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성야를 축복하는 노래가 울려 퍼질 때가 왔다. 요즘에는 매일 같이 저녁이 될 때마다 찻집을 들르고는 하는데, 자주 들르는 찻집에서는 안쪽의 음악당에서 성야와 관련된 여러 노래를 틈나는 대로 연주를 해 주기도 하였다-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제는 라지나(Lasina) 언니와 함께 찻집에 들러,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담소를 주고받았다. 나는 자주 마시던 바세르 카페(Wasser Kaffe) 를, 라지나 언니는 카페 밋 칸디밀히(Kaffe mit Qandimilch) 를 주문했었다. 평상시에는 달콤한 것을 즐겨 마시던 나였으나, 그 날은 찻집이 유난히 따뜻해, 오래 머무르고 있다가는 졸릴 것 같아, 졸음을 방지해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카페만 들은 음료를 마시려 했음이 그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넬라는 카페에 당액을 넣네."
  그 당시, 라지나 언니는 나에게 활짝 웃으면서 그렇게 말을 건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때, 나는 상기된 이유로 인해 카페 액에 물을 타서 연하게 만든 바세르 카페를 주문해 놓고, 그 안에 당액을 넣고 있었다. 암만 그래도, 달달한 맛을 찾으려 찻집을 들르는 내 성향은 어찌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 : 전에는 뭔가 독특한 것을 마시고는 했었는데.
라지나 : 독특한 것? 그게 무엇이었는데?
나 : 카페에다가 오랑쥬(Orange) 의 즙을 짜서 섞은 음료. 쓴맛과 새콤한 맛이 어우러지는 흥미로운 맛을 낸다고 누군가 말하길래, 주문해서 마셔 봤었어.
라지나 : 그래? 그래서, 맛은 어땠는데?

  라지나 언니가 그에 대해 흥미로워 하면서 물음을 건네자, 나는 바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하였다. 그 당시, 나는 그 음료에 대해 흥미를 느끼면서 당시 내가 들렀던 마녀의 거리, 어느 찻집에서 과자 몇 개와 함께 주문을 했었다. 그리고 과자 몇 개를 먼저 먹고 나서 마셨던 그 음료는 확실히 새콤한 맛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쓴맛이 너무 강해 꽤나 괴로워하며 마셔야 했었다.
  당시, 그 음료를 추천했던 이는 그 음료에 대해 쓴맛과 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개운한 맛의 음료라고 소개를 해서 그 맛을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와 너무도 달랐던 탓에 많이 당황했었고, 그래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 몇 년 전의 일로서, 지금도 기억하는 것 중 하나.

라지나 : 그랬었구나, 사넬라 입장에서는 꽤 당황스러웠겠네.
사넬라 : 하기사...... 개운한 맛이라 하니까, 나는 나에게 조금은 깔끔한 맛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독을 마신 듯한 느낌도 들었다니까.
라지나 : 설마, 독이었겠니.

  그렇게 한참 동안 이전에 마셨던 차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았었다. 탁자 위에 놓인 다른 것도 아닌 따뜻하게 데워진 물에 탄 카페를 앞에 두고 있다보니, 처음 마셨던 그 카페가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이었다. 이후, 나는 바로 라지나 언니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 : 라지나 언니는 올해, 어떻게 지냈었어?
라지나 : 나야 뭐...... 별 다른 일 없이 지냈어, 요즘 특별히 대단한 일도 없었고.
나 : 나도 근래 가을부터는...... 마찬가지야, 다음 주 즈음에 어디 갈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라지나 : 어디 가고 싶은 데가 있어?
나 : 응, 바닷가 같은 곳으로 가고 싶기는 해.
라지나 : 겨울에 바닷가에 가서 뭐 하려고 하는 거니?
나 : 수영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겨울 바다를 구경가고 싶으니까 그래. 겨울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여름 때와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라지나 : 그래?

  그 말에 라지나 언니는 환하게 웃으며, 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시간 동안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서, 나는 라지나 언니와 함께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