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미차 지역의 레나자드(Lenazad) 는 파브니드의 서남쪽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서, 외부에 널리 알려진 파브니드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는 하나, 그에 못지 않게 역사가 오래된 곳이며, 파브니드가 학술원이나 연구소, 장서관 등이 주를 이루는 정적인 학술 도시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과 달리, 먹거리 관련으로 찾아갈 만한 곳이 많고, 옛 레나자드의 거리 풍습이나 거리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나, 무대 행사를 위한 거리도 있어서 즐기기 위해 외부 세계를 찾아가려 하는 이들에게는 파브니드보다는 더욱 선호되는 곳이다.
  사막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파브니드와 달리, 레나자드는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그 일대는 알미차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 초원 지대여서 모래 열기에 시달릴 필요도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외부 세계로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큰 이점이 된다.
  파브니드가 여러모로 무미건조한 곳이라는 입소문을 들으면서 행선지를 레나자드로 바꾸고서, 26 일에 출발 개시, 배를 타고 12 시간 즈음 지나서 레나자드와 길을 통해 이어진 항구에 이르고, 이어서 초원길을 통해 레나자드에 이를 수 있었다. 항구에서부터 레나자드에 이를 때까지 소요된 시간, 대략 30 여 분. 도보를 이용해서 갔다.

  처음에 간 곳은 레나자드 서부의 연극 거리. 당시, 그 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고 있는 고요한 곳이었다.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었지만, 늦여름 마지막이라도 여름인데,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 이 곳을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쓸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늦여름 마지막에 이런 곳에 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더욱이, 그 날은 날씨가 흐려, 구름이 하늘에 드리워지고, 여기에 비도 보슬보슬 내리고 있어서 혼자 그러한 길목을 돌아다니는데, 쓸쓸함이 바로 느껴지고 있었다.
  '암만 그래도 여름인데, 흥겨운 곳에 가야지......'
  그래서 나는 바로 그 연극 거리를 떠나가서는 곧바로 레나자드 동부에 자리잡고 있는 고건축물 거리로 나아갔다. 사실 먼저 구경하고 싶은 것은 레나자드의 '모래 사당' 이었지만, 모래 사당이 고건축물 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모래 사당을 떠나고, 고건축물 거리를 찾아 무작정 떠나려 하는데, 그 모습이 보였던 것.

  모래 사당에 이르면서 두 가지 놀랐던 것이 있었다. 그 첫째로는 사당 자체는 그렇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낡아 안쓰러워 보이지도 않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옛 건축물 같아 보였으나, 이러한 건축물이 세상에 터를 잡은 때는 지금으로부터 1000 여년 전으로, 마녀 시대가 시작될 무렵이었다는 것이 있으며, 그 둘째로는 이러한 건축물, 그리고 그 인근의 고건축물 거리로 각지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이 거리가 나름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 정도는 레나자드에 이르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기는 하였으나, 거리마다 몇 사람씩 보일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모래 사당은 그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정확히는 사당과 관계된 이들만 들어갈 수 있었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사당 좌우를 보니, 보수 작업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보수를 하는 동안 내부에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내부 출입을 통제하게 된 모양.

  고건축물 거리는 돌로 이루어진 길목 주변으로 고건축물 형식을 갖춘 건물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서, 외부에서 찾아온 이들을 위한 상점 및 식당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특히, 식당과 찻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그 중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특이한 음식들도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는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왔을 때에는 식사 시간이 아니었기에, 음식에는 관심을 잠시 멀리하고, 그 대신에 고건축물 거리 동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는 옛 학당을 찾으려 하였다. 과거 레나자드에 살던 이들을 가르치던 곳은 어떤 모습이었을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고, 이왕 나름 오랜 역사를 가진 곳에, 그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찾아가야 함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찾아간 학당에는 의외로 주목할만한 것이 있었다. 레나자드에서 발행되었던 고문서들로서, 그 고문서들은 레나자드와 파브니드에 어떤 책들이 발행되어, 사람들에게 주로 읽혀졌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로서, 그 지역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찾아가 볼만하지 않을까 싶은 곳이었다.

  학당을 떠난 이후에는 음식을 내놓는 곳과 찻집들이 주로 자리잡아, 사람들로 분주한 거리로 돌아와 그 곳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었다. 특이한 음식들을 몇 구해 먹다 보니, 저녁을 먹을 필요가 없어지기도. 다만, 늦게 발견한 것으로 딱딱한 치즈를 불판 위에 구운 것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당시에는 돈을 많이 쓰기도 했고-지출한 돈이 100 크로네에 이르렀다-, 배가 부르기도 해서 먹을 생각을 끝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