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 월 이맘 때 즈음이면 대륙 북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루데스(Rudes) 군도의 중심에 위치한 루데스 섬에서는 화려한 행사를 치르고는 한다. 섬과 그 주변 바다의 곳곳에 여러 형상을 이루는 종이 및 판자로 만들어진 형상을 띄우고, 밤에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보주가 빛을 발하도록 하여, 그 빛으로 인해 환하게 빛을 발하는 형상들이 어둠에 잠긴 지역 일대를 화려하게 꾸미도록 하는 행사.
  지난 몇 년 전부터 루데스 사람들이 섬의 도시가 건립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섬에서 추진해 오는 행사와 연관되는 행사로서, 그 행사 기간 중에 지역 곳곳에 이러한 형태의 등이 설치되어 사람들을 반긴다고 한다. 나도 그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화려한 광경을 많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이끌려, 그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인 루데스 섬을 찾은 것이었다.

  루데스 군도의 중심에 위치한 루데스 섬의 근방에 이를 때부터 바다 곳곳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형상들의 모습이 보이면서 나의 눈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 때는 아침이었고, 당연히 등이 빛을 발할 리가 없었기에, 그 모습은 판자로 이루어진 형형색색을 띠는 조형물일 따름이었다.
  형상의 소재는 다양했다. 동화 및 전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바다 속 왕국에 사는 이들의 모습 및 각종 꽃들의 형상으로부터 시작해서-물 위라서 그런지, 수련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각종 신화와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과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유명한 장소 및 상징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상들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름 장관이었다.
  "아가씨는 이 루데스로는 처음인가?"
  "예, 중앙의 섬으로는 이번에 처음 와 봐요."
  나도 루데스 인근의 해안 출신이기는 하나, 루데스에 실제로 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 대한 많은 호기심을 가졌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 번 즈음은 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대를 하고는 했었다. 그러다가 실제로 구경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방문했을 때, 실망스러운 면도 많았던 여타 여행지와 달리, 이번 여행지 같은 경우에는 그러할 필요가 없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바닷가의 그 형상들을 본 일만 하더라도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정말 화려한 모습을 보이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그렇고, 암 그렇고 말고. 분명 그러한 모습에 아가씨도 좋아할 게다, 내가 장담을 하지.,"
  이후, 내가 건네는 질문에 답을 해 주었던 배의 아저씨는 나에게 밤에는 내가 좋아할만한 화려한 모습이 펼쳐질 것이니, 그에 대해 기대하라는 의미를 전하는 듯한 답을 하였고, 그 답을 들으며, 나는 배에서 내려, 루데스 항구에 이르러, 도시의 중심으로 걸어 나아가려 하였다.
  행사의 영향인지, 루데스의 시가지 곳곳마다 수많은 조형물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들은 지상에 위치한 조형물들인 만큼, 접근해서 만질 수도 있었다. 등이 빛을 발할 때에는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지만-뜨거워 손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빛을 발하고 있을 리는 없으니, 바로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무의 모습을 본 뜬 조형물로 다가가, 그 이파리에 해당되는 부채꼴 모양의 부분에 손을 대었다.
  "종이처럼 얇게 만든 판으로 만든 형상 같네."
  그 실제 형상을 만져봤을 때의 느낌은 얇게 만들어진 유리판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 유리판을 다듬고 가공해서 하나의 형상을 만든다, 이러한 느낌이라 칭해도 될는지. 거리에 자리잡은 형상은 반 가량이 나무이지만, 이외에 루데스 섬의 옛 풍습과 관련된 소재들을 활용한 조형물 역시 거리의 중심 부분을 위주로 자리잡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가장자리에는 나무들이 서 있고, 그 안쪽에 민간 풍습을 소재로 한 조형물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이는 사람들이 안쪽의 시가지에 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여기저기 여행을 하면서 날이 어두워지고, 그와 함께 조형물 안의 물체가 빛을 발하면서 이들이 어둠을 비추는 화려한 형상이 되었다. 시가지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형형색색의 빛들이 평상시의 밤과 다른 화려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배를 타고 루데스에 이를 때, 만났던 아저씨의 말대로였다.
  여기에 야간 행사가 진행되면서 그와 함께 푸른 빛을 발하면서 꼬리 부분에 붉은 불꽃을 때때로 뿜어내는 연이 날아가는 가운데에, 종이로 만들어졌으며, 등불이 안에 자리잡고 있는 둥근 형상이 하늘로 띄워 올려지고 있었다. 근래 들어서부터 볼 수 있는 화려한 광경으로 그 빛을 바라보며, 한 동안 넋을 잃고 있은 적도 있었다.
  이런 화려한 광경을 실컷 구경하고 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앉지도 않은 채, 돌아다니기만 하고 있어서 발이 무척 아팠지만, 그렇게 발 아프게 돌아다닌 만큼의 보람은 있는 여행이었다. 다음 해에 구경 갈 수 있다면 다시 구경가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