 직경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것.
  다만, 고대 왕국에서는 묘실을 돌과 흙으로 덮을 때, 그 두께는 일정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하니, 무덤의 크기가 크면, 이는 곧, 묘실의 크기가 거대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물론 거대한 묘실을 일반적인 묘실만큼의 두께로 덮으려 하니, 더 많은 돌과 흙이 필요하기는 하다고.
  이렇게 흙에 돌이 두껍게 쌓여있다 보니, 묘실까지 접근하려면 최대 50 메타르는 파 내야 하며, 20 메타르에 이르도록 흙을 파 낸 이후에도 돌무더기를 파 내야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일반적인 삽으로는 그 돌들을 깎거나, 부수어내기는 정말 힘든 일이었고, 그래서 이웃나라들의 고분들과는 달리, 루샤드의 무덤들은 거의 도굴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무덤들은 고대 루샤드의 왕들을 위한 것으로서, 먼 옛 왕국의 왕들은 신과 같은 지위를 누리고 있었으며-고대 루샤드에서는 왕과 신을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신과 같은 존재인 왕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마지막 경의를 바친다하여, '궁전과도 같은 크고 화려한 무덤' 을 마지막 처소로서 사람들이 왕에게 바쳤다.
  우선 하나의 생활 공간처럼 넓게 방을 구성해, 묘실로 꾸미고, 그 묘실의 내벽에 여러 장신구들과 각종 생활 용품들을 넣어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식생활에 관련된 물품들은 일체 넣지 않았으니, 식료품 보급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부패 등으로 인해 지하 묘실의 상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고대 왕국에서는 사자들은 현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 하니, 음식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이런 전설은 아무래도 음식을 묘실로 들여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 보인다-.

  이러한 언덕 아니 무덤들 중 하나는 내부가 개조되어,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며, 이를 통해 그 내부 구조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무덤 이외에도 그 거대한 뜰에는 각종 대나무들이 무성히 자라나 구역과 화려한 가을 꽃이 피어난 꽃나무들이 있어서, 그 꽃나무들과 대나무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대나무들이 무성히 자라난 광경을 보면서, 문득 대나무 숲에다가 어느 관리가 왕의 귀가 길게 늘어난 귀에 대해 '왕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재현해 보겠다는 생각에 대나무 숲의 가장자리로 다가가, 이렇게 소리 높여 외쳤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하지만 이야기대로, 그 목소리가 대나무를 타고 퍼져 가지는 않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사람들이 길을 지나가는 광경이 뒤에 보였다. 혹시나 내가 소리지르는 광경을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내심 부끄러움을 깊이 느꼈다. 그러나, 사람들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 뜰의 관람을 마칠 무렵, 그 뜰의 정문에서부터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앞장서는 어른의 뒤를 따라 어린 소년, 소녀들이 길을 나서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이들이 학교에서 온 이들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어렸을 때, 그런 식으로 명소 관람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 이들을 지나치고서, 나는 곧바로 서쪽으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서쪽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유적지 관람을 위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