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데스 섬의 항구 남서쪽 거리의 어느 찻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하고, 이를 받아서 한 곳찻집 입구에서 바라보았을 때, 우측 끝자락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케이크를 먹고 있을 즈음, 문이 열리면서 결코 낯설다고 할 수 없는 인상의 소녀가 찾아왔다. 평상시와 달리, 소매 없이 어깨에 가느다란 끈이 달려있는 상의와 허벅지를 거의 드러낼 정도의 위치에 끝자락이 자리잡고 있는 하얀 치마를 입고 있는 이로서, 루데스 남서쪽 경비 일을 쉬다가 온 모양이었다. 라마라(Lamara) 였다.
  간만에 찾아온 잘 아는 사람을 위해 내가 케이크 한 조각을 더 주문해 주었다. 덕분에 예정보다 더 돈을 쓰게 되었지만 친한 사람을 위해서는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라마라와 일주일 만에 만난 이후로, 나는 지난 3 일 전, 그러니까 25 일에 라르니온 북부의 항구 도시인 산토(Santo) 에 갔다온 것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래는 그 대화 내용으로 일기의 끝까지 이어진다.

Lamara : 그래, 지난 여행은 어땠어? 급히 갔다온 모양이던데.
나 : 큰 마음 먹고 가기는 갔어, 그래서 크게 기대하면서 갔었는데.
Lamara : 비행선으로 갔었지, 비행선 이외에는 마땅한 교통 수단이 없었을 것 같은데.
나 : 그랬었어, 대략 3 시간 반 정도 소요되더라.
Lamara : (웃으면서) 그랬구나, 그렇게 먼 곳으로 왔는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겠는 걸.
나 : 응...... 그런데 말야.
Lamara : 뭐? 뭔가 실망스러운 게 있었어?
나 : 그렇다기 보다는...... 처음에는 여기저기 바로 많이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한결 같이 도착지에서 상당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어, 그래서 생각 외로 쉽게 갈 수 있을만한 곳이 없어서......
Lamara : 그래서, 어려웠었구나.
나 : 응, 원래는 서쪽 근교의 가을 꽃밭으로 가고 싶었는데, 항구 지점에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기가 힘들었어.
Lamara : 그렇다면, 다른 여러 명소들을 찾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 : 그래서, 그나마 덜 시간을 들일만한 장소들을 찾았어, 처음에는 항구 인근에 도시에서 조성한 장미 공원을 찾았고, 그 이후에는 바닷가 구경을 위해 서쪽 근교의 해변을 찾고, 그 이후에는 항구에서 여러 풍경들을 보다가, 그 이후로는 시가지 중심가에 위치한 호수에 이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어.
Lamara : 그렇게 해서, 여행은 잘 했니?
나 : 그랬었어, 13 시부터 시작하기는 했지만 18 시 되기 전에 모두 돌아다닐 수 있었으니, 나름 잘 끝냈다고 말할 수 있기는 했었지. (미소를 띠다)
Lamara : (활짝 웃으면서) 걱정 많이 하기는 했어도, 결국 5 ~ 6 시간 내로는 모두 가 볼 수 있는 곳들이었네?
나 : 그랬는데, 해변은 사정으로 인해 폐쇄된 곳이라 오래 머무르기는 그랬고, 호수 역시 오래 있기는 뭔가 너무 쓸쓸해서 1 시간도 머무르지 않다가 그냥 나왔어. 항구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Lamara : (기대) 바다는 어땠니? 보기 좋았어?
나 : (활짝 웃으면서) 라르니온 일대는 바다의 풍경이 무척 좋기로 유명한 곳이야, 하늘도 무척 맑았고...... 그 푸른 하늘과 바다가 서로 만나는 풍경은 정말 좋더라, 등대가 구름이 곳곳에 보이는 하늘과 함께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Lamara : 내가 알기로는, 25 일, 그 날은 밤이 되어가면서 점차 구름이 많아졌던 걸로 아는데.
나 : 그랬었어, 그래서 더 돌아다닐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산토를 떠나 그 동쪽 인근의 도시인 토르카(Torca) 에 이르렀을 때에는 철길 너머로 해안과 바다가 펼쳐져 있는 광경을 구경하고, 철길 아래의 해변가를 돌아다니기도 했었는데...... 너무 늦게 집에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 시 즈음에 비행을 개시해, 집으로 돌아왔어.
Lamara :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여러모로 아쉬웠겠다.
나 : 아쉬웠지~ 조금 더 머무르다가, 밤 새고 올 수도 있는데~ 이러기도 했어.
Lamara : 그러면 그냥 밤새지 그랬어.
나 : (시무룩) 그 날은 새벽에 할 일도 있었는데, 새벽에 오면 못하니까 그러기는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아침에 해도 괜찮은 일을 미루지 않으려고 욕심 부리다가 여행을 아쉽게 끝내버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해.
Lamara :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여행하면서 아쉬울 일도 생기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 : ....... 그러니까 말야....... 다른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 지, 그 곳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책이나 이야기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보고 그 속에 있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때로는 아쉬움이 많기도 하고, 허망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여행이 항시 즐겁기만 할 수는 없잖아. 떠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고, 저런 일도 생길 수 있고...... 그런 거지, 뭐.
Lamara : (기분 좋아진 모습을 보이며) 그러면 굳이 여행을 할 이유가 있냐고 너에게 물어보거나 해서는 안 되겠다.
나 : (멋쩍게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니?

  그렇게 한참 동안 대화를 이어간 이후, 그 이후에도 찻집에서 이런저런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일주일만에 만났던 그 사람을 떠나보낸 후, 나 역시 자리를 정리하고 찻집을 나섰다. 요즘 들어 이런저런 일로 인해 만나기 힘든데, 그 와중에 만나주어서 얼마나 고맙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