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일에 간 곳은 코르지아(Korgia) 라는 곳으로 동서로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두 지역을 거쳐 나아가는 형태로 여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카르야(Karja) 라는 계곡 지대의 마을, 카르야는 두 번째로 들른 곳으로서, 여행의 시작은 내가 탔던 기차가 도착한 바얀데(Bajande) 라는 역이었다.
  바얀데 역은 카르야 산의 산길 한 곳에 위치한 작은 역으로서, 북쪽 방향으로는 카르야 계곡길을 바라보고, 남쪽 방향으로는 바얀데 산길과 이어지고 있었다. 출입문은 바얀데 산길과 이어지고 있어서 입구로 나가면 바얀데 산길을 향해 나아가게 되어 있었다.
  내가 처음 바얀데 역에서 내렸을 때에는 잠시 후회하기도 했었다. 바얀데 역에서 기차를 타고, 카르야 쪽으로 가는 이들은 있었지만, 타는 이들은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음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다음 역은 카르야 역으로서, 사람들이 어딘가를 가기 위해 많이 내리는 곳이었고, 그래서 나름 활발한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바얀데 역으로는 처음 와 봐서, 카르야 계곡길로 갈 방법을 잘 몰랐는데, 그 부근에는 아무도 거주하지 않고, 내가 막 내렸을 때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바위 절벽과 산길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초목뿐이었던지라 카르야 계곡길로 갈 수 있는 방법 자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지라-지도를 갖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산길 위에서는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그러한 탓에 카르야 계곡길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후회하고, 바로 바얀데 역으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바얀데 역에 머무르려 한 몇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통해 무언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사람을 통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역이 위치한 곳이 지상의 기준이었기에, 지하 계단이라 명기되어 있었다-을 통해 산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너머를 통해 카르야 계곡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카르야 계곡길에 이른 이후로는 줄곧 걷기만 했다. 원래 코르지아를 향하는 기차는 역과 역 사이의 간격이 보통 긴게 아닌지라-기본이 8000 메타르 정도였다-, 3 시간 정도는 걸을 것이라 예상했고, 근처에 식당도 없었던지라 배가 고파도 제대로 식사를 못할 것을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둔 빵을 먹으려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본 적이 있던 카르야 마을과 이어지는 다리를 그리 오래지 않아 발견했었던 탓에 생각 외로 바얀데와 카르야 사이의 거리는 길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빵을 다 먹은 것은 아니었으나, 괜히 먹었다는 생각이 다리를 발견하면서 들기도 하였다.
  "그래도 카르야와 코르지아 사이는 거리가 길 것임은 분명하기에 기차는 타야지."
  하지만 코르지아와 카르야 사이는 걸어서 갈 거리는 아닌지라, 기차를 다시 타기로 하였다. 기차 사이의 간격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고, 기차를 타기 위해 드는 돈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아서 다시 타는 데에 그렇게 큰 부담이 들지 않았다. 기차를 다시 탄 이후에는 코르지아로 바로 나아갔다.

  카르야의 계곡길은 그냥 길일 뿐이었지만, 그냥 길이었어도 푸른 하늘과 초록빛 수풀의 조화가 유난히 좋았던지라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충만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길가에 피어난 새하얀 잎을 가진 큰 꽃들이 만발한 풍경은 꽃을 기대하지 않은 초여름의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되어 주었다.
  더운 날이었지만 계곡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고 있어서 더위를 크게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카르야 마을에 이르자마자 바람 없이 태양빛만 강하게 내려오니, 더위보다는 뜨거움이 더 강하게 느껴져 얼른 어딘가라도 시원한 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되어 걸음걸이가 자연스레 빨라져 갔다.

  코르지아는 가장 유명한 곳이 배를 통해 갈 수 있는 작은 섬 칸테아(Cantea) 가 가장 유명한 곳이었고, 나도 그 곳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코르지아를 찾아왔지만, 칸테아는 지난 493 년 즈음에 모종의 사정이 생겨, 인근의 찻집을 제외하면 모든 것들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인근의 강가는 카르야 못지 않게 풍경이 좋았고, 하얗고, 노란 작은 꽃들이 만발하는 모습을 굳이 섬으로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기에 강가를 따라 나아가는 것으로 여행의 방향을 바꾸었다. 굽이진 길을 따라 나아가며 강가의 풍경을 감상하는데, 처음에는 홀로 길을 걸었으나, 길을 따라 나아가면서 코르지아 강 인근 공원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사람들이 많아져 갔다.
  여러 사람들이 강가에서 머무르고 있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작은 천막을 마련해 그 천막에 기거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길가에는 다소 뭉툭한 돌들로 촘촘히 박힌 길이 있었으며, 그 길을 어린 소녀가 맨발로 걷고 있었다. 어린 소녀가 걸을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되었으나, 나 역시 신발을 벗고 돌길 위를 걸으려 하였으나, 돌길 위에 발을 올리는 순간, 순식간에 크나큰 고통이 밀려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도중에 몇 번 문제가 생기기는 하였으나, 오랫동안 좋은 풍경 많이 관람할 수 있었던 보람된 시간이었음은 확실했다. 다만, 이전의 세르빈(Servin) 까지 걸어갔을 때보다 더욱 오래 걸었고, 그래서인지 그 여파도 꽤 크게 다가왔다. 집에 돌아오고 다음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온몸이 꽤 뻐근했다.
  "그 정도로 열심히 걷고, 많이 돌아다녔지, 그래서 보람된 여행이었던 거야."
  뻐근한 상태에서 일어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고, 이 생각은 글을 쓰는 지금에도 변하지 않으니, 이번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확실히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