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바람을 맞아 손이 시리다 못해, 아파오는 아침에 바다의 수면과 마주하고 있던 길고 긴 구름의 장벽 사이로 자그마한 불덩어리 하나가 붉게 물든 구름 사이의 하늘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맹렬히 타오르는 붉은 불덩어리가 구름의 장벽 안으로 그 모습을 감추고, 날이 조금 더 밝아지면서 대기가 더 차가워졌음을 느끼고 있을 무렵, 회색을 띠는 거대한 장벽 위로 황금보다 더 화려한 색을 띠는 거대한 빛이 나타나면서 그 일대의 하늘은 그 화려한 빛의 색에 물들어가려 하였다.
  점차 밝음을 되찾아가는 하늘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그 황금의 빛은 해수면와 맞닿은 구름의 장벽 사이로 잠시 모습을 드러내었던 그 붉은 불덩어리가 변모한 것으로서, 하늘의 더 높은 곳으로 오르면서 보다 더 강한 빛을 발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 역시 이전에 비해 더욱 화려해졌던 것이었다.

  점차 걷혀가는 새벽의 구름 장벽이 걷혀져 갈 무렵, 황금색의 빛은 무너져 가는 듯한 형상의 구름 위로 금색의 빛을 주변 일대로 발산시키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하늘의 색 역시 점차 맑아져 갔다.
  일부 전설에서는 하늘에서 신이 직접 강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있다. 항상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 앞에 신이 강림할 때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 중에서 내가 본 것은 막 아침이 되어갈 때의 금빛을 띠는 동쪽 하늘과 구름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면서 그로 인해 마치 천사의 빛과도 같은 새하얀 빛이 내리는 광경에 사람들이 그 하늘의 모습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었다.
  새벽을 지나 아침이 다가오면서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니, 문득 신이 강림한 모습을 표현한 그 때의 그 그림이 떠오르니, 그로 인한 묘한 감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왠지 그 태양이 바로 보이는 바다 위에 있으면서 기도를 하고 있으면 전설 속의 옛 신이 강림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해안을 떠나 인근의 길을 걸어가다가 해안이 건너편에 보이는 길목에 이르렀을 때, 하늘의 모습은 또 다시 변화하였다. 금색을 띠던 빛은 보다 높은 곳으로 오르면서 그야말로 맑고 순수한 빛을 바다와 해안에 내려보내고 있었다. 바다는 그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해변의 모습이 그와 대배되어 검게 보이니, 그야말로 새하얀 빛과 검은 그림자로만 이루어진 그림이 내 앞에 있었다.
  그와 더불어 구름이 드리워진 태양 아래로는 그 전설에서와 같은 새하얀 빛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왠지 천사가 태양의 빛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올 것만 같은 광경으로서, 내심 기대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아침이 되어가도록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실은 새해인 495 년이 오기 직전에 찾아와서 첫 날의 해를 구경해야 했는데, 첫 날에는 행사가 있기도 하니, 사람들이 모여드는 탓에 미리 새해의 첫해를 보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루데스의 동부 해안으로 찾아갔었다. 여태까지 본 일출 중에서 가장 화려한 풍경을 보았기에 그것만으로도 이번에 루데스를 찾아간 일은 큰 보람이 있었다.
  왠지 이상한 일만 많았다는 느낌이 든 494 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그 화려한 태양의 기운을 받아, 곧 다가오게 될 495 년은 보다 좋은 해가 되었으면 한다.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행복하게
항상 영원히.......