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반대편에 위치한 루데스(Ludes) 군도 중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 그 곳에 이르렀을 무렵,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인해 회백색을 띠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비가 올 것임은 이미 예상하고 있어서 그에 대해 심히 당황해서 어찌하지 못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럴 줄 알고, 실내 관람 시설을 몇 알아놓기는 했지.'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해 마련한 일정이 있었다. 첫째 날은 비가 많이 올 가능성이 높다하여 대체로 실내 시설을 주로 들르려 하였고, 지도 상으로도 실내 시설들-요컨데 박물관 등-은 항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용이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섬의 시설들은 한결 같이 항구에서부터 대략 10 내지 20 킬로메타르 거리 지점에 있었고, 이는 걸어서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당시 내가 항구에 도착하고, 점심을 먹고난 이후의 시각이 13 시에서 14 시로 나아갈 즈음이었던 만큼, 걸어가서 시설 관람한 이후에는 바로 저녁을 맞이할 것처럼 보였다.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이야기와 지도의 모습을 대충 둘러본 경험을 토대로 마련한 어설픈 일정은 그렇게 길을 지나면서 폐기하고, 일정을 다시 만들기로 하였는데, 때마침 비도 많이 내리지 않고 있어서 다른 항구 및 해안 구경을 나아가기로 하였고, 그러면서 첫째 날의 숙박지가 있는 섬의 동쪽 해변에 이를 때까지 20 여 킬로미터를 걸으며 여러 해안길과 산길을 지나쳐 갔다.
  둘째 날은 그 동쪽 해안을 지나, 섬의 동북부 길을 따라 나아가며 군도의 중심인 루데스를 향해 계속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비가 조금씩 내리기도 하는 하얀 하늘 아래로 바다가 펼쳐진 모습이 해안이 길게 이어져 있는 몬다스 그리고 라넬리스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다만, 해안가의 고요한 마을 사이를 오가게 되니, 길 위로 동행하거나 같이 길을 가는 이 아무도 없어 그로 인한 외로움을 겪어야 할 필요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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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섬 동부 해안 유람선 선착장
  유람선을 통해 동부 주변 일대의 작은 섬들을 둘러보거나 들를 수 있는 구역. 작은 섬들로 가고 싶어하는 이들과 바다 구경을 배를 타며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그래서 구역 내에는 여러 사람들이 머무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분위기도 나름 활발했다.
  고요한 물결 위로 여러 배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그 너머의 난간 근처에 어떤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그 화가의 모습을 보고, 난간 너머로 펼쳐진 바다 풍경을 한 동안 해풍을 맞아가며 조용히 감상한 이후, 조용히 선착장을 떠났다. 이 때, 그 화가와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거나 하지는 못했다.

2. 쿠르츨라(Curzla) 해변
  선착장을 떠난 이후로는 계속 동북쪽 방향으로 나아가, 섬의 정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쿠르츨라 해변 쪽으로 해안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해안을 따라 이어진 가로지르는 지름길로 가려 하였으나, 지도 상에는 길이 있지만, 실제로는 길이 없거나 더욱 험준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길을 따라 걷다가 산길 한 곳에 있는 집에서 개가 짖는 소리에 놀라 그 산길에서 돌아가, 그로 인해 다시 해안가의 길을 따라 나아가게 되었다.
  길을 나아가는 도중에 비가 조금씩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다가, 내가 쿠르츨라에 도착할 즈음에는 비가 그쳤다. 그 이후로는 한 동안 비가 오지 않아 항구와 그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해변에 펼쳐진 바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다는 정말 보기 좋았고, 근방에 찻집도 있어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바다를 감상할 수도 있었지만 비가 와서 그러한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3. etc.
  쿠르츨라 해변가 주변의 거리에는 식당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은 여관도 겸하고 있어서 그 위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 식당에는 주인 아주머니의 손녀로 추정되는 여자아이 하나가 있었는데, 그 어린 여자아이가 워낙에 귀여워서 그 아이로부터 눈을 떼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 모습을 한 번씩 식당으로 가서 보려 하기도 하였는데, 그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무언가 찾는 것 있느냐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이에 나는 솔직하게 말하려 하기도 했었지만 이상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들을 것 같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진작에 그에 대한 말을 해 보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는 한다. 다음날 아침에는 식당이 아직 개업을 하지 않은 관계로 그 모습을 찾아보거나 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