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하듯이, 이번 해도 이 시점에서 집 앞에 심어놓은 소나무를 꾸미는 작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조금 어렸을 때, 뿌리 채로 들어내었던 그 나무가 어느새 집 한 구석을 가지로 덮을 정도로 커졌고, 하루 만에 나무 전체를 꾸며낼 수 없는 만큼, 미리 준비해 놓아야 15 일에 나무 전체를 다 꾸밀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꾸미는 도중에 장식이 날아가지 않도록 나무 주변에 장막을 설치해 두는 것도 필요했는데, 재료가 재료이다보니 소정령의 마력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었다-바람 등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작업을 하는 나만 통과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장식 하나 없는 소나무의 가지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늘 그러하듯이 선뜻 막막함이 앞서 다가오고 있었다.
  '지난 해처럼 천사님들이 와 주셔서 일을 해 주시면 좋을 텐데.'
  이런 작업을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이제 사다리를 타고 나무 위로 기어오르는 일도 이제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높은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나뭇가지에 원소 결정으로 만들어진 등이 달린 덩굴을 휘감는 일과 그 나뭇가지를 솔잎으로 꾸며내는 일이 만만한 일이 아니고, 또 자칫하면 떨어져서 크게 다칠 수도 있어서 긴장을 하지 않을래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은 날개가 있어서 공중에서 할 수 있는 한, 쉬운 일이라 여기어졌기에 나에게 날개가 없음에 대한 아쉬움을 작업을 할 때마다 느끼고는 하였다.
  그래서 날개를 가진 정령들이 부러웠고, 나에게 날개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다가 그것이 말이 되지 않는 일임을 직감하고, 다시 천사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어져 갔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작업을 이어가다보니 어느새 나무의 한 구석이 장식으로 꾸며놓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름 많이 해 두었다고 여기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처음 작업을 시작한 때로부터 대략 1 시간 30 분 정도는 지났던지라 잠깐 쉬기로 하고 사다리를 타며 조심스럽게 지면으로 내려와서는 나무에 기대어 쉬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장막을 만들고 있던 소정령이 장식품을 구성하는 결정 조각에 빛을 주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결정 조각들이 각자의 색을 내면서 나무를 마치 나무에 별이 매달린 것처럼 꾸며주고 있었다.

  작년 이 무렵이었다. 그 때도 올해 이 무렵처럼 그 큰 나무를 성야 기간을 대비해 장식을 하고 있었고, 처음에는 막막해 하다가도 이를 감수하며 작업을 이어가면서 점차 열의를 갖추고 일을 이어가려 하다가 내가 정해놓았던 하루 작업 분량을 밤 늦도록 채우지 못해, 계속 일을 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었다.
  그러다가 아침에 깨어났을 무렵, 누군가가 작업하다 말고 바닥에 내려놓았던 장식들을 나무에 꾸며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만 들어올 수 있는 그 장막 안으로 누가 들어왔는가 싶은 생각에 일을 하면서도 그 때의 일에 신경을 쓰면서 밤 늦은 와중에 보이는 광경을 살펴보려 하였다.
  그 당시, 나는 지쳐 잠이든 척, 나무에 기대어 누워 있었는데, 그 도중에 내 주변이 무언가로 인해 밝아옴을 느꼈고, 그로 인해 조용히 눈을 뜨고 눈 위로 펼쳐진 광경을 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가지 위로 한 쌍의 날개가 금색 빛을 발하며 나무 위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장막 안으로는 나 이외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텐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작업할 때의 사다리를 다시 설치하고 그 날개를 가진 이가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나무 위로 다시 올라가려 하였다. 다행히도 그 날개를 가진 이는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있는지에 대해 알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래서 별 문제 없이 소나무의 가지 건너편에 있는 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금색 날개를 가진 이는 푸른 머리카락과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천사였고, 그 천사가 손에 내가 내려놓고 있던 각종 작업물들로 나뭇가지를 꾸미고 있는 것이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일을 대신 해 주는 이에 대해 고마워하면서 다른 이도 아닌 나의 나무에 굳이 찾아와 일을 도와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에 대해 알고 싶기도 하였지만 인적이 들켜서 도망가 버릴까봐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을 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신발 가게 노인들 이야기를 연상케하는 일이었지. 그 노인들처럼 좋은 옷 같은 것을 바라고 계셨으려나.'
  그 도움 덕으로 나는 그 해만큼은 별 무리 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고, 그래서 나름 편안히 성야 기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지난 수십년 전에는 그 장식을 위해 어린 나무를 베어내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통째로 나무를 들어 옮기려 했었고, 그 해만큼은 그 작은 나무를 편안히 꾸밀 수 있었지만 그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나무는 점차 커지고, 더 커져서 그렇게 커지기에 이르렀다. 그 만큼 일이 힘들어진 것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 거대한 나무를 꾸미는 일은 무척 힘들기는 하지만 한 번 꾸며놓고 나면 이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겨울의 풍경은 없음이 그 이유. 마치 거대한 별들의 궁전이 내 집 앞에 자리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되니,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동안의 힘겨움을 잊게 된다. 그것이 내가 어려움을 무릅써가며 그 거대한 나무를 꾸며놓는 이유이다.
  '이번 해만큼은 천사님께서 와 주셔야 하는데....... 그 모습을 직접 대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천사님을 보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것만큼은 알아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